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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6월 30일, 5공 시절에 KBS 텔레비전에서는 6·25가 발발한 지 33주년과 휴전 30주년을 기념하여 소박한(?) 이벤트를 하나 편성했다.
남북 이산가족까지는 못 하더라도 같은 대한민국 안에서라도(domestic) 원치 않게 헤어지고 연락이 끊어진 이산가족을 매스컴의 힘을 동원해서 찾아 보자는 1시간 반 남짓한 길이의 생방송 이벤트 프로그램이었다.

그랬는데..
이 프로가 전파를 타고 전국에 방영된 이후,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상상도 못 한 이변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막혀 있던 봇물이 터졌다.

KBS 사무국은 전화통이 불이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일 밤과 새벽까지, 출연 신청도 없이 수천 명의 이산가족이 여의도로 찾아왔으며, 1회로 기획되었던 생방송은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무려 138일 동안 연달아 방영되는 기염을 토했다.
쉽게 말해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고(그 해 9월)와 아웅산 폭탄 테러(그 해 10월)가 벌어진 동안에도 저 프로는 계속 진행 중이었다.

여기에라도 내 모습을 내보내서 어떻게든 가족을 찾으려고 여의도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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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은 외신으로도 특종을 타고 보도됐으며 기네스북에 당당히 등재되었다.
TV에서 사람을 공개적으로 찾는 건 십중팔구 범죄자 수배밖에 없을 텐데 TV가 이렇게 많은 수의 사람을 찾는 역할을 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내가 태어난 해에 있었던 옛날 일이다. 그러니 난 당연히 직접 체험한 적은 없고,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편린 정도만 머릿속에 지니고 있다.
인터넷, 휴대전화, SNS 없고 전화 보급률도 더딘데 마침 5공 시절에 컬러 텔레비전은 딱 집집마다 보급되던 시절이었으니 기술적으로 시기가 적절했다.

어느 중년의 남매가 서로 다른 지방에서 전화로 연결이 됐다. 혈육 인증을 위해 이름과 가족, 가족사, 신체 특징 같은 걸 물었는데 그게 일치하자..
그냥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두 사람 모두 자지러지게 펑펑 울음을 터뜨린 장면이 내 기억에 남는다. 이건 그 어떤 연기로도 제대로 재연할 수 없을 것이다. 방청객도, 아나운서도 눈물을 억제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이 스튜디오에서 만나게 됐을 때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성경을 아는 분이라면 이쯤에서 요셉 이야기를 떠올려도 좋을 것 같다. (창 43:30, 45:1-3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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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천도 울어 버린 인간 드라마, 1983년 KBS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그때 TV 출연 신청이 총 10만 건 정도가 들어와서 그 중 절반인 5만 건 정도가 실제 접수되어 방송을 탔으며, 거기서 또 20% 정도 되는 1만여 가족이 상봉에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그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혈육을 끝끝내 찾지 못한 이산가족도 굉장히 많았다는 뜻이다. 6·25가 가져온 분단의 비극은 이렇게 처참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그 프로가 방영된 때로부터 또 무려 30년이 지나 있다.
참고로 국내 이산가족이 아니라 남북 이산가족이 만나는 행사는 대한 적십자사가 민간 차원에서 1971년에 실태를 조사하고 1985년에 한번 추진했던 것 이후로는, 김 대중· 노 무현 정권이 돼서야 성사되었다. 규모는 아무래도 저 국내 이산가족 상봉에 비할 바가 못 되며, 상봉 후 재결합은 당연히 안 되고 이 사람들은 잠깐 만났다가 도로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만 했다. =_=;;.

그 당시 북한에서는 남한 사람과 만나는 이산가족들을 행사 몇 달 전부터 평양으로 불러서 밥 잘 먹이고 잘 재워서 굶주린 티, 험하게 산 티를 최대한 감추고 내보냈다. 또한 남한 사람과 만났을 때는 “우리는 수령님, 장군님의 은혜로 잘 지내고 있다”라고 기계적으로 대답하라고 세뇌 교육도 당연히 시켰다. 그것도 모자라서 “그런데 님 달러 좀”이라고 뒷돈까지 삥뜯었다고 하는데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만...

이런 궁색한 이벤트도 이산가족의 입장에서는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은지 모르겠다만, 겨우 저런 식의 상봉은 바람직한 통일을 정말로 염두에 둔 조치라고는 볼 수 없다. 남과 북이 정말로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개방과 평화 통일을 할 의향이 있다면 상식적으로 그 전에 서신 왕래와 관광 여행부터라도 성사시켜야 하지 않겠나?

구원받은 지체들은 이 세상에서 헤어지더라도 다시 부활하고 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복된 소망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4/03/13 08:26 2014/03/1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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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이 보낸 사람>

난 아시다시피 개인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철도에게 완전히 점령당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연예, 스포츠, 드라마, 영화 같은 건 거의 관심 없으며 안 보고 지낸다.
그 흥행 대박이라는 겨울왕국조차도 안 봤다. 난 솔직히 월트 디즈니 스타일을 싫어하는 사람도 아니고 여유가 아주 많으면 저것도 보기 싶긴 한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엔 꼭 봐야 하는 영화를 발견했다. 그래서 불금 시간을 쪼개서 야밤에 혼자 차까지 몰고 영화관 갔다.
내가 본 영화는 바로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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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영화를 깔끔한 상태에서 편견 없이 직접 감상하고 싶으신 분은 이 글을 읽지 말 것.

- 탈북자로부터 코치를 받았는지, "-했지비", "-하라우" 글로만 봤던 이런 북한 사투리를 실제로 들을 수 있다.
- 김 일성· 김 정일 사진이 벽에 걸린 집 책상 위에 놓인 성경책... 정말 살떨린다.
- 북한 주민의 실상이라 하면 마약도 빠질 수가 없을 텐데, 역시 그것까지 놓치지 않고 화면에 담았다. 훌륭하다.

1. '카타콤'이 고대 로마 제국 시절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지금 바로 이북 윗동네에 있다. 물론, 나처럼 이미 북한 사정에 대해서 어지간한 거 다 찾아보고 이미 아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말이다.
요즘 영화에서 크리스천은 한결같이 광신자, 위선자, 나약한 찌질이로만 묘사되고 그나마 좋게 나오는 건 죄다 천주교 쪽뿐인데, 미화는 바라지도 않고 최소한 중립적으로 묘사된 영화가 있어서 보기에 심리적으로 편했다.

2. 영화에서 지하 교회 신도들이 "나 예수쟁이요"라고 자기 명을 재촉하면서 티내는 방법은 물고기나 십자가 형상 같은 게 아니라 오로지 찬송가 흥얼거림과 성구 암송이다.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가 얼마나 큰일을 냈는지가 영화 중에 나온다.

남조선에서 자유롭게 교회 다니고 계신 분들은, 앞으로 주일 예배 때 기쁜 마음으로 자기 최고의 성량과 음감을 동원해서 예배당이 떠나갈 정도로 씩씩하게 회중 찬송에 동참하시기 바란다. 이건 설교 만만찮게 예배에서 매우 중요한 절차이며, 저쪽 사람들은 그것조차도 목숨 걸고 하고 있다.

3. (스포일러) 극중에 기적은 없었다.
주인공은 너무 확신에 차서 내 손으로 우리 주민들을 다 탈출시키겠다고 그랬지만.. 때마침 김 정일이 죽으면서 국경의 경계가 매우 강화되고, 뇌물이 안 통하는 냉혈한 군 간부가 부임한다. 주민들의 신뢰와 팀웍도 와해되고 지하교회는 일망타진되어 주민들은 하나씩 잡혀 가고 죽는다. 그리고 주인공도 총살당하고, 마지막에 살아남는 교회 멤버는 어느 꼬마 소녀 한 명뿐이다.

4. 사실, 주인공은 분명 지하 교회에 소속돼 있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예수님을 믿긴 하지만, 그래도 아내만치 독실하지는 않고 마음 상태가 종종 동요도 하는 일종의 입체적인 인물이다. 주연 배우인 김 인권 씨가 대본을 보고는 “난 저런 주인공을 연기하기엔 너무 신앙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곤 하지만, 주인공이 그렇게까지 초인적인 인물은 아니다.

마약도 하고, 또 모든 게 끝장 난 결말부에서는 “아.. 혹시나 했지만 역시 신은 우리를 돌봐주지 않았다. / 아예 믿지 말자는 것도 아니고, 딱 한 번만 시치미 떼고 예수 부인하면 살 수도 있었는데 왜 내 아내는 저런 고지식한 길을 고집했을까?” 같은 인간적인 심정의 말도 한다.
기독교 신앙보다는 그냥 아내의 죽음에 감명을 받아서 마을 사람들을 전부 어떻게든 탈북시켜야겠다는 인도주의적인 신념이 더 부각되어 그려진다.

5. 설정상 주인공의 출신과 배경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혼자 저렇게 트럭을 몰래 얻어타고 평양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건 현실에서는 그리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평양 교회에 도움을 받으러 원정 가 봤는데, 거기는 알다시피 북한 정권의 하수인인 어용교회일 뿐임. “우리나라에 종교 박해 같은 건 없다” 대외적으로 이 개드립을 치던 아저씨는 잠시 후 주인공에게 분노의 린치를 당해서 피떡이 된다. 저 사람은 주인공과 원래 아는 사이였는데 뭔 일을 겪으면서 현실과 타협하고 변절한 듯.

6. 교회 동지 중 어떤 남자 하나는 도강하다가 들켜서 군인으로부터 무참한 구타와 성희롱을 당하는데.. 그 뒤 완전히 멘붕하여 미치광이로 변한다. 몰래 숨겨 둔 예수 얼굴 그림에다 눈 모양만 뚫어서 가면을 만들어 쓰고, 집 지붕 위에 올라가서 남들 보는 앞에서 헬렐레 하다가 갑자기 분신 자살한다.
이것은 극적 효과를 내기 위해 탈북자의 증언과도 관계 없이 집어넣은 창작이고 허구인 듯하다.

7.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중엔 북한에서 찍혔다는 각종 탈북자 심문· 구타 동영상과 북한 지하 교회 녹취 동영상, 육성 녹음이 흘러나온다. 이것도 지금 내가 목숨이 붙어 있는지 내 목을 손으로 만져보게 될 정도로 소름 끼치고 엄청나게 섬뜩하다.

참고용 동영상이다. 2분 40초대 이후부터..
“아버지여! 교회가 다 무너졌습니다. 살얼음 같은 이 땅에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순교가 발생했는지요! ... 복원하시고 역사하시는 주의 보혜사를 보내 주옵소서” (문장 보정)

북한의 지하 교회는 가장 연약하면서도, 북한의 저 미친 체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악질 반동분자들의 모임이다! (아래 그림 중 하나는 조선 혁명 박물관과 만수대 언덕 근처에 있는 어마어마한 높이의 김씨 부자 동상이고, 다른 하나는 금수산 기념 궁전 내부의 은은한 배경으로 새겨져 있는 부자 석상임.)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8. (쓴소리) 끝으로, 내가 이런 자리에서 또 험악한 말은 가능한 한 하고 싶지 않다만...
여기에까지 신천지 갖다붙이는 애들은 도대체 정체가 뭔지 궁금하다. 지난번 대선 시즌 때 새누리당이 신천지하고 커넥션 있다고 괴담 퍼뜨린 놈들하고 혹시 같은 배후 아닌가?

그래, 만에 하나 신천지와 커넥션이 있다고 치자. 그래도 신천지가 과연 종북 빨갱이보다 더 사악하고 해로운 인간들일까 싶다. 신천지는 교회에나 해를 끼치지만 쟤들은 아예 나라 전체를 무너뜨리고 좀먹는 놈들인데. ㅡ,.ㅡ;;

Posted by 사무엘

2014/02/21 08:32 2014/02/2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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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국민의 외국 여행이 완전히 자유화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5년쯤 전인 1989년 1월 1일부터다.
그 전에, 특히 1980년대 이전에는 대한민국 국민은 단순 관광 목적으로는 아예 여권을 만들 수 없었다.

대학생의 어학연수나 배낭 여행? 그런 거 없었다.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나 몰디브? 푸켓? 그런 거 없었다. 단순히 돈이 없어서 밖으로 못 뜨는 게 아니었다.
지금으로서는 믿을 수 없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옛날에는 외교관의 관용 여권 내지 무역 회사 간부의 상용 여권 정도만이 있었다. 그런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 일반인이 합법적으로 외국으로 나가려면 유학이나 해외 취업 같은 정말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만 했다.
그때는 여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완전 엘리트 똘똘이 내지 심지어 정부와 커넥션이 있다는 보증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그러다가 1983년에는 50세 이상 중장년층만 그 당시 물가로 100~200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예치금을 낸 뒤에야 관광 해외 여행이 허가되었다. 그때는 미국 비자 받기도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테고 물가 대비 비행기 운임도 더욱 비쌌을 테니 해외여행은 가히 세상 살 만치 다 살고 아주 풍족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나 국제선 비행기를 탈 수 없던 시절에 대한 항공 007편, 902편, 858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참 억울하긴 했을 것 같다)

그 연령이 1987년경에 40대를 거쳐 30대까지로 낮아진 뒤, 서울 올림픽까지 끝난 1989년부터 장벽이 완전히 폐지되었다. 이때는 우리나라가 소련과 수교하고 차우세스쿠 정권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격변기이긴 했다. 아 참, 대한 항공에 이어 아시아나 항공이 취항한 것도 딱 이 시기이고.

그런데 생각해 보자.
하다못해 그 전의 일제 강점기 때에도 조선인들은 '황국 신민' 자격으로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대만까지 별다른 제약 없이 드나들 수 있었으며 일부 용자는 미국도 갔다 왔다.

그와 대조적으로 대한민국은 자유를 표방하면서도 왜 그토록 오랫동안 국민의 해외 여행을 통제할 수밖에 없었을까?
나라에서 자국민의 외국 방문을 너무 엄하게 통제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외국으로 유학 갔다가 귀국 안 하고 거기서 정착해 버린 고학력자 엘리트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은 다음과 같은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1. 냉전으로 인한 불온사상 통제

옛날에는 냉전 때문에 국제 정세가 지금보다 매우 험악했다. 그 시절에 동북아시아에 공산화가 되지 않은 나라는 별로 없었다는 걸 명심하시라. 북한, 중국, 소련 같은 사상적으로 위험한 나라와 방문 금지 국가가 이웃에 즐비했다. 국민들을 호락호락 외국으로 보내 줬다간, 누가 밖에서 공산주의 물 몰래 먹고 와서 뻘짓을 할지 어떻게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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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공산화를 막은 초대 대통령을 칭송하는 사람들이 주로 제시하는 그림이긴 한데..)

그래서 1980년대에는 여권을 만들려면 예치금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나라에서 시키는 반공 교육도 잔뜩 받아야 했다. 거액의 예치금을 낼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안정된 사회 기반이 있으며, 나이도 충분히 먹어서 알 거 다 알고 용공사상에 낚일 우려가 없는 사람에게만 여권 발행을 허락했는데도... 그걸로도 안심이 안 돼서 반공 교육을 시켰던 것이다.

하긴, 일제 강점기 때에 한반도에 공산주의 사상이 전래되었던 것도 비교적 자유로웠던 국제 왕래 덕분이니 저러는 사정을 이해는 한다.

2. 여행을 빌미로 한 원정출산 내지 병역기피 방지

미국으로 날아가서 자기 배 속의 자식 새끼를 미국 시민으로 만들고 군대에서 빼는 약삭빠른 부유층 집안 얘기를 들으면 누구라도 열받지 않겠는가?

더구나 주민등록 전산 시스템도 없고 정부의 행정력이 지금보다 빈약하던 시절에 부유층 자제가 저런 꼼수를 써서 외국에서 잠적해 버리면... 징병제를 하는 나라에서 병역기피자를 잡아낼 길이 없었다. 부자들에 대한 서민들의 반감과 증오심은 더욱 커질 것이고.
게다가 옛날엔 지금보다 우리나라의 군사 안보가 더욱 위태로웠었다.

3. 과소비 + 외화유출 방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나라 분위기가 어땠던가? 외화 벌이에 목숨 걸고 완전 국산품 애용 + 양담배 추방 이러던 시절이었다. WTO(세계 무역 기구) 가입, 세계화, 개방 같은 풍조 따위는 없었다. 그러니 단순 관광 목적 해외 여행은 사치를 넘어 죄악· 금기시되는 수준이 아니었을까.
하다못해 1970년대 박 정희 시절엔 기술적으로는 이미 다 가능해졌는데도 빈부 계층간에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이유로 텔레비전조차도 컬러를 도입하지 않고 흑백 시스템을 일부러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외국 여행도 통제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런 여러 이유가 있으니, 과거에 있었던 이 나라의 외국 여행 통제에 대해서도 무슨 군사 정권의 산물이네 어쩌네 하면서 부정적인 면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1970년대에 20대 나이를 보낸 본인의 부모님께 그 시절의 분위기에 대해 여쭤 봤다. 사실 그 시절엔 대다수 서민들이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더 궁핍했고, 먹고 사느라 바쁘지 해외 여행 따위는 어차피 꿈에도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었다고 한다. 신혼여행도 당연히 강원도나 부산 정도에, 돈 좀 보태면 제주도인 게 당연시되었고 말이다. 그러니, 나라에서 해외 여행을 막든 안 막든 그딴 거 관심 없고, 어차피 그건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니 딱히 제약이나 억압이라고 받아들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1989년에 봉인이 풀리자마자 중산층 이상 서민들은 휴가철에 앞다퉈 해외로 나갔다. 각종 여행사 산업이 흥왕하기 시작했다. 1988년까지 흑자이던 관광 수지가 곧바로 적자로 떨어졌다. 그리고 해외 관광을 처음 하는 사람들 중에 일부 몰지각한 부류들이 벌이는 '어글리 코리안' 추태도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들에겐 국제 매너라는 개념 자체가 지금까지 없었을 테니.. 쩝~

요즘 경제가 어렵고 서민들 살기가 힘들어 죽겠다고 징징대는 말이 많다. 하지만 휴가철만 되면 공항은 외국 여행 가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성수기에 유명 관광지로 가는 비행기 표는 없어서 못 구한다. 솔직히 우리나라 정도면 서민들이 평균적으로는 정말 잘 살고 세계 상위급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옛날과 비교했을 때는 더욱 말이다.

우리 이전 세대가 마음대로 해외 여행도 못 가고 꾹 참고 일하여 국력을 일으키고 국위를 세계에 선양한 덕분에 다음 세대들은 마음껏 지구촌을 누비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다. 대한민국 여권 정도면, 극소수 최상위 선진국을 제외하면 무비자로도 못 가는 나라가 없지 않던가.

“밤이 피는 김포 공항 비가 내리고 시간은 자꾸 가는데..”라고 바니걸스의 <김포 공항>이라는 가요가 있다. 이건 해외 여행 자유화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1977년에 발표된 곡이다. 그때는 국제선은 정말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만 탈 수 있었을 테고 지금보다 국내 도로 인프라가 열악했을 테니, 오히려 국내선의 운영 비중이 더 높지 않았나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4/02/18 08:31 2014/02/1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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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방식 이야기

오늘날은 정말 전기 없이는 잠시도 돌아갈 수 없는 시대이다. 21세기엔 24시간 상시 켜져 있는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사람마다 들고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전기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져 있다.
교통수단들을 살펴봐도 그렇다. 전철에 목숨을 걸고 있는 철도 쪽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동차도 기름값이 워낙 오르니 하이브리드 내지 순수 전기 동력원이 주목을 받는 중이다.

굳이 동력원 자체가 아니더라도 엔진 내부 역시 종래엔 기계 제어이던 것이 다 전자 제어로 바뀌어서 어떤 형태로든 컴퓨터가 탑재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교통수단들은 연료 소비 효율이 더 좋아지고 예전보다 사람이 신경을 덜 쓰고도 운행이 가능해졌지만, 한편으로 자동차의 경우 급발진 문제가 의심되고 있으며, 침수에 예전보다 더욱 취약해지기도 했다.

뭐 어쨌든..
교통수단이야 전차선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엔진의 힘으로 자가발전을 해야겠지만
붙박이 건물들이 사용하는 전기는 잘 알다시피 발전소라는 거대한 국가 기간 시설에서 생산된다. 예전에 심시티 게임을 할 때도 도시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지어야 하는 시설은 바로 발전소였다. 스타크래프트 프로토스 종족으로 치면 파일런 같은 건물이다.
전기는 생산되는 직후 광속으로 흘러가 없어져 버린다는 특성상,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수력, 화력, 원자력, 풍력, 조력 등 우리가 생각하는 거의 모든 발전 방식은 결국 동력을 얻어서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생산한다.
그리고 동력 발전은 열을 만들어서 물을 끓이고 터빈을 돌리는 놈, 쉽게 말해 열기관이 주류이며, 화력이나 원자력, 심지어 열병합이 여기에 속한다.

화력 발전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만, 자동차 엔진에 달린 발전기 같은 내연기관 형태가 아니라 보통은 증기 터빈이라는 외연기관이 쓰인다. 아마 이게 출력과 효율이 더 좋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 반면, 무공해를 표방하는 일명 대체 에너지 발전 방식은 대부분 열 없이 자연의 힘으로 동력을 얻는 발전 방식 위주이다. 공해는 없지만 발전 용량이 메이저들보다 턱없이 부족한 게 흠이다.

수력 발전은 비록 원시적이지만, 정말 말 그대로 물의 위치 에너지, 즉 잠재적인(포텐셜) 에너지를 사용하여 발전한다는 특성상, 순발력이 좋고 전력 생산량의 제어가 용이한 게 매우 큰 장점이라고 한다.
날씨의 영향을 받는 여타 자연 동력 발전은 논의할 가치도 없거니와 화력도 기계적인 메커니즘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풀가동 모드로 진입하는 데만 몇 시간씩 걸린다. 예열을 하고 증기를 만들기 위해서인지? 사실 거대한 디젤 엔진 선박만 해도 시동을 켜는 데만 수십 분 걸리는 건 기본이라고 한다.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는 이보다 더해서 초기화하는 데 거의 하루씩 걸리고 가동된 놈을 세우기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발전이 시작되면 전력 소비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밤에도 잉여 전기는 낮과 별 차이 없이 계속 생산되어야 한다. 이걸 좀 쓰라고 우리나라는 진작부터 심야 전기 할인이 존재해 온 것이다.

여담이지만, 수력은 멈춰 있던 발전 설비의 첫 가동을 위해서 전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특징도 있다. 자동차만 해도 배터리가 방전돼 버리면 시동을 못 거니 말이다.

원자력은 많고 많은 에너지원들 중에 어떤 형태로든 태양으로부터 전혀 유래되지 않은 유일한 에너지원이라 여겨진다. 굳이 태양광 발전 같은 게 아니어도 날씨나 물의 움직임에 의존하는 발전 방식은 전부 태양과 관계가 있으며, 심지어 화석 연료의 원천도 결국 태양 없이는 생길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우주 탐사선에는 원자력 전지가 탑재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지구 주변만 도는 인공위성 정도야 태양광 발전을 위한 집광판이 달려 있지만, 보이저/파이어니어 같은 탐사선에는 그런 게 없다. 걔네들은 공기 유체역학 원리로 비행하는 게 아니니 비행기 같은 날개도 없고 말이다.

원자력 발전은 20세기에 인간이 이룩한 위대하고 엄청난 과학 업적임이 분명하다. 물론 관리를 제대로 안 했을 경우 큰 위험에 빠지는 건 사실이나, 지금까지 찬란한 전기 문명 혜택은 실컷 입어 놓고는 대안도 없이 반대만 줄곧 늘어놓는 주장에는 선뜻 공감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한편,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태양광 발전은 화학적 원리로 전기를 만들지 동력으로 전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큰 차이가 있다. 태양열을 초대형 돋보기로 한데 모아서 물을 끓여서 터빈을 돌리는 게 아니니, 전통적인 발전 방식과는 발상이 다르다. 신기하지 않은가? 마치, 많고 많은 정렬 알고리즘 중에 '비교 연산'을 쓰지 않는 알고리즘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빛으로 자가발전 내지 충전이 되는 손목시계나 계산기 같은 물건을 다시 보게 된다.

제한적으로는 사람의 힘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인력 발전도 생각할 수 있다.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제일 간단한 예는 자전거의 헤드라이트를 켜는 발전기인데, 어렸을 때부터 이게 무척 신기하긴 했다.
잘 알다시피 자전거의 바퀴와 발전기 바퀴를 연결만 시켜도... 자전거를 굴리는 데 드는 힘이 미세하게나마 더 증가한다. 전기 생산은 물리적으로 공짜가 아닌 것이다.

무슨 엔진 브레이크도 아니고, 전동차의 회생제동은 바로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기왕 속도를 줄이는데 전기나 더 생산하자는 발상.

교도소 수감자에게 징역형으로 다른 노동을 시킬 게 없으면, 몸으로 전력이라도 약하게나마 생산해서 할당량을 채우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운동도 되고. -_-;
물론, 겨우 사람이 만드는 전기는 동력 기관이 만드는 전기에 비해 양이 턱없이 부족하며, 전압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전구 같이 밝기만 변하는 간단한 기기 말고 다른 정교한 기기에 바로 공급해 줘서는 곤란하다.

* 그나저나 영광과 울진 원자력 발전소가 이름을 바꾼 줄은 최근에야 알았다. 각각 한빛과 한울로. '광'이 '빛'으로, '울'은 공통으로 들어가는 글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외우기 쉽다. 해당 지역의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이유로 2013년 5월부터 바꾼 거라고 하니 안타깝네. 고리와 월성은 지역명이 직접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긴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4/01/12 08:17 2014/01/1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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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 1°의 정체

sin 1°는 어떤 무리수일까?

답부터 말하자면, sin 1도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초월수가 아니다. 이는 임의의 정수 각도도 마찬가지이다.
유한 번의 사칙연산과 거듭제곱/제곱근으로 표현 가능한 대수적 수라는 뜻이다. (사실, π나 e 같은 초월수도 사칙연산· 거듭제곱· 근호의 꼴로 나타낼 수 있다. 단지 그게 무한히 반복되는 급수의 형태가 될 뿐이지..)

삼각함수는 삼각형을 이루는 두 변의 각도가 이러할 때 변의 길이를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를 나타내는 함수이다. 기하학에서는 그야말로 필수 중의 필수 도구이지만, 대수적으로는 직관적이지 않은 굉장히 기괴한 특성을 많이 지닌다. 그래서 학교에서 수포자를 양산하는 원흉이기도 하다.

삼각함수에다 일반 자연수나 유리수를 집어넣으면, 지수나 로그함수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의미를 알 수 없는 괴랄한 초월수가 함수값으로 튀어나온다. 그러나 pi의 유리수 n배 내지 1/n배에 속하는 각도에 대해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미 입력값인 pi부터가 대수적이지 않은 괴랄한 수여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먼저, 특수한 각도에 대해서는 함수값이 깔끔한 수 내지 심지어 유리수 범위로 떨어질 때가 있다. 특히 15 내지 30도 간격인 0, 30, 45, 60, 90도일 때 sin 값은 각각 sqrt(n)/2 (n은 0 이상 4 이하)로 딱 떨어진다. 가장 단순한 형태다.

여기에서 파생된 각, 다시 말해 레퍼런스 각의 n배나 절반, 1/3 따위에 해당하는 각은 위대하신 삼각함수의 덧셈 정리를 통해 cos/sin 값을 구할 수 있다. 덧셈 정리라는 게 당연히 대수적인 조작들만 있으므로 대수적인 수에 대수적인 조작을 하면 그 수도 대수적인 것은 당연지사. 정수 계수 대수방정식의 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15도 단위 계열뿐만 아니라 18도 단위에 계열에 대해서도 삼각함수는 비교적 간단한 형태의 값이 나온다. 세배각 공식이어서 원래는 3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지만 이 각도는 그나마 1차식과 2차식으로 인수분해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를 이용하면, 18도와 15도의 차인 sin 3도까지도 약간 복잡하지만 답이 나온다. (그림: 영문 위키백과)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정수 도에서 그나마 해피한 결과가 나오는 정밀도의 한계는 여기까지.
sin 1도 정도가 되면 유한한 사칙과 거듭제곱, 근호만으로 정확한 값을 묘사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의미가 없어진다.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매크로 치환을 하고도 항이 열몇 개에 달할 정도로, 정말 미치도록 복잡한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3도 간격의 수로부터 1도 단위의 삼각함수 값을 구하려면 아까 18도의 경우처럼 각을 3등분을 해야 하는데 이제는 인수분해가 되지 않는다
얄짤없이 3차 방정식이 되며(삼각함수의 3배각 공식은 3차식!), 작도 불가능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복잡함이란 본질적으로 이런 데서 유래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냥 내 감이 그렇다는 뜻.

3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2차 방정식의 그것하고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 터지게 복잡하다. 그래서 3차 방정식의 근인 sin 1도의 값도 끔찍하게 복잡한 형태로 산출되는 것이다.

* 끝으로 보너스.
arctan 1 + arctan 2 + arctan 3 = pi 임을 증명하시오.

arctan 1이야 45도의 특성상 pi/4가 되는 게 잘 알려져 있다만, 저런 관계는 도대체 어떻게 성립하는 걸까?
세 각도의 합이 180도라는 뜻이므로, 기울기가 1, 2, 3인 세 각은 일정 비율의 닮은 삼각형을 결정하는 각이 될 수 있음을 보이면 되겠다.

삼각형의 두 꼭지점의 각의 기울기(=탄젠트)가 x, y라면, 나머지 꼭지점의 각도는 기울기가 1/x인 각과 1/y인 각 두 개의 합으로 표현된다. (나머지 꼭지점에서 맞은편 변으로 수선을 내려 보면 직관적으로 이해됨)

그런데 삼각함수의 덧셈법칙에 따라
tan(a+b) = (tan(a)+tan(b)) / (1 - tan(a)*tan(b))
이므로.. 이 공식으로 두 탄젠트를 합성하면, 나머지 꼭지점의 탄젠트는

(y+x)/(x*y-1)로 표현될 수 있다.

x,y에 1,2를 넣으면 저 값은 3이 되고, 2,3을 넣으면 값은 1이, 1,3을 넣으면 값은 2가 된다. 사실, 식의 특성상 (x,y)->z만 성립하면 (x,z)->y와 (y,z)->x는 일일이 체크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성립하긴 한다.
따라서 어떤 경우든 기울기가 1, 2, 3인 세 각은 닮은 삼각형을 결정하는 각이며, 그 합은 삼각형의 내각의 합인 180도, 즉 pi임을 알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간단하게 증명하는 방법도 물론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12/31 08:30 2013/12/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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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내리막 길가에다 차를 평행주차로 세울 일이 있었다.

주차를 막 마쳤는데, 내 차의 앞에 세워져 있던 차가 곧 출발하여 나갔다. 그래서 나는 내 차를 앞차가 있던 자리로 옮기려고 마음먹었다.
내리막길이니까 차를 움직이기 위해 굳이 시동을 켜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키를 on으로만 옮기고, 변속기를 N으로 옮겼다. 차는 슬슬 미끄러져 내려갔으며, 어느 정도 이동했을 때 난 브레이크를 밟고 변속기를 P로 바꿨다.

그런데, 이때 무심코 핸들을 돌려 봤는데 난 굉장히 놀랐다. on 상태이니 핸들이 완전히 잠긴 건 아니지만 조향하기가 끔찍할 정도로 힘들어져 있었다. 차 핸들이 이렇게 무거울 수도 있다는 걸 난생 처음 체험했다.

우와, 이것이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파워스티어링의 위력이었던가. 원래 그게 공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게 없는 차는 무거운 핸들 조작 때문에 특히 주차가 정말 어려웠겠다. 파워스티어링은 엔진의 동력을 이용해서 핸들을 가볍게 하기 때문에, 엔진 공회전 중에 핸들을 급조작해 보면, 심지어 엔진 회전수가 살짝 올라가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에어컨만 엔진 동력을 잡아먹는 게 아니다.

또한 얘는 핸들을 가볍게만 하는 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역으로 조작을 무겁게도 바꾼다. 고속 주행 중에는 반대로 핸들 조작이 너무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겪은 후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조금 더 앞으로 가게 해도 될 것 같아서 변속기를 다시 N으로 바꿔서 차를 미끄러져 내려가게 해 봤다. 이번엔 차의 다른 반응 때문에 놀랐다. 아까 전까지 동작하던 풋 브레이크가 더 밟히지 않고 동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급히 주차 브레이크와 변속기 P 모드로 차를 다시 세웠다.

역시나 듣던 대로 자동차의 풋 브레이크는 무슨 자전거의 브레이크처럼 오프라인 상태에서 언제나 동작하는 게 아니다. 시동이 꺼진 뒤에는 마치 리드 오르간처럼 공기압이 남아 있는 동안만 일시적으로(한두 번 밟는 것) 작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에는 움직이는 동안 강하게 제동을 거는 풋 브레이크와, 세워진 차를 미끄러지지 않게 고정하는 역할만 하는 주차 브레이크 계통이 둘 다 존재하는 것이다. 후자는 전자보다 제동력이 약하지만 그래도 stateless하고 언제나 동작한다.

요컨대, 자동차가 엔진 시동이 꺼지면 핸들이 무거워지고 풋 브레이크가 시한부로 바뀐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느냐 하면..
차가 급발진을 하면 시동만 끄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시동이 꺼지면 급발진의 동력원만 끊어지는 게 아니라, 파워스티어링과 브레이크의 동작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도 끊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보다 강하게 핸들을 돌려서 안전한 곳으로 차를 잘 조향해야 하며, 브레이크도 유압이 남아 있을 때 기회가 한 번뿐이니 이때 필사적으로 세게 밟아서 차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내리막에서 차를 시동 안 켜고 약간만 미끄러져 내려가게 하는 것도 조심해야 해야겠다. 덜덜~

Posted by 사무엘

2013/12/28 19:36 2013/12/2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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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음하다가 붙잡힌 여인

성경의 요한복음 8장의 초반부에 나오는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 사건은 비기독교인이라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매우 유명한 일화이다. 그러나 인지도가 높은 만큼 사건에 대한 오해도 굉장히 많다.

1. 먼저, 통념과는 달리 이 이야기--정확히는 요 7:53부터 요 8:11까지--는 정말로 원래 성경 원문에 있었는지 의심을 받고 있다. 거의 모든 성경들을 보면 “오래 된 사본에는 이 단락이 없음. 이것은 후대에 추가된 것임.” 같은 단서가 붙어 있다! 신약 성경에서 마가복음의 마지막 열두 구절(막 16:9-20)과 더불어 양대 의심 단락인 것이다.
물론 KJV 신자에게는 이것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것은 시내 사본 및 바티칸 사본 같은 변개된 고대 필사본을 기준으로 하는 잘못된 주장일 뿐이다.

2. 간음은 여자 혼자서 지을 수가 없는 죄다. 간음하다가 누군가가 현장에서 적발되었고 이에 대해 여러 사람의 증언이 일치한다면, 율법대로라면 간음을 저지른 “남자와 여자를” 모두 죽여야 한다. 그런데 저 사건에서는 남자는 어딜 가고 왜 여자만 붙잡혀 있는가? 단순히 여자의 순결이 의심되기만 하는 상황이라면 곧장 죽일 게 아니라 민수기 5장의 판별법을 사용해야 한다.

3. 여자는 법적으로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예수님으로부터 단순히 법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무슨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으니 무조건 다 사랑과 아량으로 감싸자는 식으로 물타기 된 게 아니다! 이 사건은 무슨 사형제 폐지, 간통제 폐지 등 온갖 이상한 비성경적인 프로파간다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절대로 될 수 없다.

4. 또한, 그 여자는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름으로써 구원받았다고 우리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요 8:11)

5. 북한 문화어로 성경을 번역한다면 stone(동사)을 '돌탕치다' 정도로 번역해도 되겠다.

6.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 사건은 이런 패러디나 만들라고 성경에 기록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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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3/12/26 19:22 2013/12/2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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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반공 교육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로 기적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저 이북 동네는 오로지 자기 권력 유지만을 위해 다른 공산주의 종주국조차 가지 않은 최악의 길만을 골라서 가면서 고립과 폐쇄, 공멸의 길을 갔다. 그리고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들이 품고 있는 대남적화 야욕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꿈도 희망도 없고 심지어 종교조차 없는 주민들이 절망 끝에 상당수가 전국적인 수준으로 마약에까지 빠진 것은 흔히 접하는 기아· 영양실조나 정치범 수용소 같은 것과는 레베루가 다른 문제다. 안 그래도 0으로 수렴해 가던 남북간의 화합· 일치 가능성을 완전한 0으로 확인사살 시키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원래는 마약이 위조지폐, 불법 무기와 더불어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였는데, 그게 국제간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수출이 불가능해지자 북한 내부에서 나돌기 시작하면서 나라를 헬게이트로 만든 것이다.

정말 국제적으로도 나쁜짓은 가지가지 골라서 하는 양아치들이다. 중국이 탈북자를 강제 북송시키는 것은 인륜적으로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걔들이 마약 유통을 단속하는 건 지극히 정당한 행정 조치이지 않은가.
어지간해서는 정치적인 발언은 자제하려 하나, 소위 친북 정권의 햇볕 정책이라는 건 저런 북한의 본질적인 문제는 하나도 전혀 해결한 게 없으면서 그저 북한에게 나쁜짓 할 자금만 잔뜩 그것도 심각하게 많은 액수로 준 걸로 보인다. 그러니 내가 도무지 고운 시선으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뭐 아무튼.

현실이 엄연히 그런 이상, 우리는 알량한 민족 드립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며 반공 정신이 그때나 지금이나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아무리 밉고 마음에 안 들어도, 김씨 부자가 그들보다 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반공 교육이라 하면 뭐 어떤 게 떠오르는가? 내 경험상 내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반공 교육은

  • 그저 북한 공산당의 잔인한 만행만 부각시키면서 증오심, 적개심을 키우는 것이 아니요,
  • 경제 이론을 들먹이면서 공산주의는 실패했고 자본주의가 승리했다는 유치한 숫자놀음이 아니요,
  • 우리나라 정치· 법조계에 간첩· 종부기들이 이미 싹 다 깔려서 나라가 거덜나기 직전이라고 호소하는 것도 아니요,
  • 심지어는 종교적으로 접근해서 신을 부정하는 공산주의는 마귀 적그리스도 666 식으로 선동하는 것도 아니다.

아 물론... 김 정은의 목을 따라고 초특급 인간흉기 북파공작원이라도 양성한다면야 그 정도 요원에겐 정신교육 차원에서 '원쑤'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개심 세뇌를 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 게 아니고 일반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역시나 우리나라의 수립과 발전 과정에 대한 “감사와 자부심”, 그리고 위의 권위에 대한 “신뢰”가 아닌가 싶다.
한 마디로 말해 남에 대한 디버프가 아니라, 나에 대한 버프가 필요하다! 이 방식 말고 다른 방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돌려 놓기란 대단히 어렵다.

마치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으로 어린 학생에게 성경적인 성 관념을 심어 줄 수 없듯, 저런 사상도.. 형식적이고 유치한 “때려잡자 공산당” 식의 반공 교육만으로 형성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기 나라에 아무 애착도 없고, 이상한 음모론이나 믿는 사람들에게 백 날 간첩· 종부기 드립을 쳐 봐야 씨알도 먹히겠나?

방향이 잡히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왜 우리나라가 이상적인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했는지 그 이유가 이해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치라도 온 게 정말 기적에 가까우며 그 비결이 무엇인지가 이해된다.
큰 방향이 잡히고 나서는 더 세부적인 팩트, 데이터 같은 건 그저 논쟁용으로나 필요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주장은 무슨 일베니, 뉴라이트니 친일 나부랭이 같은 특정 계층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이상한 딱지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선량하고 건전한 애국 사상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는 그 '버프'의 많은 부분을 우리나라 철도를 통해서 받았다~!!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3/12/22 08:20 2013/12/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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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분석

* 모닝와이드 -- 블랙박스로 본 세상 시리즈.
운전 중에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주변의 교통사고를 목격한 시청자의 블랙박스 제보 영상을 소개하는 프로이다.
가끔은 현직 변호사로부터 자문을 구해서 저런 상황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실 비율이 법적으로 얼마 정도 되는지 해설도 해 준다.
비록 TV 본방 형태는 아니지만, 본인은 안전운전 자가교육(?) 차원에서 유튜브로 저걸 종종 즐겨 본다. 사실, 저 프로는 나 말고도 운전자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고 시청률도 높다고 한다.

핸들이나 브레이크를 급하게 조작하다 보면, 차가 평소에 내가 조작한 대로 나아가지 않고 정말로 뱅글뱅글 돌고 미끄러지면서 저렇게 패닉 상태에 빠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무섭다. 차가 패닉이면 운전자도 “아,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에 완전 멘붕에 빠진다.
특히 주행 중에 타이어가 터지면 조향과 제동이 모두 맛이 가서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저 프로에서 방영되는 교통사고들은 다음과 같은 여러 패턴들 중 하나로 정리된다.
먼저, 좀 빨리 가려고 교통법규를 위반하다가 사고를 내는 경우이다.

1. 안쪽 차선이 빈 것만 보고는 무리하게 교차로 꼬리물기를 시도하다가, 바깥쪽 차선에서 질주하던 차와 박는 것.. 아슬아슬한 꼬리물기 정도가 아니라 빨간불로 바뀐 지 꽤 오래 됐는데도 대놓고 신호를 위반하는 경우도 있다. 딱 내가 교차로를 지나려 할 때 신호가 노랑-빨강으로 바뀌는 거 정말 짜증나며 그 심정 나도 누구보다도 이해한다. 하지만 반대편 방향 차량들도 자기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총알같이 튀어나가려고 매의 눈으로 대기 중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2. 직진 차선(혹은 일반차로)에 차들이 멈춰 선 것만 보고는 무단횡단하거나 U턴 시도하다가 좌회전 차선(혹은 버스전용 차로)으로 달리던 차와 부딪히는 것..

1과 2는 전형적인 병신인증 패턴이다. 단순 과속 차량뿐만 아니라 구급차 같은 긴급자동차, 그리고 사고 현장을 향해 경쟁자들을 제치고 필사적으로 제일 먼저 도착하려는 견인차(wrecker)도 무법 난폭운전 하다가 종종 사고를 내곤 한다.
그 밖에,

3. 답이 없는 졸음운전, 음주운전.;;;
차가 옆 차선을 밟으면서 들썩들썩 불안하게 움직이거나 갑자기 길을 벗어나 도랑으로 푹 빠져 버린다. 사고가 날 때까지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조차 없으니 더욱 끔찍하다.
한편 음주운전은 좀 강하게 처벌할 수 없나 싶다. 만취 운전자들은 보통 멘탈도 맛이 가 있어서 사고를 내고는 뺑소니를 치는 경우까지 있는데, 이 경우 처벌이 더욱 무거워진다.

4. 고속도로나 그에 준하는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급정거 및 급격한 차선 변경.
도로에 갑자기 동물이나 장애물이 튀어나와서 그거 급히 피하느라 차가 중심을 잃고 뒤집히고 도랑으로 빠진다. 아니면, 그 때문에 멈춰 섰다가 뒷차로부터 쾅 추돌을 당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옆에서 갑자기 쓱 들이대는 차를 피하려다 혼자 덤탱이를 쓰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어느 고문관 운전자가 진출로를 놓쳤다고 차를 길 한가운데서 세우거나 아예 후진· 역주행을 한 것 때문에 사고가 나기도 하고.

5. 무단횡단. 다른 것보다도, 주차된 차들 사이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보행자(특히 어린애)는... 전혀 예측 불가이고 한 마디로 답이 없다. 말 그대로 '갑툭튀'다.
아무리 운전자가 갑이고 보행자가 을이어서 어지간한 차-보행자 교통사고는 운전자에게 불리하게 법적 책임이 매겨진다지만..
우리나라는 운전자에게 너무 불리하고 가혹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든다.
차들이 잔뜩 주차되어 있고 옆의 보행자를 확인할 수 없는 곳에서는 자동차는 닥치고 옛날에 영국에서 적기 조례가 있던 시절처럼 슬금슬금 기어가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다.

이유야 어쨌든 보행자를 친 운전자에게 거의 무조건 더 많은 과실이 매겨진다면, 반대로 운전자가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안 치려고 핸들/브레이크를 과격하게 꺾다가 더 처참한 사고를 당했을 경우, 이번엔 그 보행자에게 더 큰 과실을 규정하는 법규라도 있어야 서로 공평하지 않겠는가?

6. 끝으로, 저 동영상 시리즈를 보면서 본인이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유형은 이것이다.
바로, 정비 불량 상태인 대형 트럭/트레일러가 주행 중 갑자기 타이어가 터지거나 심지어 타이어가 빠져나와 굴러가는 것... 이거 정말 무시무시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대형차의 타이어는 개당 무게만 이미 수십~100여 kg에 달하는데, 데굴데굴 구르느라 어마어마한 운동 에너지를 갖고 있다. 게다가 동글동글 엄청 잘 굴러간다는 점에서, 단순 적재 불량 화물이 떨어지는 것보다도 더욱 위험하다.

소개하는 동영상에서 15:35 이후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타이어가 위험하다> 편을 보기 바란다.
3~4차선을 달리던 화물차에서 타이어가 빠져나와서 굴러가더니 통통 튀면서 중앙분리대까지 넘어 반대편 승용차의 앞유리를 내리찍고, 이 때문에 2차 추돌사고까지 냈다. 이게 웬 날벼락이냐. 직접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다.

게다가 대형차와 얽힌 이런 교통사고는 이 휘소 박사(1935-1977)가 당한 교통사고와 거의 똑같은 패턴이다!
그래서 오래 살았으면 노벨 상까지 받았을 위대한 물리학자가 그렇게 허망하게 도로에서 목숨을 잃었다.
어떤 자료에서는 트레일러의 타이어가 날아와 차 운전석을 강타했다고 하고, 어떤 자료에서는 트럭 자체가 이 박사의 승용차와 정면충돌했다고 하니, 의외로 설이 일치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타이어로 인한 사망 사고라 해도 이는 실제로 불가능한 일은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

* 별첨 1: 잡설

- 사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비행기도 타이어의 회전과 관련된 고려 사항이 있다. 대형 여객기쯤 되면 어지간한 대형 트레일러보다 덩치가 더 크며, 랜딩기어의 바퀴도 더 많고 더 크고 더 무겁다. 비행기가 이륙하여 땅에서 뜬 뒤에도 10수 개가 넘는 바퀴들은 관성 때문에 시속 300km에 가까운 맹렬한 속도로 한동안 계속 돌게 된다.
랜딩기어를 접어서 기내로 집어넣은 뒤에도 무거운 바퀴들이 그렇게 계속 돌아가고 있으면 비행기의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비행기가 뜬 뒤에는 랜딩기어에다 일부러 브레이크를 걸어서 바퀴의 회전을 중단시킨다고 한다.

- 블랙박스 영상들을 보니, 자동차의 앞부분이 파손되는 사고가 난 뒤에는 사고 차량의 앞유리에 갑자기 와이퍼가 동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하다. 와이퍼 스위치나 센서에 자극이 가기라도 하는지, 왜 그렇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 아무리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에 인색하다고 해도, 자동차 손해 보험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재정이 그리 넉넉치 못하고 적자라고 한다. 들어오는 돈보다 사고 수습을 위해 지출하는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결국 교통사고가 잦으면 운전자가 차를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출해야 하는 보험료 부담이 더 늘 수밖에 없고, 국가와 사회의 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정말 우리 모두를 위해서 안전 운전 방어 운전을 해야겠다.

* 별첨 2: 대형차의 전방주시 태만 사고

지난 12월 14일엔 경부 고속도로 하행선 경주 휴게소 인근에서 끔찍한 교통사고가 났다.
보도블록을 가득 실은 25톤 트럭이 앞의 승용차를 들이받으면서 4중 추돌 사고로 번졌다.
접촉사고 때문에 정체 서행이 시작되고 있었는데 트럭 운전자가 이를 발견을 못 한 것.

문제는 승용차는 그 25톤 트럭과 자기 앞의 25톤 탱크로리의 사이에 끼였다는 점이다.
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박살났다.
승용차에는 두 집안의 어머니와 각각의 자녀 2명, 총 6명이 타고 있었고.. 이들은 대형차 두 대에 끼여 으스러진 차 안에서 전부 즉사하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처자식을 다 잃은 남편 두 명은 완전 멘붕에 빠졌을 것이고, 한편으로 가해 운전자도 업무상 중과실치사상죄로 인해 직장 짤리고 구속되고, 처자식들이 멘붕에 빠질 것이다. 최소한 세 개의 가정이 파탄에 이르게 됐다.
사고의 원인은 비록 음주운전은 아니지만 트럭 운전사가 라디오 조작하느라 전방주시를 소홀히 한 거라고 한다.

사실, 이 사고는 작년 5월에 발생했던 상주 여자 사이클 선수 교통사고 참사와 판박이다.
그때 역시 규모도 똑같은 25톤 트럭 운전사가 DMB를 보거나 조작하다가 전방의 선수단 SUV 차량과 사이클 선수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선수 세 명이 사망하고 다른 세 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종일 차만 굴리느라 무료하고 따분한 건 이해하지만..
다른 일에 신경 쓰기 전에 자기가 모는 차량이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무겁고 운동 에너지가 큰 물건인지를 물리 법칙에 입각하여 절대로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3/12/19 08:37 2013/12/1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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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이야기

롤스로이스(Rolls Royce)는 잘 알다시피 영국의 명차로, 세계 톱클래스급의 간지를 자랑하는 대형 초호화 고급 승용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 그룹 회장님이 마이바흐와 더불어 개인용으로 굴리는 차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웹툰에서는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에서 정 안봉 이사장의 자가용이 저 차라고 설정되어 있다..;; (220화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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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엔진룸이 매우 두툼한데 비해 헤드라이트는 모양이 작다. 수 년 전 모델은 헤드라이트 아래에 있는 미등이 원형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바뀐 듯하다.
참고로 지금으로부터 한 30년쯤 전에는 차 모양이 이랬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라디에이터 그릴은 파르테논 신전을 형상화한 형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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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는 공장에서 마구 찍어내고 재고를 쌓아 놓는 양산이 아니라 주문 생산만 되었으며, 그 공정도 다 장인 수작업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지금 당장 돈만 있다고 해서 아무에게나 차를 덥석 팔아 주는 것도 아니었고 안정적인 소득과 지위, 평판이 있는 고객에게만 팔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명차를 구입만 덥석 해 놓은 뒤에 차주가 쫄딱 망해 버리면 차는 처분해야 하는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롤스로이스 같은 차가 겨우 중고 매물로 나도는 건 롤스로이스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체면상 용납할 수 없는 모습인 것이다.

그 대신 한번 고객에게 판매하여 넘겨 준 차는 폐차하는 순간까지 제조사에서 끝까지 책임을 졌다고 한다. 그래서 롤스로이스가 소재로 등장하는 이런 예화가 있을 정도이다.

롤스로이스가 사막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퍼져 버려서 차주가 무슨 보험사 긴급 출동도 아닌 차량 제조사에다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제조사에서는 곧바로 헬기를 띄워 다른 멀쩡한 롤스로이스를 공수해 줬는데, 나중에 그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기는커녕 그런 일 자체가 없었다며 완전히 입 싹 씻고 함구했다. “롤스로이스는 애초에 고장이 나지 않는다”고 말이다(고장을 공식적으로 고장이라고 취급하지 않으며, 따라서 고장 수리비 같은 개념도 없다).

물론 오늘날은 롤스로이스가 그 정도까지 극단적으로 도도하지는 않다. 이런 극소수 엘리트 고급차는 양산차에 비해 수지가 안 맞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는 언제까지 그런 고집만 부릴 수는 없다.
마치 오늘날은 슈퍼컴도 저가 양산형 CPU를 병렬로 연결해서 쓰지, 슈퍼컴만의 전용 아키텍처 같은 개념은 없어진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과거의 수제형 슈퍼컴인 크레이 시리즈가 맥이 끊어진 것을 생각해 보시라.

그래서 요즘은 돈만 내면 누구라도 롤스로이스를 사서 굴릴 수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예전보다야 이 차 구경하기가 쉬워졌다. 게다가 롤스로이스 역시 뒷좌석만 고급화시키는 게 아니라, 차주가 직접 앞좌석에서 운전을 하는 오너 드라이빙 트렌드를 더욱 반영하는 쪽으로 변모하고 있다.

비록 그 정도로 격이 낮아졌다(?) 해도 롤스로이스의 가격은 여전히 최하 수억 원대로,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채 내지 에쿠스 네댓 대(5000cc 최상위 모델 기준으로!) 이상 값은 충분히 하는 비싼 가격이다. 게다가 구매한 후에도 어마어마하게 깨질 세금과 기름값, 보험료 따위는 어찌 감당하려고?

롤스로이스는 리무진 형태가 아니라 4명밖에 못 타는 세단 주제에 차의 길이가 5.6m에 달한다. 1톤 트럭 특장차보다는 확실히 더 길고, 2.5톤 트럭의 길이와 얼추 비슷하거나 약간 더 짧다. 그러니 일반적인 승용차 자리엔 주차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크다. 그 대신 뒷좌석에 탄 사람은 앉은 채로 다리를 쫙 들어서 뻗어도 될 정도로 공간이 완전 넉넉하다. 좌석에 앉은 채로 다리를 다 뻗을 수 있는 교통수단은 새마을호 특실, 비행기 1등석 등 극히 드물다.

엔진으로 말할 것 같으면 롤스로이스는 예로부터 V형 12기통 엔진에 6000~7000cc에 달하는 배기량을 자랑한다. 3000cc대의 6기통 엔진만 달아도 대형 승용차인데 롤스로이스는 그 크기의 두 배라는 뜻이다. 차의 무게는 1톤대는 당연히 아니고 공차 중량만 약 2.5톤가량. 여러 통계를 보면 공인 연비는 1리터에 거의 5~6km대라고 한다. 마티즈를 보고 출력이 약하다고 탓해서는 안 되듯, 롤스로이스는 확실히 경제성을 보고 굴려서는 안 되는 차임이 분명하다.. ㅎㅎ

롤스로이스는 전통적으로 엔진의 정확한 출력 한계를 함구하고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던 것 같다. 옛날에 자동차생활 잡지에서 취재를 할 때도 회사 관계자는 “충분히 큽니다”라고만 얼버무렸지 정확한 숫자 얘기를 안 했었다. 일종의 신비주의 전략인 걸까?
그래도 지금은 롤스로이스에 대한 베일이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벗겨졌다. 제원을 검색해 보면 460마력대의 최대 출력과 70kg대의 최대 토크가 곧장 뜬다. 최대 성능이 나오는 rpm은 여느 가솔린 엔진 차량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롤스로이스의 계기판에는 엔진 회전수를 표시하는 통상적인 타코미터는 지금까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지금이 엔진 최대 성능의 몇 %를 뽑아 쓰고 있는지 백분율만이 표시되며 이것이 타코미터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그런다. Windows Vista부터는 작업 관리자에서 메모리 사용량을 바이트 단위가 아니라 백분율 단위로 보여주는데, 마치 그런 걸 보는 것 같다.

롤스로이스는 뒷좌석 문이 앞좌석과 같은 앞쪽으로 열리는 게 아니라 뒷쪽으로 열리는 게 특이하다. 그리고 타이어 휠의 중앙에 있는 휠캡은 바퀴와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차가 움직일 때도 데굴데굴 같이 따라 구르지 않고 그대로 있다고 한다. 차 문과 트렁크는 버튼 하나만 눌러서 전동 개폐가 되며, 뒷좌석엔 좌석별 개인 비디오 장비와 우산 거치대도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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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차, 고급차 소리를 들으려면 단순히 내장재만 호화로운 게 아니라 닥치고 승차감이 좋아야 할 것이다.
승차감에 관한 한 롤스로이스는 정말 본좌급이라고 한다. 탑승자는 엔진음을 도무지 들을 수 없으며 주행 중에도 워낙 진동이 없어서 차가 가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라니 말 다 했다.

오죽했으면 롤스로이스는 정숙성을 내세우기 위해 내부 모델명을 다 유령과 관계 있는 이름으로 정해 왔다. 그래서 고스트, 레이쓰, 팬텀 따위.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그 단어이며, 고스트와 레이쓰는 스타크래프트 테란 유닛 이름이다. 공교롭게도 둘 다 클록킹 스킬이 있는 유닛이라는 공통점도 있고 말이다. 이들 중 '팬텀'이 바로 가장 비싼 최상위 기함급 모델이다.

끝으로, 명차 고급차의 앞부분에 관례적으로 상징처럼 붙어 있는 마스코트(hood ornament)를 생각해 보자.
현대 차 중에는 제네시스에도 없고 오로지 에쿠스에만 그런 마스코트 비스무리한 액세서리가 붙어 있다.
롤스로이스는 '환희의 여신상'이라고 불리는 마스코트가 달려 있으며 내력도 굉장히 길다. 공식 명칭은 the spirit of ecs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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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이름을 보니까 역시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spirit of ecstasy는 도로가 아닌 철도에 있지 않던가!
새마을호 Looking for you를 빼 놓고서 교통수단에서의 황홀감, 엑스터시를 논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불가능이다.

정말, 새마을호에서 Looking for you 음악이 흘러나왔던 건 한글 창제 내지 예수님의 부활의 복음에 버금가는 엄청난 사건이다. 혁명, 혁신,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하필 저 음악을 골라 넣은 그 당시의 철도청 고위 간부는 그야말로 심리학, HCI, 인지과학 분야의 어마어마한 전문가였을 것이다. 그야말로 사람을 낚기 위해, 미래의 철덕 양성을 위해 치밀한 음모를 꾸미면서 Looking for you를 선곡했을 것이다. 이 현상에 대해서는 정말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된다.

철도가 나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기회가 된다면 강연, 저술을 통해 널리 알리고 싶다.
아아, 롤스로이스 얘기를 하면서도 철도가 연결됐구나.. ㅋㅋㅋㅋㅋ
아무튼, 롤스로이스를 직접 타면서 열차와의 승차감을 상호 비교해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3/12/04 08:30 2013/12/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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