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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대사 토막 상식

* 난 우리나라 역사라 하면 알다시피 철도 또는 안보· 이념과 관계가 있는 근현대사 얘기만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고대사 얘기를 좀 꺼내고자 한다. 아, 그렇다고 근현대사도 전혀 안 나오는 건 아니다.

1. 멸망 방식

한반도와 그 주변 나라들을 보면, 단순히 전쟁에서 지거나 내부 혁명과 쿠데타가 발생하는 평범한 시나리오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망한 나라들이 역사적으로 좀 있다.

  • 신라: 왕이 백성들 이끌고 스스로 제 발로 고려로 항복· 귀순함
  • 후백제: 태조가 아들에게 밀려서 피난 간 뒤, 고려로 귀순하여 자기가 세운 나라를 스스로 침공... 꽤 독특하다.
  • 조선 또는 대한제국: 전쟁 하나 없이 야금야금 일제에게 조금씩 단계별로 각종 권리를 뺏기며 열불나는 방식으로 굴욕적으로 멸망
  • 그리고 저 훗날 일제의 괴뢰국이던 만주국: 마치 선장이 비상사태에서 배를 포기한다고 공식 선언하듯이, 황제가 피난길에 국가 셧다운 선언하고 자진 해산함

신라의 경우, 저런 이유로 인해 마지막 경순왕의 무덤은 다른 신라 왕릉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경주가 아니라 연천군 저 북쪽 끝의 민통선 안에 있다. 38도 위도에 정말 근접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남한이 수복한 지역이며, DMZ 신세도 면했다. 신라의 수도 근처가 아니라 고려의 수도 근처에 묻힌 것이다.

난 경주 출신이기도 한지라 신라 왕릉이 웬 생뚱맞은 저런 곳에 있다는 게 개인적으로 굉장히 독특하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훗날 고려는 이 성계의 위화도 회군 쿠데타에 의해 비교적 평범한(?) 방법으로 멸망했다. 그리고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은 무덤이 아예 고양시와 삼척시에 2개로 나뉘어 있으니 신라의 마지막 왕의 경우보다 더 특이하다. (둘 중 하나는 허묘)

우리나라의 경우 6·25 전쟁 당시에 판문점과 송악산, 배수진 지형 등 여러 이유로 인해 개성시 일대를 더 점령하지 못하고 빼앗겼다. 이것 때문에 고려의 존재감이 남조선 땅에서 더욱 없어지고, 반대급부로 '조선'스러운(?) 정서가 더 강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오늘날의 서울도 지리적으로 조선의 한양을 계승했으니 말이다.

그 대신 그 '고려'라는 이미지는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 고려항공, 고려연방제처럼.
물론, 그래도 남조선의 경우 수도를 조선의 도읍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고, 북조선의 경우 나라 공식 명칭에 여전히 '조선'이 들어가 있긴 하다.

2. 도읍의 위치

말이 나왔으니 수도 얘기도 해 보자.
일단 신라는 경주(금성), 조선은 서울(한성)로 확고한 붙박이이다. 이들은 안 그래도 당대에 역사가 매우 길었던 왕조로 여겨지는데 천도의 내력 역시 전무하다. 신라의 경우 멸망 직전에는 세력이 경주 시내로 극도로 쪼그라들긴 했지만 그래도 왕궁이 딴 데로 옮겨진 적은 없었다.

덕분에 여기는 각종 문화재 유물도 꽤 많이 남아 있다. 서울이야 시기적으로 제일 가까운 왕조의 수도여서 그렇다 치지만 신라는 서기 1000년도 채 되지 않아 멸망한 엄청 옛날 왕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는 과장 좀 보태면 온통 땅만 좀 파면 유물이 나올 지경이어서 도시형 국립공원까지 조성될 정도인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한편, 고려는 전반적으로 개성(개경)이긴 했지만 중간에 몽골로부터 침략을 받았을 때 강화도로 딱 한 번 천도를 한 적이 있다. 강화도는 내륙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닌데 몽골은 골수 내륙국이다 보니 해군이나 해병대가 없어서 저기로는 못 쳐들어갔던 모양이다.

후대의 조선은 임진왜란 때 왕이 피난을 갔고, 또 병자호란 때는 남한산성 행궁으로 도읍을 옮겼다. 스타로 치면 본진이 옮겨진 격이다.
대한민국 역시 잘 알다시피 6· 25 전쟁 중에는 부산으로 수도를 잠시 옮긴 적이 있었다.

고구려의 수도는 지금의 평양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건국 직후 한동안은 더 북쪽으로 지금의 중국 땅(졸본, 국내성)에 도읍이 있었다. 하긴, 광개토왕릉비도 괜히 중국에 있는 게 아니다.
리즈 시절 이후와 멸망 때까지 고구려의 마지막 수도가 평양이었다. 남북이 통일이 되고 나면, 정확히 말해서 북괴 정권이 사라지고 나면 도읍이 이북 땅에 있었던 옛날 한반도 왕조들의 흔적을 찾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백제는 한국사에 등장하는 메이저 왕조들 중에 수도에 대한 존재감이 제일 없는 것 같다. 일단 지금으로 치면 서울· 하남 일대였던 시즌 1과,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더 친근한 충남 공주· 부여 일대의 시즌 2로 나뉜다. 이렇게 초점이 분산된 데다 시즌 1 도읍은 흔적이 전해지는 게 별로 없으니 존재감이 더욱 감소한다.

그래도 삼국 시대에 오늘날의 서울과 가장 가까운 곳에 도읍을 뒀던 적이 있는 왕조는 백제이다. 그렇다고 조선 같은 북악산 기슭의 사대문 안이 아니라 한강 이남의 몽촌토성· 풍납토성 뭐 이런 지대이다. 일단 하남, 위례신도시 이런 명칭들이 다 백제의 도읍에서 유래된 것들이라니 신기한 일이다.

가야나 발해 같은 마이너한(?) 나라들의 역사도 갑자기 궁금해지긴 하는데, 고대로 갈수록 사료 자체가 너무 빈약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태양계 행성도 천왕성과 해왕성은 표면 사진 자체가 보이저 2호가 찍은 것밖에 없어서 빈약한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7/22 08:39 2017/07/2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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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시 제도

옛날엔 대학 입시는 그냥 깔끔하게 대학별 본고사 아니면 학력고사 한 방이었고, 법조인 선발과 양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법 시험 원큐였다.
그러다가 지금은 아시다시피 사법 시험은 로스쿨로 바뀌었으며, 요즘 대학 입시는.. 뭐 내신에 수능에 수시가 어떻고 수행평가가 어떻고 생활기록부가 어떻고 등등~

확실하게 차이를 말할 수 있는 건, 어느 분야든 더 복잡하고 골치 아파졌고 돈 더 들게 됐다는 것이다. 추세가 그렇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과거와 현재의 차이 내지 장단점은 무엇일까?

사람을 선발하는 제도는 모름지기 (1) 평가 잣대가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하고, (2) 부유층 사교육 돈지랄로 변질되지 않고 기회의 평등이 잘 제공돼야 한다.
그러면서 시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3) 시험 당일의 원큐 운빨에 너무 좌지우지되지 않고 문제풀이 테크닉만 익히는 방식이 되지 않아야 하며, (4) 응시자의 지식(현재) AND/OR 잠재적인 학업 능력(미래)을 전인적으로 잘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들을 모두 만족하는 제도를 만들기란 대단히 어렵다. 사실은 이들 이념 중에는 교통수단의 접근성과 이동성만큼이나 상호 모순적이어서 둘 다 만족하기가 근본적으로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있다.

시험 한 방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금수저건 흙수저건 무조건 공평하게 서열화되는 체계라면 (1)이 주장하는 객관성이나 평등 같은 건 잘 달성 가능하다. 요즘은 교통· 통신 수단의 발달과 복지 제도 발달 덕분에 기회의 평등은 옛날에 비해 굉장히 잘 보장되고 있다. 파이의 크기는 별로 안 커져서 각종 고학력 전문직들을 위한 일자리는 부족하고 불경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와 채용은 안 하려 하는 판에 기회는 누구에게나 다 열려 있으니, 이것 때문에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은 세상을 탓할 일이 아니다.

내가 늘 말하지만 옛날에 고학력 실업자가 없고 석사만 졸업하고도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건 옛날이 파라다이스여서 그랬던 건 개뿔 전혀 아니고, 애초에 국민들 대다수가 깡촌에서 대학 갈 여건 자체가 안 됐기 때문이다. 관점을 달리해서 봐야 한다.

(2)는? 듣기로는 차라리 7, 80년대 같은 적당한 옛날이 지금보다 더 나았다고 그러는 것 같다. 교과서에 충실하게 시험 공부만 죽어라고 해서 개천에서 용 나는 게 그럭저럭 가능했던 모양이다.
다만, 학력고사조차 없이 대학별 본고사만 있던 완전 195, 60년대 옛날에는 대학들이 자기 학교 자존심을 걸고 문제를 살인적으로 어렵게 냈다. 가령, "sqrt(2)가 무리수임을 증명하시오"가 옛날에 서울대 본고사 문제였다. 수능에 최적화된 요즘 고딩들 중에 귀류법을 생각해 내서 쓱쓱 풀어 낼 애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기 때문에 실력 측정 변별력은 좋았을지 모르겠으나, 그걸 대비한 맞춤형 사교육이 횡행했다. 그리고 채점이 전적으로 대학 재량이었던 관계로 내부 부정도 있어서 (1)이 절대적으로 보장되기가 더욱 어려웠다. 그러니 결국 나라가 개입해서 학력고사라는 걸 만들었고, 그게 나중에는 수능으로 바뀌었다. 수능은 학력고사와는 달리 현재의 암기 지식 측정보다는 말 그대로 미래의 학업 능력 측정 지향적이다. "일단은" 말이다.

(3)은 수능처럼 굉장히 형식화되고 과거 학력고사· 본고사에 비해 쉬워진 시험이 (1)과 (2)를 건진 대신에 상대적으로 비판받고 있는 점이다. 수능이 첫 도입되었던 시절에는 '원큐'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 준답시고 수능을 1년에 두 번 치기도 했었다. 그러나 수능을 두 번 준비하는 게 수험생에게 더 큰 짐을 지운다는 지적으로 인해 연 1회로 제도가 바뀌어 정착했으며, 시험에 대한 감을 익히는 건 그냥 모의고사로 대체되었다.

마지막 (4)로 가면.. 고민할 게 많다. 이것 때문에 중등 교육을 포함해 각종 법조나 행정 고시 분야들이 제도가 바뀌고 갈팡질팡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입식 입시 위주의 교육이란 게 단시간에 학생에게 많은 지식을 주입하는 용도로는 효율적이고 평가자에게나 학생에게나 비용이 덜 들며, 평가 방식도 일면 객관적이고 공평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특히나 나라가 가난하고 이것저것 배부른 고민 할 여유가 없던 시절, 인성이고 창의성이고 나발이고 그건 개나 줘 버리고, 학교에 보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하던 시절에는 장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의 의식 수준과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서 그런 무식한 교육 방식은 약발이 다했다. 정작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방면 융합 적응형의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는 데는 한계에 다다랐다. 학교 성적 비관해서 자살한 애들 소식에,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이젠 족해"로 시작하는 서 태지 노래도 벌써 20년이 훌쩍 지나서 30년 전 소식이 돼 간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를 설계하는 높으신 분들도 바보는 아니니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민하는 '척'은 한다.

2. 로스쿨

다음으로 법조인 양성 시험 얘기로 넘어가 보자.
물론 법전과 판례를 달달 암기하는 머리가 기본적으로는 필요하지만.. 머리가 오로지 그 쪽으로만 굳어 버리면 요즘 세상에 온갖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민사 소송에 대처하기 힘들다. 가령, 소프트웨어의 저작권 관련 온갖 복잡한 라이선스(특히 오픈소스 진영)들을 이해하고 법 자문을 하는 건 그 바닥으로 배경이 전혀 없는 채로 별세계에서 사시만 달랑 합격해서 온 사람보다는 학부 때 컴공 전공하고 실제로 GPL이니 MIT 라이선스니 하는 오픈소스 끌어다가 간단한 프로젝트 진행한 경험도 있다가 로스쿨에서 따로 추가로 법 공부한 사람이 맡는 게 더 믿음이 가긴 할 것이다.

물론, 변리사나 특허 심사위원처럼 법과 이공계를 융합한 전문 업종이 이미 있기도 하고, 평생 글만 팠던 사시 출신 변호사라도 생소한 빽빽한 글을 비판적으로 읽는 건 전문가이며 대체로 상상을 초월하는 지능과 학업 능력의 소유자이다. 그러니 저런 새로운 분야 하나쯤 새로 공부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국정원 요원만 해도 자기가 지키려는 기술이 뭔지 최소한의 배경은 알아야 산업 스파이가 노리는 걸 눈치채고 방어를 할 테니 관련 분야 논문도 찾아보고 늘 새로운 걸 공부한댄다.
이게 답이 딱 떨어지는 문제가 아니니 지금도 사시 존치론자와 로스쿨 옹호론자들은 상대방을 로퀴와 사시충이라고 부르면서 싸워 왔다. 하지만 로스쿨 자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정착 단계에 도달하긴 했다.

로스쿨은.. (1) 입학을 위해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고 (2) 학비 작살나게 많이 깨지되 정말 공인된 일부 극소수 중의 극소수 빈곤층에게만 장학 혜택 있고, (3) 3년 과정이 사법연수원 역할까지 포함하며, (4) 처음에 뽑을 때 전국에서 2천 명 정도 균등하게 많이 뽑고, (5) 나중에 변호사 시험은 최대 5년 동안 5번밖에 응시 못 하는 식으로 강제 필터링.. 이런 시스템적인 제약이 몇 가지 추가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로스쿨은 알다시피 출세로 가는 길로 여겨져서 문과· 이과를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날고 기는 공부벌레 수재들이 몰린다. 사시에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던 출신 대학과 평점이 매우 중요하다. 변호사 시험도 아니고 맨 처음 입문 단계의 법학 적성, 일명 LEET 시험은 당장 복잡한 법학 지식을 묻는 시험이 아니며 무슨 미적분 같은 수학 시험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기출문제 한번 봐라. 눈 돌아간다. 수능 언어 영역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고 길고 생소한 글을 읽고서 "주어진 텍스트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등.. 수학 없이도 독해력, 논리력, 추리력을 통해서 공부 적성 아닌 사람, 머리 나쁜 사람 떨구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로스쿨은 합격하고 입학한 것만으로도 경사 났다고 추켜세울 지경이었다. 그래도 그 뒤엔 3년간 미칠 듯한 공부지옥과 점수 경쟁, 변호사 시험 스트레스가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변호사 시험은 의대의 국시와는 달리, 점수가 아닌 등수가 중요한 상대평가이다!)

그런데.. 입문자에 대한 진입장벽이나 고시낭인 양성을 막기 위한 단순 제약 같은 것은 사시에도 도입 가능해 보이는 것들이고, 로스쿨의 교육 시스템 자체가 딱히 법대 + 사시 학원 강의보다 크게 나은 차별화 요소가 있나? 난 잘 모르겠다.
다재다능한 배경의 인재를 뽑겠다고 도입한 전국의 로스쿨들도 출신 배경의 다양성은 개뿔이고 결국은 변시 합격률에 목 메는 반쯤 학원처럼 돼 있다.

내가 거시적으로 보기에 로스쿨의 가장 큰 의미는 국가가 나서서 법조인 양성 과정을 좀 더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사시 특유의 지나친 고위험성· 투기성을 여러 제도를 통해서 강제로 분산한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가 추상화 계층이 늘면 성능 오버헤드가 조금씩 추가되듯, 그 과정에서 입문하는 소비자(학생)의 금전적인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귀결이다.

로스쿨은 의대· 공대처럼 실험 장비· 기자재를 쓰는 게 없고 밤낮 책과만 씨름하는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학비가 엄청나게 비싼 걸로 악명 높다. 사시 학원 강사보다 교수(법대 교수 내지 현직 법조인 출신의..)가 인건비가 훨씬 더 높기도 하거니와, 학교당 로스쿨이 인원도 굉장히 적기 때문에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로스쿨은 무슨 신림동 고시촌처럼 한데 밀집해 있는 게 아니고 전국의 지거국이나 명문대를 중심으로 학교와 학생이 골고루 흩어져 있다. 그나마 서울대 로스쿨의 TO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200명인데, 그래도 이는 과거의 서울대 법대가 매년 배출하던 사시 합격자 수보다 훨씬 적은 수이다. 그럼 하물며 학생 수가 50명밖에 안 되는 지방대 로스쿨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그 많은 교수들을 굴리려면 학교 입장에서는 돈이 얼마나 들까? 로스쿨 유치를 위해 대학들이 거액을 들여 건물 짓고 시설 새로 만들었으며, 투자 비용을 학생으로부터 회수해야 하는 건 부가적인 문제일 뿐이고 말이다.

결국 로스쿨은 학벌 타파(?)와 지역 평등을 위해 구조적으로, 근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비효율과 더욱 가중되는 학생 부담을 감수했음을 의미한다. 이건 극소수 장학 제도 갖고 실드 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시 옹호론자이든 로스쿨 찬성론자이든 일단 이 원론적인 설정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로스쿨이 그런 것을 다 상쇄할 정도로 기존 사시 체제의 단점을 보완해 주느냐, "단순 시험 점수 잘 받은 사람"과 "훌륭한 법조인 자질" 사이의 괴리를 더 잘 상쇄해 주느냐로 귀착될 것이다.

여기에 대한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참고로 노 무현, 문 재인, 조 국 등 일명 진보 내지 좌파라고 불리는 법조인 배경의 인사들은 다 로스쿨 찬성론자였으며, 노 무현의 경우 대통령 재임 시절에 로스쿨을 도입한 것 때문에 자기가 신분 상승을 위해 올라탔던 사다리(= 사시)를 자기가 치워 버렸다고 비판받기도 했다는 것 역시 생각할 점이다.

3. 측정할 수 없거나 측정하기 어려운 것을 무리하게 측정하려는 것이 근본 문제

사시와 로스쿨 문제도 그렇고 앞서 언급했던 대학 입시도 그렇고.. 시험으로 줄세우기만 하면 제일 뒤끝 없고 공정하고 그나마 빈부격차 문제에서도 제일 자유로운 것 같다. 그러나 그로 인한 병폐도 있고, 단순 시험 문제 풀이 기계와 실제로 시험이 의도했던 모범적인 인재(?)상 사이의 괴리도 커진다.

그 폐단을 해결하려고 시험 점수만 보는 게 아니라 학생의 출신과 배경을 보고 대외 활동을 보는 식으로 비정량적인 것을 좀 보자니 그건 또 사교육 돈지랄로 변질되고 입시 제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오락가락 바뀐다. 오죽했으면 교외 경시대회 실적은 학생부에 반영도 안 하게 됐는데.. 정보 올림피아드 입상의 혜택을 크게 입은 본인으로서는 참 애석함을 느낀다. 그것도 안 하면 도대체 학교 시험만으로 나타나지 않은 학생의 잠재성을 어떻게 보라고?

그리고 그 어떤 교육과정이나 시험으로도 사람 내면에 있는 사상이나 인성을 본질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다. 그러니 그 어려운 사법 시험을 떡 붙고도 6· 25 전쟁이 무슨침인지를 분간 못 하는 똑똑한 바보도 법조인이 되는데, 이를 걸러내질 못한다.

창의성 같은 건 일부 공모전이나 경진대회를 통해 측정 가능하겠지만 정량적인 측정이 아니니 이 역시 사교육+부정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려운 능력이나 배경까지 무리해서 측정하려다 보니 결국 부정이 들어갈 수 있고, 사교육 돈지랄로 귀착되는 식으로 거기는 거기대로 또 병폐와 부작용을 만들어 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걸 측정하려는 걸 아예 포기해서도 안 되는데.. 참 어려운 문제이다.

이 글에서는 로스쿨 얘기에 대학 입시 얘기가 조금 두서없이 뒤섞이긴 했다만.. 이런 시험 관련 제도들 관련 문제는 딱 떨어지는 답이 없어 보인다.
애초에 근본적으로 국가나 사회 분위기가 '무리해서 대학 갈 필요 없는 세상', '자기 기술만 기막히게 좋으면 대접받고 충분히 성공하는 세상' 이런 식으로 가지 않는 한은, 전제가 애초부터 잘못된 상태에서 결론이 올바로 나올 수가 없다.

위에 높으신 분들이 무슨 대책을 내놓고 교육과정과 입시제도를 업데이트 한다 해도, 이랬다 저랬다 여러 이념을 어중간하게 절충한 조삼모사에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한계는 염두에 둬야 할 듯하다. 그래야 그 한계 안에서 차선· 차악을 찾아 적응할 수 있지 괜히 답이 없는 문제에 끙끙대다 세상 비관 염세주의로 빠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7/19 08:31 2017/07/1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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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면허 갱신

본인은 올해에 운전 면허증을 갱신했다.
지금이야 1종 면허도 유효 기간이 10년이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갱신을 했던 때는 2종만 10년이고 1종은 기간이 아직 7년이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2010년 이후 이제야 또 면허 업데이트를 하게 됐다.

2종은 말 그대로 나 살아 있다고 신고만 하면 갱신되며, 이제는 젊은 나이 때는 사실상 갱신이 필요하지 않은 지경으로 더 간소화됐다.
1종은 책임감이 더 큰 면허여서 그런지, 주기적인 갱신에다 형식적이나마 적성검사(신체검사)가 추가된다. 다만, 1종 보통은 최근의 직장인 건강검진 결과 같은 걸 제시해서 신체검사를 대체할 수 있다. 1종 대형이나 특수는 그런 거 없고 면허 시험장에서 신체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되기 때문에 일이 더 번거로워진다.

그래도 내 주변엔 "남자는 당연히 1종 보통"이지 정도가 아니라, 크고 아름다운 차를 몰고 싶은 욕심에 대형 면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차덕이 좀 있다. 평생 버스 같은 차를 몰 일이라고는 없을 전공과 업종의 종사자인데도 반쯤은 허세 때문이다.
대형 버스는 같은 각도를 회전할 때 승용차보다 핸들을 두 배쯤 더 많이 돌려야 할 텐데~ 그래도 나도 버스나 심지어 비행기, 철도 차량 같은 것도 운전· 조종을 해 보고 싶다. 선박까지는.. 그건 아직 모르겠고.

2종 보통 면허는 무사고로 일정 기간 경과하면 면허 종류를 1종으로 승격할 수 있다. 4톤 트럭까지만 몰 수 있던 게 11.5톤으로 커지고, 승합차는 9인승이던가 그게 한계이던 것이 15인승으로 커지는 효과가 있다.
물론 2종 자동은 그런 '자동 승격'이 없다. 자동 변속기만 몰다가 수동 변속기를 몰려면 면허를 별도로 따야 된다.

한편으로, 노인 인구가 늘고 고령 운전자가 신체 능력 저하로 인해서 사고를 내는 일이 잦아지자,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를 상대로 면허의 자진 반납을 장려하고 '아름다운 은퇴' 운운하며 각종 복지 인센티브를 주는.. 뭐 그런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도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도입되는 날이 올지?
노인 어르신들은 투표는 얼마든지 해야겠지만 자가운전은 좀 별개로 생각할 문제라 하겠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노인이 전철이 전면 무료인 것만으로도 그 지역에서는 이미 어마어마한 복지이며, 꼭 운전을 해야 할 필요를 많이 상쇄시키고 있다.

면허 시험장이라는 게 도심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는 시설은 아니니, 정말 형식적으로 얼굴만 비추고 오는 것인데도 꽤 멀리까지 발품을 팔아야 했다.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더라도 면허증을 수령하는 건 결국 본인이 시험장이나 경찰서로 직접 가야 된다.

이번에 면허를 갱신할 때는 서부 시험장을 이용했다. 근처에 학교로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경기장 역은 하늘 공원, 매봉산(옛날에 유류 저장 기지가 지어졌던 언덕) 같은 곳을 갈 때 이용한 적이 있는데 오랜만에 다른 용건으로 거기를 찾아갔다.

면허 갱신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근처에서 박 정희 기념· 도서관을 발견해서 거기도 찾아갔다. 5년 전에 아예 차를 몰고 가서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지하철역에서 시험장으로 가는 길목에 저게 있는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난 면허증에 이어 여권은 내년에 유효기간 만료다. 그 전에 어디든 외국에 좀 나갔다 와야 된다..;;

2. 음주운전 단속

평소에 자주 이용하는 자동차 전용 도로 진출입로가 오늘 밤은 막힐 시간대가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아니나다를까 저 앞에서는 경찰들이 차선을 틀어막고 양방향으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더라. 이미 몇 번 겪어 봤다.
운전석 창문을 내리면 연두색 야광 조끼를 입은 경찰이 먼저 경례를 하고 나도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라고 답례를 한다.

경찰이 먼저 들이미는 건 (1) 음주 감지기이다. 여기에 굵고 짤막하게 훅~ 불어 주고 아무 반응이 없으면 무사통과이다.
술이라는 게 액체이고 알코올도 기본적으로 체내 혈액에 녹아 들어갔다가 간에서 분해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알코올이 휘발성을 지닌 물질이기 때문에 날숨으로도 감지 가능하다. 만취자 꽐라는 곁에만 있어 봐도 술 냄새가 진동하니까 말이다.

감지기에서 경보음이 들리면 운전자는 일단 내려서 빨대 물고 수 초 동안 더 세게 오래 입김을 부는 (2) 음주 측정기의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경찰관이 맨날 "더더더더더~"이러는 기기는 바로 측정기이다. 결과도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기계가 분석하느라 2~30초 정도 시간이 걸리는가 보다. 그 대신 함수의 리턴값도 감지기처럼 boolean이 아니라 int 내지 float로, 구체적인 농도 숫자이다.

단속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500ppm 이상이다. 감지기에는 걸렸지만 농도가 500ppm 미만으로 나와서 훈방조치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이게 제일 해피한 결과이겠지만 그게 교통사고 예방의 관점에서까지 해피한 건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서 걸려 버렸고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면 (3) 병원 가서 채혈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술을 정말로 안 마셨는데 구강 소독약의 알코올 성분 때문에 입가에서만 알코올이 잘못 감지될 수도 있으니, 오판에 대한 구제책은 제도적으로 다 마련돼 있다.
허나, 이미 받은 측정기 검사를 또 받을 수는 없다. 그리고 정말로 술을 마셔서 걸린 거라면, 채혈 검사로 가 봤자 어차피 최초로 단속에 걸린 "시각" 이후로 지금까지 알코올이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고 보정한 농도가 통보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의로 개기면서 시간 끌어도 별 소용 없으며, (3)이 딱히 운전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500ppm 이상이 나와 버리면 운전자의 인생은 대략 꼬인다. 최소 농도 + 초범으로 교통사고 없이 단순히 걸리기만 했을 때 제일 가벼운 처벌 견적이 약 100일간의 면허 정지에 100만원대의 벌금부터 시작한다.
겨우 몇만 원대인 불법주차 내지 과속· 신호위반 과태료(또는 범칙금)와는 차원이 다르다. 벌금은 체포에 약식기소 같은 처분까지 동원되는 형법상의 범죄이기 때문이다.
당장 차가 어찌 되는지는 내가 안 걸려 봐서-_-;; 모르겠지만, 면허증은 당일 확실하게 빼앗기는 듯하다. 임시 운전 허가증을 받아서 면허 정지나 취소가 시작되는 날짜를 최대 40일가량 늦출 수 있을 뿐이다.

2010년대 초였나, 오래 전이다만 본인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밤에 인적이 드문 대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좀 쉬어 가려고 길가 공터로 들어가 정차했다. 그런데 저 멀리 앞에 있던 경찰들이 내 차로 달려오는 것이었다. "응? 여기는 차 세워도 되는 곳인데, 왜?" 이런 생각을 했는데 경찰이 말하길, 지금 음주운전 단속 중인데 내가 도주하는 줄 알았댄다. 그래서 흔쾌히 훅 불어 주고 모든 오해를 푼 뒤 경찰을 돌려보냈다.
이런 일을 겪었지만 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저분들이 세금값 하는 공무를 수행 중이었으니까.

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달 덕분에 요즘은 "지금 요 지점에서 음주운전 단속 진행 중" 정보를 공유하는 스마트폰 앱까지 나와 있다.
스팸 전화번호를 공유하는 앱이나 웹사이트는 유용하지만, 저런 건 공유해서 뭐 어쩌자는 건지.. 기술이라는 것도 참 활용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음주 단속은 정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예고 없이 불시에 하고 시간과 장소가 바뀌니 공유라는 게 스팸 전화번호만치 큰 의미가 있지 않다. 피해 갈 생각 말고 술을 안 마시거나, 아니면 마셨으면 깔끔하게 택시 타거나 대리 불러야 할 것이다.

TV에서 음주운전 금지 계도 방송을 할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게 도로 교통 공단에서 제공하는 운전 시뮬레이터 화면이다. 실제로 차를 몰 때에야 음주운전 따위 절대 할 생각이 없지만, 그래도 술 마시면 감각이 어떻게 되고 운전 스타일이 얼마나 막장이 되는지 나 자신이 시뮬레이터로라도 한번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17/07/16 08:27 2017/07/1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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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텔레비전이 1983년에 정전(휴전) 30주년 기념으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방영해서 우리나라 방송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남겼다면, MBC는 창사 30주년 기념으로 1991~92년 사이에 <여명의 눈동자> 드라마를 만든 게 그야말로 불멸의 명작으로 남았지 싶다.

원래 KBS는 예전부터 역사 대하드라마를 쭉 만들어 오고 있었고 1990년을 전후해서는 <역사는 흐른다>, <여명의 그 날>처럼 일제강점기 내지 해방 초기를 다룬 드라마가 나간 적이 있다.
그에 반해 MBC는 전통적으로 역사+정치 장르인 "제N공화국"을 방영했으며, 90년경엔 제2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그랬는데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다루는 동명의 소설을 극화한 <여명의 눈동자>는 MBC에서 야심차게 중국과 필리핀 현지 촬영과 더불어 전체 분량의 1/3가까이를 사전제작+후시녹음한 퀄리티로 만들어서 초대박을 쳤다. 그것도 중국과 정식 수교를 하기도 전에 말이다.
비슷한 시기(1990년 즈음)에 비슷한 시기(일제~해방 초)를 다룬 타 KBS 드라마들은 지금 흔적조차 찾기 어렵지만 여명의 눈동자만 아직까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으며, 특히 주제가 음악을 너무 잘 만든 것도 작품의 성공에 큰 기여를 했다.

현재도 유튜브에서 "여명의 눈동자" 검색하면 오프닝곡 피아노 연주 동영상이 많이 굴러다닌다.
그리고 2017년 지금 오프닝곡 들어 보면 전율이.. 작곡자분이 무슨 약을 빨고 이런 선율을 만들어 냈나 싶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무슨 영상음악 공모전 같은 데서 입상은 당연히 하지 않을까..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필름 역회전" 음주운전 공익광고도 국제 공모전 입상을 했는데.

휴대폰, 초고속 인터넷, HD 디지털, 유튜브가 없던 시절에 이런 영상물과 이런 음악이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고, 그래도 저게 방영되었던 시절이 내가 초딩 수준으로나마 기억과 의식이 있던 시기였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전체 분량의 1/3을 사전제작하고 시작했다지만 마지막 회는 결국 방영 전날에 촬영을 다 마치고, 방영 10분 전에야 편집까지 간신히 다 끝냈다고 한다. 옛날에 경부 고속도로가 개통식 3시간 전에 차선 도색을 간신히 다 마쳤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런 천하의 <여명의 눈동자>도 같은 MBC에서 거의 동일한 시기에 같이 방영했던 <사랑이 뭐길래> 드라마에 팀킬 당해서 전체 시청률은 2위였다고 한다. 그때 MBC 드라마가 정말 잘나갔었네..!!
너무 진지하고 슬픈 분위기인 <여명..>과는 달리 <사랑이...>는 완전 반대의 유쾌 컨셉의 가정 드라마였으니 서로 참 강렬하게 비교된다. <사랑이...>는 그 인기에 힘입어 '-기에' 대신, 그 당시 비표준어이던 '-길래'라는 연결어미를 전국에 대대적으로 퍼뜨리는 효과도 냈다. (지금이야 2011년부터 복수 표준어가 돼 있음)

본인 역시 저걸 본 기억이 있으며, 특히 오프닝곡은 멜로디를 다 기억하고 있다. '대발이'가 여기서 유래된 이름이었구나. 오프닝곡 말고 <타타타>라는 가사 있는 OST도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그건 기억이 안 난다.

오프닝은 그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로 만든 듯하다. 실사 사진에다가 만화 애니메이션 합성은 쉽지 않았을 텐데. (who framed Roger rabbit이 1989년작이던가?)
그 시절에는 저렇게 정교한 손글씨 디지털 서체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명조 고딕 둥근고딕 일색..) 타이틀과 배우 이름은... 일일이 다 손으로 쓴 캘리그래피이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한 지붕 세 가족> 같은 다른 TV프로의 오프닝을 봐도 그땐 그게 관행이었다. 1990년대 초였으니 광고 목록은 무려 세로쓰기로 나오고 말이다.

다음으로, 음악 역시 드라마의 성격을 대변할 만한 명랑한 분위기로 참 잘 만들었다. 지금 다시 들어 보니 음색이 정말 대놓고 미디스럽다~~!! 저 때는 저런 미디 기반의 전자음향이 최신 기술이었을 것이다.
톡톡~ 치는 전자드럼이나 '훡~'(쿠이카) 요런 효과음, 호루라기 소리.. 다 미디에 정의돼 있는 타악기들이다. 모스크바 관현악단에서 직접 연주했다는 <여명의 눈동자> OST (오프닝곡 포함)와는 완전 대조적이다.

주선율을 연주한 악기는 무려 '팬 플룻'이다.
물론 저건 미디가 합성해 준 팬 플룻이니, <킬 빌>의 The Lonely Shepherd 같은 곡에서 나오는 레알 팬 플룻의 퀄리티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건 뭐랄까, 레알 육개장과 라면 스프로 재연한 육개장의 차이와 비슷한 듯하다.

시간만 좀 있으면 저 오프닝곡을 미디로 채보해 보고 싶을 정도다.
그 시절에는 제대로 된 미디 신시사이저 반주를 듣는 방법이 노래방에 가는 것밖에 없었지만 2000년대부터는 PC로도 얼마든지 가능해졌으니 말이다.

원로 여성 배우 중에 김 혜자야 최 불암 시리즈에도 나오고 워낙 유명하니 진작부터 알고 있었는데..
옛날에 농심 라면 CF에서 "허허허허~ 라면의 맛은 스프에 있습니다"라고 맨날 단골로 출연했던 아줌마가 강 부자였구나.. 2017년이 돼서야 처음 알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7/07/14 08:33 2017/07/1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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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이야기

본인은 철덕이다. 철도는 레일 위에서 앞이나 뒤로만 달릴 수 있고 차체가 스스로 조향을 할 수 없는 1차원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1차원 교통수단이 철도만 있는 건 아니다.
경전철 중에는 모노레일이 있다. 궤도가 2개(좌우 바퀴용)가 아닌 1개의 궤조로만 구성된 작은 교통수단을 일컫는데, 모노레일은 아래의 궤도를 붙잡고 위로 달리는 놈이 있는가 하면 위의 궤도에 매달려서 아래로 달리는 놈도 있다.

모노레일 정도 되면 그 구조가 케이블카와도 상당히 근접하게 된다. 모노레일은 그래도 금속이나 시멘트로 된 단단한 궤도에 붙어서 다니지만 케이블카는 비록 금속이긴 해도 신축성 있는 '줄'에 매달려서 다닌다. 단, 케이블카는 여느 궤도 교통수단과는 달리 여러 량이 연결되어 다니지 않기 때문에 '열차'의 범주에서는 다소 멀어진다.

케이블카는 줄만 깔아 주면 되기 때문에 궤도 관련 구조물이 주변 환경에 끼치는 여파가 덜하다. 그렇기 때문에 산에서 봉우리를 빠르게 잇는 교통수단으로 즐겨 쓰인다. 물론 길고 무거운 줄을 '최초로' 부설할 때는 그 아래 환경에 대한 파괴가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줄에 매달린 차량은 위에 바퀴가 달려서 케이블 위에서 굴러가는 형태로 움직일 수도 있고, 발상을 달리하여 차량은 줄 위에 가만히 놓여 있는데 기계실에서 줄 자체를 밀거나 당겨서 차량들을 한꺼번에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전자는 엘리베이터에 가깝고 후자는 에스컬레이터에 가깝다.

스키장의 언덕을 오르는 용도로 운용되는 곤돌라/리프트는 보통 후자 형태이며, 얘는 그냥 좌석 달린 에스컬레이터나 마찬가지이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도 차량 자체에 무슨 범퍼카처럼 모터가 달렸다거나 선로에 제3궤조 같은 게 있지는 않다고 한다. 처음에 가파른 오르막을 오를 때만 중앙 기계실에서 줄을 당겨서 차량을 끌어올려 준 뒤, 내려가면서 뱅글 도는 건 전부 무동력 관성 주행이라고 한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전통 보존 차원에서 지금도 운행되는 노면전차도 차량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줄이 움직이더라. 가파른 언덕 때문인지 19세기 기술로는 줄을 한꺼번에 움직이는 '중앙 집권' 방식이 더 나았던 모양이다.

본인은 서울 남산은 맨 처음 걸어서 등산으로 정상까지 올랐고, 그 뒤엔 가족을 데리고 케이블카로도 가 봤다.
케이블카는 좌석 같은 건 없고 단칸방 같은 차량에 대형 버스와 맞먹는 45명의 인원이 꽉꽉 입석 밀착해서 탄다. 운행 시간도 3분 남짓밖에 되지 않으니 그냥 공항에서 탑승동과 비행기를 연결하는 그 단거리 입석 셔틀버스를 탄다는 기분으로 타면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케이블카 차량은 딱 두 편성이 다닌다. 차량을 한 대 보내고 나서 뒷차가 올 때까지의 시간은 내 경험상 5~10분 정도는 잡아야 한다. 그러니 단위 시간당 수송 능력은 딱 답이 나올 것이다. 한번 차량이 도착하면 생각보다는 줄이 많이 없어진다.
그나저나 남산 케이블카는 의외로 국가가 아니라 민간 소유이더라. 마치 남이섬처럼 말이다.

산악용 같은 게 아닌 이상, 케이블카는 반드시 공중에 떠 있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 어떤 형태로든 급경사만 잘 넘으면 되니까 말이다. 구시대 철도에 존재했던 인클라인(강삭철도)도 개념적으로는 케이블카의 일종이다. 물론 얘도 한 량씩 끌어올려야 하니 무진장 불편하다.

궤도 위만 달리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뭔가 줄을 붙잡고 달리거나, 줄에 매달린 채 움직이는 교통수단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는 않다. 그래도 차체가 직접 선로 위를 굴러가는 것보다는 줄에 매달려서 움직이는 게 게 오르막 같은 걸 오를 때는 더 나은 면모가 있다. 엘리베이터는 아예 수직 강하를 해야 하니 구동 원리가 정확하게 이 범주에 속하긴 한다. (물론 교통수단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뭣한 물건이지만)

철도는 작은 마찰로 인해 수송 효율이 좋은 것과 별개로 오르막에는 매우 취약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보조가 과거에 더욱 필요했다. 케이블카나 곤돌라 같은 물건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교통수단의 구동 원리에 대한 안목을 더 넓힐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Posted by 사무엘

2017/07/12 08:38 2017/07/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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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버전 개발 근황

날개셋 한글 입력기 9.0과 타자연습 3.7이 나온 지 한 달 정도가 돼 간다.
다음 버전은 입력기 9.1과 타자연습 3.71 또는 3.8이 될 듯하다. 현재는 입력기보다 타자연습의 작업이 더 많이 진행되었으며, 타자연습의 다음 버전은 다른 변화는 없이 "게임 업그레이드"가 될 가능성이 높아져 있다. 그 구체적인 내역은 다음과 같다.

1. 타자 게임의 체력· 방어력 시스템 개편

본인은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여러 분야들 중 게임은 하는 것과 만드는 것 모두 별 소질이나 인연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게임 개발자 겸 기획자의 코스프레라도 한 경험을 말하자면 날개셋 타자연습의 게임을 설계· 개발한 이력을 내세우겠다.

날개셋 타자연습의 게임을 구성하는 현재와 같은 12개 레벨과 이들의 난이도· 컨셉, 그리고 엔딩까지 대략 20분에 달하는 플레이 컨텐츠는 지금 생각해도 충분히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더 고칠 필요가 없다. 특별히 4단 자리(맨윗자리)와 겹받침 글쇠를 집중 공략하는 레벨 9~11의 지옥훈련은 정말 세벌식 전용 타자연습이니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오타 페널티가 있는 놈(한별. 잠시 동안 타자를 할 수 없음), 그와는 정반대로 정확도가 100%가 아니어도 단어가 인식되는 놈으로(미르) 주인공을 차별화한 것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게임의 모든 시스템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각 레벨별로 더 다양한 색상의 배경을 넣었어야 했는데 레벨 3~5는 그 당시 뭔 생각을 하고 배경을 디자인 했는지, 하늘과 땅 컨셉을 너무 많이 우려먹어 있다.
그리고 배경에도 애니메이션이 좀 있어야 하는데 그걸 구현하지 못했다. 가령, 레벨 2는 별들이 반짝이거나 '우주 여행' 화면 보호기처럼 쓱쓱 입체적으로 날아다니는 게 원래의 내 의도였다. 텍스처 비트맵 배경은 텍스처가 조금씩 스크롤되고, 다른 그러데이션 무늬 기반 배경은 허접한 팔레트 스크롤 같은 거라도 넣어서 움직이게 말이다.

그래픽 다음으로 음악은? 레벨별로 분위기를 고려해서 지금과 같은 여섯 곡을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선정했으며, 이 역시 큰 틀에서는 후회가 없다. 명곡이긴 하지만 다들 유행 지난 1990년대의 너무 오래된 곡인 게 문제일 뿐..
딴 걸로 교체하려 해도 mp3 음원이 대세가 된 요즘 세상에 미디 파일을 구하기란 몹시 힘들 듯하다.

그래픽이나 사운드 같은 외형적인 요소 말고 게임 메카닉 알고리즘 차원에서 내가 제일 문제 의식을 느끼고 우선적으로 고치고 싶었던 건 주인공의 HP와 방어력 시스템이다. 의도는 "오타에 취약해서 다루기 힘든 주인공에게 그에 상응하는 맷집을 더 줘서 어려운 레벨에서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한다."이긴 하지만, 체력(HP) 시스템이 주인공별로 쓸데없이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졌다는 게 오랜 세월 동안 느껴졌다.

타자 게임을 처음 만들던 당시에는 스타크래프트의 방어력 업글 시스템에서 착안하여 지금과 같은 5단계 업글을 도입했었다. 게임을 첫 레벨에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면 대략 레벨 8 무렵부터 방어력이 5단계로 풀업 되는 식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요 시스템을 갈아엎고, Doom/Quake의 시스템에서 착안한 armor(장갑/갑옷) 기반 방어력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다.

세 주인공은 초기 체력과 최대 축적 가능 체력이 100으로 모두 동일하게 맞춰진다. 그리고 없애지 못한 단어로 인해 입는 대미지 역시 기본적으로 동일하며, 체력 회복 바이러스를 맞았을 때 늘어나는 체력의 양도 동일하다.
현재 아름은 시간이 흐르면 100까지 체력을 서서히 자동 회복하며, 한별은 레벨을 클리어 했을 때 체력이 50 미만이면 일부를 보상하는 기능이 있다. 한편, 미르는 점수가 일정 간격에 도달했을 때 체력을 보상하는 기능이 있다. 이런 보상 시스템은 괜히 복잡하고 게임에서 실질적으로 별 도움이 안 되어 보이는 관계로, 모두 폐지할 예정이다.

그럼 세 주인공이 차이가 나는 부분이 무엇이냐 하면 딱 하나, armor point가 있을 때의 작용 효과이다.
예전에 '방어력 n단계 업그레이드'라는 효과를 내던 바이러스는 'armor 보충'으로 바뀌며, 이때 armor는 언제나 100으로 '만땅' 상태가 된다.

armor가 있는 상태에서 대미지를 입으면 한별의 경우, armor는 (1) 현재 남아 있는 armor 양과 (2) 전체 대미지의 1/3 둘 중 최소값만치 깎인다. armor가 음수가 될 수는 없으니까.. armor는 자기가 깎이는 양의 3배에 달하는 대미지를 커버하고, 그 과정에서 체력은 그 전체 대미지의 40% 남짓만치만 감소하게 한다. 즉, 체력 대미지(5/12)와 armor 대미지(1/3)를 합해도 3/4이니, 전체 합이 원래 대미지보다 더 작다. armor가 몸빵에 굉장히 큰 기여를 하는 셈이다.

특성이 세 주인공의 중간에 속하는 아름은 armor와 체력이 그냥 정확하게 반반씩 깎이니 armor는 그야말로 추가적인 보조 체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미르는 타자 편의가 가장 뛰어난 대신 armor의 운용 효율이 가장 떨어진다. armor를 먹어도 체력 방호 효과는 1/3 남짓에 불과하고, 체력 대미지와 armor 대미지를 합하면 1보다 크다. 오랜 고민 끝에 이런 식으로 시스템을 개편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날개셋 타자 게임에서는 방어력 업그레이드 단계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게임을 하면서 hit(health) point뿐만 아니라 armor point도 마치 스타에서 미네랄과 가스처럼 이중으로 신경 쓰게 된다. 가스가 없으면 고급 유닛을 만들 수 없듯, 체력이 아무리 많아도 armor가 없으면 피격 때 체력을 훨씬 더 빠르게 급격히 잃게 된다. armor의 양은 체력 막대 밑에 노란식으로 표시된다.

어떤 주인공이든 대미지를 입었을 때 armor의 감소량은 체력보다 더 적으면 적지 많지는 않다. 하지만 armor 보충 바이러스는 체력 보충 바이러스보다 등장 빈도가 낮다. 그리고 armor가 아무리 많이 남아 있어도 체력이 0이 돼 버리면 말짱 도루묵이고 게임 오버이니, 죽기 직전에 당장 더 중요한 것은 armor보다는 체력이다. 이렇게 게임의 양상이 이전보다 다채롭게 변할 것이다. 이 관계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체력 장갑
처음 시작할 때는 만땅(100)임 없음(0)
보충 바이러스 절반(50)씩, 하지만 더 자주 등장 단번에 만땅(100) 보충
맷집 장갑 없을 때 입는 대미지 양은 모든 주인공 동일 장갑의 방어력은 주인공마다 차이 있음
중요도 아무리 장갑이 많이 남아 있어도 체력이 0이 되면 게임 끝, 말짱 도루묵 optional. 하지만 장갑 없이 체력만으로는 상위 레벨에서 오래 버티기 힘듦

이전에는 주인공이 최고의 맷집과 방어력을 갖추려면 체력도 150이니 120이니 하는 최대치로 축적해 놓고 방어력 업그레이드도 여러 레벨들을 거치면서 5단계까지 해 놔야 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원래 체력 상태에서 'armor 보충' 바이러스 한 번만 받으면 이론적인 최대의 맷집과 방어력 상태가 갖춰진다. 아주 단순해진다.

물론 축적 가능한 체력의 절대적인 양은 예전 시스템 때에 비해 감소했다. 그 대신, 체력 회복 및 armor 보충 바이러스가 이전보다 약간 더 자주 등장하고, 회복시켜 주는 양도 이전보다 더 많다. 체력 회복은 세 주인공 공통으로 50으로, 전체의 절반을 그냥 준다. 축적에 의존하지 말고 그때 그때 바이러스에 의한 보급 뽀록에 의존하는 가중치가 더 커진다.
이렇게 시스템을 개편해 놓고 내가 몇 판 게임을 해 보니 끝탄을 깨거나 못 깨고 죽는 빈도는 그럭저럭 별 차이 없는 것 같다.

안 그래도 타자 게임은 또 건드리기가 민망한 굉장한 레거시 코드가 돼 있다. 내 게임이 사용한 DirectDraw, DirectMusic 이런 라이브러리도 완전 한물 간 레거시 기술들인 거 본인도 잘 안다. =_=;;
하지만 지난번 날개셋 한글 입력기 9.0에서 24픽셀 비트맵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먼지 쌓였던 타자 게임 쪽 코드를 오랜만에 건드리게 되었는데, 여기에서 동기와 자극을 받아 오랜 숙제로 남아 있던 체력· 방어력 시스템 개편을 해치웠다. 이건 그래픽· 사운드와는 무관하게 0순위로 꼭 갈아엎고 싶었기 때문이다.

2. 그 외의 게임의 변경· 개선 사항

(1) 150% (144dpi) 이상 배율에서 게임이 1024*768 해상도의 "전체 화면"에서 실행됐을 때, 화면이 정확하게 모니터 전체에 꽉 차지 않고 어중간하게 부분적으로만 차던 문제를 해결했다. 원인을 한참을 찾아 보니, 운영체제가 전체 화면 해상도까지 쓸데없이 high-DPI scaling을 해서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제멋대로 1024*768보다 약간 높은 해상도로 바꿔서 전체 화면을 들어갔었다.

기존 3.7의 경우, EXE 파일에 대한 속성 열어서 호환성 탭 - "높은 DPI 설정에서 디스플레이 배율을 사용하지 않음" 옵션을 수동으로 켜 주면 문제가 해결되고, 다음 버전에서는 이게 exe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적용되게 했다.
저 옵션 자체는 high-DPI scaling이 존재하지 않는 구닥다리 Windows 7에도 있던데, 이전 OS에서는 무슨 기능을 했는지 궁금하다.

(2) 이 기회에 비트맵 글꼴 말고 게임에서 출력되는 다른 한글 문장들의 글꼴을 너무 식상한 굴림 대신 '맑은 고딕'으로 바꿨다. 이런 것도 노력 대비 프로그램의 낡은 이미지의 쇄신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다만, 맑은 고딕은 잘 알다시피 같은 크기라 해도 상대적인 크기, 줄 간격이라든가 종횡비 같은 글꼴의 기본적인 metric이 굴림· 바탕류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불러들이는 글꼴 이름만 달랑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고 전반적인 문자 배치 방식도 다같이 보정하고 바꿔 줘야 했다.

3. 화면 키보드의 live preview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제공하는 보조 입력 도구 중에는 '화면 키보드'가 있다.
얘는 단순히 현재 선택돼 있는 입력 항목의 글쇠배열을 static하게 보여주는 기능만 있다가, 2년쯤 전에는 실제로 눌러지거나 떼어진 글쇠를 시각적으로 highlight해 주는 옵션이 추가되었다. 그 뒤로는 큰 변화가 없이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실제 입력 문자 표시'라는 꽤 재미있는 옵션이 우클릭 메뉴에 추가되었다. 얘는 글쇠의 입력이 끝날 때마다 글쇠배열들의 수식을 현재 변수값을 기준으로 재계산한다. 그래서 지금 이 글쇠를 눌렀을 때 실제로 입력되는 문자가 화면에 정확하게 표시되게 한다.

두벌식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중성을 입력하는 순간부터 자음들 모양이 초성에서 종성으로 바뀌며, 조합이 종료되거나 초성을 입력하기 시작했을 때 다시 초성으로 돌아온다. 세벌식 390의 경우 / 자리는 ㅗ를 입력 가능한 문맥에서는 ㅗ가 됐다가 다시 /로 돌아온다.

복벌식이나 신세벌식처럼 상황에 따라 여러 글쇠들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입력 방식을 쓰고 있을 때는 이 옵션을 켜고 화면 키보드를 사용하는 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인 왼손과 오른손에 세벌식과 두벌식의 자음이 모두 표시되어 있지만, 두벌이나 세벌로 타자가 시작되면 모든 글쇠배열이 두벌이나 세벌 기준으로 싹 바뀌며, 조합이 종료되면 배열이 다시 초기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본인은 이런 기능의 필요성을 이미 수 년 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보조 입력 도구 쪽 기능을 강화하기 시작한 이번 버전에서야 이 기능을 구현해 넣을 수 있었다.

입력기는 현재 이 아이템 하나만 작업이 됐다. 예전의 8.8 버전에서는 '빠른설정'이 하나 더 추가됐는데 다음 9.1에서는 새로운 '입력 도구'들이 여러 개 더 추가될 것이다.
보조 입력 도구는 먼 옛날 5.3~5.5x 버전 시기에 화면 키보드, 한손 입력기, 문자표, 부수 한자 입력 이렇게 4개가 추가된 이래로 지금까지 아무 변화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통상적인 기능 추가와는 성격이 다른 분야에 모처럼 사용자의 입력에 시각적인 피드백과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기능들이 잔뜩 도입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7/09 08:30 2017/07/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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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자산 탐방기

본인은 올해 초에 서울과 고양시의 경계 역할을 하는 서울의 서쪽 병풍인 봉산· 앵봉산을 다녀왔다. 그 다음으로는 서울과 하남시의 경계 역할을 하는 동쪽 병풍인 일자산을 다녀오겠다고 진작부터 계획하고 있었는데, 서쪽 답사 이후 70여 일이 지난 뒤에야 계획을 실행하게 되었다. 둘 다 서울 둘레길에 포함되어 있다.

봉산· 앵봉산도 해발 200m대의 낮은 산이지만 일자산은 최고 높은 곳이 150m가 채 안 될 정도로 더욱 낮은 산이다. 그러니 등산 대상으로서의 의미는 별로 없고, 그냥 교외의 고지대에 자리잡은 공원 내지 산책로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름처럼 꼭대기 능선이 一자 모양으로 수 km에 걸쳐 있기 때문에 걷기에는 좋다.

일자산의 존재감은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선형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5호선은 잘 알다시피 강동 역을 끝으로 동쪽으로 더 직진하지 않고 상일동과 마천이라는 두 지선으로 갈라지는데, 일자산은 그 상일동· 마천 지선의 선형과 얼추 평행하게 동쪽 끝을 가로막고 있는 형태나 마찬가지이다.

천호대로를 타고 강동 역보다 더 동쪽으로 가면 서울 시가지가 끝나고 밭이나 화훼단지 농장 같은 거나 볼 수 있는 그린벨트 완충지대가 나타난다. 그리고 외곽순환 고속도로 진입로까지 지난 뒤부터는 행정구역이 서울에서 하남으로 바뀐다. 일자산은 서울과 하남의 경계 역할을 하다가 북쪽 끝에서 천호대로와 만난다.

본인은 이런 지리 정보를 염두에 두고, 5호선 마천 지선의 첫 정거장인 둔촌동 역에서 내려서 일자산으로 접근을 시작했다. 둔촌동 역 근처에는 지은 지 꽤 오래 된 듯한 주공 아파트 단지가 있었고, 전통 시장도 길 건너편 주변에 보였다.
그리고 여기 버스 정류장에는 서울 버스뿐만 아니라 하남시 내부로 들어가는 하남시 소속 마을버스도 일부 다녔다. 본인은 여기서 하남 마을버스 7번 또는 8번으로 환승해서 일자산 기슭에 자리잡은 보훈 병원 내지 대순진리회 방면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 버스는 평소에도 배차 간격이 20분을 넘고, 주말· 공휴일엔 45분까지 벌어지며 심지어 수틀리면 아예 운휴까지 하는 막장 버스였다. 아이고, 일자산 근처가 그렇게까지 오지는 아닌 것 같던데 이 무슨 낭패..
결국 산기슭까지 1.5km 정도 거리는 그냥 걸어서 갔다. 지하철 한두 정거장, 버스 서너 정거장 거리인데 어차피 도저히 못 걸을 거리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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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서울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인 게 보였다. 서울 지하철 3호선의 동남쪽 말단 구간 중에는 경찰 병원도 있는데 보훈 병원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군인도 경찰도 아닌 다른 국가유공자를 위한 병원 같아 보이긴 하다)
5호선은 상일동 지선이 더 연장되어 검단산 기슭까지 갈 예정이라는데, 9호선이 동쪽 끝까지 연장되면 일자산을 찾아가기가 더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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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여곡절 끝에 어쨌든 일자산 진입로를 발견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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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을 따라 산등성이를 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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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조금 걷자 어마어마한 규모의 묘지가 나왔다. 예전에 망우산 공동묘지를 돌아다니던 거 생각이 났다.
당시 현장에서 눈으로 본 광경은 꽃과 풀 색깔이 어우러져서 색감이 이 사진으로 찍힌 것보다 더 밝고 알록달록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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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를 지난 뒤에는 이렇게 잘 닦인 산책로가 이어졌다. 산악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도 될 법해 보이는데, 안전을 위해서 자제해 달라는 표지판도 곁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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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현대의 기준으로도 서울의 완전 끝자락인데 하물며 옛날에는 한양과 아무 관계 없는 깡촌일 뿐이었다. 일자산은 성곽 같은 역사 유물도 없고, 군사 시설도 없는 듣보잡 동네 뒷산 언덕에 불과하지만, 역사적인 에피소드가 딱 하나 있었다.
둔촌 '이 집'이라고 고려 말(1300년대, 신 돈과 동시대)의 재야학자가 있었다고 한다. 이 사람이 말년에는 일자산 일대에서 속세를 떠나 살았다고 한다. 굉장히 옛날 인물이고 지금까지 본인이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인데 아무튼.. 젊은 시절에 많은 독서와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서 저런 격언을 남긴 모양이다. 참고로 무덤은 서울이 아닌 성남시에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이라는 지명은 바로 저 사람의 아호에서 비롯되었다. 村이라는 글자가 있지만 의외로 지명이 아니라 인명이다. 강서구의 등촌동과는 전혀 관계 없으니 헷갈릴 일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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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길은 계속 이어졌다. 서울 쪽보다는 하남 쪽이 전망이 더 좋았으며, 당연한 말이지만 훨씬 더 시골 분위기였다. 그리고 워낙 낮은 산이니 딱히 전망을 볼 만한 것도 별로 없었다. 단, 북쪽으로 가까워질수록 마주치는 등산객? 방문객이 갈수록 많아져서 아무도 없는 배경 사진을 찍기가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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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산의 정상처럼 생긴 공터에 도달했다. 등산이라고 할 것도 없는 언덕인데 시계와 온갖 운동 기구와 벤치가 비치되어 있고, 사진에 안 나왔지만 근처엔 컵라면과 음료수를 파는 산장(?) 천막도 있었다. 등산복 차림으로 벤치와 탁자에 앉아서 쉬거나 음식을 먹는 일행도 많이 보여서 이거 무슨 꽤 높은 산의 정상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자산의 산책로는 이것으로 끝이고, 그 다음으로는 내려가는 비탈길만 있었다. 하산은 그냥 5분이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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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오니 앞에는 뭔가 초원/정원처럼 꾸미려고 준비 중인 듯한 넓은 공터가 보였다. 모래 뻘밭에다 인위로 심어 놓은 나무가 듬성듬성 놓여 있으니 무슨 사막 같다. 차나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은 포장되고, 식물이 있는 곳에는 잔디가 어서 심겨야 할 것 같다.
일자산은 출발 지점이나 도착 지점 모두 주차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차를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편도 동선으로 인해 차마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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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둔촌동에서 출발해서 천호대로의 하남 초이동 근처 구간에서 일자산 산책을 마쳤다. 산에서 걸은 거리는 약 3km 정도 되고, 하산 후에 버스 정류장까지는 또 600m 정도 걸었다. 그러니 전부 합하면 최소한 5km 이상을 걸었다. 진짜 등산 매니아들은 이 정도는 약과고 10수 km 이상도 걷긴 하는데...

아까 지도에서도 볼 수 있듯, 서울 강동구에는 일자산의 북쪽으로 명일 근린공원과 고덕산 같은 언덕 숲길이 더 있으며 이 역시 공식적으로 서울 둘레길의 일부이다. 한데 이어지지 못하고 중간에 시내를 통과해야 하긴 하지만. 또한 둘레길은 아니지만 길동 생태 공원이 있고 일자산에도 산책로 말고 다른 공원이 더 있다. 인서울의 말석 외곽 위치여서 교통이 불편한 건 단점이겠지만 이런 거 하나는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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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꽃들이 굉장히 예뻐서 사진에다 몇 장 담았다. 여기는 경치 좋고 높고 유명한 산의 기슭이어서 등산용품 매점이나 식당· 유원지가 있는 게 아니다. 그냥 법적으로 개발 제한 구역이다 보니 화훼단지나 주말농장 같은 것만 있다. 서울에서 이런 사진 찍을 수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도 야금야금 그린벨트가 풀리고 개발되고 곳곳에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으니, 이런 광경을 보는 날도 얼마 안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 전에 자연의 정취가 있는 곳은 많이 돌아다녀야겠다. 평지는 자동차로 다니고, 산은 운동을 겸하는 등산으로 다니면서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7/06 08:37 2017/07/0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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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언어 관찰 메모

1. '값'과 두 값의 '차이'

C/C++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두 포인터의 차이는 정수로 계산된다.
그러나 인간의 언어를 보면 속도의 차이와 당장 지금 위치의 차이, 그리고 어떤 특정 값하고 두 값의 차이 같은 개념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쓰는 어휘가 많은 걸 알 수 있다. 수학으로 치면 전자는 f(x)의 값이고 후자는 도함수 f'(x)의 값과 얼추 비슷하겠다.
예전 글에서 이미 언급한 아이템도 있겠지만 그런 예들을 한데 다시 늘어놓아 보았다.

- 시각과 시간: 두 시각의 차이가 시간이다. "현재 시간은?"이 아니라 "현재 시각은?"이 맞다(What time is it now?). 그런데 일단 만능 세계어 영어부터가 time이 둘을 명확하게 구분 안 하긴 한다. time table이라고 부르는 것 중에 학교 '시간표'야 '9시부터 10시까지 1교시' 시간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숫자만 쭈욱 늘어서 있는 열차 운행 스케줄은 명백히 '시각표'라고 해야 맞다. "9시 정각 서울 발차, 9시 10분 영등포 도착, 9시 11분 영등포 출발" 같은 각각의 시각이 중요하니까..

- 빠름과 이름, 느림과 늦음: 현재 9시 10분인데 시계가 13분을 가리키고 있다면 시계가 3분 이르다고 해야 원칙적으로 맞다. 빠른 건 그 시계의 무브먼트가 문제가 있어서 가만히 놔두면 1시간이 아니라 59분 30초 만에 1시간치 눈금이 흘러갈 때 쓰는 말이다. 다시 말해 '빠름'의 결과로 인해 시계의 표시 시각이 언젠가 '일러질' 수 있을 뿐, 빠름 그 자체는 지금 당장 시계 바늘이 어느 시각을 가리키고 있는지가 핵심이 아니다.

- 수와 번호: 숫자는 수량을 나타낼 때도 쓰고 무언가를 그냥 식별할 때도 쓰인다. 영어로는 똑같이 number. 그래서 성경에서 짐승의 수 666이 수량와 번호 중 짐승의 어떤 특성을 나타내는 숫자인지 알쏭달쏭할 때가 있다.

- 째와 번째: 일단 영어의 nth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우리말은 그냥 '째'이다. '번째'는 nth time이다. 허나 '째'라고만 하면 자꾸 단순 순서 이상으로 서열, 랭크의 느낌이 강해서 요즘은 앞에 '번'이 구분 없이 쓸데없이 자꾸 끼어 들어오는 것 같다.

- 음고와 음정: 두 음고(pitch)의 차이가 음정일 뿐이다. 음정을 영어로는 interval이라고 하니 이보다 명확할 수 없다. 그런데 노래방 기계에는 조를 높이거나 낮추는 버튼의 이름이 그냥 '음정 -+'이다. 음높이를 정확하게 맞춰서 노래를 못 부르는 음치를 보고 음정이 안 맞다고 그런다.
용어의 쓰임이 '시각'과 '시간'만큼이나 뭔가 좀 이상하다..;; 과학 실험에다 비유하면, "측정값이 안 맞다."가 아니라 "오차가 안 맞다"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두 백분율(퍼센트)의 차이는 퍼센트 포인트이다. 20%이던 것이 50% 증가하면 30%가 되지만, 50%포인트가 증가하면 70%가 된다. 훌륭한 액션 영화 테이큰에는 "Your arrogance offends me. For that the rate just went up 10%."라는 대사가 있는데, 상납금 요율이 진짜 1.1배 상승인지 아니면, 실제로는 10%에서 또 10%포인트가 상승한 20%를 가리키는지 문맥을 봐서는 잘 모르겠다. 최종적으로는 20%로 협상이 마무리 되니까 말이다.

2. 힘은 빛을 만든다

'힘'이라는 건 굉장히 추상적이고 뜻의 표현 범위가 넓은 단어이다. 영어로 하면 보통 power, strength가 떠오르고, 과학에서 사용하는 질량 곱하기 가속도로서의 힘은 force이다.
이 힘은 찰나의 순간에 가속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힘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사실 알고 보면 힘이 쌓인 거리가 곱해진 '일'인 경우가 많다. 마력수가 높은 엔진을 흔히 힘 좋은 고성능 엔진이라고 하는데, 마력이 괜히 단위 시간당 '일률'인 게 아니다. 마치 질량보다는 그게 발현된 형태인 무게· 중력이 더 친근한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그런데 이런 단어 말고 might도 평소에 동음이의어인 조동사로 하도 많이 쓰여서 그렇지 사실은 '힘, 세력'을 뜻하는 단어이다. mighty라고 '강한, 힘센, 힘 있는'이라는 형용사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마이티 마우스, 현대 자동차 트럭 마이티처럼.
유명한 왈도체 표현인 "힘 세고 강한 아침"도 Mighty fine morning인 거 잘 알려져 있다.

음절초에 파찰음이 없어서 딱히 힘 있게 들리지는 않지만, 얘는 마초 액션물에서도 은근히 종종 볼 수 있는 단어이다.
모탈 컴뱃의 격파 시험 Test your might!
그리고 둠 코믹스에서 Might makes light! "힘은 빛을 만든다"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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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무슨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문구인 독일어 Arbeit macht Frei에서 단어만 바꿔서 Macht macht Licht를 떠올리게 한다. 독일어는 공교롭게도 '힘' 명사와 '만들다, 행동하다' 동사가 동음이의어이다..;;

3. 형용사 no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 싶은데, 한국어는 부사와 용언(동사)을 좋아하는 언어이고 영어만치 명사를 이것저것 수식하는 관형어 쪽은 훨씬 덜 발달해 있다.
단적인 예로 한국어는 영어로 치면 형용사 more, less, no 따위에 동일한 품사로 대응하는 어휘가 없다. 그래서 '더/덜'은 체언이 아닌 용언에만 붙을 수 있는 부사이고, '없다' 역시 용언이다. 이거 영어와 한국어 사이의 굉장히 큰 차이이며, 상호 번역을 어렵게 하는 요소이다. 단적인 예로 Oh no! More lemmings 같은 게임 타이틀을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하시겠는가?

그래서 한국어는 None, nobody라든가 더 나아가 void 같은 단어도 한 단어로 대응하는 번역이 없으며 기껏해야 '없다'에다 명사형 전성어미가 붙은 '없음', 또는 한자어 無 접두사로 비슷한 의미를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단, 반대로 영어는 '없다', '모르다' 같은 용언이 용언 형태로 딱 떨어지게 있지는 않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모르다'가 한 단어 동사로 존재하는 언어는 내가 아는 한 지금까지 모국어인 한국어밖에 못 봤다. 기억이나 지식이 없는 게 무슨 동작과 관계가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누구를 아는 것의 반대로 누구를 모른다는 상태를 타동사로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건 편리한 점이긴 하다.

4. out of

하루는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에서 한국어로는.. "너그러운 자비의 마음을 베풀어서 자네에게 또 한번 살아남을 기회를 주겠다."라고 번역된 대사가 영어 자막으로는 "Now, out of the mercy of my heart, I will give you one more chance to live a long life."라고 번역된 걸 봤다.
out of라는 건 굉장히 뜻이 많고 추상적인 단어이다. 의미가 반대로 달라질 수도 있을 정도로 뜻이 많아서 문제이며, 성경 번역에서도 이거 의미가 왔다갔다 한다.

컴퓨터에서 out of는 '-없음, -부족'이라는 뜻으로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 나 역시 Out of memory라는 응용 프로그램 에러 메시지, Out of data in line xx라는 GWBASIC 에러 메시지에서 out of를 난생 처음으로 봤다. 그래서 '아오안'(out of 안중 = 관심없음) 같은 말도 있다.
하지만 out of는 저 영어 자막에서 보듯이 from, among 비스무리하게 뭔가 '출처, origin'을 뜻하기도 한다. "뭔가를 어떤 집단으로부터 밖으로 끄집어냄"에서 관점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해석 방식이 달라진다. 저 문맥에서는 run 같은 동사가 앞에 붙어야 out of가 '고갈, 부족'이라는 뜻이 더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는 나도 인내심이 한계가 있거든? 못 참겠거든?" 이럴 때도 당연히 out of patience가 쓰이니 말이다.

또한, out of가 인내심 같은 추상명사가 아니라 물리적인 장소를 받을 때에도 '-밖에서', '-밖으로'가 다 되는 듯. 의외로 골치아프다.

5. die / be dead

한국어는 영어처럼 완료형· 수동태 같은 게 없거나 발달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동사의 일반 과거형이 0에서 1로 바뀌는 그 움직임 자체뿐만 아니라 0에서 1로 바뀌어 있는 그 상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아무개가 죽었다"라는 말을 영작하면 "XXX died"가 아닌 경우가 많다. 십중팔구 "XXX is dead"가 맞는 번역이다. 당신이 밥숟가락을 놓았고 저승사자 내지 천사가 "넌 이제 죽었어. 나랑 같이 하늘로 가자" 이런 말을 한다면 당연히 "You are dead."이다.

초점이 숨이 끊어지는 동작이 아니라 현재 죽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국어도 '죽어 있다'라고 말을 풀어서 표현할 수는 있지만 그게 자주 쓰이지는 않는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어로 "틀렸다"도 영어로는 it is / you are wrong이다. 한국어로 과거 시제 동사인 것이 영어로는 현재 시제 be 동사 + 형용사인 것이다. 하긴, 일상생활에서 '틀린다, 틀리게 된다'라고 저 동사를 현재 시제로 곧이곧대로 쓸 일은 매우 드문 것 같다. 그러니 '틀리다'의 현재 시제의 의미가 자꾸 '다르다'처럼 변질돼 가는 것일 테고.

그 반면, "고인은 2017년 몇 월 며칠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 "이 게임은 너무 어려워서 나도 다섯 번쯤은 죽은 뒤에야 깰 수 있었다" 이럴 때에는 영어로도 동사 died(혹은 그에 상응하는 경어체 동사)가 쓰인다. 관점의 차이를 아시겠는가?
또한 신학적으로는 예수님 역시 일회적인 죽으심을 나타낼 때 died이다. 그분은 한때 die 하셨지만 언제까지나 be dead는 아니니까 말이다.

이런 관점의 차이가 '찾다'라는 단어에도 존재한다. 한국어의 '찾다'는 찾는 동작 자체를 가리키는 seek/look for과, 그 동작의 결과로 인해서 무언가· 누군가와 실제로 연결이 성사되는 find에 대한 구분이 없다.
성경의 "seek, and ye shall find." 그리고 테이큰 대사"I will look for you.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를 생각해 보자. 이게 '죽다'로 치면 "Die, and ye shall be dead"와 비슷한 관계인 셈이다.

6. 그 밖에

(1) 가끔씩 본인은 총에 맞은 건 개머리판으로 두들겨 맞았을 때에나 쓰는 게 맞지 않나(be struck) 생각한다. 날아오는 야구공에 맞듯이 "총알"에는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총알이 아닌 총에는 "쏘였다"고(be shot) 말해야 맞지 않을까?
뭐, 한국어는 머리카락을 자른 것을 머리 자른다(!!!)고도 줄여 말하는 언어인데, 총에 맞는 것쯤이야.. 총알도 총의 연장선으로 생각할 수는 있겠다. 다만, 활의 경우는 내 언어 직관이 크게 이상하지 않은 한, 화살에 맞았다고 꼬박꼬박 말하지 활에 맞았다고는 잘 안 그러는 것 같다!

(2) abandoned이나 forsaken을 번역할 때는 '버려진'이라고 잘만 쓰면서 왜 lost를 번역할 때 '잃어버려진'이라고는 선뜻 표현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잃어버리다'는 피동형으로 잘 안 쓰는 게 기독교계 문서 사역 번역계에서 불문율인가 보다. 덧붙이자면, 난 개인적으로 번역투 피동형을 기피한답시고 given도 괜히 주어가 불분명한 능동으로 번역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3) 영어 같은 외래어가 국어로 들어오면, 원래는 다의어나 동음이의어이던 것이 토착화 과정에서 상상도 못 할 기괴한 방법으로 '구분'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도트(문자 그대로 픽셀 화소. 도트 프린터, 도트 노가다)와 닷(인터넷스러움), 네트(구기 종목 경기장에서 쓰이는 그물망;;)와 넷(역시 IT스러움) 같은 건 대표적인 예이고, 3D조차도 그렇다. '삼디'라고 읽으면 더럽고 어렵고 위험하다는 뜻이고 '쓰리디'라고 읽으면 왠지 삼차원 입체라는 의미가 된다. 물론 3D 업종를 '쓰리디 업종'이라고 읽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내 어감상은 느낌이 좀 덜하다.

(4) '물 불 / 맑다 밝다 / 묽다 붉다' 이런 관계를 보면 한국어에도 꽤 오묘한 구석이 있다는 게 느껴진다. 말소리와 의미가 서로 아무렇게나 형성된 게 아니어 보이기 때문이다.
ㅁ과 ㅂ 계열 음운이 서로 대조를 이루는 대표적인 쌍은 어머니와 아버지(맘마 빠빠..)이다. 가장 발음하기 쉬운 축에 드는 입술소리인 데다 갓난아기가 본능적으로 거의 제일 먼저 구사하는 축에 드는 어휘이다 보니, 저 관계는 내가 아는 한 거의 세계 공통이다. 부/모, papa/mama 등..
그런데 엄마 아빠 말고 물과 불이 관련 심상까지 비슷하게 저렇게 한데 엮이는 건? 한국어 말고는 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7/07/03 08:35 2017/07/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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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등 상사 동상

한강대교는 한강철교와 더불어 한강의 교량들 중 제일 먼저 생긴 축에 드는 다리이다. 중간에 노들섬을 지나며, 북단에서 남단으로 가는 쪽의 도로 길가에는 이 원등 상사(1935-1966)의 동상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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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우리나라에서 그 옛날 1960년대에 미국까지 다녀오면서 양성된 특전사 소속 스카이다이버였고 낙하산의 전문가였다.
그런데 서울 한강 상공에서 공수 훈련 중에, 한 동료? 후임? 부하?가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지 않아 추락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신속하게 그에게 접근해서 낙하산을 전개시켜 주기까지는 했는데...

일단 갑작스럽게 펴지는 동료의 그 커다란 낙하산에 맞아서 자기가 팔을 크게 다쳤다. 자동차에서 펼쳐지는 에어백에 맞아서 다치는 것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더 큰 부상을 입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저분은 자기 낙하산을 펼치고 감속할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한강 얼음판에 추락사로 순직했다. 1966년 2월, 엄청 옛날 일이다.

공수 훈련 중에 남의 낙하산을 펴 주는 건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사람을 지상에 고정된 로프 없이 수영만으로 구해 오는 것 이상으로 매우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자유 낙하하는 사람에게 접근해야 하니 무엇보다 자기도 낙하산을 펴지 않고 일정 구간 자유 낙하하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슨 우주선 도킹도 아니고..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초 단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그냥 둘 다 죽기 십상인데 저분은 그래도 동료를 구하고 장렬히 산화했다.

이분은 강 재구 소령과 비슷한 연배의 군인이고 순직 타이밍도(1965) 별로 차이가 안 나지만, 육사 출신 장교가 아니어서 그런지, 동상이 비록 다리 위나마 엄연히 서울 중심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 소령에 비해서는 훨씬 알려져 있지 않다.

동상이 하늘을 향해 엄지를 척 세우고 있는 포즈인 게 굉장히 인상적이다. 저것도 말소리로 소통이 안 되는 그쪽 업계에서 통용되는 제스처 은어라고 한다.
그리고 밑에는 고인이 다른 전우의 낙하산을 펴 주는 상황을 상상해서 그린 양각 부조 동판도 만들어져 있다.

연휴가 아니면 낮에 한강대교 건널 일이 좀체 없었을 테니, 본인은 잠시 차를 세우고 내려서 사진을 남겼다.

Posted by 사무엘

2017/07/01 08:34 2017/07/0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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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검증

*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도저히 어려운 주제이다 보니, 팩트폭격과 더불어 조금 거친 표현이 있음을 미리 양해 구한다.

1. 반미 반전 이런 구호나 운동 극혐

1950년 6월 25일 당일이 일요일이었는데 올해도 6월 25일이 일요일이구나.
2000년 이래로 우리나라에서 불순불온한 진영이 없애라고 외쳐 온 공략 대상을 쭉 살펴보면 (1) 주한미군, (2) 국가보안법, (3) 국정원, 그 다음은 (4) 싸드로 정리된다.
(1)에 대해서 적을 이롭게 하는 사악한 선동질 한 동일한 놈들이 (2), (3)을 거쳐서 (4)에 대해 외치는 구호도 우리나라를 위해서 외치는 구호일 리는 당연히 전혀 절대 만무하다.

저건 두 말할 나위도 없이 북괴의 입장을 100% 정확하게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다. 놈들이 원하는 것의 정반대로 하는 것만이 우리나라가 살 길이다. 북괴가 이런 쪽으로는 의외로 단순무식하게 일관성이 있다. 허나, 지구상에서 제일 반미 할 자격 없는 애들이 자기 주제를 모르고 저 짓거리 하는 걸 보면 울화가 치미는 걸 억제할 수 없다.

배은망덕한 놈들, 광우뻥 때부터 지금까지 역사로부터 배운 게 없는 미개한 놈들, 군복 차림에 가스통 들고 흥분해서 날뛰는 틀딱충 꼰대보다 더 사악한 놈들. 병역특례 부실복무나 하고서 안보 장사(?) 만화 그리고 있는 모 웹툰 작가보다도 더 위선적인 놈들.

이런 날 내 머리에 곧장 떠오른 성경 본문은 에스겔서 16장이었다.
남조선 인민들의 기구한 내력과 분에 넘치는 은혜, 그리고 병들고 썩어빠진 정신 상태가 이스라엘의 영적 상태와 절묘하게 씽크되는 걸 볼 수 있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저 본문을 꼭 보고 두 번 보시길..
그리고 열왕기상 20장도 같이 보면 좋다. 자기의 적을 보고도 "그는 내 형제니라"(왕상 20:32) 이러는 멍청한 왕을 두면 그 밑의 백성이 얼마나 고생하게 되는지를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전쟁의 반대가 평화인 건 자기가 힘이 있을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전쟁의 반대는 그냥 항복과 노예이다!
꼭 자기들이 전쟁을 하거나 평화를 유지할 선택권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에 본인은 굉장한 어이없음을 느낀다. 남조선이 무슨 스위스 같은 영구중립국이기라도 했냐? 일제 강점기에 6· 25를 겪은 게 100년도 채 안 지났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저런 식으로 하냐? 하다못해 중· 고등학교에서 일진 양아치들한테 안 당하기 위해서라도 힘이 있어야 하는 건(혹은 최소한 힘이 센 것처럼 보이는 것) 너무 당연한 이치 아닌가?

다른 나라도 아니고 한반도에서 Imagine 가사나 읊어 대면서 반전 (반미) 평화, 서로 싸우지 맙시다, 남북이 서로 협력하고 화해합시다 이딴 소리 하는 놈들은 그냥 99%는 빨갱이 내지 걔네들에게 놀아나는 저능아들이다. 내 말이 기분 나쁘면 북괴 수뇌부 앞에서나 그런 평화타령 한번 늘어놓아 보든가.

그리고 내가 이런 얘기까지는 안 하려 했는데.. 경험상 아동문학이 어떻고 사교육 주입식 입시교육 없는 세상, 대안학교.. 애들 참교육이 어떻고 이러는 부류 중에 사상 이상한 사람들 정말 많이 봤다.
옛날에 TV로도 방영됐던 몽실 언니 작가도 보니까 참.. 죄송한 말이지만 불순한 분 같지는 않고 정말 순진한 건지...;;;
유언장 중에 한 대목이 이거다.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측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주세요"

그게 당신이 원한다고 굶주리는 애들한테 가 지나? 어유..
누군 뭐 바보여서 자금줄 압박, 고립, 대북제재 하는 줄 아나?
우리나라도 못살던 시절엔 몽실언니 같은 불쌍한 애들 많았지. 사회 분위기도 반쯤 살벌한 병영 분위기에 약자 인권 훨씬 더 열악했던 것도 사실이지.

근데 애들이 그렇게 불쌍하면.. <태양 아래> 같은 영화는 본 적 있나? 거기 나오는 주인공 진미는 오늘 내일 굶어죽는 꽃제비도 아니고 평양 금수저 최상류층이다. 그런 애들조차 완전히 로봇으로 세뇌당하고 개조돼서 지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 보라는 부탁에도 바싹 긴장하고는 당령 읊어대고 앉았는데 걔들은 불쌍하다는 생각 안 드냐?

하이튼 절대악과 필요악 뒤섞어서 사람 속이는 건 도사들이야.. 썩을놈들이.
작정하고 사리분별 못하는 애들 오염시키고, 그리고 법조인들 차근차근 적화시키고. 통상적인 경제력과 병력만 빼고 체제 전복시키는 방법도 정말 치밀하다니까. 한 10대, 20대 나이 때까지는 사회 한쪽에서의 부조리 때문에 필요악만 나쁜 줄 알고 의분에 차서 무작정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딴 생각을 어떻게 30대 40대가 가도록 평생 무덤까지 가져갈 수가 있냐?

"나라가 이제 온통 용공사상에 오염되었다. 좋을 리 없어! 왜 우리는 국가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종북 빨갱이들을 적절히 처리하지 않는거지? 내가 개인적으로 페북과 블로그에 맨날 이런 글이나 싸질러댄다 해도, 남조선은 아이들에게 어떤 곳이 돼 버리겠나? 그리고 아이들의 아이들, 그리고... 아, 나라의 앞날은 어둡다!"
-- 뭐 패러디인지는 알아서 검색을..;; -_-;

2. 바퀴벌레가 극소수 한두 마리 좀 있어 봤자..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냐 종북 같은 게 어디 있냐?
남한과 북한은 군사력과 경제력 차이가 서로 쨉이 안 되는데 극소수 '김 일성 만세' 이러는 또라이가 설령 있다 한들, 일부 병신 미친놈들일 뿐이지 나라에 무슨 위협이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사실, 교회식으로 비유하자면
콘스탄틴 로마 황제의 기독교 공인이 진짜로 기독교가 세상을 이기고 영적 승리를 쟁취한 줄로 안다거나,
요즘 세상에 사탄 마귀가 어디 있냐, 지옥 같은 거 없다 이렇게 생각한다거나 혹은
성경 변개라는 게 "너는 루시퍼를 숭배할지니라" 이렇게 고치는 게 전부인 줄로 아는 참 순진하고 한심한 분별력으로는 이념 쪽으로도 저렇게 naive하게 생각할 수도 있긴 할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게 만만하고 낭만적이지 않다. 이 문제는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집 싱크대에 바퀴벌레 한두 마리가 주기적으로 대놓고 보일 정도이면 보이지 않는 곳에는 바퀴벌레가 얼마나 우글거리고 있을까?
법정에서까지 극소수 "김 일성 만세" 외치는 미친놈이 있을 정도이면 보이지 않는 곳에 서식하는 빨갱이들은 도대체 몇 마리나 될까?
몇백 명이 먹는 급식 중 극소수에서 머리카락 몇 올이나 바퀴벌레가 한 마리쯤 나와 봤자 식당 위생은 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걸까?
이렇게 말이다.

굳이 핵이나 미사일 같은 비대칭무기 얘기를 하지는 않겠다.
군사력과 경제력 차이가 제아무리 쨉이 안 돼도 이념 적화로 인해서 순식간에 나라 망하는 건, 아주 쬐그만 구멍 하나 때문에 댐이 무너지고 풍선이 순식간에 터지는 것만큼이나,
몇 년을 재부팅 없이 돌아가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메모리 leak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뻗는 것만큼이나 아주 쉽게 가능한 일이다.

조잡한 폭탄으로 자그마한 구멍만 뚫어도 커다란 여객기가 공중분해될 수 있고(대한항공 858처럼), 비슷한 자그마한 결함으로 인해 컬럼비아 우주왕복선도 그냥 확 공중분해돼 버렸었다.
왜냐하면 댐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담겨 있었고, 비행기와 우주선 역시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이 지상에서 좀체 구경하거나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시국에 대해서도 바로 저런 그림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또 다른 비유를 들어 볼까?
루시퍼의 죄와 아담의 죄(그리고 이전 세상과 현 세상)를 분간 못 하는 정도의 통찰력이라면, 그냥 나라 윗대가리들의 평범한 부정부패 비리랑 아예 적에다가 퍼주는 반역죄의 차이도 분간 못 할 수는 있겠다.
성경과 현 시국... 물론 분야는 다르지만 일관된 논리로 해석 가능하다는 것이다.

3. 국정원의 여론몰이? 댓글 알바?

우리나라 같은 곳은 지나친 방종과 무질서, 안전불감증이 문제이지, 뭐 누가 검열을 하네, 민주주의가 죽었네 공안 통치네 뭐네 하는 건 정말 1도 고려할 가치가 없는 헛소리이다. 그런 건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아직도 카톡 대신에 라인이나 ISIL이나 쓴다는 듣보잡 메신저들 잘 쓰고 계시나? 루머 괴담 하고는.. ㅉㅉ

요즘 같은 세상에 국정원 요원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얼굴 안 보이는 사이버 공간에서 얼마든지 공작 활동을 한다. 그곳으로부터 지령이 대놓고 내려오고 유언비어 거짓 선동이 하도 많이 나돌고 불길처럼 퍼져 나가니, 저건 국가 안보 차원에서 국정원에서도 자기 정체를 숨기고 맞불 놓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쉽게 말해 악에 대해 같은 악으로 맞서서 대응한 것뿐이다.

왜? 국정원은 세상 정부 소속의 방첩기관일 뿐, 무슨 신약 기독교회 같은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군대가 살인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집단인 것만큼이나 거기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게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집단이니까 말이다.

흉악범들이 교수대에서 사형 당하는 걸 보고 동정하기에 앞서 흉악범에게 살해당한 피해자를 훨씬 더 동정해야 하듯.. 국정원의 존재가 불편한 것보다 국정원 같은 기관을 필요하게 만드는 놈들의 존재가 훨씬 더 불편하고 거북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진짜" 검열과 공안 통치 같은 건 그나마 지금 국정원을 무너뜨리고 해체하자고 외치는 애들의 바람이 이뤄졌을 때에나 진짜로 찾아올 것이다.

물론 국정원 요원들이 무능해서 임무 수행이 실패하고, 정체가 들켜서 언론 타고 존재를 노출해 버린 것은 실드 칠 수 없는 흑역사이다. 옛날에 스파르타 애들이 훈련 중에 민가에서 음식을 훔쳐 먹다가 잡히면, 도둑질 때문에 벌받은 게 아니라 병신같이 들키고 잡힌 것 자체 때문에 벌받았듯이 말이다.
저기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걸 봐 주는 곳인 만큼, 평가 내지 비판할 때도 의도나 과정 같은 거 따질 필요 없이 오로지 결과만으로 냉정하게 하면 된다. 단순히 본연의 임무에 실패한 것에 대해서도 없는 간첩을 조작해서 무고한 사람을 조진 것만큼이나 욕해도 된다.

4. (잘못된)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자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말로는' 평화 통일을 지향한다. 그러나 통일이라는 게 마치 결혼처럼 나만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현실에서는 남과 북 체제 중 하나가 물리적으로 없어지지 않는 한 통일 그딴 거 저언혀, 네버 가능하지 않다.
이는 우리나라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 인권 같은 걸 기본적으로 보장함에도 불구하고 신념에 따른 병역(집총) 거부자를 계속해서 실형으로 처벌해야만 하는 이유와도 정확하게 일맥상통한다. 유엔까지는 모르겠다만, 엠네스티나 EU 따위가 남의 나라 안보와 체제까지 책임지고 지켜 주지는 않는다!

내가 여호와의 증인 신자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서 이런 말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을 것을 최신식 국립호텔에서 1년 반만 살다 나오는 걸로 끝나게 해 주는 국가에서 사는 것을 매우 고맙게 여겨야 할 것이다. (뭐, 그 뒤로도 몇 년간 사회적으로 따가운 시선에다 취업· 여권 발급 같은 데서 불이익이 뒤끝으로 더 따르긴 하겠지만)

우리나라 법조계도 장사를 하루 이틀 하는 게 아니니, 여증들 상대하는 건 이골이 나 있다. 판결문은 보통 "님들에게 대체복무 같은 시스템이 있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구제책이 없고 사법부가 월권을 해서 그런 걸 마련해 줄 수는 없다. 그러니 실형 땅땅땅" 이런 식으로 나오는 편이다.

사실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실용주의(pragmatism) 관점으로만 접근하자면야 지뢰 제거 내지, 군복무보다 훨씬 긴 기간 동안 왕창 힘든 사회봉사로 퉁치는 것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호와의 증인들의 교리와 사상이 성경 교리로나 사회 통념으로나 근본적으로 옳지 못하고 해롭고 잘못됐다는 것을 일깨우는 차원에서는 계속 실형 때려서 전과자 만드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전국민이 동성애자이면 사회가 유지가 되겠으며,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전국민이 여증 신자가 된다면 남조선이라는 나라가 제대로 유지가 되겠는가?

개인적으로 수혈 안 받는 거야 자유이지만, 자기 애한테도 수혈 안 시키고 심지어 자기가 의료인이 돼서 다른 환자한테까지 수혈 안 시키는 건 갈수록 죄질이 더 나빠지는 범죄이듯이 말이다. (이것도 성경하고 아무 상관 없음)
여증들은 수혈과 집총 거부하는 그 집념으로 술 같은 거나 거부했으면 어지간한 기독교인들 이상으로 더 좋은 평판을 얻었을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국군은 침략 전쟁을 전혀 지향하지 않으며 근본 이념이 철저하게 방어적이다. 방어를 위한 전쟁 대비조차 하지 말자는 애들은 진짜 온갖 악독한 욕을 들어도 싼 나쁜놈들이다.

5. 5· 18과 6· 25의 차이

뭐, 전대갈이 법이 규정하는 절차대로 곱게 권좌에 오른 건 아니었으니 5· 18은 일단은 누구 말마따나 의로운(?) 항쟁으로 시작했다고 치자. 그러나 나중에 누구의 거짓 선동이 있었건 뭐가 있었건 어찌 됐든 폭동으로 변질된 것도 사실이다. 루터의 종교 개혁이 나중엔 결국 정치 항쟁으로 변질되었듯이.
그리고 투입된 군인들 역시 과잉방어건, 스트레스와 패닉 속에서 맛이 가서 그랬든, 잘못된 정보에 입각했든 어쨌든 민간인을 죽인 게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광주 5· 18은 제주 4· 3 사태만큼이나 일종의 쌍방과실이다. 앞으로는 그렇게 자국의 민· 관· 군 간에 비극적인 오해와 오사가 없게 진상을 규명하고 화해할 필요가 있다. 민간인 피해 보상은 해야겠지만, 어쨌든 국가의 명령을 수행하느라 목숨 바친 군경에 대해서도 명예를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예우해야 한다. 그리고 정황상 둘을 이간질한 진짜 배후의 악한 제3자 세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니, 이것도 꼼꼼히 연구 조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에 반해 6· 25는 빼도 박도 못하고 북괴의 고의성과 과실이 100%로 오래 전부터 입증된 침략 전쟁이다. 이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만큼이나 입증된 사실이다.
그런데 역사를 왜곡하는 사악하고 나쁜놈이 하는 짓이 뭐냐 하면.. 정말로 쌍방과실인 사건에 대해서는 오로지 국가 공권력만 일방적으로 나쁜놈으로 몰아가고, 100:0인 전쟁에 대해서는 '남북 공동 책임 반반씩' 이 짓거리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빨갱이라도 6· 25를 무슨 남조선이 먼저 벌인 북침 이럴 수는 없으니, 그 대신 오로지 국군이나 미군 시행착오 저지르고 뭘 민간인 학살을 하고 잘못한 것만 부각시킨다.
그리고 미국놈들만 없었으면 이 모든 부작용(?) 없이 우리끼리 통일 이뤄서 행복하게 잘 살았을 거라 말한다. 물론, 무슨 통일인지는 절대로 얘기 안 한다.
이런 쳐죽일 놈들이 같은 하늘 아래에 있어서 김 정호 옥사설보다 더 해롭고 악질적인 역사 왜곡을 책과 교육을 통해서 퍼뜨리고 있는 한, 나는 일제의 역사 왜곡 같은 훨씬 덜 중요한 왜곡엔 제대로 관심을 가질 수가 없다.

전 두환 회고록이 무슨 히틀러의 <나의 투쟁> 같은 취급을 받고 어디서는 아예 출판 금지 신청까지 했다는데..
뭐 동의한다. 단, 이 승만에 대해서 거짓말 헛소리 잔뜩 늘어놓고 애들 정신건강 해치는 기존 불쏘시개들도 다같이 싹 회수· 폐기 처분해 준다면 말이다. 나도 역사 인식에 대해서 마음에 안 드는 걸 지적하라면 그들 만만찮게 많이 지적할 수 있다.

그리고 5· 18은 설령 폭동 없이 정말 의로운(?) 항쟁만 있었다고 하더라도 4· 19보다는 격이 낮고, 4· 19는 6· 25 참전 용사 유공자보다 더 낮은 격으로 취급돼야 마땅하다. 겨우 이 승만· 전 두환 끌어내리는 데 실패했고 1공 4공 5공이 좀 더 오래 갔다 해도 남조선이 근본적으로 북한 꼴 날 일은 절대,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민주화? 직선제?는 되면 더 좋고 안 돼도 상관없거나 어쩔 수 없고, 북괴 같은 안보 위협만 없으면 굳이 난리 안 쳐도 더 쉽게 실현됐을 일이었다.
이것이 팩트다.

6. 가난한 서민을 위한 정치인 같은 건 없음 -- 위선이나 떨지 말길

요즘 맨날 나오는 말이 수저 계급론에 경제 민주화, 갑질 이런 것들이다. 물론 요즘 사회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제아무리 사회가 빈부격차와 개인의 사리사욕을 인정하면서 발전한다 해도 그 격차라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게 저열한 시민의식과 결합하면서 계층간의 불만과 위화감이 커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썩어빠진 부자들 기득권들에 대한 증오 부추기면서 세상을 바꾸자느니 적폐청산 하자고 떠드는 애들은 그들이야말로 이미 부자 기득권이며, 눈먼 나랏돈 말고 자기 재산을 남에게 기꺼이 기부하고 베풀어서 자기까지 그 평등의 대상에 포함시킬 생각이라고는 단 1도 없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입시 제도를 평준화시키더라도 자기 자식은 이미 외국 명문 사립학교 다 보낸 뒤에나 한다. 적폐청산? 정말 개뿔 헛소리다. 그냥 당장 입에 발린 거짓말로 우매한 민중을 선동질하는 라이온 킹의 스카 같은 나쁜놈일 뿐이다.

기업을 적대시하고 사업가가 부자가 될 수 없는 세상이면 거기는 그냥 군경· 관료· 법조 공무원 같은 철밥통이 아닌 평범한 기술 스킬로는 부자가 절대로 될 수 없는 세상이고 다같이 거지 되어 평등해지는 세상일 뿐이다. 기업만 부패하지 정부는 그럼 부패하지 않을 것 같냐? 내가 제일 답답해하는 점이 바로 이거다. 사람이 먼저 < "지 아들이 먼저, 북괴가 먼저" 이런 것 보고도 모르겠냐?

가난한 서민을 위한 정치인이 없는 건 가난한 서민을 위한 의적(?) 흉악범이 없는 것만큼이나 확실한 사실이다.
제아무리 주둥이로는 썩어빠진 부자들 기득권들 증오한다는 사회불만형 연쇄살인범 흉악범죄자들이 정작 현실에서 정말 죽여 줬으면 하는 놈들 죽이는 경우란 전혀에 가깝게 없다. 99.9%는 어차피 같은 서민이나 자기보다 더 약한 사람밖에 해치지 못한다! 옛날에 지존파도 그렇고 연쇄살인마 지 춘길도 그렇고 선례는 수두룩하다.

지가 국회의원이고 재벌이고 유명인사 죽이고 싶다고 해서 우주최강 철통보안 속에서 사는 그 사람들이 니 손에 선뜻 죽어 주겠냐?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냐? ㅉㅉㅉ 무슨 윤 봉길· 안 중근의 후예 나셨네. 근데 어쩌나, 그때는 그래도 CCTV 금속 탐지기라도 없던 시절인데.

흉악범죄자의 욕망이 절대 실현 불가능인 것만큼이나 "능력껏 벌어서 필요껏 나눠 쓰는 세상", "사람이 먼저",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 이딴 구호들도 서로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동일한 차원에서 절대 실현 불가능이다. 저것들 전~부 기출문제들이니 앞으로 또 어떤 선전선동 구호가 문제로 출제될지 예상해 보시라.
그러니 헬조선을 조금이라도 헬이 덜 되게 하고 싶고 타락 속도를 늦추고 싶으면 그딴 망상보다 당장 북괴에다 안 퍼 주는 세상부터 만들려 힘쓰는 게 훨씬 더 현실성 있고 도덕적으로도 올바른 선택이다.

부정부패 없는 세상, 군대가 필요 없는 세상 같은 거야 그 어떤 인간의 힘으로도 이룩할 수 없다. 그건 예수님의 재림 말고는 답 없는 거 맞다. 허나, 북괴에게 안 퍼 주는 세상, '돈으로 평화를 사려는 수작' 하에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적과 내통하지 않는 세상 정도는 인간의 힘으로도 이룩할 수 있고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우리에겐 이것부터가 먼저다.

옛날에 잉카 황제가 스페인 군대에게서 황금을 댓다리 많이 퍼줘서 평화를 사는 게 성공했던가? 개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그런데 또 같은 사기를 치는 인간 악마가 결국 대통령까지 돼서 주한 미군 철수에 싸드 철회까지 밀어붙이니, 지금이 무슨 재벌 욕할 때이고 겨우 친일파 같은 걸 욕할 때이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지금 정치판은 청렴하냐 부패했냐, 친부자냐 친서민이냐 같은 구도로 양 진영이 나뉜 게 전혀, 절대 아니다.
둘 다 부자 기득권들이고 둘 다 기회주의적이며 비슷하게 부패했다! 단지 한쪽은 그래도 국가관과 안보관이 최소한의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정도까지는 아니고(병역비리 방산비리까지 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쪽은 아예 대놓고 북괴가 대화 상대라고 사기를 치는 양의 탈을 쓴 이리요, 마음의 조국은 따로 있는 놈들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최악과 차악 중에서는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걸 그 숱한 시행착오로도 깨닫지 못하는 바보 병신이라면 손발이 직접 고생해 보고서 몸으로 깨닫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긴 한데.. 그렇게 하기에는 나 포함 억울하게 피해 보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차마 그렇게 될 대로 되라고 무책임하게는 말 못 하겠다.
간첩의 정체를 폭로하는 일은 정치 성향 취향도 아니고 좌우 균형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다. 옳고 그름의 영역이기 때문에 본인은 그 어떤 강경한 표현도 불사하면서 팩트 폭격을 종종 가할 것이며, 욕 먹거나 명성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6/28 01:44 2017/06/28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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