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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에 고속철이 있다면 여객 항공기에는 초음속기가 있습니다. (정말 적절한 비유 ㅋㅋㅋㅋ)

1.

1903년이던가,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동력으로 움직이는 항공기를 발명한 후,
항공기는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투기로도 등장하고 이내 여객용으로 가히 지구촌 시대를 열었습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의 여객기는 최고 속도 순항 상태일 때 시속 850~900km (마하 0.9)쯤 되는 아음속기입니다. 이 정도로도 육지에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빠른 속도이며, 사실 바람을 잘 탈 때면 아음속기도 시속 1200~1300에 도달해서 잠시 초음속으로 날기도 합니다. 그러나 속도에 대한 열망은 그것으로 모자라 초음속기의 개발을 부채질했습니다.

물론 자동차 중에도 초음속 자동차라는 게 있어서 주로 사막에서 시범 운행한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용성은 거의 없죠. 그리고 그런 차들은 엔진도 일반적인 자동차의 4행정 기관이 아니라 제트 엔진을 쓰기 때문에 배기가스 배출, 연료 소모도 장난이 아닙니다. 여객 항공기는 대개 터보 팬 엔진을 쓰죠.

철도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원으로는 지하철과 고속철 모두 전기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비행기의 동력원은 역시 기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디젤-전기 방식은 아니고요. 항공유는 경유-중유 수준의 묵직한 디젤유는 아니고 휘발유에서 등유 사이뻘 되는 등급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지, 경주용 자동차용 연료에다 그러는 것처럼 옥탄가를 더욱 강화하고, 특히 영하 수십 도에 달하는 구간에서도 얼지 않도록 부동액 성분도 첨가된다고 합니다.

오늘날 실용적으로 운행되는 고속철들이 최고 시속 250~300km대입니다. 하지만 비행기는 활주로를 한창 지나서 날아오르기 직전에 이미 시속 300km대로 달리게 됩니다. 열차가 자꾸 자주 정차하는 건 싫지만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건 신나고 재미있습니다.

항공기는 고도의 유체역학 원리에 따라서 하늘로 뜨게 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양 옆으로 날개도 폼으로 있는 게 아니라 치밀한 설계에 의해 넣은 것이죠. 그런 비행기들은 지구와 같은 공기가 없는 곳에서는 연료를 연소시킬 수 없기 때문에 날 수 없기도 하지만, 양력을 발생시킬 수 없어서 더욱 뜰 수 없습니다.
또한 반대로 말하면 우주선들은 어차피 지구 대기권을 나는 항공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운항하기 때문에 날개가 필요 없습니다.

2.

전투기야 우리나라도 초음속기 개발에 성공했으니 더 말이 필요없지만,
초음속 여객기 하면 역시 영국과 프랑스 합작으로 개발되었던 콩코드가 거의 유일합니다. 잘 알다시피 음속의 2배를 조금 넘겼지요.
사실, 콩코드가 등장하기 전에 미국과 소련은 냉전 구도 하에 우주 개발 경쟁만 한 게 아니라 초음속 여객기 연구도 앞장서서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런 건 만들어 봐야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일찌감치 연구를 포기했습니다. 그 대신 아음속 여객기의 덩치를 더욱 키우는 연구를 계속했죠.

그 반면 소련은 콩코드보다도 먼저 사실, 세계 최초의 초음속기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상용화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영국과 프랑스가 유럽의 항공 기술의 자존심을 걸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공동 연구를 한 끝에 콩코드를 만들어 내고, 적자까지 감수하면서 나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운행을 한 것입니다. 대서양을 건너 런던· 파리에서 미국 뉴욕 사이를 왕래했습니다.

콩코드가 첫 비행에 성공한 것은 1969년 3월로, 인간이 최초로 달에 가는 데 성공한 아폴로 11호 발사의 4개월 남짓 전입니다.
콩코드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습니다.
폭이 작고 복도가 매우 좁아져서 한 줄당 좌석이 기차나 버스 수준인 2x2입니다. (우왕!)
만석일 때 100수십 명 남짓밖에 탈 수 없어서 이는 결국 한 사람당 매우 비싼 운임으로 연결됩니다. 2003년경에 대서양 한번 건너는 편도 운임이 한국 돈으로 거의 900만~1천만 원.. 일반 아음속 항공기 일반실 운임의 10배가 넘었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동력을 내야 하기 때문에 같은 거리를 날아도 연료도 더 많이 들고, 이륙도 더 빨라야 하고 타이어에 걸리는 부담도 더 크고, 뜰 때 더 가파르게 하늘로 올라야 했다고 합니다. 거기에다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 문제, 소닉 붐 충격파, 자국 영공 내에서의 초음속 비행에 대한 규제 등, 골치 아픈 요인도 많았습니다.

끝으로 또 생각할 게 있습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상공은 영하 수십 도에 이르는 저온이지만, 그 정도로 빠르게 날면 공기와의 마찰 때문에 기체 역시 100~200도나 되는 온도로 달궈집니다. 우주선이 지구 대기권으로 재돌입할 때 시뻘겋게 열 받고 달아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음속기는 단순히 엔진의 출력만 강한 게 아니라 열에도 강해야 하고 마치 철도 레일이 여름에 늘어나는 것처럼 어느 정도 신축 현상에도 대비하여 설계되어야 합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음속 여객기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마하 2.2의 속도로 날면서 예전에 8시간 가까이 걸리던 런던-뉴욕을 고작 3시간 반대로 단축시켰기 때문입니다. 생긴 것도 학처럼 정말 우아하게 생겼죠.

이거 아십니까? 콩코드는 지구가 자전하면서 지표면이 돌아가는 속도보다도 더 빨리 이동하는 인류 최초의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우주선이나 로켓은 아예 지구를 떠날 때 쓰는 물건이므로 논외로) 그래서 정오에 런던을 출발하면 현지 시각으로 오전 11시 30분에 뉴욕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이용해 그때 인류 역사상 초유의 엽기적인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1973년 6월 30일에 개기 일식이 일어날 때의 일이었습니다. 이런 사건은 지구상에서는 잘 해야 5~7분 남짓한 시간 동안밖에 관측할 수 없으며 사실 이것도 굉장히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그런데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더 빠른 비행기가 발명되었으니, 비행기로 달의 그림자를 쫓아가면서.. 일식 장면을 계속 관측하는 게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

과학자들은 일식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경로를 치밀하게 계산해 놓은 후, 그 비싼 콩코드 비행기를 무려 전세 내서 기내에 온갖 측정 장비들을 설치했습니다. 덕분에 하늘에서 개기 일식을 무려 7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 해 10월 15일에 오일 쇼크가 터지기 100일 정도 전의 일이었죠.
http://sodyssey.egloos.com/2323422.

4.

그러나 초음속 여객기는 대중화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였는지? 콩코드 역시 운영상의 어려움과 적자에 시달렸습니다. 자존심이 있는데 당장 운항을 중단할 수는 없고 좀 애물단지 계륵처럼 됐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20세기가 막바지에 이르고 콩코드의 내구 연한 30년도 임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2000년 7월, 대형 사고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드골 공항에서 이륙하던 콩코드 4590편.
이륙하는 과정에서, 직전 항공기가 이륙하면서 떨어뜨리고 간 금속띠를 밟으면서 타이어가 쫙~ 찢어져 터지고, 그 타이어 조각이 연료탱크를 파손했습니다.
비행기는 이미 시속 300km V1 속도를 넘어서서 이륙을 중단할 수 없는 상태가 돼 있었고, 기체 뒷부분이 불길에 휩싸인 채로 하늘로 떴습니다.

연료는 양 날개 내부에 담겨 있었는데 그게 다 홀랑 타 버리니 날개가 남아나질 못했죠. 곧바로 양력을 잃고 실속 상태. 조종이 불가능해진 비행기는 고도 100미터를 채 못 오르고 저공에서 빙빙 돌다가 추락해 버립니다.
화재 때문이었는지 탑승객 전원 사망.
최첨단 초음속기에다 25년 가까이 무사고를 자랑했던 호화 여객기 콩코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사고 원인을 추적한 과정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추리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http://blog.naver.com/toysher?Redirect=Log&logNo=50007967386

이 사고를 계기로 콩코드는 안전 기준도 더욱 강화되었지만 슬슬 운행 중단으로 기울어 갔고,
2003년 10월엔 모든 콩코드기가 운항을 중단하고 현역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간간히 뉴욕-도쿄 간 초음속기가 새로 개발 중이라고 몇 년 전부터 소식은 들어 왔지만 그게 언제 다시 실현될지는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16 12:35 2010/04/1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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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나 자가용 같은 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모든 교통수단에는 객실 내부에 화장실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버스만이 생리 현상을 실시간으로 주행 중에 해결할 수 없다. 물론 외국에는 우리나라보다 더 큰 50인승이 넘는 규모에 화장실까지 갖춘 차가 있다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나라의 일반열차들은 소변기만 있는 남자 전용 화장실 + 남녀 공용 좌변기 화장실 이렇게 객차 하나당 화장실을 둘 갖추고 있다. 붙박이 건축물의 화장실에 존재하는 변기는 도기로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교통수단 내부의 화장실 변기는 플라스틱이나 금속재도 많이 보는 것 같다.

공간이 제일 아쉬운 비행기는 남녀 공용 좌변기 화장실 하나만이 존재한다. 화장실을 하나 만들려면 일단 오물 보관 탱크에 세척용 물탱크까지.. 교통수단의 입장에서는 오버헤드가 꽤 생기는 셈이니 말이다(수분은 몸을 무겁게 한다!).
배는 글쎄? 어지간한 규모가 있는 여객선이라면, 그래도 교통수단들 중 가장 여유가 있으니 남녀가 구분된 화장실이 있으려나?

기차를 마지막으로 탄 경험이 한참 옛날인 분들은 아직도, 열차가 정차 중일 때는 화장실 이용이 허용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로, 통일호 직각 좌석 열차가 다니고 천장에 에어컨도 아닌 선풍기가 달려 있던 시절의 얘기이다. 출입문을 손으로 열 수 있어서 주행 중에 선로로 추락하는 게 가능하던 시절의 얘기이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때 화장실 이용이 금지되었던 이유는 오물을 곧장 바깥 선로로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 승강장 주변 선로로 오물이 투척되면? 충격과 공포.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은 열차가 고가 위로 달릴 때 그 아래로 지나가지 않았다. 철도청에서는 선로 주변 오물을 수거하는 전담 부서마저 뒀다는 믿지 못할 얘기가 전해진다.
물론 1980년대 이후부터 도입된 객차는 오물을 자체적으로 모아 두는 시설이 있으므로 아무 때나 화장실을 이용해도 주변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아무 걱정 말 것.

비행기는 이착륙 중일 때 정도에나 화장실 사용이 금지된다. 물론 이건 화장실 자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안전하게 좌석에서 안전벨트 매고 기다려야 하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오물을 바로 지상으로 투척할 리는 없을 테고.. -_-;; (그랬다간 철도보다 더욱 충격과 공포)

그런데 비상 착륙을 해야 하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아까운 연료를 버리는(fuel dumping) 상황이라면, 분위기 잘 봐 가면서 바다 위로 오물 투척도 못 할 짓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둘 다 환경오염-_-이긴 마찬가지이고...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연료를 못 써서 덤핑할 정도이면 어차피 그렇게 오래 날지도 못한 상황이고 오물이 그렇게 많이 쌓이지도 않았을 것 같긴 하다. ^^;;;

그리고 어차피 화장실과 바깥이 완전히 격리된 건 아닌 모양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Catch Me If You Can을 보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비행기 화장실을 통해 경찰을 피해 바깥으로 탈출하는 장면도 나왔다. 엥?

화장실 설치와 오물 처리에 관한 한 다른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제일 수월하고 만만한 녀석은 단연 선박일 것이며, 그 이유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정화조 정도는 거치고 배출해야 할 것이다. 전세계의 모든 폐기물 찌꺼기는 결국 바다로 몰려들게 돼 있는데, 강물이 아닌 바닷물은 소금기가 포함되어 있어 쉽게 얼거나 부패하지 않는 구조가 된 것은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화장실 내부에서의 몰래 흡연 집중 단속은 공통적인 추세.
특히 비행기 같은 경우 화장실 내부에 연기 감지기까지 설치되며, 사실은 기내에 라이터 하나 갖고 들어갈 수도 없다. 심지어 향수나 스프레이까지, 액체 반입 자체가 전면 금지는 아니더라도 반입량이 제한이 걸려 있다.

하지만 옛날엔? 스튜어디스가 간접흡연 때문에 폐암 걸렸다고 소송을 걸 정도였으며 심지어 불꽃 하나만 잘못 튀어도 팀킬 ‘캐발살’인 비행선에도 흡연실이 따로 있었다! 역시 보안 관련 규정은 한번 거하게 사고를 당한 뒤에 허겁지겁 생기는 법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07 09:25 2010/04/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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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분야 잡설

1.
“항공기의 발달로 호화 여객선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바로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항공기 대신 고속철,
호화 여객선 대신 새마을호
라고 집어넣으면 역시 딱 말이 되는 것 같다. 정말 말 된다.

새마을호 역시 그렇게 몰락하고 있다.
열악한 선형에서 빠른 속도보다는 전무후무한 내장재로 고급 열차 노릇을 하다가 그 자리를 이제 KTX에게 내어 줬다. 그 대신 KTX는 새마을호보다 좁고 좌석이 열악하다. KTX2는 좀더 나아졌겠지만 말이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타이타닉 생존자였던 고령의 할머니는 회상을 시작하면서 ‘타이타닉은 정말 환상적인 배였어..’라고 말하는 게 나온다. 그처럼 본인도 ‘새마을호는 정말 환상적인 지상 낙원 열차였어’라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회상할 것이다. 새마을호는 과연 인류의 철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안락하고 화려한 열차였다.
2.
이거 뭐, 비행기 안에서 개인 영상 시스템으로 항공 사고 관련 영상물이 방영되다니... ㅋㅋㅋㅋ 소재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다. 듣자하니 일반 TV 방송을 여과 없이 그대로 상영하다 보니 이런 게 화면으로 나갔나 보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식사 하면서 똥 얘기, 토한 얘기를 나누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에 지인과 같이 비행기 탈 일 있으면 여행 중에 역대 비행기 추락 사고의 역사 얘기나 나눠 볼까? -_-

3.
김 민규 님의 글. 교통수단 UI에 관심이 많은 본인으로서 무척 공감이 가는 분석이다.
철도는 그야말로 녹음된 안내방송의 최고조를 달리고 있다. 한국에서 고객이라는 말을 쓰는 분야는 철도밖에 없다.
 
철도는 고속버스나 비행기처럼 point-to-point가 아니라 일단 중간 정차역이 많다 보니, 근본적으로 방송이 잦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다른 회사 구간은 모르겠지만 도철(SMRT)은 정말 친절 그 자체.
 
"잠시 후 우리 열차는 곡선 구간을 통과하여 약간의 소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급제동이 발생했습니다. 여행 중 불편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전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성우가 녹음한 방송이 자동으로 나간다. ^^;;
정말로 급제동을 걸 확률이 높은 고속버스에서 저런 방송을 할 리가 없으며,
비행기도 "주변 기류가 불안정합니다. 승객 여러분은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십시오" 이런 멘트는 승무원이나 기장이 육성으로 영어까지 일일이 말하지, 녹음된 방송이 흘러나오지는 않는다. 사실 비행기는 출발 직후의 안전 수칙 안내를 제외하면, 나머지 안내 방송은 다 육성이다.
 
또한, Thank you for your co-operation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란 문구 역시, 공항이나 비행기 내부가 아닌 육상 교통수단에서는 거의 들을 일이 없다. 비행기는 사고 위험이 높은 교통수단이다 보니 통제할 것, 승객에게 당부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안전벨트 자체가 없고, 이미 있던 승차권 개집표기마저 없애고 있는(일반열차) 철도와는 넘사벽.
 
결론은... 비행기 타고 싶다.. ^^;;;;;;;;
그나저나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는 엄밀히 말하면 어법에 맞지 않다. 불편이란, 그냥 끼치는 것이지 끼쳐 "줄" 필요가 전혀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이 되지만, "해 주셔서 죄송합니다"는 틀렸다. 그냥 "해서 죄송합니다"인 것이다. 본인은 국문과 전공도 아니고 딱히 토박이말 순수주의자도 아니지만, 내 모국어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엿가락 같은 언어가 되는 건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게 눈에 잘 띄는 편이다.
 
철도 기관사 정도만 해도, 되기 어려운 정도라든가 급여, 사회적 지위가 최소한 공립 학교 중등 교사뻘은 된다. 하지만 비행기 조종사는 가히 대학 교수나 군 장성 같은 레벨이 될 것이다.

- 돈 졸라 많이 벌긴 하는데 쓸 일 별로 없다 (사람 접대를 안 하니, 품위 유지비 같은 것도 별로..)
- 생명 수당.. 위험 부담이 크고 스트레스 받는다
-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하고는 떨어져 돌아다닌다
- 여자 앞에서 졸라 뽀대 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비행기 조종사(특히 국제선 기준)는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 피우기엔 최적의 직업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 뭐, 조종사들의 실제 사정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니고 현업 조종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므로 오해 없기 바란다.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뜻.

Posted by 사무엘

2010/03/24 16:40 2010/03/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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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서울 지하철 5, 9호선; 공항 철도) 김포공항 역은 여러 건물로 이루어진 김포 공항 단지(complex? ㅋㅋ)의 딱 중앙에 자리잡아 있다.
내부엔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로터리가 하나 있는데 그 로터리의 남쪽은 국내선 청사 방면이요, 북쪽은 국제선 청사 방면이다.
그리고 서쪽은 한국 공항 공사 본사 방면이고 동쪽으로 가면 9호선과 공항 철도 공용 승강장이 나온다.

하지만 인천 공항 개항 전에는 지금의 한국 공항 공사 건물이 국내선 청사였고, 지금의 국내선과 국제선 청사는 각각 국제선 1청사와 2청사였다고 한다. 인천 공항에 비해 지금 김포 공항은 정말 규모가 작음을 알 수 있다. 있던 건물도 각종 상업 시설로 개조를 많이 했기 때문이리라. 비록 공간에 한계를 느껴서 인천 공항을 더 만들게 됐지만, 김포 공항도 왕년에 한 나라의 허브 공항 역할을 할 정도였으니 원래 작은 크기는 결코 아니다.

전철이 있는 로터리는 5호선의 뒷쪽(상일동· 마천 방면)에 치우쳐 있는 편이기 때문에, 서울 도심에서 5호선을 타고 김포 공항 국내선을 이용하거나 공항 철도로 여행을 계속하려면(인천 공항 국제선), 진행 방향 기준 뒷칸을 타는 게 환승에 유리하다. 하지만 흔치는 않은 경우이지만 김포 공항 국제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앞칸을 타는 게 유리하다.

5호선과 9-공철 승강장은 서로 L자형으로 교차하며, 둘의 고저 차이가 무척 크기 때문에 환승 거리는 약간 긴 편이다. 5호선은 김포 공항을 경유하기 위해서 심한 드리프트를 한 후, 방화 방면으로 북쪽으로 향하게 된다. 마치 월드컵 경기장을 경유하기 위해 드리프트가 생긴 6호선과 비슷한 맥락이라 하겠다.
그 반면 9호선과 공철은 수평을 향하고 있으며 잘 안다시피 평면 환승에다 직결 운행까지 예정되어 있다. 2기 지하철에는 전혀 없고 1기 지하철인 1, 3, 4호선에서나 볼 수 있던 직· 교류 겸용 전동차를 9호선에서 보는 날이 과연 올까?

전철역 환승 로터리에서 국내선이든 국제선이든 공항 여객 터미널까지는 여전히 250~300미터 가까이 긴 통로를 통과해야 한다. 사실 어느 정도 되는 규모의 공항에서, 국내선과 국제선 청사는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까지는 안 되더라도 버스 한 정거장 정도 거리는 된다. 여기는 무빙워크가 진작부터 존재해 왔다. (종로3가 역 무빙워크보다 훨씬 더 일찍) 물론 인천 공항도 전철역에서 터미널까지 거리가 꽤 길기 때문에 무빙워크가 중간 통로에 있다.

각종 표지판들은 인천 공항은 잘 알다시피 군청색 바탕의 전속 서체를 쓰고 있는 반면
김포 공항은 짙은 고동색 바탕의 맑은 고딕 서체를 쓴다.
무선 인터넷은 인천과 김포 모두 잘 되는 것을 확인했다. 인천은 네이버가 제공했는데 김포는 알 수 없는 이름이 뜬다.

인천 공항은 지하 1층 로비(환전과 로밍 시설), 1층 도착장, 2층 항공사 사무실, 3층 항공사별 탑승 수속 부스 겸 탑승장으로 딱 나뉜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위로 3층이 내려다보이는 4층에 일부 식당가가 있다.
김포 공항의 구조는 이와는 약간 다르다.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1층 로비 겸 도착장, 2층 항공사 부스이고 2층보다 공간이 좁은 3층에 몇몇 식당들과 더불어 탑승구가 있다.

한편 부산의 김해 공항은 어떻더라? 딱 들어가서 비행기를 탈 때까지 계단을 이용한 기억이 없는데 잘 모르겠다. 공항까지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탔기 때문에 애초에 위쪽의 탑승층에서 내린 것일 수도 있다.

국내 대부분의 국제공항들은 국내선과 국제선의 비중이 서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에 반해 인천 공항은 압도적으로 국제선의 비중이 높다. 그렇지만 인천 공항에도 국내선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가령, 대구는 KTX에 밀려 김포 공항 노선은 없어졌지만 하루 단 한 번 인천 공항으로 바로 가는 노선은 있다.
인천 공항 내부의 국내선 이용 통로는 마치 서울 역으로 치면 서울-천안 급행 전동차를 타는 통로처럼 아주 작고 평상시엔 찾기도 쉽지 않은 그런 시설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항공을 포함해 모든 원거리 대중교통들은 탑승 전에 별도의 직원이 승차권/탑승권을 검사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최소한 철도만은 그런 게 (거의) 없다. 지하철은 아예 기계가 개· 집표를 대신하고 있고 일반열차는 그런 절차가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다. 아마 KTX 정도나 입석· 자유석 승객을 중심으로 하여 승무원이 차내 불시 검문이나 아주 가끔씩 하고 있을 것이다.

김포 공항을 주말에 답사하니 역시 인천만치는 아니어도 북적북적 분주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여행 가는 승객도 많고, 출장이라도 오고 가는지 검은 양복 넥타이 부대 아저씨들도 많이 보였다. 나도 어서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KTX도 많이 타고 비행기 많이 타고 다니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09 23:46 2010/03/0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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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분위기 외

회사 외근 업무 때문에 가끔씩 금천구 가산동 쪽을 방문할 때가 있다. 여기는 내가 다니는 교회하고도 아주 가깝다. 하지만, 정확한 연혁은 모르지만 10,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여기 일대는 다 황량한 ‘공장’이었다고 한다.

여기를 둘러보면서 바로 느낀 게 있었다. 교통수단의 소음 때문에 고생 좀 하겠다는 것. 근처에는 경부선 철길이 지나는데(가산디지털단지-독산) 여기는 KTX와 전동차까지 포함해 전국에서 열차가 가장 자주 드나드는 구간이다. 그런데 딱히 방음벽도 없다. 열차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관통하고 디젤 기관차 소리는 10수십 층짜리 빌딩 안에서도 아주 선명하게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하나 더, 비행기가 있다. 금천구, 구로구 정도가 되면 김포 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들은 굉장한 저공 비행을 하면서 착륙을 준비한다.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여객기가 무려 세 대나 지나는 걸 보기도 했다. 당연히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하긴, 분당도 성남 서울 공항 인근인 편이기 때문에 여객기가 아닌 정체 불명의 비행기가 저공 비행을 하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빈도가 김포 공항 인근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뭐 기차 소리가 자주 들리면 나야 좋다. ^^ 철길 바로 뒤에 집을 장만하고 싶다.
비행기는 개인적인 생각에 이륙할 때 소리가 굉장히 멋있지만, 순항 중일 때의 소리는 별로이다.

덧.
1. 가산디지털단지(1호선)와 독산은 모두 "폼 | | | | 폼"의 형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둘은 경부선이 2복선화한 최소한 80년대 이후에 개통한 역이라고 언뜻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추측은 절반만 맞다. 독산 역은 신길과 같은 시기인 무려 1998년에 개통한 추가역이 맞으나, 가디단은. 1974년 초기부터 가리봉이라는 이름으로 영업해 왔다고 한다. 그럼 역이 완전히 이설 내지 리모델링을 겪기라도 했다는 말인지 궁금하다.

2. 올해 초에 1호선 경부선 구간에 당정 역이 개통한 데 이어, 조금 있으면 병점 차량 기지 내부에 서동탄 역도 개통한다.
3호선 수서-오금 연장에 이어 올해도 여기저기서 개통 소식을 들리는 게 즐겁다. 다음 달부터는 KTX 2까지 바로 투입된다니!
그나저나 고속철 2단계 구간과 경춘선 전철, 공항 철도 2단계 구간은 과연 올해 안으로 볼 수 있으려나 궁금하다.

3. 안전을 빌미로 재미있는 철도 볼거리가 점점 줄어드는 건 좀 아쉽다. 스크린도어가 일반 지하철 승강장의 촬영 범위를 크게 줄여 놓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전망 좋기로 소문나 있던 버티고개 역과 옥수 역도 이제 예전의 그런 전망이 아니다.
게다가 화재에 취약하다면서 5호선 신금호와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 역 승강장의 암반 인테리어도 철거되었다니 안타까운 소식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23 22:19 2010/02/2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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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해서 한두 번 들은 게 아닌지라,
지금까지 뉴스에서 그냥 흘려들으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만 해 왔는데
이번 사건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특히 회사는 줄곧 사용자 잘못이라고 일관하면서 차량 결함에 대해서는 쉬쉬했는데,
2009년 8월에 미국에서 차를 세우질 못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운전자가 911에 도움을 요청하는 육성 녹음 방송이 공개되면서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니!

(그 말만 남긴 후 쾅...
한번 밟은 액셀러레이터 페달이 떼어지질 않았다. 차는 시속 190에 가까운 속도로 돌진하다 다른 차량과 충돌한 후 전복, 화염에 휩싸였다. 일가족 4명 몰살.)

작년 5월의 한티 역 택시 역주행 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끔찍한 사고이다.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articleId=44116&bbsId=S103
이것도 오르막을 시속 100~140으로 돌진하다가 차는 두 동강 나고, 운전자와 승객 2명이 모두 숨진 괴이한 사고이다. 택시 기사가 그 전의 접촉 사고 때문에 발을 액셀러레이터에다 얹은 채 의식을 잃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다른 기계 결함 때문인지...
의혹이 무진장 많이 나돌았으며 방송에서는 액셀과 브레이크를 둘 다 밟으면 차가 설 수 있는지 실험까지 하면서 연구를 많이 하긴 했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진실은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여튼...
알고 보니 미국에서 지금까지 급발진 사고가 제일 많이 보고된 차가 도요타 차였고,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가 속속 폭로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결함의 정확한 원인이 아직도 딱 부러지게 파악이 못 된 상태라고 한다.

일본 굴지의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의 위신이 무너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규모 리콜에 동종 모델 차량 판매 금지.
덕분에 미국이나 한국의 자동차 경쟁사들은 반사 이익을 챙기는 중이다. "도요타 고객이 우리 회사 차로 이전할 경우 특별 할인" 같은 마케팅까지 구사하고 있으니 정말로 "난 라이벌은 일찌감치 밟아 주는 주의"(개그만화 4기 1화)임이 틀림없다.

일본 항공의 자존심이던 JAL도 저 지경 됐고, 그렇게도 품질 하나로 승부해 온 일본이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게 뜻밖이다.

차가 사람 말을 안 듣고 급발진을 시작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까?
정상적인 제동 방법만으로 차를 세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러지 못할 경우 시동을 끈다거나 P 위치, 주차 브레이크처럼 타이어나 자동차 부품을 손상시키면서라도 어떻게든 세워야 할 것이다. 자동차보다야 사람 목숨이 더 소중하니 말이다.

다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차를 세울 경우.. 특히 시동을 끌 경우 차는 핸들도 잠기고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 차가 감속하더라도 앞으로 가면서 서는 게 아니라 빙글빙글 돌고 심하면 전복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04 11:57 2010/02/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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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도로 trivia

1. 외곽으로 갈수록 점차 좁아지는 길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길이 점차 좁아진다는 것은 고속도로와 철도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임이 틀림없다.
철도 경부선만 해도 서울 시내 구간은 무려 3복선이다. 하지만 구로 이남부터는 2복선으로 줄고 천안 이남부터는 그냥 복선이다. 경부선을 빠져나가 대구선, 경북선 같은 지선으로 들어서면 아예 단선이 된다.

경부 고속도로에서도 이와 같은 양상을 볼 수 있다. 최근에 본 기억으로(2009년 가을) 판교 인근은 정말 드라마틱하게 변하고 있었다. 나들목을 새로 만드는 듯했는데, 이쪽 구간의 어마어마한 차선 수에 기겁을 했다. 최하 10차선은 된 것 같았다. 경부 고속도로는 이미 대부분의 구간이 8차선이어서 굉장히 넓은 축에 드는데, 그런 구간마저 좁게 느껴질 정도였다. 분당 정자동의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다시 예전의 8차선으로 복귀.

여기는 장거리 이동자뿐만 아니라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매일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경기도 동남쪽은 철도가 없이 아파트만 잔뜩 지어진 지역이어서 교통이 매우 열악하다. 지금 용인-서울 고속도로라든가 중부 고속도로, 그리고 외곽 순환 고속도로 같은 급의 철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12차선으로 시작한 고속도로도 수도권을 벗어나면 8차선으로 감소하고 나중에는 경부 고속도로의 원래 형태인 4차선으로 되돌아간다. 호남 고속도로만 해도 아직도 대부분의 구간이 4차선이고, 논산-삼례 구간은 이제야 차선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수도권과 지방의 길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결과는, 도로와 철도가 서로 살짝 다르다.
잘 알다시피 철도는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엄청나게 낙후해 있다. 경부선과 호남선 일부 구간만 빼면, 시속 7, 80대로 뚝 떨어진다. 그 대신 이런 지역의 고속도로는 교통량이 별로 없다 보니 차들이 시속 140 이상으로 과속한다. 화물차라든가, 무조건 FM대로 규정 속도를 준수해야 하는 고속버스는 예외이고 승용차들이 그렇다는 뜻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철도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자가용 없이는 못 사는 양상이 짙어진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귀결이다.

그 반면, 경부선 대전 이북으로 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여기는 그렇지 않아도 지형도 평지인 데다, 철도는 호남/전라/장항선이 전부 집결하는 구간이다 보니 마치 서울 지하철 2호선만큼이나 집중적으로 개량 투자를 받아 왔다. 그래서 고속도로가 정체가 시작되는 천안-평택-수원 구간은 오히려 철도가 최고의 선형을 자랑하며, 열차가 물 만난 고기처럼 달리기 시작해 시속 140까지 달린다. 인구가 밀집할수록 철도의 경쟁력은 올라가는 셈이다.

2. 수원

본인은 지금까지 태어나서 수원에는 거의 갈 일이 없었을 뿐더러 가더라도 무조건 철도만 이용했다.
수원은 철도가 발달해 있고 위치상으로도 수도권 편입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수원으로는 고속/시외버스 노선이 있을 리가 없고 빨간 광역 버스만 존재한다. 버스 노선은 이미 철도가 들어서 있는 서쪽 대신, 철도가 없는 동쪽 위주로 발달해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수원의 버스 터미널들은 대체로 경부선 철길 쪽에 있다. 경부 고속도로 수원 IC는 행정 구역상으로는 수원이 아닌 용인에 있다. 그럼 대전-수원을 드나드는 고속버스는 어느 도로를 이용해서 이동하는지? 철도에 비해서 경쟁력이 있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대부분의 지방 도시들은 고속도로 진입로가 외곽에 있다 보니 주변에 산과 들밖에 안 보이는 반면, 수원 IC는 고속도로로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주변에 온통 건물뿐이다. 여기는 나름대로 폐쇄식으로 요금을 징수하기 때문에 톨게이트까지 있는데도 주변 경치가 그러하니까 무척 이색적으로 보였다.

3. 인천

본인은 수원뿐만 아니라 인천도 자동차로 방문한 경험은 전혀에 가까울 정도로 없었다. 하지만 작년에는 인천 송도 신도시에서 열린 무슨 행사에 참석할 일이 있어서 난생 처음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가 봤다. 분당-인천 사이니까 외곽 순환 고속도로와 제2 경인 고속도로 경로가 딱이었다. 청계 TG와 남인천 TG를 거치면서 통행료는 1500원 정도 빠져나갔다. (여기는 수도권이기 때문에 과금 방식이 폐쇄식이 아님)

성남에서 인천으로 가는 버스는 승차권에 좌석 번호가 배당돼 있지 않고(지정석이 아닌 자유석), 심지어 승차권을 끊을 필요조차 없이 시내버스 타듯 교통 카드 결제도 가능했다. 그만큼 단거리에 수요가 많은 노선이라는 뜻인데, 왜 배차 간격은 30분씩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저런 버스가 약간만 격이 더 낮아지고 싸지면 영락없이 빨간 좌석 광역버스가 되겠다.

버스는 우등-_-은 당연히 전혀 아니고 45인승이었는데, 벌써부터 서서 가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승객이 많았다. 그런 데다가 인천으로 바로 가지 않고 모란 역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승객을 더 태우고 갔는데, 버스는 완전히 콩나물시루 상태가 되었다. 야탑에서 모란을 경유해 가는 건 외곽 순환 고속도로로 치면 인천 방면이 아니라 서울, 남양주 방면으로 거쳤다 가는 것이기 때문에 동선이 좋지 않다. 노선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4. 분당-수서

서울 동남부를 통과하여 성남 방면으로 가는 자동차 도로로는 외곽 순환 고속도로뿐만이 아니라 분당-수서 고속화 도로라는 아주 걸출한 도로가 있다. 올림픽 대로(강남) 내지 청담 대교(강북)와 합류하여 길 한번 정말 잘 뚫려 있다. 본인이 경험한 이 도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서울 시내에서는 높은 고가로 달리다가 어느 새부터인가.. 한 야탑, 미금 정도를 지난 뒤부터는 평지로 내려가고, 그 이남부터는 지하도가 굉장히 자주 나오면서 기존 도로들과 입체 교차를 한다. 도로 형태가 무척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처음에는 외곽 순환 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다가 정자쯤 와서부터는 경부 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린다. (지도를 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것임)
- 달리면서 저 너머로 모란(8호선), 수서(3호선) 차량 기지 구경도 할 수 있다. 전동차 차량 기지를 구경할 수 있는 고속도로로는 인천 공항 고속도로(130)의 88IC 인근(5호선 방화), 그리고 외곽 순환 고속도로(100)의 강일 IC 인근(5호선 고덕)이 더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30 09:35 2010/01/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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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종 교통수단 분석 2

이번에는 각 교통수단을 둘둘씩 묶어서 비교한 것이다. ^^;;

※ 도로-철도 VS 비행기-배

- 전자는 육상 교통수단인 반면 후자는 그렇지 않다는 가장 간단한 차이가 존재한다. 후자는 전자보다 날씨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으며, 날씨가 심하게 안 좋을 경우 심지어 결항까지 한다.
- 전자는 탑승자의 신변 확인이 없이 걍 돈 내서 승차권만 갖고 있으면 누구나 탈 수 있다. 하지만 후자는 탑승권에 임자가 따로 있으며, 하다못해 피서차 고기잡이 뱃놀이를 가더라도 승선자 명단과 연락처는 미리 확보해 놔야 한다. 후자는 사고가 날 경우 동체 내지 탑승자가 아예 실종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 도로-비행기 VS 철도-배

- 후자가 전자보다 대체로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대량 수송에 더욱 친화적이다.
- 후자는 전자에 비해 가감속 성능이 떨어지며, 높낮이 변화에 무척 취약하다는 특징이 존재한다. 철도는 작은 마찰계수의 특성상 등판능력이 매우 떨어지며, 배는 고도 자체가 해수면에 완전 붙박이 고정. ㅋㅋㅋㅋ
- 전자는 언제나 우리 승강장과 수직으로 세워져 있는 동체의 앞부분 단일 입구를 통해 탑승한다. 하지만 후자의 철도는 언제나 승강장과 평행인 옆면으로 탑승하며 터미널형 탑승 형태는 매우 드물다. 배는 수직형과 평행형이 모두 쓰이는 듯하나, 매우 큰 배는 철도처럼 평행형이다. (타이타닉 같은 옛날 영화들에서 배 타는 장면 참고)

※ 도로-배 VS 철도-비행기

- 전자는 평면 위에서 조향이 가능한 깔끔한 2차원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후자의 철도는 앞뒤로만 달릴 수 있는 1차원 교통수단이고, 비행기는 완전한 3차원 교통수단이다.
- 후자는 기술 개발을 통해 전자보다 속도를 월등히 더 끌어올릴 여지가 충분히 있다. (고속철, 초음속기 등^^)
- 후자는 전자보다 다니는 길에 훨씬 더 민감하다. 자동차는 그래도 비포장 도로에서도 달릴 수 있고 배 역시 쇄빙선 같은 것도 있긴 한 반면, 철도는 매일 정교하게 선로 보수를 해야 하는 교통수단이며, 비행기 역시 활주로에 조금이라도 이물질이 있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배의 경우, 잠수함은 여객용으로 통용되는 교통수단이 아니므로 고려에 넣지 않았고 언제나 해수면을 떠 다니는 교통수단만 생각한 것임.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37 2010/01/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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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공항

※ 김포

인천 공항이 개항하기 전엔 서울에 자리잡은 우리나라 최대/최고의 공항이었다. 지금은 이 위치가 서울 강서구이지만 이 공항이 처음 생기던 시절엔 여기가 서울 시내로 편입되기 전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는 여의도에 비행장이 있던 것이 제법 외곽이던 이곳으로 이전했다.

나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문인데 부지가 비좁고 더구나 인근의 주거지 때문에 밤엔 비행기를 띄울 수 없는 문제까지 생긴 관계로, 관문 역할은 훗날 인천 영종도에 훨씬 더 큰 규모로 따로 만든 인천 공항에다 넘겨주게 되었다. 그 후 이 공항은 국내선 위주로 역할이 축소되었는데, 이제는 국내선만 취급하기에는 공항 용량이 많이 남는 관계로 중국과 일본 일부 국제선이 다시 취항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김포와 인천 공항의 관계는 일본으로 치면 도쿄 하네다와 나리타 공항의 관계와 거의 일치한다. 개인적으로 중국과 일본을 포함하여, 서울에서 2~3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단거리 노선은 그냥 김포에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인천 공항 올인 육성을 위해서 이는 실현되기 곤란한 사항이다.

한때는 지하철 5호선만이 연결해 줬지만 지금은 9호선과 공항 철도까지 개통하여 나름 3개 철도 노선으로 접근 가능한 곳이 됐다. 본인은 1999년에 나름 대회 참가차 미국 갈 때 김포 공항 국제선을 이용해 봤다.

※ 인천

1990년대에 경부 고속철과 더불어 2대 맘모스급 국책 사업으로 추진된 끝에, 섬을 삽 떠서 메워 만든 초대형 허브 공항이다. 주거지하고는 멀찍이 떨어져 있고, 공간도 무진장 넓고, 비행기는 24시간 뜨고 내릴 수 있고... 건설 당시엔 세종 공항으로 하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인천 시 정치인 쪽의 입김 행사로 인해 반영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인천 이외의 우리나라의 국제 공항들은 거의가 아시아를 벗어나지 못하고 일본· 중국 소수 노선에 국한된 반면, 이 공항은 명실상부히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공항으로서 전세계 수많은 항공사가 취항하여 쉴 새 없이 비행기가 왕래 중이다.
2001년에 개항하여 시설도 깔끔하고 으리으리하고 좋으며, 경영도 잘 해서 흑자 많이 내고, 외국에도 가격 대 성능이 뛰어난(공항 이용료도 저렴) 좋은 공항으로 정평이 나서 어떤 면에서는 일본 공항의 실적도 따라잡고 추월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좋은 공항을 왜 또 매각하고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나오나 모르겠다.

※ 성남

용도가 공군 비행장에 가깝고 민간인 여객 공항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공항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민간인용 지도에는 표기도 안 돼 있음. 가끔 에어쇼 할 때나 개방한다). 성남에 있지만 이름은 서울 공항이다. 서울에 있는 김포 공항처럼.. 이름과 실제 위치가 별로 매치가 안 되는 또 다른 예이다. ^^

그래도 서울 중심부와 가까우면서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 공항이 차지하는 전략적 의의는 꽤 된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용하고, 부시 대통령이 방한할 때 에어 포스 원 비행기도 이 공항으로 왕래했다.

※ 김해, 제주

서울에 있지 않은 국내 공항 중에 나름 저명도가 있고 자체 국제선도 취항하면서 흑자도 내고 있는 곳이다. 즉, 서울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 대도시인 부산, 그리고 어차피 고립된 섬이어서 이렇다할 교통수단이 비행기밖에 없는 제주도이다 보니 수지도 맞고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승산도 있는 것이다. (대구-부산은 아직 고속 신선도 없음) 특히 제주 공항은 그 특성상 국내선의 비중이 높고 비행기가 엄청 많이 드나드는 바쁜 공항으로, 세계적으로 순위도 꽤 높다고 한다.

참고로 서울 김포 공항도 강서구에 있고, 부산 김해 공항도 강서구에 있다.

여담이지만, 제주 국제 공항은 이례적으로 X자 모양으로 활주로가 두 방향으로 건설되어 있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한쪽 방향으로 이륙이 곤란한 경우 다른 편 방향으로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단, 양 활주로의 길이가 같지는 않아서 다른 편 방향으로 이륙은 작은 비행기만 할 수 있다.

※ 청주

김포가 북쪽 끝이고 김해/제주는 남쪽 끝인 반면, 청주 공항은 국토의 중앙에 있어서 위치가 어중간하다. 그래서 국내선은 제주도로 국한돼 있고, 일부 국제선을 취항해 있으나 수지가 맞지 않아서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한다. 철도 충북선에 청주공항 역이 있다.
한때는, 인천 공항을 새로 만드는 대신에 남한의 정중앙에 있는 이 청주 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육성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 대구, 포항, 울산

영남 지방에 있는 공항들이다. 대구는 일부 단거리 국제선이 있지만 포항과 울산은 국제 공항은 아니며 국내선만 취급한다. 국제 공항치고는 그렇게 외곽에 있지 않아 접근하기 쉬운 편이다.
국내선은 제주 아니면 서울 행으로 국한되어 있는데 대구는 KTX에 밀려서 김포 공항 노선은 사라졌고(1시간 40분만에 서울 중심 접근 가능!), 그 대신 인천 공항으로 바로 가는 노선만 있다. 포항은 제주도도 없이 서울 김포 행만 제공한다.

대구와는 달리 포항과 울산은 나라에서 육성한 대규모 공업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위치상으로 경부 고속도로나 경부선 철도로의 접근성이 열악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자 이런 식으로 공항이 존재해 왔다. 포항은 몰라도 울산은 KTX가 2차 개통하면 또 항공 교통이 어떤 양상으로 바뀔지 모르겠다.

서울에서 경주로 갈 때도 울산 공항을 이용하면 된다. 언제 한번 비행기 좀 타고 집에 가 보고 싶다.

※ 강원도, 호남

이런 지역에 있는 공항들에 대해서는 딱히 내가 아는 바가 없다. 서울에서 강원도로 가는 국내선은 과거에 육상 교통이 캐불편하던 시절에는 승산이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영동 고속도로가 굉장히 빠르게 잘 뚫려서(경부축의 KTX) 비행기의 장점이 크게 줄어들었을 뿐더러 강원도 쪽은 대도시도 없고 수요가 너무 부족하다. 양양 공항은 정말 악명 높던 사례이다.

광주 공항은 김포 공항으로 가는 노선이 있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여기도 KTX가 고속으로 달리지 못하고 육상 교통에 비해 항공이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33 2010/01/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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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L123 (1985년 8월 12일)

단일 항공기 추락 사고로는 최다 사망자가 나온 최악의 항공 사고로 손꼽힌다. 승무원 포함 탑승객 524명 중 520명 사망. 맨 뒤에 타고 있던 여성 4명만 생존. =_=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아니 그때 지금 같은 초대형 에어버스급 항공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500명이 넘게 사람이 몰살이냐? 비행기가 무슨 지상의 민간인을 덮치기라도 했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비행기는 산중턱에 추락했으며 희생자는 모두 비행기 탑승객 맞다.

여기에는 일본 특유의 짠돌이 근성이 한몫 기여했다.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전철만 봐도, 승객을 짐짝 취급하는 정도가 한국보다 더하다. 안 그래도 작은 협궤 전동차에 승객들이 터져나가다 보니 출퇴근 시간엔 승강장 길이보다 더 긴 열차, 한 량에 문이 우리나라처럼 4개가 아니라 6개인 열차, 아예 좌석이 없이 모든 승객이 서서 가는 열차처럼 별 게 다 다닌다.

사고기는 물론 보잉 747 대형 항공기이다. 원래 정원은 300명인데, 당시 경제 호황에다 명절 특수 덕분에 수요가 넘치는지라, 퍼스트/비즈니스를 없애고 모든 좌석을 이코노미로 개조하여 정원을 500명이 넘게 늘리고, 그 큰 비행기를 국내선에다 투입했다. 그렇다, 이 비행기는 도쿄에서 출발하여 오사카로 약 4, 50분 남짓한 시간만에 날아갈 예정이던 단거리 국내선이었다.

사고기에 크리가 터진 것은, 이륙 12분 후 거의 순항 고도에 진입했을 즈음에, 꼬리날개 부분이 바깥과 기내의 기압차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음과 함께 파괴되고부터였다. 이건 비행기에서 마치 배의 조향타, 사람 귀의 반고리관과 같은 부위인지라 비행기가 중심을 잡고 상하좌우 조향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조작은 사람의 힘만으로는 하기 어렵기 때문에 마치 자동차의 파워 스티어링처럼 유압 동력의 도움을 받아 행하는데, 이 오일도 다 유출되고 비행기는 한 마디로 엔진만 작동할 뿐 전혀 조종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고 만다. 객실과 외부가 뚫려 버려서 산소 마스크가 내려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승객은 산소 부족으로 인해 의식을 잃기도 했다고 한다.

사고기는 좌우로 들썩들썩거리면서 일반적인 착륙 속도의 수 배가 넘는 속도로 급강하하다가, 내려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또 양력을 얻어서 붕 뜨고, 또 급강하를 지상과 완전히 충돌할 때까지 계속 반복했다. 삼각 함수처럼 진동했다는 소리인데, 뜨고 내리는 그 고도 진동의 폭은 가히 수 km는 됐다고 한다. 이렇듯 이 비행기는 바로 땅으로 자유 낙하를 한 게 아니다. 꼬리날개가 날아가 버린 후, 이 짓을 완전히 추락할 때까지 거의 3, 40분간 지속하면서 서서히 실속(stall) 상태에 빠졌고 평균 고도는 낮아져 갔다. 그러니 들썩거리는 비행기 안에서 승객들은 극도의 어지러움과 공포에 떨어야 했으며, 일부는 여권에다 유서를 쓰기도 했다. 물론 엄청난 진동 때문에 글씨는 완전 꼬불꼬불 제멋대로였다.

사고기의 조종사에 대해는, 그런 패닉 상태에서 비행기를 최선을 다해 그 시간 동안만이라도 조종한 게 대단했다는 평도 있고, 기장이 이미 산소 부족으로 인해 잠시 맛이 가서 정상적인 대처를 못 했다는 평도 있다. 어쨌든 한번 실속 상태에 빠진 비행기는 모두의 기대를 저버린 채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머리 부분이 '/' 모양으로 아래를 향하면서 산에 거의 수직으로 충돌함으로써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추락 직전 드디어 GPWS (대지 접근 경보 장치)에서는 수 차례 "왱왱 pull up!" 죽음의 경고음이 흘러나왔다.

사고기는 저녁 6시에 출발했고 사고가 났을 때는 이내 해가 떨어진 밤이 되었다. 사고 소식을 들은 일본 정부에서는 즉시 수색/구조 헬리콥터를 출동시켰다. 그러나 현장을 확인한 헬리콥터는 생존자가 있을 리가 없다고 속단하고, 날씨도 안 좋은 깜깜한 밤에 빽빽한 산의 중턱에 헬리콥터를 착륙시키기란 힘들다는 귀차니즘에 입각하여 단념하고 그냥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구조 대원들도 산기슭에서 하룻밤을 그냥 묵고 만다. 최후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 직후엔 사실 4명 말고도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위급 환자가 여럿 더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밤을 지새우면서 추위와 구조 작업 지연으로 인해 결국 죽고 말았다. 온몸이 쑤시고 꼼짝달싹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헬기 불빛을 향해 손을 흔들었건만..! 일본 정부의 큰 판단 실수였다.

다음날 아침 드러난 사고 현장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흙더미에 파묻힌 채 나뒹구는 사람 손발, 이목구비 형체가 싹 사라진 민얼굴을 한 사람 모양의 숯검댕까지만 말하겠다.
(뜬금 없는 이야기이다만, 성경 창세기 1:2에서 땅이 형체가 없고 비었다는 말은, 멀쩡하던 사람 얼굴이 저 지경이 됐다는 것과 정확히 같은 맥락이다. 이전 세상에 대한 심판과 파멸 뉘앙스이지, 중간 과정을 나타내는 게 절대로 아니다)

대놓고 엔진이 고장났거나 기내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비행기가 뒷부분이 그렇게 망가져서 저렇게 서서히 추락하는 것은, 항공 역사상 무척 괴이하고 드문 사례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을 수사한 경찰과 항공 기술자들은 처음엔 무척 의아해했다. 그런데 진짜 원인은 사고기의 과거 내력에 있었다. 이 비행기는 7년 전 1978년엔 다 도착해서 착륙하던 중에 기수를 너무 높게 들어서 \ 뒷부분이 활주로에 긁히는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승객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타서 비행기는 무거운 상태였고, 질량이 큰 항공기에게 조금이라도 더 큰 공기 저항을 주어 착륙 시 신속하게 속도를 줄이게 하려면 기수를 좀 높게 치켜세우면서 착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게 화근이었다.

비행기는 운항 종료 후 즉시 수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매우 critical한 부품인 뒷부분 벌크헤드의 정비는 일본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 사에 의뢰를 해야 했다.
그런데 최소한 두 줄로 땜질을 해야 하는 곳을 보잉 사에서는 한 줄만으로 대충 때웠다고 한다. 이것이 나중에 금속 피로도의 증가로 인한 파손으로 이어졌고 결국 비행기의 추락을 야기하고 520명의 승객의 목숨을 앗아갔다.

오랜 기간에 걸친 재판 끝에 사고 원인이 보잉 사의 수리 잘못으로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보잉 사는 상당한 거액의 보상금을 일본 측에 지불해야 했다고 한다. 전해지는 일화에 따르면 보잉 747를 처음으로 설계했던 기술자는 자기 회사 직원의 정비 불량 때문에 내가 설계한 비행기가 추락해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죽은 것에 통한을 감추지 못했고, 별로 책임이 크지도 않은 일본 항공 측의 한 비행기 정비사는 숫제 자살까지 했다고 한다. 무슨 큰일이 터지면 혼자 책임 다 뒤집어쓰고 희생양으로 자살하는 관행이 통용되고 있는 일본다운 스타일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또 일방적으로 보잉 사만 나쁜놈으로 만들기에는, 그 부실한 벌크헤드가 왜 무려 7년이란 시간 동안은 별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전세계 항공업계는 아무리 대형 항공기라 해도 정원을 초과해서 승객을 태우지는 않게 됐다. 비록 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정원 초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꺼번에 너무 많이 태우고 가다가 사고라도 한번 났다가는 정말 너무 참혹한 올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500명 이상급의 초대형 항공기가 다시 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 테네리페 참사 (1977년 3월 27일)

잘 알다시피 비행기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3차원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두 비행기가 공중에서나 활주로에서나 서로 충돌할 일이 과연 있을까?
비행기는 단위 거리당 사망자 수로만 보면 자동차보다 월등히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더구나 요즘 같은 관제 시스템 하에서 추락도 아니라 비행기끼리 어이없게 충돌하기란, 그야말로 철길에서 열차가 정면 충돌할 확률 내지 가다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도 더 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페인 령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 섬의 로스 로데오 공항의 그 날은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항공 사고가 자연 재해나 인재 등 단일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반면, 이 사고는 하필 정말 "재수 옴붙었다고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최악에 최악의 가능성만 골라서 벌어지는 바람에 사상 최악의 최다 사망자 항공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활주로에서 전속력으로 이륙 중이던 네덜란드 소속 여객기와, 이륙하려고 택싱 중이던 팬암 소속 여객기, 이렇게 보잉 747 두 대가 정면 충돌하여 두 비행기에서 총 무려 583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참고로 아까 JAL123기 사망자 520명, 삼풍 백화점 참사 사망자 501명)

정말 지지리도 운이 없었다. 로스 로데오 공항은 비좁고 한산한 '삼류(?)' 지방 공항이며 사실 보잉 747 급의 대형 항공기를 제대로 취급하기가 버거운 형편이었다. 사고를 당한 네덜란드 KLM기와 미국 팬암 기는 원래 거기에 갈 예정도 아니었으며, 착륙하려던 라스팔마스 공항에 테러 위협 경보가 들어오는 바람에 임시로 저 공항에 가게 된 것이다.

하필 그 시각, 날씨도 엄청 흐려지고 짙은 안개가 앞을 가려서 관제탑에서 활주로 전체 모습을 식별할 수가 없어졌다.
거기에다 비행기 조종사와 관제탑 사이에 같은 영어를 쓰고도 서로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들었다. (전에 김 재주 님께서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에서 동사 table 의미 차이에 대해 지적한 것처럼)
KLM 기 기장의 멘트는 "이륙할 예정이다(의도한 뜻) / 이륙 준비 끝났다 (관제탑이 알아들은 의미)"로 의미가 서로 엇갈렸다.

이에 대한 관제탑의 회신은 "좋다. (2초간 쉬고) 이륙 허가를 곧 내리겠으니 기다리고 있어라"였는데, 뒷부분 멘트는 팬암 기 기장이 보낸 "안 돼. 우리가 아직 활주로에서 택싱 중이다!"와 겹쳐서 KLM 기로 제대로 전송이 되지 않았다.
"우린 이륙 준비 끝났다 / 좋다. 이륙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좀 기다리고 있어 봐라" 가
"우린 이륙할 예정이다 / 좋다, 할 테면 해라" 로
의미가 순식간에 와전되고 만 것이다!

안개 때문에 KLM 기와 팬암 기, 관제탑 모두 상대편 비행기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며, 일요일이라 관제탑엔 직원도 평소보다 적었고 지상 관제 레이더는 동작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리고 팬암 기는 지시받은 진입 지점을 안개 때문에 놓쳤지만, 돌아가기엔 귀차니즘에 입각하여 무시했다. 설마 별 일 있겠냐 하는 생각.

이륙 직전, 마지막으로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KLM의 부기장은 마지막으로 기장에게 "아직 팬암 기가 활주로에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반문했으나, 자신의 직속 상사이며 비행 시간 2만 시간이 넘는 KLM 최정예 조종사 기장의 "괜찮다" 한 마디에 그 의견은 묵살된다. 사실 KLM, 팬암 기 모두 기장은 베테랑급 고급 인재들이었다. 이로써 두 비행기가 충돌을 피할 마지막 기회마저 지나가고 말았다. 이 정도면 정말 재수 더럽게 없던 날이지 않은가?

결국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상대방 비행기를 저 앞에서 발견해 버린 두 비행기의 조종사 입에서는 정말 "씨바! X됐다!" 소리가 나오고도 남았을 것이다.. 실제로 팬암 기의 조종실 음성 기록에는 "OMG! 저 개XX가 우리 쪽으로 돌진 중이야!"가 남아 있다..

택싱 중이던 팬암 기는 정면 충돌을 피하고 대피하려고 필사적으로 핸들(?)을 왼쪽 출구로 꺾었다. KLM 기는 이미 V1 (이륙을 중단할 수 없고 무조건 하늘로 떠야만 하는) 속도를 넘어서고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 버린지라, 필사적으로 하늘로 떠서 팬암 기를 타넘으려고 꼬리 부분을 손상시키면서까지 무리해서 기수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KLM은 20미터 남짓 떴다가, 팬암 기의 윗부분을 박살내 버린 후 150여 미터를 타넘고 날아가다 추락했다. 그리고 두 비행기 모두 유출된 연료로 인한 맹렬한 화염에 휩싸였다.

하필 KLM은 이륙 직전에 급유를 마치고 연료도 5만 리터가 넘는 '만땅' 상태였다. 그것 때문에 무거워서 급하게 뜨기가 어려워진 것도 있었다. 그러나 불운의 KLM 항공기는 그 연료로 미처 날지도 못하고 오히려 그 연료 덕분에 홀랑 전소하고 말았으며 탑승객도 미처 탈출할 틈도 없이 전원 사망했다. 그 반면 팬암 기는 KLM 기가 비껴 간 중앙을 제외하고 맨 앞과 맨 뒤쪽에서 60여 명의 생존자가 나왔으며, 기장, 부기장 같은 승무원들도 살아남았다.

이 어이없으면서도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AND로 작용하여 발생한 사고로 인해, 항공 규정은 크게 바뀌었으며, 무엇보다도 관제 중에는 의미가 명확한 표준 용어만 사용하게 되었다. 요즘은 특히 조종사들에 대해 요구하는 영어 실력도 크게 강화되고 있다. 작은 오해가 자칫 이런 식의 큰 항공 사고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 민간 항공 기구(ICAO)는 2004년 9월, 한국 같은 비영어권 국가들에 대해, 영어 실력을 갖추지 못한 항공 종사자들을 현업에서 배제해줄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물론 여기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따지고 보면, 당시 스페인 공항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고 싶었던 가상의 테러범들은 자신의 목표를 이런 사고로 인해 간접적으로 더욱 초과 달성한 것 같기도 하다. 자기를 피하려고 대형 여객기를 그 좁고 날씨 열악한 공항에다 몰아넣게 하고, 결국 저런 사고까지 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참고로 두 항공기가 공중에서 거의 충돌할 뻔한 적이 놀랍게도 없지는 않다. 비행기라고 해도 날아다니는 항로는 정해져 있으며 여러 항공기가 한 항로를 공유한다면 사고의 위험은 언제나 존재하게 되는 법이다. 더구나 요즘은 수십 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여객기들이 공중을 누비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항공업계에서는 두 비행기가 불과 약 150미터 이내로만 근접해도 near-miss라 하여, 실제로 부딪치지 않았더라도 사고라고 간주한다. 전동차만 해도 추돌을 방지하려면 앞 차와 최소 200미터 이상 간격을 유지하면서 달리게 되어 있는데 그 빠른 항공기가 1초에 얼마나 멀리 나갈 수 있는지를 감안한다면, 저 정도만 해도 정말 큰 사고라고 간주할 수 있다.

순항 중인 항공기의 충돌이 우려되는 경우 관제탑에서는 한쪽 비행기는 고도를 높이고, 다른 쪽 비행기는 고도를 낮추어서 서로 비껴 가라고 명령한다(혹은 좌우 방향 틀기). 그런데 거의 충돌할 뻔한 상황이란, 의사 소통이 제대로 안 되어 두 비행기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심지어 둘 다 동일하게 고도를 높이거나 낮추었을 때이다.

※ 결론

1. 비행기는 순항 중에는 좀체 사고가 나지 않는다. 사고는 대부분이 이륙, 착륙 과정에서 발생한다. 나는 옛날에는 착륙이 이륙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젖먹던-_- 힘까지 내어 달려서 공중에 떠야만 하는 이륙도 만만찮게 위험하고 크리티컬한 순간이다. 개인적으로 이륙할 때의 그 비행기 엔진 소리와 떨림이 좋다. ^^;;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난 6월 초에 발생한 에어 프랑스 비행기 사고는 멀쩡히 바다 위에서 순항 중이다가 갑자기 불의의 사고로 추락했다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2. 생명체는 아무리 심하게 다치더라도 최소한 뱃속의 음식물(연료??=_=)이 폭발하거나 각종 장기들이 누전, 합선되어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게 존경스럽다. 전체 시스템의 한 고리가 끊어지는 순간에 와장창 조직 전체가 와해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조직을 이루는 각 구성요소도 재귀적으로 별개의 미시적 시스템을 이루고 있고,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대한 살려고 발버둥친다. 테란 건물과 저그 건물의 차이이며, 사람의 작품과 하나님의 작품의 구조적인 차이가 이런 게 아닐까 한다. ^^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03 2010/01/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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