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한테 이토 히로부미야 뭐.. 을사조약을 밀어붙인 민족의 침략자 원쑤이며 악당이다.
원 태우 의사가 암살하려다 실패했지만, 나중에 안 중근 의사가 쏜 권총에 맞아 골로 갔다. 죽어서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걸로 인과응보를 받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놈은 “남자는 배꼽 아래부터는 인격이 없다”라는 명언을 남겼으며, 뒤지는 순간에도 女짜 포즈를 그리며 쓰러졌다는 풍자가 나돌 정도의 호색한이었다.
과연 악당 캐릭터에 걸맞은 성품이다. 울나라에서는 이 정도의 이미지가 전부이다. 코 옆에 점이나 있는 사악한 흰 수염 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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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 이 사람을 암살한 안 중근 의사는 울나라에서 뭐.. 그야말로 초딩용 위인전에도 수록돼 있는 애국자에 민족의 영웅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항일 독립운동 업계에서 개인 테러 분야의 원조 ‘알파’이다. 피날레 ‘오메가’는 윤 봉길 의사이고. ㄲㄲㄲㄲㄲ

인생이 워낙 드라마틱하니 관련 영상물도 당연히 여럿 만들어져 나왔다.
바로 떠오르는 건 "도마 안 중근"... 아 이건 좀 작품성이나 감독의 자질에 논란이 많고..
검색을 해 보니 애시당초 해방되자마자 1946년에 바로 "의사 안 중근"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져 나왔다. 하지만 얘는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필름이 소실되어 현재 전해지지 않으며, 1972년에 동일한 제목으로 리메이크된 영화가 그나마 더 유명하다.

일제의 탄압이 얼마나 천추의 한이었으면 1940년대 말에는 열차 이름도 '해방자'호였으며, 유 관순이고 윤 봉길이고 안 중근이고 항일 독립운동가 전기 영화부터 먼저 잔뜩 만들어졌었다. 그나마 "검사와 여선생"이 그 시절에 비정치 순수 픽션 분야에서 흥행 성공한 얼마 안 되는 신파 영화였다고도 예전에 언급한 바 있다.

유 관순 영화와 마찬가지로 안 중근 영화도 1959년에 "고종 황제와 의사 안 중근"이 하나 더 나왔고..
심지어 북한에서도 "안 중근, 이등 박문을 쏘다"(1979)라는 영화를 만들기도 했었다. 유 관순은 북한에서는 듣보잡 취급을 받는 반면, 안 중근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알고 보니 지난 2016년에는 "마지막 간수"라고 울산 MBC에서 다큐 반, 영화 반쯤 되는 성격의 TV 프로를 방영했었다. (☞ 보기)
마치 "조피 숄의 최후의 날"처럼 안 중근이 거사 이후 체포되고 취조받는 장면만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공교롭게도 KBS에서 주 기철 목사 다큐 겸 전기 영화인 "일사각오"를 만든 때와 시기가 아주 비슷하다. 그런데 저거는 중앙도 아닌 지방 방송에서 전기 드라마를 자체적으로 만든 거라니 무척 흥미롭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2022년 말에는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또 21세기 안 중근 전기 영화가 만들어져 있다. ㄲㄲㄲㄲ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안 중근과 이토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그래도 일본에서는 안 중근을 위인으로서 흠모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일부 있는 반면, 한국에서 이토를 그냥 외국 정치인으로서 흠모하고 존경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다만, 이토는 그 당시 일본의 진짜 제국주의 정한론 침략자들에 비해서는 '온건한' 편이었고, 조선을 일본의 '보호국'으로만 두면서 둘이 평화로운 공존을 바라고 있었다면서 이토에게 최소한의 실드를 치는 시각은 국내에도 일부 있다. 이 영상에서는 그런 얘기가 많이 나오는구나. (☞ 보기)

  • “조선 정도의 전통과 규모가 있는 나라를 일본이 완전히 합병해 버리는 건 일본의 입장에서도 매우 힘든 일입니다. 대한제국이 자치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 “독자적인 문화를 1천 년 이상 가진 민족을 식민지로 병합한다면 일본으로서는 큰 후환을 만들게 됩니다”

  • “일본인 교사는 여가 시간에 틈틈이 한국어를 공부하십시오” (참고로, 이토 본인은 영국 유학파였고 영어를 아주 잘한 사람이었음)
  • “종교는 조선인들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니 이렇다 저렇다 평론하지 마십시오”

근현대에 일본은 어느 때건 온건파와 강경파가 늘 대립했던 것 같다.
한국 식민지화에 대한 생각도 그렇고, 나중에는 천황에 대한 생각(황도파 vs 통제파), 더 나중엔 태평양 전쟁 때 미국에 대한 생각에서도 말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개인적으로야 살아 생전에 한복 코스프레 즐기고 조선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저 정도이기까지 했는지는 모르겠다. 이토가 진짜로 저런 생각을 갖고 저렇게 말했는데 울나라 국사에서 일부러 누락시키고 안 가르친 것인가?

이토가 한국의 잠재성을 믿었다느니 하는 말은 아무래도 오바 같다.
을사조약의 제5항에 “일본국 정부는 한국 황실의 안녕과 존엄의 유지를 보증한다”라고 적혀는 있다. 나무위키에서는 여기에 밑줄 치고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로 링크가 걸려 있다. -_-

그는 조선을 보호국으로 먼저 만들고 나서 천천히.. 그래도 영국이나 로마 제국을 흉내라도 내면서 조선을 온건하게 일본과 동화시키려 했던 것 같다. 영국 유학파답게..
이렇게 비유를 해 보니 이토한테서 뭔가 야마모토 이소로쿠 같은 인상이 느껴진다. 후자는 미국 유학파이군..

그러니 고종이 헤이그 밀사를 몰래 보내면서 허튼수작 부린 것에 대해서는 이토도 강제 퇴위로 대응하면서 칼같이 응징했다.
그 시절에 고종은 아무리 봐도 러시아와 청, 일본 사이에서.. 그리고 친일과 항일 사이에서 오락가락 여기저기 양다리 걸치다가 죽도 밥도 못 쑨 것 같다. ㄲㄲㄲㄲ

안 중근 의사는 이토가 한국을 배신하고 동양 평화를 깨뜨렸다는 이유를 들면서 그를 사살해 버렸다. 그러면서 이토의 구체적인 죄목 15가지를 법정에서 주장했다. 아무리 온건파니 뭐니 해도 조선인 사이에서는 이토가 완전 죽일놈이라는 공감대가 전국적으로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시일야방성대곡'만 봐도 "이토 히로부미가 우리 편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을사조약 결과를 보니 전혀 아니었구나~ 저놈이 우릴 낚았구나!! 아이고 우리 어이할꼬"라는 내용이 전부이지 않던가..?

물론 역사적으로 볼 때 안 중근이 주장한 아이템들이 100% 다 팩트이고 맞는 얘기는 아니었던 걸로 난 알고 있다. 집필 중이던 "동양 평화론"이 완성되지 못해서 그의 생각을 다 알 수 없게 된 것이 일면 안타깝다.

안 의사는 체포된 뒤에는 자기를 적장을 사살하고 잡힌 군 장성급 포로로 대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총살이 아닌 교수형을 당한 건지도 모르겠다. 정작 윤 봉길 의사는 그런 요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본토로까지 압송돼서는 군 교도소에서 총살형을 당했는데 말이다.

이 정도면 이토와 안 중근에 대해 어지간한 얘기는 다 나온 것 같다.
객관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1) 이토는 일본 자국에서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하고 존경스러운 인물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안 중근이 존경받는 것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다.
단순히 조선을 침략한 것 같은 유치한 행적 때문이 아니다. 그는 일본 자체를 개조하고 근대화시킨 아버지 정도로 추앙받는다. 거의 울나라의 박 정희 수준? 괜히 지폐에까지 들어간 게 아니다.

그리고 하나 더. 김 옥균 암살과 효수(시즌 1), 거기에다 이토 히로부미 암살은(시즌 2)..
일본으로 하여금 조선에 대한 더 부정적인 인식을 심고, (2) 조선을 더 강하게 병탄하고 더 험악하게 취급하도록 하는 데 기여한 건 분명하다고 하겠다. 쉽게 말해 통감부가 총독부로 바뀌는 시기를 크게 앞당겼다.

대만의 일제 통치에 비해 한반도의 일제 통치가 더 가혹했던 것, 처음부터 무단 통치에 헌병이고 고문이고가 횡행했던 것에 이런 사건이 직· 간접적으로 기여했지 싶다.
해방 이후에 김 구가 갑자기 암살 당하는 바람에 1940년대 말에 서로 눈치만 보던 남북 관계가 더 싸늘해지고, 6 25 같은 전쟁이 더 빨리 벌어지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이 사람의 다른 행적에 대한 가치 판단은 차치하고라도)

물론 을미사변이라든가(시즌 1) 의병에 대한 무자비한 토벌(시즌 2) 때문에 조선 쪽에서도 감정이 빡돈 게 있기는 했다. 하지만 애초에 조선이 일본을 완전히 몰아낼 군사력 국력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국지적인 저항과 도발만 하는 건 그냥 일본을 빡돌게만 할 뿐, "곱게 식민지 될래, 맞고 식민지 될래"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뒤집을 수 없었다.;;

마치 진주만 공격이 그때 당시에는 일본의 대승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천조국을 빡돌게 해서 그 뒤로...!!@#@!#@! 됐던 것처럼 말이다.
결국은 그로부터 10년쯤 뒤, 3· 1 운동이 비폭력을 지향하면서 크게 벌어지니 그제서야 일제도 발톱을 쓱 감추고 좀 고삐를 풀어 주고 문화 통치를 하게 됐다.

안 중근이 1910년대 국제 정세를 얼마나 크게 바꿔 놓았는지는 반대로 안 중근의 거사가 실패했다고 가정하고 쓰여진 대체역사 소설 "비명을 찾아서" 같은 걸 읽어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일본이 저렇게 무식하게 가혹하게 통치를 했으니 반일 항일 감정도 강해지고 강한 독립 열망이 형성되고 그게 실제로 이뤄지기도 한 것이다. 이토 같은 사람이 오래 살아서 조선을 반발심 없이 교묘하게 잘 다스렸으면.. 한국이 진짜로 일본과 동화돼 버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 나머지 관련 잡학들

  •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성이 이름 급으로 엄청 다양하고 많은데, '이토'는 그래도 그나마 흔한 축에 드는 성씨라고 한다.
  • 휴먼버그 대학교에 고정 출연하는 주인공 중에 불사신의 직장인 ‘사타케 히로부미(박문!!)’가 있다. 이 사람 이름도 좀 다시 보게 되겠다. ㄲㄲㄲㄲㄲㄲㄲㄲㄲ

  • 안 중근 의사가 거사를 벌이던 당시에는 하얼삔 역에 일본군보다는 러시아군이 훨씬 더 많았다. 안 의사도 러시아 헌병들에게 제압 당하고 체포됐다.

  • 이토가 마지막으로 "나를 쏜 자가 누군가? 조센징이라고? 이런 빠가야로.." 이런 말을 남겼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후손의 증언에 의해 부정된 바 있다. 또한, 이토를 쏜 사람이 러시아 저격수라고 따로 있다는 황당한 낭설이 있는데, 이 역시 그냥 주작이다.

  • 우리나라는 35년에 달하는 일제 식민지 트라우마로 인해, 훗날 UN이 제안하는 신탁통치조차도 극렬 반대하고 차라리 이대로 미군정-소련군정을 거쳐 분단을 선택한 것에 가깝다.;; 신탁통치 오보 같은 황당한 사건도 울나라의 미래에 영원한 쐐기를 박아 버렸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31 08:35 2023/07/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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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알고리즘 문제 중에는.. "N개의 원소로 구성된 목록에서 majority.. 과반/다수파라는 게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무엇인가?"를 구하는 문제가 있다.
목록에서 과반의 원소가 다 같은 값이면 그게 바로 majority라고 정의된다. 원소들은 꼭 대소 관계가 성립할 필요가 없고 그냥 동등성 판단만 가능하면 된다. 그러니 꼭 정수가 아니어도 된다.

또한, 반반이 아니라 과반이라는 특성상, majority는 존재하지 않거나, 유일하게 존재.. 언제나 둘 중 하나이다. 공동 1위 같은 것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이 문제는 뭐랄까.. 단순하면서도 참 므흣하다.
일단, "목록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원소--등장 빈도수가 가장 큰 원소를 구하시오"라고 접근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각 원소들의 빈도수를 일일이 관리하자면 알고리즘의 시간 복잡도가 기본이 O(n^2)에서 시작할 것이고, 균형 잡는 tree 기반의 컨테이너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O(n log n)이 한계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일을 그렇게 크게 벌일 필요가 없다.
각 원소의 빈도수가 아니라.. "이 목록은 과반의 원소가 그냥 동일한 값인가?"라고 접근하는 게 좋다.

수학인지 논리학인지 거기에는 "비둘기집의 원리"라는 게 있다. N+1개의 물건을 N개의 상자에다 다 집어넣는다면, 적어도 한 상자에는 그 물건이 2개 이상 들어가 있다. 뭔가 미적분에서 말하는 중간값 정리처럼.. 너무 당연한 말 같은데 말이다.
그것처럼 어떤 목록에 같은 원소가 "과반"이라면 그 목록은 다음 둘 중 한 특성을 반드시 갖게 된다.

  • 과반의 원소가 아무리 고르게 분산되어 분포한다 하더라도, 그 원소가 연달아 두 번 이상 등장하는 구간이 반드시 하나 이상 존재한다~! 1 1 2 1 특히 원소의 전체 개수가 짝수라면 이건 뭐.. 무조건 빼박이다.
  •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냥 맨 마지막 원소가 다수파이다.

어, 정말 저렇게 단정할 수 있나 의아할 텐데.. 이런 과감한 주장은 다수파의 정의가 절반의 '초과', '과반'이기 때문에 성립 가능하다.
절반을 포함하는 '이상'이기만 해도 위의 조건들은 당연히 성립하지 못하게 된다. "1 2 1 2" 같은 것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이렇듯, 다수파가 존재할 때 가질 수밖에 없는 목록 전체의 특성을 생각하면.. 다수파를 굉장히 단순한 절차만으로도 정확하게 구할 수 있다.

  • 최초엔 맨 첫째 원소가 다수파라고 가정하고 후보로 지정한다. 연속 등장 횟수(이하 점수)도 1을 부여한다.
  • 그 다음 원소가 후보 원소와 동일하면 점수를 1 증가시킨다. 그렇지 않으면 점수를 1 감소시킨다.
  • 단, 이미 현재 점수가 0이 된 상태여서 더 감소시킬 것이 없으면 후보 자체를 지금의 새 원소로 교체한다. 그리고 점수를 1로 다시 부여한다.
  • 이 과정을 모든 원소들에 대해 수행한 뒤, 현재 지정되어 있는 후보를 결과값으로 되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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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에는 이 과정을 다음과 같이 시각적으로 잘 묘사한 그림이 있더라.
정말 허무할 정도로 단순하다. 이 알고리즘은 고안자의 이름을 따서 Boyer-Moore majority vote algorithm이라고 명명되어 있다. 1981년에 학계에 처음으로 발표됐다고 하는데.. 동작하는 방식을 보니 후보, vote 이란 워딩이 적절해 보인다.

Boyer-Moore 이거 혹시 "문자열 검색 알고리즘에도 나오는 이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텐데.. 정확하다. 동일한 명칭이다. ㄲㄲㄲㄲ

단, 위의 알고리즘은 목록에 다수파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언제나 후보를 갖고 있다가 되돌린다. 그러니 목록에 다수파가 존재한다면 정확한 답을 되돌리지만, 애초에 다수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뭔가 임의의 엉뚱한 후보를 되돌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알고리즘에는 2nd-pass, 즉 후처리라는 게 필요하다. 앞의 1st-pass를 통해 구해진 후보가 진짜로 다수파가 맞는지, 얘만 개수를 처음부터 다시 세어 보는 것이다.
1st-pass 때 쓰였던 점수 변수는 증가했다가 감소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정확한 개수가 담겨 있지 않다.
이거 무슨 분수· 무리방정식을 풀고 나서 검산을 해서 무연근을 제거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자, 두 pass 모두 시간 복잡도는 O(n)이고, 공간 복잡도는 지역변수 꼴랑 한두 개.. O(1)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얘는 알고리즘 자체는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정말 이렇게만 해도 언제나 문제에 대한 정확한 답이 구해지는지 correctness를 이해하는 게 좀 빡셀 수 있는 문제이다.

알고리즘이라 하면 복잡한 기법을 동원해서 무식하게 풀었을 때 O(n^2)짜리인 것을 O(n log n)으로 낮춘다거나, 팩토리얼/지수함수 급인 것을 O(n^2)나 O(n^3)으로 낮추는 형태인 게 많다.
그러나 최적화를 통해서 이렇게 O(n)을 만들 수 있는 문제는 흔치 않아 보인다.

이 다수파 구하기와 성격이 아주 비슷한 문제는 N개의 숫자 목록 내부에서 "합이 가장 큰 연속된 구간을 찾기"인 것 같다. 당연히 양수와 음수가 뒤죽박죽 섞여 있는 목록에서 말이다.

정답이 (x~y) 구간은 그야말로 1<=x<=y<=N 아무렇게나 가능하기 때문에 이것도 언뜻 보기에는 시간 복잡도가 O(n^2)이나 최하 O(n log n)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얘도 아주 간단한 검사만 하면서 시간 복잡도 O(n)과 공간 복잡도 O(1) 만으로 아주 빠르게 풀 수 있다.

  • 정답 구간이 맨 첫 원소에서 시작된다고 가정하고 각 원소들을 쭉쭉 더해 본다. 그 합이 지금까지 구한 max보다 더 크면 최대값을 갱신하고 정답 구간도 업데이트 한다.
  • 그런데 그러다가 합이 음수가 돼 버리면... 그러면 지금까지 살펴봤던 구간은 "더 살펴볼 필요가 없고" 그냥 통째로, 아무 미련 없이 버리면 된다. 그 다음에 양수가 나오는 구간부터 시작점을 새로 설정하고 동일한 과정을 반복한다.

더 살펴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 복잡도 O(n)이 가능한 것이다. 이게 아까 다수파 문제에서 점수가 음수가 돼 버린 시점에서 후보를 깔끔하게 바꿔 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왜 이렇게 해도 되는지를 생각하는 게 이 문제의 관건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29 08:35 2023/07/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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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전쟁사 관련 글을 쓰면서 거기에 분류되지 않고 남은 여러 잡다한 아이템들이다. ㄲㄲㄲㄲㄲ

1. 군대가 돌아가는 방식

(1) 정식 군인이 아니지만 군인에 준하는 민간인으로는 사관생도, 군무원 정도가 있다. 이들은 무슨 일을 저지르거나 일이 터졌을 때 군법이 적용될 수 있다.
한편, 정식 장교가 아니지만 장교에 준하는 군인으로는 준위..가 있다.

(2) 대학교는 초중고와 달리, 전학이라는 개념이 없고 편입도 입시를 치러야 들어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편입'이라는 건 멀쩡한 대학교가 없어지는 초 막장 상황 정도는 돼야 벌어진다. 이건 전국적으로 매스컴까지 탈 만한 이벤트이다.
군대의 특별임관은 공산군 탈북자가 자기 계급을 그대로 인정받는다거나, 6· 25 시즌 2 같은 상황에서 아주 특출난 병· 부사관이 현장에서 특례를 인정받아 곧바로 장교로 임관하는 정도의 상황을 말한다. 이 역시 흔한 경우가 아니다.

(3) '소위'는 장교 중에서 제일 쪼렙...이다 보니, 순직한 군인에게 '추서'될 만한 계급은 절대 아니다. 준위나 원사가 순직한다고 해서 소위 계급을 받지는 않는다.
그 반면, 우리나라 군대 역사상 유일하게 죽어서 소위 계급이 추서된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 군견 '헌트'였다. 제4 땅굴을 탐사하던 중에 지뢰를 밟고 순직했기 때문이다.

(4)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사람, 외국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라고 정의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이고 진짜로 군인이 투입되어야 마땅할 것 같은 곳에 군인이 아니라 경찰, 아니면 사실상 군인이지만 눈 가리고 아웅 수준으로라도 '경찰'이 투입되곤 한다.

  • JSA 내지 GP: 여기는 DMZ 내부이다. 북한과 너무 가깝기 때문에 서로 좀 싸우지 말라고 국제법상 '비무장 지대'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남과 북 모두, 일반 소총수나 수색대까지는 아니어도 민정경찰이라는 일종의 경찰을 보내서 순찰시키고 있다. 쟤들은 일본 자위대가 군대인 것만큼 군인이다. ㄲㄲㄲㄲㄲㄲ
  • 독도: 이건 무슨 일제 시대 독립 운동도 아니고.. 영토 분쟁 지역이라고 국제 사회에 호소할 가치조차 없다. 당연히 자국 영토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평범한 해안경비대 내지 해경 수준에서 끝이다. 굳이 해군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물론 이런 처신은 일본이 무슨 북괴처럼 수시로 무식하게 도발하는 야만적인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2. 보스와 리더

흔히.. boss 같은 사람이 아니라 leader 같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이런 요지의 글을 나도 한 10년도 더 전부터 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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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선수범하라~~ 수직이 아닌 수평적 관계.. 뭔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큰 조직이 돌아가려면 결국은 보고만 받고 지시만 내리는 boss 같은 사람도 여전히 필요하고, 반대로 실무자들을 통솔하는 leader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

상급자도 시간과 체력의 한계가 있는 사람인데.. 최고위 상급자가 모든 걸 일일이 시범 보이고 다 지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슨 북괴 김 정은 현지지도도 아니고..
군대로 치면 boss 대신 commander이겠지.. 중대장 급 이상 지휘관과, 분대장/소대장 지휘자의 차이인 것이다.

엄청난 옛날에 활 쏘고 창검 갖고 싸우던 시절에야 최고위 장수나 무려 왕이 직접 앞장서고.. 심지어 장수들끼리 일대일 맞장만 뜨는 걸로 전투의 승패를 결정 짓기까지 했었다. 군인과 무인의 차이가 지금보다 크지 않았던 것이다. 현대의 전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각종 병기· 무기의 위력이 너무 강해지면서 제아무리 체력 체격 깡패인 사람도 총 한 방 맞으면 무조건 죽게 됐다.
그러니 이제는 아무리 용맹한 병사라도 총알 포탄이 날아오면 닥치고 수그리고 엄폐부터 하게 된다. 이건 그 어떤 격투 무술이나 스포츠에도 없는 기동일 것이다.

거기에다 통신 기술도 발달했으니 최고 사령관 참모진은 이제 벙커만 짱박히게 되었다. 예전의 장수가 하던 "나를 따르라"는 소위· 중위 같은 초급 장교의 몫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 흉기에만 특화된 직책은 특전사 같은 부사관의 영역으로 넘어간 것이다.
boss인지 commander인지가 되기 위해서 그래도 leader의 경험과 자질이 필요하다는 건 변함없기 때문이다.

3. 고전 영화 "빨간 마후라"

미국에서는 1986년에 "top gun"이라고, 대놓고 소련이라고 지목은 안 했지만 어쨌든 가상의 적국을 설정해서 전투기 공중전을 정말 실감나게 잘 묘사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옛날인 1964년에, 1964년작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명작 공군 영화가 만들어진 적이 있다. 바로 "빨간 마후라"이다.

빨간 마후라에서는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최초로.. 공중전 장면이 아주 생생하게 촬영됐다.
그때는 따로 소품이니 세트니 CG니 넣을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군용기를 띄우고서 날개에다가 그 비싼 카메라를 ON 시킨 채로 달아서 촬영하고..
교전 장면도 공포탄이 아니라 진짜 실탄을 위험 무릅쓰고 갈기면서 찍었다. 군용 실탄이 대량생산 덕분에 차라리 더 저렴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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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5 전쟁이라 하면 육군이 후퇴했다가 고지 점령하는 땅따먹기.. 아니면 인천 상륙작전 쪽의 인상만 너무 강한데.
빨간 마후라는 1952년에 '공군'이 세운 탁월한 무공인 평양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을 다뤘다.

전쟁 중엔 적의 보급로를 끊기 위해 교량을 폭파하는 게 중요한 임무로 등장하곤 했다.
2차 세계 대전 영화 중에서도 "콰이 강의 다리"처럼 증기 기관차가 달려오는데 철교를 폭파해서 일본군을 엿먹이는 데 성공한 일화를 다룬 작품이 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크림대교가 소리소문 없이 폭파된 적이 있었다.

그것처럼.. 6· 25 사변 중에 육군은 이때 이미 휴전선 고지전만 엎치락뒷치락 중이었던 반면,
공군은.. 강릉 기지에서 전투기를 띄워서 평양 적진까지 쑥 날아가서 육지 교량 목표물을 폭격했던 것이다. (저 땐 아직 수원 세류 공군 기지가 아직 없었음. 그래서 더 먼 강릉에서..)

그것도 미군/UN군이 실패했던 임무를 우리 공군이 위험 무릅쓰고 저공 폭격해서 성공하고도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었다! 단, 영화에서는 신파를 넣으려고 주인공이 피격 당하고 전사하는 걸로 스토리가 바뀌었다.
그리고 그 당시 여건상 어쩔 수 없었던 거..
6 25 당시 국군이 띄웠던 구닥다리 왕복 엔진 P-51 무스탕을 구할 수 없었던지라, 영화에서는 촬영 당시에 현역이던 제트 전투기 F-86이 대신 등장했다.

아~ 그래서 개인적으로 얘는 6 25를 다루고 있다면서 시대가 그 후의 나중을 다루는 것 같고 좀 헷갈렸었다.
"빨간 마후라" 노래는 원래 이 영화의 OST였지만.. 영화와 음악이 워낙 고퀄이었기 때문에 공군에서 얘를 군가로 정식 채택해 버렸다.

영화는 원본 마스터 필름까지 외국으로 수출해 버려서 없어졌다가 나중에 굉장히 어렵게 다시 구하고 복원해서 디지털화한 것이다.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서 이렇게 유튜브로 편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 보기 )

참, 그러고 보니 초딩용 공군 전용 동요도 있었다.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 우리 공군 아저씨 ... 우리의 '희망의 꽃' 대한의 공군" 이렇던가..
'희망의'에서는 박자가 셋잇단음표라는 게 포인트임. 타군에 대해서 이런 노래는 딱히 없는 것 같다.

4. 천조국의 전사 통지 방식

그리고 끝으로.. 미국, 아니 미군은 물리적인 군사력 화력뿐만 아니라, 참전 용사들을 예우하는 수준도 가히 천조국 급인 걸로 유명하다. thank you for your service가 몸에 배여 있다.
미국 국내선 정도이면 기장이 "현재 우리 비행기에는 명예 훈장의 수훈자께서 같이 탑승해 계십니다"라고 자랑을 할 정도이고, 전사자 유해를 같이 운구하고 있다면 도착 공항에 착륙한 뒤에 "참전 용사께서 먼저 하기하도록 승객 여러분께서 기다려 주십시오" 이렇게 안내를 한다.

이렇듯, 예우 대상자의 생사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전사했다면 그야말로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유해를 수습하며, 유족에게 전사 소식을 전하는 방식도 정말 남다르다. 다음 영상을 보자. (☞ 보기 )
이런 소식은 정복 차림의 간부급 군인, 특히 고인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을 발품팔이 시켜서 반드시 대면으로 전한다. 자기 아들이나 남편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뉴스 따위로 먼저 접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름 최대한 예를 갖춰서 소식을 전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파병 군인을 둔 가정이라면 갑자기 정복 차림의 군인 두세 명이 자기 집을 찾아오는 게 사실상 저승사자의 왕림이나 마찬가지이다.

전사 소식을 들은 유족이 표정이 싹 변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문을 쾅 닫아 버리거나.. 심지어 물을 끼얹거나 멱살 잡고 쌍욕에 폭행까지 한댄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일체의 맞대응을 하지 않고 묵묵히 몇 시간 며칠이고 집 문앞에서 기다리고 유족들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 준다.

오히려 유족이 졸도라도 할 경우를 대비해서 집 근처의 가까운 의료시설의 연락처까지 미리 파악해 놓고 찾아간다.
유족이 제정신인 상태에서 전사 사실을 받아들이고 후속 절차에 동의까지 해야 이 사람들의 임무가 끝나기 때문이다.
어디 콜센터 직원이나 카페 알바하고는 차원이 다른 감정노동을 하는 셈이다.

2009년작 영화인 Taking Chance가 이 주제와 관련된 유명한 작품이다.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Chance라는 게 인명이어서 실제 의미는 "챈스 일병의 귀환"인데, "기회 잡기"라는 언어유희를 구사한 것이다.
이건 '영현 봉송'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식만 전하는 전사 통지하고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하지만 전사 통지관 분위기에다가 명예훈장 수훈자의 예우 같은 심상이 더해져서 더 드라마틱한 영화 소재가 만들어진 것 같다. 제일 하이라이트 장면은 전사자 유해를 호송하는 차량의 앞뒤로 다른 민간 차량들이 알아서 헤드라이트를 켜면서 경의를 표하고 에스코트를 하는 모습이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26 08:35 2023/07/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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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징악 스토리 매체들

본인은 권선징악 이야기를 좋아한다.
악의 무리들이 더 큰 힘에게 참교육 당하고 보복과 응징 당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성경도 궁극적으로 그런 구조이기 때문에 본인이 좋아한다.
옛날 영화 테이큰이나 아저씨 같은 부류를 아주 좋아한다. 마르코를 전기 고문하고 만석· 종석 형제를 통쾌하게 골로 보내 버리는 연출을 좋아한다. I spit on your grave라든가 "악마를 보았다" 같은 작품도 좋아한다.

쓸데없이 열린 결말이나 무슨 입체적인 면모, 이중간첩 반전, 가해자가 된 피해자, “쟤도 처음부터 저렇지는 않았어” 같은 건? ‘역사의 풍운아’ 급으로 스토리를 기막히게 탄탄하게 잘 짠 게 아니면 막 좋아하지 않는다. "복수는 나의 것"이나 "킬 빌"은 막 권선징악 정의 구현이라고 보기는 좀 애매하지..??? ㄲㄲㄲ

글쎄, 이런 단순한 장르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 요즘은 웹툰이나 유튜브로도 내 취향을 저격한 소재의 작품이 좀 눈에 띈다.
가장 먼저 웹툰 <참교육>이다. 2020년 말부터 거의 2년 동안 110화를 연재하더니 2022년 말에 시즌 1이 끝났다. 본인은 이걸 재미있게 구독했으며, 상당수의 회차는 다음 스토리가 궁금해서 유료 구독까지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처음에는 그냥 학교 폭력만 다루는 것 같더니 나중에는 섬노예와 사이비 종교, 불법 도박까지 그야말로 학생이 얽힌 전반적인 시사 사회 고발물이 됐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좀 오글거리고 유치한 연출도 적지 않지만, 이런 게 본인의 취향과 잘 맞는다.

이미 다들 아시겠지만, 본인은 성악설을 지지하고 필요악의 존재를 인정한다. 체벌이나 사형 제도를 쌍수 들고 적극 찬성하며 그게 성경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본다. 저런 게 없으면 인간이 인간이 될 수 없고 인간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단언한다. 오늘날의 사법 체계는 형벌이 너무 약하다.

오 은영 교수/의사/박사라고 아동 교육 전문가를 표방하며 온갖 TV 방송과 광고에 얼굴을 비추고 있는 유명인사가 있다. 난 개인적으로는 저분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이 사람은 자기도 교인이라면서 자녀를 의로 훈육해야 된다는 말은 일체 없이, 극단적인 막장 문제 부모들 예만 들면서 오로지 “문제 아동이 아니라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다” 얘기밖에 안 한다. 그건 편파적이고 문제 있는 관점으로 보인다.

솔직히 엄마가 아니라 아빠라면.. 어린 자녀가 “잘못 건드렸다가는 작살난다, 내 생명이 위협을 받는다” 정도의 권위와 위엄, 두려움이 있기는 해야 한다.
선악을 아직 분별하지 못하는 어린애는 아예 죽어 버린다면 무조건 구원이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판단 유예 기간 동안, 지옥불에 떨어지지는 않는 대신 신체의 아픔이라도 느끼면서 지옥에 가지 않는 생활 습관이 훈련되고 몸에 배여야 할 것이다.

물론 “큰 권한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법칙은 부모에게야말로 매우 절실히 적용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내리는 상과 벌, 당근과 채찍에는 “원칙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녀가 부모와는 아예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하고 소통을 포기해 버리고 삐딱서니 타게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뭐,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절대 아닐 것이고 본인은 처자식조차 없는 미혼이니-_- 이 주제에 대해 더 오지랖을 늘어놓지는 않겠다. ㄲㄲ

얘기가 좀 밖으로 샜다만..
<참교육> 정도면 약간의 현실적이고 진지한 메시지가 들어있는 작품인데..
그냥 단순히 악인을 가학적으로 응징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작품도 있다.

국내 웹툰 중에서는.. 이미 수 년 전에 완결되기는 했지만 <뉴 바이블>이 있다. ㅡ,.ㅡ;;
무슨 헐크처럼 생긴 ‘제이’(J!!!!!)가 정의의 사도이다. 십자검을 휘두르면서 일진 양아치나 성범죄자의 사지를 자르고 목을 뎅겅 쳐 버린다. <킬 빌> 같은 병맛 연출 일색인데, 계속 보면 재미는 있다. -_-
참교육과 뉴 바이블 모두 실제 범죄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서 에피소드를 구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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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만기 출소 후, 안산에서 살고 있는 그 유명 범죄자를 저격한..)

그 다음으로 본인이 유튜브를 방황하다가 발견한 걸출한 물건은.. 일본 만화/영상툰인 “휴먼버그 대학교”이다.
피츠버그 대학교를 흉내 낸 명칭 같은데, 명목상으로는 “인간의 두뇌가 버그를 일으켰을 때”를 표방하는 거라고 한다.

인터넷에 나도는 온갖 엽기 기괴 사건들을 짤막한 만화 형태로 각색하길래 흥미롭게 봤다. 그 정의상, 다윈 상을 받을 만한 일화도 훌륭한 소재가 된다.
여러 에피소드들 중, 불사신 직장인인 사토 히로부미, 그리고 세계를 떠도는 괴식 헌터 키토 죠지는 고정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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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중에서 압권은.. 소믈리에라는 칭호를 자처하는 고문 기술자 ‘이쥬인 시게오’ 시리즈이다.
어떤 악당이 흉악 범죄를 저지르고도 일말의 반성도 없다. 심지어 돈과 빽을 동원해서 대타를 대신 체포되게 만들고, 진범은 처벌조차 받지 않는다.
피해자가 이 사실을 알고는 이쥬인 시게오에게 의뢰를 넣고, 피눈물을 흘리면서 원한을 풀어 달라고 읍소한다. 그리고.. 스토리는 늘 이런 패턴이다.;;

“내 이름은 OOO. 법의 처벌을 받지 않은 인간쓰레기를 수거하는 뒷세계의 청소부이지.” ㅋㅋㅋㅋ
“피해자의 눈물을 이렇게라도 닦아 주는 것. 이것이 고문 소믈리에의 사명이다.” ㅋㅋㅋㅋㅋㅋ


이런 소재만 갖고 이런 재미있는 만화 시리즈를 만들다니.. 역시 열도의 기상이다.
주인공은 명탐정, 대도, 고독한 암살자 해결사 같은 컨셉이고,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건 “심야식당”이라든가 스피드왜건,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3기 7화 전반부의 “Mr. 마스다” 같은 느낌이다.

그 뒤에 학습만화 스타일의 쓸데없이 고퀄 TMI인 각종 고문 디테일 설명충 기질은 “도이치의 과학력은 세계제이이이일!” 같은 느낌.. ㄲㄲㄲㄲㄲ
이런 게 일본 애니의 세계이구나 싶다!! 감동 받아서 개인적으로 일본 글자라도 독학하며 외우게 됐다.

그러게 진작에 이런 걸 만들 것이지,
뭐 “끝나지 않는 여름방학”이라든가 “감각의 제국”, “쇼군의 새디즘”처럼 꿈도 희망도 없이 피해자만 일방적으로 당하는 얘기들은 재미가 없었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고문 소믈리에 시리즈에서는.. 필리핀에서 무려 가톨릭 신부로 활동하면서 고문 기술자를 겸직-_-;하고 있는 이쥬인 시게오의 친구가 이름이 JJ이다. 뉴 바이블의 '제이'와 비슷한 명칭 되시겠다.

이상이다. 뜬금없이 정치 얘기를 좀 늘어놓고 글을 맺도록 하겠다.
이쥬인 시게오 같은 사람이 현실에 존재해서 음주운전 교통사고 유족이라든가.. 더 나아가 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이라든가, 동료 탈북자가 저 사람을 찾아가서 피눈물 쏟으며 의뢰를 하는 상황을 잠시 상상해 봤다.
멀쩡한 자기 아버지를 월북 빨갱이로 몰아붙인 그놈, 내 친구를 흉악범 살인자로 몰아서 북한으로 되돌려보낸 저 불구대천의 원수를 같이 지옥으로 떨어뜨려 달라고 말이다.

이건 받을 가치가 있는 의뢰이겠지만, 목표물이 무려 전직 대통령이니 빡센 경호를 뚫고 몰래 납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_-

나는 내가 죽도록 싫어하는 이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동안에도 그 사람이 해외 순방 중에 비행기가 추락해서 뒤지기를 기원한 적은 전혀 없다.
그렇게 죽어 버리면 놈은 직무 중 순직으로 처리돼서 사후에도 온갖 영예와 예우가 뒤따라오고, 후세들이 놈의 악행을 파헤치기가 매우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전땅끄도 1983년 아웅산 테러 때 무려 북괴의 공작에 의해 순직했어 봐라.. 절대로 지금 같은 정도로 욕먹는 처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뭐, 아예 역사가 송두리째 달라졌겠지..)

그저 놈이 법의 심판을 받고 사형장이나 국립호텔에서 죄수복 차림으로 여생을 보내기를 예나 지금이나 간절히 기원할 뿐이다. 만약 그럴 가능성이 없다면 이쥬인 시게오 같은 사람이라도 처리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뭐, 종북 빨갱이들이 현 대통령이 하루빨리 뒤지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그 심정은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지금 대통령을 정말 잘 뽑았다는 걸 그놈들이 웅변으로 증명해 주고 있는 거다.
그러나 그런 놈들이 종교인 성직자, 교사, 법조인 같은 직업은 제발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23 08:35 2023/07/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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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먼 옛날.. 특히 성경 시대

(1) 처음엔 병거라는 게 운용되다가 나중에 군인이 직접 말에 타는 걸로 바뀌었다.
모세 일행을 추격하러 나섰던 이집트 군대, 엘리야의 승천 장면.. 그러다가 요한계시록의 말 탄 자들
안장과 등자가 발명되고 말이 품종 개량되어 덩치와 체력이 커진 덕분이다.

(2) 옛날의 공성전의 후신이 오늘날로 치면 참호전 정도 되겠다.

(3) 그러고 보니 성경에는 수많은 전투 장면이 나오지만, 딱히 해전이 기록돼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나마 요나서와 사도행전이 바다 냄새 풍기는 스토리가 많기는 하지만.. 그건 그냥 평범한 항해와 난파 얘기이니까..

1. 육군, 총기

(1) 주 무장이 냉병기에서 화약 총포로 바뀌면서, 군인과 무인은 영역이 달라지고 차이가 더욱 커졌다. 무인과 가깝고 개인의 피지컬이 크게 부각되는 병과는 특수부대나 저격수, 공작원 같은 쪽으로 세분화되고, 장교보다는 부사관의 성격이 강해졌다. 큼직한 방패나 금속 갑옷이 없어지고, 방어구는 방탄모나 방탄조끼 정도만 남았다.

(2) 1700년대까지만 해도 군인들이 빨강 파랑 등 화려한 군복을 입고 직접 전장에서 싸웠지만(나폴레옹, 미국 독립전쟁 등).. 지금은 그렇지 않고 그냥 활동하기 편하고 위장 잘 되는 칙칙한 색상으로 전투복이 싹 바뀌었다. 이젠 계급장이 눈에 너무 잘 띄는 것조차도 실전에서는 위험한 지경이니까.. 무연화약이 발명되고 개인 각개전투가 가능해진 덕분이다.
화려한 군복은 사관생도 예복으로나 남아 있다. 제식이나 총검술 같은 그냥 옛날 군대 legacy이다.

(3) 총이 발명되기는 했지만,
옛날에는 화약 가격이 그렇게도 비싸서 천하의 영국군 레드코트조차도 실탄 쏘는 훈련을 평소에 좀체 못 할 정도였다고 한다.
훗날 1차 세계 대전 때는 유대인 과학자 ‘하임 바이츠만’이.. 화약 만들 때 필요한 아세톤을 쉽고 저렴하게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해서 나라를 구하고 영국의 승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4) 공용화기인 기관총 말고, 개인화기가 방아쇠를 누르고만 있으면 두두두두 갈겨지는 ‘자동’ 모드까지 지원하기 시작한 지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물론 이런 총은 전문적인 기관총이 아니기 때문에 방열 능력에 한계가 있는지라, 정말 1시간 동안 계속 갈기고 있을 수는 없다.

19세기 사람들은 기관총만 갖고도 너무 놀라서 이제 사람들이 무기의 위력이 너무 무서워서 전쟁을 선뜻 못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실제로는 기관총만으로는 충분치 않았고, 나중에 핵무기까지 발명된 뒤에야 진짜 현타가 찾아오게 됐다.

권총은 작아서 불순한 용도로 은닉하기 쉽기 때문에, 군용 소총은 사정거리 길고 위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규제가 심하다. 민간인이 수렵이나 호신 용도로 그나마 가장 쉽게 구경하고 보유할 수 있는 총은 위의 두 속성과는 거리가 먼 산탄총이다.
권총은 경찰에게 적합하다. 군대에서는 빈약한 보조 무장에 지나지 않지만, 경찰에게는 그게 삼단봉이나 테이저 건 다음으로 최후에 등장하는 최강의 무력이다.

2. 해군

(1) 목재 범선 시절에는 배수량 겨우 몇백 톤짜리 작은 배에 수십 명의 선원이 타고 대양을 건너고 이걸로 심지어 전투도 벌였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그 시절 화력으로는 배를 통째로 다 파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적선에다 다리 놓고 쳐들어가서 배에서 백병전 벌여서 승무원들만 제압하고, 배는 노획하거나 심지어 빼앗겼던 배를 도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공성전이나 시가전이 건축물 대신 배에서 벌어지는 거나 마찬가지.. 요즘 같으면 적군이 아니라 그냥 테러리스트나 해적과 싸우는 것하고 비슷한 양상이다. -_- 배를 통째로 격침시켜서는 안 되고 인질도 보호해야 하는 그런 상황 말이다. 하긴, 옛날에는 해군과 해적의 구분도 지금만치 분명하지 않았고, 국가 공인 해적인 사략선 같은 조직도 있었다.

(2) 옛날 범선 시절엔 대포들이 배 옆구리에 일렬로 쭈욱 늘어서 있었으며, 그 구조상 위로 발포는 불가능했다.
이런 배를 전열함이라고 불렀는데, 배의 재질이 철로 바뀌고 동력원이 돛 대신 엔진으로 바뀌면서 현대적인 의미의 전함이 등장했다. 20세기가 돼서야 함포가 밖으로 돌출돼 나오고 구경이 더 커지고, 나름 고각으로 대공 발포도 가능해졌다.

(3)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해전에서는 포의 사정거리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했다. 바다야말로 아무 지형 장애물이 없으니, 우리는 안 맞고 적은 맞을 수 있는 사정거리에서 포 쏴서 맞히면 장땡이었기 때문이다. 포의 사정거리를 올리려면 배가 커져야 했다.
물론, 적선이 아예 보이지도 않고 지구의 둥근 곡률을 실감할 정도로 수십~수백 km 이상 아득히 먼 곳에서 쏘는 수준은 아니었다.

(4) 러일 전쟁 시절엔 전투기 폭격기라는 게 사실상 없다 보니, 러시아 발트 함대가 인도양 건너 무려 7개월을 항해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왔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삽질인 것 같은데..??
러일 전쟁은 육군의 203 고지전과 해군의 쓰시마 해전이 같이 존재하는 것도 그렇고.. 양상이 굉장히 특이했다. 40여 년 뒤에 소련군이 일본 관동군을 박살내는 방식은 그때와는 또 완전히 달라졌다.

오늘날은 핵무기가 너무 위력이 강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더는 이걸 갖고 경쟁을 하지 말자고 나라들이 조약을 맺게 난리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너도 나도 대형 전함을 개발하는 게 요즘으로 치면 핵 개발을 하는 것과 비슷한 군사 위협이었다. 그래서 강대국들은 우리 다같이 일정 배수량을 넘게 전함을 만들지는 말자는 조약을 서로 체결할 정도였다. 참 격세지감이다.

(5) 그러나 요즘 군함은 2차 대전 시절의 전함보다 오히려 다시 작아졌다. 엄청나게 거대한 배는 항공모함뿐이다. 그건 배가 직접 싸우는 게 아니라 함재기가 싸우는 거고..
항공모함을 표방하는 프로토스 캐리어와, 태평양 전쟁 시절 대형 전함을 표방하는 테란 배틀크루저의 관계가 더 잘 와 닿을 것이다. 후자는 심지어 포 이름조차도 ‘야마토’이다!!!
대형 전함은 대형 대륙 횡단 여객선과 동급으로 유행이 끝나서 퇴역했다. 하지만 해병대의 입장에서는 재래식 전함이 있어서 나쁠 게 없다. 상륙 작전 때 뒤에서 사정거리 수십 km에 달하는 함포를 펑펑 쏘면서 아군을 지원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엄호 사격이 아닌 엄호 포격..!!

여담이지만, 군함뿐만 아니라 도로도 비슷하게 스케일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오늘날은 대도시라도 시내 도로를 예전처럼 너무 큰 10차로, 12차로 급으로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량 통행을 억제하고 보행자와 대중교통을 우대하는 쪽으로 도시를 설계한다.
시내 도로는 뭔가 전함 같고, 보행자가 아예 없는 자동차 전용 도로나 고속도로는 항공모함에 대응하는 것 같다. 차라리 후자는 전자보다 더 커질 여지가 있다.

(7) 그나저나 잠수함은.. 여느 수상함과는 성격이 좀 다르고, 육군 저격수 같은 특수 병과의 해군 버전 같은 느낌이 든다. 저격수의 바다 버전이랄까? 하긴, 저격수는 전투복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길리슈트를 입고 잠복한다.;;

3. 공군

(1) 2차 대전까지만 해도 전투기가 고작 왕복엔진 프로펠러기였다는 것, 원자폭탄을 미사일로 날린 게 아니라 유인 폭격기가 직접 투하했다는 것..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제트 엔진이라는 게 아직 제대로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 태평양 한복판에서 항공모함 함재기끼리 싸운 전투만 해도 가히 그 시절로서는 SF급의 첨단 전투였겠지만,
적선 근처까지 직접 저공 비행해서 폭탄이나 어뢰를 떨궜던 급강하폭격기와 뇌격기는.. 뭔가 심하게 위험하고 삽질스러워 보인다. 저렇게밖에 할 수 없었나..??
이것도 다 미사일이란 게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로켓 엔진은 제트 엔진의 파생형이다.

(3) 적성국가에서 누가 적기나 적선을 몰고 귀순해 와서 그걸 갖다바치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보상이 주어지며 그 사람은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이런 캐이득 귀순을 적극 유도하고 장려하기 위해서이다.
그나마 배는 느리고 승무원이 많기라도 하기 때문에 돌발행동이 극히 어려운 반면, 전투기 같은 건 한두 명밖에 안 타는데 기동성은 넘사벽이다. 그러니 조종사가 나쁜 마음 품으면 그 비싼 국가 자산을 갖고 돌발행동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세계 각국에서는 수송기도 아니고 전투기 조종 정도면 간부인 건 너무 당연한 일이고, 부사관도 아니라 장교에게 맡긴다. 수백 kill을 자랑하는 인간흉기 최정예 저격수나 특전사 대원은 부사관이지만, 전투기 조종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허나, 구 일본군은 이런 어마어마한 전투기를 운용한 군인의 계급이 꼴랑 ‘병’이었던 유일한 군대이지 싶다. 다시 말하지만 전투기를 정비하는 군인이 아니라, 조종하고 그걸로 목표물을 공격하던 군인 말이다. 인류 역사상 유일하다.

(4) 해병대가 육군과 해군 사이에서 좀 짬뽕 같다면(병의 복무 기간은 육군과 동일하지만, 그래도 간부는 장교는 육사가 아닌 해사 출신).. 항공모함 함재기는 공군과 해군 사이에서 좀 짬뽕 같다. ㄲㄲㄲ
육군과 해군이 운용하던 항공대가 독립해 나가서 공군이 됐는데.. 미국은 아직 상징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이제 공군에서 우주군이라는 걸 따로 독립시키려는가 보다.

4. 여담: 총알과 포탄과 미사일

오늘날 바다에서 군함들이 서로 보이는 곳에서 총포를 주고받는 건.. 그냥 옛날 백병전이나 전열보병과 다름없는 짓으로 취급된다.
아니면 저건 우리나라 제2 연평해전 때 그랬던 것처럼.. 확전을 억제하려고 우리 쪽에서 비정상적으로 불리하게 봐 주고 먼저 얻어터져 줬을 때에나 벌어지는 일이다.

그것처럼 전투기에서 기총사격..?? 이건 뭐 육군으로 치면 대검이나 권총 딱총 정도의 초라한 무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무장도 가끔은 필요할 때가 있고, 또 미사일 만능주의만 외치기에는 미사일은 너무 비싼 무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총포 같은 재래식 무장이 육해공을 막론하고 완전히 퇴출된 건 아니다.

  • 한번 동력을 얻어서 날아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엔진이 달려서 추진을 하면 그건 로켓이나 어뢰 같은 물건이 된다.
  • 날아가서 박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폭발해서 파편도 날리면 그건 단순 총알 탄환을 넘어서 수류탄이나 포탄, 폭탄이 된다.
  • 거기에다가 그냥 날아가는 게 아니라 목표물을 향해서 방향 전환까지 하면 그건 유도탄이나 미사일이라고 불린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20 08:36 2023/07/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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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엡 6:14-17을 펼쳐 보면 그 유명한 전신갑주 장구류가 나온다. 진리의 허리띠, 구원의 투구, 의의 흉배 어쩌구~ 이런 비유들은 사 59:17 같은 성경적인 근거가 있는 한편으로,  그 당시의 로마 군인의 무장을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많이 세속화되고 타락해서 그런지, 요 근래엔 저 말씀을 보니... 바이크 라이더가 딱 떠오른다. ㄲㄲㄲ
흉갑, 신발, 투구 등등은 오토바이 탑승용 부츠, 장갑, 재킷, 수트, 상체 보호대, 헬멧 등등에 얼추 대응한다.
리터급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를 떡~ 타고 검 대신에 샷건 하나 들면 터미네이터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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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전쟁에서는 무기의 위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갑옷 같은 건 아무 의미가 없어져서 퇴출됐다. 그 대신 방어구를 주렁주렁 장착하는 분야가 육군 보병 대신 오토바이 쪽으로 옮겨진 것이다.
말이나 이륜차 같은 부류는 탈것에서 빨리 떨어져나가야 안전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탈것에다가 탑승자를 고정하는 벨트 같은 안전장치가 없다. 그 대신 안전장치를 탑승자가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성경을 보면 공격 무기는 말씀의 검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방어구이다.
특히 "구원의 투구"... 구원 교리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에다 매핑이 돼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오토바이도 다른 모든 방어구는 선택사항 옵션이지만, 헬멧만은 모든 탑승자에게 무조건 법적 의무이다. 안 쓰고 주행하다가 걸리면 과태료이다.
물론 이건 보행자로 치면 무단횡단(횡단보도이기는 하지만 빨간불), 자동차로 치면 깜빡이 미점등과 비슷한 급으로 경미한 법규 위반이기 때문에 액수 자체는 저렴하다.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지.. 솔직히 최소한의 물리 법칙 감각과 겁대가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헬멧 안 쓰고 이륜차 타고 쌩쌩 달릴 때 본능적으로 겁을 먹고 거부반응이 느껴져야 할 것이다.

낚시를 즐긴다거나, 갑자기 애완동물을 키운다거나, 오덕질에 심취한다거나...
이런 건 아무래도 부모나 배우자 같은 가족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듣는 활동이다.
그런데 "나 오토바이 탄다~"는 그 이상으로 평이 매우 좋지 않은 편이다. 너무 위험하다고 말이다.

허나.. 비행기만 해도 일단 추락 사고가 나면 매우 끔찍하지만, 사고 자체는 좀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는 자동차 이상으로 매우 안전한 교통수단이지 않던가?
그것처럼 오토바이도 일단 사고가 나면 자동차보다 매우 끔찍하긴 하지만 전반적인 사고율이나 위험성은 지나치게 과장된 구석이 있어 보인다. 오토바이를 지나치게 기피하거나 거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토바이 자체가 기술적으로 결함이 있어서 멀쩡히 잘 달리다가 저절로 폭발하거나 주저앉는 물건이기라도 한 게 아닌 이상 말이다.

이륜차든 일반 사륜 자동차든, 철딱서니 없는 얼라들이 사고를 왕창 많이 낸다. 이런 편견은 안타깝지만 매우 유의미한 상관관계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그게 자동차 보험의 액수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면허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딸 수 있지만, 실질적인 자가용 운전은 대학 졸업하고 남자는 군대도 갖다 온 20대 중후반부터나 가능하다.
그 전 연령은 사실상 "넌 아직 운전하지 마" 수준으로 보험료가 정말 살인적으로 비싸다는 걸 자가용 굴리는 분이라면 다들 아실 것이다.

자동차는 이런 경제적인 진입장벽이 철딱서니 없는 사고를 상당 부분 차단해 주고, 극소수 예외적인 카셰어링 오남용이나 부모 차 몰래 가져 나온 무면허 사고나 나는 반면.. 오토바이는 그런 장벽이 없기 때문에 사고율이 높고 위험해 보일 뿐이다. ㄲㄲㄲㄲㄲ

처자식 없이 혼자 살면서 자동차까지 굴리기에는 주차 공간 없고 유지비 없는 사람..
그렇다고 전동 스쿠터 같은 간단한 퍼스널 모빌리티가 감당하기에는 장거리를 빠르게 뛰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틈새시장인 오토바이가 제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이 더 타거나 짐을 많이 실어야 하고 악천후에서도 안정되게 주행하고 싶다면 경차라도 자동차를 골라야 할 것이고,
동승자 없이 스피드를 즐기고 산간오지 좁은 골목까지 깊숙히 들어가려면 오토바이가 더 유리할 것이다.
"무조건 이것만 해"가 아니라, 자기 여건과 처지와 목적에 맞는 도구를 공평하게 취사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오토바이가 유용성에 비해서 법의 보호도 제대로 못 받고 너무 괄대받고 있기는 한 것 같다.

세상에는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20대 여성도 있고, 고속버스를 운전하는 여성, 지게차나 굴삭기를 조종하는 여성도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바이크 운전을 취미로 즐기는 아가씨 누님들도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적극적으로 유튜브를 하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세아로그'와 '이래도 될래나' 채널을 종종 보고 있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가 바이크를 타고 그걸 당당히 홍보까지 할 정도이면 생활력이 보통은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는 엔진 출력 대비 워낙 가볍기 때문에 출발 가속은 뭐.. 자동차 따위가 절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한다.
하지만 시속 100이 넘어가는 고속에서는.. 정말 의외이지만 공기 저항 때문에 자동차에게 크게 밀린다. 쟤들은 자동차처럼 매끄럽고 날렵한 유체역학적인 차체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전거든 오토바이든, 시속 100 이상 달린 물건들은 다 특수 제작된 차체를 씌웠다거나, 앞에 바람막이를 해 주는 차량을 뒤따라가는 식으로 공기 저항을 어찌어찌 한 덕분에 그런 기록을 낸 것이다.

다만, 바이크로 시속 200씩 밟을 때는 밟더라도, 자기 안전은 절대적으로 확보해 놓고 달려야 한다.
지난 2011년에는 미국에서 어떤 바이커가 헬멧 의무 착용 강제는 개인의 자유 침해라고 맞서면서 일부러 헬멧 없이 바이크 타고 질주했다.
그랬는데 차체가 삐끗 해서 사고가 나 버렸고.. 그 사람은 머리를 크게 다쳐서 즉사했다.

그는 2011년도 다윈 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ㄲㄲㄲㄲㄲㄲ
angry wheelchair man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2010년도 우리나라 수상자에 필적하는 엽기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18 08:35 2023/07/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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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착륙의 위험성

비행기는 높게 날고 있는 중이 아니라 다 와서 착륙 직전이 됐다고 해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그때가 더 위험하다. 아무리 속도를 줄이고 줄였다 해도 지상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굉장한 고속이며, 착륙 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연료 누출과 지면 마찰로 인해서 화재도 생각보다 잘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행기 조종 시뮬레이터를 짜끄레기 수준으로나마 만져 봤을 때 말이다. 자동차와 다른 모든 특성이 개인적으로 아주 흥미롭게 느껴졌었다.
자동차와 달리 양발 페달을 다 쓰고 그것도 페달의 아래쪽(발뒤꿈치)과 위쪽(발가락)도 구분해서 밟고..
상승 하강하거나 좌우로 선회할 때 러더(페달), 조종간(핸들), 엔진 출력 레버(변속기??) 세 개를 아주 절묘하게 같이 움직여 줘야 하고..

단발 경비행기이다 보니, 조종간을 놓고 있으면 기체가 프로펠러 돌아가는 방향의 반대로 roll이 걸린다. 쉽게 말해 옆으로 뒤집힌다. 2발 이상부터는 이런 현상이 없겠지..
자동 변속기 차량이 D에서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저절로 나아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랄까?

그리고 기억에 남는 점이 있었다. 착륙을 앞두고 기체가 고도가 낮고 속도가 낮아져 있으면.. 눈에 띄게 자세 제어가 잘 안 되고 기체가 말을 안 듣더라는 것.. 비행기가 땅에 내려가려면 위험하게도 조종 가능성도 같이 내려놓아야 된다. 착륙 실패 사고가 왜 나는지를 알 것 같았다.

날씨가 어지간히 안 좋아도 그냥 이렇게 내려앉아 버리면 될 것 같은데, 때로는 왜 삽질스럽게 복행을 하고 touch & go를 하는지도 얼추 이해가 됐다.
착륙 중에 돌발상황이 발생해서 착륙을 포기하고 비행기를 뒤늦게 다시 조종해야 하는데.. 이미 때가 늦어서 조종이 안 되면 이는 사고로 이어진다.

물론, 비행기가 양력이 아닌 추력만으로 뜰 수 있을 정도로.. 무슨 로켓이나 전투기 급으로 엔진 성능이 탁월하다면야 어떤 상황에서든 걱정 없이 사뿐히 내려앉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가득 태운 크고 무거운 여객기에서 그런 괴력을 바랄 수는 없다.

우주 발사체도 역추진이 가능하다면야 지구 대기권 재진입이 그렇게 어렵고 위험하지 않을 텐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지 않은가..?? 이와 비슷한 관계인 것 같다.
그리고 전투기는 중량 대비 엔진 추력이 탁월한 대신, 여객기가 꿈도 꿀 수 없는 전투기만의 온갖 험악한 급선회 급강하 등의 기동 훈련을 하다가 어디 삐끗 하면 추락 사고가 나곤 한다. 전투기는 그쪽만의 그런 고충이 있는 셈이다.

2. 대한 항공 631편 활주로 이탈 사고

지난 2022년 10월 24일엔 대한 항공에서 1999년 이후로 23년 만에 기체 전손 상각 급의 착륙 사고가 났다.
악천후 속에서 두 번이나 착륙에 실패했다가 간신히 내려앉긴 했는데, 이전의 착륙 시도 때 랜딩기어의 브레이크가 망가졌던 것 같다. 그래서 착륙 후에 제대로 제동을 못 걸어서 활주로를 이탈해 버린 것이다.

그래도 인명 피해는 전무했다니 다행이다. 그리고 사고 기체는 1998년에 도입된 노후 기종으로, 2022년 말에 내구연한 경과로 인해 어차피 퇴역 예정이었다고 한다. 대한 항공의 입장에서는 사고로 인한 손해나 타격이 그리 크지 않을 듯하다.

저런 사고 상황에서 승무원이 승객들을 신속하게 탈출시키기 위해 "머리 숙여!", "이쪽으로 빨리 나가 / 짐은 버려! 빨리!" 같은 고압적인 반말을 쓰는 건 법으로 보장된 정당행위이다. 승객들은 여권이라든가, 생명과 직결된 의료기기 급이 아닌 한, 거추장스러운 짐도 챙기지 말고 닥치고 비행기를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

비상 착륙한 비행기는 거의 수술실 응급실이나 군대 사격· 수류탄 훈련장에 맞먹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위험한 곳이기 때문이다. 기체가 언제 불이 나거나 폭발할지 모르는데, 자기가 꾸물대다가는 뒤의 다른 사람들까지 탈출을 못 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는 굉장히 빡센 안전 규정이 적용되며 승무원의 권한도 매우 커진다.

무전에서는 효율을 위해 존칭 생략하고, 반말까지는 아니어도 '-했음, -바람' 음음체로 말을 최대한 짧게 뚝뚝 끊는다.
하물며 저런 상황에서는 반말을 써야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 빨리 파악하고 말귀가 더 효율적으로 전달된다. 음절수가 짧아져서 경제적인 건 덤이고 말이다.

아울러, 여객기에서 착륙을 앞두고서 테이블을 접고 벨트를 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굳이 창문도 다 열라고(정확히는 창문 덮개) 승무원들이 지시하는 이유는.. 만약에 사고가 났을 때 밖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3. 과거의 유사 사고들

에어프랑스 358편(2005), 그리고 대한 항공 2033편(1994)은 악천후 속에서 착륙 착지는 했지만, 그 뒤 뭔가 삐끗 해서 활주로를 이탈해서 사고가 났다. 비록 탑승자들은 일부 경상만 입고 전원 생존했지만, 기체는 불까지 나면서 박살 났다.
요게 저 대한 항공 631편과 비슷한 형태의 사고이다. 이러니 비행기는 단순히 땅에만 내려앉은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는 안전을 100% 장담할 수 없는가 보다.

대한 항공 801편(괌, 1997)이라든가 그리고 아시아나 항공 214편(샌프란시스코, 2013)은 저 두 사고보다 인지도가 더 높은데, 얘들은 착륙 위치를 잘못 계산해서 난 사고이다. 즉, 땅에 제대로 내려앉지 못한 채 사고가 난 것이다.
대한 항공 801의 경우는 착륙 사고치고는 사상자가 굉장히 많이 발생해서 더욱 끔찍한 비극이 됐으며, 사실은 착륙 사고로 넘어가기도 전 단계인 추락 사고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추락 → 착륙 → 활주로 이탈"의 순인 듯..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불가항적 천재지변이 아니라 조종사 과실로 214편 착륙 사고를 낸 것에 대한 징계 명목으로.. 국토교통부로부터 샌프란시스코 노선 영업을 45일 동안 정지 당했었다. 원래는 90일이었는데 어째어째 이의 제기하고 읍소해서 절반으로 줄었다.
그런데.. 그 정지가 실제 집행된 건 6년이 넘게 지난 2020년 3월부터 4월 사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차피 항공업이 몽땅 궤멸 당하던 시국이었기 때문에 징계로 인한 추가적인 영업 손실은 별로 없었다. >_<

4. 1980년, 대한 항공 015편 착륙 사고

사실, 대한 항공은 두 차례의(1978년 902편, 1983년 007편) 소련 미사일 격추 사건 때문에 덜 부각될 뿐이지, 그 중간의 1980년 11월에 015편이 김포 공항에서 착륙 중에 자체적인 사고를 낸 적이 있었다.
악천후 속에서 아시아나 214편 사고와 아주 비슷하게, 다 와서 활주로보다 먼저 착지해 버린(언더슛) 것이다. 이게 대한 항공이 대형 747기를 날려먹은 최초의 사고이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신속하게 탈출했지만 이때에도 기체에는 화재가 발생했다. 200명이 넘는 승객과 승무원들은 대부분 성공적으로 탈출해서 생존했지만, 2층에 있던 일부 승객은 연기에 질식해서 기내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때 조종사(기장, 부기장, 항공기관사)들은 생존했고 뻔히 탈출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고 불타는 기내에서 자결에 가까운 산화? 순직을 선택했다. 이건 우리나라의 항공 사건· 사고 역사를 통틀어 정말 유일한 초유의 사례이다.

다른 승객들을 구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 화마에 휩싸인 것도 아니고,
어느 의로운 전투기 조종사처럼 민가를 덮치지 않으려고 사출을 거부하고 기체를 끝까지 조종한 것도 아니고.. 모든 상황이 끝난 조종실에서 그냥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이분들, 연기에 질식해서 의식을 잃어 가면서 마지막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ㅠㅠㅠ

저 때는 군사, 해운, 항공 같은 여러 전문직에서 저런 식으로 "전투에서 이기든지 죽든지", "선장은 배와 함께 가라앉는다", "이 한 몸 죽어서 속죄한다" 같은 관념이 아직까지 강하게 남아 있었다. 특히 여객기 조종사는 군 출신이 많았을 테니까..
기장의 이름은 '양 창모'였다. 비슷한 시기 1976년 몬트리올에서 한국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레슬링 선수 '양 정모'와 이름이 비슷하다.

5. 저 시절 여객기 파일럿 출신의 목사

그리고.. 이미 고인이 되긴 했지만 말씀 보존 학회의 설립자 이 송오 목사(1938-2022)가..
쌍팔년도도 아니고 무려 70년대에 그 낡은 구닥다리 여객기인 보잉 707의 조종을 배운 마지막 세대였고, 그 시절 최첨단 기종이던 747을 새로 배운 파일럿이었다고 한다. 그의 개인 간증이 말보회 홈페이지에 실려 있다. (☞ 보기)

저 때는 우리나라는 외화 절약, 불온사상 침투 방지, 주변에 온통 적성국가(중국 소련. 일본은 이념이 아닌 국민정서상 적성-_-)..;; 이런 명분으로 인해 일반 서민의 외국 여행이 매우 심하게 제약이 걸려 있었다.
유학, 이민, 비즈니스, 대회· 행사 참가, 친지 방문 같은 뚜렷한(?) 목적 없이, 단순 배낭여행 신혼여행 목적으로는 아예 여권을 만들 수 없었다. 일반 서민은 일등석 티켓을 끊을 돈이 있어도 국제선 비행기를 탈 수 없고 한국을 뜰 수 없었다.

신혼여행은 당연히 부산, 강원도 정도나 다녀오면 평타이고 제주도가 지금의 동남아 같은 급.. 아니면 새나라 자동차 택시 타고 서울 남산이나 난지도 투어만으로도 감지덕지였을 정도였다.

그 까마득하던 시절에 무려 국제선 대형 여객기 조종사라는 건 정말 초 엘리트 중의 엘리트 전문직이었다. 연봉이 도대체 얼마였겠냐;; 747 국제선 기장급이면.. 내가 알기로 30여 년 전 1990년대에 이미 억대였다.
그랬는데 저 사람은 목회와 신학에 꽂혀서 대한항공 직장을 그만두고 1981년경에 홀연히 신학 공부를 하러 떠나게 되고.. 킹 제임스 성경과 피터 럭크만에 미치고 꽂혀서 인생 행로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쉽게 말해 저 사람은 1978년의 902편 피격 사고(707), 1980년의 015편 착륙 사고(747) 당시의 조종사들과 정확하게 같은 연배라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시간대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면서 현타가 온다.;; (새로운 정보가 내가 이미 알던 정보와 연결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기 때문..)
당연히 대한항공 여객기들이 도색도 지금 같은 하늘색으로 바뀌기 전의 까마득한 옛날이다. (since 1983~84)

그 초창기엔 그는 열정과 추진력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한다. 이 성경과 이 신학 노선은 내 인생을 다 바쳐서 몰두하고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진지하게 믿고 실천했던 것이다. 이건 그 누구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사람은 대한 항공에서 무슨 스튜어디스로 일하다가 결혼 후에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둔 것 같은 평범한 케이스가 전혀 아니다.

물론 본격적으로 사역을 시작한 뒤부터 차차 초심을 잃어 간 것, 공과 과를 모두 분명하게 남긴 것은 후세가 평가할 일이다.
근본적으로 이분은 뭔가 성도들을 세워 주고 인자함과 강인함을 모두 갖춘 목자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군 장교 같은 다혈질이 지나치게 강했다. =_=;;
교리 노선이나 진리 때문에 분리되는 것보다 괜히 쓸데없이 적을 만들고 동지들을 떠나가게 만드는 게 컸던 것이 못내 아쉽다.

이 송오 목사는 "주님께서 성경 말씀을 영원토록 보존하신다!!"라는 명제가 골수에 박힌 나머지, 기관의 이름도 그대로 '말씀 보존 학회'라고 지었다.
그의 그런 본심 대신, 완전 미치광이 이단 인격파탄자 같은 면모만 대외적으로 자꾸 부각된 것이 참 안타깝다. 천성이 교활하고 위선적이거나 사악한 사람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한킹 신자건, 흠정역 신자건.. 밖에서 대충 보면 다 똑같이 킹 제임스 이단-_-;;일 뿐이다. 부디 2세대들은 서로 자기가 잘났네 진영간에 최소한 인격모독 비방은 하지 말고, 이 나라에 바른 성경을 보급하는 데 각자의 방법으로 이바지했으면 좋겠다.

* 참고로 이 송오 목사의 사인은 췌장암으로, 과거 스티브 잡스의 사인과 동일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15 08:35 2023/07/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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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 프랑스 대혁명

단두대는 무기나 흉기가 아니라 사형 집행만을 위해 개발된 인체공학(?) 기계로서는 인류 역사상 거의 최초이지 싶다.
교수대는 사형 집행 장치이긴 하지만 기계라고 보기는 좀 어려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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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는 프랑스 대혁명 시국 때 개발되어서 1792년에 처음으로 사형 집행에 사용되었다.
세계에 단 두 대밖에 없는 희귀한 기계라는 건 썰렁 아재개그이고.. 실제로는 세계 각국에 수출되고 보급되었다.;;

사람 목을 짜르는 기계라니 섬뜩하게 들리지만, 그래도 얘는 "사람은 왕족 귀족이든 평민이든 누구든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라는 이념 하에서 발명되었다.

"그러니 사형도 집행자의 체력과 컨디션과 감정에 좌우됨이 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최대한 신속하게 사형수의 명줄을 끊어서 고통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사형 집행을 위한 전용 기계가 도입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인권을 향상시키는 길이다"


우왓~ 이 정도면 과연 합리주의 계몽주의의 나라 프랑스답다.;;

게다가 마침 프랑스에서 공포 정치 하에서 그야말로 사람들을 개나 소나 마구 처형하게 되자, 이런 기계에 대한 수요와 정당성도 더욱 커졌다.

단두대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길로틴인지 기요탱인지 그 해부학 교수는 전적으로 필요악 차원에서 이런 걸 만들었을 뿐이었다.
왜, 19세기에 기관총을 발명한 기술자도 기관총이 위력이 너무 강해서 얘 덕분에 역설적으로 세계에서 전쟁란 게 종식될 거라고 낙관하지 않았던가?
그것처럼 기요탱 아저씨도 사형 제도가 없어지는 날을 꿈꾸면서 역설적으로 단두대를 설계했다고 한다. 에휴.. 사형 제도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흉악 범죄가 없어져야지?

아무튼 기요탱 박사는 단두대에 하필 자기 이름이 붙어서 보통명사화해 버린 걸 매우 언짢아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이미 이 방면으로 너무 유명해져 버렸다.

게다가 단두대는 외형이 공개되자 돌풍을 일으키며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단두대 축소판 모양을 한 작두 장난감이 불티나게 팔렸다. 어린애들이 사마귀나 쥐, 작은 새 같은 동물을 그걸로 짤라서 죽이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하긴, 이런 장난감은 잘못 다루면 자기 손가락 정도도 그냥 날아갈 수 있었다. 미친.;;

진위 여부가 매우 의심된다만.. 그 시절 아가씨 아지매들은 단두대 모양의 액세서리가 달린 목걸이나 귀걸이를 차고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그 시절엔 단두대가 거의 SF 수준으로 시대를 앞선 문물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전근대 시절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잔혹한 법이 아니라 "과잉 보복을 하지 말라"라는 자비로운 법이었듯... 단두대는 화형이나 능지 같은 훨씬 더 잔혹한 형벌에 비하면 아주 자비로운 도구였다. 정말 파격적이고 시대를 앞서간 발명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단두대를 이용한 최초의 공개 처형을 본 군중들의 반응은.. "스펙타클한 볼거리가 없이 너무 금방 집행이 끝나 버리네..?? 싱겁다, 시시하다, 별로다, 흉악범을 이렇게 단칼에 보내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였다.

이때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유튜브, 영화, 드라마, 게임, 스포츠 같은 유흥거리가 전혀 없다시피했다. 맨날 땡볕에 농사 짓고 수확물의 그나마 상당수를 세금으로 빼앗기며 힘들게 사는데.. 공개 처형이라도 구경하는 게 일종의 공짜 문화 생활이었던 것이다. =_=;;

단두대의 발명자조차 단두대에서 뎅겅 당했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저 사람은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다만, 루이 16세 국왕이 칼과 열쇠 같은 금속 공작 쪽 덕후였다. 단두대의 모형을 찬찬히 뜯어보더니 "칼날을 반월 대신 빗금 모양으로 만들면 목이 더 잘릴 것 같은데??" 라고 매우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현지지도를 해 주시였다~!!!

그 디자인이 오늘날의 단두대에 반영되어 전해진다. 그리고 루이 16세는 훗날 대혁명 때 그런 모양을 한 단두대에서 참수를 당했다.;;;

오늘날은 루이 16세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나 모두 국고 탕진 낭비벽이 좀 있었을지언정, 단두대 형을 당할 정도의 반역자 싸이코패스는 절대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프랑스 대혁명이 광기에 빠진 채 너무 폭력적으로 진행된 감이 좀 있었다.

낭비벽이야 겨우 그거 갖고 사형이면 주변 귀족들 관료들 상당수가 같이 뒈져야 했을 것이다. "빵이 없다고? 그럼 과자/고기를 먹으면 되지?" 드립도 후대에 의한 악의적인 주작이라고 반박되어 있다.

옛날 백년 전쟁 시절에 영국에서는 잔 다르크를 하다 하다 안 되니까 "남장죄"(= 동성애 예비음모)를 덮어씌우려 했었다. 이와 비슷하게, 마리 앙투아네트도 사형에 처할 만한 중죄가 도통 안 나오자 '요망한 썅년' 프레임이 시도됐다. 이름하여 "아들(정신지체 장애)과 근친상간죄"...;; 이건 마리 앙투아네트를 미워하던 사람들조차도 일부는 "이건 아니지, 선 넘지.. 검사 저 병X새X.."라고 하며 고개를 저었다.

다만, 저 왕비는 세상 물정 모르고 철딱서니가 없긴 했다. 혁명이 일어나자 외국으로 튀려다가 걸리는 바람에 여론이 더욱 악화되었고, 그게 왕과 왕비의 명줄을 재촉하게 됐다.
변장하고 몸만 쏙 빠져나가도 시원찮을 와중에,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마차에다 자기 귀중품 장신구 따위를 모두 챙겨 싣고 '왕비의 품위'를 지키며 거창하게 나가려 했다. 이 때문에 얼마 못 가 들키고 말았다. -_-;;

그나마 루이 16세는 단두대로 가는 순간까지도 정장 차림에 왕실 마차를 타고 육군 병력의 호위를 받으면서 국왕답게 그럭저럭 품위(?) 있게 죽었다. 그러나 그렇게도 품위에 목숨 걸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나중에 강제 삭발 당한 채 허름한 옷차림에 죄수 호송 수레에 실려서 품위 따위 못 지키고 죽었다.
어라? 프랑스에서는 훗날 나치 부역 여성들한테도 삭발로 망신 주고 응징했었다. 그러니 이것도 뭔가 프랑스만의 관행처럼 각인되어 있다. -_-;;

* 여담

(1) 이렇듯, 프랑스도 나치 독일처럼 전 유럽을 전쟁으로 몰아넣는 사고를 친 적이 있었고 (나폴레옹),
스탈린 치하의 소련처럼 자국민을 개나 소나 다 정치범으로 몰아 죽이는 광기어린 숙청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대혁명, 파리 코뮌)

(2) 훗날 나치 독일은 단두대와 관련하여 프랑스에서도 안 하던 응용을 했는데.. 바로 자동차에다가 싣고 다닌 이동식 소형 단두대=_=, 그리고 일부 악질 죄수들에 대해서는 땅을 보고 엎드린 게 아니라 하늘을 보고 누운 자세로 참수를 시켰다. 즉, 자기 목으로 칼날이 떨어지는 걸 볼 수 있게 했다.;;

(3) 프랑스에서는 1977년에 마지막으로 단두대 사형이 집행됐다.;; 그 뒤 단두대는 프랑스에서 사형 제도가 1981년에 폐지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차 대전 후에도 무슨 이슬람/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서유럽 선진국에서도 생각보다 늦게까지 단두대 참수형이 존재했다는 게 의외인데.. 공개 처형은 1939년이 마지막이었다.

(4) 본인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강경한 사형 제도 찬성론자이다. 불필요하게 잔인하게 죽일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죽일 놈은 죽여야 된다. 육식과 결혼 제도가 성경적인 것과 동급으로 사형 제도도 성경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12 19:36 2023/07/1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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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1년, 9· 11 테러

(1) 미국 세계 무역 센터 9· 11 테러가 벌써 20년도 더 전 옛날 일이 됐다.
이때는 테러리스트에게 장악 당한 미국 국내선 여객기 두 기가 각각 제1 WTC와 제2 WTC 쌍둥이 건물에 충돌했었다.
세계 각국이 테러에 대처하는 방식이 협상 따위 없이 강경해지자, 테러를 저지르는 방식도 그냥 닥치고 너 죽고 나 죽는 쪽으로 더 흉포해지고 광기가 더욱 커진 것 같다.

테러범들은 나름 동부 끝에서 서부 끝까지 제일 멀리 가는(= 연료도 제일 많이 실려 있는) 국내선 비행기를 골랐으며, 건물에 주는 대미지를 최대화하기 위해서 충돌 직전에 기체를 45도 roll을 줘서 비트는 기동까지 취했다.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얘들은 단순무식한 광신도 이상으로 머리를 꽤 굴렸다는 걸 알 수 있다.
대형 여객기의 조종술을 익히는 머리에다가 무력으로 조종실을 점거하는 담력까지.. 그 지능과 멘탈로 다른 좋은 일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아무튼, 나중에 피격된 제2가 먼저 무너졌고, 제1은 좀 더 버티다가 피격으로부터 1시간 40분 남짓 뒤에 와르르 붕괴됐다.
아마 제1의 충돌 지점이 제2의 충돌 지점보다 더 고층이어서 더 오래 버틴 것이지 싶다.

(2) 이 사건은 너무 엽기· 충격적이고 황당무계할 뿐만 아니라, 그 거대한 건물이 너무 차곡차곡 질서정연하게(?) 무너진 것 때문에 자작극 음모론이 많이 나돌았다.
그러나 테러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미국이 점차 군기가 빠지고 보안 의식이 문란해져 갔던 것으로 웃프지만 설명이 된다.
건물이 차곡차곡 무너진 것도 우연이 전혀 아니며 얼마든지 설명 가능하다.

하부에서는 그 어떤 추가적인 폭음 같은 게 들리지 않았고 건물은 조용히 주저앉았다. 철근과 각종 구조물들이 1000도를 훌쩍 넘는 항공유 불길에 1시간 반이 넘게 활활 타고 익으면서 강성이 약해지고, 그게 발파 해체와 거의 같은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인간이 만든 거대한 건물, 구조물은 지구의 중력가속도 급의 충격에도 대단히 취약하다. 발목 하나 싹 날려서 윗부분이 주저앉기 시작하면 연쇄 붕괴를 막을 수 없다. 건물의 발파 해체도 딱 그 역할만 한다. 무슨 미사일처럼 파편을 날려서 목표물을 파괴하는 게 아니다.

당장 우리나라 삼풍 백화점은 옥상이 바로 아래의 5층으로 폭삭 주저앉은 충격량만으로도 그 아래의 층들이 지하까지 연쇄적으로 차곡차곡 잘도 붕괴됐다.
금속덩어리인 군함도 어뢰를 맞거나 유폭이 발생해서 폭압 때문에 잠시 붕 떴다가 해수면으로 떨어지면.. 그 충격 때문에 더 박살 나고 너덜너덜해진다. 이런 급의 구조물엔 강체라는 개념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3) 제1 WTC의 경우, 93층부터 99층까지가 여객기의 타격을 받았다.
제2 WTC와는 달리 탈출 계단이 몽땅 끊어지고 막히는 바람에 이 층과 그 윗층 사람들은 단 한 명도 탈출하거나 생존하지 못하고 그대로 화재, 건물 붕괴, 추락 등의 방식으로 희생됐다.

특히 딱 93층부터 100층에는 Marsh & McLennan 컴퍼니즈라는.. 무슨 위험관리 보험중개 회사가 입주해 있었는데.. 100% 제대로 직격타를 맞았다.
근무 중이던 직원 295명과 보조 관리인 63명, 358명 전원이 몰살 당하는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재산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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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보험을 중개하는 일을 하더니 자기가 보험 보상금을 받아야 하게 생겼는데.. 그래도 회사 자체는 망하지는 않고 지금도 건재해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서는 연혁을 소개하면서 저 때가 “가장 암울했던 시절”이라고 언급한다.

2. 2019년, 일본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방화 테러

(1) 그리고 지난 2019년 7월경에 일본에서는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라는 만화영화 제작사에서 외부인에 의해 전대미문의 방화 테러가 발생했다.
오덕들 세계의 일이어서 대대적으로 보도가 안 됐었나? 난 그 당시엔 이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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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치광이가 멀쩡히 돌아가고 있던 작업실에 작정하고 침입해서 기름 끼얹고 불을 질렀다. 이 때문에 건물 하나가 통째로 불타면서 젊은 2~30대 직원이 36명이나 사망하고 33명이 부상 당했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전체 직원의 무려 40% 가까이가 죽거나 다쳤고, 작업 데이터도 많이 날렸다고 한다.;;

목조건물이었다고는 하지만,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 건물 방화 하나 갖고 이런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니..
우리나라로 치면 20여 년 전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같은 느낌이다.
아, 더 최근인 2022년 6월엔 같은 대구에서 민사 소송에 패소했던 어떤 사람이 앙심을 품고 상대편 변호사 사무실을 불질러 버리는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이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이때는 범인을 포함해 7명이 목숨을 잃었다.

(2) 칼 들고 피해자와 직접 맞닥뜨리는 강도나 살인마는 범행 과정에서 거의 반드시 자신도 자기 흉기에 다친다.
피해자는 살고 싶어서 맹렬히 저항하는데, 저 정도로 끔찍한 범행이라는 게 가해자의 입장에서도 평소에 늘 하는 익숙한 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 신체 부위별로 칼을 푹 꽂았을 때 들어가는 느낌이 어떤지, 찔렀던 칼날이 잘 빠져나오는지 같은 감을 아는 일반인이 얼마나 있겠는가? 프로 조폭이나 칼잡이 킬러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이와 비슷하게 방화범도 매우 높은 확률로 어디든지 화상을 입는다.
끼얹은 휘발유를 따라 불길이 퍼지는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불꽃이 주변의 유증기만으로도 얼마나 급격히 퍼지는지 같은 것도 일반인이 알 리가 없기 때문이다.

저 교애니 스튜디오 방화범은 물론이고,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방화범도 불을 지른 직후에 자기도 꽤 심한 화상을 입었다. 그냥 불에 덴 정도가 아니라 불이 자기 옷에 옮겨 붙기까지 했다.
둘 다 처음에는 피해자 행세를 하며 병원에 입원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행적이 미심쩍고 뜬금없는 화상에다 기름 냄새까지..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니 결국은 잡혔다.

(3) 새까맣게 타서 얼굴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고 지문 채취나 DNA 채취도 할 수 없는 시신의 경우, 그나마 형체가 남아 있는 치아 상태를 확인하고 치과 치료 내역을 조회해서 신원을 확인하곤 한다.
이 일을 도와 달라고 경찰이 요청을 하면 인근의 치과 의사들이 무슨 배심원 소환되어 가듯이 외근을 가는가 보다. 치과 의사는 살아 있는 사람의 입 안만 들여다보는 게 아니다.;;

먼 옛날에 히틀러의 신원도 저런 방식으로 확인되지 않았던가?
그 양반도.. 죽어서 능멸 당하지 않으려고 자기 시체를 깡그리 불태워서 신원 확인이 안 되게 해 달라고 당부를 했는데.. 화장 현장에까지 포탄이 떨어지는 지경이니 부하들이 화장을 제대로 못 했다.
그 뒤 완전히 타지 않은 치열 대조를 통해 이 시꺼먼 시신이 히틀러라는 게 공식적으로는 확인됐다고 한다.

하긴, 사람이 평생 잘 변하지 않고 개인을 유일하게 식별할 수 있는 유의미한 스냅샷을 자기 입 안에다가도 둔다는 게 흥미롭다.
이 사실은 휴먼버그 대학교 실화 에피소드에서 다뤄졌었다. (☞ 보기)

Posted by 사무엘

2023/07/10 08:35 2023/07/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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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서

1.
신약 서신서가 딱 전반부는 구원 교리, 후반부는 일상에서의 행실 이렇게 나뉘는 편이라면..
다니엘서는 전반부는 재미있는 스토리, 후반부는 어려운 미래 예언으로 나뉘는 편이다. (뭐, 스토리에서도 일부 꿈 이야기는 예언이긴 하다만)

2.
인류 역사상 존재했던 동서고금의 그 어떤 절대권력자 폭군(네로, 진시황, 히틀러, 알렉산더, 시저, 스탈린, 북괴 김돼지 등등..)이라 할지라도
“내가 꿈을 꿨는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 안 나거든? 그러니 니들이 내 기억을 되살려 내고 그 내용을 해석도 해라. 못 하면 몽땅 다 사형
이런 미친 또라이 같은 요구를 한 경우는 없다. 이런 군주는 느부갓네살 왕밖에 없었지 싶다.

3.
그런데 저 사람은 막장 폭군이고 적그리스도의 예표이기까지 한 것치고는.. 성경에서의 묘사가 막 심하게 나쁘지 않다.
다혈질적인 기분파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상벌 확실하고 쿨한 상남자처럼 묘사되었다.
처음에는 지혜자들을 몽땅 학살하려 했지만.. 그래도 자기 꿈이 말끔하게 재연되고 해석되자 군말 없이 다니엘을 엎드려 경배도 했다. ㄷㄷㄷㄷ (단 2:46) 그 대왕급 군주가 일개 포로 출신 교육생 청년에게 말이다.

하나님으로부터의 이적을 본 뒤에는.. 이집트 파라오처럼 끝까지 뻗튕기다가 더 망가지는 게 아니라, 쿨하게 ‘인정을 할 줄 알았다.’
개인적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기도 하고, “저 다니엘이 섬기는 하나님을 모독하는 놈이 있으면 내가 먼저 죽여 놓겠다” 이런 선언까지 했다.
느부갓네살 왕 개인은 아마 구원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4.
저 사람은 자뻑을 좀 잘했다. 정말 엄청난 돈지랄을 해서 만들었을 황금 형상은 실물이 어떤 모양이었을지 정말 궁금해진다.
이전의 꿈에서 머리에서 발로 갈수록 재료가 싸구려로 바뀌는 인물 형상을 봤으니, 거기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_-;; 자기 형상은 몽땅 순금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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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다 왕국 성전의 각종 집기에서 노획된 금이 저 형상을 만드는 데 많이 들어갔지 싶다. 원래 솔로몬 왕 때 잔뜩 축적됐던 금 말이다.
하긴, 출애굽기 시절엔 이스라엘 백성이 빌린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빼앗은 이집트의 금이 궁극적으로는 금송아지를 만들 때 쓰였다=_=. 성경에서 금의 흐름을 추적해 봐도 이렇게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성경에 최초로 등장하는 전국민 '금 모으기 운동'은 영적으로 별로 좋은 운동이 아니었다.

(이런 금과 별개로, 성경에서 언급되는 나라들은 화폐는 대체로 너무 비싼 금보다는 은을 기반으로 만들어서 통용하곤 했다. 즉, 은본위제인 셈이다. 데나리온, 세겔은 다 은화였으며, 예수님이나 요셉을 팔아서 거래된 돈도 다 은화였다. ㄲㄲㄲㄲㄲ)

5.
자뻑의 연장선으로 단 3:15는.. 세상에서 연주하는 팡파레.. 무슨 사단장 군단장 경례곡 같은 웅장한 빰빠라밤 뿜빠뿜빠의 원조이다.
거기에 맞춰서 “전 백성들은 몽땅 저 형상에게 절하도록 해라~!” 이건 하일 히틀러 나치 경례 저리 가라 수준이었지 싶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짤막하게 나오는 영화 제작사 소개 영상도 이와 비슷한 부류일 것이다. 스케일이 아주 작아지긴 했지만 말이다.

사도행전 12장에 나오는 헤롯은 교만해서 자뻑을 도 넘게 늘어놓자 천벌로 벌레에게 뜯어먹혀 끔살 당했다. (행 12:23)
그러나 느부갓네살은 비슷한 상황에서 정신병에 걸리는 징계를 받았을지언정, 다시 회복됐고 심지어 왕권도 되찾았다. (단 4:30~)
이런 걸 비교해 봐도 느부갓네살은 성경 전반에서의 심상은 부정적이 아니라 긍정적인 것 같다.

6.
다니엘의 세 친구들이 저 경배를 거부해서 풀무불에 던져졌다가 나오는 동안, 다니엘 본인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을까?? 아마 우연히 타지로 공무상 출장을 가느라 저 짓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열외된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건 “바울은 원래 결혼했었는데 사별했거나 아니면 종교 갈등 때문에 이혼 당해서 돌싱이 된 게 아닐까?”와 거의 같은 급의 추측이다.
풀무불에 던져지는 역경에서 자연스럽게 열외된 다니엘의 모습은 대환란을 겪지 않고 그 전에 먼저 휴거되는 신약 교회의 예표이다.

7.
킹 제임스 성경은 창세기에서 “니가 이 선악과를 먹으면 ‘신들’(gods)처럼 돼서 선악을 분별하게 된다”라고 써 놓았고, 다니엘서에서는 “용광로 안에 사람이 3명이 아니라 4명이 있는데, 추가된 한 명은 마치 ‘하나님’(God)의 아들처럼 생겼다”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KJV 외의 다른 성경들은 gods와 God의 배치가 서로 뒤바뀌었다.

8.
다른 모든 성경들은 다니엘 일행이 1장에서 다이어트 시험을 진행할 때 채식을 했다고 기록하지만, 오로지 KJV만은 아무 채소가 아니라 ‘콩’을 먹었다고 적혀 있다~! 다니엘 일행은 식물성 단백질에 대한 지식이 있었던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08 08:35 2023/07/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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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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