1.
한국어와 영어가 서로 정반대인 관념 중에 대표적인 예로는 부정문에 대한 응답 방법이 있다.

"너 숙제 안 했지?"에 대한 대답이 한국어는 "아냐, 했단 말이야."인 반면, 영어로는 "Yes, I did"로 긍정 의문에 대한 대답과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이다. 한국어의 관점에서는 거 참 희한한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영어에도 무조건 상대방의 말 자체에 대한 긍정과 부정을 뜻하는 감탄사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Then Sarah denied, saying, I laughed not; for she was afraid. And he said, Nay; but thou didst laugh. (창 18:15) 안 웃었는데요. / 아냐, 너 아까 방금 분명히 웃었어.

킹 제임스 성경은 yes/no보다 yea/nay(예이/네이)가 훨씬 더 많이 쓰인다. 마 5:37의 "오직 너희 의사 표시는,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 하라."에서도 yea/nay이다.

2.
이에 덧붙여 또 중요한 차이로 '가다'와 '오다'가 있다.

"너 빨리 이리 와 봐."에 대한 대답으로 한국어는 "지금 가는 중이야"인 반면, 영어로는 "I'm coming"이다.
영어는 남이 내게 come이라고 지시를 내렸으니, 나는 거기에 순응하여 그에게 come한다고 기계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한국어의 '오다'는 오로지 나에게, 화자에게 상대방이 움직여 가까이 간다는 뜻이다. '오다'의 주체가 '나'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come이 성경 번역에서도 굉장히 어려운 요인 중 하나가 된다. 문자 그대로 죄다 '오다'라고 번역하면 우리말 어법에 어긋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같은 영어 성경 중에서도 킹 제임스 성경은 come이라고 표현했는데 그걸 go나 enter로 바꿔 버린 경우가 적지 않다.

3.
이렇게 단어 자체에 '나'라는 객체가 수반된 비슷한 예로는 불완전 동사인 '달다'가 있다.
sweet나 equip 말고 give이다. '다오', '달라', '도(사투리-_-)'로만 활용되는 그 이상한 단어 말이다.
불완전 동사가 '가로다', '더불다', '달다', '데리다' 말고 또 뭐가 있더라?
이 '달다'는 '주다'와 의미상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남으로 하여금 특별히 '나에게' 뭔가를 주기를 원한다는 아주 이기적인 뉘앙스로 쓰인다. '주다'라고만 하면 내가 남에게 베푸는 뉘앙스가 풍기지 않는가?

"저 사람에게 빵을 다오"라고 하면 뭔가 이상하고 어색하다. "저 사람에게 빵을 주게/주시오/주세요"라고 하거나 아니면 "내게 빵을 다오", "우리에게 빵을 달라"라고 해야 말이 된다.

흔히 한국어는 압존법이란 게 있을 정도로 최대한 청자 위주로 언어가 구성돼 있다고들 한다..
내가 언급하는 사람이 나보다 높더라도, 청자보다는 낮은 사람이라면 반말이 허용된다. "할아버지, 아버지께서 오십니다"가 아니라, "할아버지, 아버지가 옵니다"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오다-가다'의 관계를 살펴보면, 한국어도 청자가 아닌 나 위주, 화자 위주의 사고방식이 배인 것도 분명 있다. 그래서 '달다' 같은 단어도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개인적인 친분 사이가 아닌 공식 석상에서는 압존법이 꼭 적용되는 것도 아니라는데? KBS 한국어 능력 시험 공부하면서 교재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있다. 가령, 할아버지/아버지가 아니라 사장/과장이라거나(자기는 대리-_-) 할 때 말이다. 이래서 한국어는 어렵다. -_-;;

끝으로, 성경 번역에서 유명한 토착화 표현을 덧붙이며 글을 맺는다.

(1) "누가 너를 데리고 오 리를 끌고 가면 십 리를 가 주어라"(마 5:41)가 영어로 원래 무엇인지가 아는가? 1 mile과 2 miles이다. 5리(약 2km)가 1 마일(약 1.6km)보다는 약간 더 긴 거리이다. ^^;;
(2) "장가 가고 시집 가기"는 영어로는 "결혼하거나 혼인 당하거나"(marry / be given in marriage / be married to)가 된다. -_-;; 성경에서 여자가 시집 가는 건 언제나 marry의 수동태로 표현되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10 08:37 2010/08/1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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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운영체제 사용 내력

구경이란 해당 운영체제가 설치된 다른 컴퓨터를 본인의 눈으로 처음으로 직접 보고 잠시나마 다룰 기회가 있었던 때를 말한다.

※ 윈도우 95
출시: 1995년 중반
구경: 1996년 초. 당시 정말 전율이었음
본인 컴퓨터의 OS로 사용: 1996년 말. 컴퓨터를 한번 업그레이드 하면서.

※ 윈도우 98
출시: 1998년 중반. 윈도우 95+IE4일 뿐이라는 비아냥거림 잔뜩.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으며, 개선되고 나아진 게 엄청 많음
구경: 1999년 초
본인 컴퓨터의 OS로 사용: 2000년 후반. 구닥다리 노트북이 장수한 덕분에 95를 굉장히 오래 사용.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은 윈도우 95 환경에서 개발됐다.

※ 윈도우 2000
출시: 2000년 초
구경: 2000년 후반. layered 윈도우 + 마우스 포인터 주변의 그림자가 무척 신기했다.
본인 컴퓨터의 OS로 사용: 2002년 중반. NT 계열로 갈아타는 데 은근히 오래 걸렸음

※ 윈도우 XP
출시: 2001년 말
구경: 2001년 말. 대학 내의 얼리 어답터 덕분에 꽤 일찍 구경. Luna 화면은 당시 엄청난 충격이었음
본인 컴퓨터의 OS로 사용: 2002년 말. 램 256MB로는 돌리기 좀 무겁다는 걸 실감함.

※ 윈도우 비스타
출시: 2006년 말~2007년 초
구경: 2007년 초. 세벌식 파워업 패치 만드느라 어둠의 경로로 구했음. Aero는 역시 충격과 공포였음
본인 컴퓨터의 OS로 사용: 2007년 후반, 새 데스크톱 컴퓨터를 장만하면서

※ 윈도우 7
출시: 2009년 중반
구경: 2009년 중반. 윈도우 7은 정식 출시 전부터도 구해다 쓰는 용자들이 워낙 많아서 구경하기 매우 쉬웠음.
본인 컴퓨터의 OS로 사용: Not yet! 회사 컴, 집의 데스크톱과 노트북이 전부 여전히 비스타임.

새로운 윈도우 운영체제가 출시되면 본인이 그걸 실제로 내 컴퓨터에서 쓰게 되기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이 넘는 간극이 있어 왔다. 과연 난 7은 언제쯤 써 보게 될까?
하지만 PC 성능의 상향 평준화, 그리고 운영체제의 안정성 증가(운영체제를 재설치할 일이 별로..-_-), 불법 복제 방지용 인증 같은 요인들 때문에 당분간 내 PC가 운영체제를 갈아탈 날은 금방 올 것 같지는 않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09 08:48 2010/08/0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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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수단을 만드는 업계에서 회사끼리의 과열 경쟁으로 인한 시장 왜곡과 공멸을 막기 위해,

자동차(2차 석유 파동을 계기로.. 분업): 5공 시절인 1981년엔 자동차 공업 합리화 조치가 취해져서 회사마다 만들 수 있는 자동차의 업종이 제각기 지정되었다. 그래서 소형 승용차는 현대와 대우 자동차만이 생산할 수 있었고, 기아 자동차는 중소형 트럭이나 승합차만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그 규제는 1987년에 풀렸는데, 규제가 풀리자마자 기아에서는 프라이드라는 승용차를 만들고, 현대에서는 그레이스나 포터 같은 중소형 승합차와 트럭을 만들어 기아 자동차의 봉고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전동차(IMF를 계기로.. 합병): 지하철 전동차 생산과 납품은 현대 정공, 대우 중공업, 한진 중공업 이렇게 3개 대기업이 경쟁하면서 각 노선별로 사이좋게 나눠 가져 왔다. 회사별로 좋아하는 인버터 수입 회사 취향도 제각각이던 시절. 그러나 경쟁의 부작용도 만만찮았던 모양이다. 결국 나라에서는 1999년에 세 회사의 전동차 생산 부분을 통폐합한 로템이라는 법인을 출범시켰다. 구 명칭인 한국 철도 차량은 영문 이니셜이 KOROS여서 일본어로 ‘죽여 버린다’로 읽히는 관계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명을 바꾼 거라는 후문이 전해진다.
개그 만화 일화 서유기 편에서 “1등 하는 놈을 증오로 죽인다!” 라는 삼장법사의 대사도 “이치(1)”로 시작해서 “코로스!”로 끝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07 13:04 2010/08/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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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잡설

서로 완전히 다른 주제의 글들의 모음인데, 분량상 귀찮아서 한데 뭉뚱그려 올린다. -_-;;

1. 한국인이 어려워하는 영어의 3대 요소

- 관사: 딴 거 필요없고.. 어떨 때 the를 붙이고 어떨 때 안 붙이나? 불특정 개념을 단수로 일컬을 때와 그냥 싸잡아 복수로 지칭할 때의 미묘한 어감 차이는? 생각만 해도 머리에 쥐 난다.
- 시제: 어떨 때 과거형을 쓰고 어떨 때 완료형을 쓰면 되겠는지가 제일 알쏭달쏭하다. 관사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는 이런 걸 거의 따지지 않으나 불행하게도 영어에서는 저게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 전치사: 한국어는 간단하게 '-에', '-에서', '-으로'로 딱 떨어지는 게 영어는 정말 헷갈린다. in, on, at 또는 by, with 같은 걸 잘 분간해서 쓰는 사람이라면 영어 걱정 확실하게 놓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미국인은 wear 하나로 끝나는 동사를 끼다, 입다, 쓰다.. 이런 걸 어려워하려나?

2. 스마트폰

스마트폰은 일단 손가락 터치를 주 입력 장치로 사용하는데, 단순 마우스 포인터와는 달리 잘 알다시피 멀티터치가 지원된다. 즉, 둘 이상의 손가락을 동시에 대서 움직인 것을 인식한다는 뜻이다.
덕분에 타자의 경우 동시치기가 실현 가능하겠다. 그리고 악기를 흉내 내는 앱을 스마트폰으로 만들 수 있다. 피아노 건반도 있고 손으로 조작하는 어지간한 현악기나 타악기도 구현 가능하다.

윈도우 7에서는 멀티터치를 지원하는 모니터로부터 그런 동작을 인식하는 메시지와 API가 추가되었다. 이건 문자 입력에도 직접적으로 적용 가능한 기술인데, 본인은 아직 그걸 접해 보지 못했다. 윈도우 7은 당장 그림판부터가 멀티터치를 지원하기 때문에 여러 손가락으로 색칠을 동시에 하면 그렇게 그려진다. 무척 신기했다.

설마 태블릿처럼 압력까지 인식 가능하려나? 그러면 악기 앱의 경우 소리의 강약도 변화를 줄 수 있고 그래픽 앱이라면 색깔의 강도도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상당히 응용 가능성이 많으며, 기존의 마우스 부류의 입력 장치와는 또 차원이 다른 HCI(인간과 기계 사이의 의사소통)의 통로를 제공할 것 같다.
물론 hovering이 안 되고 누른 것만 인식된다는 특성상, 기존 포인팅 장비를 완전히 대체하고 흡수할 것 같지는 않지만.

스마트폰녀 동영상을 보고 생각나서 끄적인 뻘글이다. -_-;; 어쩜 얼굴도 예쁘고 노래도 잘 부르고.. 부럽네. ^^;;; 하지만 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냥 노트북만 끼고 사는 걸로 충분하다.

3. 고인드립

고인+애드립의 준말인 인터넷 유행어로, 죽은 사람을 쓸데없이 들먹이면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그냥 감성에 호소하는 오류를 조장하는 걸 일컫는 개념이다. 현 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 김 첨지는 오타쿠일 뿐만 아니라 조삼모사 패러디도 구사하고, 술집에서는 친구들에게 아내 '고인드립'까지 쳤는데 이 정도면 그는 21세기 인터넷 유행에 대해 상당한 식견이 있었던 것 같다. ^^;;
그러고 보니 개그 만화 일화 서유기 편의 삼장법사도 저팔계 고인드립을 친다. “뜻있게 죽은 동료로서 저팔계가 마지막 날 한 말을 생각해 보세요.” ㅋㅋㅋㅋ

요즘 도철에서는 신당 역에서 곤충 생태 학습 체험 전시관을 연 모양이던데, “올여름, 곤충 박사가 되어 보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보니, 개그 만화 3기 2화의 변태 고추잠자리 박사가 딱 생각나더이다. 나 개그 만화 너무 많이 본 듯.. ^^;;

Posted by 사무엘

2010/08/06 09:05 2010/08/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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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예전에 쓴 이 글에서 언급된 노트북을 개인용 컴퓨터로 아주 만족스럽게 잘 쓰고 있다. 이제 2년이 경과했지만, 예전 노트북과는 달리 이번 4대 노트북은 잔고장이 발생한 적이 전혀 없고 심지어 아직까지 운영체제를 재설치한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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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으로부터 두세 주 남짓 전부터는 컴퓨터에 뭔가 이상 징후가 느껴졌다.
바로 컴퓨터의 속도가 체감상으로는 평소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창의 크기를 바꾸거나 인터넷 화면을 스크롤할 때의 반응이 매우 둔해지고, 컴파일도 엄청 느려졌다.
Aero를 꺼도 화면이 버벅대는 게 변함없었기 때문에 이건 그래픽 카드 문제가 아니며, 디스크 I/O 쪽의 병목 현상 역시 아니었다. 전적으로 CPU가 느려진 것이 확실했다. 심하게 버벅댈 때는 마우스 포인터까지 버벅대며 움직였다.
더구나 AC 전원을 연결해도 속도가 여전히 느렸기 때문에 전원 절약과 관련된 CPU 감속 역시 아니었다.

본인은 평소에 컴퓨터 관리를 얼마나 결벽증에 가깝게 하고 지내는데 메모리 부족이나 악성 코드 때문도 아니고..
이 노트북은 물론 예전 노트북에서도 이런 식의 이상 증세를 경험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좀 당황했다.

이 문제는 의외로 굉장히 쉽게 해결됐다. 그것 때문일 수도 있다고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전적으로 그것 때문일 줄은 몰랐다.

바로... 냉각팬에 잔뜩 낀 먼지 때문이었다. 그것만 제거해 주자 컴퓨터는 거짓말처럼 본디 속도로 되돌아왔다!
팬이 잘 안 돌아가고 열이 못 빠져나가고 있으면 컴퓨터가 안전을 위해 스스로 알아서 감속 운행(?)을 해 왔던 것이다. 굳이 절전을 위한 감속뿐만 아니라 말이다. 먼지를 제거하기 전이나 후나 밖에서 느껴지는 컴퓨터 소음 내지 팬 바람은 별 차이가 없는데, 컴퓨터의 성능이 이렇게 확 달라지다니 참 뜻밖이고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 (날씨가 너무 덥고 레일이 너무 뜨거우면 알아서 감속을 하는 KTX처럼?? ㅋ)

10년이 넘게 노트북을 써 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하긴, 2년이 넘도록 A/S 센터를 단 한 번도 찾지 않을 정도로 컴퓨터가 건강했기 때문에, 내부 청소를 할 일도 지금까지 없었다. 이렇게 한번 먼지를 제거해 줬으니 앞으로 또 이 노트북이 몇 년간 쌩쌩하게 돌아가 주기를 기대한다.

하긴, 다른 가전제품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멀쩡하던 에어컨이 갑자기 전혀 동작하지 않고, 아무리 온도를 낮춰도 더운 바람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올여름엔 지내는 데 당분간 애로사항이 잔뜩 꽃피겠구나! A/S 센터 연락처가 어디더라?” 이러고 있었는데 문제의 원인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곳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에어컨으로부터 나오는 더운 바람이 빠져나갈 통로가 막혀 있었던 것이다. ㅜ.ㅜ
겨울에는 보온을 위해 닫아 두지만 한여름에는 응당 개방해 놓아야 한다.
컴퓨터든 에어컨이든 열이 잘 빠져나가게 해 줘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건 자동차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일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05 09:09 2010/08/0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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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수와 지구의 크기

현재 지구상의 인구는 60억을 넘어선 지 오래라고 한다. 뭐, 넉넉잡아서 70억이라고 치자.
지금으로부터 한 2, 30년 전엔 세계 인구가 50억을 넘어선 걸 갖고도 식량이 부족하네, 인구 조절을 해야 되네 하면서 온통 호들갑이었다.

그런데 이 70억 인구를 전부 한 명당 딱 1제곱미터(㎡)짜리 면적의 격자에다 꽉꽉 구겨 집어넣으면...;; (그것도 층을 만들지도 않고)
우리나라 일개 도 정도의 면적에도 다 들어간다! 전세계 인구가 그 좁은 한반도의 경상북도 안에 다 들어가고도 남는다면 믿어지는가?

거짓말이 아니다. 넓이는 2차원이다. 70억에다가 제곱근만 씌워도 겨우 8만~9만으로 숫자가 줄어든다.
1㎡라고 하니까 굉장히 좁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관이나 비행기 좌석은 말할 것도 없고 무궁화호 열차의 좌석 하나 면적조차도 1㎡가 안 된다. 앞뒤 간격이 83~85cm 남짓이다. 좌우 간격은 당연히 앞뒤 간격보다 좁다. 그러니 1㎡보다 작은 면적이다.

물론 그 인파만 해도 수십 km에 달하는 길이에 수천 ㎢의 면적에 달할 것이므로 70억 인구는 결코 만만한 양이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우리가 사는 지구는 비교할 수 없이 월등히 더 크고 넓다. 남아메리카가 중국이나 인도 같은 처지라면 그 대륙 한 곳에만도 지금보다 20~30억에 달하는 인구가 더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본인의 생각이 좀 바뀐 게 있다. 인구 문제, 식량 문제나 환경 문제 따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치 심각하지 않으며, 진실은 우리의 예상과는 상당히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렇게도 자연을 짜내고 착취해 가면서 식량을 생산하는데, 인구가 너무 많아서 먹여 살리지 못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지구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건, 전적으로 생산된 식량이 분배가 안 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마치 제아무리 지하자원 많고 식량 생산도 많은 나라라도 정치가 막장이면 국민들이 굶주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땅의 절대적인 면적이 좁은 게 절대, 절대로 아니다. 인간들이 스스로 옹기종기 모여 살고 좁게 사니까 좁은 것이고 그 때문에 부동산 집값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간 때문에 환경이 좀 파괴되었기로서니, 지구가 겨우 그 정도 오염과 파괴 때문에 망하지는 않을 것이며 식량의 절대적인 생산량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자꾸 욕심을 부리니까 자원이 부족하고 에너지가 부족한 것이지, 농경 사회라면 이 지구상에 인구는 최소한 몇백억은 굶주리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은 나이가 들고 보니까 가족 계획, 인구 억제 같은 건 정말 부질없는 발상이고 좀 심하게 말하면 영적으로 굉장히 마귀적인 정책이라는 걸 느끼게 됐다. 결혼과 출산은 하나님조차도 간섭 안 하고 부부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해 주시는 영역이다!

뭐, 에너지 낭비하고 환경 마음껏 파괴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본인은 지구가 겨우 인간의 뻘짓 때문에 그렇게도 호락호락 쉽게 파괴되고 멸망할 거라고는 믿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나 오존층 파괴 같은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까지 심하게 불안해하고 걱정하지 않는다. 인류가 망한다면 언제나 죄와 불의 때문에 망하지, 무슨 외계인의 침략이나 환경 오염 같은 불가항적이고 도덕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허무하게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인간은 미우나 고우나 지구 밖을 떠나 우주에서 살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테란 같은 종족은 SF 소설에서나... ㅎㅎㅎ

끝으로, 성경과 결부지어 생각해 볼 만한 사항이 있다.
지금까지 독립된 인격체로 태어난 개개인의 사람은 총 몇 명일까? (성경대로라면 아담 이래로 지금까지)
제대로 살지도 못하고 낙태되거나 굶어죽은 아기들까지 합하면.. 몇 천억, 조 단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요한계시록을 보면 새 예루살렘의 크기가 가로· 세로· 높이 공히 12000 스타디온이었다고 나온다. (계 21:16)
KJV에서 펄롱(furlong)이라고 번역된 이 단위는 1/8 마일로, 12000 스타디온은 약 2400km이다. 지구의 지름의 1/5이 좀 안 되는 크기 되겠다.

인류 역사상 구원받은 모든 신약 성도들. 뭐 사도 바울, 베드로, 주 기철 목사,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그리고 이 홈페이지 주인장 등등이 전부 한데 모여 살게 될 천국 도시의 크기가 그렇게 설정되었다는 게 의미심장하지 않은지?
어떤 사람이 얼추 숫자놀음으로 계산해 보니 저건, 그 사람들이 전부 들어가 살고도 남는 공간이라고 하더라. 자세한 내막은 본인도 지식이 없지만, 2400km의 제곱이 아니라 세제곱임을 감안하면 정말 넉넉할 수도 있을 듯.

반대로 이 지구 밑에 자리잡고 있는 지옥도 아담 이래로 구원받지 못하고 죽은 최소한 수백억 이상의 사람들이 전부 들어가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성경에 따르면, 애초에 규격이 딱 명시된 새 예루살렘과는 달리 지옥은 크기가 가변이고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잠 27:20, 사 5:14) 흠좀무.

애초에 지옥은 마귀와 그를 따라 타락한 천사들을 집어넣으려고 만든 곳이지(마 25:41) 인간을 집어넣으려고 만든 게 아니다. 그런데 구원받지 못하고 죄 가운데 죽은 사람들이 자꾸 지옥으로 불청객으로 가니까 지옥은 어쩔 수 없이 계속 확장 공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화산 폭발이 증가하는 게 지옥 확장 공사의 증거이며, 심지어 지구가 자꾸 더워지고 있는 이유가 이산화탄소 때문이 아니라 발 아래에 뜨거운 지옥이 자꾸 커지고 있어서라고 풀이하는 용자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뭐, 성경대로라면 신이 노해서 천둥을 내린다는 해석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렇듯, 지구의 크기, 인간의 개체수와 차지하는 크기를 따져서 글로 정리해 보니 웬지 재미있다. 워낙 다양한 주제로 얘기가 나와서 카테고리 분류하기가 골치 아프구나.
예수님이 이 땅에 재림한 천년왕국 때는 지구상의 인구가 진짜로 앞서 예상했던 대로 몇백억 급으로 불어날 것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10/08/04 08:20 2010/08/0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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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셋 타자연습의 청사진

요즘 게임의 대세는 온라인이다. 네트웍 기능은 필수이다.
그에 따라 <날개셋> 타자연습도 아래 세 가지 모드가 모두 가능해야 한다.

1. 지금처럼 컴퓨터하고만 타자를 측정하고 실력을 겨루는 기존 싱글 모드. 계정 정보는 당연히 내 로컬 컴퓨터에..
2. 계정 정보는 여전히 내 로컬에 있고, 그냥 단거리 네트웍으로 상대방과 겨루기. 스타로 치면 UDP Multiplayer
3. 스타로 치면 배틀넷 급의 중앙 서버에 로그인하는 완전 온라인 방식

게임의 경우, 싱글플레이는 정교한 게임 스토리와 주인공 대화까지 나오는 캠페인이 제공되며 타자 왕초보를 위한 올바른 타자 습관 및 세벌식 홍보 튜토리얼도 있다.
그리고 멀티플레이는 스타 캠페인 에디터처럼 정교한 게임 customization이 가능하다.
두 명이서 협력해서 컴퓨터가 만들어 내는 바이러스들에 대항한다거나, 아니면 서로 따로 게임을 하면서 타자가 빠른 사람이 상대방을 방해도 할 수 있는 전투 테트리스 같은 구도로 게임을 할 수도 있고.. 뭐 가능성은 무한하다.
물론 단순히 2를 넘어 3까지 구현하려면 서버를 구비해야 하고 서버 프로그램까지 별도 개발이 필요하다. 본인의 능력을 벗어나는 범위가 된다.

또한 게임은 3차원은 필수! 그래픽이 윈도우 비스타가 기본 제공하는 게임이나 화면 보호기 수준은 돼야 한다. 떨어지는 글자들은 3차원 메쉬이며 금속 재질이다. 터질 때의 각종 파티클 이펙트도 화려하고 각종 특수효과 바이러스가 작동할 때도 이펙트가 나와야 한다. 날쌘/진격 바이러스일 때는 카메라 노출 시간이 길어진 듯한 이펙트.. 숨바꼭질 바이러스는 클록킹 유닛처럼 진짜 쏙 숨어서 배경을 입체적으로 왜곡하는 이펙트. 이런 식으로 말이다.

전통적인 타자방의 경우, 단문 문장이 하나 주어지면 사람들이 다들 재빨리 타이핑을 해서 순위를 내는 구조이다. 하지만 단순히 대화방 내부에서 봇 형태로 동작하는 타자방이 아니라 전문적인 타자 연습 프로그램이라면, 장문 검정도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실시할 수 있다.
지금 n타의 속도를 기계적으로 흉내 내기만 하는 '경쟁 모드'를 진짜 사람인 상대방의 타자 상황으로 나타내어 주고, 게이지가 단순히 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줄어들기도 한다면(오타를 지울 때) 얼마나 흥미진진하겠는가!

진짜 사람과 겨루는 '경쟁 모드'는 꼭 구현해 보고 싶은 것이었다. 3차원 그래픽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어려운 것도 아니고...

타자 연습 프로그램이 인터넷과 연결되면 연습글이 그야말로 무궁무진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최신 연습글을 서버로부터 실시간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고, 연습글에 발견된 오타에 대한 패치도 실시간으로 진행 가능해진다. 뭐 귀여니처럼 온라인으로 문학 활동을 하는 작가라면 연습글 다운로드 서비스로 뭔가 수익 모델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개인 계정 정보에는 내가 과거에 다운로드하고 실제로 타자 연습을 해 본 연습글들 기록이 남는다.

본인의 지인 중에도 자기가 직접 프로그래밍 공부까지 하면서 타자 게임 사이트를 꼭 만들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다. 하지만 본인은 이제 저런 걸 도저히 혼자 힘으로 다 공부해서 만들 수 없다.
본인보다 유행과 디자인 감각에 뛰어나고 게임 제작이나 기획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 뭔가 좋은 작품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한컴이나 NHN 같은 곳 지원이라도 받아서..;;

그런 걸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날개셋> 타자연습 소스 정도는 인계할 의사가 있다. 비록 입력기 소스는 공개 안 하지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03 08:49 2010/08/0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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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비디오 테입 얘기.
옛날에 VHS 방식 VTR은 어린 본인이 보기에 정말 신기한 물건이었다.
비디오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TV 채널을 꼭 4번으로 바꿔야 한다. VTR은 또 자신만의 채널 선택 기능이 있으며, TV 채널이 4번인 상태에서 VTR 전원을 켜면 VTR이 설정해 놓은 채널의 TV 방송이 채널 4번으로 포워딩되어 흘러나왔다. 이것이 VTR이 인식하여 녹화 가능한 TV 채널이다. (그렇다면 VTR은 자체적으로 TV 신호 수신 기능이 있다는 얘기인지?)

좀 고급 VTR은 심지어 예약 녹화 기능까지 있어서, 사람이 대기하고 있다가 녹화 버튼을 안 누르더라도 지정된 시각에 특정 프로가 시작될 때 자동으로 녹화가 되게 할 수 있었다. 카메라에 간단한 예약 타이머 기능이 있듯이 말이다. 그래서 그런 VTR은 시계 기능도 필수였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VTR은 아날로그 방식이다 보니 화질은 그리 좋지 못하다. 수평 해상도가 240이면 도스 시절 게임 화면인 320*200보다 약~간 나은 수준밖에 안 된다는 소리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TV 신호이든 비디오 카메라 영상이든 녹화가 간편하게 잘 되는 게 좋아서 꽤 오랫동안 시대를 풍미했다.
그랬는데, 비디오와 카세트 테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방송에 대한 녹음· 녹화 풍토도 확 바뀐 것 같다.

지나간 방송 정도야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고, 드라마 같은 건 고화질 동영상 파일을 유료나 무료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실시간 방송은 전문적인 비디오 스트림 캡처 내지 인코딩 프로그램으로 저장하면 된다. 어쨌든 영상 처리를 별도의 가전 기기가 아니라 컴퓨터로 하게 됐다.
방송이 아닌 일반적인 동영상 녹화는 이제 어지간한 디카나 캠코더로 곧바로 가능해졌으니 더 논의할 필요도 없음.

다음은 VHS 비디오 테입 내지 오디오 카세트 테입 관련 추가 잡설들이다.

1. 이 분야로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VHS가 한때 소니 사의 베타맥스 규격과 표준안 채택을 두고 티격태격 싸웠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베타맥스가 더 우수했으나 결국 VHS가 살아남았다.

2. 비디오든 오디오든 카세트 테입 재생기에는 위치 탐색용으로 간단한 카운터가 있었다. 오디오 테입은 보통 세 자리(0~999), 그보다 러닝타임이 긴 비디오는 네 자리까지 있었다. 자동차로 치면 구간 거리계 정도 된다.
카운터에는 reset 버튼이 있고, 카운터를 activate시키는 버튼이 있었는데, activate되어 있는 경우, 테입을 재생하거나 감던 중에 카운터가 0에 도달하면 테입의 주행이 자동으로 멈추었다.

오디오 CD는 모든 트랙이 분초 단위로 정확하게 카운트다운이 되다 보니 저런 아날로그 식 카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테입과는 달리 현 재생 위치가 매체의 외관상으로 전혀 드러나지도 않는다. ^^;;
그래서 되감거나 앞으로 빨리 감는 중에는, 감고 있는 해당 위치의 음향을 작게 잠깐잠깐 들려주는 방식으로 동작하곤 했다.

3. 카세트 테입 플레이어는 버튼이 동작하는 방식이 기계식과 전자식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이건 본인이 편의상 붙인 용어이다. 재생되는 동안 '재생' 버튼이 쑥 눌러져 들어가 있는 놈은 기계식이고, 그렇지 않은 건 전자식이다. 좀 덩치 있는 라디오는 기계식이지만 워크맨이나 카오디오는 다 전자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기계식은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한 치의 딜레이도 없이 곧바로 테입 주행과 재생이 시작된다. 재생 버튼을 누르는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테입과 재생 헤드가 고정되며, 버튼이 완전히 눌러져서 고정이 끝나자마자 모터가 돌아가서 테입 주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반면, 전자식은 그렇지 않고 딜레이가 존재하여 불편하다.
비디오 테입은 전자식 카세트 테입보다도 딜레이가 훨씬 더 길며, 재생을 누르고 나서 거의 3초 가까이 뒤에야 재생이 시작됐다. 뭔가 초기화 작업이 많은 듯. 그 딜레이가 개선된 VTR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4. 플로피 디스크, 카세트 테입, 비디오 테입 등은 모두 쓰기 방지 딱지를 물리적인 형태로 내장하고 있다. 추억의 딱지이다. 다만, 3.5인치 디스켓은 별도의 딱지를 붙이는 게 아니라 스위치 비슷한 조작으로 쓰기 방지 설정을 바꿀 수 있었다.
USB 메모리에도 쓰기 방지 딱지 같은 게 있으면 어떨까? (뭐, USB에다 꽂는다는 특성상, 물리적인 형태로 구현 가능할 것 같지는 않지만) 최소한 꽂는 것만으로도 루트 디렉터리에 악성 코드가 주입되는 것 정도는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ㅠ.ㅠ 애초에 저런 일 자체가 어떻게 사용자의 동의 없이 일어날 수 있는지부터가 본인은 이해가 안 되지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02 09:04 2010/08/0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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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격세지감

1.
1996년이던 걸로 기억한다. 본인이 중학생이던 시절, 경기 과학 고등학교가 TV 방송으로 소개되는 걸 봤다.
'경곽'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학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교한 과학고이기도 하다. (서울 과학고가 최초가 아니다)
그런데 그 당시 학교의 자랑이랍시고 흘러나온 멘트 중 하나가 무엇이냐 하면, "우리 학교는 인터넷 전용 회선이 갖춰져 있고 전교생이 인터넷 다룰 줄 안다" 였다. ㅜ.ㅜ "전교생이 이메일 계정 갖고 있다"란 말도 했던가?

1993-4년이 CD롬, 사운드 카드를 위시한 멀티미디어 시대였다면, 1996-7년이 이제 막 윈도우 95가 보급되면서 인터넷, 멀티넷 이러면서 제대로 떠들던 시절이었다. ^^;;
요즘은 "전교생에게 노트북 지급하고, 학교 전구역에서 무선 인터넷 된다" 정도는 돼야 자랑거리가 될 것이고, 그게 그렇게 큰 자랑거리도 못 될 것이다.

하긴, 본인도 전화(모뎀)가 아닌 전용선 인터넷 자체를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접했으며 이메일 계정이란 걸 처음 만든 것도 고등학교에 들어가서였다. 중학교 때 PC 통신, 고등학교 때 인터넷, 대학교 때 휴대전화 순으로 문명의 이기를 접해 왔다. 정보 사냥(검색) 대회라는 게 사라진 게 언제쯤이더라? ^^

2.
2002-3년 사이인 걸로 기억한다. 그 무렵에 TV 도전 골든벨 프로를 봤는데, 맨 마지막 50번 문제가 무슨 IT 용어를 묻는 것이었다. 마지막까지 남았던 여학생은 그 문제를 못 맞혔다.
그런데 그 문제의 답은 바로...

'블로그' 였다. ㅜ.ㅜ
그때까지 블로그라는 단어는 본인조차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용어였다. 지금은 블로그도 모자라서 트위터 같은 마이크로블로그까지 등장해 있는데도 말이다. ^^
저 때는 근성 충만한 IT계 초 얼리 어답터, 파워 유저들이나 블로그를 했지, 나머지 대다수는 나모 웹에디터 HTML 글자판때기 코딩으로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아니면 싸이 내지 아이러브스쿨, 다모임 같은 것밖에 안 하던 시절이었다. 아울러, 소리바다가 아직 있던 시절.

그러다가 그 비슷한 시기에 네이버에서 지식(인) 검색이라는 걸 만들어서 대박을 냈고, 한국의 인터넷 문화를 뒤집어엎었다. 엠파스에서 자연어 처리 / 질문 문장 검색 비슷한 서비스를 하긴 했는데 그걸 네이버가 더욱 발전시킨 걸로 알고 있다. 야후, 알타비스타, 심마니 같은 초창기 검색 엔진들을 다 골로 보냈다.
나중에는 카페, 블로그 서비스까지 만들면서 네이버는 다음 같은 종합 포탈 사이트로 거듭난다. 맞춤형 홈페이지(myhome) 서비스는 꽤 오래 전에 중단했다.

2002-3년이면 아직 구글도 국내에서 파워 유저가 아닌 계층에서는 완전 듣보잡이던 시절이었다. 외국 사이트는 잘 찾았지만, 내 이름을 한글로 쳐 보면, 온갖 인명들을 검색에 걸리라고 일부러 수집해 놓은 쓰레기 성인 사이트들만 잔뜩 뜨던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

Posted by 사무엘

2010/07/31 16:20 2010/07/3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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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쓰이고 있는 컴퓨터라는 기계의 이론적 근간을 마련한 사람으로는 앨런 튜링(영국)이라든가 폰 노이만(헝가리->미국) 같은 불세출의 천재 수학자가 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튜링보다 먼저, 범용적인 계산 기계라는 개념을 떠올렸던 천재가 있었으니 바로 찰스 배비지(1792-1871)이다. 전산학도라면 배비지의 해석 기관에 대해 들어 보지 못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는 시대를 너무 앞서 간 괴짜 덕후였으며, 재정 부족과 당대의 기계 제작 기술의 부족 때문에 그의 꿈이 당장 완전히 실현되지는 못했었다.
참고로 창조 과학회에서는 배비지가 독실한 크리스천 과학자였다고 띄우고 있다. ㅋㅋ 링크를 소개한다. (그 반면 튜링은 동성애자인 데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니, 기독교 진영에서는 별로 좋아할 구석이 없겠다)
http://www.kacr.or.kr/library/itemview.asp?no=243

그런데, 이 시대에 영국에서는 배비지의 계보를 이을 천재 수학자가 또 태어났는데, 이번엔 여자였다. 그녀의 이름은 에이다(Ada Lovelace; 1815-1852). 인류 역사상 최초의 프로그래머라고 일컬어지는 먼치킨 엄친딸 공순이이다. 이 두 사람은 사진기가 발명되기 거의 직전의 시기를 살았던 사람인지라 사진은 전해지지 않으며, 초상화나 스케치로 그려진 모습만 전해 내려온다. 하지만 에이다는 상당한 미녀였다고 한다. Lovelace라는 성은 백작 작위를 얻은 남편의 성에서 딴 것.

에이다는 ‘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졌더라’ 같은 어록으로 유명한 시인 바이런의 외동딸이었다. 아버지가 희대의 바람둥이었다고 하는데 딸 역시 머리가 비범했고 나중에는 도박에 빠졌다고 하니 평범한 인생을 살지는 못했으며, 그러다 자궁암 때문에 30 중반의 나이로 요절하여 세상을 짧고 굵게 살다 갔다.

그녀는 남들이 도무지 이해를 못 하던 찰스 배비지의 해석 기관의 원리를 간파하고 그 기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아차린 당대의 극소수 덕후 중 하나였다. 오늘날 절차형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본 골격이라 할 수 있는 루프, 조건문, 서브루틴 같은 개념을 떠올렸다. 그것을 처리하는 기계를 만들고 그 틀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짜서 돌리면, 기계로 음악도 작곡하고 그림도 그리게 할 수 있다고 상상했다. 무려 19세기에 말이다!

배비지 역시 에이다의 재능과 글빨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기계가 숫자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10진법이 아닌 2진법이 유리하다는 발상을 했으며, 베르누이의 수를 구하는 ‘프로그램’을 해석 기계를 기반으로 실제로 작성하기도 했다. 그래서 최초의 프로그래머이다. ㅎㄷㄷ;;; (베르누이는 유체 역학에서 배우는 베르누이의 원리를 발견한 그 과학자 겸 수학자이다. H2O가 뭔지 정도야 '문과 출신'도 알겠지만, 베르누이의 수가 뭔지는 어지간한 이과 출신도 들어 보지 못했을 것이다.)
http://www.bernoulli.org/

그로부터 100년 남짓한 시간이 지나고 전자식 컴퓨터가 실제로 발명되었을 때, 한 절차형 프로그래밍 언어는 바로 이 여성 프로그래머를 기려, 그녀의 이름을 따서 Ada라고 명명되었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이름에다가 전설적인 프로그래머의 이름을 붙였으니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Ada 언어는 1983년에 첫 제정되었으며, 이는 시기적으로 C++의 탄생 시기와 일치한다. C++의 고안자가 스웨덴 사람인 반면, Ada의 초창기 핵심 고안자는 프랑스 사람이었다. Ada는 당시 난립하던 프로그래밍 언어들의 통합을 목적으로 미국 국방성으로부터 강력한 후원을 받으며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쪽 바닥--무기를 가동하는 전산 시스템 같은--에서는 지금까지도 표준 언어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본인은 에이다 언어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이 언어의 문법은 일단 파스칼과 얼추 비슷하다. 암호스러운 기호들보다는, 타이핑을 더 하더라도 깔끔하게 영어 단어 표기를 선호한다. 패키지 단위로 빌드가 이루어지는 것도 C/C++보다는 파스칼 방식이다. (참고로 베이직 언어의 경우, MS의 퀵베이직은 include에 컴파일/링크까지 C언어의 빌드 모델을 그대로 이어받은 반면, 파워베이직은 파스칼과 비슷한 방식을 쓰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움.)

Ada에 대해서도 예제 코드를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미리 말하지만 C/C++의 사고방식보다는 파스칼의 관점에서 보면 굉장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대소문자 구분이 없는 언어라는 것까지도 똑같다. 비록 요즘 C++의 영향을 받은 자바나 C# 같은 언어들의 추세는 대소문자 구분이지만 말이다. 더 자세한 것은 http://www.adahome.com/ 참고.
아니, 그러고 보니 Ada는 수학자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까지 파스칼과 일치하는구나.

Ada는 기존 언어들의 통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이것저것 여러 언어 요소들을 집어넣느라 표현의 자유가 굉장히 넓으며, 제공되는 언어 요소가 많다.
무슨 말이냐 하면, 가령 다차원 배열(a[2,5])과 배열의 배열(a[2][5])을 구분하여 모두 표현할 수 있고,
단축연산이 지원되는 논리 연산자와(and also나 or else), 그렇지 않은 연산자(그냥 and나 or)가 모두 제공된다.

파스칼처럼 0..100 같은 식의 subrange도 당연히 지원되고, 똑같은 정수형이라도 int 같은 기본 자료형과 완전히 호환되는 단순 alias/typedef인지, 아니면 int와 호환되지 않는 별개의 타입인지도 지정 가능하다. 타입 하나는 C/C++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정교하고 엄격하게 만들 수 있어서 좋다.
함수 안에다 함수도 당연히 만들 수 있고, while이나 for 같은 loop 자체에다가 label 이름을 붙여서 다중 loop을 goto문 없이 바로 탈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것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Ada는 처음 발표되었을 때는 문법이 필요 이상으로 너무 복잡하고 컴파일러로 다 구현하는 데 난감하다는 불만도 있었다고 한다. Quicksort의 고안자께서도 그렇게 불만을 제기한 사람 중 하나였다고 함. 하지만 오늘날은 C++도 가히 복잡성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에 도달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다지 여성향을 느낄 수 없는 것 같은 전산학 분야에도 이런 사연이 있는 여성의 이름을 딴 프로그래밍 언어가 존재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여성 프로그래머 모에~ 이다. 하하. =_=;;
참고로 성경에는 Ada와 가장 비슷한 이름으로 유대 왕국의 왕 Asa가 있으나, 물론 성별부터가 다르다.

에이다가 살아 있던 19세기에 우리나라는 뭘 하고 있었는가? 딱 흥선대원군 시절이다. 그런데 본인은 그 시절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 좋은 기억이 도무지 없다. 19세기 하면 홍 경래의 난, 전 봉준 동학 운동, 게다가 명성황후 시해 등... 나라는 점점 탐관오리 부정부패와 외세의 침략에 휘말려 막장으로 치닫다가 이내 일제에게 주권을 빼앗기고 만다. 그런데 그 시절에 영국은 저런 상상을 초월하는 학문적 성과가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었으니... 오옷 역시 킹 제임스 성경과 철도를 만들어 낸 나라! 괜히 전세계를 호령한 선진국이 아니다.

게다가 전자기학의 대부인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 제임스 맥스웰(1831-1879), 그리고 나중엔 찰스 다윈(1809-1882)이 전부 동시대를 살았던 영국의 과학자들이다! 이 정도면 충격과 공포가 아닐까? 맥스웰도 마찬가지이지만 패러데이는 다윈의 진화론을 단호하게 반박하고 부정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인데( http://www.kacr.or.kr/library/itemview.asp?no=644&orderby_1=subject 참고), 에이다로부터 연애편지를 받고서 사랑의 힘으로 더욱 분발(?)하여 전자기력  관련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카더라’. 그러고 보니 패러데이는 찰스 배비지와 거의 동갑이니 흠좀무.

끝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에이다 부인은 암 치료 과정에서, 당시 통용되던 bleeding (또는 bloodletting) 시술 중에 사망했다. 쉽게 말해 피를 빼내는 작업이다. 옛날 사람들은 병에 걸리면 환자의 혈액에 독소가 차기 때문에 그걸 제거하면 병이 나으리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마치 체했을 때 손가락 끝을 따는 것처럼? 그런데 그렇게 바늘로 찔러서 몇 방울 따는 것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피를 많이 퍼내다가 오히려 환자를 탈수와 쇼크로 인해 죽게 한 경우도 많았다고.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며 세계 최초로 자기 임기만 마치고 권좌에서 물러난 지도자인 조지 워싱턴도 bleeding 중에 죽었다. 문헌을 찾아보니 그는 은퇴 후 노후로 인한 폐렴· 천식· 독감 합병증에 걸렸는데, 의사가 치료랍시고 허약한 노인의 피를 5 pint... 거의 2리터가 넘게 빼냈던 것이다. 성인 인체의 전체 혈액이 5리터 남짓이라 하며 헌혈만 해도 아주 건장한 성인 남자를 대상으로 많이 채혈할 때가 3~400ml 정도 하는데, 그의 5배가 넘는 양을 뽑아냈으니 환자의 명을 재촉하는 행위밖에 더 되었겠는가? 그 당시는 혈액에 면역 시스템이 있다는 걸 모르던 시절이었고, 육체의 생명이 피에 있다는 걸(레 17:11) 실감을 못 했었다.

http://gwpapers.virginia.edu/articles/wallenborn.html
http://www.av1611.org/amazing.html

Posted by 사무엘

2010/07/29 08:36 2010/07/2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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