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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와 우주발사체의 관계

1. 비행기와 우주선의 하이브리드 가능성

본인은 예전에 자동차 겸 열차, 자동차 겸 비행기, 비행기 겸 선박처럼 하이브리드 교통수단에 대해 열거해 본 적이 있다. 심지어 같은 열차라도 가변 궤간이 가능한 놈, 같은 비행기라도 고정익과 회전익이 같이 가능한 놈이 있으니 이 분야도 창의적인 활용 가능성이 생각보다 넓다.
그런데 그때 본인이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조합이 있다. 바로 비행기와 우주선의 하이브리드이다.

잠시 이런 상상을 해 보자.
인천 공항에서 대한 항공 비행기(+ 겸 우주선)를 타고, 발사대가 아닌 활주로에서 사뿐히 이륙한다. 며칠 동안의 비행(??) 끝에 비행기는 아폴로 11호의 착륙을 기념하는 달 "고요의 바다 공항"에 우아하게 착륙한다. 비행하는 동안 객실에는 바깥 온도나 현지 시각뿐만 아니라 주변의 G값도 표시된다.

귀환할 때는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잠시 후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하게 됩니다. 약 5분간 지구와의 통신이 두절되며 진동이 발생할 수 있으니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셈.." 방송도 응당 나온다.
안개가 너무 짙으면 비행기가 결항되는 것처럼, 지구 밖에 태양풍 같은 게 너무 강해져 있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우주 행 비행기는 결항된다.

이건 참 낭만적으로 들리는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간편하게 우주에 다녀오는 건 현실 내지 가까운 미래에는 요원한 일이다.
우주 발사체 내지 비행체를 단 분리 없이 일반 비행기의 역할까지 겸할 수 있게 만드는 건 현재의 인간의 기술로는 가능하지 않다. 둘은 엔진 구조가 엄청나게 다르고 비행 원리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주선을 비행기처럼 운용했다간 연료를 감당할 수가 없다. 핵 미사일을 쏠 때 무슨 활주로 이륙을 시켜서 띄우던가? 우주선의 기술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 기술과 본질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 미사일 기술과 동일하기 때문에 냉전 시절에 우주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우주선은 미사일을 쏘는 기술에다가 발사체와 엔진 크기를 더 키우고 연료를 출력 조절이 용이한 액체 기반으로 바꾸고, 안에 사람이 타는 공간과 각종 안전 장치를 넣었을 뿐이다.

그에 비해 항공역학적인 기체 설계는 어차피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전혀 유용하지 않다. 한쪽에 특화된 기술이 다른 한쪽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
사실은 지구처럼 양력을 이용한 대기권 비행이 가능한 행성 자체도 태양계에서 지구 말고는 없다.

전쟁이 스타크래프트 인게임이 아닌 것만큼이나 우주 비행 역시 스타크래프트 시네마틱 같은 게 아니다.
터보 팬/제트부터 램 제트, 로켓까지 다양한 엔진의 종류와 구분이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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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는 종이비행기 레이쓰조차 대기권과 우주를 모두 잘만 드나들지만, 현실은.. -_-)

그렇게 SF물을 너무 많이 본 사람들은 실제 아폴로 우주선 사령선과 달 착륙선이 통상적인 비행기와 너무 동떨어지게 생긴 것을 보고 이질감을 느기께 된다. 날개 따위 없는 그냥 지상 구조물 캡슐처럼 생겼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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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역대 우주선 중에 비행기와 가장 비슷하게 생겼고, 지구 귀환 후에 바다가 아닌 육지 활주로 착륙이 가능했던 유일한 물건은 우주왕복선인데.. 얘도 지구 대기권만 벗어난 우주에 가는 용도이지, 지구 중력을 벗어난 우주까지 간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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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비행기나 심지어 비행선처럼 우아하게 우주로 나가는 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1980년대에 나돌던 공상 과학 아이디어 중에서 정보 통신 분야는 오늘날 예상을 초월하여 달성되었지만 항공 우주 분야는 대부분 빗나갔다. 달과 화성에 기지는커녕, 이미 있던 우주왕복선과 초음속 여객기마저 대가 끊겼지 않은가?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 달 착륙은 가히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으며, 공교롭게도 이 날에 맞춰 개통했던 경인 고속도로 연장 구간은 '아폴로 고속도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람들도 개나 소나 아폴로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미래의 과학 꿈나무 똑똑한 우리 아이는 아폴로 학원에 보내세요" 그랬다.

그랬는데 지금은 아폴로는 눈병 이름으로나 기억되고 있고.. 2010~20년대에 사람들에게 그만 한 충격을 주며 각인된 이름은 아폴로가 아니라 인공지능 '알파고'인 게 참 흥미롭다.
사실은 저 눈병(급성 출혈성 결막염)의 별명조차도 발견된 시기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타이밍과 일치하여 붙은 것이었다.

2. 철도 차량과 비행기의 국내 생산 업체

테란의 레이쓰, 발키리, 배틀크루저를 생산하는 미래의 업체는 기술력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만.. 다음으로 현실 얘기를 잠깐 해 보겠다.

1999년 7월 1일, 현대· 대우· 한진 중공업의 철도 차량 생산 부문을 통합해서 '한국 철도차량'이라는 합작업체가 출범하고 그게 훗날 '현대로템'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런데 철도 차량뿐만 아니라 비행기를 만드는 업계도 비슷한 사정을 겪었나 보다. 1999년 10월 1일 국군의 날을 기해 현대 우주항공, 대우 중공업, 삼성 항공우주산업(업종 분리 이후 현재의 삼성/한화 테크윈)을 합병하여 '한국 항공우주산업'이라는 합작업체가 출범했다.

물론 보잉 같은 급의 대형 민항기까지 만드는 건 아니지만 경비행기, 훈련기, 헬리콥터, 무인기 정도는 뚝딱 만들고, 메이커급 전투기도 조립 면허생산 정도는 한다.

로템의 경우 본사는 철도 허브 도시인 의왕에 있고 공장 중 하나가 경남 창원에 있다.
항우산? KAI?는 본사와 공장 모두 경남 사천에 있다. 사천 공항이며, 인근의 공군 기지며, KAI 모두 비슷한 동네인 것 같다. 민간 지도에는 다 가려져서 나오지 않는다.
저기가 나름 우리나라의 항공 허브라고 봐도 될 듯하다. 철도 박물관이 의왕에 있다면, 우리나라 항공우주 박물관은 사천에 있다.

3. 지구 외의 행성에서의 비행 가능성

행성과 행성을 오가는 우주 비행이라는 건 로켓을 이용해 지구 대기권을 탈출하여 공전 궤도에 진입한 뒤, 그 다음에는 다른 천체의 중력에 끌려가거나 튕겨 나가는 고전역학을 예술적으로 조절하는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잠깐씩 몇 분 동안 또 연료를 분사해서 가속하는 것도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연료 없이 그냥 관성 비행이다.
이것 말고 그냥 한 천체 안에서 비행기를 띄우고 날아다니는 건 사정이 어떨까? 엔진 가동을 위해 필요한 산소 문제는 일단 빼고 생각하기로 한다.

  • 일단 진행 속도가 왕창 빨라야 양력이 생긴다. 그런데 한편으로 고속 주행과는 상극인 공기의 저항도 날개로(받음각) 잘 받아야 된다.
  • 날개의 받음각이 커지면 양력이 커진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걸 무작정 키워 버리면 항력도 도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기체는 실속에 빠져서 추락의 위험에 빠진다.

비행기 조종이란 건 이렇듯 서로 모순되는 듯한 여러 변수들을 적당히 조절해서 최적의 값이 나오는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니 날개에 달린 플랩이라는 물건도 비행기를 빨리 뜨게 할 때 쓰이지만(양력 증가), 착륙 후에 비행기를 빨리 감속시켜서 세울 때도 쓰이는 것이다(항력 증가). 그런데 플랩을 잘못 쓰면 착륙 직후에 비행기를 못 세우고 도로 띄워 버려서(양력 증가..) 기체에 대한 제동· 제어력을 상실하기도 한다. 이런 양날의 검 같은 면모는 열차나 선박 같은 타 교통수단의 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흔히 지구가 여러 복잡한 조건을 기적적으로 만족하여 생명이 탄생 가능했던 유일한 행성이라고 여겨지는데.. 이와 비슷한 급으로 지구만이 유체· 항공역학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비행기를 띄우고 날리는 게 가능한 유일한 행성으로 여겨진다. 적어도 태양계에서는 말이다.

달이나 수성은 대기가 없으니 날개고 양력이고 활강이고가 아무 의미가 없다. 굳이 공중으로 이동하려면 언제나 달 착륙선 같은 로켓을 띄워야 하며, 착륙할 때는 역시나 연료 역분사로 낙하 속도를 줄여서 내려앉아야 한다. 그리고 로켓은 연료 소모가 너무 극심해서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 다음으로 금성과 지구와 화성은 공교롭게도 뒤의 행성이 앞의 행성보다 공기압이 거의 95~100배 더 옅다.
화성은 대기가 너무 옅기 때문에, 계산에 따르면 지상에서 초음속 자동차 급으로 달리며 공기를 받아야 양력이 생길까 말까라고 한다. 물론 고속 주행 자체에 공기 저항으로 인한 어려움은 지구보다 덜하겠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하게 긴 직선 활주로가 필요하고 그만큼 사고 위험도 클 것이다.

반대로 금성은 공기가 워낙 뻑뻑한 덕분에 그냥 자전거 속도 정도로 달리면서 날개로 바람을 받으면 곧장 하늘로 뜰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양력이 아주 잘 생긴다. 다만, 어지간한 잠수함도 못 버틸 엄청난 압력인 95기압(거의 해저 수심 800m가량) 하에서 자전거 속도만치라도 달리는 게 선뜻 가능하겠는지는 별도로 생각할 문제다.;;
거기에다 고열 문제는 덤이다. 금성의 그 온도에서는 비행기 엔진이 전부 과열돼서 타 버릴 것이다.

참고로 금성은 중력가속도는 지구(9.8m/s^2)의 90% 정도이니(8.87m/s^2)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화성은 대기의 '비율'만 따지자면 거의 96%가 이산화탄소이며, 이는 의외로 금성과 동일하다. 농도만 훨씬 옅을 뿐..

목성 이후의 행성들은 그냥 설명을 생략하겠다.
목성은 중력가속도가 지구의 2배를 넘기 때문에(거의 22m/s^2) 거기서는 사람들이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들 것이고 비행기가 뜨기도 그만치 더 힘들다. 물론, 거기는 아예 땅이 없고 거기 근접만 해도 그냥 초고압 유독가스와 방사선에 다 끔살 당할 것이다. (Quake 3의 fog of death 실사판)

나머지 행성들은 중력가속도가 그렇게 강하지는 않지만 극도의 저온과 악천후 때문에 여전히 지구 같은 낭만적인 비행이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공기가 적절한 배합과 양으로 구성돼 있고 순항 고도에 '제트 기류'라는 것까지 존재하는 지구가 그야말로 인류에게 축복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0/08/08 08:35 2020/08/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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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버스 이야기 외

1. 좌석버스

버스라는 대중교통을 더 세부적으로 분류해 보면 좌석버스라는 등급이 있다. 이게 생각보다 흥미로운 물건이다.
얘는 입석형 도시형 시내버스에 비해 말 그대로 좌석이 많고 더 장거리를 달리며 요금도 약간 더 비싸다. 일부 구간은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오랫동안 씽씽 달리기도 한다. 완행 입석 시내버스와 달리 전기나 CNG 차량, 저상 버스가 눈에 띄지 않고 그냥 고상+디젤 일색이다.

하지만 얘는 전용 터미널에서만 타는 장거리 시외/고속버스 같은 급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 쉽게 탑승 가능하며 다음과 같은 점도 시외/고속버스와 차이가 있다.

  • 앞문이 간지나는(?) 슬라이딩 방식이 아니라 여전히 시내버스 같은 폴딩 방식이다.
  • 여전히 하차 전용 중문을 갖추고 있다. 다만, 좀 더 급행/광역에 특화된 좌석버스 중에는 중문이 없는 것도 있다.
  • 큼직한 우등형은 있을 리가 만무하고.. 좌석에 안전벨트가 있긴 하지만 거의 유명무실 상태이다.
  • 타이어에 휠캡이 달려 있지 않다. 옛날에는 이 휠캡이 뭔가 왕관과도 같은 고속버스의 상징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2000년대 이후부터는 고속버스도 휠캡을 잘 장착하지 않는 것 같다.
  • 객실 아래의 짐칸 같은 게 쓰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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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고속버스 휠캡. 출처는 한국 버스 연구회)

그러니 좌석버스는 위상이 여러 모로 시내와 시외의 중간인 셈이다. 좌석이 많다는 관점에서 좌석버스라고 불리는 게 보통이지만, 급행· 직행이나 광역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여기서 직행이라는 건 시외버스에서의 '직행'과는 약간 다른 개념이다.
얘들은 관할 범위가 완벽하게 특정 지역구 내부에 한정된 게 아니고 그렇다고 완벽하게 전국구도 아니다 보니, 종류가 다양하고 버스들의 도색도 다양한 편이다. 서울/수도권 기준으로 이런 버스들이 존재한다.

  • 서울시 관할의 직행 좌석: GRYB 중에서 R에 해당하는 그 물건이다. 번호는 9로 시작하는 네 자리이다. 허나, 지금은 Y와 마찬가지로 많이 몰락해서 4권역(9403, 9401, 9408 등)과 7권역(9703 등..)에 소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 경기도 관할의 직행 좌석: 하남 9301, 구리 1650 같은 게 떠오른다. 차량의 외형은 지역마다 케바케이지만 대체로 서울과 비슷하게 빨강인 편이다. 단, 서울 버스는 온통 빨강 단일색인 반면, 경기도 버스는 위쪽만 붉고 아래쪽은 희다.
  • 광역급행: 중앙 정부인 국토교통부에서 노선을 고시한 좌석버스로, 번호는 M으로 시작하는 네 자리수이다. 기존 좌석버스들보다 더 직선화 고속화를 추구해서 더 빨리 간다. 차량은 파란 도색이며 중문이 없다.
  • 경기도 급행: 경기도에서 자체적으로 신설한 노선으로, 광역급행의 경기도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번호는 G로 시작하는 네 자리수이다. 파랑-초록-노랑의 꽤 알록달록한 도색이며, 2층 버스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G라는 이니셜을 이용해서 '굿모닝 버스'라고도 부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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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서울시는 환경 보호를 위해 이미 들어오려는 외부 차량들을 억제시키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니 경기도나 중앙 정부 말고 서울시에서 관할하는 광역 좌석버스가 근본적으로 많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버스 업계와 달리, 철도에는 롱시트 통근형 입석형 전동차를 쓰는 도시철도· 광역전철이 아니면 그냥 일반열차 운임 체계 기반인 무궁화호 이상의 장거리 열차이다. 운영 방식이 좀 경직돼 있다.
그 중간 단계를 표방하는 누리로 전동차라는 게 도입되긴 했지만 현실에서는 그냥 무궁화호와 별 차이 없어 보인다.

신분당선은 코레일 계열이 아닌 광역전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그 뒤 앞으로는 고심도 급행 전철인 GTX가 저 광역급행 버스의 고속철 역할을 감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롱시트가 아닌 좌석형이면서 고상홈에서 타고 내리고, 정차역이 적고 빠르고, 운임은 기존 시내버스· 지하철과 환승 할인이 되는.. 그런 광역전철이 좀 필요해 보인다.

2. 버스와 트럭의 주행 관련 규제

자그마한 5인승 자가용 승용차만 운전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감할 일이 없겠지만, 이보다 덩치가 약간만 더 큰 차들에는 (1) 속도 제한 장치가 의무적으로 달려 있다.
먼저 사람이 많이 타는 승합차 계열부터 살펴보면, 지난 2013년 여름부터 11인승 이상 승합차에 110km/h 이상으로는 아무리 밟아도 가속이 되지 않는 리미터가 강제 장착되기 시작했다. 이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승합차는 자동차세가 월등히 저렴해서 좋다. 승용차와는 달리 자가용도 영업용과 동일하게 배기량과 무관한 낮은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합차는 고속도로에서 추월 하나 제대로 못 할 정도로 차가 고자가 되니 단점이 장점을 묻어 버렸다. 리미터가 달리지 않은 기존 중고차의 가격이 더 오른다거나, 그냥 9인승 SUV/밴에 수요가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트럭은 3.5톤 이상부터는 아예 90km/h 리미터가 강제 장착된다. 이건 승합차보다 더 전부터 있었던 규제인 것 같다.
하지만 한 탕이라도 더 뛰어야 먹고 살 수 있고 바빠 죽겠는데, 엔진 속 컴퓨터를 해킹해서 속도 제한 장치를 불법으로 무력화시키고 질주하는 승합차나 트럭이 심심찮게 보인다. 아이폰 탈옥과 개념적으로 비슷해 보인다만..

하긴, 대형 트럭은 디젤 엔진 기반이다 보니 속도 규제뿐만 아니라 (2) 환경 규제도 꽤 까다롭게 걸려 있다.
유로4 이상의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해 DPF라고 미세먼지 저감 장치의 장착과 가동이 의무화돼 있는데, 이것도 검사받고 혜택을 받을 때만 장착 인증을 하고서는, 실제 운행할 때는 불법으로 끄거나 떼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얘는 작동 과정에서 엔진 성능과 연비를 일부 깎아먹으며, 괜히 차량의 유지 비용만 증가시키는 잉여 계륵 같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DPF에 SCR 등 온갖 배기가스 정화 장치를 돌려 놨다 해도 도를 넘는 막장 과적 앞에서는 답이 없다.
디젤 엔진이 제일 더티해지는 때는 바로 저회전 상태에서 큰 토크가 필요한 첫 출발 가속 시점이다. 이때 연료가 제대로 연소하지 못해서 시커먼 매연이 제대로 뿜어져 나오는데, 차가 설계 한도 이상으로 너무 무거운 상태이면 이런 상태의 지속 시간이 길어진다.
연료를 왕창 집어넣었는데 엔진이 빠릿빠릿 못 돌고 있으면 정화 장치들도 감당을 못 하고 매연이 더욱 심해진다.

과적은 도로 파손, 차량에 과부하, 제동과 조향 안정성 저해 같은 여러 악영향을 끼치는데, 환경 측면에서도 덤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이 와중에 속도 리미터와 DPF를 다 떼어 버리고 과적· 과속을 일삼다가 적발되면 도로교통법보다는 자동차관리법을 왕창 어겨서 과태료를 많이 물게 될 것이다.

그래서 4.5톤 이상의 트럭은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도 (3) 과적 여부 검사를 병행할 수 있는 화물차 전용 진입로로
들어가야 한다. 하이패스를 달았다고 해서 승용차처럼 싹 무정차 통과를 할 수 없다.

버스건 트럭이건 대형차들은 생각보다 많은 규제가 걸린 채로 운행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런 차들을 생계 수단으로 삼고 운전하려면 통상적인 운전 면허를 딴 이후에도 각각 화물 운송 자격증, 버스 운전 자격증 같은 자격증을 추가로 따야 하기도 한다. 자가용이라면 해당 사항이 없겠지만, 거대한 트럭과 버스를 자가용으로 굴리는 경우는 사실상 없을 테니 말이다.

이걸로도 모자라서 졸음 운전 대형 사고가 몇 건 터진 뒤에는 운전사의 휴식 시간 보장을 위해 4시간 주기로 강제 휴식이니, 운행 기록 장치 장착 의무화 같은 제도가 생겼는데 제대로 시행되고 효과를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요 근래에는 드디어 노후 경유차의 서울 시내 주행 금지라는 더 강력한 규제가 시행되었다. 이건 뭐 굳이 대형 상용차만을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저격 대상이 사실상 그런 부류들밖에 없는 지경이다.

다른 규제라면 몰라도 이 글에서 맨 먼저 언급했던 속도 규제는 개인적으로 좀 회의적인 소신이다.
운동 에너지라는 게 물체의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서 급격히 커진다는 걸 본인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본인은 그냥 적기 조례마냥 규제 만능 찍어 누르기 식의 조치를 매우 싫어한다.

고속버스 졸음 운전 사고가 몇 건 났다고 해서 전국의 고속버스들 주행 속도를 90km/h로 몽땅 낮출 생각인가? 안 그래도 시내에서 개나 소나 속도 제한이 60도 아니고 50km/h로 더 낮아지고, 단속 카메라도 요즘 너무 많이 생겨서 싫은데..

이런 건 운전자의 재량을 존중하여 좀 상향 조정하고, 고속도로에서 130~140 정도는 완전히 합법화를 했으면 좋겠다. 터널이나 교량에서 차로 변경도 정식으로 허용하고 말이다.
그 대신 꼬리물기나 1차로 저속 주행이나 단속해서 칼치기를 할 일이 없게 만들면 도로가 훨씬 더 안전해질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7/26 08:36 2020/07/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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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텔레비전의 변천사, 라디오와의 차이

요즘 전화기가 유선, 무선, 위성, 인터넷이라는 네 방식이 있는 것처럼 텔레비전 방송에도 개념적으로 유선, 무선, 위성, 인터넷 방식이 모두 존재한다.
단, 전화는 처음에 유선(전화선)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무선 휴대전화(기지국..)가 개발된 반면, 텔레비전은 처음에 무선(지상파)부터 시작했다가 난시청 지역의 방송 접근성 개선을 위해 유선(케이블) 방송이 나중에 개발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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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수신을 위한 텔레비전 안테나. 뭔가 기하학적인 직선 모양이다. 텔레비전 본체에 달린 더듬이 모양의 작대기 두 개만이 전부가 아니고, 이런 실외 안테나도 필요했던가 보다.)

텔레비전의 무선 신호는 처음에는 NTSC 내지 PAL이라는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동시대의 비디오 테이프에 VHS와 베타멕스라는 두 방식이 있었던 것처럼 텔레비전용 아날로그 신호도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미국을 따라 NTSC 방식을 사용했었다.

처음에는 흑백만 지원하다가 1980년대부터 국내에도 컬러 방송이 시작됐는데, NTSC는 신호 구조에 하위 호환이 잘 지켜졌던 모양이다. 흑백 수상기는 여전히 흑백 영상이 나오면서 컬러 수상기에서는 컬러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21세기에 와서는 신호가 통째로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었다. 화질이 놀라울 정도로 크게 향상됨과 동시에, 화면의 종횡비도 바뀌어서 가로로 더 납작해졌다(4:3에서 16:9로).
이렇게 신호의 내부 구조가 달라진 한편으로 TV의 디스플레이 소자도 너무 크고 무겁던 브라운관이 퇴출되고, LCD 같은 얇은 물건이 등장했다. 2000년대 말~2010년대 초에 싹 물갈이가 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아날로그 방송 송출이 중단된 것은 2012년 말부터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지상파 방송이 평일에도 상시 24시간 방송을 하기 시작한 것도 2012년 하반기쯤으로 비슷하다.
물론 평일 낮 시간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업에 바쁘니, TV를 보는 일이 잘 없다. 그래서 24시간 방송을 하더라도 저 때는 새 컨텐츠보다는 그냥 기존 방송의 재방송 위주로 편성되는 편이다.

그래도 24시간 방송 덕분에 텔레비전에서 화면조정 컬러바를 볼 일이 옛날에 비해 훨씬 더 없어진 것은 신통한 노릇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은 순환선인 관계로 타 노선에 비해 종점에서 멈추는 열차를 찾기가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참고로, 이런 텔레비전에 비해 라디오는.. 디지털이건 아날로그건 음질이 크게 달라질 게 없으며, 전쟁· 천재지변 같은 상황에서도 아주 가볍고 저렴하고 단순한 장비만으로 수신이 가능한 게 좋다는 특성상 오늘날까지도 재래식 아날로그 방식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라디오는 TV와 달리 딴 일을 하면서도 청취가 가능하다는 매우 중요한 특징이 있다. 특히 하루 종일 귀가 심심한 수많은 영업용 자동차(버스, 트럭, 택시) 운전사들의 고정 수요도 있기 때문에 망할 일이 절대 없다.
그러니 새벽 심야는 몰라도 평일 낮 시간에 라디오 방송이 끊겼던 적은 전무했다. 그리고 라디오 방송은 TV 방송보다 생방송의 비중이 더 크기도 한 것 같다. 이 바닥은 텔레비전과는 분위기 내지 물이 근본적으로 많이 다른 셈이다.

2. 위성 방송

무선 신호 얘기를 하다가 라디오 얘기도 나오면서 얘기가 옆길로 많이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겠다.
유선, 무선 다음으로 위성은 기존 무선의 스케일을 확 키운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통상적인 텔레비전 송신탑이나 휴대전화 기지국은 제아무리 높아 봤자 지상에 존재하며, 감당 가능 영역이 국내의 일정 지역까지로 한정된다. 그러나 정지 궤도 위성은 그야말로 지구 반대편으로 전파를 보낼 수 있다.

그래서 텔레비전의 위성 방송은 위성으로 쏘는 외국의 방송을 시청 가능하게 했으며, 위성 전화는 선박이나 남극 기지처럼 지상의 통신 인프라와 고립된 오지 외지에서 통신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물론 위성 서비스는 통상적인 지상 기반 무선 서비스보다 단가가 훨씬 더 비싼 것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5년에 무궁화 인공위성이 발사된 뒤부터 자체적인 위성 방송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전에도 외국의 통신 위성으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외국 위성 방송 자체는 있었다.
내 기억으로 1990년대 중반, 그 시절에 국내에 수신된 대표적인 외국 위성 방송은 홍콩 StarTV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금빛 별 모양이 그려진 방송국 엠블럼이 나오고.. 정체 모를 팝송의 뮤직비디오와 운동 경기 중계가 많이 나오는 예능 채널 같았다.

본인은 스타TV 장면을 그 시절에 다니던 학원의 텔레비전에서 보고, 그리고 노래방 기계 화면의 배경 동영상으로도 많이 봤다! 그래, 그땐 그랬다. 이 TV에서는 어째 우리집에서는 볼 수 없는 외국 텔레비전 방송이 나오는지 의문을 가질 법도 했는데 그때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것 같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어디 친구 집에서 웬 일본 NHK 방송이 나오는 것도 본 적이 있다. 무슨 브랜드명이기라도 한지 화면에서 BS라는 이니셜이 자꾸 눈에 띄었던 것 같은데.. 알고 보니 그 이니셜 자체가 위성(S) 방송(B)이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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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방송 수신용 안테나. 접시 모양이다.)

위성 방송은 워낙 능력이 출중하니 통상적인 지상파 방송의 시청이 안 되는 문제를 해소하는 용도로 쓰이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외국 방송 내지 위성 방송 사업자가 제공하는 고유한 컨텐츠를 시청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위성 방송 사업자가 2000년대에 개척한 영역은 바로 교통수단 내부에서의 이동 방송이다.

그래서 그 무렵에 고속버스에서는 ‘스카이라이프’ 위성 방송이 개시되었으며.. 새마을호 열차에서는 ‘코모넷’이라는 업체로부터 납품받은 위성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교통수단에다가도 전기 공급해 주고 안테나만 잘 꽂으면 그냥 지상파 TV를 수신하지 못하란 법이 없다. 그 시절에 버스가 아닌 승용차용 자그마한 흑백 TV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교통수단용 별도의 이동 방송이 존재했던 건 신호 수신 때문이 아니라 고유한 방송 컨텐츠 때문이었다.

위성 방송은 다 좋지만 날씨의 영향을 받는 편이며, 특히 차량이 하늘이 보이지 않는 곳(터널..)에 진입하면 신호가 끊어지고 방송이 중단되는 단점이 있었다. 고속버스 말고 새마을호의 영상 서비스는 위성 방송이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난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새마을호 열차에 위성 방송 기반의 영상 서비스를 제공했던 업체가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코모넷’이다. 새마을호의 시종착 때 Looking for you라는 마의 음악을 선곡해서 집어넣은 장본인도 코모넷인데.. 그 배후에 누가 있었는지 본인으로서는 너무나 궁금할 따름이다. 그 코모넷은 2000년대 후반에 소리소문 없이 망하고 폐업해 버렸으며, 이후에 창업주의 근황이 보도된 것도 전무하다. 그에 따라 새마을호의 영상 서비스는 2006년경에 연합뉴스로 바뀌었다가.. 얼마 못 가 완전히 폐지됐다.

3. 인터넷 TV (IPTV)

여기서 인터넷이란 유선 무선 같은 물리적인 기술 계층이 아니라, 그런 기술을 활용하고 해석하는 프로토콜 계층에서의 차이를 가리킨다. 인터넷의 물리적인 통신 방식이야 동축 케이블이나 유리 섬유 케이블 같은 유선으로 구현될 수도 있고, 수 GHz대의 와이파이 무선 통신으로 구현될 수도 있다.
단지, 영상과 음성 정보를 IP라는 인터넷 프로토콜에 근거한 패킷 형태로 주고받으며, 인터넷 자체가 양방향 소통 체계이다 보니 재방송, VOD 서비스 같은 인터랙티브한 서비스 제공도 덤으로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즉, 인터넷 TV에서 인터넷이란 컴퓨터 웹브라우저를 통해 사용자에게 친숙한 WWW(월드 와이드 웹)는 아니고, 그보다 저수준에서 인터넷의 범주에 드는 기술인 것이다. 개인이 마음대로 진행하는 유튜브나 아프리카 기반의 인터넷 방송하고도 당연히 다른 얘기이다.
인터넷 TV를 시청하려면 해당 서비스에 가입하고 거기서 받은 셋톱박스와 전용 안테나를 설치해야 한다. 아니, 지상파 외에 위성이나 유선 같은 다른 기술 계층의 TV를 시청하려면 저런 추가적인 장비가 필요하다.

인터넷 TV로는 지상파뿐만 아니라 기존 케이블 TV까지도 시청 가능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케이블 TV와 사업 영역이 겹친다. 그래서 두 업종 간에 티격태격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서로 완전히 동치는 아니기 때문에 IPTV 전용 채널이라든가 케이블 방송 전용 채널도 있다.

4. 유선(케이블) 방송

텔레비전은 원래 전파를 수신해서 동영상을 보여주는 물건인데 유선이라니..?? 그렇다고 CCTV도 아니고? 일면 의아한 생각이 드는데.. 헷갈릴 필요가 없다.
그 '케이블'이라는 건 방송국에서 유선 방송 사업자 사이가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방송사와 소비자 사이에 계층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졌으니 소비자는 이 정도 양질의 신호는 셋톱박스 하나만 장착함으로써 수신할 수 있다. 물론 이 전파는 암호화도 돼 있어서 지상파 방송처럼 간단하게 시청할 수는 없다.

무선이 아니라 유선인 덕분에 이 방송은 기존 지상파 방송의 난시청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지상파보다 훨씬 더 많은 채널도 제공할 수 있다. KBS, MBC, EBS, SBS가 뭔가 1군 지상파라면.. 그 다음으로 YTN, 아리랑 TV라든가 국회방송, 법률방송, 기독교 방송, 온게임넷 같은 건 유선· IPTV· 위성 형태로만 시청 가능한 2군 정도 되겠다. 물론 위성 방송처럼 외국 방송을 쏴 주는 건 아니고, 국내 한정이다.

이런 2군 방송들은 특정 장르와 분야의 방송으로만 한정되곤 했는데 얘들도 지상파 방송처럼 일반적이고 범용적인 분야로 방송 영역을 확장시킨 것이 그 이름도 유명한 종편, 종합 편성 채널이다. 채널A, JTBC, TV조선 같은 것 말이다.

유선, 무선, 위성, 인터넷 이런 것들이 자동차로 치면 수소 연료전지, 순수 전기, 하이브리드, CNG 개조, LPG 개조 같은 온갖 연료 바리에이션을 보는 느낌이다. 또는 택시, 렌트, 카셰어링, 타다 등의 서비스 바리에이션 같기도 하고..
지금까지 얘기가 나왔던 것을 한데 정리하면 이렇게 요약된다.

  • 태초에 제일 단순한 KBS MBC 같은 지상파 방송이란 게 있었으며, TV는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라고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 그런데 지상파의 난시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선 방송이란 게 개발되었고 유선 방송 전용 채널도 많이 생겨났다. 즉, 얘는 지상파의 상위 호환이다.
  • 위성 방송은 유선 방송의 상위 호환이다. 덤으로 외국 위성 방송의 수신이 가능하고 교통수단 내부에서 쓰인 바 있다. 지상파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긴 했지만 얘만의 고유한 약점(날씨와 지형 제약)도 있다.
  • 인터넷 TV도 유선 방송의 상위 호환이며 오늘날의 대세이다. 뭔가 파일 기반인 게 DB 기반으로 바뀐 듯한 느낌인데(전문적인 계층 추가).. 인터넷 전화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서비스가 불통되면 얘 역시 몽땅 먹통이 돼 버린다. (와이파이 전파 상태 내지 해저 케이블..)

그리고..

(1) 지상파 방송이 접근성이 제일 좋긴 하지만.. 지상파 방송이 곧 전국구 방송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령, SBS는 엄연한 지상파 방송이지만 20세기까지는 서울· 수도권에서만 시청 가능했다. 지금도 경기방송, OBS경인TV 같은 건 지상파이지만 지방 방송이다.

(2) YTN의 경우 뉴스 보도 전문이니 종편은 아니다. 그런데 연합뉴스 TV는 YTN과 어떤 관계인지 난 잘 모르겠다.

(3) DMB는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 TV를 시청하기 위한 기술 규격인데, 기존 TV 신호 기술과 비교했을 때 무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인지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다. 뭔가 더 좋은 구석이 있겠지..

(4) 엄청 옛날에는 전화기가 동그란 다이얼이 달려 있었듯이, 텔레비전도 옛날에는 채널을 변경하는 인터페이스가 - + 버튼이 아니라 다이얼 두 개였다. 한 다이얼은 2부터 13 정도까지 VHF라 하여 좁은 영역을 건드리고, 다른 다이얼은 UHF라고 두 자리수의 훨씬 더 넓은 영역을 촘촘하게 다뤘다.
대부분의 채널은 그냥 비어 있어서 지정해 봤자 치지직 잡음밖에 안 들렸는데.. 여기에다가 유선 방송 셋톱박스를 설치해야 그 채널들이 방송으로 채워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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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옛날에는 매일 아침 지상파 방송에 CNN, NHK 등의 세계 외신의 주요 보도를 짤막하게 보여주는 '세계 뉴스'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요즘이야 그것 말고도 외신 보도를 접하는 방법이 차고 널렸기 때문에 남사스럽게 그런 걸 하지 않는다. 정보를 접하는 게 이렇게 쉽고 간편해진 건 정말 전율에 가까운 모습이다.

(6) 덕분에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동요도 의미가 참 무색해져 있다. 이제는 참신한 컨텐츠와 끼만 있으면 누구라도 개인 방송을 개설해서 언제든지 전세계에 자기 얼굴을 얼마든지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메이저 지상파 방송'에 어떤 형태로든 출연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쉬운 일이 아니며 아무나 할 수 있지 않다. 본인조차도 지상파 방송 출연 경력은 현재까지도 지난 2005년 초의 스펀지 타자 실험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7) 컴퓨터에 TV 수신 카드라는 것도 있었는데.. 이 역시 격세지감이다. 국내에서는 두인 전자라는 기업에서 만들곤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7/20 08:35 2020/07/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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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청): 삼전도비와 독립문

영국에서 높으신 분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6· 25 설마리 전투에 참전했던 영국군 글로스터 대대를 기념하는 전적비를 반드시 찾아간다고 한다(파주 적성면 소재). 영국은 나름 미국 다음으로 대규모로 참전했던 나라이다. 본인은 지난 2013년에 거기를 답사한 바 있으며, 답사기가 이 블로그에도 올라와 있다.

다음으로 영국 같은 훈훈한 예는 아니겠지만, 옛날에 일본인 관광객이 서울을 들렀다가 반드시 찾아가는 관광 코스 중 하나는 광화문과 경복궁 사이에 놓여 있던 조선총독부 청사였다고 한다. 뭐, 그 건물은 잘 알다시피 김 영삼 정권 때 헐렸다.

허나, 저것보다 더 안 좋은 예가 있다. 조선 시대에 병자호란 이후로 청나라에서 사신이 오면.. 얘들은 반드시 삼전도비부터 찾아가서 저게 잘 보존돼 있나 확인했다고 한다. -_-;; 그 이유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부득이하게 현장에 직접 못 가면 비석 표면의 탁본 인증이라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사에 이런 시절이 있었다는 게 실감이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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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옛날에는 일체의 사대주의가 몽땅 다 지금 우리가 굉장히 부정적인 색안경을 끼고 보는.. 그저 목숨 부지하기 위해서 밸도 자존심도 다 저버리는 비굴한 굴종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옛날에는 사람과 국가 사이에 지금보다 뭔가 수직적인 위계 관계 질서가 훨씬 더 중요시되었다. 그리고 약자가 자기 팔자대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인근의 강자에게 조공을 바치면서 조공 이상의 가성비로 다른 강자들로부터 보호를 받는... 뭐 그런 공생 관계가 필요한 것도 있었다. 이는 일제 시대에 일제의 통치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따랐던 사람들을 몽땅 친일파 매국노라고 욕하는 게 위험 편협한 사고방식인 것과도 비슷한 이치이다.

조선의 경우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어영부영 하다가 병자호란이 벌어졌는데 전쟁에서 그만 져 버렸다. 그래도 여러 나라 안팎 정세 덕분에 어째 나라가 통째로 멸망당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왕이 누구 보는 앞에서 이마를 몸소 땅바닥에 짓찧기까지 하면서 한국사 전체를 통틀어 유례를 찾기 힘든 모욕을 당하게 됐다(삼전도의 굴욕).

고려 시절에는 도읍을 강화도로 옮기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몽골· 원나라의 간섭을 받으면서 왕도 계속해서 충짜 시리즈로 나오던 적이 있었다. 훗날 구한말 때는 아관파천 같은 민망한 흑역사도 발생하긴 했다만.. 저건 그 시절에 통용되던 사대주의의 범주도 넘는 수준이었다.
삼전도비는 지금으로 치면 독립기념관의 야외에 내팽개쳐진 채 방치돼 있는 조선총독부 청사 지붕 첨탑을 능가하는 극도의 치욕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서대문 형무소 근처에 놓여 있는 독립문은 바로.. 우리 조선이 드디어 황제-_-를 보유한 대한제국이 됐고 삼전도비를 애지중지 관리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걸 기념하려고 세운 것이었다! 그 시절엔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벤트였다. 청일 전쟁 이후로 청나라는 한반도에서 완전히 아웃 당했으니까..
뭐,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간판을 바꿔 봤자 나라가 돌아가는 방식이 실질적으로 바뀐 건 별로 없었다. 애초에 자기 힘으로 청나라를 몰아낸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독립문이 세워지기 전에는 동일 장소에 '영은문'이란 게 있었다. 이름부터가 "은혜로운 대국의 사신을 영접한다"라는 뜻이며, 명나라와 청나라의 사신이 이 문을 통과하여 개선장군처럼 들어왔었다.
그랬는데 독립협회가 주축이 되어 영은문은 헐어서 주춧돌 기둥만 남겼으며, 그 대신 독립문이란 걸 1896~97년에 걸쳐서 건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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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절에 서 재필은 독립문, 독립협회에다가 독립 신문까지.. '독립'이라는 단어를 유난히도 좋아했다. 당시에 조선의 미래를 걱정하던 개화파 지식인들이 보기에는 청나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게 당장 최대의 과제이고 염원이었던가 보다.

이런 맥락을 모르고서 '독립문'이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는 조형물인 줄로 아는 사람은 아마 성경에 나오는 '사자'가 lion인지 messenger인지 분간 못 하는 것과 비슷한 지적 능력의 소유자이지 싶다. (마침 위치도 서대문 형무소 근처이다 보니 일본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더욱 오해하기 쉽긴 함.ㄲㄲㄲㄲㄲㄲㄲ)

물론 옛날 개화파 사람들 중에는 중국의 대안이 오로지 일본이라고.. 일본을 과신하는 착오를 범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친일 성향은 훗날 등장하는 매국노 반민족행위자의 친일 성향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일제는 훗날 조선의 주권을 침탈한 뒤에도, 과거에 조선이 영은문을 허물었던 것처럼 '독립문'을 또 철거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경성 시내의 재개발을 위해 서대문(돈의문)을 헐었을 뿐이지..

일제는 오히려 그 시절에 내팽개쳐지고 방치됐던 삼전도비를 재정비했으며, 이것도 그래도 역사 유물이라며 문화재로 등재하고 관리· 보존했다. 참으로 역설적인 노릇이다. 과장 좀 보태면, 다 부서진 채 방치돼 있던 경주 석굴암을 조사하고 어설프게나마 복원 공사를 한 것과 과정이 비슷했다.

한편, 그렇게 몰락했던 청나라는 조선이 멸망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1912) 같이 멸망했으며, 그 뒤 중화민국을 거쳤다가 나중에 공산당 중화인민공화국 & 대만로 갈라져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국은 땅덩이가 워낙 넓어서 몽땅 정복하기가 곤란했던 덕분에, 아편 전쟁이라든가 청일이고 중일이고 각종 전쟁에서 참패하고도 대놓고 멸망하고 외세 식민지가 되지는 않았다. 단지 홍콩 같은 몇몇 지역을 잃었으며, 덕분에 문화가 이질화돼 버려서 수복 후에도 반쯤 특별구역처럼 됐을 뿐이다.

2. 일본: 1980년대 초반, 1990년대 중반의 반일

우리나라야 해방 이래로 지금까지 원초적인 반일 감정이 없던 적이 없었지만.. 1980년대 5공 시절에는 유난히 더했던 것 같다.
다음은 1982~84년에 발간된 무려 30권짜리 '동아 원색 세계 대백과사전'의 화보에서 '일본'을 찾아보면 나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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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로부터 일본에게 선진 문물을 전해 주고 일본을 근대화(?)시켜 줬건만, 걔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고 우리에게 상처와 피해만 끼쳤다는 뿌리깊은 배신감과 피해의식, 투철한 반일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은 이러한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우리의 진정한 우방이 되어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코멘트 훈수까지.. ㅋㅋㅋ 관찰자가 아니라 전지적 작가 시점의 극치다.
얘는 지금의 두산 세계 대백과사전, 두피디아의 전신으로, 집필진을 보면 온통 스카이 대학 교수들이 즐비하다. 나름 당대 최고의 석학들이 모여서 편찬한 백과사전이다.

그런데 일면 이해가 된다. 동아 원색 세계 대백과사전이 출간되었던 저 때는 일본의 역사 왜곡 발언으로 인해 반일 감정이 전국적으로 극에 달했었다.

정 광태의 그 유명한 "독도는 우리땅" 노래가 발표된 게 1982년.
박 영희 할머니가 자신이 조선어 학회 사건의 발단이 된 그 일기장의 주인이었다고 늘그막의 나이로 언론에 커밍아웃을 하며 일본을 공개적으로 규탄한 때도 1982년 여름이었다.

어디 그 뿐이랴? 국민 성금을 모아서 독립기념관을 건립하기 시작한 때도 1982년이다! (87년에 완공, 개관)
그러니 이 정도면 저 시기에 편찬된 민간 백과사전에 "일본은 각성하길 바란다" 같은 말이 본문은 아니어도 화보에 들어가고도 남지 않았겠는가?

1970년대에 북괴의 연이은 도발 때문에 전국민이 북괴를 규탄했었고,
1983년에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 때문에 반소 감정이 폭발했었고..
2002년에 오노 금메달 사건과 여중생 장갑차 사건 때문에 반미 감정이 치솟았던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누가 저질렀건 같은 수준의 잘못에 대해 같은 강도로만 규탄하면 된다. 그럼 문제될 것 없다. 그렇지 않고 진영을 가려가며 편파적으로 선동질 하는 놈들이 매우 불순하고 나쁜놈일 뿐이다.
저 책은 북한 쪽을 찾아봐도 역시 5공 시절답게 '북괴' 운운하면서 노골적인 경계심과 적개심을 표현한다. 일본이고 북괴고 다 공평하게 모두 깐다. 그러면 편파적이지 않고 차라리 낫다.

한편, 저 때로부터 10~15년쯤 뒤인 김 영삼 때도 유독 일본의 정치인들이 위안부나 독도와 관련해서 망언을 자주 했고, 반일 감정이 상승했던 것 같다. 그러니 대통령이 "쟤들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겠다" 발언까지 하면서 조선총독부 청사를 헐어 버렸다.
정확한 근거나 출처를 찾기는 어렵지만 아마 저 때 새마을호 열차(= 국영 철도청 관할)의 안내방송에서 일본어를 잠시 빼 버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어지간히도 소심한 방법으로 저항했었다.;;

일본 문화가 정식으로 개방되지도 않았고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과 컴플렉스가 훨씬 쩔어 있었던 옛날이야 그럴 수도 있었다고 치지만 지금은 무려 2020년이다. 1982년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북괴로부터 6· 25 시절 같은 군사력 위협을 느끼는 건 전혀 아니듯이, 일본에 대해서도 쟤들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 무슨 태평양 전쟁 시즌 2 같은 짓거리를 하면 어쩌나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적 수준이 일제 쇠말뚝이니 아베 노부유키의 저주(?) 나부랭이에 머물러 있는 반일은 좀 망상 정신병을 의심해야 하지 않나 싶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악성 친일파보다 더 나쁜놈들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3. 한국: 꼬인 근현대사 비극의 근원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한국 현대사의 비극들 중 상당수는
과거에 자국민의 힘으로 조선 왕조를 직접 끝장내지 못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면 된다.
무슨 광복군이 제대로 참전하지 못한 것? 그건 별 의미 없으며 신경 쓸 필요 없다.

19세기에 조선은 말이 좋아 고요한 아침의 나라이지, 지금으로 치면 아프리카의 어느 못 사는 나라와 비슷하게 가난하고 굶주리고 비위생적이고 다른 나라와 제대로 교류하지도 않으면서 최악의 막장 고인물 썩은물이 되어 있었다.
오죽했으면 차라리 이전의 고려가 조선보다는 더 개방적이고 국제 인지도가 더 높았기 때문에 한국의 영어 명칭조차도 ‘코리아’로 굳어지지 않았던가? 조선의 입김이 닿았다면 choose의 과거분사와 비슷한 단어가 됐을 텐데 말이다.

생각해 보면 조선은 시작과 끝이 은근히 잔혹하고 악랄했다. 건국 초기부터(1400년 초) 특별히 반역이나 역모 혐의가 없었는데도 고려 왕씨들을 집요하게 색출해서 참수하거나 바다에 던져넣는 식으로 학살했다. 나중에 홍 경래의 난이 진압됐을 때는(1812) 수괴와 간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단순 가담자까지.. 10살 이상 남자는 전원 무려 1917명을 한 치의 자비심 없이 몽땅 처형했다.

하물며 말기에 개화파는..?? 그야말로 삼족이 멸해지는 참화를 당했다. 김 옥균은 외국 망명 중에도 왕이 직접 보낸 자객에게 암살 당한 게 마치 북한 김 정남이 암살 당한 것과 비슷해 보인다. 저 사람뿐만 아니라 서 재필도 가족은 조부모, 부모, 자녀, 손주 세대까지 깔끔히 순삭 당했다.
고종과 민씨 일가는 외교와 경제· 군사는 등신 같았지만, 자기 밥그릇 지키는 데는 귀신이었다.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 같은 건 외국 군대까지 끌어들여 자근자근 밟아 줬다. 그리고 그 외세는 조선의 무덤을 파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그때가 되니 조선 정부도 일본에게 내정간섭 좀 그만 하라며 뒤늦게 손사래를 치기도 했지만.. 이미 일본군이 경복궁 주위에까지 쫙 깔렸고 때는 너무 늦었다.
이걸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당시 쟤들은 거의 싸이코패스가 아닌가 생각이 들 법도 한데 국뽕 국사 교과서는 이 과오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 특히 민비가 워낙 적절한 타이밍 때 잘 암살 당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청산리니 봉오동이니 하는 1920년대 독립군의 전과가 많이 부풀려지고 왜곡된 것으로 밝혀졌듯이, 20여 년 뒤의 광복군도 비록 취지는 훌륭하지만 그 규모와 전투력은 정말 보잘것없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군대는 오로지 소비밖에 안 하는 집단이다. 지금 북한이 중국 없이 못 지내는 것 이상으로 그때 임시정부니 광복군이니 다 장 제스의 지원이 없었으면 뭘 더 할 수 있었을까? 겨우 그거 갖고 당당히 일본을 무찌른 전승국 대접을 받고 미국· 소련의 입김에서도 벗어난다? 남북 분단도 안 되었을 거라고? 꿈도 참 야무지다.

내가 예전에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일본이 핵폭탄 맞고 일찍 항복하고 허겁지겁 도망간 것은 걔네들한테나 우리한테나.. 특히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득이 훨씬 더 많았다.
일제가 한반도에서 뭔가를 수탈하고 망쳐 놓은 것을 논하기 전에, 구한말 때 이 헬조선 땅에 더 수탈하고 망가뜨릴 게 그렇게 많이 있기나 했는지를 이성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7/11 19:35 2020/07/1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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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일러 상수: 감마

초등학교 시절에 반비례 함수라고 배웠던 1/x는 조화급수를 나타내며, 궤적은 쌍곡선이고 부정적분은 ln x (+C)가 되는 꽤 독특한 함수이다.
그런데 1/x의 값을 1 간격으로 n까지 구한 조화수열의 합과(즉, 1 간격의 구분구적법), 아예 해당 함수의 정적분(실제 면적)은.. 일단 명목상으로 값이 비슷할 것 같은데 정확하게 얼마나 차이가 날까? n이 무한대로 근접할수록 값이 어떻게 될까?

먼저, 이런 발상이 왜 나왔겠는지부터 생각을 해 보자.
1/x라는 문제의 함수는 x가 무한대로 갈 때 함수값 자체는 0으로 수렴하여 한없이 줄어들지만, 급수의 무한합 내지 정적분은 무한대로 발산한다는 아주 기괴한 특징이 있다. 보통은 다 발산하거나 다 수렴하지, 저렇게 되는 건 몹시 드물다.

1/x 말고 그냥 x라든가 1/x^2 같은 주변의 다른 함수에 대해서  급수의 무한합과 정적분의 차이를 구해 보면 구하는 게 무의미한 trivial한 결론이 나와 버린다. 그냥 무한대로 빠지거나, 아니면 한쪽이 그냥 0이 돼 버려서 차를 구할 필요가 없어지는 식이다.

하지만 1/x는 그렇게 trivial하게 빠지지 않는다. 더구나 무한급수와 정적분의 차이가 “무한대 - 무한대” 꼴의 극한이 되는지라, 극한값이 유한하게 나온다는 게 직관적으로 보장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 극한값은 수학적으로 파고들 명분과 의미가 있으며, 옛날 천재 수학자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일단 1/x에 대해서 무한합과 정적분의 차이가 특정값으로 수렴한다는 것 자체가 증명되었으며, 그 값은 대략 0.577215… 형태로 빠진다. 이 수는 관례적으로 오일러-마스케로니 상수라고 불린다.

자연상수 e야 미적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중등교육 수준에서도 이과의 최종 테크 한정으로 배운다. 하지만 저 상수는 쓰이는 곳이 너무 난해한지라, 수학과에서 해석학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정도가 아니라면 딱히 접할 일이 없다.

더구나 쟤는 특성이 밝혀진 것도 별로 없다. 사칙, 삼각함수, 지수, 로그만으로는 저 수를 나타낼 수 없다. 그러니 정황상 초월수 무리수인 것이 99.999% 확실해 보이긴 하지만.. 수학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완벽 엄밀한 논리 전개만 동원해서는 초월수는커녕 무리수인지도 정확하게 증명이 못 돼 있다고 한다. 의외의 일이다.

다만, 이 수는 e^(-x) * ln(x)라는.. 비교적 친근한(?) 초등함수 조합을 0부터 무한대까지 이상적분을 해서 얻을 수 있다(음수 버전이 나옴). 친근해 봤자 쟤는 이미 부정적분은 초등함수 형태로 나타낼 수 없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수는 팩토리얼의 대수적 확장 버전인 감마 함수와도 관계가 있다. GAMMA(x)-1/x라는 함수에서 x=0의 극한값이 이 수의 음수 부호 형태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 오일러 상수는 그리스 문자 ‘감마’(γ)를 써서 표기하곤 한다. 상수는 소문자 감마이고 함수는 대문자 감마이다.
이 글의 전체 내용을 수식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오메가 상수와 람베르트 함수

고등학교 수학에서는 지수와 로그를 다루고, 이과 및 자연계에서는 이에 대한 미· 적분까지도 다룬다.
그럼 다음으로 지수함수 e^x에다가 x를 또 곱한 x*e^x라는 함수를 생각해 보자. 취급하기가 약간 더 복잡해졌지만.. 그래도 얘는 부분적분을 통해 부정적분을 온전한 형태로 구할 수는 있다.

그런데 x*e^x = 1 이라는 방정식의 근을 구할 수 있을까? (뭔가 오일러의 항등식과 살짝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냥 기분 탓임..)
양변에 로그를 씌워서 식을 정리하면 x= -ln x까지는 나온다. 하지만 이 이상 식을 정리하는 건 무리이고, 이 시점에서 발상을 전환하여 뭔가 새로운 개념이나 용어를 창조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걸 1700년대에 이미 실제로 한 사람이 있다.

일단 저 식을 실수 범위에서 만족하는 근 x는 대략 0.567143…으로 전개되는 값이다. 앞서 다뤘던 오일러 상수와 얼추 비슷한 크기라는 게 흥미롭다. 물론 특성과 의미는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더 나아가 x에 대해 t*e^t = x를 만족하는 t를 되돌리는 함수가 바로 고안자의 이름을 딴 “람베르트 W” 함수이다.

고안자인 요한 하인리히 람베르트는 수학, 물리, 천문학, 철학 등 다방면에서 가히 레오나르도 다 빈치 급으로 불세출의 천재였다고 전해진다. 오일러와도 같은 국적의 동시대 사람이었으나.. 좁은 세상에 태양이 둘일 수는 없어서 그런지 람베르트는 오일러보다야 인지도가 낮다.

오일러 상수에 그리스 문자 ‘감마’가 부여되어 있다면, 앞서 언급한 W(1)에는 관례적으로 그리스 문자 ‘오메가’가 부여되어 있다. 오메가가 w와 비슷하게 생겨서 두 문자가 저렇게 섞여 쓰이는 것 같다.
W(1)은 오일러 상수보다는 분석하기가 아무래도 더 용이한지, 초월수라는 것은 간편하게 증명되어 있다.

하지만 W라는 함수도 기존 초등함수의 형태로 나타낼 수 없으며 절대로 만만한 물건이 아니다. 그럼 정체를 알기 위해 만년 수치해석 근사값에만 의지해야 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해석학적인 의미를 지닌 형태로 나타낼 수는 있는데, 그게 감마 함수가 들어간 무한급수이다. 이 역시 공대 수준의 숫자 공부만 한 사람이라면 그냥 포기하는 게 속 편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물건이 왜 존재하느냐 하면.. 그게 존재함으로써 더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고 다른 복잡한 개념을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x*a^x뿐만 아니라 아예 x^x=b 같은 방정식의 근도 Lambert 함수 형태로 표현 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x^x = e의 근은.. 저 오메가 상수의 역수.. 1/W(1), 대략 1.763222…이다. e에다가 단순 가공을 한 게 아닌, 뭔가 차원이 다른 수가 튀어나온 셈이다. x^x 정도면 적분도, 방정식 근도 모두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못 구하는 난감한 물건이니 말이다.
어쩐지 뭔가 메이플 같은 수학 패키지로 지수함수가 섞인 복잡한 방정식 풀이를 시켜 보면.. LambertW 이러는 식으로 답이 나오곤 하던데 그게 저런 뜻이었다.

Lambert 함수는 양의 실수에서는 ln x보다도 더욱 느리게 증가하는 별볼일 없는 함수이다. 하지만 수학 전공자들은 이런 함수를 실수도 모자라서 복소수 영역에서 갖고 논다. 도함수나 부정적분을 구하면 이 함수 자체가 포함된 더 복잡한 형태가 나오는 게 지수/로그함수 계열과 비슷해 보인다.

얘는 음수 -1/e부터 0 사이에서는 마치 제곱근처럼 값이 2개가 나온다는 특징이 있다.
비록 중등 교육과정에서 가르치지는 않지만.. 해석적으로 분석을 못 하는 것도 아닌데, 관점에 따라서는 얘도 초등함수의 범주에 넣을 수 있어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참고로 람베르트 함수 말고 삼각함수 중에도..
우리가 0 극한값을 배울 때 써먹었던 sin(x)/x처럼.. 하필 sin(x), cos(x), sinh(x), cosh(x)를 x로 나눈 물건의 정적분 함수를 따로 Si(x), Ci(x), Shi(x), Chi(x) 요렇게 표기한다. 기존 초등함수들의 조합으로 나타낼 수 없는 새로운 특성을 갖지만 그래도 수학적으로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저렇게 써 놓으니 무슨 한어병음 표기처럼 보인다만=_=;; 어쨌든 저런 건 초월함수들 중에서 적분함수라고 따로 불린다.

Posted by 사무엘

2020/07/09 08:35 2020/07/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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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색 정리, 정사각형 분할 문제

일명 “4색 정리, 4색 문제”는 개념 자체는 마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처럼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엄밀한 증명은 20세기의 현대 수학자조차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난해했던지라, 1976년이 돼서야 컴퓨터의 brute-force 계산 능력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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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으로 치면 무슨 머신 러닝을 돌리듯이 당대의 슈퍼컴 두 대를 장정 50일을 돌리면서 가능한 모든 지도 모델에서 증명이 성립함을 확인했다고 한다.
물론 저건 오늘날의 머신 러닝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내 기억이 맞다면, 1970년대 중반의 크레이 슈퍼컴퓨터는 20여 년 뒤에 등장하여 클럭 속도가 GHz급에 도달한 펜티엄 3~4급 PC와 얼추 비슷한 성능이었다. 요즘 PC라면 GPU 세팅만 잘 하면 하루는커녕 길어야 수십 분~몇 시간이면 시뮬레이션이 끝나지 싶다. 그만치 세상이 많이 변했다.

하지만 1976년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45년 가까이 전의 과거이다. 증명할 지도 모델을 설계하고 계산량을 그 시절 컴퓨터로 감당 가능하게 최소화한 것만으로도 독창적인 학술 공로이며, 대학교 수학과 교수 급의 전문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극도로 비싸고 귀하신 몸이던 슈퍼컴을 당장 실용적으로 필요하던 일기예보나 모의 핵실험, 탄도 예측(?)이 아닌 학술 연구용으로 끌어들여 온 것 역시 해당 연구자의 행정력과 근성과 로비 덕분이었던 셈이다.

한편, 정사각형을 크기가 서로 다른 작은 정사각형들로 분할하는 문제(lowest-order perfect squared squares)도 굉장히 난해하지만 답이 존재는 하는 굉장히 기묘한 문제인데.. 4색 정리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시기인 1978년에 길이 112짜리 사각형을 21개로 분할하는 해법이 발견됐다. 이 역시 컴퓨터를 동원하여 찾아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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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저 정사각형들도 최대 4개의 색만으로 서로 경계를 구분하여 칠할 수 있을 테니, 이것도 4색 문제하고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_=;;
1982년에는 동일 연구자의 후속 연구를 통해 저게 이론적으로 존재 가능한 optimal 내지 lower bound라는 것도 증명됐다. 즉, 20개 이하의 서로 다른 정사각형으로 큰 정사각형을 꽉 채우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가장 작은 정사각형 분할의 하한은 112가 아니라 110이라고 한다. 분할 개수는 21개보다 딱 1개 더 많은 22개이다. 참으로 신기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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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컴퓨터의 도움 없이 사람이 찾아낸 가장 단순한 정사각형 분할은 175를 24개로 분할하는 것이었다. (81, 55, 39, …) 1946년에 데오필루스 윌콕스(1912-2014)라는 영국 사람이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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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각형을 서로 다른 정사각형으로 분할하는 방법 자체는 다양한 크기별로 무한히 존재하기라도 하는지? 이게 증명돼 있기라도 한지는 모르겠다. (자명한 닮은꼴은 물론 제외. 작은 정사각형의 크기값들이 모두 서로 소인 것으로 한정)

단지 2차원이 아니라 3차원에서 정육면체를 서로 크기가 다른 정육면체로 꽉 맞게 채운다거나 그 이상의 차원에서 같은 방법으로 hypercube를 채우는 방법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명확한 것이... 3차원만 생각해 봐도 그런 정육면체가 있다면 여섯 면이 다 제각기 크기가 서로 다른 정사각형으로 거대한 정사각형을 이룬 모습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육면체만으로 그렇게 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벡터의 외적이 딱 3차원 벡터에 맞게 존재하는 이항연산이듯이, a^n+b^n=c^n의 정수해가 존재하는 n의 상한이 딱 2인 것처럼.. 정사각형 분할은 딱 2차원 평면에서 존재 가능한 절묘한 문제인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25 19:38 2020/06/2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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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속도로 톨비

우리가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늘 지불하는 통행료, 일명 톨비라는 건 생각보다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서 복잡한 방식으로 산출된다.
가장 간단하게는 “기본 요금 + 주행 거리 * 임률”이며, 임률이 경차 포함 6종의 차종별로 차이가 있는 것까지는 다들 아실 것이다. 민자 고속도로는 여기에 부가세가 추가되어서 살짝 더 비싸진다.

그런데 이 표준 임률은 4차로(편도 2차로)짜리 고속도로 기준이다. 2차로 고속도로에서는 임률이 절반(50%)으로 할인되고, 반대로 6차로 이상의 넓은 고속도로에서는 20% 할증이 붙는다. 이런 제도도 있었다니.. 과거에 열악하던 88 올림픽 고속도로가 통행료를 반값만 받았던 건 단순 예외적인 특례가 아니라 매뉴얼 상의 규정이었다.

물론 오늘날은 2차로 고속도로는 모두들 확장되고 개량되어 사실상 전멸했으며, 1992년 이래로 국내에 새로 건설하는 고속도로는 무조건 4차로 이상의 규모로 만들고 있다.
그러니 2차로 고속도로의 50% 할인 규정은 마치 삼륜차 운전 면허처럼 비현실적인 사문이 됐다. 오늘날 실질적으로 50% 할인을 받고 있는 건 경차이다. 6종 경차의 임률은 1종 소형차의 절반이기 때문이다.

톨비는 여기에다가..

  1. 1~3종 차량(초대형 차량만 아니면 다~)에 한해서 출퇴근 시간대 할인,
  2. 사업용 화물차는 반대로 심야 시간대 할인이 적용된다. 대형 트럭 기사들이 톨비를 할인받으려고 무리해서 밤 시간대를 골라서 다니는 게 이 때문이다.
  3. 소형차는 주말과 공휴일에는 또 반대로 소폭이나마 할증되기도 한다.
  4. 끝으로, 차량이 아니라 사람을 근거로 할인해 주는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할인도 있다. 이 분야로 등급이 높으면 톨비가 아예 완전히 면제되기도 한다.

지난 2014년인가 15년부터는 설과 추석 연휴 3일 동안은 아예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에서 모든 운전자를 대상으로 톨비가 면제되기 시작했다. 그 전에 무슨 임시 공휴일 때도 잠깐 면제된 적이 있었지만 그건 일회성 이벤트였고, 명절 면제는 관행이 됐다.

생각보다 변수가 굉장히 많지 않은가?
아 참, 폐쇄식 말고 개방식 구간도 있다는 걸 깜빡했다. 개방식은 차들의 실제 주행 구간을 알 수가 없는데 그럼 전국의 모든 개방식 고속도로 톨게이트는 차종별로 고정된 액수의 통행료를 징수하는지?
자동차 내비에서 경로 계산과 동시에 예상 톨비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건 매우 까다로우며, 도로 공사로부터 공인 API/SDK 같은 거라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하철의 운임이 비현실적으로 환승을 자주 하더라도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단 거리를 가정하고 산정되듯, 고속도로 톨비도 출발 IC와 도착 IC 사이에 여러 경로가 존재 가능하다면 이론적으로 가능한 가장 저렴한 구간을 가정하고 톨비가 산정될 것이다.

2.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 요금제

오늘날 서울과 수도권에서 시외버스 아래 등급의 버스들, 그리고 일반열차 아래 등급의 광역전철과 지하철들은 통합 환승 할인 요금제를 적용받고 있다. 승객은 이용한 교통수단들 중 가장 비싼 것의 기본요금(마을버스 < 시내버스 < 지하철 < 좌석버스 < 광역버스..)부터 시작해서 나머지 추가 요금을 내게 되는데, 추가 요금은 이용한 거리에 비례한다.

대부분의 경우 10km 거리까지가 기본 요금이고, 그 뒤 5km당 100원씩 올라가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전철에는 버스에 없는 다음과 같은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 총 이용거리가 50km (기본 10km + 40km, 800원 추가)를 초과하면 이후 거리부터는 8km당 100원으로 임률이 저렴해진다.
  • 단, 서울· 인천· 경기도 구간과 그 바깥 구간을 연속해서 이용하는 경우, 전자의 구간에 대해서만 위의 임률이 적용된다. 충청도(경부선 천안..)나 강원도(경춘선 춘천..) 구간은 무조건 4km당 100원으로 비싸게 계산된다.
  • 공항 철도는 역시 영종대교를 건너는 구간이 제일 비싸다. 10km까지는 900원 고정이지만 그 뒤부터는 1km당 130원으로 폭증한다.
  • 용인과 의정부에 있는 경전철들은 기본요금이 2, 300원 남짓 추가되는 것 말고 임률이 바뀌는 건 없다.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방식이 기존 기본요금 + alpha인지, 아니면 max(기존 기본요금, 경전철 기본요금)인지는 잘 모르겠다.
  • 신분당선은 1차 개통 구간인 강남-정자, 2차 개통 구간인 정자-광교로 구분해서 둘중 한 구간만 이용하면 기본요금 1000원 추가, 모두 이용하면 1300원 추가이다. 물론 거리비례 요금은 별도로.. 2차 구간이 개통했던 직후에는 요금 계산 방식이 더 복잡했고 서울-경기도 경계 구분을 했었지 싶은데.. 저건 그나마 간소화된 형태이다.
  • 경춘선 ITX 청춘, 공항철도 직통열차는 동일 승강장에서 운임 체계가 다른 별도의 좌석형 일반열차를 굴리는 예이다. 누리로는 동일 승강장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좀 애매하고..

고속도로와 철도 모두 민자 구간이 등장하면서 요금을 따로 정산할 필요가 생겨서 시스템이 이렇게 복잡해져 있다.

  • 버스/전철 공통 적용: 조조할인
  • 버스: 아무리 장거리여도 추가요금이 기본요금보다 더 많이 발생하지는 않게 보정, 1회 비환승은 기본요금으로만(서울 한정), 다인승
  • 전철: 최단거리 이용 추정 원칙, 운영구간별 요금 정산, 노인 무임

3. 제한 시간

고속도로는 통행료만 지불한다고 다가 아니고.. 회당 체류 시간이 제한돼 있다.
서울 지하철이 5시간 제한이 있듯이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제한 시간은 24시간이다. 즉, 진입한 지 하루 안으로는 출구 IC로 나가 줘야 한다. 시간이 경과되면 고속도로에서 도대체 뭘 했는지를 의심받을 수 있고 추가 요금을 내게 된다.

솔직히 이 좁은 땅에서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이동한다 해도 자동차로 24시간이 넘게 걸릴 일은 없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차로 여러 사람들이 휴게소에서 모인 뒤, 자기 차를 거기에 두고 한두 차량에만 다 모여서 타고 놀러 가서는 며칠 있다가 돌아오는 상황이다. 그러면 그 차들은 고속도로 내부에서 24시간이 넘게 세워져 있게 된다.

글쎄, 이렇게 세워진 차들이 많다면 휴게소에 장기 주차된 차들 때문에 다른 차들이 못 들어와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장기 주차가 가능하다고 정식으로 지정된 휴게소에서 추가 요금이라도 내는 조건으로 이런 걸 허용한다면 운전자와 도로 공사들이 모두 윈윈 하는 전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화장실과 편의점 정도만 달랑 있는 '주차장' 휴게소도 있으니 말이다. (졸음 쉼터보다 크고 정규 휴게소보다는 작은..)

쉽게 말해 이런 식으로 장기 주차를 양성화 합법화하는 것이다. 주차 요금이 그 차들이 모두 움직일 때 드는 기름값과 톨비와 타지의 주차 비용보다 더 비쌀 리는 절대 없을 테니..
안 그래도 요즘은 하이패스 기술이 발전하고 휴게소도 중간 회차를 굳이 금지하지 않는 형태로 만들어지는 추세이지 않은가? 휴게소에다가 차를 장기 주차했다가 중간 회차하는 것은 마치 휴게소를 고속버스 중간 환승지로 이용하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활용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23 08:36 2020/06/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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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UV

자가용 자동차 중에서 SUV는 실용성을 강조한 외형이어서 그런지 덩치가 커도 사치스럽다는 느낌이 덜 들며, 반대로 작아도 싸구려 느낌이 덜 드는 것 같다. 비슷한 배기량이나 가격의 세단 승용차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SUV는 차량이 차주의 부와 지위라는 편견과 연결된 정도가 덜하다. 그래서 굉장히 무난한 느낌을 준다.

SUV는 동급의 세단 승용차보다 길이가 짧고 높이는 높고 바퀴가 더 크다.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고, 뒷좌석을 접어서 공간을 더 낼 수도 있다. 자전거를 접지 않고 그대로 실을 수도 있어서 좋다.

2. 친환경 모델

친환경 동력원을 주류로 미는 SUV가 조금씩 출시되고 있는 게 흥미롭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휘발유 내지 디젤 모델이 주류로 먼저 나온 뒤에 같은 차체를 기반으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모델이 덤으로 나온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 ‘코나’는 전기 내지 하이브리드가 덤으로 출시된 경우이다. 그러나 기아 ‘니로’(Niro)는 처음부터 휘발유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 모델로만 나와서 친환경 차량임을 처음부터 굉장히 강조했다.

그 뒤 현대에서는 자기 주특기를 살려서 수소 연료전지 기반 전기 SUV인 ‘넥쏘’를 내놓았다. 수소 엔진으로 일렉시티 버스밖에 안 만드는 줄 알았더니 드디어 더 작은 차량까지 만들기 시작한 게 흥미롭다.
얼마 전에 넥쏘가 달리는 모습을 우연히 볼 수 있었다. 자동차가 VVVF 전동차 구동음과 이렇게 비슷한 소리를 내는 모습은 난생 처음이었다. 매우 신기했다.

순수 전기차는 배터리에 의존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보니, 제조를 위해 자동차 회사의 고유 기술보다는 화학 회사의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더 올라간다. 이는 기존 자동차 회사의 입장에서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니 이것 때문에 현대가 미래의 밥줄을 유지하기 위해 수소차를 일찍부터 연구 개발한 게 아닌가 싶다.

다만, 천연가스만 해도 액화하는 게 장난이 아니게 까다롭고 어렵거늘 그것보다 통제가 더 안 되고 온도늘 더 낮춰야 하는 수소는 뭐.. 아직 갈 길이 멀다.
액체 수소는 우주 로켓의 2단 이상의 엔진에서 연료로 쓰이는 편인데, 수소 연료 전지는 그렇게 수소를 고온 고압(?)에서 태우고 폭발시키는 엔진과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연료 전지는 물리 반응이 아니라 화학 반응만으로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로켓이 아닌 자동차 수준에서는 수소를 직접 태우는 방식보다는 연료 전지 방식이 더 실용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3. 버튼

2000년대부터 자동차에는 전통적인 열쇠 대신 버튼식 시동 장치가 등장했다. 열쇠가 굳이 스위치에 꽂힐 필요 없이, 열쇠가 차내에 있기만 하면 된다. 그 상태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ON/OFF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브레이크를 안 밟으면 단순 ON/OFF만 전환)

그 뒤 2010년대 후반부터는 신기하게도 변속기도 버튼식으로 서서히 바뀌어 간다. 자동 변속기 차량의 특성 중 하나가 P와 D를 오갈 때 불가피· 불필요하게 후진등 램프가 잠시 깜빡이는 것이었는데.. 이런 아마추어 같은 특성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재래식 열쇠와 시동 스위치, 그리고 심지어 수동 변속기도 완전 깡그리 멸종한 건 아니며 최하위 모델의 깡통 사양에서는 남아 있는 듯하다.

4. 자동 변속기 차량이 시동이 꺼질 수 있는가?

올해 초에는 나름 비싼 고급 준대형 SUV인 팰리세이드가 산길에서 전복 사고가 난 것이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처음에 운전자의 주장은 급발진을 수습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차량을 전복시켰다는 것이지만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그게 아니고 그냥 개인의 운전 미숙 때문이었다.

당사자가 정말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무개념 김여사 발언(거기 직원 3명을 짜르고, 사고를 겪은 나에게 위자료와 함께 제네시스 G80을 보상으로 달라??? ㄲㄲ)은 무척 병맛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차가 전진 중일 때 실수로 후진 기어를 넣었을 때 차가 어떻게 동작하는 게 바람직하냐 하는 것으로 귀착되었다.

수동 변속기 차량이 기어를 잘못 넣어서 엔진에 과부하가 걸려 시동이 꺼지는 건 흔한 현상이다. 자동 변속기는 그런 현상이 없어서 좋다. 그런데 같은 방향의 고단 저단이 아니라 아예 엔진과 변속기의 진행 방향이 엇갈려 버리면 어떻게 될까?

예전에 영화 타이타닉을 보니 빙산과의 충돌 위기 때문에 배를 필사적으로 감속할 때는 엔진을 역추진 시키고 피스톤이 아예 반대 방향으로 돌기도 했더라만.. 걔는 증기 기관 외연 기관이다. 요즘 자동차 엔진은 피스톤의 회전 방향이 반대가 됐다가는 큰일 난다.

자동 변속기는 고/저단 변속을 잘못 했다고 시동이 꺼질 일이 없는 게 장점인데 그게 아예 전진과 후진조차 잘못 지정된 것까지도 감안해서 동작할 필요가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그것까지 감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국의 다른 차들이 다 그걸 감안해서 동작한다면, 국산차도 제품 경쟁력과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그런 솔루션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요즘 차들은 신호 대기 정차 중일 때 N 상태를 자동으로 흉내 내고, 심지어 시동까지 잠시 꺼 주는(ISG) 기능까지 도입돼 있다. 그런데 신호 대기가 아니라 내리막에서 변속 잘못으로 인해 시동이 꺼지는 건 차의 변속기는 보호해 주겠지만 탑승자까지 보호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차 시동이 꺼지면서 브레이크의 제동력도 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바퀴로 동력 공급을 끊은 중립으로라도 유지돼야지..

그리고 그런 안전 장치가 있건 없건, 운전할 때 전· 후진 변속은 차가 완전히 선 상태에서 해야 안전하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철칙이다.

5. 통신 장치

(1) 그러고 보니 1990년대 승용차들은 라디오를 틀 때면 차 뒤쪽에서 길쭉한 안테나가 무슨 삼단봉처럼 쓰윽 올라가고, 라디오를 끄면 안테나가 다시 내려갔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자동차는 기술이 좋아졌는지.. 그런 길쭉한 작대기가 아니라 뒤에 상어 지느러미 같은 짤막한 안테나로 끝이다. 자동차용이다 보니 안테나도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디자인됐다.

(2) 터널 안에는 라디오의 음질이 AM/FM별로 어찌 됐더라..?? 아무래도 음질은 FM이 더 좋았다. 인공위성으로 송출되는 텔레비전은 화면이 나오지 않았고 말이다.

(3) 옛날에는 버스에서 텔레비전이 비치되어서 비디오 테이프가 아닌 전파 수신 영상을 시청하는 게 굉장히 신기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시다시피 넘쳐나는 게 디지털 영상이고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정작 아날로그 라디오를 청취할 수는 없고.. 굳이 라디오를 들으려면 인터넷 데이터를 써서 강제로 디지털로 바뀐 신호를 들어야 한다.

(4) 블랙박스도 스마트폰 같은 타 기기와 연계해서 날짜 시각 동기화 기능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을 기록해야 하는데 이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는 근본적으로 순정품이 쓰이지 않고 통신 기능도 없는 폐쇄적인 기기이다 보니 21세기답지 않게 사람이 불편하게 수동으로 날짜 시각을 맞춰 줘야 한다.

6. 자동차의 공기 필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요즘 사람들은 외출할 때 마스크를 끼는 게 무조건적인 필수가 됐다. 오토바이를 탈 때 헬멧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공공장소에 들어갈 때 체온 측정을 하는 건 음주 측정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됐다.

그 전에는 마스크라는 건 가끔씩 중공 발 중금속 미세먼지가 너무 짙어졌을 때 호흡기를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물건이었다(입력 차단). 즉, 그 마스크는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으며, 끼지 않으면 자기가 손해였다. 그리고 공기가 상대적으로 맑은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됐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는 미세먼지 마스크와는 용도가 완전히 정반대이다. 이건 이미 감염돼 있을지 모르는 사람의 날숨과 타액 비말(미세한 물방울)이 퍼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출력 차단용이다.

그러니 이제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자기가 남에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 그리고 원칙대로라면 실내에서도 써야 하며, 주변에 사람이 없거나 충분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만 벗을 수 있다.

한편, 자동차는 기계이니 사람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는 않지만.. 공기가 미세먼지 불순물 때문에 탁한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자동차에게도 절대로 좋지 않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었을 때 퀴퀴한 냄새가 나면 사람들은 공기 필터를 교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자동차에 공기 필터라는 건 두 종류가 있다. 흔히 생각하는 객실(cabin)용 공기 필터뿐만 아니라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를 거르는 필터도 있기 때문이다.

엔진용 공기 필터는 우리 생각보다 자동차의 수명에 기여하는 것이 많으며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사람이 끼는 ‘미세먼지 마스크’의 자동차 버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흙먼지 등의 불순물이 많이 낀 공기가 실린더 안으로 들어가면 전부 불순물 찌꺼기가 돼서 배출되지 않고 남는다. 그래서 엔진을 더럽히고 출력과 연비를 깎아먹고 온갖 탈을 일으킨다. 사람으로 치면 호흡기와 순환기에 질병이 생기는 것과 같다.

환경이 위생적이지 못했던 옛날에는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 매우 짧았다. 자동차도 안전 벨트나 안전 유리가 없던 시절에는 비포장 도로에서 정말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저속 주행 중에 사고가 났는데도 탑승자의 사망· 중상이 속출했다.

그리고 그것처럼.. 초창기에 공기 필터가 없던 시절에는 엔진의 고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잦았다. 한 2~3000km 정도만 구르고 나면 엔진 내부가 끔찍하게 더러워져서 진지한 정비 없이는 더 운행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게 공기 필터가 도입되면서 엔진 수명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런 식으로 자동차 기술이 발달해 왔다. 그렇잖아도 자동차의 동력원이 외연 기관(증기)에서 내연 기관(휘발유/디젤)으로 바뀌면서 효율과 성능이 크게 향상됐지만, 엔진의 내부 구조가 훨씬 더 복잡해지고 연료와 공기에 대해 요구하는 민감도도 크게 올라갔다. 아무거나 대충 집어넣어서 불 때서 물만 끓이면 되던 시절을 생각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이런 경향은 자동차에 더 정교하고 복잡한 연료 분사 기술과 배기가스 정화 기술이 도입될수록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동차에는 공기 필터뿐만 아니라 연료 필터라는 것도 진작부터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필터들은 마치 엔진오일처럼 소모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03 08:35 2020/06/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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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원초적인 성경 계보와 종교 비교 얘기를 좀 하겠다. ㄲㄲㄲ
종교 개혁 개신교 진영에 킹 제임스라는 고전 영어 성경이 있다면, 가톨릭(천주교) 진영에는 듀에이-림즈(Douay-Rheims)라는 고전 영어 성경이 있다.

개신교 쪽 성경 중에 제네바 성경처럼 인명이 아니라 지명을 딴 역본이 있듯, 듀에이와 림즈는 프랑스의 지명이다. 원어인 프랑스어 스타일로 읽으면 “두에 렝스”라고 한다.
프랑스는 영국이나 독일과 달리 개신교 쪽의 종교 개혁이나 성경 번역과 관련해서는 언급되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그 대신 천주교 성경이 저 동네에서 번역되었던가 보다.

공교롭게도 킹 제임스와 듀에이-림즈는 나온 시기가 굉장히 비슷하다. 전자는 어명에 의해 1604년에 번역 위원회가 조직되고 번역이 시작됐으며, 1611년에 전서가 한꺼번에 출간됐다.
한편 후자는 전자보다 약간 더 전부터 더 오랫동안 번역되어서 1582년에 신약, 1609년에 구약의 순으로 나눠서 출간됐다. 그래도 시기가 상당히 비슷한 건 사실이다.

1582년은 율리우스력을 개정하여(100의 배수해의 윤년 여부) 현재까지 세계 공통으로 쓰이는 달력인 그레고리력이 시행된 해이기도 하다. 저 때가 교황청에서 나름 성경도 만들고 달력도 고치는 등 여러 일을 했던 때였다. 왜냐하면 그 당시 쟤들은 독일에서 시작된 종교 개혁을 저지하고, 교황의 권위를 다시 강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먼 옛날 헨리 8세 때부터 이미 교황으로부터 결별하고 자체 교회를 운용하였으며, 자국어로 성경 번역도 진작부터 하고 있었다. 킹 제임스 성경의 출간 목적 중 하나는 성경 역본을 통합하여(비숍, 제네바) 그런 영국 교회(성공회, 청교도)를 하나로 단결시키는 것이었다.

그에 비해 천주교에서, 특히 휘하 조직인 예수회에서 뜬금없이 영어 성경을 내놓은 목적은 개신교 진영에서 시작된 자국어 성경 번역 트렌드에 맞불을 놓고(counter-) 자기네 교리를 정당화하는 것이었다. 이것 때문에 지금까지 안 하던 짓을 어쩔 수 없이 한 셈이다.
그래서 거기에는 오늘날 천주교 성경에서도 수용하지 않는 오글거리는 왜곡 번역이 좀 있다. 본인이 아는 건 딱 두 가지이다.

  • 창 3:15에서 여자의 씨가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거라는 예언을 “여자”가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거라고 바꿨다.
  • 눅 1:28에서 천사가 마리아에게 하는 말은 원래 “큰 은총을 입은 자여”(피동)라는 요지인데.. 그걸 “은혜가 가득한 자여”(능동)라고 바꿨다.

마리아를 신격화하기 위해서 번역을 저렇게 한 것이다. 저 시절에 저렇게 뜯어고치는 건 우리로 치면 일제 시대에 손 기정 선수 사진에서 복부의 일장기를 뽀샵질로 일부러 지우는 것과 비슷한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본인은 킹 제임스 성경 유일주의자로서 천주교는 성경을 금지하고 없애고 신자들을 죽이고 성경 변개에 일조한 집단 정도로나 알고 있었다. 자기 교리를 위해서 말을 버젓이 뜯어고친 듀에이-림즈 역본이야 더 볼 것도 없는 부패한 성서이고 말이다.

지금도 그 신념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만, 총론을 넘어 세부적인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런 성경에도 의외의 면모가 있다는 것을 근래에야 발견했기에 몇 가지 예를 완전성 차원에서 이 글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듀에이-림즈(DRB)는 만들어진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킹 제임스와 마찬가지로 고어체이며 thou, thee, -eth 같은 대명사와 접사를 볼 수 있다. 그건 그렇다 치는데.. 가장 먼저 골 1:14를 펴 보자.
변개된 역본에서는 “그분의 피로 through his blood”가 삭제되었다고 킹 제임스 유일주의자들이 으시대는 구절이기도 하다. 그런데...

In whom we have redemption through his blood, the remission of sins:

본인은 눈을 의심했다. 존재할 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through his blood가 DRB에서도 살아 있었다. 아니 이거, 마리아 숭배를 조장하던 그 역본이 맞나?
오히려 개신교 계열이며 천주교에서 과거에 시신을 부관참시했고 오늘날까지도 싫어하고 이단시하고 있는 위클리프.. 그 사람이 만들었던 옛날 성경(WYC)에는 through his blood가 없다.

in whom we have again-buying and remission of sins.

그건 이해가 된다. 위클리프 성경은 DRB보다 200년 가까이 전, 이 성계가 살아 있고 조선이 건국되었던 1390년대에 그 시절 여건의 한계상 ‘변개된 본문 계열’인 제롬의 라틴 벌게이트에서 번역됐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요 1:18도 찾아봤다. 무려 초대 교회 시절 오리겐 때 ‘독생하신 아들(son)’이 ‘독생하신 하나님(God)’으로 바뀌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 the only begotten Son who is in the bosom of the Father, he hath declared him. (DRB)
… but the one begotten Son, that is in the bosom of the Father, he hath told out. (WYC)

어라? 위클리프와 듀에이 모두 ‘아들’이라고 돼 있고 결과적으로는 KJV와도 일치한다. 오히려 개역, NIV, NASV 같은 20세기 역본들이 ‘하나님’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뭔가 혼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For three be, that give witnessing in heaven, the Father, the Son, and the Holy Ghost; and these three be one. (WYC)
And there are Three who give testimony in heaven, the Father, the Word, and the Holy Ghost. And these three are one. (DRB)

혼란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요일 5:7이었다. “하늘에서 증거하는 세 분이 계시니…”라고 KJV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구절, 원래는 없었다가 후대에 첨가된 거라고 잔뜩 공격받는 그 구절이 위클리프와 듀에이에 모두 버젓이 시퍼렇게 살아 있었다.

서로 죽고 죽이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 양 진영에서 각각 내놓은 성경이 진술이 이 정도로 일치한다면 이건 완벽한 교차검증 성공이지 않은가? KJV를 만들 때 성공회 팀과 청교도 팀이 눈에 불을 켜고 상호 검증하던 것을 뺨치는 수준이다.

따로 소개하지는 않지만 DRB는 사 14:12에 루시퍼도 남아 있고 계 2:13에서 사탄의 왕좌 대신 자리라고 KJV 스타일로 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DRB만 욕하기가 민망하고 미안해질 정도였다. 이래서 뭐든지 양쪽의 말을 다 들어 보고 팩트 확인을 꼼꼼히 해야 되는구나..

뭐 그래도 벧전 2:2에서는 서로 제 갈 길 가는지 DRB는 변개된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라”이고, WYC는 어째 KJV에 더 가까운 스타일로 번역되었다.

As newborn babes, desire the rational milk without guile, that thereby you may grow unto salvation. (DRB)
as now born young children, reasonable, without guile, covet ye milk [of full teaching], that in it ye wax into health; (WYC)

다시 말해 골 1:14와 벧전 2:2를 비교해 보면 KJV는 OO, 개역 NIV 따위는 XX인데.. DRB는 OX요, 위클리프는 XO인 셈이다.
본인은 세상의 모든 성경은 OO 타입 아니면 XX 타입이지, OX나 XO 타입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옛날에는 그런 중간형이 존재했던 모양이다.

어찌된 일일까? 이런 사실은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5분만 관심을 갖고 검색해 보면 알 수 있는데 나도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뭐, 킹 제임스 지지자건 반대자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회색지대 영역이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위의 사실은 가톨릭 쪽이든 개신교 쪽이든, 성경이 필사되고 전수된 과정이 모 아니면 도 하나로 언제나 딱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줄 뿐이다.
그게 그나마 긍정적인 쪽으로(OO) 크게 교통 정리가 된 건 에라스무스의 공인 본문 정립이다. 그리고 이를 대적하기 위해서 부정적인 쪽으로(XX) 크게 교통 정리가 된 것은 19세기 말의 웨스트코트와 호르트의 본문과 RV 역본이다.

16세기에는 요일 5:7에 실제로 “하늘에서 증거하시는 세 분”이 기록돼 있었나, 마가복음의 마지막 열두 구절이 진짜로 기록돼 있었나 하는 것은 전혀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건 웨스트코트와 호르트 이래로 본문비평이라고.. 성경 변개를 학술적으로 합리화하려는 수작 하에서 근현대에 와서야 제기된 낭설이다.

종교 개혁으로 인해 천주교와 개신교 사이에 반목과 대립이 심하던 16세기에 진짜 중요했던 것은 “성경에 외경--가톨릭에서 제2경전이라고 부르는--을 넣을 것인가? 넣는다면 구약의 일부로서 embed시킬 것인가 아니면 부록으로 별도로 넣을 것인가?”였다. 천주교 식이라면 토비트, 유딧, 에스드라, 마카베오 같은 책도 구약에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을 것이고, 에스더기는 10장 3절 이후로도 계속되어 무려 16장까지 있게 된다.

킹 제임스조차도 당대의 관행과 종교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외경이 포함되어 나왔다. 그러나 성경 본문은 절대 아니고 구약으로부터 분리된 부록 형태로 수록되었다. 그 시절엔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신의 한 수 파격이었고 교황 추종자들로부터 밉보일 짓이었으며, 최악의 경우 번역자들이 신변의 위협을 겪고 암살 당할 수도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의 사진은(☞ 출처) 1611년도 KJV 원판에서 외경의 한 페이지이다. 보다시피.. 에스더기만 해도 10장 4절부터 시작되는 외경 영역은 완전히 분리해서 수록하지 않았는가? The rest of the chapters of the book of Esther, which are found neither in the Hebrew, nor in the Calde라고 말이다. 세상에 그 어떤 천주교 성경도 에스더기 뒷부분을 이딴 식으로 편집해서 수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가톨릭 정신이 너무 투철한 일부 사람들은 KJV도 외경이 들어갔기 때문에 친가톨릭 성경이라고 비판하고 1611년판이 아니라 1655년인가 뭔가 외경이 완전히 제외된 KJV가 진짜 KJV라는 식으로 주장한다. 그건 역사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며, 별 영양가 없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얘기가 길어졌으니 슬슬 정리를 하겠다.
본인은 KJV 유일주의자로서 가톨릭이 성경과 관련하여 부정적인 기여를 한 것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독립된 분야로 요약하겠다.

1. (과거) 가장 먼저 옛날에야 일반인들에게 성경의 소지를 금하고 번역도 금하고.. 자기들 말고는 성경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실물을 불태웠다.
차라리 이단도 생기고 온갖 교단 교파들로 찢어지는 한이 있어도 수많은 지역 교회들이 잡초처럼 생겨나는 것이 성경적이지, 저기 같은 피라미드 중앙 집권 체계는 성경적인 교회 모델이 아니다. 뭐 지금이야 시대가 바뀌어서 쟤들도 물리적인 박해는 못 한다.

2. 오리겐 같은 옛날 사람들이 조금씩 독소를 넣고 변개해 놓은 일명 알렉산드리아 원문을 토대로 변개된 라틴어 본문을 만들었다.
하지만 옛날에는 사람들에게 성경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 자체가 너무 낮았기 때문에 그 당시엔 본문 변개의 여파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렇기에 DRB에도 올바른 다수 사본의 영향을 받은 맞는 표현도 여럿 등장했던 것이다.

3. 구약 성경에다 외경을 추가해 넣고, 십계명을 고쳤다. 이건 오늘날 개신교 쪽의 변개된 성경에서도 따르지 않는 사항이니 골 1:14, 벧전 2:2 같은 변개하고는 성격이 좀 다르다.

4. (과거) 한때 DRB 같은 마리아 숭배용 엽기적인 역본도 만들었다. 물론 오늘날은 천주교 성경에서도 그런 식으로 번역을 하지는 않으니 저건 흑역사가 되었다.

5. 그리고.. 옛날 성경에서 O를 확실하게 X로 몽땅 바꾼 개정판을 만들고, 20세기 이래로 모든 성경들의 번역 트렌드가 이걸 따라가게 만들었다. 2에다가 학문적인 근거(?)를 추가해서 그 영향력을 소위 기독교계 전체에 파급시킨 것이다.

본인은 이번 리서치를 통해서 2와 5를 더 명확하게 구분하게 되었다.
요일 5:7이 원래는 없다가 후대에 추가됐네 이딴 소리들은 2가 아니라 5의 산물인 것이다. 그놈의 후대라는 건 도대체 정확하게 언제쯤 후대를 가리키는 걸까?

사실, 논리를 더 명확하게 세우려면 천주교에서는 DRB 이후로 어떤 영어 성경을 사용해 왔는지를 알아야 할 것 같다. 개신교계가 KJV를 300년 가까이 사용하다가 갑자기 19세기 말부터 RV, ASV의 순으로 부패가 시작됐는데 저쪽도 DRB를 천주교계의 KJV마냥 수백 년 사용하다가 성경이 바뀌었는지?

1970년대에 나온 천주교용 NAB (New American Bible)은 이미 변개된 XX 스타일로 다 바뀌었다. 개신교가 이미 변개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는데 가톨릭에도 그런 변화가 없었을 리가 없다.
사실 본인은 공동번역 성서가 나오기 전에 한국 천주교에서는 무슨 성경을 사용했는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설마 개신교 쪽 성경을 봤을 리는 없을 테고, 아니면 아예 성경 없이 교리문답서만 보고 살았는가?

적장은 적장을 알아본다고 가톨릭은 오늘날도 위클리프나 루터나 틴데일이나 킹 제임스 성경에 대해서는 당연히 절대로 호의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지금이 옛날 같은 종교 재판, 이단 심문 같은 게 존재하지는 않으며 다들 평화니 화합이니 하고 있지만.. 결국 교리와 믿음이 다른 것은 다른 것이다. 그 차이점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님이 십계명을 두 버전으로 주셨을 리는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둘 다 옳을 수는 없다.

가톨릭의 듀에이-림즈는 현재 가톨릭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골동품이지만, 기독교의 킹 제임스 성경은 오류가 없는 최종 권위 말씀이며 하나님께서 말씀 보존 약속을 이행해 주신 바로 그 실물이다. 아멘.

  • 종교 개혁의 불모지이고 예수회의 본산지이던 스페인에도 그래도 ‘레이나-발레라’라고 바른 계보의 성경 역본이 있다. 요일 5:7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얘는 누가 언제 어떤 계기로 번역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한국은 1990년대가 돼서야 바른 계보 번역 성경이 나왔는걸..;;
  • 우리 진영 교회사에서는 맨날 사악한 가해자, 거의 공산주의자 급의 종교 공작원이라고 묘사되는 예수회가 일본에서는 박해받은 ‘기리시탄’이라고 불렸다는 게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중세 일본에서 사용했던 예수쟁이 식별법 중엔.. 나 같은 사람이라면 굳이 걸려들지 않았을 방법도 있다. 형상에 대한 인식의 차이 때문에 그렇다.

Posted by 사무엘

2020/05/05 08:35 2020/05/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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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자용 호신술은 흔히 "방어 운전"이라고 일컬어지는 편이다.

1.
무단횡단을 하다가 달려오는 차와 마주치게 됐다면, 무리해서 길을 마저 건너려고 뛰어가거나 차를 피해 도망치지 마라. 차도 당신이 달려가는 쪽으로 회피 기동을 하다가 충돌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0.5초 만에 완전히 도로 바깥으로 벗어날 수 있지 않고, 오는 차가 그리 크지도 않은 소형 승용차라면.. 차라리 그냥 가만히 서 있어라. 그러면 차가 당신을 알아서 피해 갈 것이다. 무단횡단자를 쳐도 이 나라는 과실 비율이 무단횡단자에게 엄청나게 유리하고, 운전자에게 엄청나게 불리하다. 차는 절대로 당신을 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마련이다.

2.
무단횡단이라는 건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있고 차선이나 중앙선도 그어졌을 정도로 최소한의 규모가 있는 도로에서 성립한다. 횡단보도가 있는 경우, 신호등이 있어서 빨간불일 때 건너면 무단횡단이 되지만 신호등이 없다면.. 그냥 보행자가 걸어다니는 빨간불이나 마찬가지이다.
차와 보행자가 어설프게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다면.. 어영부영 있지 말고 보행자가 그냥 손 들고 과감하게 먼저 건너 가 버리는 게 운전자의 입장에서도 훨씬 더 낫다.

3.
2차로 도로 같은 데서 중앙선 침범 차량과 정면충돌 위기에 처했다면 각 차량이 자신의 진행 방향 기준 "오른쪽"으로 피하도록 하자. 이것도 상대방을 생각한답시고 서로 엇갈리는 방향(= 결과적으로 동일한 방향)으로 대피해 버리면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하다못해 비행기도 마주오다가 관제 실수로 인해 동일 방향으로 회피해서 충돌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자동차는 그런 관제를 받는 것도 없으니 운전자들이 자체적으로 일관된 매뉴얼을 갖춰야만 한다.

4.
무작정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때도 많다. 너무 놀라고 오버해서 급 핸들 조작을 하는 게 그냥 곧이곧대로 가면서 감속만 하다가 적당히 앞의 장애물을 들이받거나 측면 접촉사고를 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사고를 낼 수도 있다는 걸 유의하자. 좌우로 휘청거리다가 멀쩡한 옆차와 팀킬, 혹은 최악의 경우 중앙선 침범, 정면충돌, 보행자 치기 등... 비접촉 뺑소니 때문에 자기만 혼자 독박 쓰면 정신 건강에 굉장히 안 좋다.

5.
보행자건 운전자건 무단횡단이나 갑툭튀 칼치기로 인해 멀쩡히 잘 가던 남의 차를 급브레이크를 밟게 만들었으면 좀 미안한 줄 알고 최소한의 쏘리, 사과 비상등 같은 의사 표현을 해라.
차대 차의 경우 이것만으로도 분노 조절 장애로 인한 막장 보복운전 범죄를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 이게 무슨 교통사고 과실 따지는 것도 아닌데.. 평생 다시 볼 일 없다시피할 사람에게 자기 실수 좀 인정하고 넘어간다고 해서 님하의 인생에 불이익이 돌아올 거 하나도 없다.

6.
어디서나 저속 차량은 제발 제일 구석의 n차로로 달리고, 추월은 "왼쪽"으로만 하게 왼쪽 차로를 비워 놓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과속, 칼치기 차량보다 더 나쁜 차량은 자기보다 더 급한 차들의 정당한 추월을 방해하면서 남의 시간을 뺏고 우측 추월 칼치기를 강요하고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차들이다.

(* 우리가 차선이라는 말을 쓰는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실제로 차선이 아니라 차로가 더 정확한 표현인 경우가 많다. 시간과 시각, 음정과 음고처럼 잘 혼동하는 용어이다.
"점선이냐 실선이냐, 색깔이 무엇이냐, 비 오는 날 밤엔 잘 안 보인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차선이고, 자동차가 진입하는 공간을 얘기할 때는 차로가 맞다.)

7.
보너스. 내가 급발진을 겪을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1. 기어 중립 후 브레이크 꾸욱~~으로 통상적인 동력 차단과 제동 시도.
  2. 그게 안 통하고, 조향 걱정이 없는 공간이 있다면 시동을 강제로 끄고 어떻게든 세운다. 비파괴적인 방법은 여기까지다.
  3. 다음으로는 측면으로.. 길가 담벼락이나 가드레일을 긁으면서 차를 세우는 게 최선이다.
  4. 그마저도 할 수 없다면 앞이 완벽하게 막힌 벽면이나 비슷한 체급의 차를 추돌해서 세운다. 측면 긁기보다 더 위험해지며, 에어백에 얼굴 파묻을 각오도 해야 한다.

단, 대형 트럭· 버스처럼 높은 차 또는 나무· 기둥 같은 단면이 좁은 물체를 들이받는 건 매우 위험하다.
최악의 경우는 어설프게 요리조리 피하면서 시간 끌고 차 속도를 실컷 키운 뒤에야 무엇이건 들이받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는 절대로 도달하지 않게 해야 한다.

8. 똑똑한 신호의 필요성

이제는 단순히 운전 습관을 넘어 신호와 교통 정책 쪽으로.. 뭐랄까 전술보다는 전략에 가까운 얘기를 좀 하겠다.

도로와 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모든 방향이 차들로 터져 나간다면.. 각 방향별로 통행 신호를 일정 시간 동안 교대로 부여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 하지만 차량 통행이 아주 적어진다면 저런 고전적인 신호 체계는 지나가는 차도 없는데 쓸데없는 신호 대기를 유발하고 효율이 매우 안 좋아진다.
이럴 때는 무작정 운전자에게 비합리적인 준법 정신을 무작정 열정페이마냥 강요할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은 더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 점멸 신호: 서로 서행(황색) 내지 일시정지(적색) 의무를 지키면서 조심스럽게 통과하면 되지만, 사고의 위험이 아무래도 높다.
  • 회전 교차로: 점멸 신호보다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처리 가능한 교통량에 큰 한계가 있다. 그리고 큰 도로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
  • 감응식 신호: 인적이 드문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버튼을 눌렀을 때에만 파란불 신호가 오게 돼 있다. 그것처럼 자동차 도로에도 차가 특정 자리에 진입해서 대기하고 있을 때만 잠시 후에 좌회전 신호가 오는 '감응식' 신호 교차로가 국내에 드물게 존재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응 신호는 차량 통행량이 적지만 그만큼 과속· 신호위반으로 인한 안전 사고가 우려되는 시골의 교차로에서 차차 도입되고 있으며, 서울 시내에서는 노량진 수산시장 방면으로 좌회전하는 교차로에서 딱 하나 본인이 본 적이 있다.

카메라라는 걸 맨날 차를 마음대로 못 움직이게 감시만 하는 데 쓰지 말고 이렇게 합리적인 용도로 활용하면 얼마나 좋나?
도로들이 궁극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스마트하게 바뀌어야 효율과 안전이라는 토끼 두 마리를 모두 잡을 수 있으며 운전자에게 불만과 신호 위반의 충동을 억제시킬 수 있다.. 이런 알고리즘은 긴급 자동차의 주행 우선순위 조정 내지 자율주행 자동차의 동작과도 연계 가능할 것이다.

9. 좌회전 유도로에 대한 추억

과거의 도로 교통 정책은 제한된 공간에 차들을 최대한 많이 집어넣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고가 차도라든가 상· 하행 가변 차로..
그리고 신호 방식이 '직진 후 좌회전'인 +자형 교차로의 경우, |쪽이 직진일 때 좌회전 차들도 -쪽을 살짝 침범할 정도로 앞으로 미리 전진해서 신호를 기다리는 일명 '좌회전 유도 차로'라는 게 있기도 했다. (☞ 더 자세한 개념 설명)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것들이 21세기에 와서는 몽땅 없어지고 단순화됐다. 고가 차도나 육교는 점점 철거되고 없어지는 추세이며, 상· 하행 가변 차로도 내가 알기로 이제 거의 전멸이다.

좌회전 유도 차로라는 것도 잘 활용하면 좌회전 신호 대기 차량이 직진 차량의 앞을 막는 현상을 완화하고 교차로의 통과 용량을 증가시키는 매우 좋은 효과가 있는데..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운전자가 많아서 부작용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직진 신호가 됐는데 좌회전 차들이 유도 차로로 진입하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자기 신호가 끝나자 유도 차로에서 멍청하게 서 버려서 -쪽 방향을 길막 하고 그쪽 운전자들로부터 경적과 욕 먹고.. ㅡ,.ㅡ;; 이 광경을 본인도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어휴, 그러면 홍보를 더 해서 좌회전 유도 차로가 정착하게 했어야지.. 무식하게 없애 버리니 아쉽다. 과거 로드뷰를 보면.. 얘는 생각보다 늦은 2010년대 초에 등장했다가 16~17년 사이에 도로 없어진 것 같다.

10. 신호등은 교차로 건너편에 있는 게 보행자에게도 더 나음

그리고 끝으로.. 본인은 차들이 정지선 좀 침범해서 정지해도 괜찮으니, 교차로 신호등이 예전처럼 교차로 건너편에 있었으면 좋겠다. 오래된 생각이다.

그래야 (1) 보행자도 주변 차도들의 방향별 신호등 상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언제쯤 내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파란불이 될지, 이제 얼마나 더 기다리면 되는지를 얼추 예측하고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의 움직이는 차들이나 횡단보다 상태를 봐도 짐작 가능하지만, 신호등을 보는 게 더 편함. 특히 신호등엔 노란불이라는 중간 상태가 있으므로..)

왜 별 쓸데없는 걸 자꾸 바꾸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신호등이 건너편에 있는 게.. 정지선 조금 몇 cm좀 초과한 것보다 훨씬 더 악질적인.. (2) '꼬리물기'를 잡아내는 용도로도 훨씬 더 좋다. 다 지나서 건너편에 도달할 때까지는 교차로를 완전히 통과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난 21세기 들어서 자꾸 보행자 위주니, 대중교통 우대니 하면서 자꾸 자동차에 규제를 거는 식으로 정책이 바뀌는 게 전반적으로 마음에 안 든다. 특히 빌어먹을 속도 규제 말이다.
이놈들은 대중교통을 더 빠르고 편하게 만드는 것보다, 자가용 자동차를 찍어누르는 식으로 일을 추진하는 것의 비중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자들이 평등을 다같이 부자를 만드는 식으로 실현하는 게 절대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그리 크지 않은 길에 한해서 모든 방향의 차도를 틀어막고 대각선 방향 횡단보도까지 파란불 신호를 주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요즘 시내 속도를 너무 지나치게 낮추고 있으며, 시내와 고속도로를 불문하고 과속 단속 카메라가 너무 많다.
천호대교는 교량에까지 중앙 버스 전용 차로가 있는 유일한 예인 것 같은데.. 안 그래도 6차로밖에 안 되는 교량에다 왜 그런 짓을 했나 모르겠다.

거기에다가 희대의 악법인 민식이법은 막장의 정점을 찍었고.. 악질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한테도, 졸다가 고속버스로 승용차를 짓밟아 뭉개서 앞날이 창창한 20대 탑승자 4명을 몽땅 몰살시킨 가해자한테도 선고된 적이 없는 형량이 구형되는 걸 보고 난 어이없음에 할 말을 잃었다. 애초에 시속 30km 초과 과속을 한 것도 전혀 아닌데..
이 정도면 진짜 적기 조례 시즌 2를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애 부모라는 놈이.. 자기가 욕 먹으니까 이제는 국회 탓이나 하는 꼴이 정말 혐오스럽기 그지없어 보였다.

Posted by 사무엘

2020/04/30 08:35 2020/04/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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