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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협동체와 광동체

철도에는 잘 알다시피 궤간(케이프/협궤 1067, 스티븐슨/표준궤 1435 등)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런데 여객용 비행기에도 기체의 폭(그리고 크기도 덩달아)을 구분하는 간략한 잣대가 존재한다.
바로 협동체와 광동체.
객실에 복도가 한 줄로만 존재하는 기체는 협동체이고, 두 줄 존재하는 기체는 광동체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육상 교통수단들은 버스든 열차든 선택의 여지 없이 복도가 한 줄만 존재하는 협동체이다. 차로의 폭과 궤간의 제약에 곧장 걸리기 때문이다. 2-2가 가장 무난하고 보편적이며, 우등 고속버스나 KTX 특실 정도만이 2-1이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우리나라 철도엔 2-3짜리 아주 불편하고 열악한 객차도 있긴 했는데 다 지나간 옛날 이야기이다.

배야 그런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넘사벽급의 대형화가 가능하니 논외이다.
그 반면 비행기는 폭에 관한 한, 둘의 중간 위상에 속하는지라 한 줄 아니면 두 줄이라는 구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협동체는 2-2 또는 끽해야 3-3이 보통이다. 그러나 광동체는 2-4-2, 3-3-3, 3-4-3 등의 좌석 배치가 가능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항공 교통 시장이 커지고, 한번에 승객을 최대한 많이 태우는 비행기가 개발되어야만 했다.
허나 비행기는 무슨 열차처럼 길이를 무한정 길게 할 수 없다. 비행기를 무슨 굴절 아코디언 버스 같은 형태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 기체가 너무 길어지면 택싱 때 활주로의 최소 회전 반경에 걸리고 공항 격납고 같은 주기(駐機) 시설의 크기에도 부담을 끼친다.

그럼 높이는 어떻냐는 발상이 나온다.
육상 교통수단 중에는 2층 버스도 있고 국내엔 열차 중에 ITX-청춘 같은 2층 열차가 있다.
더구나 활주로 같은 공항 시설들도 위쪽은 뻥 뚫린 하늘이니, 비행기의 높이를 살짝 높이는 것은 항공역학적인 문제만 없으면 현실적으로 가장 제약이 덜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오늘날은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드디어 실제로 에어버스 A380 같은 2층 여객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옛날에는 비행기에서 2층 객실은 전좌석의 비상 탈출구 설치 요구조건을 만족할 수 없어서 이마저도 여의찮았다.

민항기에는 “비상시에는 인근의 비상구를 이용하여 기내의 모든 승객이 90초 안에 밖으로 탈출이 가능하게 설계되어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최근의 아시아나 항공 소속 여객기의 착륙 사고(추락 사고가 아니다)를 통해서도 이 규정의 중요성이 잘 부각되어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객실이 2층이 되면 이게 쉽사리 가능해질까?

그러니 길이와 높이 다음으로 비행기의 몸집을 미묘하게 더 키우기 위해 폭이 고려되었으며, 그 결과 한 줄에 10명 정도를 실을 수 있는 광동체 여객기가 개발되었다. 비행기는 무슨 열차 수준으로 폭을 꽉 맞춰야 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어차피 비행기의 실질적인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날개의 폭이나 수직미익의 높이 같은 극단적인 요소이다. 그런 규격을 건드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동체의 크기만 살짝 키운 것은(나머지는 엔진의 성능 같은 걸로 보강?) 기존 공항이나 격납고에서의 운용에 별다른 문제를 끼치지도 않았다고 한다.

역사상 최초로 상업용 양산에 성공한 ‘광동체’ 여객기는 그 이름도 유명한 보잉 747이다. 그러고 보니 인텔의 80x86 CPU만큼이나 보잉도 그냥 숫자만으로 제품명을 정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경쟁사인 에어버스는 앞에A자라도 붙이는데.. (에어버스가 그럼 AMD인 거냐!)

보잉 747은 에어버스 A340, A380과 더불어 엔진이 4개 달린 얼마 안 되는 비행기이기도 하다. (외형을 보면, 날개 하나에 팬이 2개 달려서 총 4개. 단, 엔진들이 양 날개에 균일한 간격과 위치에 놓여 있지는 않은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머지 거의 모든 비행기들은 양쪽에 하나씩 그냥 2개이며, 요즘은 광동체급의 대형 여객기도 그러하다.
자동차 엔진도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2000cc만으로 30년 전의 3000cc 이상급 엔진의 출력을 내는데,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되겠다.

물론 A380은 워낙 덩치가 크기 때문에 응당 4엔진이다. 보잉 747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의 타이틀을 차지했다.

2. A380

747은 1등석-비즈니스석을 없애고 전부 이코노미로 개조할 경우 520여 명이 탈 수 있다. 일본은 실제로 그렇게 개조를 한 뒤 747을 국내선에다 굴리고 있다.
일본은 신칸센 열차를 5분 간격으로 지하철처럼 굴리고, 지하철도 출퇴근 시간엔 좌석을 접고 모든 승객을 입석으로 만들어서 굴리기까지 하는 콩나물 시루 같은 나라이다. 비행기도 그런 식으로 운영하는 게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닐 듯.

그런데 A380은 800에서 무려 1000명까지도 탑승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진짜 KTX 수준이다. 그 인원을 태우고 선로 위를 달리는 게 아니라 아음속으로 하늘을 난다니..;; 747은 조종석과 특실만 2층이지만, A380은 아까도 말했듯이 실제 2층 객실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1985년에 일본에서 JAL123 추락 사고가 난 뒤로는 단일 기체에 500명이 넘는 너무 많은 인원을 태우는 건 안전상 꺼리는 분위기가 일어났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다 옛날 이야기가 됐나 보다.

3. An-225 화물기

그럼, A380보다 더 큰 비행기가 설마 있을까?
항덕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안토노프(Antonov) An-225라는 수송기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이다.
이건 크고 아름다운 걸 추구했던 구소련 시절의 산물이다. 냉전 시절에 차르 봄베라고 해서 세계에서 가장 큰 핵무기를 만들어 실험용으로 터뜨린 동네도 저기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An-225는 1988년에 단 한 대밖에 생산되지 않은 명물이다.
저 정도 크기면 탱크, 우주왕복선 등.. 무거운 기계류들을 못 실을 게 없었을 것이다. 정작 미국은 거대한 자기네 우주왕복선을 747 개조 수송기로 날랐는데 말이다.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듯.. An-255는 엔진이 무려 6개가 달려 있다!

활주로에 끼치는 무게 부담을 줄이려고 랜딩기어는 7열로 늘어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행기가 한번 착륙하고 나면 어지간한 공항의 활주로는 열과 충격 때문에 남아나질 못했다고 한다. 이륙하는 데도 3km가 훨씬 넘는 긴 활주거리가 필요하다.

저게 우리나라에 올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An-225급의 비행기가 무사히 뜨고 내릴 수 있는 공항은 국내에서는 인천 공항의 4km짜리 제3활주로밖에 없다고 한다. 원래 이 광활한 활주로는 A380을 모시려고 만들어진 신설 활주로이다.

4. 비행기 조종 면허

자동차의 운전 면허 체계는 최소한의 유동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대형차 면허는 소형차 면허도 덩달아 포함하는 구조이다.
그리고 면허는 차체의 크기뿐만 아니라 차량의 성격(개인용/영업용), 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승차 인원수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1종 보통 면허로 승합차는 15인승까지밖에 못 몰지만, 트럭은 대형 버스급의 11톤까지도 몰 수 있다.

그러나 비행기 조종은 그렇지 않다. 소형이든 대형이든 무조건 단일 기종만 몰 수 있다. 747로 면허를 딴 파일럿은 오로지 747만 조종할 수 있지, 비슷한 급의 광동체 여객기라고 해서 787이나 767 같은 건 조종할 수 없다. 그렇게 조종 면허를 상호 호환시키기에는 비행기의 내부 구조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이유로 인해 영세/저가 항공사들은 보유 기종을 무조건 보잉 737 같은 식으로 통일하는 게 필수이다. 다양한 기종이 존재하면, 골치 아파지는 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민항기 시장에 신규 업체가 진출하려면 “자사의 기체는 보잉 xxx 면허와 완전 호환” 이런 식으로 선전을 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과거에 에어버스가 처음 끼고 들어올 때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3/07/10 08:38 2013/07/1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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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수단별로 운전에 관여하는 승무원 및 승객을 상대하는 승무원의 수는?

1. 버스: 1 / 0
운전사 한 명만 탄다. 옛날에는 안내양이 탑승하여 1 / 1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음.

2. 서울 1기 지하철 및 코레일 광역전철들: 2 / 0
기관사와 차장이 탑승하여 2명이다. 단, 전방의 한 운전실에 두 명이 있는 게 아니라 앞쪽에 기관사, 뒤쪽에 차장이 있다.
지하철의 특성상 객실에 상주하는 승무원은 없다. 하지만 차장이 하는 일이 승객을 상대하는 일에 가깝긴 하다.

3. 서울 2기 지하철 및 지방 지하철들: 1 / 0
그러나 철도는 차량과 행로에 대한 가장 정교한 제어가 가능한 교통수단이다.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과 신호 설비의 도움으로 요즘 지하철은 1인 승무, 아니 그것도 모자라서 무인 운전이 대세가 되고 있다. ATS, ATC에 이어 ATO 시스템이 개발된 덕분이다.

4. 광역전철 신분당선: 0 / 1
2013년 현재, 경전철이 아니라 표준궤 중전철 중에 완전 무인 운전을 시행하고 있는 유일한 노선이다. 운전실이 없는 대신, 간단한 안내 방송과 승객 통제만 하는 승무원 한 명이 객실에 상주하고 있다. 그런데 듣기로는 승무원이 모든 차량에 언제나 있는 건 아니라고는 하던데..

5. 경전철들 (부산 4호선, 의정부, 용인): 0 / 0
이들은 완전 무인 운전일 뿐만 아니라 차체에 일체의 승무원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종착역에 도착한 뒤에도 내리라고 아무도 닦달을 안 하며, 그냥 놀이 삼아 열차를 탄 사람들이 눌러앉아 있을 수 있다.

6. 일반열차: 2 / n
대형 기관차를 운전하는 인원은 기관사와 부기관사 2명이다. 그러나 코레일에서는 장기적으로 기관차 승무 인원을 1명으로 줄이려 하며, 이에 상응하는 각종 열차 운영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다.
객실에는 흔히 차장이라 불리는 여객전무, 그리고 그 아래에 약간명의 승무원들이 있다.

7. KTX: 1 / n
900명이 넘는 인원을 태워서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KTX에는 의외로 기관사 1명만이 운전실에 탑승한다. KTX가 그러한데 하물며 일반열차의 기관차의 승무 인원도 줄이려 하는 건 당연지사이다.

8. 비행기: 2 / n
잘 알다시피 기장과 부기장, 혹은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조종간을 잡는다. 옛날에는 여기에다 항공 기관사(flight engineer)가 추가되어서 운전 승무원이 3명이었으나, 지금은 각종 기기가 자동화된 덕분에 사라졌다.
GPS가 없던 시절엔(민간용으로 풀리기 전) 항공 기관사가 별을 보고 지금 비행기의 위치를 파악하고 항로를 분석하는 일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고 민항기는 법적으로 승객 4~50명이던가 그 수에 한 명꼴로 스튜어디스가 반드시 할당되어 있어야 한다.

요컨대, 운전 인력만으로 따지면 자동차는 예나 지금이나 1을 유지하고 있다.
철도 차량은 0~2로 상황이 가장 다양하나, 요즘 대세는 0 아니면 1로 가고 있다.
비행기는 옛날에 3이었다가 요즘 대세는 2이다. 설마 대형 여객기의 조종 인원수가 2보다 더 줄어들 일은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배는 어떤지 궁금하다. 배는 운전 승무직이 항해와 기관 분야로 더욱 세분화되어 있지 싶은데, 이쪽도 전자화와 자동화의 조류를 따라 승무원 수를 줄이려는 트렌드가 있으려나?

배에는 다른 교통업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도선사라는 전문직이 있다. 수십만 톤급의 초대형 선박을 생소한 항구의 좁은 통로 안으로 제대로 유도해 넣는 건 자동 운전은커녕, 이미 있는 기관사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때는 도선사에게 배의 조종간을 맡겨야 한다. 뭔가 육상· 항공 교통수단에는 존재하지 않는 고유한 문화가 있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3/06/23 08:37 2013/06/2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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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는 잘 알다시피 삼권분립과 민주주의 정치를 표방하는 나라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입법부를 상징하는 국회의사당은 여의도에, 행정부의 상징인 정부 종합 청사는 종로구의 광화문-경복궁 일대에, 그리고 사법부를 상징하는 검찰청· 대법원은 딱 강남 서초구에 있다.
정부 청사는 과천과 대전에도 있긴 하지만 어째 우리나라 정치를 구성하는 각 축이 서울 최고 도심과, 강남과 여의도라는 부도심에 하나씩 마치 터줏대감처럼 자리잡아 있는 게 굉장히 신기하다. 의도적인 배치인지?

우리나라야 땅도 좁고 교육· 문화· 정치· 경제 할 것 없이 닥치고 무조건 서울 올인이지만, 미국만 해도 잘 알다시피 행정 수도와 실질적인 경제 수도는 완전히 다르다. 행정 수도인 워싱턴 D.C.는 시내 전역에 고도 제한까지 걸려 있는 한가한 계획형 중소도시 규모인 반면, 뉴욕이...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규모이다.
오스트레일리아도 행정 수도인 캔버라와, 실질적인 경제 중심지인 시드니는 서로 따로 논다.

그래서 서울의 과포화를 막고자 우리나라에서도 행정 수도의 이전이 논의되곤 했다. 이는 심지어 옛날에 박통도 구상하던 떡밥이었다. 그 시절에 그에게는 국토 균형 발전 나부랭이보다도, 서울이 북한하고 너무 가까이 있는 것부터가 굉장한 골칫거리였기 때문이다. 그의 재임 시절에 무장공비가 북악산을 넘어 청와대에 쳐들어 올 뻔하기도 했으니 얼마나 충격이 컸겠는가?

그래서 그는 강북 사대문 안의 옛 서울보다도 최소한 한강은 건넌 뒤인 강남을 개발하고, 서울에 있던 각종 연구소들을 대전으로 옮겼다.
하지만 전쟁이라도 나서 서울 전체가 박살이 나지 않는 한, 한 나라의 최고 중심지에서 잘 살던 사람이 지방으로 쉽게 내려가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뭐, 박통은 균형 발전에도 관심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서울의 무분별한 팽창과 과포화를 막으려고 외곽 곳곳에 그린벨트를 만들었다. 그게 오늘날엔 대부분 해제되는 추세이지만 말이다.

2.

예전에 본인은 군부대와 인접해 있는 전철역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군부대 정도가 아니라 역 주변이 농경지 내지 허허벌판인 곳도 서울 시내에 있다. 분당선 모란-야탑이나 8호선 복정-산성처럼 역의 중간 구간이 허허벌판인 게 아니라 아예 역 주변이 비어 있는 것 말이다. 걔네들은 또 어차피 서울 밖이기도 하고.

강서구에는 역시나 5호선 마곡 역 주변과 아직 개통도 안 한 9호선 마곡나루 역 주변이 아주 유명한 예이다. 몇 년 안으로 이런 진풍경은 볼 수 없어질 것이고 여기도 빽빽한 빌딩으로 가득 들어설 터이니, 관심 있으신 분은 미리 여길 답사해서 사진 기록을 많이 남겨 두기 바란다.

한편, 남서쪽에는 7호선 천왕 역 주변이 대표적인 허허벌판이었다. 장암(7), 남태령(4), 청계산입구(신분당선)에 필적하는 잉여역이었으나 이것도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모습이 바뀌는 중이다. 명목상 서울이긴 하지만 여전히 광명시와도 아주 가까운 위치임.

허허벌판이 서쪽에만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아서 뜻밖의 장소에도 있다. 바로 동쪽 끝자락인 8호선 문정 역 주변. 지하철까지 지나는 멀쩡한 성남 대로 근처에 웬 큼직한 면적의 땅이 놀고 있어서 무척 놀라게 된다. 물론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는 때는 흔치 않다.

6호선의 주변에는 딱히 이런 허허벌판을 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주변이 명목상 허허벌판으로 가려져 있는 녹사평 역이 있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어째 2기 지하철의 주변에만 이런 허허벌판이 있는 것 같지만, 2호선 강남 구간도 처음 건설되던 시절에는 허허벌판이 많았고, 4호선 노원· 도봉구 구간도 그 당시에는 말도 못 할 정도로 주변이 황량했다.

3.
고려대와 경희대 사이에 홍릉 수목원과 카이스트 서울캠(현재는 경영 대학원만 서울에 남아 있음), 고등 과학원, KDI와 각종 연구소들이 들어서 있는 그쪽 일대는 서울에서 가장 대덕 연구 단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임이 틀림없다.
한때는 국가 정보 대학원도 여기에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이 덩치가 커지고 여기도 예전만치 오지 느낌이 안 나게 되자, 지금은 성남과 의왕의 경계인 모 산골짜기로 이사를 감. 시기를 보니 국정원이 남산에서 내곡동으로 이사 갈 때 같이 간 걸로 보인다.

4.
마곡 역은 어째 출입구가 하나뿐이고 도로(공항로)의 건너편에 출입구가 없다. 지하철이 도로 정중앙을 파면서 건설되지 않고, 이례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쳐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도로 옆도 허허벌판인데 거기를 파헤치면 되지, 굳이 멀쩡한 도로를 파헤쳐서 민폐 끼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터널식으로 지을 필요는 더욱 없으므로)

5.
전철 노선 중에, 양 역은 지하인데 그 사이에 지상 구간이 잠깐 나오는 예로 어떤 게 있을까? 의외로 흔치 않다. 한강을 건너는 지하철 노선을 생각해 봐도, 양 역 중 하나는 꼭 지상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8호선 복정-산성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고 3호선의 북쪽 일산선 구간은 자주 지상과 지하를 오르내리긴 하는데, 저런 경우가 또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공항 철도 DMC-김포공항 구간이 추가되어 있다. 양 역은 모두 지하이지만 중간에 강도 건너고 지상 구간이 충분히 존재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2/04/30 08:35 2012/04/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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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분류

과거에 항공 교통이 지금처럼 거대해지기 전에는, 철도 간이역처럼 자그마한 건물에다 활주로랍시고 잔디밭 공터만 덩그러니 있는 시설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여객용 공항 대접을 받으려면 첨단 관제 시설과, 튼튼하게 포장된 활주로, 편의 시설을 갖춘 여객 터미널과 주변 보안 시설 등이 필수이다.

크기뿐만이 아니라 공항의 특성을 분류하는 속성(property; attribute)들로는 당장 다음과 같은 것을 떠올릴 수 있다.

1. 국제 공항인가?

국제 공항은 일반적으로 국내선 비행기보다 더 큰 여객기를 취급할 수 있어야 하고, 세관이나 검역 (그리고 면세점) 같은 추가 시설이 있어야 한다. 국제 공항 내부의 면세 구역은 국제법상으로 나름 치외법권 지대이다.
대구에 있는 공항은 대구 국제 공항이지만, 포항이나 울산에 있는 공항은 국제 공항이 아니다.

2. 24시간 운항 가능한가?

비행기는 움직이면서 주변에 끼치는 소음 공해가 장난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거지로부터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지 못한 공항은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심야 시간대에는 비행기 취급을 금지하는 curfew가 시행된다.

멀찍한 영종도에 건설된 인천 공항은 24시간 운항 가능하고 청주 공항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김포나 제주 공항은 그렇지 않음. 그래서 밤에 김포 공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가 만약 지연크리를 먹게 되면, 부득이 김포 공항에 못 내리고 인천 공항에 착륙하는 경우가 생긴다. 사실, 국제 허브 공항 역할을 하는 데는 운행 시간대의 제약이 없이 24시간 운항 가능한 공항이 좋을 것이다.

3. 대표하는 지역과 일치하는 지명으로 불리는가?

대도시의 유명 공항은 의외로 해당 도시의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는 경우가 있다. 인천(서울), 김포(서울), 김해(부산) 등. 일본 도쿄(하네다/나리타), 미국 뉴욕(케네디), 영국 런던(히드로)을 대표하는 간판급 공항도 지역 이름이 공항 이름이지는 않다. 그러나 역시 미국의 대도시인 LA의 공항은 그대로 LA 국제 공항. 명칭은 말 그대로 케바케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김포 공항은 김포에 있지 않고 서울에 있는데, 서울 공항은 서울이 아닌 성남에 있다. 좀 웃기지 않은지?

4. 군사 비중은?

요즘 철도역이나 버스 터미널은 백화점 내지 영화관 같은 상업 시설과 결합한 민자 형태로 건설되는 경우가 많으며, 김포 공항도 청사 하나가 완전한 상업 단지로 개조되면서 그런 유행을 많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공항은 마냥 민간 상업 시설로만 쓰기에는 군사적인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도 무척 크다.

한국의 대표적인 간판 공항인 김포와 인천 공항은 100% 민간 공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지도로 항공 사진을 봐도 활주로의 모습까지 모두 공개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100% 민간 공항은 흔치 않다. 김포와 인천 말고는 울산, 여수, 양양 정도가 고작.

그래서 당장 김해나 제주 공항에만 가도 인근의 군사 시설 때문에 경비가 서울의 공항들보다 훨씬 더 삼엄하며 공항 주변에 사진 촬영도 함부로 못 한다. 민· 군 겸용 공항인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지도를 보면 이런 공항들은 김포· 인천과는 달리, 활주로가 흐리게 처리되었거나 공항 부지가 아예 풀숲· 논밭으로 대체된 것을 볼 수 있다. 포항, 대구, 청주, 원주 공항들이 모두 마찬가지이다.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것임.

민간 여객기를 전혀 취급하지 않고 공군이 전투기를 띄울 때만 사용하는 100% 군용 공항은 대체로 그냥 비행장이라 불린다. 하지만 군용 공항 중에서 성남의 서울 공항은 국빈 방문 때도 사용되고, 에어쇼 할 때 민간인 접근을 허용하기도 하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사실, 유사시에 만약 김포와 인천 공항이 마비된다면 수도권에 있는 이 공항과 국토의 중앙에 있는 청주 공항이 대체 공항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군대, 보안 하니까 생각나는 분석인데 말이다. 고정익 항공기를 띄우는 공항은 하늘 위가 뻥 뚫린 방대한 면적의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인해, 은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핵무기 연구야 지하 실험실에서 몰래 한다 하더라도, 비행기는 역학 특성상 지하에다가 활주로를 만들어서 거기서 비행기를 불쑥 띄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리고 활주로가 또 좀 기냐? 그러니 인공위성 사진에 공항은 어지간하면 다 노출이 된다.

요즘 버스 터미널은 상업 시설과 결합하여 정작 버스 탑승은 지하에서 하기 때문에 밖에서 보면 버스 터미널이라는 티도 안 나는 경우가 있다. 성남 버스 터미널이 좋은 예임. 철도도 그렇다. 광명 역은 KTX가 서는 역 중에 지상에서 역의 앞뒤로 레일이 전혀 안 보이는 유일한 역이다.
하지만 공항은 항구만큼이나 그런 티가 안 나게 만들어지지는 못할 듯하다. (원주 공항은 여객 터미널과 활주로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임)

Posted by 사무엘

2012/04/17 19:24 2012/04/1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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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의 확장

단칸방에서 살림을 시작한 신혼부부가 세월이 흘러 경제력이 생기고, 또 자녀들 때문에 더 넓은 행동반경이 필요해지면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간다.
어떤 교회가 성도 수가 늘고 기존 건물이 너무 비좁아지면, 역시 더 큰 곳으로 예배당을 옮긴다.
건물을 예로 들었지만 길도 예외가 아니다. 처음에 설계했던 길의 크기에 비해 교통량이 지나치게 늘면 길을 넓히게 된다.

과거에 경부 고속도로의 건설이 끝난 뒤, 박 정희 대통령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내가 야당이 하도 반대를 해 대서 일단 4차선으로만 만들었지만, 이 도로는 얼마 못 가 너무 비좁아지는 때가 분명 온다. 그러니 언제든지 확장을 할 수 있게 대비해 두고, 도로의 양 옆 50m에는 건물 건축 허가를 내 주지 말아라.”

오늘날 박통의 예상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늘날 경부 고속도로가 40년 전의 4차선 형태 그대로 아직까지 남아 있는 곳은 영천-경주-울산과 추풍령 일대의 극소수 구간뿐이다.
비록 경부 고속도로가 처음에 너무 저비용으로 단기간에 날림으로 만들어져서 나중에 땜질을 하는 데 비용이 더 들었다는 비판이 있긴 하다만, 박통 역시 정황상 원하던 규모로 도로를 애시당초 못 만든 고충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1. 길을 넓히는 작업은, 이상적인 경우라면 기존 도로의 양 옆에 차선이 하나씩 추가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중앙 분리대의 위치가 바뀌지 않으며, 기존 도로의 센터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매우 좋다.
다만, 터널이나 교량은 유연한 확장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양 옆으로 같은 시설을 더 만드는 식으로 확장이 이뤄진다. 오래 된 터널이 세 개 존재하고 중앙의 2차선짜리 터널 내부에 중앙선이 있다면, 그건 100% 나중에 1차선짜리 터널이 추가로 건설된 거라고 보면 된다. (예: 서울 종로구의 사직 터널)

2. 그러나 기존 도로의 한쪽 옆에 동일한 규모의 새 도로가 건설되어 기존 도로는 상행, 새 도로는 전체가 하행이 되는 식으로 확장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존 도로와 새 도로가 완전히 분리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서로 고저 차이가 있기도 하다.

서울의 대표적인 횡축 자동차 전용 도로인 강변북로(그리고 아마 올림픽 대로도)가 이런 식으로 확장된 좋은 예이다. 강변북로는 지금의 서쪽 방향이 원래 있던 도로였다. 편도 2차선의 4차선짜리 도로였는데 좀더 한강 쪽에 가까운 4차선짜리 고가 도로가 추가로 건설됨으로써 총 8차선이 되고, 새 도로는 동쪽 방향을 맡게 되었다.
터널 중에서는 남산 제1터널이 이런 방식으로 확장되었다. 추후에 옆에 터널을 하나 더 만든 뒤, 각각 상· 하행 역할 분담.

3.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그냥 옆에, 혹은 복층으로 독립적인 상· 하행 방면이 존재하는 새 도로가 추가되는 걸로 끝난다. 중부 고속도로(고속국도 35호선)가 좋은 예이다. 험준한 산 위에 놓인 높은 고가는 이거 뭐 건드릴 수가 없기 때문에 옆에 그냥 제2 중부 고속도로(고속국도 37호선)를 추가로 만드는 것 외엔 답이 없었다. 철도로 치면 방향별 복복선이 아닌 선로별 복복선처럼 되었다.

세 가지 경우 중 기존 선로나 차선의 상하행 용도가 바뀌기도 하는 방식은 2번이 유일하다. 그래서 길에 각종 신호 시스템이 정교하게 얽혀 있는 철도가 2번처럼 확장되기란 대단히 어렵다. 뭐, 철도는 복선에서 복복선으로 바뀌는 것 자체가 수도권 대도시가 아니면 대단히 드문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경부· 경인선은 1번과 같은 방식으로 복복선으로 확장되었지만, 이들이 합류하는 구로 이북의 서울 시내 구간은 3번 방식으로 확장되었으며, 이는 아마 부지 문제 때문에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으로, 어떤 길이 처음엔 작았다가 나중에 확장되었다는 증거는 구조물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자동차 전용 도로의 경우는 진출입로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가 우측통행을 하며, 편도 4차선 도로라면 진출입로는 당연히 맨 오른쪽 끝인 4차로에 있다. 중앙선과 가장 가까운 곳이 1차로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강변북로의 동쪽 방면 도로는 맨 왼쪽 끝의 1차로에 진출입로가 수시로 존재한다. 마포 대교나 원효 대교의 진출입 램프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왜 그럴까?

그것은, 예전 도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진출입로의 영향 때문이다.
강변북로가 확장되기 전에는, 한강 다리의 북단에서 강변북로의 동쪽 방면으로 진입하려면, 지금은 서쪽 방면으로만 쓰는 옛 도로의 오른쪽 끝으로 진입로(램프)가 이어져야 했다. 그게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그 길을 크게 고치지 않은 채로, 옆에 있는 강변북로 동쪽 방면으로 살짝 연결시키다 보니 새 도로에 처음 닿는 곳은 4차로가 아닌 중앙선 근처의 1차로가 된 것이다. 즉, 강변북로 동쪽으로 갈 때도 서쪽 방면 도로를 살~짝 찍은 뒤에 동쪽 방면으로 건너간다는 뜻이다. (옛 도로의 오른쪽 끝인 2차로 → 새 도로의 왼쪽 끝인 1차로로 바뀜) 이해가 되시겠는가?

동서 방면 도로와 남북으로 가는 도로가 십자형으로 만나고 어느 방향에서든 모든 방향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입체 교차로의 가장 교과서적인 형태는 두말 할 나위도 없이 클로버형 나들목이다. 그러나 한강과 복잡한 시가지를 끼고 있고, 더구나 기존 시설물까지 존재하는 서울 시내의 자동차 전용 도로가 그런 깔끔한 모양을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곤란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약간의 복잡한 시설물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 도로에서 다른 도로로 갈아타는 입체 교차로 램프가 좀 복잡하고 삽질스럽게 생겼다 싶으면, 이것도 옛 도로가 확장된 흔적이기라도 한가 의심해 봐도 좋을 것이다. 입체 교차로는 신호 대기가 없어서 무척 좋긴 하지만, 자동차에 내비가 보급되기 전에는 이런 복잡한 도로를 어떻게 찾아갔을지 옛날에 운전하던 분들이 초행길에 적응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2/02/05 08:36 2012/02/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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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마다 연료 주입구의 위치가 제각각인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지하철역의 내리는 문 위치가 역마다 제각각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사실 자동차가 우측통행을 하는 우리나라라면, 연료 주입구도 오른쪽에 있는 게 마치 상대식 승강장 역처럼 자연스럽다. 주유소가 도로 중앙에 놓여 있지 않은 한 말이다. 그래서 우측 통행이 대세인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차들은 연료 주입구가 대체로 오른쪽에 있으며, 포니보다도 먼저 개발된 국산차인 1955년의 '시발 자동차'도 연료 주입구가 분명히 오른쪽에 있다. 아,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나의 친구이던 월간 <자동차생활>의 추억이여... ㅋㅋ (고학년부터는 컴퓨터가 친구)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현대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일본의 미쯔비시 사와 기술 제휴를 맺어 왔고, 이 영향으로 인해 좌측통행 기준에 맞춰진 차량 프레임을 물려받았다. 이 때문에 포니 시리즈부터 시작해 대부분의 차들의 연료 주입구가 왼쪽에 있다.

각그랜저의 경우 현대와 미쯔비시가 공동 개발하여, 아예 동일한 차를 한국과 일본에서 제각기 다른 브랜드로 판매한 걸로 유명한 예이며,
현대 갤로퍼는 뒷문이 열리는 방향과 스페어 타이어의 위치도 노골적으로 좌측통행 기준으로 맞춰져 있다. 뒷문을 여는 손잡이가 왼쪽에 더 가깝게 되어 있고 오른쪽으로 회전하면서 열리며, 스페어 타이어도 손잡이 반대편의 오른쪽에 있다. '한국식'(?)으로 되어 있는 쌍용 코란도와의 차이를 비교해 보기 바란다. (왼쪽이 코란도, 오른쪽이 갤로퍼)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대 차들 중에 연료 주입구가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달린 예외로 내가 알고 있는 차는 스텔라와 엘란트라가 고작이다. 쏘나타의 전신이기도 한 스텔라는 포드던가, 미국 차량의 프레임 기반이어서 그렇다. 엘란트라는 상당히 독자적인 컨셉의 차인데 어째 방향이 달라졌는지 그 내역을 잘 모르겠다. 후속 모델인 아반떼는 다시 왼쪽으로 돌아감.

이런 현대와는 달리, 대우 자동차는 르망이나 에스페로 같은 예에서 볼 수 있듯 전통적으로 유럽 계열과 기술 제휴를 해 왔으며, 이 영향을 받아 연료 주입구가 오른쪽에 장착돼 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대우 차들 중에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예외는 티코. 최초로 경차를 개발하느라 일본 스즈키 사와 기술 제휴를 하여 저렇게 됐다. (오토바이 제조사로 유명한 그 스즈키임.) 후속 모델인 마티즈는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이런 식으로 일본을 좋아하는 현대와 유럽을 좋아하는 대우 트렌드는, 1990년대의 자동차와 철도 차량에서 공통으로 찾을 수 있는 특징이다. 현대 중공업의 서울 지하철 2호선 MELCO 쵸퍼와 6호선 미쯔비시 VVVF 전동차, 그리고 대우 중공업의 GEC ALSTOM 전동차를 모르는 철덕은 없을 것이다. ^^

그런 텃새가 철도에서는 전동차 구동음의 차이로 이어지고 자동차에서는 연료 주입구의 방향 차이로 이어진 셈이다. 다만 이 바닥도 예외는 있어서 5호선 전동차는 현대가 유럽 스웨덴의 ABB사 VVVF 인버터를 사용했는데, 이례적으로 특이한 구동음이 나오게 됐다. ㄲㄲㄲ 본격 철도와 자동차를 두루 아우르는 뻘글! ㅋㅋ

메리 크리스마스~

Posted by 사무엘

2011/12/24 08:38 2011/12/2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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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7호선을 공부하는 철덕이라면, 청담-뚝섬유원지 구간을 특별히 주목하게 될 것이다. 먼저 청담 역. 거기는 경기 고등학교가 있는 곳이고, 영동 대교와도 가깝기 때문에 자동차로는 그 경로를 타고 금방 갈 수 있다.

이 역이 굉장히 특이하다는 건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종착이 아닌 중간역으로서 보기 드문 2폼 3섬식 승강장인 데다, 비환승역으로서 역의 길이가 무려 650m에 달하는 걸로도 잘 알려져 있다. 600여 m 간격으로 역을 일일이 만든 저속철 분당선과는 달리, 역 수 대신 단일역의 역세권 길이를 늘린 현명한 결단을 크게 환영하는 바이다.

강 건너편에 있는 뚝섬유원지 역은 7호선 중간 구간의 유일한 지상역이며, 강북에서 한강 유람 시설에 쉽게 닿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역이다. 여기까지가 7호선 2차 개통 구간이다.
그리고 이 7호선이 한강을 건너는 경로가 바로 청담 대교.
1999년에 개통된 서울의 17째 한강 다리라고 한다.

원래는 이 교량도 5호선처럼 하저 터널로 건설할까 논의되기도 하였으나, 여차여차 끝에 지상 교량으로 건설되었다. 어차피 이 도로 덕분에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의 생명력이 확 살아나기도 했고, 이게 철도만의 하저 터널로 건설되었다면 지금 같은 위치에 뚝섬유원지 역이 생기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지하철 7호선이 강을 건너느라 지상으로 나오는 덕분에 인근의 건대입구 역은 필연적으로 굉장히 얕아졌다. 2호선 건대입구 역도 지상 고가임을 감안하면, 이는 두 역의 수직 환승 거리를 조금이나마 줄여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얕은 지하철은 땅을 파헤치는 개착식으로 건설되었을 것이고, 지하철이 건설되던 동안 안 그렇도 좁아 터진 능동로 도로 일대는 극심한 정체로 몸살을 앓지 않았겠는지도 생각해 본다.
철도 덕후라면 철도와 도로, 도시 개발 역사까지 다 통달해서 이런 수읽기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

청담 대교는 한강 다리들 중 유일하게 복층 교량이다. 즉, 기존의 2~4호선 다리들과는 달리 전동차 선로는 아래층에 있고 자동차 도로는 위층에 있다. 그래서 한 교통수단을 탄 사람이 다른 교통수단을 볼 일이 없다.

서울 지하철이 기존 철도들의 관행인 좌측통행을 버리고 돌연히 우측통행으로 건설된 유력한 이유 중 하나가 “열차와 자동차가 교량에서 나란히 달릴 때 통행 방향이 상이하여 사람들이 혼동하는 일이 없게 하자. 그래서 지하철의 통행 방향도 자동차의 그것과 일치시키자”였다는 걸 생각하면 복층 교량은 무척 참신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동호 대교(3호선)과 동작 대교(4호선)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자동차가 다니는 청담 대교 북단을 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모습이 발견된다. 거기에는 믿어지지 않겠지만 ‘똬리굴’처럼 생긴 구조물이 있다. 그것도, 터널이 아니라 지상에 마치 롤러코스터 선로처럼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건대입구 쪽에서 청담 대교를 타고 남쪽으로 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길은 지하철 7호선처럼 수직으로 직진하며 내려가는 형태로 되어 있지가 않다. 마치 Q 모양처럼 360도 돌아서 매듭을 한 바퀴 만든 뒤에 다리로 진입하게 되어 있다. 회전하는 게 아닌 직진인데 왜 그럴까?

청담 대교 북단에 있는 하행 진입로는, 건대입구 방면의 서울 시내(능동로)가 아니라 강변 북로 영동 대교 방면(서쪽)으로부터 오는 차량의 소통에 더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 차들이 분당으로 더 편하게 가라고 말이다. 저 지도에서도 보이지만, 강변 북로에서 청담 대교 방면으로 꺾는 차선은 중앙선에서 가까운 1, 2차로쪽인 반면, 동쪽 잠실 대교 방면으로 계속 가는 차들은 우측의 3, 4차로로 가야 한다. 이 구조도 사실은 특이하다. 우회전하는 차가 중앙으로 가고, 계속 직진하는 차가 우측 차로로 가야 하다니?

그래서 강변 북로 서쪽으로부터 청담 대교로는 자연스럽게 직결되고 차선수도 더 많은 반면, 능동로에서 청담 대교로 갈 때는 한 바퀴 뺑 돌아야 하고 길도 더 좁다. 강변 북로와, 강변 북로→청담 대교 진입로를 모두 타넘었다가 다시 고도를 낮추기 위해서이다.
철도에서나 존재하는 것 같던 똬리굴이 청담 대교에 저렇게 존재하는 셈이다.

다만, 청담 대교 상행은 그렇지 않아서 능동로로 진입하는 건 뺑뺑이 없이 곧장 된다. 강변 북로만 타넘으면 되니까 하행만치 더 높아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

그리고 강변 북로의 동쪽에서 청담 대교로 진입하는 길은 없다. 더 서쪽에 있는 서울 강남 방면으로 갈 거라면 그냥 인근의 영동 대교를 이용하면 되고, 분당 쪽으로 가려면 굳이 청담 대교로 우회할 필요 없이 그냥 국도 3호선과 성남 대로를 타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청담 대교는 지하철과 자동차 모두의 관점에서 재미있는 특성이 존재하는 교량이다. 나중에 이용할 일이 있을 때 더욱 눈여겨보도록 하자.

Posted by 사무엘

2011/12/14 19:44 2011/12/1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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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주요 국도

※ 1호선

북쪽으로는 통일로(자유로와 혼동하지 말 것)를 경유한다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은평구에 있는 서울 지하철 6호선의 연신내-DMC 구간을 따라 지나는 도로가 바로 국도 1호선의 일부이다. 옆에 작은 하천이 있는 바로 그 길 말이다.

그 후 월드컵 경기장을 빙 둘러싼 후 성산 대교로 한강을 건너고, 안양천을 따라 쭈욱~ 남하한다. 일명 서부 간선 도로 되겠다.
그렇게 남쪽으로 가다가 금천 IC를 지나면 서해안 고속도로로 이어지는데, 거기서 국도 1호선은 오른쪽으로 쏙 빠져서 안양부터 수원까지는 '경수 대로'를 경유하게 된다.

대전까지는 철도 경부선과 선형이 유사한 편이며 특히 세류-오산대 역 사이는 철도와 거의 붙어 있다시피하다. 다만, 대전은 서쪽 외곽(유성구)만 살짝 비껴 가고, 공주 쪽에 예상보다 더 가깝다.
논산 육군 훈련소 입소 대대가 있는 바로 그 도로를 지나며, 남쪽으로는 목포까지 간다. 경부선+호남선을 합쳐 놓은 선형인 듯.

※ 3호선

서울· 수도권의 동쪽을 세로로 관통하는 도로이다. 북쪽은 경원선과 굉장히 비슷한 선형이어서 소요산 역을 빠져나가면 있는 도로가 바로 국도 3호선이다(녹양, 망월사, 도봉산 등도 포함). 그러다 도봉 역에서 꺾어서 수락산부터 중화까지는 서울 지하철 7호선 라인.
그 후엔 지하철이 상봉 역 방향으로 지상 도로와 무관하게 선형을 이탈하기 때문에, 국도 3호선은 이번엔 동부 간선 도로와 바싹 붙어서 나란히 지나게 된다.

그렇게 한없이 직진하여 남하하면 영동 대교와 마주칠 텐데, 거기까지 가지는 않는다. 그건 남부 순환 도로로까지 빠지는 국도 47호선 구간이기 때문. 3호선은 천호 대로에서 아차산 역까지 가서 꺾은 뒤, 잠실 대교를 타고 강을 건너며, 잠실에서부터 복정까지 서울 지하철 8호선의 선형을 탄다. 여기는 일명 송파 대로 되시겠다. 복정부터는 모란 역까지는 분당선 선형을 타며, 도로 이름은 그 이름도 유명한 성남 대로.

이렇듯 국도 3호선은 1, 7, 8, 분당 같은 유명한 종축 전철 노선을 골고루 거치나, 성남에서부터는 광주, 곤지암, 이천 쪽으로 가기 때문에 철도와는 전혀 무관한 길을 가게 된다.

※ 4호선

본인은 고향이 경주이기 때문에 이 길이 아주 친숙하다.
경주 시내의 동쪽으로는 경주 월드와 각종 꼬불꼬불한 산길을 거쳐서 감포 해수욕장까지 간다. (단, 반대편으로 보문 관광 단지의 각종 호텔과 컨트리클럽들을 경유하는 그 길은 국도 4호선이 아님.)

경주의 서쪽으로는 대구와 대전을 거쳐서 군산까지 간다. KTX 신경주 역은 이 국도에서 지방도 904호선으로 빠져나가면 갈 수 있으며, 경주 외곽에서부터는 중앙 분리대와 입체 교차로가 갖춰진 고속도로 뺨치는 수준의 좋은 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이 국도는 경주에서 대구까지는 경부 고속도로, 철도(중앙선+대구선)과 더불어 이 국도가 선형이 굉장히 비슷하며, 대구 지하철 1호선도 동쪽의 용계-안심 사이는 이 길을 따라 생겨 있다. 사실은 대구까지가 아니라 대전까지 이 국도, 고속도로, 철도는 삼형제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 6호선

인천에서 시작해서 강릉에서 끝났다는 점은 영동 고속도로(고속국도 50호선)와 비슷하다. 서울의 최고 도심이며 지하철 1호선의 선형이기도 한 종로n가를 포함한다는 점, 그리고 서울과 양평을 잇는 거의 유일한 길이라는 점에서 서울 사람에게 아주 중요한 도로이다.

인천에서는 경인 고속도로(고속국도 120호선)와 비슷한 길을 가다가 김포 공항을 남쪽으로 감싼 후,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 역 부근에서 공항로와 합류한다. 서울 시내에서는 양화 대교로 한강을 건너고 합정~충정로(서울 지하철 2호선 선형. 중간의 고가 도로 포함), 충정로~서대문을 찍은 후 종로로 들어간다.

서울 동쪽을 관통한 뒤 구리 시내부터는 중앙선 철도와 비슷한 선형으로 양평까지 가는데, 강을 따라 펼쳐지는 경치가 아주 아름답다. 길도 4차선+중앙 분리대가 갖춰졌고 나름 잘 닦여 있다. 양평 이후부터는 정보 없음.

※ 7호선

부산에서 강릉까지, 고속국도 65호선(동해 고속도로 및 울산-부산 민자 고속도로)에 딱 대응하는 길이다.
울산 공항부터 경주 역까지는 동해남부선 철도와 매우 유사한 선형이며, 경주 역과 효자-포항 역 근처에 있는 큰길도 이 국도의 일부이다. 그 이북은 영득, 울진, 삼척. 드라이브를 하면서 동해 바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39호선

안산, 부천, 서울 강서구를 지나서 의정부까지 가는 좀 어정쩡한 선형의 국도인데, 경기도 북부를 지나는 구간에서는 일부 선형이 서울 교외선 철도와 일치한다. 벽제, 장흥, 온릉, 송추 쪽을 참고하면 된다.

※ 46호선

국도 6호선과 마찬가지로 인천에서 시작해서 강원도까지 간다.
경인선과 매우 비슷한 선형으로 경인 대로를 포함하며(영등포 역 북쪽 도로가 바로 이 구간의 일부!), 여의도와 마포 대교를 찍고 천호 대로까지는 강변 북로를 경유한다.
진리 침례 교회와 사랑 침례 교회는 모두 바로 이 국도 근처에 있으며, 본인 역시 자가용으로 교회에 갈 때는 대부분의 경로가 이 국도에 있다.

지금까지 보았듯, 국도라는 건 그냥 선 긋기 나름이지 시설이나 운영과는 전혀 무관한 개념이다.
도중에 자동차 전용 도로가 있을 수도 있고 그냥 일반 시내의 큰 도로가 있을 수도 있다.
꼬불꼬불한 2차선 도로일 수도 있고, 크고 아름다운 8차선 고가 도로일 수도 있다.
옛날엔 어디 여행 가려면 전국 도로 지도 책자가 거의 필수품이었는데 지금은 내비가 있으니 운전하기는 정말 편해졌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12 19:37 2011/12/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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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라 하면, 흔히 주류 대중 교통수단과는 완전히 소외되어 있는 오지만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역세권을 넘어서 아예 전철역의 코앞에 닿아 있는 군부대도 있다. 보안상, 그게 지도에 표기되어 있지가 않을 뿐. 다음 예를 살펴보자.

1. 세류(1호선)

공군 부대가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수원 비행장이 바로 이것임. 민간용 위성 지도로 보면 역 서쪽이 온통 논밭뿐이지만 이는 훼이크이다. 지상에서 위장(?)도 잘 해 놨는지 열차 차창 밖만 봐서는 주변에 군부대나 비행장이 있다는 걸 거의 눈치챌 수 없다. 나도 몰랐으니까.

세류는 전철의 시종착역 중 하나인 병점과,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수원 사이에 낀 마이너 콩라인 역이긴 하나 군부대로 인한 고정 수요가 있는 중요한 역이다. 면회 가는 교통이 매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곳에 항공유를 수송하여 공급하는 수단 역시 응당 철도이다. 부대 내부로 이어지는 선로가 있음.
이곳엔 미군 부대도 있기 때문에 국군 공군 장병뿐만 아니라 카투사 역시 이쪽으로 발령 가는 경우가 있다.

2. 녹사평(6호선)

민간 지도에서 녹사평 역 주변으로 아무것도 없는 방대한 공간(위성 지도에서는 다 숲으로 땜질-_-)을 차지하고 있는 건 잘 알다시피 미군 부대이다. 서울 용산구의 금싸라기 땅이라니, 아마 대한민국에서 땅값 가장 비싼 곳에 있는 자신만의 신세계일 것이다.

녹사평은 군부대 근처에 있는 역치고는 너무 으리으리하고 화려하게 지어진 감이 없지 않다. 내가 예전 글에서도 썼듯, 서울 지하철 11호선과의 환승에다 서울 시청 신청사 이전을 염두에 두고 화려하게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둘 다 계획이 흐지부지되었으니 역만 저런 신세가 됐다. 마치, 통합 글꼴 HFT가 제정되었지만 오늘날까지 그걸 쓰는 건 결국 아래아한글밖에 안 남았고 아래아한글 전용 글꼴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 것처럼 말이다. ㄲㄲㄲ

3. 남태령(4호선)

서초구와 관악구의 경계인 동작 대로에 자리잡은 이 역은 역세권 수요 때문도, 환승 때문도 아니요 그냥 서울 지하철 4호선과 과천선의 직결 사업의 산물이다. 동쪽의 서초구 방면으로는 방배2동 전원 마을이 있는데 산으로 뒤덮인 서쪽에 있는 것은... 무려 그 이름도 유명한 수도 방위 사령부이다. 참고로 국가 정보원과 거의 같은 위도상에 있다.

전원 마을은 진짜 말 그대로 단독 주택 일색이며, 3층 이상의 건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서울 안에 있는 시골 마을이다. 그 이유는 당연히 코앞의 군부대로 인한 고도 제한+개발 제한 크리 때문. 다만 여느 그린벨트 지대와 크게 다른 건, 코앞에 전철역도 있다는 점 되겠다. 마을 어귀에 나 있는 남태령 역 1번 출구의 모습은 짤방으로도 알려져 있다. 상업 시설이 아닌 한가한 주택가에 덩그러니 놓인 지하철 출입구는 역시나 이색적이다.

참고로 남태령 역은 서울의 최남단 역은 아니다. 1호선의 금천구청 역이 최남단이었는데, 이 기록을 신분당선의 청계산입구 역이 또 갱신했다.
남태령 역은 깊은 섬식 승강장이며 에스컬레이터 형태를 포함해 전반적인 구조가 이대 역을 쏙 빼닮았다. 이쪽 구간은 1기 지하철로서는 드물게 개착식이 아닌 터널식으로 만들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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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질문: 수방사와 미군 본거지는 저쪽에 있는데, 그렇다면 육본은 어디 있을까?
대전의 위성 도시이면서 국방 도시로 별도의 행정구역으로 독립한 충남 계룡시에 있다(원래는 논산시 영역이었음).
그리고 여기에 육본뿐만 아니라 육해공 3군의 본부가 모두 자리잡아 있다.
이래저래 논산을 비롯해 이쪽 일대는 육군 훈련소도 있고, 군사 이미지가 굉장히 강한 듯.

계룡 역의 예전 명칭은 두계 역이었다. 무궁화호 중에도 무정차 통과 열차가 있을 정도로 태생이 마이너한 작은 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 덕분에 현재는 일부 호남선 KTX가 정차하는 이색적인 위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육본이 그 역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있는 건 아니다. 거기서 북서쪽으로 직선 거리로 4km남짓 더 가야 된다.

육본, 아니 3군 본부가 있는 곳은 그 호남선 개태사-신도 R400짜리 드리프트가 있는 곳과 상당히 가깝다. 즉, 계룡보다도 과거의 신도 역에서 더 가까웠지만 현재 그 역은 폐역되었음.
군 본부는 민간 지도에는 당연히 표기되어 있지 않으므로 지도에서 찾을 생각은 하지 말라.

Posted by 사무엘

2011/11/25 08:28 2011/11/2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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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에서 ‘남산’은 보통명사와 고유명사의 경계가 모호한 단어이다. 그래서 한국에는 남산이 여러 군데 있다. 경주에도 남산이 있고 서울에도 남산이 있다. 그럼 애국가 2절 가사에 있는 남산은 특정 남산일까 아니면 보편적(?)인 남산을 가리킬까?

서울의 남산은 용산구와 중구, 정말로 서울의 정중앙에 있는 산이다. 그렇게 크거나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은 산이다. 한때는 국가의 첩보 기관이 이 근처에 있었던지라 남산에 끌려갔다는 말은 코렁탕 같은 단어와 연관되어 무척 무서운 말이기도 했으나... 지금은 다 옛날 이야기이다.

대도시의 한가운데를 가로막고 있고 또 그렇게 크지도 않은 산이다 보니, 교통 편의를 위해 이 산을 정면으로 관통하는 터널이 진작부터 뚫렸다. 그것이 바로 ‘남산 n호 터널’이라고 알려진 터널들이며 이때 1<=n<=3이다. ‘제n’ 대신 ‘n호’라고 번호가 붙은 게 좀 특이한 작명 컨벤션이다. 혼잡 통행료가 징수되는 터널로도 알려져 있다.

세 터널은 모두 길이가 1.3~1.6km에 달하여 한강 다리보다 길이가 길며, 간격이 좀 긴 지하철 역간 거리 정도 된다. 이들 터널이 건설되던 시절에는 광폭 터널 같은 기술은 없었기 때문에, 크고 아름다운 서울 도로를 주행하다가 겨우 2차선 나부랭이의 좁고 낡은 터널로 들어가면 좀 놀라게 된다.

가장 먼저 건설된 남산 1호 터널은 용산구 한남동에서 중구 필동을 거쳐서 명동과 종로 2가로 그대로 이어진다. 남쪽으로는 한남 대교와 경부 고속도로로 직결. 그야말로 강남과 종로를 잇는 핵심 교통축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왕복 2차선 터널 하나만 있다가 나중에 터널을 하나 더 건설하여 왕복 4차선이 되었다. 그래도 오늘날의 교통량을 감안하면 여전히 좁다.

남산 2호 터널은 1호 터널과는 반대 방향으로 남산을 X자로 관통한다(물론 양 터널끼리는 입체 교차하며 만나지 않음). 중구 장충동과 용산구 이태원동을 연결하는데, 북쪽 방면에서의 진입로는 큰 도로와 바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야 한다. 즉, 접근이 좀 불편하다.

2호 터널은 남산 터널들 중에 가장 길지만 4차선이 아니라 여전히 2차선이고, 유일하게 혼잡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는다. 1호와 3호가 ↖ 선형인 반면, 2호만 ↗ 선형인 것도 특징이다. 2호는 나머지 둘과는 달리 경유하는 시내버스도 전혀 없다. 2호는 아무래도 명동 같은 도심과 직접 맞닿아 있지는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끝으로 남산 3호 터널은 남쪽은 2호와 비슷한 용산2가동에서 시작하여 중구 회현동 내지 명동으로 간다. 북쪽으로는 서울 시청으로 가고, 남쪽으로는 반포 대교를 따라 고속버스 터미널, 예술의 전당(남부 순환로)과 우면산 터널까지 쭉 갈 수 있다. 1호와 비슷한 위상이며 1호 터널의 역할 분담을 위해 건설되었을 거라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요컨대 남산 터널들 중 2호만 위상이 좀 다르다.

난 정말 21세기엔 남산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철도도 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해 왔다. 특히 신분당선은 강남 역에서 한남 대교와 남산 1호 터널의 선형을 따라 광화문까지 연장돼야 하는데 웬 엉뚱하게 용산으로 가게 됐다고 하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서울 지하철 4호선은 용산 미군 기지와 남산을 피하느라 강북의 선형이 굉장히 이상해졌고 1호선과 어정쩡하게 중복 노선이 되어 있다.

2호를 제외한 남산 터널들은 비록 통행료를 걷는다고 하지만 고속도로 통행료와는 좀 다른 개념이다. 시설 이용료라기보다는 서울 중심부에 대한 불필요한 통과 교통의 억제가 목적이기 때문에, 차에 3명 이상만 타고 있으면 면제이다. 그리고 밤 9시 이후와 오전 7시 이전 사이에는 통행료를 걷지 않는다.

Posted by 사무엘

2011/08/23 19:25 2011/08/2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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