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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영체제의 기반 언어

윈도우 운영체제의 기반 언어는 C이다. 유닉스만 C 기반이 아니다. ^^
물론 더 생산성이 뛰어난 MFC도 있고 닷넷 프레임워크도 있으며, 고급 기능 중엔 GDI+처럼 일부 C++ 기반으로 제공되는 API도 있다. 그러나 제일 아래를 들여다보면 역시나 C언어 냄새가 팍팍 나는 윈도우 API가 짱이다.

여기서 기반 언어라 함은, 운영체제가 자신의 기능을 어떤 언어의 바이너리 수준에 맞춰 직통으로 제공하냐와 관계가 있다.
문자열이 그 좋은 예 중 하나이다. C언어 기반인 운영체제에서는 0번 문자 문자열(null-terminated string)을 사용하는데, 파스칼이나 베이직처럼 0번 문자 문자열을 사용하지 않는 언어는 운영체제와 문자열을 주고받을 때 약간의 오버헤드를 감수해야 한다.

뭐, 0번 문자 문자열이라는 개념 자체가 C언어가 원조이지는 않은 것 같다만... 과거 도스의 API는 C 수준의 계층조차도 없어서 운영체제 API 호출은 닥치고 레지스터에 값 설정하고서 어셈블리 인터럽트를 날리는 식이었다. 함수 이름 같은 건 없고 인터럽트 번호만 존재했다.

한편, C보다 더 상위에 있는 C++은 함수 이름의 mangling(오버로딩 때문에 이게 반드시 필요함) 방식이 컴파일러마다 전혀 통일되어 있지 않아서 난리이며, 이는 C++ 클래스 라이브러리의 바이너리 배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닥치고 오로지 함수 이름만 알고 있으면 되는 C에 비해 C++은 함수 링킹이 얼마나 복잡한가? 함수 호출 한번 할 때 매개변수 개체에 대한 생성자, 소멸자, 복사 생성자 처리하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만약 밑바닥부터 C++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운영체제가 있다면, 그 방식도 응당 표준화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부류의 지저분한 언어 계층의 바이너리 표준을 통합해서 소프트웨어의 컴포넌트화를 좀 수월하게 하려고 MS가 만든 녀석이 바로 COM이며, 게임계에서 유명한 DirectX가 대표적인 COM 기반 API이다.

컴퓨터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이렇게 운영체제의 기반 언어도 당연하지만 점차 상위 단계의 언어로 올가라가는 경향이 있다.
닷넷 프레임워크의 기반 언어는 잘 알다시피 C#이다. 아예 자바 기반 운영체제도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요즘 3대 메이저 스마트폰은(윈도우 모바일, 안드로이드, 아이폰) 앱 만드는 언어가 서로 다 다르다.

덧붙이자면, 어느 운영체제의 기반 언어가 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C스러운 이념을 지닌 언어들과는 달리, 파이썬(Python)은 뭔가 독자적인 위상이 있는 인터프리터 지향 언어이고 루아(Lua)는 host 언어와의 glue를 지향하여 특히 게임 개발처럼 코드와 데이터의 경계가 모호한 분야에서 자기 살 길을 찾은 언어인 것 같다. 운영체제의 바이너리 기반 언어라기보다는 매크로 언어가 되기 좋은 언어라고나 할까?

2. Objective C

아이폰 덕분에 덩달아 각광받고 있는 맥 OS의 기반 언어는 Objective C이다(이하 옵C). 정확히 말하면 코코아 API의 기반 언어라고 한다. 클래식 매킨토시 시절부터 옵C만 써 왔다는 소리인지? 그리고 하필 그런 유별난 마이너 언어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똑같이 객체 지향 언어라지만 옵C는 C++과는 구조가 생각한 것보다 굉장히 달라서 본인은 적지 않게 놀랐다. C++이 C의 큰 틀을 그대로 계승하고서 C 문법에서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부분만 고친 후(함수를 반드시 선언한 후 쓰게 고친 것 등) OOP 개념을 추가했다면...
옵C는 C의 strict superset인지라 C스러운 부분은 그대로 C답게 놔둔 후, Smalltalk에서 영향을 받은 OOP 문법을 그대로 추가했다.

- 옵C에서 추가된 예약어들은 앞에 @가 붙는다. 이건 C/C++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는 문자이다.
- 맥 OS X의 전신 NextStep에서 유래된 NS* 명칭 (MFC로 치면 Afx* 뻘 되겠다.)
- #import는 C/C++의 #include와는 달리 중복 include 방지가 자동으로 적용된다.
- C++에서는 true/false가 예약어로까지 도입되었지만, 옵C에서는 YES/NO를 쓴다.
- 클래스 메소드(C++의 static 멤버 함수)와 인스턴스 메소드(C++의 일반 멤버 함수)를 각각 +와 -로 구분하여 표기
- null pointer를 의미하는 nil이 존재한다. C++은 0x에 가서야 nullptr이 추가되었지 싶다.
- this 대신 self. void *대신 id
- 일부 C++ 컴파일러가 비표준으로 제공하는 __super 키워드가 옵C에는 있음
- 자동으로 실행되는 생성자· 소멸자 함수 같은 건 없으며, new/delete 문법도 다름

저런 건 오히려 사소한 차이일 뿐이고, 진짜 적응이 안 되는 건.. object에 대한 멤버 함수 호출이 [ ]를 동원하여 C++과는 완전히 다른 문법과 의미라는 점이다. 처음엔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 아이폰 앱은 이런 괴랄한 언어로 개발되고 있었던 거야?” 같은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옵C는 그래도 C++보다는 훨씬 더 작고 단순하고 파싱하기 쉬운 언어이며, 컴파일 타임 위주인 C++보다는 런타임에 언어 차원에서 보장해 주는 요소가 더 많다.

C++의 클래스 멤버 함수 호출은 this 포인터만 암시적으로 추가된 일반 C 함수와 거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옵C는 OOP의 구현에 관한 한, C와의 호환성 내지 성능보다는 원칙에 더욱 충실한 듯하다. 멤버 함수는 메시징이라는 개념으로 구현하며, 잘은 모르지만 보내어진 메시지가 어떤 종류인지 런타임 때 파악이 가능할 정도로 그 체계가 유연하다고 한다.

C++로 클래스 라이브러리 DLL을 만들면 함수 프로토타입 하나만 바뀌어도 바이너리 호환성이 다 깨지는데(특히 그게 가상 함수였다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ㄲㄲ) 그에 비하면 천국인 셈. 물론 성능 오버헤드는 있다.

또한 옵C에도 자바의 generic 같은 게 있어서 어떤 자료형이든 담을 수 있는 컨테이너 정도는 구현 가능하다고 들었다. int면 int, string이면 string만 담을 수 있고, 어떤 자료형이든 담는 컨테이너를 만들려면 Variant라는 개체 자체부터 만들어야 하는 C++ 템플릿과는 물론 살짝 다른 개념이다.

옵C는 그럼 라이브러리나 컴포넌트는 어떻게 만들고 컴파일/링크, DLL 같은 건 어떤 형태로 구현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언어 스펙을 보고 본인이 내린 결론은, C++ 코드를 옵C로 포팅하기란 쉽지 않겠다는 것. 포토샵처럼 맥 세계에서 먼저 유명했던 프로그램도 처음엔 C/C++로 개발되었다고 들었는데 맥도 C/C++로 가벼운 네이티브 코드 GUI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이 없을 리가 없을 것이다.
아, 그런데 문자열보다도 더욱 중요한 함수 호출 구현한 방법이 양 언어가 워낙 너무 다르다 보니 운영체제와의 소통은 어떻게 하려나 모르겠다. (C 스타일의 callback 함수가 제일 간단하고 짱 -_-)

옵C와 XCode에 흥미가 가긴 하지만,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맥에 상륙하기란 내 힘으로는 역시 무리일 것 같다.
또한, 본인은 garbage collector가 없는 건 괜찮아도, 자동으로 실행되는 생성자와 소멸자, 연산자 오버로딩, 템플릿, namespace를 갖추지 않은 언어로는 불편해서 코딩을 못 할 것 같다. ㄲㄲㄲㄲㄲㄲㄲㄲ

참고로 Objective C++라는 언어도 있다고 한다. 흠좀무..

Posted by 사무엘

2011/03/25 09:23 2011/03/2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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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까마득한 옛날이 되어 버린 2004년은, 본인의 대학 후반기임과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웃긴 컨텐츠’들을 유난히도 자주 접한 해였다.

웃긴 컨텐츠의 원천은 크게 풀빵 닷컴 아니면 일본물로 나뉘었다. 2004년 당시 잠깐 떴다가 사그라든 박 분자 시리즈(휴지의 시, 맵핵의 추억 등), 그리고 서울 버스 개편을 비꼰 <버스 로얄> 및 <투모로우> 같은 영화 예고편 패러디였다.
그리고 일본물로는 일본 환타 CF, 그리고 일본판 가나다송, 숫자송, 인사송이 기억에 남는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이런 거 아는 분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렇게 2004년을 훈훈하게 보내고서 이듬해 초의 일이다.
유머· 엽기 게시판에서 웬 5분짜리 일본 애니메이션을 접했다. 그리고 그것이 개그 만화 일화와 본인과의 첫 인연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코트의 안에는 마물이 살고 있고 믿을 만한 동료들이 다 맛이 갔다니... 오프닝 가사부터가 무지하게 암울한 한편으로 아스트랄하고 포스가 넘치지 않는지? ^^;;

배경은 지구가 운석 충돌로 멸망하기 3시간 전. 전세계 사람들은 이제 볼장 다 봤다는 식으로 서로 똥이나 처바르면서 미쳐 돌아가고 있는데...
그 와중에 진행된 어느 TV 쇼프로에서는 우리나라로 치면 태 진아 같은 연륜을 자랑하는 엔카 가수가 발가벗고 출연하여 엔카는 지겹다고 말한다. 그것도 똥 묻은 파르페 다음으로 싫댄다. ㅜㅜㅜ

문 근영 정도 될 법한 아이돌 가수는 양아치 같은 차림으로 담배를 뻑뻑 피워대고, 아까 엔카 가수는 딸내미뻘 되는 그 아이돌에게 껄떡대다가 담배빵을 당한다. 그런데 그러면서 미소!! ㅎㄷㄷㄷ;; 갑자기 등장하는 '쿵~따 쿵쿵따' BGM도 은근히 중독성 있었다.

복화술사는 복화술이 너무 어렵다고 하면서 “내 친구는 그저 땡그랑~뿐입니다요”라고 실토한다. 본격 인간성 파탄. 파트너인 인형을 줘 팬다.
그런데 마지막 게스트인 마술사는 자신이 사실 초능력자라고 커밍아웃한 후 운석의 궤도를 바꿔서 지구를 구해 낸다.

복화술사 정도라면 모를까, 앞서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엔카와 아이돌 가수 둘은 연예인 생명은 이미 완전히 파토 났으니, 아마 성형 수술하고 개명 후 이민 가서 잠적해야 할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그 이름도 유명한 1기 4화 <종말편>을 통해 개그 만화 일화에 입문했다.
처음 봤을 땐 본인도 남들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역시 일본 아니랄까봐. 뭐 이런 또라이 같은 만화가 다 있어? ㄲㄲㄲㄲㄲㄲ” 하면서 혀를 끌끌 차면서 봤다.

그런데 중독성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욕을 하면서도 자꾸 또 보게 됐다. 그러면서 빠져들었다. ㅠ.ㅠ
게다가 일본물과 각종 만화에 조예가 깊던 병특 회사 모 동료의 영향으로 본인은 <씰>, <서유기> 등 여타 작품까지 섭렵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혹자의 코멘트에 따르면, 드디어 사무엘 님도 알량한 웃음을 대가로 자기 영혼을 팔아서 타락시키기 시작했다고라...;;;;

본인은 일본 애니와는 담을 쌓고 사는데 예외적으로 이거 하나만은 찾아서 보게 됐다.
처음엔 엔카가 뭔지도 몰랐는데 지금은 ‘핑크빛 카파(괴한)’이 뭔지도 알 정도로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갔다. ^^;;; 본인이 일본어를 할 줄 안다면 대사를 다 외웠을 텐데 말이다. ㄷㄷ;;

최소한 2006~7년부터 거의 3년이 넘게 본인의 MSN 대화명은 개그 만화 일화 대사였다.
- 팔릴까보냐!
- 닥치세요. 이것이 저의 완전체입니다
- 번뇌 이놈, 죽어라!
- 한겨울에도 축시
- 똥 묻은 파르페 다음으로 싫어

엽기적인 거 하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어서 저런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종말>, <안 오잖아, 가정교사!>, <히라다의 세계>, <서유기> 같은 것들.

2008년 상반기에는 개그 만화 일화 3기가 본인의 병특 말년 생활을 더욱 즐겁게 해 줬다. 매주 저거 올라오는 거 기다리는(자막도) 재미가 참 쏠쏠했다.

병특이 끝난 뒤 다른 직장에서 본인은 플래시 메모리를 분실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다른 동료 직원이 습득했다. 그런데 그 플래시 메모리 안에는 개그 만화 일화 동영상 자막 파일이 들어있었다...;;
그걸 보고서 그 동료가 “이거 주인은 일본 애니 덕후인가 보군.. 그런데 나도 이거 좋아하는데?”라고 말했고, 이걸 계기로 본인과 그분은 서로 개그 코드가 통하는 친한 사이가 됐다. ㅋㅋㅋㅋㅋ

이렇듯, 개그 만화 일화는 본인의 인생에서 최소한 두 명의 사람과 인연을 이어 줬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이런 만화 얘기를 꺼내면 정상인 취급을 못 받는다나? ㄲㄲㄲㄲㄲ

놀랍게도, 개그 만화 일화 에피소드로 영어 연극을 하고 싶으니 대사를 영어로 좀 번역해 달라는 요청을 본인은 인터넷으로 본 적이 있다. “베게의 속에는 참치로 가득 -> Inside the pillow is full of tuna” ㅋㅋㅋㅋ 유튜브에는 한때 실제로 영문 자막이 삽입된 개그 만화 일화 동영상이 나돌기도 했는데, 저작권 문제 때문에 요즘은 다들 삭제된 모양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개그 만화 일화는 성우 지망생들의 더빙 연습용으로도 자주 쓰일 정도로 이 바닥 종사자에게는 친숙하다. ^^

1기(시즌 1)의 오프닝 주제가 가사 중 일부가 ‘배구에 걸었던 청춘’인지 ‘발레에 걸었던 청춘’인지가 번역자에 따라 해석이 차이가 있었는데, 이 영어 자막을 보고 정확한 해석이 뭔지 알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물이 살고 있는 코트도 coat가 아니라 court이다. 맛이 갔다는 표현의 원어 표현은 '눈이 죽었다'(eyes are lifeless)임. =_=;;

개그 만화 일화는 원래 만화책으로 나온 스토리를 애니메이션화한 것이다. 만화책은 2008년 말에 드디어 우리나라에 정식 번역 출간되었고, 듣기로는 애니메이션도 정식으로 더빙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개그 만화 일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개그 만화 일화는 김 성모, 삼류만화 패밀리 등 본인으로 하여금 더욱 매니악한 서브컬처 유머 문화에 입문하게 하는 관문 역할을 했다. 여러분도 정신 건강을 웃음을 통해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싶다면, 5분을 투자해서 개그 만화 일화 1기 , 종말, 서유기 편부터 차례대로 섭렵해 보는 게 어떨까? ^^;;

http://blog.naver.com/lhj3496/110031250383 (1기 주제가만으로 만화를 만들었다. <코트 안에는 마물이 살고 있어> ㅋㅋ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1/03/23 08:12 2011/03/2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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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 이 글에는 비위에 거슬리는 내용이 있으므로 주의하기 바란다.

사람이 죽은 지

2-3일 경과: 복부가 얼룩덜룩해지고, 체내 가스 때문에 부풀기 시작한다.
3-4일 경과: 얼룩이 온몸으로 퍼지고 정맥의 색이 더욱 더러워진다. 혈액은 부패가 굉장히 빠른 물질이며, 사실 시체 부패의 핵심 촉매제나 다름없다. 성경에 따르면, 그리고 상식적으로도 이미 심한 악취가 나기 시작한다.
5-6일 경과: 몸이 계속 부풀고(몸 내부를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만들어 낸 가스 때문), 피부는 우둘투둘 물집투성이가 된다.
2주 경과: 복부의 팽창이 최고조에 달함.
3주 경과: 몸 조직이 유들유들해진다. 장기라든가 신체의 구멍 부위(눈, 귀, 콧구멍 등)는 모조리 망가지고 형체를 잃는다(without form!). 손발톱도 떨어져 나간다.
4주 경과: 부드러운 조직은 다 녹아서 액체처럼 된다. 시체의 신원을 도저히 파악할 수 없게 된다.

http://en.wikipedia.org/wiki/Putrefaction 참고

사람이 죽고 나면 신체는 곧 자가분해(autolysis)가 시작된다. 장의사가 시신을 염습할 때 고인의 눈, 귀, 콧구멍 따위를 막는 이유는, 이로 인해 생긴 지저분한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그 후 신체는 모든 부패 과정이 그렇듯이 가스 때문에 부풀어오르고, 이내 시커멓게 썩어 간다. 뇌, 허파 같은 장기가 가장 빠르게 분해되며 액체로 줄줄 녹아 내리는 수준이라고 한다. 근육은 박테리아가 먹어 치운다. 결국 그나마 가장 오랫동안 남아서 버티는 것은 뼈뿐이다.

시체가 썩는 모습을 직접 볼 일은 잘 없지만 본인은 그래도 시커먼 얼룩이 진 모습은 미라 사진을 본 것도 있고 해서 대충 상상이 된다. 하지만 부풀어오른 모습까지는 그다지.. =_=
자,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성경이 삶과 죽음에 대해서 말하는 구절들을 복습해 보자.

...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 (창 3:19)
그러므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들어왔나니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임하였느니라. (롬 5:12)
화 있을진저, 너희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 위선자들이여! 이는 너희가 마치 회칠한 돌무덤 같기 때문이니 그 겉은 참으로 아름답게 보이나 그 속은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부정한 것으로 가득하도다. (마 23:27)
예수님께서 그녀에게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누구든지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결코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하니 (요 11:25-26)
예수님께서 이르시되, 돌을 옮겨 놓으라, 하시매 그 죽은 자의 누이 마르다가 그분께 이르되, 주여, 그가 죽은 지 나흘이 되었으므로 지금은 냄새가 나나이다, 하니 (요 11:39)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고 큰 소리로, 나사로야, 나오라, 외치시니 죽은 자가 수의로 손발이 묶인 채 나오는데 그 얼굴은 수건으로 싸였더라.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그를 풀어 주어 다니게 하라, 하시니라. (요 11:43-44)
에스겔서 37:1-10 메마른 뼈들이 소생하는 장면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이르시되, 너 어리석은 자여, 이 밤에 네 혼을 요구하리니 그러면 네가 예비한 것들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눅 12:20)
너는 내일을 자랑하지 말라. 이는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네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잠 27:1)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수증기니라. (약 4:14)


이 세상에서 아무리 돈, 권력을 한데 거머쥐고 안하무인으로 떵떵거리고 살았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노화와 죽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김 일성도 죽었고, 성인 군자들도 다 죽었으며 자칭 하나님이라고 떠들던 이단 교주들도 어김없이 죽었다.

그래서 그들은 죽은 뒤에도 추한 모습을 안 보이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하지만 하나님이 정하신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인위로 시체를 방부 처리하여 원형 보존하는 것은, 오늘날의 과학 기술로도 대단히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에 속한다.

미라 하면 이집트가 유명하고 영화로도 더욱 유명세를 탔다. 성경에서 죽은 후 미라화됐다고(embalm) 기록된 인물도 창세기 말미의 야곱과 요셉 이렇게 딱 둘이라는 게 흥미롭다. 하지만 그래 봤자 지금은 잘 알다시피 완전 말라 비틀어지고 쪼글쪼글한 징그러운 형상밖에 안 남아 있다.

지금 지구상에서 냉동 창고에 안 들어가고 나름 상온에서 그렇게 상당히 원형에 근접하게 미라로 보존되어 있는 시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극소수이며 다 김 일성, 스탈린 같은 공산주의 독재 정치가들뿐이다. -_-;;

알려진 김 일성의 사체보존 방법은 ▲사체를 발삼향의 액체가 담긴 수조에 넣고, 그 향액을 삼투압을 이용하여 피부로 삼투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뇌와 안구, 내장 등은 빼내고 젤 상태의 발삼액을 사체 내에 채워 넣은 다음 ▲생체의 수분량과 같은 약 80%의 발삼향액을 사체에 넣고, 피부가 건조되도록 몇 시간 공기에 노출시키고 ▲발삼향액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노출부분을 미라처럼 가죽 포대로 감는작업을 하고 ▲얼굴에 화장을 하고, 새 옷을 입히면 보존처리가 완성된다.
사후 보존에도 매우 신경을 써야하는데 주 2회 관(棺)에서 꺼내 방부제를 얼굴과 손 등의 노출부위에 발라주어야 하며 2~3년에 한번은 발삼향액 수조에 한 달 가량 담궈두어야 시신을 보존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시체 보존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막대한 액수다.
1995년 7월 7일 러시아의 모스크바 뉴스는 “러시아인 기술자 7인에 의하여 (김 일성의)사체보존작업이 완료됐다”며 “100만 달러가 소요되었지만 이후에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보도했다.
또한 1996년 7월 북한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골카당 대표단은 조선 로동당 간부로부터 “김 일성의 사체관리를 위해 연간 80만 달러가 든다”는 설명을 듣기도 했다.


시체를 보존하는 방법으로는 방부제를 사용하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김 성모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 ㄲㄲㄲㄲㄲ
도대체 저 미친 인간말종 또라이는 죽어서까지도 산 사람들을 어쩜 이리도 피곤하게 하고 폐 끼치는지 모르겠다. ㅡ.ㅡ;;
저런 돈지랄 할 여력으로 쌀을 사 먹였으면 북한 주민들을 안 굶기고 얼마나 많이 살렸겠는가? (황 장엽 씨의 증언)

유리관 속에 썩지도 않게 고이 모셔져 있는 장군님의 시신 vs 아사 내지 익사하여 아무렇게 나뒹굴고 있는 북한 주민 시신.. (혐짤주의)

more..


그와는 반대로 본인은 예수님을 통해, 저런 헛짓 따위 전혀 안 하고도 이 죽음을 간단하게 극복했다는 사실이 더욱 뿌듯하고 고맙고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독자 여러분은 죽은 뒤에 어떻게 될지 대비가 되어 있으신지?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요 14:6)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시요, 죽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라. (빌 1:21)
그리하여 이 썩을 것이 썩지 아니함을 입고 이 죽을 것이 죽지 아니함을 입을 때에는 기록된바, 주께서 승리로 사망을 삼키시리라, 하신 말씀이 성취되리라.
오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오 무덤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고전 15:54,55. 사실 50-57 전체.. ㅜㅜ)

아멘.

Posted by 사무엘

2011/03/21 08:17 2011/03/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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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프로그래머라면 이미 다 아시겠지만, 비스타에서부터 task dialog라는 아주 참신한 UI 기능이 추가되었다.
구닥다리 MessageBox를 쓰자니 뭐가 많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해서 겨우 에러 메시지 하나 찍자고 별도의 대화상자를 또 만들자니 너무 번거로운데
task dialog는 가히 사막에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의 그림은 바로 task dialog의 뼈대. (출처: MSDN)

이제 당장 운영체제부터가 상당수의 UI를 task dialog으로 구현하고 있고,
메모장부터 워드패드까지 모든 기본 프로그램들의 “문서를 저장하시겠습니까?” 대화상자도 죄다 task dialog로 바뀌었다.
덕분에 Yes / No 일색이던 버튼이 Save / Don't save로 바뀐 걸 알 수 있다. task dialog는 각 버튼들에 들어가는 텍스트를 사용자가 자유롭게 지정 가능하기 때문이다.

Y/N이라고만 하면 이게 무슨 질문에 대한 “예/아니요”인지, 응답에 대한 결과를 사용자가 한 단계 더 추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대놓고 “저장함/저장 안 함”이라고 표시를 해 주면, 이 선택으로 인해 야기되는 결과를 사용자가 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MS는 저런 UI 용어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검토를 해 온 것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또 개인적으로 본인은 task dialog가 유용하다고 가장 먼저 느낀 면모가 뭐냐 하면,

“다음부터 이 확인 질문 안 하기” 부류의 체크 상자를 간단하게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과거의 MessageBox에서 진짜로 2% 부족한 면모였다.
그래픽 모드나 해상도를 바꾼 뒤에 타이머를 걸어서 “화면이 잘 나타나 보입니까? n초 이내에 응답이 없으면 원래 모드로 되돌립니다”를 구현하는 것도 이 task dialog로는 드디어 가능하다. 예전에는 그런 걸 구현하려면 전용 대화상자를 따로 만들어야 했다.

task dialog에는 인터넷 URL 링크를 넣을 수 있고, 라디오 버튼을 넣어서 사용자의 간단한 선택을 받을 수도 있다. 제목-본문 형태로 텍스트를 깔끔하게 배치할 수 있다는 것도 아주 좋은 점이다.
물론, 워낙 기능이 많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다소 까다롭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이를 간소화하기 위해, 비주얼 C++ 2008의 확장팩 내지 2010부터는 MFC에도 CTaskDialog라는 클래스가 추가되었다. 자료구조 관리는 이 클래스가 다 알아서 해 주기 때문에 사용자는 코드 한 줄로 간단하게 원하는 버튼, 원하는 컴포넌트들을 대화상자에다 추가할 수 있다.

그런데 task dialog로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히 메시지를 찍고 사용자로부터 간단한 피드백을 받는 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progress bar를 넣는 기능이 있고 bar의 상태를 일정 주기로 업데이트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진행 상황 표시 대화상자도 간단하게 구현 가능하다.

본인은 task dialog를 제어하는 코드와 스레드 작업 관련 코드를 한데 합쳐서 별도의 클래스를 만들어 이를 개인적으로 매우 즐겨 사용한다. task dialog를 사용하는 형태는 딱 정해져 있으니까 별로 customize를 하지 않고, 작업 상황 표시와 작업 스레드의 customization이 이 클래스의 존재 목표가 되는 셈이다.

task dialog 콜백과 스레드 콜백 함수는 내부의 private static 함수로 숨겨 놓는다. 스레드 콜백 함수는 this 포인터에 대해서 아래의 순수 가상 함수를 호출한다.

virtual UINT Work() = 0; //오버라이드 할 것
volatile int m_nCurPos, m_nPosMax; //현재/전체 진행 상황
volatile bool m_bCancel;

그리고 task dialog 콜백은 당연히.. 주기적으로 m_nCurPos 값을 체크하여 progress bar를 업데이트한다.
사용자가 도중에 취소 버튼을 눌러 버렸다면, m_bCancel 플래그가 설정된다. 작업 스레드는 이 값을 수시로 체크해서 사용자가 중단을 요청했다면 신속히 작업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일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작업에 대해서는 게이지가 marquee 형태로 뱅글뱅글 돌기만 하게 만들 수도 있다. 윈도우 부팅할 때처럼 말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task dialog는 진행 상황 표시만 전문으로 하는 녀석이 아니다 보니, progress bar를 두 개 표시해 주는 기능은 없다는 점이다.
설치 프로그램이라든가 압축/FTP 유틸리티처럼 파일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현재 처리하고 있는 파일의 진행률과 그리고 전체 작업의 진행률을 한데 표시하고 있으며, 이건 매우 흔한 관행이다. 이건 여전히 내가 직접 대화상자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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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드디어 윈도우 7도 SP1이 정식 출시된 지 한 달쯤 됐다.
콘솔에서 세벌식으로 한글 입력할 때 한글+기호 입력이 제대로 안 되던 버그도 고쳐졌으려나? (난 7 안 써서 잘 모르겠다) 했는데
어느 지인의 얘기에 따르면 여전하다고 하네... -_- 어쩌라고.

Posted by 사무엘

2011/03/17 08:32 2011/03/1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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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부터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갑자기 우측 보행을 밀어붙이고 나섰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서울· 수도권 사람들은 당장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의 방향부터가 뒤바뀌어 그 변화를 오래 전부터 느꼈을 것이다.
수십 년간 유치원에서부터 귀가 따갑게 배워 온 “보행자 좌측, (차량 우측)”을 나라에서 왜 정면으로 부정하게 되었을까? 난 딱히 국가의 정책에 대해서 찬성이나 반대를 할 생각은 없고, 그냥 이와 관련된 교통 칼럼이나 좀 끄적여 보련다. ㄲㄲㄲ

동력 엔진이 발명되기 전에 마차를 몰 때부터, 인간은 도로를 다니는 교통수단의 통행 방향을 어느 쪽으로든 일관성 있게 통일해야 할 필요를 느껴 왔다. 여기에서 좌측이 선택되느냐 우측이 선택되느냐는, 딱히 절대적인 우열보다는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든가 심지어 동서양의 문화와 세계관의 차이가 반영된 걸지도 모르겠다.

독자 여러분은 어느 방향이 더 직관적이고 자연스럽게 느껴지시는가?
뭐, 그것 말고도 마차 시절에 오른손으로 채찍을 잡은 마부가 채찍을 휘두르기 좋은 구도에 있는 방향이 채택되었다는 식의 루머도 전해지긴 한다.

영어와 국제 표준시와 영어 성경을 퍼뜨린 대영제국은 좌측 통행을 전세계에 퍼뜨렸다. 그러나 영국에서 독립해 나간 미국은 우측 통행을 시행했다. 그냥 반발 심리였나? ㅋㅋ
오늘날 자동차가 좌측 통행을 하는 나라는 영국, 일본, 오세아니아 주 전체(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인도, 태국 일대, 남아프리카 공화국 일대 같은 몇몇 나라밖에 없다. 딱 봐도 이들은 영국의 식민지 출신이거나 영국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여 근대화한 나라(일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이 철도를 세계 최초로 만든 나라인 만큼, 자동차가 우측이어도 철도는 좌측인 나라도 여럿 있다. 우리나라(남북한 모두)부터가 그 예이며, 중국, 프랑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이런 나라들이 지하철은 또 우측으로 건설해서 서로 꼬이는 경우가 좀 있음.

정리하자면,
산업 혁명 시절에 루저-_-;; 국력이 그리 강하지 못해서 철도를 자기보다 더 강한 나라의 영향으로 받아들이고 나중에 자동차는 또 미국 컨벤션대로 뒤죽박죽으로 받아들인 나라들이 대체로 철도 좌, 자동차 우가 된다... 이것도 우리나라가 딱 그 케이스이다.
그런 거 없이 좀 더 풍요로운 나라는 철도와 자동차가 모두 우측이고, (독일,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
영국 텃새가 강한 일부 나라는 철도와 자동차가 모두 좌측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영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태국 등)
하지만 철도가 우측, 자동차가 좌측인 흠좀무스러운 나라는 내가 아는 한 없다.

마치 왼손잡이가 드문 것만큼이나 오늘날 자동차가 좌측 통행을 하는 나라는 매우 드물다. 한국 기준으로 조수석에 운전대가 달린 자동차라... 본인부터도 상상이 잘 안 되며, 굉장히 헷갈릴 것 같다.;;; 설마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 페달 위치도 mirror되어 있으려나??

그런데 문제는 그 좌측 통행인 원조가 다른 나라가 아니라 영국이며, 그 드문 나라 축에 드는 일본도 세계를 호령하는 선진국· 경제 대국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무시를 할 수 없다. -_-;;
자동차를 수출하는 다국적 기업은 동일한 차 모델이라도 왼쪽 운전대와 오른쪽 운전대 configuration을 다 고려해야 한다. 이거 따로 만드는 원가를 줄이려고, 중앙의 조작대(에어컨, 카오디오 등이 있는 부분)를 아예 좌우 대칭으로 만들기도 한다. 소프트웨어의 로컬라이징으로 치면 아랍권의 R2L 텍스트를 고려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우리나라는 정책적으로 우측 통행을 밀어붙이기 전부터도 군대는 전통적으로 우측 통행을 한 걸로 기억한다. 본인의 훈련소 시절, 행군할 때도 마주 오는 소대가 있으면 서로 우측으로 비껴서 교행했다. 그리고 무슨 조선시대 전통 행사도 다 우측 통행을 했다고 하네?
그러던 게 좌측 통행이라는 게 한반도에 등장한 건 일제 때. 영국의 영향을 받은 일본의 영향인 셈이다.
일제 강점기가 장기화되어 일제 치하에서 자동차가 대중화했다면, 우리나라는 도로까지도 좌측 통행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는 우측이 대세라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거기에다 자동차를 마주 보고 걸을 수 있고 횡단보도에서도 더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통행 방향은 자동차와 같은 방향인 우측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사실, 좌측 통행 시절에도 횡단보도는 예외적으로 우측 통행이 인정되었다. 그 이유는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러던 우리나라는 서울 지하철 2호선을 만들면서 느닷없이 철도까지도 우측으로 건설했다. 전해지는 문헌에 따르면,

1. 자동차 도로 중앙에 철교가 놓이게 되는데, 전동차의 진행 방향과 자동차의 진행 방향 사이의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2. 어차피 서울 지하철은 기존 국철과 직통 운행을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진행 방향을 바꿔도 별 문제 없을 것임

이런 요인이 감안된 거라고 한다. 그러나 2는 단견이었음이 훗날 드러났다. 이로 인해 서울 지하철 4호선과 과천선을 직결하느라 열차 통행 방향을 바꾸는 X자형 꽈배기굴이 등장하게 되었고, 이것은 철도 동호인들에게 선견지명 없는 철도 정책의 부산물이라는 까임거리를 제공하게 됐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철도는 조향이라는 게 아예 존재하지 않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좌측으로 달리든 우측으로 달리든 기관사에게 헷갈릴 건 없다. 가령, 열차의 통행 방향이 다른 나라로 어떤 고속철이나 전동차가 수출된다고 하더라도, 조종간의 배치가 리모델링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11/03/13 08:41 2011/03/1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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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기계 이야기

1. 총이 발명되면서 활은 전투 병기에서 완전히 은퇴하고, 레저 내지 스포츠용으로나 전락했다. 그런데 활이 총에 비해 독보적으로 갖는 장점은 바로 조용하다는 것.
이런 이유로 인해, 현대전에서도 일부 아주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저격수는 활까지는 아니어도 석궁을 써서 요인을 암살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물론, 어지간하면 저격용 소총에다 소음기를 달겠지만, 더 조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말이다.

2. 증기 기관차는 동력원이 있으면서(마차나 글라이더나 돛단배와는 달리) 전기 에너지를 전혀 쓰지 않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디젤 전기 기관차는 말할 것도 없고, 기름을 이용하는 내연 기관도 시동 걸 때는 배터리로부터 전기 플러그의 점화가 필요하지만, 증기 기관차는 진짜로 전기 안 쓴다. (그래서 EMP 공격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_-)

3. 오늘날까지도 구닥다리 모래시계를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사우나.. -_-;;
기온이 90~100도에 달하고 물로 축축하기까지 한 곳에서 시간 측정용으로 이것보다 더 좋은 물건은 없기 때문이다. ^^;;
그러고 보니 전자 기기가 무용지물인 곳에서는 쿼츠 시계가 아닌 태엽 시계를 다시 꺼내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4. 전기를 전혀 쓰지 않으면서 흔들림이 심한 곳에서 일관된 자형의 글씨를 쉽게 찍을 수 있는 기계는 역시 기계식 타자기밖에 없다.
하지만, “여행 중이거나 오랫동안 주거지를 떠나 있을 때든지, 기차나 배, 자동차, 전철 등 흔들리는 장소에서도 언제 어디서든 글을 찍어서 소식을 전하거나 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는 오늘날 현실적으로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대체하게 된 게 사실이다. ^^;;

5. 자전거는 동력원이 없고 가축의 힘을 쓰지도 않는 교통수단 중에서는 속도가 가장 빠르고 에너지 효율도 매우 좋다. 자전거와 타자기는 분야별로 차지하는 위상이 서로 비슷하면서 인류가 만든 대단히 훌륭한 발명품임이 틀림없다.

6. 우리나라에서도 '지멘스 옥타브'를 전파하면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8200호대 전기 기관차는 내부에 인텔 80386 CPU가 들어있다고 한다. 그나마 원래 스펙상으론 80286이 들어있었는데 한국 측의 요구로 로컬라이즈 과정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CPU가 들어갔다고. 개인용 PC에서는 10년도 더 전에 도태한 놈이지만, 이런 구닥다리들이 임베디드 환경에서는 꽤 오래 살아 있어 왔다. ATM 기기나 키오스크 같은 데서는 아직까지 윈도우 2000/NT, 심지어 윈도우 3.x 머신까지 살아 있기도 하니 말이다.

7. 80286이면 그나마 양반이다. 지금 이미 명왕성의 궤도도 넘어서 태양계의 끝에 도달했다고 알려져 있는 파이어니어 내지 보이저 탐사선은 무려 1970년대 말,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갓 발명되었던 시절에 발사되었으며, 여기에는 겨우 1.6MHz 램 4KB의 8비트짜리 컴퓨터가 장착되어 있었다. 2006년에 발사된 New Horizon 호에 장착된 컴퓨터와는 가히 넘사벽의 차이일 것이다.

그래도 저 옛날 컴퓨터도 지구로부터 받은 지령을 수행하고 우주에서 사진을 찍어 지구로 보내는 등 할일은 다 해 냈다. ^^;; 특히 보이저 호는 지금까지도 지구와 교신을 주고받으면서 살아 있는데, 이런 옛날 탐사선을 제어하는 것이야말로, 겨우 Y2K 문제 해결용 코볼 프로그래밍과는 비교가 안 되는 하드코어 legacy 프로그래밍의 진수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인간이 다루는 컴퓨터의 똑똑한 성능은 상당수가 그냥 현란한 비주얼 이펙트를 보이는 데나 쓰이고 있으며-_-, 임베디드 환경에 들어가는 컴퓨터는 닥치고 전력 소모 적고 발열 적고 우주선과 방사능에 강하고 튼튼한 놈이 짱이니까...;; 그런 곳에서는 성능보다는 신뢰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듣자하니 목성 근처에서는 컴퓨터들을 죄다 짜부러뜨릴 강력한 방사선이 나오고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 근처를 처음으로 탐사한 파이어니어 10호가 튼튼하게 잘 버텼다고 한다.
일반 양민은 목성에 착륙 시도를 했다간, 뜨겁지만 않을 뿐이지 마치 지옥의 행성 금성에 착륙하는 것만큼이나 고압 유독가스 폭풍과 방사선으로 인해, 도착도 하기 전에 끔살..;;

물론, 태양과 지극히 먼 춥고 캄캄한 우주를 외로이 날아가는 탐사선이 이렇게까지 오래 장수할 수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태양이 아닌 근원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얻는 방법을 개발해 냈기 때문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원자력. 이렇게 생각하니까 대단하지 않은가? 탐사선 역시 방사선 원소를 이용한 소형 발전기로부터 수십년 간 전력을 공급받고 있으며, New Horizon 호는 본격 활동을 시작하는 명왕성 근처까지 갈 때까지는 아예 최대 절전(하이버네이션) 모드로 더욱 에너지를 아끼면서 가고 있다.

8. 컴퓨터는 음식이나 악기나 심지어 자동차와도 달리, 수제· 명품 같은 소위 '장인정신' 근성이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다. 그런 근성이 존재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존재할 수가 없다. 반도체· 집적 회로라는 게 애초에 사람 손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넘사벽급 기계니까.
(세상에 사람 손만으로는 어설프게나마도 절대로 전혀 만들 수 없는 물건은 흔치 않다. 건물만 해도 결국 사람 손으로 만드는 것인데!)

- 장인의 손맛이 살아 있는 독일제 저전력 CPU
- 3대째 그래픽 카드만 만드는 명문 가문..

이런 게 있을 리가..;; 컴퓨터 분야에는 롤스로이스, 포르쉐, 벤츠 같은 성격의 브랜드도 없다. 닥치고 인텔, AMD, nVIDIA 같은 메이커만 존재할 뿐이다. ^^;; 단순히 역사가 짧아서 그런 전통이 없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사실, 외국의 자동차 명문 브랜드는 해당 회사의 창업자 이름을 딴 게 많다. 심지어 비행기를 만드는 보잉 사도 창업자 이름을 딴 사명이니까...
하지만 컴퓨터계에서는 그런 넘사벽급 엔지니어의 이름은 간판에서는 찾을 수 없고 오히려 무어의 법칙, 황의 법칙 같은 괴랄한 법칙-_- 이름에서나 간간히 등장하는 듯하다.

컴퓨터는 인간이 수천 년간 축적한 물리, 화학, 수학 지식의 결정체요 총아이다. 정말 대단한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비단 기술뿐만이 아니라 사회· 정치적으로도 충분한 배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결코 발명될 수 없었다(전쟁 같은).

그런데 전기가 맛이 갔거나 컴퓨터가 돌아갈 수 없는 곳에서는 증기 기관차, 모래 시계와 더불어 “수판”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있으려나 모르겠다. ^^;;
숫자는 자연어 문자와는 달리 엔트로피가 편중됨이 없이 균일한 문자이다 보니, 빠르고 정확하게 치기가 은근히 힘들다. TV 생활의 달인 편에도 잘 나오다시피, 능숙한 수판의 달인은 일반인이 계산기 키를 다 두드리기도 전에 어지간한 사칙연산은 말끔히 해치워 버린다.

Posted by 사무엘

2011/03/11 08:49 2011/03/1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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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승강장 형태의 종류

복선으로 건설되는 지하철 승강장은, 기본적으로 상대식 아니면 섬식이라는 두 형태는 일단 먹고 시작한다.
우측통행 기준으로 오른쪽 문이 열리는 역은 상대식이요, 왼쪽 문이 열리고 반대 방향 열차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역은 섬식이다.

지하철 건설자의 관점에서는 상대식이 제일 베이직하고 무난하다. 건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상대식 승강장 역이 수도 제일 많다. 1980년대에 우리나라의 지하철 역들(서울 1· 2호선, 부산 1호선) 트렌드는 지하 1층에 대합실 겸 게이트(반대편 승강장 횡단 불가), 지하 2층에 상대식 승강장이었다. 지하철이 아직 그렇게 깊지도 않던 시절이니까.
상대식은 선로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밖에 승강장만 만들면 된다는 특성상, 전철 개통 후에 기존 선로상에 추가로 생기는 역들은 당연히 상대식이 된다. (1호선 동묘앞, 2호선 용두, 분당선 이매, 4호선 수리산 등)

그 반면 섬식 승강장은 다음과 같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 주박역: 승강장 앞뒤의 여분 공간에다 주박 열차를 세워 두기 위해서이다. 상대식 승강장 일색인 구간에 가끔씩 가뭄에 콩 나듯이 존재하는 섬식 승강장의 목적은 대체로 이것 때문이다. 1호선 서울역, 2호선 삼성과 홍대입구, 5호선 화곡, 7호선 보라매 등.

- 지상의 도로가 좁을 때: 3· 4호선의 경우 좁은 종축을 따라 건설되었기 때문에 횡축 대로를 지나는 1· 2호선에 비해서 시내에 섬식 승강장 구간이 많다. 아무래도 섬식이 승강장을 하나만 만들면 되니까 공간 효율이 상대식보다는 더 좋을 것이다. 3호선 종로3가 역은 굉장히 좁은 섬식 승강장인데, 지상의 도로를 살펴보면 왜 이렇게 건설되었는지 수긍이 갈 것이다.

- 애초에 선로가 단선 쌍굴일 때: 심도가 매우 높거나 기존 건축물 아래로 지나는 지하철은, 지표면에서부터 땅을 파헤치는 개착식이 아니라 터널식으로 건설되며, 이때 비용이나 지형상의 이유로 인해 복선 터널 하나가 아니라 단선 터널 둘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특히 하저 터널). 두 터널이 간격이 좀 있으면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섬식 승강장을 만들 수 있다. 5호선 서울 시내 구간은 이런 이유로 인해, 지상의 도로 폭도 넓고 주박역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섬식 승강장으로 만들어진 역이 많다. 대구 지하철 2호선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덧붙여, 드물지만 선로가 둘이 아니라 세 개 있는 역이 있는데, 그 형태는 1상대 1섬식(폼||폼|), 아니면 2폼 3선식(|폼|폼|)으로 나뉜다. 철도에서 잉여 선로의 용도는 뻔하다. 추월· 대피가 아니면 열차 주박· 입출고용인데, 서울 지하철은 일반적으로 급행 운행을 하지 않으므로 그 용도는 후자밖에 남지 않는다.

1상대 1섬식은 3호선 수서, 5호선 강동, 6호선 새절, 7호선 광명사거리에만 존재하는 레어템이다. 강동은 상일동-마천 분기역이다 보니, 양방향에서 오는 열차를 수월하게 처리하기 위해 예외적인 이유로 1상대 1섬식으로 건설되었다. 나머지 역들은 위치부터가 해당 노선의 차량 기지와 아주 가까우며 보조 선로는 차량 기지 입출고선 역할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새절 역은 6호선의 선형이 응암 순환 형태로 결정되면서 보조 선로가 완전히 잉여로 전락한 케이스. 지금은 이따금씩 주박 열차를 세워 두는 역할만 하는 듯하다. 노량진 역에 존재하는 잉여 선로를 보는 느낌이다.

분당선 오리 역은 지하에 드물게 무려 쌍섬식 승강장(선로가 4가닥!)으로 만들어진 역으로, 이런 형태는 본격적인 완급 결합 운행을 염두에 둔 서울 지하철 9호선이 개통하기 전까지는 전국에서 유일했다.
이 역도 보조 선로의 역할은 동일하다. 그러나 이제 오리 역은 시종착역 지위를 보정과 죽전에다 내어 줬기 때문에, 이 선로들은 차라리 추월· 대피용으로 써야 할 것이다. 1상대 1섬식도 아닌 무려 쌍섬식으로 넉넉하게 만들었는데 말이다.

끝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2폼 3선 승강장이다. 이런 형태의 승강장은 서울 2기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었는데, 단순히 주박뿐만이 아니라 중간 종착 내지 회차가 매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슨 말인지 다시 풀어서 설명하겠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상행의 경우, 청량리까지만 갔다가 하행으로 빠지는 열차가 있는가 하면 의정부, 소요산 방면으로 더 가는 열차도 있다. 그러면 청량리 종착 열차는 1, 2, 3 세 선로 중 센터인 2번 선로로 진입해서 왼쪽 문을 열어서 승객을 내려 준 뒤, 그 문을 닫고 오른쪽 문을 열어서 오른쪽 플랫폼으로부터 하행 승객을 받는다. 열차는 그대로 있는 채로 말이다... 그리고 출발하면 된다.
인상 선로로 들어갔다가 상행과 하행 차선을 바꿔서 다시 들어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더 멀리까지 가는 열차는 양 끝의 승강장을 이용하여 계속 진행하면 될 것이고.

2폼 3선식은 늦게 등장한 방식인지라 5호선 방화· 상일동, 6호선 상월곡· 봉화산, 7호선 온수· 청담· 수락산에만 존재한다. 하지만 이게 시종착 열차를 취급하는 데 아주 좋은 구조라는 게 입증되면서 지방 지하철들도 시종착역에 앞다퉈 이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3/05 18:55 2011/03/0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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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철도 2차 개통

※ 공항 철도, 드디어 완전체가 드러나다

지난해 12월 말에 잘 알다시피 경춘선 복선 전철이 개통하고, 그로부터 1주일 남짓 뒤엔 공항 철도가 서울 강북의 2차 구간이 마저 개통함으로써 전구간이 개통했다. 1차 구간인 김포-인천 공항 사이가 개통한 지 거의 3년 반 만의 일이다.
이로써 공항 철도는 반쪽짜리 공기 수송이라는 오명을 씻고, 서울 도심에서 김포와 인천 공항을 연계하는 제대로 된 공항 철도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철도가 개통했으니 사무엘 님이 또 심층분석 리뷰를 써 줘야겠지? ㄲㄲㄲ

김포든 인천이든, 서울 서쪽에 있는 메이저 공항에 가려면 서울 강남에서는 9호선을 타면 되고, 강북에서는 서울 역에서 공항 철도를 쭉 이용하면 된다. 이제 홍대입구에서 15분 남짓한 시간 만에 김포 공항에 갈 수 있다니, 이건 승용차로도 엄두를 못 낼 교통 혁명이 아닐 수 없다.

공항 철도가 완전히 개통하면서 서울 역에는 도심 공항 터미널이 생겼다. 그리고 소위 직통열차라고 불리는 급행은 김포 공항마저도 무정차 통과하고 오로지 서울 역-인천 공항 셔틀이 되었다. 각 열차의 이용 승객의 분리도 더욱 엄격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완행열차 승차권을 사 놓고는 직통열차를 탄다거나 하는 것)

김포공항 역이 공항 철도의 시종착역이던 과거엔, 두 층에 9호선과 나란히 걸쳐 있는 승강장 중 윗층은 완행열차 타는 곳, 아랫층은 직통열차 타는 곳이었다. 그러던 게 지금은 윗층이 서울 역· 신논현 방면이고, 아랫층은 인천 공항· 개화 방면으로 바뀌었다. 물론 완행만 탈 수 있다.

2차 구간이 개통한 뒤부터 공항 철도의 열차 배차간격은 더욱 짧아졌고, 내륙인 검암까지만 가는 열차와 영종도의 공항까지 다 가는 열차가 번갈아가면서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은 공항 철도도 수도권 통합 요금에 편입되어 환승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굳이 비행기 타러 가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공항 철도가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여러 모로 더욱 가깝게 다가오게 된 것이다.

환승할 때 별도의 게이트를 통과해야 하지만 추가 요금이 붙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공항 철도의 위상은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얼추 비슷해졌다.
그러나 지하철처럼 생긴 게 지하철 회사가 아닌 별도의 철도 회사가 운영한다는 점에서는 그 위상이 분당선과 비슷하다. 그렇잖아도 공항 철도는 운영 기관이 코레일의 자회사로 인수되어 회사명이 ‘코레일 공항철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하철의 통념을 깨고 직류 전기+좌측통행을 한다는 점까지도 분당선스러운 면모이다.

※ 공항 철도 서울 시내 구간의 구조

공항 철도는 마치 일산선만큼이나 고도가 지상-지하 짬뽕이다. 서울 역부터 김포 공항까지 서울 시내 구간은 모두 굉장히 깊은 지하이다. 그러나 한강을 건너는 곳 주변에서는 지상으로 잠깐 나오기도 한다.
서쪽으로 공항 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면서 영종도로 가는 곳은 모두 지상이다가 다시 공항 근처에서는 지하로 들어간다.

그리고 공항 철도는 서울 시내 구간의 상당수가 경의선과 겹치는 구도로 만들어져 있다. 이 점에서는 4호선 안산선 한대앞-오이도와 노선을 공유하는 구도로 건설될, 수인선 일부 구간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수인선과 안산선의 경우 노선뿐만이 아니라 아예 동일한 복선 선로를 같이 공유하는 반면, 경의선과 공항 철도는 복층의 별도 선로에서 운행된다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공항 철도가 더 깊다. 그 복잡한 서울 시내에 언제 또 이런 지하철 터널을 뚫었는지 모르겠다. 거기는 이제 지표면을 파헤칠 수도 없고 개착식이 아닌 터널식으로 지하철을 건설하느라 공사가 더욱 힘들기도 했을 텐데 말이다.

경의선은 지하화한 용산선 구간을 이용해 용산 역을 출발하고, 공항 철도는 서울 역을 출발하여 서울 지하철 6호선과 비슷한 선형으로 효창공원앞-공덕 구간부터 둘이 나란히 달리기 시작한다. 그 후 이들은 6호선 노선을 벗어나 홍대입구 역으로 가고, 거길 지나서 DMC 역까지 간다. DMC 일대가 나라에서 서울 부도심으로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곳이어서 말이다. 상봉 역이 7호선에다가 중앙선, 경춘선의 환승역이 되었듯, DMC 역은 6호선에다가 경의선과 공항 철도의 3개 노선 환승역이 되었다.

그 이후부터 경의선과 공항 철도는 따로따로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한다.
경의선이 공항 철도와 결부지어 이렇게 바뀔 예정인데, 이 와중에 제일 처지가 '난감'하게 된 건 두말 할 나위도 없이 연세대· 이화여대 사이에 있는 지상 신촌 역이다. 1시간에 1대밖에 열차가 안 다니는 주제에 역이 민자역사로 너무 화려하게 바뀌어 있다. -_-;; 이것 때문에, 제아무리 경의선 노선이 용산으로 옮겨 가고 경의-경원-중앙선 직통 열차가 다닌다 하더라도, 지금 같은 서울-신촌 경유 경의선 열차를 그리 쉽게 없애지는 못할 것 같다.

※ 공항 철도 환승역

1990년대 중반에 개통한 서울 지하철 5호선은 3개 노선 환승역 시대를 열었다. 종로3가, 왕십리,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그러나 공항 철도는 그것도 모자라 경의선 콤보 덕분에 무려 4개 노선 환승역을 만들어 냈다. =_=;; 서울 역(1, 4, 경의, 공철). 아직은 미개통이지만 공덕 역도 4개 노선 환승역으로 바뀐다(5, 6, 경의, 공철).

(첨언하자면, 비록 공항 철도와는 관계가 없지만 왕십리 역도 분당선이 완공되고 나면 4개로 확장될 예정.
아울러 서울 지하철 9호선은 고속터미널 역을 3개 노선 환승역으로 만들었는데, 코레일 냄새가 전혀 없이 순수하게 1, 2, 3기 지하철만으로 하나씩 구성된 환승역이 되었다는 점에서 아주 큰 의의를 지닌다.)

단, 환승 편의에 대해서는 딱히 기대를 하지 말자. -_-;;
홍대입구에서 2호선-공철 사이의 환승은 수평· 수직 이동량이 충정로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는 않다. 다른 역들도 마찬가지이다.

강북에 이렇게 공항 철도가 깊숙이 들어왔으니 강남 쪽에서 꺼내드는 카드는 바로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공항 철도의 열차 직통 운행이다. ㄷㄷㄷ;;; 이미 지금 김포 공항에서의 환승도 3초 평면환승으로 되어 있지만 직통 열차가 다니면 환승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

이 경우 1기 지하철 이래로 거의 20년 만에 직· 교류 겸용 전동차가 다시 도입될 것이다. 금방 실현되기는 어렵겠지만, 요금까지 통합되고 있는 마당에 언젠가 결국은 되겠지.
이것도 모자라서 지금은 경의선과 공항 철도를 직결하는 연결선의 건설도 검토되고 있다.

※ 공항 연계를 위한 추가 노선의 필요성

이렇게 서울은 9호선과 공항 철도라는 양 축이 갖춰졌다. 그러나 지도만 보면 금세 알 수 있듯, 서울 역에서 공항으로 가는 건 지방 사람에게는 그리 효율적인 동선이 못 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고속철은 서해안 고속도로가 보일 정도로 서쪽으로 갔다가 다시 동쪽으로 한참을 틀어서 서울 역으로 향한다. 그런데 공항이 있는 곳은 서쪽 극단.

그 비효율을 감수하고도 부산에서 KTX+공철(직통열차 기준)로 인천 공항 가는 게 공항 리무진 버스만 타는 것보다 빠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잖아도 KTX와 공철의 운임은 굉장히 비싼데, 거기엔 안 내도 될 돈의 낭비가 너무 심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서울 서남부에 자리잡은 광명 역에서 인천 대교(영종 대교 말고)를 경유하여 공항으로 가는 철도가 있어야 한다. 지방에서는 그게 제일 효율적인 동선이기 때문이다. 영등포 셔틀에 이어 공항 셔틀까지... 이거야말로 광명 역을 기사회생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아울러, 서울과 비슷한 위도인 강원도나 경기도 일대는, 서울 역에서 출발하는 지금의 공항 철도 노선을 이용하여 공항으로 가는 게 승산이 있다. 비록 그 방면의 철도 노선은 서울이 아닌 청량리 역이 이미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공항 철도와의 효율적인 연계를 위해서는 더 융통성 있는 직통 열차의 운행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KTX가 서울-부산만 죽도록 왔다갔다 해서는 안 되고 다양한 노선이 갖춰져야 하듯, 공항 철도도 마찬가지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3/04 08:47 2011/03/0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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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박사 석 주명

우리나라가 낳은 위대한 나비 박사인 석 주명 박사 얘기를 인터넷으로 우연히 접했다. 1908년 말 평양 출생이니 공 병우 박사와 나이 및 고향이 같지는 않지만 아주 비슷하다.
이분은 일본의 학자들이 잘못 분류해 놓은 한국의 나비 분류를 다 바로잡았고, 나비 연구에 관한 한은 세계구급으로 인정받은 걸로 유명하다. 나비에 대해서 창세기 2:19와 비슷한 일을 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75만여 마리나 되는 나비를 채집하여 분류하고 연구한 건,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 정호를 뺨치는 근성이 아닌가 싶다. 방학 때 어린 학생들에게 나비 채집 숙제를 내는 관행도 이분이 만든 거라고 한다.

실제로 그는 공 병우 박사 같은 근성이 있어서 시간을 굉장히 아끼고 어디 자투리 시간, 이동 시간을 아까워했다. 하루종일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거기서 모든 일과를 해결했다. 그러나 무슨 희귀종 나비가 어디에 있다고 하면 산간벽지를 막론하고 찾아가서 채집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가정 생활조차 원만하지 못할 지경이어서, 결혼한 지 몇 년 못 가 이혼하고 만다.

이 역시 공 박사와 비슷한 점이다. 공 박사도 천재 외골수 타입인지라 그렇게 가정적이지는 못한 사람이었다. 온통 타자기 생각밖에 안 하고 지내던 시절엔 좀 과장 보태면 가정 파탄 상태였다. 그나마 의사인 덕분에 돈은 굉장히 많이 벌었으니 가정이 유지되었지만.. 유지만 되면 뭘 하나? 세벌식은 내가 알기로 공 박사 유족도 별 관심 없어하고 안 쓰는 글자판이다. -_-;;

공 병우 박사도 6· 25 때 북한군에게 붙잡혀서 고초를 겪기도 했다만, 이 전쟁은 석 주명 박사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말았다.
서울 시내가 폭격을 받는 바람에, 20년간 수집해 놨던 나비 표본을 날렸다! 나 같아서도 그럼 정말 죽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1950년 10월, 길거리를 다니던 중에 북한군으로 오인받아 총격을 받고 50이 채 안 된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죽으면서도 “이놈들아, 나는 나비밖에 모르는 사람이야!”라고 절규했다고 전해진다. 정말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석 박사와 비슷한 인물로는 우 장춘 박사도 생각나고, 또 한글학자 정 태진 선생이 떠오른다. 영어 잘 한 덕분에 미군정 때 얼마든지 교수, 장관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었는데 끝끝내 조선어 학회로 돌아와서 큰사전 편찬에만 매진한 분이다. 그는 1952년, 전쟁 중에 식량 구하러 트럭에 얻어 타고 가던 도중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고 보니 석 박사도 개인적으로는 언어학 기질이 있어서 제주도 방언을 연구하고 에스페란토 교재를 집필하기도 했다고 한다.

나도 “나는 철도밖에 모르는 사람이야!”라고 후회 없이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1/03/02 08:11 2011/03/0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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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전에 우리나라 영남 지방에서 살던 선비가 한양으로 가기 위해 도보나 말로 이동한 경로는 어땠을까?
전통적으로 상주-문경-충주-이천 코스였다고 한다. 일명 영남 대로. 이것은 지금의 중부내륙 고속도로와 얼추 비슷한 선형이다. 그 유명한 문경새재도 이 경로에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구도는, 일제가 20세기 초에 경부선 철도를 살짝 다른 선형으로 건설하고 그 경로를 훗날 경부 고속도로가 인증까지 하면서 크게 바뀌게 되었다. 마치 서울 지하철 2호선이 훗날 서울의 도시 모양에 큰 영향을 끼쳤듯이, 경부선은 훗날 우리나라의 도시 발전 양상을 바꿔 놨다.

일제는 경부선을 실제로 건설하기 전부터 남의 나라의 지형을 무단으로 측량하면서 노선을 면밀히 검토했다. 상주와 충주를 경유하는 전통적인 경로가 서울과 부산을 직선으로 잇는 최단 노선이라는 것도 잘 알았다. 하지만 철도를 그렇게 건설하지는 않았다.
지형이 너무 험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중부내륙 고속도로도 온통 고가와 터널이 가득한 형태로 무려 2004년에야 전구간 개통했을 정도이다.

그 대신 경유하게 된 곳이 대전과 수원이다. 우회라면 일종의 우회이다. 상주와 충주가 간선 철도인 경부선과 심지어 중앙선으로부터도 소외되어 쇠퇴한 반면, 대전과 수원은 이 경부선 덕분에 폭발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특히 대전은 이름부터가 아무것도 없는 뻘밭-_-이라는 뜻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호남선까지 건설되어 영남과 호남이 만나는 교통 요지가 됐다.

이 글에서는 경부 고속도로 얘기를 좀 하겠다. 단순히 지식 설명 위주인 여타 사전류의 설명과는 달리.. 철도와 비교하면서 나만의 글빨과 색깔로 각색을 하겠다.
우리나라에 경인선 철도가 가장 먼저 생기고 그 다음 경부선이 건설되었듯이, 고속도로도 경인 고속도로가 1968년에 가장 먼저 만들어진 후, 1970년 7월 7일에 경부 고속도로가 개통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서독에서 아우토반을 구경하고 온 박통이 거기서 뭔가 동기를 얻어서 야심차게 밀어붙인 프로젝트이다. 직접 지도를 펴서 노선을 구상하고, 나들목 모양까지 스케치하고..;; 전통 시절에 건설된 88 올림픽 고속도로와는 여러 모로 비교된다.

훗날 경부 고속철도가 1992년에 기공식을 한 후 10년이 넘게 질질 끌면서 예상 경비의 n배나 더 많은 비용을 들인 끝에 겨우 완공된 반면, 경부 고속도로는 비록 좀 날림기가 있긴 해도 2년 반 만에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의 저비용으로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1km당 1억 원 꼴이었다나? 독재 정권이 뭔가 일을 추진하는 효율은 좋았다. 작년에는 잘 알다시피 경부 고속도로 개통 40주년을 맞이했다.

경부 고속도로는 일본의 동명(東明) 고속도로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연장(내 기억이 맞다면 380km대)으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둘이 자주 비교되곤 한다. 전자가 후자 건설비의 1/8만으로 건설되었다고 함.
참고로 21세기에 전구간 완공된 중부내륙 고속도로는 인플레와 토지 보상, 그리고 고가와 터널 같은 난관으로 인해 1km당 거의 경부 고속도로 전체 건설비에 맞먹는 비용이 들었다. -_-;;

경부 고속도로의 정식 명칭은 잘 알다시피 ‘서울-부산간 고속국도’였고, 처음엔 전구간 왕복 4차선으로 개통했다. 개통식은 대구에서 열렸다. 얼마나 속성으로 작업을 했으면, 차선 도색이 개통식 3시간 전에 부랴부랴 끝났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것 자체가 완전 처음이었던지라 군인들도 투입하고 외국에서 중장비를 급히 수입해서 투입하고, 박 대통령이 헬기와 지프 타고 현장을 직접 지휘하는 등.. 별별 해프닝이 많았다.

개통 날짜도 그렇고 7이라는 숫자와 관련이 많은 듯한데, 건설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순직자가 공식 집계상 77명이다. 산을 넘어야 하는 대구-대전 사이가 가장 어려운 구간이었고 순직자도 대부분 여기서 발생했다. 추풍령 휴게소에는 순직자 위령비로 가는 길이 연결되어 있는데, 거기 계단이 77개이라고 한다. 거기가 그렇잖아도 공사가 어려웠던 구간이기도 하고 고속도로의 거의 중앙 지점이기도 하니 위령비를 세우기 좋은 위치이다.

경부 고속도로는 전반적으로 철도 경부선과 노선이 비슷하지만, 경기도에서 철도는 서쪽(평택, 수원, 서울 영등포구)으로 빠지고 도로는 동쪽으로 빠진다(안성, 용인, 서울 서초구). 또한, 경부선은 밀양으로 가지만 고속도로는 경주와 울산, 양산을 경유한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고속도로도 경주를 제외하고 철도처럼 지름길로 건설할까 하는 의견이 당시 있었으나, 경주를 무시하기엔 인근의 포항과 울산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 지금과 같은 노선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경부 고속철도가 경주 경유 노선으로 건설되었고, 도로는 경주를 경유하지 않는 대구-부산 민자 고속도로가 훗날 따로 건설되었다는 게 흥미로운 점이다. 철도와 도로의 건설 방식이 서로 엇갈렸다.

경부 고속도로의 구간별 특징에 대해 좀 더 살펴보면,
일단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휴게소는 상행은 죽전(=마지막 휴게소)이요, 하행은 기흥 휴게소이다. 수원 나들목(IC)은 행정구역 상으로는 용인에 있는데, 여타 수도권과는 달리 폐쇄식 요금소가 있는 구간이면서 나들목 주변까지 온통 도시화가 진행되어 건물이 빼곡하기 때문에 주변 풍경이 무척 이색적이다. 일반적으로 고속도로 나들목이 있는 곳은 푸른 들판-_-이 어우러진 한적한 외곽이지 않던가.

청주-청원 사이는 확장 겸 분기점 건설 공사로 인해서 경부 고속도로 전구간에서 유일하게 터널이 없으면서 상행과 하행 도로가 별도의 지형의 도로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신탄진 인근과 김천 인근은 경부 고속도로와 경부선, 그리고 심지어 경부 고속선이 서로 굉장히 근접해서 나란히 달리는 구간이다. 영천과 경주 일대에는 도로 근처에서 중앙선과 동해남부선 철도도 볼 수 있다.
잘 알다시피 경부 고속도로는 버스 전용 차선이 존재하는 유일한 고속도로인데, 전구간은 아니고 신탄진 이북부터 적용된다.

비록 부산은 서울에 이어 전국 2위의 대도시라고 하지만 위성도시 인프라는 수도권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서울 요금소가 무려 성남시 정자동에서 벌써 등장하고 그 이북부터는 외곽 순환 고속도로도 있고 해서 통행료 징수 방식이 바뀌는 반면, 부산 쪽 요금소는 노포 나들목까지 지나서 이미 부산 시계에 진입한 뒤에야 등장한다.

경부 고속도로를 만든다고 했을 때, 당시 정치권에서는 지금 4대강이나 운하를 반대-_-하는 것만큼이나 반발이 많았다. 당연히 그때는 평범한 서민들이 차 몰고 다니는 시대가 전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고속도로 닦아서 부자들이나 좋은 일 시킨다고, 그 돈 있으면 호남이나 심지어 강원도나 좀 발전시키라고 등등..;; 훗날 대통령까지 한 유명한 정치인도 이때 길바닥에 거의 드러눕고 “배 째라” 하는 수준으로 반대했었다.

그러나 그 당시 박통은 반대를 무시하고 일을 밀어붙였고, 나중에는 이렇게 코멘트를 했다.
“내가 지금은 야당이 하도 반대해 대서 4차선만으로 끝내지만, 이 도로는 얼마 못 가 분명 비좁아질 것이다. 확장을 해야 할 때가 반드시 온다. 그러니 도로 좌우 50미터로는 건물 허가를 주지 말고 노반을 확보해 둬라.”

실제로 오늘날 경부 고속도로는 거의 모든 구간이 최하 6차선, 아니면 8차선으로 확장돼 있다. 경주-영천 같은 극소수 구간이나 아직 4차선이다. 서울 시내는 진작에 크고 아름다운 8차선으로 확장되었으나, 고속도로를 따라 다닥다닥 지어진 신도시 때문에 수도권 구간은 출퇴근 시간에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서울 시내 구간도 극심한 정체를 겪는 곳이다만, 여기는 진입로가 아예 고가인지라 4차선 상태에서 이제 더 확장도 못 하고, 어쩌면 좋을까? -_-

철도는 경부선, 고속도로는 이 경부 고속도로가 우리나라 교통망의 핵심 동맥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고속도로에 번호를 매길 때도 횡축은 끝자리가 0, 종축은 끝자리가 5이지만, 경부만은 그 상징성과 예외성을 감안하여 당당히 1번이다. 요즘은 도로도 철도도 선형이 비슷한 여러 도로를 한데 싸잡아서 한 번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지만(가령, 고속도로의 경우 25 = 논산-천안 + 호남; 55 = 대구-부산 + 중앙; 35 = 중부 + 통영-대전 등), 경부는 전구간이 일관되게 건설된 노선이기도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28 08:25 2011/02/2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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