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도시철도

서울의 도시철도는 잘 알다시피 코레일 광역전철, 1기 지하철, 2기 지하철, 3기 지하철 정도로 나뉜다. 여기에다 앞으로 공항 철도도 서울로 더욱 가까이 진입하게 된다.

1기 지하철들은 연혁이 긴 덕분에 초기 전동차들은 모두 은퇴하고 일종의 ‘세대교체’까지 이루는 경지에 도달했다. 차량도 매우 다양하다.
이에 반해 2기 지하철들은 한국형 표준 대형 전동차 규격대로 디자인되어 외관이 일관성이 있다. 그 대신 VVVF 과도기에 도입되었다는 특성 때문에 전국 어느 철도에서도 찾을 수 없는 다이나믹한 구동음을 들을 수 있다. 즉, 보이는 것보다는 들리는 것이 사람을 더욱 즐겁게 한다.
3기 지하철들은 이제 중형 전동차의 표준 규격이 제정되고 지방 광역시에도 속속 지하철들이 개통하는 시기에 개통했다. 9호선 전동차는 폭만 조금 더 클 뿐 그 규격을 따르고 있으며, 이제는 구동음마저도 음높이의 차이가 있을 뿐 딱히 차이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게 대세이다.

이렇게 서울 지하철에는 나름 개성과 사연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철도는 모두 표준궤를 달리는 대형 중전철이라는 기본적인 공통점이 있다. 대형 중전철은 서울을 통과하지 않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그럼 우리나라 제 2위의 대도시인 부산은 어떨까?
비록 시설과 규모면에서 서울 수도권을 따를 수는 없으나, 나름대로 개성이 넘치고 재미있다.
특히 지하철은 서울처럼 ‘기’라는 묶음이 있는 게 아니라, 각각의 노선이 ‘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특색이 넘친다. 늦게 개통하는 노선일수록 규모가 더욱 작아지고 있다.
부산은 서울처럼 여러 지하철 노선이 동시에 건설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승역들은 전반적으로 환승 거리가 괜찮은 편이다. 최소한 잠실이나 신길 같은 막장환승은 없다.

- 부산 지하철 1호선: 중형 중전철 8량. 개통 시기가 서울 2호선과 비슷. 전국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특이한 3도어 전동차. 2010년 현재 전국에서 VVVF 차량이 전혀 없는 유일한 지하철.

- 부산 지하철 2호선: 중형 중전철 6량. 대구 1호선과 비슷한 시기이며 동일한 스펙. 기술적으로도 서울 2기 지하철 VVVF를 답습

- 부산 지하철 3호선: 중형 중전철 4량. 광주/대구 1호선과 비슷한 시기이며 동일한 스펙. 중형 전동차 표준안이 반영됨

- 부산 지하철 반송선: 처음엔 마치 3호선의 지선인 것처럼 계획되었다가 결국은 경전철로 전환. 시설면에서 기존 3호선과는 사실상 아무 관계가 없는 노선이 되었고 이게 사실상 4호선으로 확정되었다. 서울도 이제야 경전철 건설이 논의되고 있는데 꼭 그런 차원이라 하겠다.
고무 바퀴 차량이 다니며, 3호선보다도 많은 6량 1편성이 다닐 거라고 하니 뜻밖이다. 용인 경전철과는 달리 지하 구간도 존재한다.

- 김해 경전철: 전통적인 부산 관할의 도시 철도라기보다는, 서울로 치면 공항 철도나 9호선뻘 되는 위상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시내라기보다는 부산-김해간의 광역 기능을 담당하는 경전철인데, 반송선과는 완전히 다른 차량이다. 표준궤에 철 바퀴이고 그 상태로 덩치만 줄인 2량 1편성짜리 전철이다.
이 사업에서 지분을 70%나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다름 아닌 서울 메트로이다. 우리나라의 지하철 회사 중 최강의 경험과 자본을 자랑하는 이 회사는 이미 서울만의 지하철 회사 수준을 벗어난 지 오래 됐다.

타자기와 비슷한 형태의 키보드를 탑재하고 있던 데스크톱 컴퓨터뿐만이 아니라 요즘은 모바일 터치스크린 기기가 뜨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철도계도 전통적인 표준궤 철도 말고도 여러 형태의 경전철들이 등장하고 있는 느낌이다.
김해 경전철이 개통하면 이제 김해 공항에도 철도로 갈 수 있게 된다. 다만 KTX가 완전히 개통하면 국내선 승객이 크게 감소할 것을 우려하여 역은 국제선 청사 쪽에다 만든다고 한다. (김포공항 역처럼 중앙이 아니라)

끝으로,

- 울산-부산 동해남부선 광역전철: 서울은 무려 40년 전에 인천, 수원 가는 전철이 그것도 지하철과 직통으로 뚫렸는데 그동안 부산은 뭘 했나? 게다가 이미 지하철 2호선은 경부선과 선형이 겹치는 구간까지 있는데 말이다.
수도권으로 치면 응당 광역전철과 같은 위상이다. 동해남부선은 경주 쪽은 KTX 2차 구간 개통으로 인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칠 것이고, 울산과 부산도 광역전철 개통이 계획은 되어 있다. 하지만 언제 실현될지는 미지수. 철도계의 ‘듀크 뉴켐 포에버’가 되지 않길 바란다. 참고로 수도권에서는 수인선이 저런 떡밥으로 전락하고 있는 중이다. -_-;;

서울-수도권과 같은 철도 네트워크를 비수도권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10 12:34 2010/03/10 12:34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6

전철(서울 지하철 5, 9호선; 공항 철도) 김포공항 역은 여러 건물로 이루어진 김포 공항 단지(complex? ㅋㅋ)의 딱 중앙에 자리잡아 있다.
내부엔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로터리가 하나 있는데 그 로터리의 남쪽은 국내선 청사 방면이요, 북쪽은 국제선 청사 방면이다.
그리고 서쪽은 한국 공항 공사 본사 방면이고 동쪽으로 가면 9호선과 공항 철도 공용 승강장이 나온다.

하지만 인천 공항 개항 전에는 지금의 한국 공항 공사 건물이 국내선 청사였고, 지금의 국내선과 국제선 청사는 각각 국제선 1청사와 2청사였다고 한다. 인천 공항에 비해 지금 김포 공항은 정말 규모가 작음을 알 수 있다. 있던 건물도 각종 상업 시설로 개조를 많이 했기 때문이리라. 비록 공간에 한계를 느껴서 인천 공항을 더 만들게 됐지만, 김포 공항도 왕년에 한 나라의 허브 공항 역할을 할 정도였으니 원래 작은 크기는 결코 아니다.

전철이 있는 로터리는 5호선의 뒷쪽(상일동· 마천 방면)에 치우쳐 있는 편이기 때문에, 서울 도심에서 5호선을 타고 김포 공항 국내선을 이용하거나 공항 철도로 여행을 계속하려면(인천 공항 국제선), 진행 방향 기준 뒷칸을 타는 게 환승에 유리하다. 하지만 흔치는 않은 경우이지만 김포 공항 국제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앞칸을 타는 게 유리하다.

5호선과 9-공철 승강장은 서로 L자형으로 교차하며, 둘의 고저 차이가 무척 크기 때문에 환승 거리는 약간 긴 편이다. 5호선은 김포 공항을 경유하기 위해서 심한 드리프트를 한 후, 방화 방면으로 북쪽으로 향하게 된다. 마치 월드컵 경기장을 경유하기 위해 드리프트가 생긴 6호선과 비슷한 맥락이라 하겠다.
그 반면 9호선과 공철은 수평을 향하고 있으며 잘 안다시피 평면 환승에다 직결 운행까지 예정되어 있다. 2기 지하철에는 전혀 없고 1기 지하철인 1, 3, 4호선에서나 볼 수 있던 직· 교류 겸용 전동차를 9호선에서 보는 날이 과연 올까?

전철역 환승 로터리에서 국내선이든 국제선이든 공항 여객 터미널까지는 여전히 250~300미터 가까이 긴 통로를 통과해야 한다. 사실 어느 정도 되는 규모의 공항에서, 국내선과 국제선 청사는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까지는 안 되더라도 버스 한 정거장 정도 거리는 된다. 여기는 무빙워크가 진작부터 존재해 왔다. (종로3가 역 무빙워크보다 훨씬 더 일찍) 물론 인천 공항도 전철역에서 터미널까지 거리가 꽤 길기 때문에 무빙워크가 중간 통로에 있다.

각종 표지판들은 인천 공항은 잘 알다시피 군청색 바탕의 전속 서체를 쓰고 있는 반면
김포 공항은 짙은 고동색 바탕의 맑은 고딕 서체를 쓴다.
무선 인터넷은 인천과 김포 모두 잘 되는 것을 확인했다. 인천은 네이버가 제공했는데 김포는 알 수 없는 이름이 뜬다.

인천 공항은 지하 1층 로비(환전과 로밍 시설), 1층 도착장, 2층 항공사 사무실, 3층 항공사별 탑승 수속 부스 겸 탑승장으로 딱 나뉜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위로 3층이 내려다보이는 4층에 일부 식당가가 있다.
김포 공항의 구조는 이와는 약간 다르다.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1층 로비 겸 도착장, 2층 항공사 부스이고 2층보다 공간이 좁은 3층에 몇몇 식당들과 더불어 탑승구가 있다.

한편 부산의 김해 공항은 어떻더라? 딱 들어가서 비행기를 탈 때까지 계단을 이용한 기억이 없는데 잘 모르겠다. 공항까지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탔기 때문에 애초에 위쪽의 탑승층에서 내린 것일 수도 있다.

국내 대부분의 국제공항들은 국내선과 국제선의 비중이 서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에 반해 인천 공항은 압도적으로 국제선의 비중이 높다. 그렇지만 인천 공항에도 국내선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가령, 대구는 KTX에 밀려 김포 공항 노선은 없어졌지만 하루 단 한 번 인천 공항으로 바로 가는 노선은 있다.
인천 공항 내부의 국내선 이용 통로는 마치 서울 역으로 치면 서울-천안 급행 전동차를 타는 통로처럼 아주 작고 평상시엔 찾기도 쉽지 않은 그런 시설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항공을 포함해 모든 원거리 대중교통들은 탑승 전에 별도의 직원이 승차권/탑승권을 검사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최소한 철도만은 그런 게 (거의) 없다. 지하철은 아예 기계가 개· 집표를 대신하고 있고 일반열차는 그런 절차가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다. 아마 KTX 정도나 입석· 자유석 승객을 중심으로 하여 승무원이 차내 불시 검문이나 아주 가끔씩 하고 있을 것이다.

김포 공항을 주말에 답사하니 역시 인천만치는 아니어도 북적북적 분주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여행 가는 승객도 많고, 출장이라도 오고 가는지 검은 양복 넥타이 부대 아저씨들도 많이 보였다. 나도 어서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KTX도 많이 타고 비행기 많이 타고 다니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09 23:46 2010/03/09 23:46
,
Response
No Trackback , a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5

딱히 다른 뜻은 없고, 그냥 웃겨서 소개한다. 아놔... ㅜ.ㅜ
배경 워터마크로 들어가 있는 아저씨 인상이 정말 쩐다. ㅋ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국제적으로 골고루 싸가지없게 굴기> ㄳㄳ
우리의 한국어 버전은 좌측 셋째 줄에 있긴 한데,
저건 그냥 shit, darn 같은 감탄사이지, F-word의 번역으로는 j로 시작하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_-;;;

F-word의 동작을 뜻하는 말이 한국어에 놀랍게도 정확하게 존재한다. 흠좀무.
사전에서 꼴뚜기질을 찾아보기 바란다. ㅋ

[명사] 남을 욕할 때에, 가운뎃손가락을 펴고 다른 손가락은 모두 접은 채 남에게 내미는 짓.

한국에도 저런 문화가 존재했다는 뜻일까?
본인 기억으로 한국에 '뻑큐, 엿먹어' 같은 욕설이 등장한 건 90년대 초중반부터이다. 숏다리, 롱다리 이런 말과 비슷한 시기이거나 더 나중에 접했다. 초등학교 시절엔 그런 게 없었다.

욕설의 어원은 크게 질병-장애 / 동물 / 성 이렇게 세 갈래로 나뉘는 듯하다.
국제어 영어의 위상을 힘입어 '꼴뚜기질'까지 국제적인 욕설로 등극하고 있는 중이다. -_-
하지만 영어의 종주국에서 F-word는 정말 성적인 의미까지 가미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끔찍한 욕설이라는 걸 잊지 말자.

Posted by 사무엘

2010/03/09 13:37 2010/03/09 13:37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4

아래아한글 2010과 함초롬체

드디어 한컴 오피스 2010이 출시됐다. 2006년 한글날에 2007이 나온 지 3년 반 가까이 지나서이다. 하양+파란 컨셉이던 2007과는 달리 빨간 컨셉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2010 버전은 개발 중엔 코드네임이 '보난자'였다. bonanza.. 어원이 영어인 것 같지 않으나 영어이며, '노다지, 수지 맞는 일'이라는 뜻이다.

2007까지만 해도 국내 관공서 환경을 고려하여 윈도우 9x를 지원하고 비주얼 C++ 2003으로 빌드했는데 이제는 VC++ 2008로 완전히 탈바꿈했고 지원 플랫폼도 상향 조정되었다.
그리고 MS 오피스 2007의 리본에다가 기존 메뉴 인터페이스를 혼합한 나름 상당히 독창적인 인터페이스를 도입한 것을, 베타 시절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MS 오피스에서는 2007 SP2때부터 도입된, OpenDocument 스펙 지원도 아래아한글 차기 버전에서 약속된 사항 중 하나이기도 했다.

(2009년 여름 그때가 넥셀의 이름을 바꾸려고 막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베타테스터 신청만 해 놓고 활동은 거의 안 한 것에 대해서는 좀 송구스럽지만. -_-)

아래아한글 그쪽 제품은 지금까지 가정용으로는 상당히 비싼 가격 때문에 원성이 많았다.
물론 주 고객이 어차피 정부, 관공서이다 보니 그쪽으로는 비싼 가격으로 납품이 가능했겠지만, 아예 모든 개인 사용자를 잠재적인 불법 사용자로 간주하고 고객에서 배제하는 정책 때문에 한컴에 그나마 호의를 갖고 있던 사용자마저 잃은 것도 사실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한컴 오피스 2010의 가격은 가정용과 기업용이 서로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난다.

이번 한컴 오피스 2010에서는, 아래아한글의 한글 입출력 체계가 워디안 이래로 거의 10년만에 크게 바뀌었다. 그 중심에는 새로 추가된 함초롬체가 있다. 한글 입력기의 개발자이며 글꼴 쪽으로 관심이 많은 본인은 이것도 당장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글꼴의 제작사는 윤디자인.

글자 모양이야 딱 맑은 고딕이나 네이버 나눔명조, 서울남산 같은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깔끔한 모양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점은 그 뒤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아래아한글도 10년 가까이 고수해 온 한양PUA 대신 유니코드 5.2 표준으로 돌아왔다. 즉, <날개셋> 한글 입력기 5.x와 옛한글을 그대로 주고받을 수 있다. 받침 ㅃ이나 ㅗㅑ 같은 모음까지 다 포함해서 말이다. 이제 아래아한글까지 이 대열에 합류한 이상 한양PUA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될 것이다.

오픈소스 쪽의 작품은 잘 모르겠지만, 유니코드 5.2 자모가 모두 들어있는 최초의 상업용--비록 일반 개인 PC 사용자에게는 무료 배포이지만-- 한글 글꼴이 바로 함초롬이 아닌가 한다.

과거 MS에서 도입한 한양 시스템 글꼴은 6*2*4벌로 옛한글을 매우 제한적으로 조합 가능했던 반면, 함초롬체는 옛한글 자모도 초성의 경우 15벌 가까이 디자인된 것도 있고 일반 현대 한글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매우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이 어마어마한 옛한글 자형들을 그것도 볼드까지 모두 만들어 낸 서체 제작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함초롬은 옛한글 자모의 품질까지 크게 향상시켰다.

다만, 함초롬체는 매우 큰 약점이 있다.
옛한글의 조합은 아래아한글 내부에서만 된다!! ㅜ.ㅜ
옛한글 조합을 과거 MS의 서체처럼 GSUB, GPOS 같은 표준 오픈타입 기술로 구현한 게 아니며, 그 세부적인 조합 메카니즘은 여전히 아래아한글이라는 프로그램 내부에만 숨겨져 있다. 쉽게 말해 웹으로 치면, RIA 표준 기술 대신 액티브X를 썼다는 소리.

사실 그걸로 한글 특유의 정교한 3차원 조합 테이블을 오픈타입 스펙만으로 기술하기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면도 있을 것이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옛한글 자모가 그냥 빨랫줄/직결식 글꼴처럼 모아쓰기 형태로 알아볼 수나 있는 최소한의 모양으로만 찍힌다.
뭐 그것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긴 하나, 옛한글 표현에 관한 한 포맷만 TTF이지 거의 아래아한글 전용 서체처럼 된 건 분명 아쉬운 점이다. 간단하게라도 오픈타입 테이블도 내장해 주면 참 좋았으련만.

그래도 이런 서체가 생긴 것만으로도 날개셋 도움말이라도 업데이트 할 사유가 생겼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02 14:31 2010/03/02 14:31
, , ,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2

삼일절 테마 여행

재작년, 2008년 삼일절엔 ‘1인 테마 여행’으로 천안에 갔다 왔다. 여기서 테마 여행이란, 목적지가 아니라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와 교통수단 시설이 더 중요한 여행을 말한다. ^^;;

그때 천안까지는 완행 전동차를 타고 가고, 천안 역에서 천안아산 역까지는 택시를 타고 이동한 뒤 서울까지는 KTX를 타고 돌아갔다.
서울로 가는 육상 교통이 가장 발달해 있는 천안의 두 대표역의 형태에 대해 굉장히 많은 정보를 얻어서 보람찬 시간이었다. 조용한 역에서 KTX의 천안아산 역 통과 동영상을 촬영하고 KTX의 가속 구동음을 녹음하기도 했다.

작년은 삼일절이 일요일이어서 교회에 가야 했고,
오늘의 테마는 ‘서동탄 역’이었다.
이런 여행 하나하나가 마치 보이저/파이어니어 계획 같은 철도 탐사 임무였다.
최근에 온통 누런 인테리어로 리모델링을 마친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의 승강장을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첫 임무를 시작했다. (서울 지하철 상식 페이지도 업데이트함 ㄳ)

그 후, 금정 역으로 갔다. 피곤해서 4호선 전동차 안에서는 졸면서 체력을 비축했다. 과천선 구간에도 드디어 군청색 배경에 흰 글씨로 신형 코레일체 표지판이 등장했으나, 여전히 코레일 지하 구간은 스크린도어도 없고 옛날 HY울릉도 역명판 글씨가 대세였다.

공휴일이어서 그런지 경부선 전동차는 배차가 굉장히 길었다. 열차를 기다리면서는 미리 가져간 책을 읽고 지나가는 열차 촬영을 했다. 금정 역은 승강장에 바로 화장실이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최근에 개통한 당정 역은 바깥이 붉은 벽돌벽으로 완전히 막혀 있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먼저 탄 열차는 천안으로 가는 녀석이었기 때문에 수원 역에서 내려서 서동탄 행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 열차를 기다리면서는 수원 역 승강장의 배선도와 지하도/에스컬레이터 구조를 분석했다.

그 후 드디어 도착한 서동탄 행 열차는 놀랍게도 코레일이 아닌 서울 메트로 소속 열차였다. 서동탄 역은 병점 차량 기지 내부에 지어진 임시역이다. 오히려 코레일 소속 열차는 병점에서 완전히 운행을 마친 후 자사의 기지로 정비를 받으러 들어가 버리는 반면, 지금까지 병점까지만 가던 서울 메트로 차량은 종점이 서동탄으로 연장되어 남의 회사 기지 근처에 만들어진 역에 잠깐만 들어갔다가 나오는 형태인 듯했다.

서울 메트로도 출입문을 노랗게 바꾸고 ‘행복열차’ 마케팅을 아주 열성적으로 하고 있었다. 브랜드 선전을 5~8호선 SMRT(도철)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1호선 노선도에서는 사라졌지만 자기네가 사용하는 1호선 원래 노선색은 붉은색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1호선을 운행하는 전체 열차 중에 1/6밖에 차지하지 않는 자기네 차가 걸린 고객 여러분은 행운아라나.. 이런 홍보 문구까지 적어 놨더라. 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타 회사 구간과 직통 운행을 한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SMRT 구간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성이라 하겠다.

하행 열차가 병점 역에서 서동탄 역으로 진입할 때는 교차가 필요 없는 반면, 서동탄에서 병점으로 가는 열차는 경부선 선로를 지하로 관통하여 입체 교차한다. 서동탄 역은 경부선 선로의 동쪽에 있기 때문이다. 그 반면, 천안 역에서는 지하가 아닌 고가로 입체 교차가 일어나며, 방향별 복복선이 역에서는 일종의 선로별 복복선으로 바뀌기 때문에 상행과 하행 모두 경부 본선을 타넘게 된다.
병점 기지로 들어가는 구간은 아파트와 오솔길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폐차를 기다리고 있는 구형 저항 전동차도 모셔져 있고 심지어 누리로 열차도 보였다.

서동탄까지 갔다가 병점으로 되돌아 온 뒤, 병점 역에서 내렸다. 이번 달은 설 연휴 때문에 지하철 정기권이 굉장히 많이 남은 관계로, 이걸 좀 dump하는 임무도 이번 여행에 포함돼 있었다.
그 후 여기서 바로 분당으로 버스를 타고 가려고, 미리 인터넷 지도로 봐 놓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배차 간격이 30분이 넘는 버스랬는데 한 20분 정도 기다린 듯했다. 서동탄-병점 일대에서 판교를 경유해서 정확하게 분당과 성남 시가지까지 가는 버스로 본인의 여행 목표와 정확히 일치했다.

분당선이 수원까지 연장되었다면 이 경로도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철도만으로 이동 가능했겠지만 버스 여행도 아주 가끔은 할 만했다. 낯선 화성/수원/용인 시가지로 깊숙이 들어간 버스는 딱히 고속도로 진입로를 탄 것 같지 않았는데 갑자기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용인-서울 고속도로(171)를 구경했다.

게다가 이 버스 노선은 원래 경부 고속도로를 달렸는데 얼마 전에 노선이 바뀐 거라고 한다. 교통 오지이던 삼성 반도체 일대와 판교 쪽을 경유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붉은 광역 좌석버스는 앉아서 가는 건 좋지만 인클라이닝 시트가 고장 나 있고 역겨운 차냄새 때문에 괴로운 건 여전했다.

화성 북부에서 분당 북부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이 조금 넘었다. 그 후 분당에서 볼일을 좀 본 후 분당선 전철을 타고 수서까지 가서 3호선 연장 구간을 답사했다. 그리고 오금 역에서 5호선으로 합류하는 것으로 오늘의 탐사 일정을 모두 마쳤다.

가락시장과 오금은 명목상으로는 3호선이라는 1기 지하철하고 5, 8호선이라는 2기 지하철과의 환승이지만, 건설 시기 면에서는 3기 지하철과 2기 지하철과의 환승이나 다름없다.

둘 다 L자형 환승이다. 두 노선이 동시에 건설되었다거나 미래의 환승을 염두에 두지 않고 건설되지 않다 보니, 기존 노선을 최대한 안 건드리고 역을 만들면 필연적으로 L자형이 생기게 된다. 3호선은 가락시장과 오금의 최소 환승 지점이 서로 정반대이다. 그리고 두 노선 모두 3호선이 2기 지하철들보다 아래로 지난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정기권도 남아돌고 더 놀고 싶긴 한데, 노트북의 배터리와 본인의 피곤함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_=;; 그 대신 다음 주말엔 광명 역이나 공항 철도 쪽을 가 봐야겠다.
수도권은 전철이 있어서 자가용 없이도 이렇게 바깥 나들이를 재미있고 저렴하게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01 19:59 2010/03/01 19:59
Response
No Trackback , a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1

스티브 바라캇 Dreamers

스티브 바라캇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캐나다 출신의 작곡자/연주자이다. 방송이나 각종 행사 때 나오는 배경 음악으로 이 사람 곡을 은근히 많이 들을 수 있다.

비슷한 분야의 음악가 중에는 본인의 부모님보다도 나이가 많은 지긋한 노년 신사도 있지만 이 사람은 30대 중반의 아직 꽤 젊은 나이이고, 얼굴도 상당한 미남인 데다 연주뿐만 아니라 노래도 굉장히 잘 부른다. 이미 세계적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앞날이 창창한 음악가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가장 유명한 곡은 단연 <Rainbow Bridge>와 <Whistler's Song>이 아닐까 싶다. 들어만 보면 “아 그 곡!” 하고 무릎을 칠 분이 많을 것이다.

한국 철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역시 이 사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사람의 곡 <Dreamers>가 지금도 일반열차(전동차 말고)에서 종착역 도착 후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곡은 비록 재생 이벤트와 대상 열차가 바뀌었을지언정, 무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상당히 장수하고 있다.

그러니까 안내 방송 중에 깔려 나오는 배경 음악이 아니라, 열차의 운행 시작이나 종료 직전/직후에 음악만 별도로 쫙 틀어 주던 열차는 KTX 개통 이전엔 잘 알다시피 새마을호밖에 없었다. 그 관행은 아마 2000년, 영상 서비스와 함께 시작된 걸로 추정한다. 그때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담당은 코모넷이라는 회사가 담당했으며, 운행 전과 종료 후에 둘 다 너무나도 유명한 Looking for You가 흘러나왔다. 본인이 이 곡을 몇 번 들은 뒤 철도에 눈이 완전히 뒤집히고 미쳐 버리게 된 건 여기 오는 분들도 이미 잘 알 것이다.

그러다가 2004년에 와서 이 트렌드가 좀 바뀌었다. KTX 개통 직후에도 아주 잠깐은 L-L(시작과 끝 모두 룩킹포유) 체제가 그대로 유지됐다. 그런데 루머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에, 룩킹포유가 아침에 첫 새마을호를 타는 사람에게는 곡이 조용하지가 못하고 너무 방방 뛰어서 잠 깬다는 민원이 들어왔던 모양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민원 때문에 2004년 여름, 새마을호의 출발 전 음악은 스티브 바라캇의 <Dreamers>라는 곡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종착 후 음악은 다행히 룩킹포유가 계속 유지됐다.

이것이 한국 철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스티브 바라캇의 음악이 최초로 도입된 사례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여전히 코모넷 시절이고, 심지어 철도청조차 아직 정부 기관으로 있던 시절의 일이다.
게다가 당시 새마을호는 시발역을 출발하고 잠시 후엔 역별 정차역과 도착 시각이 화면으로 나왔는데, 이때 이어폰을 꽂고 있으면 스티브 바라캇의 또 다른 명곡인 <Flying>이 흘러나왔었다.

KTX가 개통한 후 2004~05년간은 새마을호에 그 외의 UI상의 변화는 없었다. 다만, 정차역 안내 방송이 두 번 나오던 특이한 시기이기도 했다. “잠시 후 우리 열차는 XXX 역에 도착하겠습니다” 그 후, “여기는 XXX 역입니다.” 그것도 4개 국어로. 듣기에 굉장히 지루했다.

그 후 2006년은 새마을호의 앞날에 망조가 본격적으로 드리워진 해였다. 코모넷이 망하고 연합뉴스가 영상 서비스를 대신 떠맡았다. Flying이 사라지고 안내 방송도 중국어와 일본어가 삭제됐다. 평일에 중련 편성 새마을호 편성 수가 감소하고, 그 해 여름엔 기내지 레일로드가 폐간했다. 그 해 가을엔 중앙· 영동· 태백선 새마을호가 폐지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Dreamers - Looking for You 구도는 변함없었다. 본인은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하여, 이때를 놓치지 않고 룩킹포유 재생 화면을 세 차례에 걸쳐 카메라에 동영상으로 성공적으로 담았다.

2007년, 드디어 기내지에 이어 새마을호에서 영상 서비스가 거의 7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거 뭐, 2005~06년 사이엔 영상 서비스 모니터를 와이드 화면으로 교체하더니만 1년이 채 안 되어 그걸 도로 철거해 버린 것이다! Looking for You는 이미 사라진 걸 확인했지만 Dreamers는 영상 서비스가 없어진 와중에도 운행 전에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후 2008년. 새마을호의 UI는 크게 바뀌었다. 모니터가 다시 생기긴 했지만, 객실당 4개이던 게 2개로 감소하고, 영상 서비스는 없어졌다. 주행 중엔 그냥 정지 사진만 여러 컷 돌아가면서 나오고 정차역 도착 자막만 뜬다.

제일 충격적인 변화는 음악. 출발 전 음악은 Dreamers이던 것이 가야금 퓨전 국악으로 바뀌고, 대신 종착 후 음악이 Dreamers로 옮겨졌다. 나라에서 국악을 정책적으로 밀어붙이기라도 하는지, KTX는 이미 초창기부터 정차역/종착역 도착 안내 배경 음악으로 국악을 써 왔고, 2008년경엔 서울 메트로도 환승역 진입 음향으로 꽤 오래 사용해 오던 차임벨을 버리고 퓨전 국악을 채택했다.

게다가 지금은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가 공통으로 시작 전엔 가야금 Let It Be, 종착 후에는 KTX 미니 만화 주제가-_- 다음으로 Dreamers가 유지되고 있다. 원래는 음악이 새마을호밖에 안 나오다가 나중에 KTX와 무궁화호에도 확대된 것이다. 한 2007년 말 내지 2008년부터 그렇게 됐다.

새마을호에서 출발 전에나 듣던 곡을 이제는 사실상 모든 열차에서 도착 후에 들으니 느낌이 이색적이다. Dreamers가 2004년에 첫 도입되자 그 당시 철도 매니아들은 며칠 안으로 금세 곡의 정체를 파악해 내서 mp3 올리고 야단법석이었다. 처음 들었을 땐 뭔가 몽환적이고 잔잔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과연 그러하다. 이 곡은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철도계에서 쓰일지 궁금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27 16:26 2010/02/27 16:26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99

내가 옛날에 만든 프로그램들

1. PentaCombat (마지막 빌드 2000): 2000년대 이후로 개발이 중단됐다. (그 당시 이 프로젝트 이후 곧장 <날개셋> 한글 입력기 개발로..) 나름 3*3과 4*4 판단 알고리즘을 굉장히 정교하게 구현해 냈고 오목은 AI 연구용으로도 굉장히 재미있는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더 개발을 못 하게 된 게 무척 아쉽다. 지금 공개되어 있는 컴파일 EXE, DLL은 무려 비주얼 C++ 4.2로 빌드되었으며, 날짜도 1999년~2000년대이다. ㅎㄷㄷ

2. WordTech (마지막 빌드 2007): 이것도 굉장한 애착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 스크래블/업워드 크로스워드 게임을 자체 개발한 사례는 이 프로그램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컴퓨터 AI에다 네트워크 기능까지 말이다.
지금은 10년 전보다 더 효율적인 단어 목록 자료구조와 더 빠르고 똑똑한 AI 알고리즘을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 쪽도 구닥다리 DirectPlay 대신 저수준 네트웍 API로 새로 짤 필요도 있다. 하지만 본인은 이제 이걸 도저히 손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3. <날개셋> 타자연습 (마지막 빌드 2009): 더 무슨 말이 필요하리요? 게임은 좀 3D로 고쳐야 하고 각종 바이러스들의 비주얼 효과도 더욱 현란하게 고쳐야 한다. 윈도우 비스타부터는 운영체제의 기본 내장 게임조차 Direct3D를 쓰는 세상이 되지 않았던가.
그리고 네트워크 기능을 적극 도입하여 온라인 타자방, 실시간 연습글 업데이트 같은 기능도 넣어야 한다.
하지만 타자연습도 작년 말 3.21을 끝으로, 더는 내가 더 손을 볼 수 없는 사실상 개발 중단 상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원 중단이라는 뜻은 아님. 여건상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지는 못하지만, 버그 패치나 보안 업데이트 정도만. ㅎ)

4. <날개셋> 한글 입력기: 그나마 지금까지 독자적인 아이템으로, 10년간 가장 열정적으로 기능 연구와 개선을 해 온 프로그램. 엔진 쪽도 사실 최하 6.0까지는 더 만들고 싶지만 현실은 5.7, 혹은 5.53에서 끝날지도 모르겠다. 엔진 차원에서 더 고차원적인 개념을 생각하자면 끝도 없지만, 일반 사용자의 관점에서는 지금 엔진만으로도 기능은 이미 너무 많아서 미처 다 활용도 못 할 수준이리라.
지금의 5.5x대 엔진을 바탕으로 아무래도 여타 운영체제 포팅을 할 가능성부터 먼저 찾는 걸로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그것부터 된 후에 여건이 남으면 엔진 작업도 더 할 것이다.

본인에게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만큼이나, 한글과 관련된 또 완전히 다른 솔루션을 연구하고 싶은 게 있다.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이 카드도 슬슬 꺼내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니 언제까지나 기존 아이템의 유지 보수에만 매달려 있을 수가 없다. 지저분한 윈도우 IME 쪽 버그 살펴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은 점점 발전하는 것 같다.
역시 어렸을 때, 실패에 대한 위험 부담 내지 사회적 책임이 적을 때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해 놔야 한다. 게임으로 허비하기엔 인생은 너무나 아깝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과감하게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을 만들었기 때문에 10년 뒤에 이것이 5.5까지 버전이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전에 허접하게나마 저 두 보드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기술과 경험을 근거로 이듬해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저 프로젝트들 생각만 하면 그나마 프로그래머다운 기질이 팍팍 살아나는 걸 느낀다. 하지만 나는 순수 공돌이나 전산학도는 아니기에, 내 경쟁력을 위해서는 아무 프로그램이나 짜서는 안 되고, 컴퓨터를 수단으로 삼아 다른 특정 분야에서 활로를 찾아야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26 09:05 2010/02/26 09:05
, , , ,
Response
No Trackback , 5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98

지하철 매니아 사무엘 님이 정리한 서울 지하철 인터페이스의 역사!
전적으로 기억에 의지해서 나열한 것이므로 세세한 배열 순서는 오류가 있을 수 있음.

1999~2000년: 서울 지하철 모든 역명판에 한자가 병기되고 로마자 표기도 2000년에 개정된 표기 체계대로 바뀜.
2000년: 1호선은 지하철과 국철의 구분 없이 군청색으로 노선색 통일. 굉장히 큰 변화였음
2001년: 6호선까지 전구간 개통하면서 서울 2기 지하철까지 완전 개통.

-- 아마 이 시기에 지하철 내부의 영어 안내방송도 원어민 성우로 바뀜 --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계기로, 지하철 전동차 좌석을 전부 불연재로 교체 시작. 상당한 대공사였기 때문에 거의 2005~06년이 돼서야 작업이 모두 끝날 수 있었다. SMRT는 이때 행해진 전동차 리모델링을 빌미로, 현 전동차들의 수명을 25년에서 40년으로 늘려 잡았다.
(한편, 1호선 국철 신길역. 이때 국내 최초로 스크린도어 시범 설치)

2004~2005년: 선로 안쪽 기둥에 프로젝터 스크린을 설치하여 광고를 보여주기 시작. SMRT가 가장 적극적이었는데, 하지만 스크린도어의 등장으로 인해 이런 설비는 이내 무용지물이 됨. 경마, 복권 광고가 얼마나 많이 나왔나 모른다. -_-;; 한전 <빛으로 만드는 세상> CF도 2006년에 지하철 역에서 엄청 자주 봤었다.

2005년: 서울 지하철 역사상 의미심장한 변화가 굉장히 많던 해였다.
사당 역과 김포공항 역에 스크린도어 시범 설치.
서지공 대신 서메로 사명 변경.
2호선 신형 전동차 첫 도입!
서메 구간에 1호선 동묘앞과 2호선 용두 역 개통. 승강장에 최초로 LED가 아닌 천연색 LCD 전광판 도입. 서메가 혁신적인 변신을 시작한 해이다.

2006년: SMRT가 5, 7, 8호선 역 승강장의 전광판을 모두 교체하여 꼬마열차 표시기를 추가함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출입문 닫습니다"뿐만 아니라 "출입문 열립니다" 방송도 매번 나오기 시작. 영문 안내방송에서 The exit doors for this stop ...에 있던 exit가 삭제됨. 콩글리시라는 지적이라도 있었는지?

2007년: 아마 이 무렵이지 싶다. SMRT가 5678 행복미소 마케팅 시작! 시종착 때 나오던 음악도 비발디 사계+하이든 트럼펫 협주곡이던 것이 SMRT CM송으로 교체.
5호선 답십리와 장한평 역을 지날 때는 "SMRT는 n번 출구 근처에 있습니다" 멘트와 함께 SMRT 로고송이 나온 적까지 있었는데 곧 삭제됨.

2008년: 에스컬레이터에서 걷지 말아 달라고 전국적인 캠페인.
5호선 마곡 역 개통. 급격히 늘어 가는 스크린도어. 그리고 스크린도어를 벽보 삼아서 온갖 지하철 상식과 명랑한 읽을거리로 이미지 마케팅 시작. 노조의 살벌한 포스터를 이제 더 볼 수 없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이다. (지금은 서메도 따라하는 중임)
서메, 환승역 진입 음향을 차임벨에서 "얼씨구나" 퓨전 국악으로 교체
지하철 방송에서도 이제 주요역에선 가끔 중국어, 일본어 멘트가 나오기 시작

2009년: 3호선에도 신형 전동차 도입
서메도 1234 행복열차 마케팅 적극 시작
우측 통행 트렌드. 에스컬레이터 방향 급변경
기존 지하철 역에도 9호선 컨셉 디자인 리모델링이 속속 등장 (서울남산체 등)
안전을 빌미로 인공 암반 인테리어이던 역들도 리모델링. 버티고개, 옥수 같은 역도 스크린도어로 경관이 다 가로막히게 됨

2009년 말~현재: 이제 2호선과 3호선에 구형 전동차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됨
서울 지하철 구간 전역에 스크린도어 설치 완료

SMRT 전동차에서 가끔씩 "마이크를 들고 스위치를 누르면 기관사와 통화가 가능하오니 비상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이 멘트가 흘러나오는데,
한 3, 4년 전엔 분명 남자 목소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여자 목소리로 바뀌어 있음.

Posted by 사무엘

2010/02/25 18:11 2010/02/25 18:11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97

금천구 분위기 외

회사 외근 업무 때문에 가끔씩 금천구 가산동 쪽을 방문할 때가 있다. 여기는 내가 다니는 교회하고도 아주 가깝다. 하지만, 정확한 연혁은 모르지만 10,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여기 일대는 다 황량한 ‘공장’이었다고 한다.

여기를 둘러보면서 바로 느낀 게 있었다. 교통수단의 소음 때문에 고생 좀 하겠다는 것. 근처에는 경부선 철길이 지나는데(가산디지털단지-독산) 여기는 KTX와 전동차까지 포함해 전국에서 열차가 가장 자주 드나드는 구간이다. 그런데 딱히 방음벽도 없다. 열차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관통하고 디젤 기관차 소리는 10수십 층짜리 빌딩 안에서도 아주 선명하게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하나 더, 비행기가 있다. 금천구, 구로구 정도가 되면 김포 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들은 굉장한 저공 비행을 하면서 착륙을 준비한다.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여객기가 무려 세 대나 지나는 걸 보기도 했다. 당연히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하긴, 분당도 성남 서울 공항 인근인 편이기 때문에 여객기가 아닌 정체 불명의 비행기가 저공 비행을 하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빈도가 김포 공항 인근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뭐 기차 소리가 자주 들리면 나야 좋다. ^^ 철길 바로 뒤에 집을 장만하고 싶다.
비행기는 개인적인 생각에 이륙할 때 소리가 굉장히 멋있지만, 순항 중일 때의 소리는 별로이다.

덧.
1. 가산디지털단지(1호선)와 독산은 모두 "폼 | | | | 폼"의 형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둘은 경부선이 2복선화한 최소한 80년대 이후에 개통한 역이라고 언뜻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추측은 절반만 맞다. 독산 역은 신길과 같은 시기인 무려 1998년에 개통한 추가역이 맞으나, 가디단은. 1974년 초기부터 가리봉이라는 이름으로 영업해 왔다고 한다. 그럼 역이 완전히 이설 내지 리모델링을 겪기라도 했다는 말인지 궁금하다.

2. 올해 초에 1호선 경부선 구간에 당정 역이 개통한 데 이어, 조금 있으면 병점 차량 기지 내부에 서동탄 역도 개통한다.
3호선 수서-오금 연장에 이어 올해도 여기저기서 개통 소식을 들리는 게 즐겁다. 다음 달부터는 KTX 2까지 바로 투입된다니!
그나저나 고속철 2단계 구간과 경춘선 전철, 공항 철도 2단계 구간은 과연 올해 안으로 볼 수 있으려나 궁금하다.

3. 안전을 빌미로 재미있는 철도 볼거리가 점점 줄어드는 건 좀 아쉽다. 스크린도어가 일반 지하철 승강장의 촬영 범위를 크게 줄여 놓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전망 좋기로 소문나 있던 버티고개 역과 옥수 역도 이제 예전의 그런 전망이 아니다.
게다가 화재에 취약하다면서 5호선 신금호와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 역 승강장의 암반 인테리어도 철거되었다니 안타까운 소식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23 22:19 2010/02/23 22:19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95

비주얼 스튜디오로 C# 프로젝트를 하나 만든 후, 마법사가 생성해 준 기본 폼 애플리케이션을 debug와 release로 제각기 모두 빌드하여 실행해 본다.
그 후 이 프로젝트 디렉터리의 크기를 측정해 보라. 본인은 200KB가 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C/C++ 프로젝트를 만들고(MFC는 쓰지도 않고), 그냥 간단한 창만 하나 띄우는 Win32 프로그램을 debug와 release로 모두 빌드해서 실행한 후 디렉터리 크기를 재 보라.
프로젝트가 차지하는 용량은 무려 20MB가 넘는다. (비주얼 스튜디오 2008 기준)

그렇다. C/C++은 프로젝트를 만들고 빌드를 좀 하면, 잡다하게 생기는 중간(intermediate) 파일이 엄청 많다. 게다가 용량도 상당히 많이 잡아먹는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 프로젝트도 32비트 디버그/릴리스, 그리고 64비트까지 빌드하다 보니 디렉터리 전체 크기가 무려 800MB에 달해 있다. 하지만 그 중 실제로 빌드에 쓰이는 소스나 데이터 파일의 합은 20~30MB대는 절대 안 넘을 것이다. -_-;;

OBJ 파일이 생기는 것이야 C/C++ 자체가 링크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언어이니 어쩔 수 없고 그건 어차피 그렇게 크지도 않다. .....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오브젝트 파일도 각종 디버깅 내지 고급 최적화와 관련된 메타정보가 첨가되다 보면 단순히 소스 코드의 기계어 번역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덩치가 은근히 커지긴 한다.

OBJ 말고도 디스크 용량을 상당히 차지하는 주범은 잘 알다시피 pre-compiled header이다(*.PCH) 겨우 몇몇 개의 헤더 정도나 인클루드하면 되는 정올 답안 수준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특정 운영체제/플랫폼이나 거대한 라이브러리의 프로그래밍 요소를 다 인클루드하는 프로그램이라면, 그렇게 고정불변이고 덩치가 많은 요소들은 미리 컴파일을 좀 시켜 놔야지 프로그램의 빌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본인이 비주얼 C++을 처음으로 쓴 게 4.2 시절부터이다. 그때엔 MFC 심볼들을 다 빌드해 놓은 pch 파일도 이미 3~5MB 정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덩치가 훨씬 더 커져 있고 한 빌드 configuration당 10MB는 훌쩍 넘어간다. 프로젝트 하나 만들 때마다 50~100MB씩은 잡아야 한다. 오로지 C/C++ 언어 프로젝트만이 이런 삽질이 필요하다.

윈도우 SDK나 MFC처럼 매 프로젝트마다 일일이 빌드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공용 PCH라는 개념으로 공유만 좀 하게 해 놔도 이런 파일의 크기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텐데 너무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요즘은 하드디스크 용량이 워낙 많다 보니, 빌드 시간을 네트워큭 분산 기술을 줄이려는 연구는 해도 PCH 파일 크기를 줄이려는 연구는 거의 행해지지 않는 것 같다.

이외에도 인텔리센스 데이터베이스인 NCB 파일도 은근히 크고, 매 빌드 때마다 생기는 심볼 디버그 데이터베이스인 PDB 파일도 무시 못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대략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C/C++은 굉장히 작은 언어이고, 프로그래밍에 필요한 요소들을 전적으로 소스와 동일한 텍스트 포맷인 헤더 파일의 파싱(느림!!)에 의존하여 읽어들이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라이브러리 링크는 별도의 계층으로 따로 존재하지, 즉시 읽어들일 수 있는 바이너리 유닛/패키지라든가(파스칼, 자바, C# 등) 언어가 자체 내장하고 있는 요소가 없다. 원천적으로 이식성을 택했지, 속도를 배려하지는 않은 느린 프로세스를 사용하는 셈이다.

둘째, C/C++은 전처리기라든가 링크 과정으로 인해 빌드가 더욱 느리고, 언어의 해석이 더디기 때문이다. 모든 토큰은 그냥 토큰이 아니라 전처리기를 재귀적으로 거치면서 다 까 봐야 실체가 드러난다. ^^;;; 헤더 파일의 글자 하나를 고치면 이 여파가 수백, 수천 개의 소스 파일에 동시에 파급되고 프로그램의 의미가 전혀 다르게 바뀔 수 있다. 이것은 장점도 있지만 똑똑한 개발 환경이나 빠른 빌드 환경을 만드는 데는 불리한 구조이다.
그러니, 소스 코드를 조금이라도 빨리 분석하기 위해서는 소스코드 자체뿐만 아니라 온갖 메타정보들을 ‘별도의 파일’로 보관할 수밖에 없다. NCB처럼 말이다.

셋째, C/C++은 그 어느 에뮬레이터나 가상 기계 계층이 없이, CPU 차원에서 기계가 직통으로 알아듣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잘 최적화된 프로그램은 사람이 원래 짠 소스 코드와는 전혀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이런 코드의 디버깅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변수의 내용을 확인하거나 한 줄씩 실행하는 것까지는 못 하더라도 프로그램이 뻗었을 때 스택 덤프라도 보려면 빌드된 프로그램과 소스 코드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최소한의 정보라도 있어야 한다. 소스 코드와 형태가 전혀 딴판인 코드를 생성하는 컴파일러일수록 그런 정보는 더욱 세부적이고 양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C/C++이 정말 강력하고 포괄적이고 대인배 같은 언어이다 보니 주변에 붙는 군더더기도 많은 모양이다. ^^ 코드 생성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매우 번거롭고 어려운 대신, 한번 만들어 진 코드는 그 어느 언어보다도 강력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22 21:40 2010/02/22 21:40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94

« Previous : 1 : ... 194 : 195 : 196 : 197 : 198 : 199 : 200 : 201 : 202 : ... 215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2678190
Today:
274
Yesterday:
2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