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 61 : Next »

전파의 특성

인간이 자연에서 전자기파라는 것의 존재를 예상하고 발견하고 그 특성을 규명하고, 이걸 이용해서 각종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은 19세기 말 이후의 정말 위대하고 경이로운 발명· 발견이다. 이 기술 덕분에 무선 통신과 방송이라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과학 기술은..

  • 질량을 가진 물질 입자를 광속으로 이동시키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순간이동 텔레포트는 SF물 내지 게임에서나 존재한다. 광속이 아니라 음속(공기 중 기준)만 비행기로 아주 어렵게 제한적으로 초월했을 뿐이다.
  • 시간을 거스르는 여행도 못 한다. 타임머신 역시 SF에서나 가능하다.
  • 실용적인 수준의 장거리 무선 송전도 요원하다. 즉, 질량이 없더라도 동력· 에너지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전하지는 못한다. (일개 구름에서 천둥 번개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지도 글쎄...)

신호, 정보를 광속으로 주고 보내서 통신하는 것만이 가능할 뿐이다. 물론 이거 하나만으로도 20세기 이후 인류의 생활 양상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전자기파는 진폭과 파장이라는 속성을 갖는데, 단순 강도를 나타내는 진폭보다는 파장이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속도야 다 똑같이 광속이지만, 퍼져 나가는 방식이나 강도의 변화 양상 같은 건 파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파장은 정의상 그 전파의 단위 시간당 진동수 내지 주파수와 정확히 반비례하는 관계이다. 그러므로 '고주파'와 '단파'는 완전히 동치이며, 반대로 '저주파'와 '장파'도 동치인 개념이다. 앞에 '극/초' 같은 접두어가 똑같이 붙을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자기파 중에서 그나마 주파수가 낮아서 파장이 긴 '원초적인' 영역의 물건을 우리는 전파라고 부른다. 무선 통신과 방송 용도로 이 영역의 전자기파가 쓰인다는 것이다.
이것보다 파장이 짧아지면 맨 먼저 적외선이 나오고 그 다음으로 가시광선, 그 다음에 자외선이 이어진다.
자외선보다도 파장이 짧은 놈은 X선이니 감마 선이니 하는 방사선의 영역으로 간다. 방사선은 전리와 비전리로 나뉘기도 하고.. (에너지가 있어서 인체에도 해로울 수 있는 녀석이 '전리 방사선')

그리고 주파수라는 개념은 사실상 전파의 범주에서만 쓰인다. 적외선 이상으로 가면 파장의 길이가 나노미터 이하 급으로 짧아지며, 그에 반비례하는 주파수는 숫자가 테라헤르츠 급을 넘어서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한쪽은 헤르츠이고 다른 한쪽은 미터이지만 둘 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속성을 측정한 결과라는 걸 다시 밝힌다.

기술적으로야 파장이 긴 저주파를 주고 받는 게 더 간단하고 쉽다. 그러니 인간은 이런 쉬운 전파부터 먼저 활용해 왔다. 저주파(장파)는 특성이 대체로 '가늘고 긴' 반면, 고주파(단파)로 갈수록 '짧고 굵은' 성향이 강해진다.

파장이 긴 전파는 장애물의 영향을 덜 받고 멀리 널리 잘 퍼져 나간다. 그리고 지구의 전리층에 반사되기도 하기 때문에 둥근 지구에서도 자연스럽게 수평선 너머 장거리 통신을 할 수 있다.
파장이 굉장히 긴 장파(3~300KHz)는 심지어 수중에서도 전파가 되기 때문에 심해에서 잠수함 간의 통신에 쓰인다. (음파와 별개로!) 공중과 해저에서 모두 장점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장파는 진동수가 낮고 대역폭도 낮기 때문에 안에다 정보를 많이 담을 수 없다.
실시간 음성이나 영상 따위는 감당이 안 되며, 모스 부호 같은 극도로 가볍고 단순한 메시지나 주고 받을 수 있다. 아니면 각지에 퍼져 있는 시계들을 동기화시키는 신호를 보내는 것도 장파로 처리하기에 적절하다.

넓고 지형이 평탄한 나라(몽골, 러시아..??)에서는 장파 라디오 방송이라는 걸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건 말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이지, 음질 안 좋고 잡음에 취약한 것을 감안해야 한다. 장파를 수신하려면 안테나가 더 크기도 해야 한다고 그런다.

장파보다 파장이 더 짧아진 중파(300~3000KHz) 정도가 AM 라디오에서 사용되는 주파수 대역이다. 실용적으로는 500~1600kHz 부근이다. 여기가 음질과 송· 수신 난이도, 기기의 구조적인 복잡도를 감안했을 때 가성비가 가장 좋은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파보다 파장이 더 짧아진 단파(3~30MHz)는 이제 주파수 단위가 킬로에서 메가로 바뀐다. 얘는 수신하는 기술적 난이도가 중파보다 좀 더 높으며, 지구 전리층에 반사되는 장거리 전파의 거의 마지노 선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얘는 20세기 초중반부터 국경과 대륙을 넘어 외국의 소식을 접하는 통로로 즐겨 쓰였으며, 현재도 소수나마 단파 라디오 방송국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첩이 난수표 같은 지령을 받는 용도로도 당연히 쓰였다. 이 때문에 이 동네는 쌍팔년도 시절까지 허가 받은 사람 외에 단파 라디오의 소지가 금지였으며, 간첩 식별 요령으로도 "이불 뒤집어쓰고 라디오 같은 걸 청취하는 사람"이 설정돼 있을 정도였다. HAM인가? 아마추어 무선도 이 영역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다음으로 30~300MHz 대역은 초단파/초고주파/VHF로 분류된다. 여기부터는 전파의 특성과 용도가 위의 것들과는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전파는 파장이 왕창 짧아질수록 '짧고 굵은' 모 아니면 도 성향이 강해진다. 지형과 장애물에 취약해지고 사정거리도 짧아질지언정, 그 사정거리 안에서는 멀쩡히 날아가다가 스스로 퍼지고 약해지지 않는다. 직진성이 강해진다.

그리고 처음에 고출력으로 아주 쎄게 쏴 주면 지구의 전리층에 반사되지 않고 오히려 우주로도 전파를 날릴 수 있게 된다. 우주와 지구의 통신은 이렇게 지구 전리층에 튕기지 않는 초단파 이상의 고주파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그 뜨겁고 두꺼운 대기를 자랑하는 금성에 착륙한 소련 탐사선도 지구와 잠시나마 성공적으로 교신을 한 바 있다.

이런 고주파는 대역폭이 커서 저주파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과거의 유물인 삐삐, 그리고 음성을 넘어 영상 신호를 담고 있는 텔레비전도 다 이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아날로그 라디오는 기존의 진폭 변조(AM)가 아닌 주파수 변조(FM) 방식을 채택해서 훨씬 더 좋은 음질에다 스테레오 채널까지 얹을 수 있다. (대략 87MHz ~ 108MHz) 변조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논하도록 하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초단파'는 '초음파'와는 전혀 무관하고 다른 개념이니 혼동하지 마시라.;;;

끝으로, VHF보다도 더한 고주파는 300~3000MHz 대역인 극초단파/극초고주파/UHF라고 불린다.
드디어 컴퓨터의 클럭 속도 같은 기가헤르츠라는 단위가 등장하는데, 얘 정도의 대역폭은 돼야 휴대전화에다 요즘 같은 HD급 텔레비전에 초고속 무선 인터넷 와이파이까지 감당 가능하다.

사실은 아날로그 TV 시절에도 VHF를 넘어 UHF 수신 기능까지 추가해서 지상파의 채널 수를 늘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래서 쌍팔년도 시절 엄청 옛날 텔레비전은 채널 다이얼이 VHF/UHF용으로 두 개 있어서 VHF는 2부터 13까지밖에 없는 반면, UHF 다이얼은 14부터 거의 70까지인가 눈금이 아주 조밀하게 달렸었다. 개인적으로 VHF/UHF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접한 것도 이런 텔레비전에서였다.

라디오에 AM/FM(중/초단) 구분이 있다면 텔레비전엔 VHF/UHF(초단/극초단)의 구분이 있는 셈이다. 텔레비전은 이산적인 채널 번호가 존재하는 반면, 라디오는 주파수 영역이 쌩으로 그대로 통용됐다는 차이도 있다.
VHF 텔레비전의 음성과 FM 라디오는 구성 방식이 비슷했기 때문에 그 당시 일부 라디오는 텔레비전의 작은 채널 번호의 음성을 수신하는 기능이 있기도 했다. 이건 아날로그 텔레비전의 NTSC 규격이 컬러 영상도 재래식 흑백 수상기와의 하위 호환이 됐던 것과 비슷한 면모이다.

VHF를 넘어 UHF 급으로 극도로 조밀한 전파는 멀리까지 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지국이 많이 필요하다.
까놓고 말해, 삐삐 기지국보다 휴대전화 기지국이 훨씬 더 촘촘하게 많이 필요한 이유도 취급하는 전파의 주파수와 특성 차이 때문이다. 휴대전화 기지국은 나무 같은 걸로 위장한 형태로 우리 생각보다 여기저기 많이 숨어 있다. 휴대전화나 와이파이의 전파를 무슨 라디오 전파처럼 쉽게 간편하게 널리 쏠 수 있지는 않다..!

이상이다. 무선 통신의 세계는 심오하고 신기하기 그지없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광속 같은 전자기파의 물리적인 특성이 달라졌을 리는 없는데 컴터 무선 네트워크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기막히게 빨라지고 텔레비전의 화질이 기겁할 정도로 좋아진 이유는.. 인류가 전파의 주파수를 더 열나게 달구고 짜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걸 사방팔방 쏘는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ㄲㄲㄲㄲ 이게 컴퓨터 반도체의 집적도를 올리는 것과 대등한 효과를 낸 셈이다.

그런데 라디오는 지하에서도 수신되는 것 같은데 고속버스 위성 텔레비전은 차가 터널 안에만 들어가도 먹통이 되는 이유..
와이파이는 AP로부터 수십 미터만 떨어지면 신호가 간당간당해지는 이유, 그 반면 우주로도 전파를 쏴서 탐사선과 교신을 할 수 있는 이유 등등.. 이런 것도 전부 전파의 특성을 알아야 답을 할 수 있다.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가 되는 건 선로를 따라 몽땅 다 기지국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것도 환기 시설이나 지하수 배수 시설과 마찬가지로 그냥 공짜로 되는 게 절대 아니다.

전파라는 게 워낙 신기한 물건이기 때문에 옛날에는 이게 무슨 방사선마냥 사람 건강에 해로울 거라는 낭설이 많이 나돌았다. 컴퓨터 모니터에다 보안경을 씌우고, 모니터를 아래로 매립한 컴퓨터 전용 책상을 비치하기도 하고, 근처에 선인장이나 동전을 쌓아 놓기도 하고..;;
이거 기계 버전은.. 비행기 이착륙 중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관행이었지 싶다. (전자파가 기계에 혼선을 초래..) 마치 열차 정차 중에 화장실 사용 금지처럼 말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요즘은 전화기건 라디오건 텔레비전이건.. 길쭉한 안테나를 무슨 삼단봉처럼 꺼냈다가 집어넣는 비주얼이 없어진 게 참 인상적이다. 심지어 자동차의 안테나도 말이다.
텔레비전 역시 곤충 더듬이처럼 작대기 한 쌍이 삐져나오곤 했었지만.. 요즘은 그런 거 없다. 이렇게 된 데에도 눈부신 기술의 발전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단파나 장파 라디오는 기기나 안테나가 이 정도로 소형화가 안 되나 보다.

그리고.. 통신이라는 건 교통과 비슷한 면모가 있다. 개나 소나 누구나 아무렇게나 전파를 주고 받을 수 있으면 혼선을 감당할 수 없어지고 아무도 통신을 할 수 없게 된다. 신호등 없이 사방팔방 교차로에서 차들이 밀려드는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자동차에 번호판을 달지 않고 공도를 주행할 수 없듯, 민간인이 특정 대역의 주파수로 무선 통신을 하려면 자격을 갖추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앙 전파 관리소'라는 기관이 이런 전파 대역을 관리하며, 전파와 관련된 테러가 벌어지는 것을 감시한다.

1. 추가 정보: AM과 FM

전파에다가 강약 기복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초창기에는 진폭 변조, 즉 AM 방식이 먼저 개발되어 쓰였다. 그러나 나중에는 주파수를 변조하는 FM 방식이 개발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AM이 기술적으로 더 단순하고 쉽고 저렴하다. AM 라디오 기술이 이미 19세기 말에 발명된 반면, FM은 1930년대가 돼서야 발명되었다.
FM은 표현 가능한 가장 강한 신호를 기준으로 주파수를 산정해야 하는 특성상, 단파· 중파 정도로는 어림도 없고 못해도 초단파 급의 전파를 쏴야 송신 가능하며, 취급하는 회로도 더 복잡하고 고가였다. FM은 보기보다 AM보다 훨씬 더 발달된 기술의 산물인 것이다.

FM의 난관은 기술 발전과 부품 대량 생산으로 인해 극복됐다. FM은 AM보다 잡음에 더 강하고 음질이 훨씬 더 좋았기 때문에 음악 방송의 주류로 등극했다. 잡음은 주파수보다는 진폭을 건드리는 게 더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주파의 특성상 FM은 지형이나 날씨의 영향을 더 타면서 난청 가능성이 AM보다 더 높다.

2. 자매품: 적외선 통신

한때..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옛날 노트북이나 피처폰급 휴대전화에는 '적외선 통신'이라는 기능이 있었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같은 극초단파 기반의 통신 규격이 제정되기 전에.. 전파보다 파장이 더 짧은 적외선을 전용 다이오드 반도체로 쏴서 초단거리에서 일종의 무선 광통신을 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전파 통신과는 기술적인 성격이 좀 다른데, 그 구체적인 내역은 내가 잘 모르겠다.;;
고주파의 특성상 대역폭이 넉넉하며 통상적인 전파 규제도 없는 반면.. 사정거리가 겨우 수 m대로 극도로 짧다. 그리고 그 짧은 신호가 잘 퍼지지도 않기 때문에 송신기와 수신기는 서로 방향 조준도 잘 해야 한다.

적외선 통신은 지금도 각종 리모콘, 자동문 센서, 스마트키나 하이패스 단말기 같은 소형· 단거리 전자기기의 통신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현역이다. 리모콘은 방향을 돌려 놓으면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상 알고 있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01/09 08:35 2023/01/09 08:35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11

노 태우 대통령이 서거한 지도 벌써 1년이 넘게 지났구나. 이 글에서는 노 태우 시절에 잠깐 생산됐던 추억의 자동차 얘기나 좀 꺼내 보고자 한다.

대우 임페리얼... 1989년 초에 대우 자동차에서 야심차게 개발한 최고급 기함급 승용차였다.
로얄 시리즈의 약발이 다해 가고 적진에서는 그랜저라는 걸출한 고급차까지 내놓으며 인기몰이를 하니, 대우 진영에서도 그에 대응하는 카운터를 내놓은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얘는 그 당시 국산 승용차 중에서는 최초· 최대였던 6기통 3000cc 배기량을 자랑했다. 이땐 그랜저도 아직 2400cc 모델까지만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에서는 임페리얼에 대항하기 위해 6기통 3000cc 모델을 1989년 말에 내놓게 됐다.

(2) 그리고 임페리얼은 국산 승용차로서는 매우 드물게 V형이 아니라 선형(inline) 직렬 6기통 형태였다.
다른 피치 못할 이유나 사정이 없다면.. 왕복 엔진의 실린더야 자동차의 주행 방향과 수직인 일렬로 단순하게 쭉 늘어놓는 게 제일 무난하다. 하지만 실린더가 6개씩이나 되면 늘어놓는 길이가 자동차의 폭 대비 너무 길어져서 직렬 배치가 좀 난감해진다.

게다가 안 그래도 부족한 엔진룸 공간을 더 부족하게 만드는 건 전륜구동 되시겠다. 전륜구동이 여러 장점이 많긴 하지만, 객실의 하부를 관통하는 구동축이 없는 대신에 엔진룸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여건 하에서 제한된 엔진룸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실린더를 1*6이 아니라 2*3으로, 그리고 I자가 아니라 V자 모양으로 지그재그로 배치하는 방식이 고안되었다. 이를 V형 엔진이라고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V1, V2 이러는 건 보통 버전과 관계 있지만 자동차에서 V6, V8 이러는 것은 실린더 개수가 그 정도인 V형 엔진임을 뜻한다.

V형 엔진은 엔진 공간의 이용 효율을 얻은 대신, 같은 배기량일 때 전체 부피가 더 크고 내부 구조가 더 복잡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엔진음이나 진동, 승차감 쪽도 직렬 엔진보다는 미묘하게 못한 구석이 있다. 그걸 상쇄하려면 기술이 더 발달해야 하니 엔진 제조 비용도 더 올라간다.

과거에 현대에서는 10여 년 전에 2000cc 배기량을 갖고도 V6 엔진을 얹어서 '그라나다 V6' 같은 차를 면허 생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겨우 그 배기량에 6기통씩이나 얹는 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그리하지 않는다.

고급차들이 V6 이러니까 V형 엔진 자체가 아주 고급차의 상징인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며, 그냥 어쩌다 보니 고급차에 V형 엔진이 장착될 뿐이다.
그리고 후륜구동도 V6 이상으로 여전히 고배기량 대형 승용차의 상징 관행으로 오늘날까지 통용되고 있다. 임페리얼은 V형 6기통이 아니라 직렬 6기통 엔진에 후륜구동이었으니 그랜저와는 특성이 상극이다.

임페리얼의 제원상 최대 출력은 174마력으로, 그랜저 V6 3000cc SOHC 모델의 161마력보다도 더 높았다.
하지만 4단까지밖에 안 되는 자동 변속기의 기어비가 비효율적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는지, 고속도로에서 끝까지 밟았을 때의 최고 속도는 195가량이 한계였다고 한다. 200을 넘기지는 못했다.

임페리얼이 우리나라 승용차 역사상 전무후무한 직렬 6기통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더라. GM대우 시절의 토스카와 매그너스도 직렬 6기통 엔진을 얹긴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차들은 정말 존재감이 없이 잊혀져 있다.

(3) 그리고 임페리얼은 ABS가 장착되어 나온 최초의 국산차였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유리창에까지 ABS 글씨를 써 놓은 게 보일 것이다.
지금은 이게 의무 필수 사양이 돼서 일개 경차에도 무조건 달려 나오지만, 저 때는 ABS가 완전 신기술 첨단 안전 장치 자랑거리였던 것이다.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임페리얼의 다음으로 그랜저 V6도 응당 그 뒤를 이어 ABS를 장착했다.
그리고 ABS의 다음으로 에어백이 최초로 장착된 최초의 국산 양산차는 1992년에 출시된 뉴 그랜저였다. 초창기 원시적인 SRS 방식으로 말이다.

(4) 그 밖에 국산차 중에 임페리얼만의 전무후무했던 특징은 뒤의 C필러에 둘러진 가죽 외장.. 미국의 고급차를 흉내 낸 건데, 옛날에 고속버스 타이어에 장착됐던 휠캡만큼이나 정말 상징적인 외형이었다. 출시 직후부터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1990년형 후기형부터 적용된 것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 임페리얼은 기계판이 100% 디지털이어서 주행 속도가 10진수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됐다. 그리고 얼마나 쓸모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헤드라이트에도 와이퍼가 달려 있었다.;;
이런 건 그랜저에는 존재했던 적이 없으며, 주류가 되지도 못하고 유행이 지나 사라진 기능이다. 하지만 대우에서 임페리얼 이전의 최고급 모델이었던 슈퍼 살롱(1987)에는 이미 적용되어 있었다.

이렇듯, 임페리얼은 여러 분야에서 그랜저에도 없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고급차였다.
하지만 심혈을 기울여서 들여온 외국산 부품들을 한국 사정에 맞게 현지화를 제대로 못 했으며, 컴터 소프트웨어로 치면 버그도 너무 많이 들어갔다.

주행 중에 엔진이 과열이 너무 잘 되고 잘 퍼져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았다. 최고급 기함급이라는 승용차가 품질 관리가 안 되면 어쩌라고.. ㅠㅠㅠㅠㅠ
결국 얘는 전국적으로 1000대도 채 못 팔고 국산 고급 승용차의 주도권은 그랜저로 완전히 넘어가게 됐다.

본인은 초딩 꼬마 시절에 이 차 현물을 봤던 기억이 있다. 1990년대 고향 시골에서 임페리얼이 굴러가는 걸 본 건, 2020년대 서울 시내에서 롤스로이스나 유명 외제 스포츠카가 굴러가는 걸 보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었다.

  • 대우에서는 고급스러움을 표방하면서 1980년대까지 차 이름을 로얄, 프린스, 듀크, 임페리얼처럼 뭔가 왕족· 귀족 명칭으로 짓는 편이었다. 그러니 나중에 레간자, 누비라 같은 이름은 상대적으로 간지가 덜(?) 나 보일 정도이다.

  • 임페리얼이 수립한 최초 최대 배기량 3000cc 기록은 5년쯤 뒤, 1994년에 출시된 뉴 그랜저 3500cc 모델에 의해 깨졌다. 그랜저 다음은 1999년에 출시된 에쿠스..

  • 에쿠스 1세대는 국산 승용차에서 최초로 무려 8기통 4500cc 배기량을 선보였다. 하지만 현대 진영의 차들은 그랜저는 물론이고 얘조차도 대형 승용차로서 이례적으로 여전히 전륜구동이었으며, 2008~9년 사이, 제네시스와 에쿠스 2세대가 돼서야 후륜구동으로 바뀌었다.

음, 표로 정리할 걸 그랬나.. ㅎㅎ

Posted by 사무엘

2023/01/03 19:35 2023/01/03 19:35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09

일제 시대의 신여성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 중에서 그나마 제일 희망적이고 살 만했던 시기는 1920년대였다.
3· 1 운동 덕분에 일제도 너무 놀라서 표면적인 억압을 좀 풀어 주고 '문화 통치'를 했을 때 말이다. 사실은 일본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들도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1920년대가 전반적으로 호황이고 살기 좋던 시절이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이때 '신여성'이라는 게 나타났다. 이건 MZ세대, X세대처럼 특정 시기의 특정 트렌드에 속하는 사람 집단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여자도 대학교나 그에 준하는 고등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 나타나고, 심지어 자동차 운전사, 파일럿, 의사, 기자 같은 직업도 얻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인물로는 일단 여자 말고 남자.. 김 우진(1897-1926)이라고 시인도, 소설가도 아닌 희곡 작가가 있다. 희곡 쪽으로 유 치진보다도 더 선배격인 사람인데.. 보다시피 너무 일찍 요절했기 때문에 대표작은 <산돼지>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최초로 현대적인 형태의 희곡 작품을 남겼으며, 일본 유학파에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병사한 건 아니었다. 그는 동갑의 신여성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악가(소프라노!!)였던 (1) 윤 심덕과 같이 배 타고 일본으로 가던 중.. 감쪽같이 사라지고 실종되었다. 시체도 못 찾았다.
그런데 문제는 김 우진은 당시에 이미 처자식 딸린 유부남이었다는 것.. 그래서 그 당시엔 언론에서 저 지식인 유명인사 커플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비관해서 나란히 대한해협 망망대해로 투신 자살한 거라고 대서특필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두 사람이 당시에 동반 자살을 할 이유가 사실상 없었으며, 애초에 두 사람이 불륜 커플이기라도 했는지부터 의심스럽다는 쪽으로 기존 통념이 반박되는 추세이다. 단순히 고인의 명예를 위해서 그렇게 미화하고 덮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증거가 그렇다는 것이다.
다만, 동반 자살이 아닐 뿐, 그럼 저 두 사람이 정확하게 언제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알려진 건 아니다. 이건 앞으로도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김 우진이 남긴 외아들 김 방한(1925-2001)은 그래도 홀어머니 밑에서 잘 커서 비교언어학의 권위자가 되었고,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가 되었다. 천재적인 언어 기질을 아버지에게서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다. 이거 무슨 강 재구 소령의 외아들, 김 득구 선수의 외아들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여성 현대 소설가로 일컬어지는 (2) 김 명순(1896-1951)도 흥미롭게도 저 사람들과 거의 같은 연배인 신여성이었다. 이 사람도 일본 유학파에다 탁월한 글빨, 여러 외국어 구사까지.. 머리가 비상했다.

그러나 그녀는 혼자 너무 똑똑했던 데다 자유 연애를 추구한 것, 기생의 딸인 것, 왕년에 성폭행을 당한 이력이 있는 것이 합쳐져서 주변의 다른 유교 꼰대 성향의 남자 문인들로부터 온갖 시샘과 모함과 중상모략을 당했다. 행실이 방탕한 썅년 취급을 받으면서 비참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심지어 소설가 김 동인이라든가 소파 방 정환 같은 유명인사들도 김 명순을 헛소문까지 퍼뜨리며 집요하게 비방했다. (어린이에게 그렇게도 파격 진보적이었던 소파 선생조차도 여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전근대적이었던 듯..)

"남편을 다섯 번이나 갈아치우고도 요조숙녀 행세하는 년.." 이건 뭐.. 성경의 요 4:18에서 모티브를 딴 걸까..?
또, 문학 글쟁이가 어떤 사람을 저격하고 골로 보내는 방법은 간단했다. 싫어하는 사람을 암시하는 주인공을 설정해서 그 주인공이 망가지거나 흑역사가 폭로되는 소설/희곡 따위를 써서 공개하면 됐다. (햄릿에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네..??)
김 동인의 <김연실전>이 바로 김 명순을 악의적으로 저격하는 소설이었다.

김 명순은 이런 저열한 인격살인에 시달리다가 몇 번이나 자살 기도도 하고, 끝내는 완전히 탈조선을 해서 일본에 정착해 버렸다. 해방 이후에도 돌아올 엄두를 못 냈다.
나이 쉰을 바라보는 미혼 글쟁이 여성이 미수교 적성국가 패전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녀는 가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건강 악화로 타지에서 객사하고 말았다. 무연고자로 처리되어 현재 무덤도 없다.

그녀는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동족 남자 문인들이 내게 저지른 악행을 열거해 봤자 황무지에서 잡초 몇 포기 뽑은 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라고 회고했다.
그리고 “조선아... 이 다음에 나 같은 사람이 나더라도 할 수만 있는 대로 또 학대해 보아라~ 이 사나운 곳아, 사나운 곳아” 이걸 유언이라고 남겼다. 사나운 곳..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잔인한 곳' 정도 되겠다.

이런 와중에도.. 그녀는 혼자 굶으면 굶었지, 그래도 반민족 친일 행위에는 생계형으로라도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그 능력이 아까웠던 너무 안타까운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어째 이 작품은 누구를 통해서 어떻게 전해질 수 있었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얘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김 명순과 굉장히 비슷한 유형의 지식인 여성으로 (3) 나 혜석(1896-1948)이 있었다.
이 사람도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대졸에 준하는 고학력자였는데, 전공은 미술이었다.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림만 그린 게 아니라 시와 소설을 쓰고 여성 인권 내지 여성 해방.. 요즘 용어로 표현하자면 '페미니즘' 운동을 그 시절에 공개적으로 벌였다.

명절이 오로지 여자만 죽어라고 일을 하는 고통스러운 날이라고 지적을.. 무려 1930년대에 했다니 믿어지는가?
남편이 도를 넘게 술주정과 폭력을 일삼는다면 혼자 한없이 꾹 참으면서 골병 들지 말고 여자 쪽에서 과감히 이혼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오오~

1920년대는 세계가 전반적으로 여유롭고 사상의 자유도 누리던 시절이었다. 방 정환이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서 아동에 대해 진보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면, 나 혜석 역시 일본 유학을 계기로 여성 운동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다만, 김 명순은 평생 독신이었던 반면, 나 혜석은 부모의 강권 때문에 결혼 자체는 한 유부녀였다. 그래도 남편도 아주 부유한 능력자였던 덕분에 이들 부부는 1927~1928년 사이에 무려 세계 일주에 가까운 외국 여행을 즐기고 마침 역시 외국 여행 중이던 영친왕(!!!)을 알현도 했는데.. 그녀는 그만 외국에서 다른 조선인과 불륜 바람이 나 버렸다.

이 때문에 나 혜석은 이혼 당하고 사회적 평판이 정말 많이 깎이고, 빼도 박도 못한 썅년으로 낙인 찍히면서 인생이 불행해졌다. 자녀의 양육권도 뺏긴 채 불명예스러운 돌싱이 되었다. 그런데 정작 나 혜석을 저렇게 나락으로 빠뜨린 불륜남은 그 뒤엔 그녀를 버렸는가 보다.

나 혜석은 대인기피증과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가족 없이 영양실조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래도 김 명순과 달리 한국 땅에서 잠들었다. 이 사람 역시 파란만장한 개인사와 대조적으로, 친일 노선으로 변절한 내력은 전혀 없었다.

나 혜석 다음으로 (4) 김 일엽(1896-1971)..;; 이 사람도 일본 유학파에다 미술이 주업이고 문학을 부업으로 활동한 동갑내기 신여성이었다. 본명은 김 원주라는데.. 그녀는 결혼과 이혼을 두 번이나 한 뒤 종교를 개신교에서 불교로 바꾸고 비구니가 되었다.

이 사람은 비록 나 혜석이니 김 명순이니 하는 위의 인물보다는 덜 유명하고 작품의 존재감도 훨씬 더 낮다. 하지만 남자들과 대등하게 예술 작품 활동을 하면서 여성의 자유와 개방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의는 여전히 지닌 인물인 셈이다. 이 사람은 종교에 귀의해서 그런지, 50대 나이에 객사하지는 않고 좀 더 오래 살기도 했다.

이상이다.
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서유럽 국가들도 산업화 근대화로 인해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사이에 여성도 고등 교육을 받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늘어난 시기가 있었다. 가사 노동의 부담을 덜어 준 냉장고나 세탁기나 가스레인지까지 갈 것도 없이, 공중 화장실이 설치된 것만으로도 여성의 실외 활동과 사회 진출이 늘어났을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그 시기가 우리나라는 1920년대였던 셈이다. 그때의 각 분야별 신여성들의 행적이 어땠는지 더 알고 싶다.
그 다음 1930년대는 대공황에 전쟁 준비 때문에 세계적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이 시작됐으며, 한반도에서도 신여성 얘기는 쏙 들어간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01/01 08:35 2023/01/01 08:35
, , , ,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08

1. 돈으로도 못 가요 + 울어도 못 하네

위 두 곡은 내 행위나 스펙, 재물 따위로 구원받을 수 없다고 기초적인 복음을 전하는 찬양 내지 영적 노래이다.
작사· 작곡자는 서로 다르지만 가사 비슷하고 조와 박자가 비슷해서 한데 이어서 부르기 아주 좋다.

2. 나 이제 주님의 새 생명 + 주님 품에 새 생활

영어로 life라는 건 생물학적인 생명도 되고, 그냥 인생· 생활· 삶이라는 뜻도 된다. 이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찬송이 개인적으로는 위의 저 두 곡 "나 이제 주님의 새 생명 얻은 몸"과 "주님 품에 새 생활하네"(Ron Hamilton)이라고 생각한다.

구원받아서 새 생명을 얻었으면 새 생활을 해야 한다.. 굉장히 적절한 메시지인 것 같은데..
허나, 위의 두 곡은 3박자 계열이긴 하지만 각각 3/4와 6/8이라는 차이가 있고 음악적인 느낌과 구조는 많이 달라서 바로 연결하기에는 어색해 보인다. 가사는 정말 딱인데 일단 내가 생각하기에는 좀 아쉽다.

3. 삼위일체 메들리

찬송가 중에는 1,2,3 각 절이 성부 성자 성령을 언급하는 형태인 게 있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가 대표적인 예이다. (예수님 찬양 받으소서, 위로의 성령님이시여) 마치 군가 '멸공의 횃불'이 각 절마다 육해공군을 언급하듯이 말이다.
이런 곡들만 모아서 메들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정말 공교롭게도 이런 곡들은 박자도 3박자 계열(3/4)인 편이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상극인 곡을 아무렇게나 연결할 수는 없으니.. 개인적으로는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사(정 종원)"와 "아버지 큰 사랑 감사해요(Father, I thank you)"을 묶는 걸 생각해 봤다. 특히 선발곡은 솔로로 선창하고, 그 다음에 후발곡을 합창으로 부르는 식으로 한 절을 다 부르고, 2절과 3절을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 앞뒤에 적절한 도입· 결말부를 더 생각해 봐야 한다.

4. 기도 관련

기도와 관련해서 한데 이어 부르기 좋은 찬양 세트는 셋 정도 있다. 공교롭게도 각 세트들이 다들 국산곡과 외국곡으로 편성돼 있다.

(1) 주님의 시간에(in his time) + 그를 향하여 우리의 가진 바
선발곡은 다 주님 말씀하시는 대로 따르겠다는 조용하고 수동적인(?) 심상인 반면, 후속곡은 요일 5:14에 근거해서 주님 뜻대로 구하면 그분께서 우리 말을 들으신다는 좀 능동적인(?) 심상이다.
같은 C장조이고 이어서 부르기 좋다.

(2) 오늘 피었다 지는 들풀도 + 오늘 집을 나서기 전
첫 마디의 계이름 “미~미 파미레도”가 일치하고 박자도 아주 비슷하다.
선발곡에서 “아무 염려 하지 말라”산상설교 내용을 묵상한 뒤, 후속곡에서 “기도했나요 용서했나요”를 권면하는 구조가 된다.
물론 후속곡을 이어서 부르기 위해서는 선발곡에서 조가 올라가고 마무리를 짓는 클라이막스 부분은 건너뛰어야 한다.

(3) 마음이 어둡고 괴로울 때(김 문영 사/최 덕신 곡) + 당신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못갖춘마디의 3/4박자 곡이고 우울할 때 부르기 좋은 비슷한 가사이다.
단, 선발곡은 이럴 때 나도 예수님이 기도하신 것처럼 기도하고 싶다는 다짐이고, 후속곡은 너를 위해 중보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일종의 위로이다. 굳이 따지자면 선발곡의 가사가 영적으로 수준이 더 높다.

5.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 주님여, 이 손을 꼭 잡고 가소서

우선, 앞곡은 쌍팔년도를 풍미했던 찬양집 “찬미예수 시리즈”의 편저자가 지은 명곡이다. 가사가 내 진심을 담아 차마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심오하다.
“욕심도 없이 어둔 세상 비추어 온전히 남을 위해 살듯이.. 주의 사랑은 베푸는 사랑, 값없이 그저 주는 사랑” 이거 부르다가.. 예배당 밖에서는

“서울 시내 아파트 값이 어떻고 삼성 전자 주식이 어떻고, 비트코인 뭐가 어떻고 금리가 어떻고..” 이러면 완전 현타가 작렬할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
요즘은 유혹과 박해라는 게 무식하게 빼앗고 죽이는 형태가 아니라, 너 혼자 뒤쳐지고 박탈감 느끼게 하는 식으로 임한다.

그리고 이 곡은 “예수님, 저를 도와 주십시오”로 끝나니, “주님여, 이 손을 꼭 잡고 가소서”와 가사 내용과 분위기, 박자가 아주 비슷하다. 같이 이어서 부르면 잘 어울리겠다.

6. 저 높은 곳을 향하여 + 내 갈 길 멀고 밤은 깊은데

작사· 작곡자가 서로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조(Ab)에 같은 박자(3/4), 동일한 길이의 못갖춘마디이다.
앞곡은 미래의 찬란한 영광을 바라보고 사모한다는 내용이고 후속곡은 그보다 좀 더 현실적으로 지금 내 앞길을 인도해 달라는 간구이다.

서로 연계하기 굉장히 좋은 조합인 것 같다. 앞곡을 부르다가 간주 없이 곧장 뒷곡으로 넘어간 뒤, 다시 간주 후에 앞곡으로 돌아와서 끌내는 형태도 괜찮을 것 같다.

7. 내가 하늘에 들어가 (I saw Jesus in you / When I enter heaven's glory)

Ron Hamilton이 작사· 작곡한 이 찬양은.. 자기가 나중에 죽어서 하늘나라에 갔을 때 다른 구원받은 지체들을 만나서는 “아.. 당신이 살아 생전에 예수님의 모습을 잘 보여줘서 그게 저한테도 선한 영향을 끼쳤어요” 이렇게 회고하게 되기를 바란다는.. 굉장히 고차원적인 가사의 노래이다.
게다가 저건 1절 내용이고, 2절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한테서 그런 칭찬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사람과 예수님이 후렴에서 동일하게 I saw Jesus in you라고 말한다는 게 핵심이다.

일반 기성 교회보다는 침례교 계열에서 더 유명하지 싶다. 이 곡을 모르시는 분은 유튜브에서 먼저 들어 보시라. (☞ 링크)
(화면에서 볼 수 있듯, 이 아저씨는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어쨌든 애꾸이다. 이 특성을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일부러 해적 코스프레도 종종 하는 것임..)

얘는 뭐.. 다른 곡을 짜깁기 하거나 메들리를 만들 필요가 없다. 가사에 화자가 딱 정확하게 나, 다른 사람, 예수님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메들리나 합창이 아니라 그냥 뮤지컬을 만들면 된다. 유튜브를 뒤져 봐도 이 곡을 이런 형태로 부른 영상은 딱히 없는 것 같다. ㅡ,.ㅡ;;

아 참.. 이거 가사가 자신이 하늘나라에 들어간 뒤의 시점을 다루고 있으니.. 프리퀄 격으로!!
하늘나라를 간절히 사모하는 내용이면서 박자나 멜로디가 이 곡과 그리 차이 나지 않는 적절한 찬송을 미리 부르면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천국, 소망'카테고리의 찬송가들은 내 인생이 끝난 관점 버전이랑 이 세상 전체가 끝난 관점 버전을 구분해야 된다고 생각해 왔다. 이 곡은 명백하게 인생 종말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22/12/23 19:35 2022/12/23 19:35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05

3. (중력) 가속도

인간의 신체는 지구의 중력 가속도인 9.8m/s^2가 발 쪽으로 향하는 것에 아주 적응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어긋나도 생각보다 탈이 많이 난다.
이 지구의 중력 가속도를 흔히 1G라고 부른다. SI 단위가 아니지만 공기 중에서의 음속인 마하 1이나, 지구-태양의 평균 거리인 1AU(천문 단위), 연주 시에 따른 거리 1파섹처럼 뭔가 지구 중심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통용되곤 한다.

이 가속도는 상당히 큰 값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높은 데서 떨어져도 물건이 깨지고 사람이 다치기 쉬우며, 사람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추락에 대해 겁과 공포심이라는 게 각인된다.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 번지 점프를 할 때 엄청난 아찔함과 스릴을 느끼는 건 이 때문이다.

중력 가속도와 대기압은 둘 다 사람을 움직이기 힘들게 압박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작용하는 방식과 성질이 서로 크게 다르다. 태양계의 다른 천체들을 지구와 비교해 보면 이렇다.

  • 달은 대기압이 없고 중력 가속도는 지구의 1/6 수준이다.
  • 금성은 중력 가속도는 지구보다 약간만 작은 수준이지만(91%), 대기압이 지구보다 훨씬 더 높다(지표면 기준, 95배 -_-). 빈 깡통쯤은 바로 콱 찌그러진다.
  • 화성은 대기압은 지구의 거의 1%, 중력 가속도는 지구의 거의 40% 수준이다.
  • 태양계 전체를 통틀어서 지구보다 중력 가속도가 50% 이상 확실하게 더 큰 행성은 목성밖에 없다(약 2.5G).

중력 가속도는 한쪽으로만 일방적으로 작용하는 힘인 반면, 대기압은 사방팔방 모든 방향으로부터 고르게 작용한다.
추력이나 부력이 아니라 양력을 이용해서 비행기가 이륙하고 뜨려면.. 주변에 일정 수준 이상의 압력을 갖춘 대기가 있어야 한다.

  • 달은 저렇게 공기 저항 없고 중력도 작으니, 그 작은 달 탐사선 로켓이 간단하게 뿅 가속하는 것만으로도 모선으로 합류해서 귀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달의 상공에서 날개 달린 비행기를 띄우는 건 불가능하며, 공중에 떠서 이동하는 방법은 오로지 로켓밖에 없다.

  • 화성은 그나마 2020년대가 돼서야 소형 드론의 양력 비행이 가까스로 성공했다. 하지만 회전익이 아닌 고정익 비행기가 뜨려면 지구보다 훨씬 더 긴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훨씬 더 빠르게 달려야 할 것이다.

  • 금성은 아마 자전거 주행 속도로 활주하는 것만으로도 비행기가 뜰 수 있을 것이다. 살인적인 대기압이 야기하는 강한 공기 저항을 뚫고 그런 속도를 내는 게 가능만 하다면 말이다. 또한, 이런 저속으로도 지표면에서 발을 떼고 사뿐히 이륙하는 건 금방이지만, 그 상태로 지구에서처럼 엄청 높이 올라가고 빨리 이동하는 건 여전히 애로사항이 가득할 것이다.

뭐, 금성에서는 수백 도에 달하는 고열 때문에 인간의 과학 기술로 만든 기계들은 애초에 동작을 못 하고 죄다 고장 날 것이다. 저런 사치스러운 뇌피셜 상상을 하는 것이 애초에 무의미하다.

그나저나.. 같은 압력이라 해도 공기 1G와 물 1G는 동등한 환경 여건이 아니다.
가령, 수면에서만 찰랑찰랑 물놀이를 하면 수압은 공기 중과 차이가 없겠지만, 그렇다고 물 속에서 육지와 동등한 방법으로 동등한 속도로 이동 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니 금성 표면의 95기압을 무작정 지구의 수심 950m로 치환해서 생각하는 건 어폐가 있을 것이다.
까놓고 말해 금성의 표면에서 총을 쏘면 총알이 어떻게 나갈까..??? 지구 내지 우주, 달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중력 때문에 인간이 지구를 벗어나는 게 엄청나게 어렵고 까다로운 게 사실이다.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게 우주에서 달이나 다른 행성으로 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러나 이게 인간에게 해로운 것보다는 이익인 면모가 더 많다. 일상생활에서 잡초나 먼지 같은 게 전혀 없으면 안 되고(흙을 붙들기, 비를 만드는 작용 등..), 마찰과 공기 저항이라는 것도 인간의 생활에 이로운 경우가 더 많은 것처럼 말이다.

중력이 없으면 가루나 액체, 기체, 가루, 부스러기 같은 물질을 실수로 흘렸을 때 도저히 수습하기 힘든 난국이 벌어진다.
그리고 신체도 다리가 힘을 쓸 일이 없어서 가늘어지고 얼굴은 피가 쏠려서 굳고.. 이거 뭐 지구가 갑자기 자전을 멈추면 원심력 때문에 적도로 가 있던 바닷물이 육지로 몰려와서 난리가 나는 것을 연상케 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뼈와 근육이 약해지고 영양소가 빠지는 건 덤.. 건강에 절대로 좋지 않다.

  • 우주 정거장은 동력 비행을 하는 게 아니라,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와 완전히 동급으로 지구를 향해 한없이 추락하는 상태이다. 대기와의 마찰로 인해 고도를 조금씩 잃는 것만 가끔씩 엔진 동력으로 보정할 뿐.. 그러니 여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무중력을 경험한다.

  • 너무 당연한 얘기이지만 진공과 무중력은 다른 개념이다. 우주 정거장이나 달 탐사선 내부는 사람이 살 정도의 공기가 있지만 중력 가속도가 저 지경이다. 반대로 지구에서도 진공을 만들면 그 안에서 쇠구슬과 깃털이 같은 속도로 툭 떨어질 수 있다.

  •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에서 제일 안전하게 목숨 부지하는 방법은.. 착지 타이밍에 맞춰서 점프-_- 하는 게 아니라, 머리를 감싼 채 누워서 온몸으로 충격을 고르게 받는 것이라고 한다.

  • 전투기 조종사야 5~7G에 달하는 엄청난 가속도를 버티는 훈련을 받으니,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 따위는 그냥 애들 장난도 아닐 것이다. 피가 머리에 너무 쏠리거나 반대로 너무 빠져나가서 기절하기 십상인 환경을 버텨야 한다. 새턴 V 로켓이 한창 가속될 때는 4G 정도 나온다고 한다.

  • 하긴, 순환계가 약한 사람이나 노약자는 추운 날 누워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기만 해도 머리로 피가 잘 안 가서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심지어 기절할 수도 있다. 그 반면, 전류가 흐르는 데 주변의 가속도의 영향 따위를 받지는 않을 테니.. 가속도도 인체가 기계보다 취약한 면모임인 게 실감이 난다.

  • 물구나무를 서는 것은 인체의 입장에서는 중력 가속도가 -1G인 걸로 간주된다. 수 초 남짓 잠깐이 아니라 그렇게 몇 시간째 있는 것은 인체 건강에 아주 좋지 않으며, 그렇게 방치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머리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것보다 머리로 피가 쏠리는 게 더 해롭다.

4. 고온 (+저온)

그럼 마지막으로, 진공 얘기가 나올 때 같이 다뤘던 온도에 대해서 얘기를 좀 더 한 뒤 글을 맺도록 하겠다.
신체 내부는 온도에 매우 민감하며, 온도의 변화에 생각보다 취약하다. 왜냐하면 물질대사를 일으키고 생명 활동에 기여하는 각종 단백질 효소들은 잘 활동하는 온도 영역이 엄청 좁기 때문이다. 끽해야 35~40도대?

얘들은 분자 구조가 엄청나게 복잡해서 그런지 금속 기반인 기계보다 열에 너무 약하다. 40도 이상에서는 그냥 비가역적으로 변성돼 버리며.. 그렇게 되면 당사자는 열사병에 걸려 죽거나 장애인이 된다. 생각보다 굉장히 낮은 온도에도 오래 노출되면 이렇게 된다. 꼭 손이 닿자마자 "앗 뜨거!" 하면서 화상을 입는 온도여야 할 필요가 없다.

물론 우리 인체는 땀을 흘리고 헥헥거리면서 열을 조절하려고 노력을 엄청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온도에 진입하자마자 바로 칼같이 탈이 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오래 버티는 것엔 한계가 있다.

(1) 70도짜리 물에 손을 넣으면 당연히 바로 화상을 입지만, 70도짜리 사우나에 들어가면 그래도 몇 분간은 버틸 수 있다. 그것처럼 아예 진공인 우주는 온도가 훨씬 더 높아도 그 여파가 공기 중보다도 훨씬 더 천천히 전해진다. 비열의 차이가 잽이 안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열전도율은 비열과 일단 독립적인 별개의 개념이다. 비열이 낮은 물질이 열전도율도 높은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비열이 거의 같은 금속끼리도 열전도율이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2) 우리는 더우면 옷을 벗지만, 그래도 극단적인 고온에서는 오히려 옷을 입는 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옷이 외부의 열 대미지를 좀 줄이고 지연시켜 주는 게, 신체의 열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더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물에서 수영을 할 때는 몸에 걸친 옷은 정말 아무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벗어야 된다. 오죽했으면 해군은 배에서 근무할 때 신발도 끈 달린 운동화가 아니라 비상시에 곧장 쉽게 벗을 수 있는 슬리퍼 같은 신발을 신는다고 하던데..
그럼 물이 뜨거워져 버리면 이건 뭐 정말 답이 없을 것 같다.

(3) 살아 있는 사람의 몸은 무슨 말라 비틀어진 건초나 통나무 같은 가연성 물질이 아니다. 생체에는 내부에 수분이 굉장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기름을 같이 끼얹지 않으면 호락호락 불이 붙지 않는다. 산 채로 화형을 당해도 그냥 삶아져서 죽거나, 그 전에 연기에 질식해서 죽는다. 반대편 극단을 생각해 보면, 사람이 굳이 체액이 몽땅 꽁꽁 얼어붙지 않아도 훨씬 전에 저체온증으로 동사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사람 시체를 완전히 화장해서 완전히 숯덩이에 뼛가루로 바꿔 버리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최소한 몇 분 만에 간편하게 끝나는 일은 아니다.
이러니 옛날에 히틀러도 자살 후에 자기를 아무도 알아볼 수 없게 시체를 훼손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전쟁통에 제대로 그리 되지 못해서 시체의 신원이 파악되었으며, 그의 죽음이 공식 확인될 수 있었다.

(4) 쌍팔년도 옛날 미스터리/공포물에서는 어떤 사람이 집에서 의자에 앉아 있다가 혼자 홀연히.. 불이 붙어서 죽어 버렸다는 실제 사례가 소개되곤 했다. 그것도 자기만 혼자 열받아서 불에 탔지, 주변에는 불이 옮겨 붙어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과학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일단은 검증이 안 되는 도시전설이다. 다른 사고나 살인 사건이 미스터리로 각색된 걸로 여겨진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살아 있는 인체는 가연성 물질이 아니다.

(5) 옛날에는 한여름에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 놓고 지내다가 갑자기 더운 곳으로 나가면 신체가 적응을 못 해서 웬 '냉방병'에 걸린다는 낭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이 역시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도시전설이다. 압력 변화로 인한 잠수병은 있지만, 이 정도 온도 변화가 무슨 면역력 저하 같은 병을 따로 일으키는 건 아니다.
만약 이런 병이 있다면 반대로 겨울에도 난방병이란 게 있어야 할 것이다. 그때도 실외와 실내를 넘나들면 -10도에서 영상 10도대로 온도 변화는 한여름 이상으로 들쭉날쭉할 텐데 말이다.

(6) 뭐, 고온뿐만 아니라 저온도 해롭다. 저온은 무슨 피부가 익는 등 단백질의 변성과는 관계가 없지만 역시나 물질대사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운동 대신 추위에 벌벌 떨어서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다이어트는.. 부작용이 너무 클 것이다.;;
자고로 입을 것이 먹을 것과 동급으로 괜히 중요하게 다뤄진 게 아니다. 성경의 구약 율법도 이불· 담요는 채무 담보로라도 빼앗지 말고 밤에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돌려주라고 말한다. 이건 사람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12/04 08:35 2022/12/04 08:3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97

1. 우주 공간 (진공)

사람이 우주복 없이 우주 공간에 내던져지면 지구 표면과 다른 환경 여건으로 인해 온갖 신체 이상이 발생한다. 극단적인 고온이나 저온, 진공, 무중력, 태양풍과 각종 해로운 방사선(지구에서는 자체 자기장이나 오존층이 차폐해 주는)... 어느 것도 인체에 좋을 게 없다. 어서 우주복을 입든 우주선 안으로 돌아오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얼마 못 가 죽는다.

그런데, 우주에서 사망에 가장 크게 빨리 기여하는 요인은.. 그냥 산소가 없어서 숨을 못 쉬는 질식이다. 10~20초 남짓 만에 의식을 잃은 뒤 수 분 뒤에 뇌사가 시작되고 사망한다.
그리고 우주에 노출되자마자 즉사한다거나 노출 부위가 중상을 입는 건 아니다. 몸이 펑 터진다거나, 에볼라 바이러스마냥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장기가 녹아내린다거나 하지도 않는다.

요즘은 교통· 통신의 발달 덕분에 온갖 과학 상식과 잡학들도 많이 알려져서 "선풍기 틀어 놓고 자면 죽는다" 급의 도시전설이나 낭설이 상당수 없어지긴 했다. 하지만 옛날에는 인간이 맨몸으로 진공 우주로 나가면 몸통이 터지고 눈알이 튀어나온다는 myth가 퍼져 있었다.

오죽했으면 그게 SF 영화에서도 반영되어 있었다. 대표적으로 토탈 리콜(1990) 말이다. 본인도 초딩 시절에 뻘건 화성 땅에서 주인공이 숨 막히고 안구가 튀어나오고 터지기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위기를 벗어나는 이상한 영화를 TV로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저 영화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실상은.. 과거의 우주 개발 과정에서 미국이나 소련의 우주 비행사가 사고로 수 초에서 수 분간 우주에 신체의 일부가 노출되는 사고가 실제로 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지는 않고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다.

이것도 다 토탈 리콜 같은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있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전파가 늦었던가 보다. 유언비어 도시전설 같은 건 인터넷 이전에도 많이 있었고, 반대로 인터넷이 정확한 팩트와 진실을 퍼뜨리기도 해 주는 듯하다. 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에 "서울 다녀온 놈과 서울 안 다녀온 놈이 싸우면 안 다녀온 놈이 이긴다" 같은 일은 상당수 없어졌다. 아무튼..

사실 압력보다 더 골때리는 건 온도다. 진공에서는 말 그대로 산소를 포함한 공기가 없고 물기도 전혀 없기 때문에 기존 물질의 온도 변화와 상변화(액체-기체 따위) 형태가 완전히 꼬여 버린다.
우주의 평균 온도가 -270도의 극저온이라지만, 또 태양열을 받고 있으면 수백 도까지 온도가 치솟는다. 그러다가 태양광을 살짝만 가리면 식는 것도 금방이다.

우리 지구에서도 날씨가 아주 맑고 건조하면 일교차가 커진다. 낮 기온이 40~50도를 찍어도 그늘에 들어가거나 바람이 좀 불면 금세 싹 시원해지는데..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이런 변화가 훨씬 더 극단적으로 널뛰기처럼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달 표면만 해도 최저 섭씨 -170도에서 110도대를 찍는다. 태양과 엄청 가까이 있는 수성도 낮에는 최대 400도가 넘게 달궈지지만, 그래도 밤 시간대에 해당하는 "뒷면"은 여전히 무려 -180도 부근까지 식는다.

그래도 -100도건, +100도건 온도의 여파는 굉장히 천천히 전해진다. 대류· 전도가 없이 오로지 복사만으로 열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도 그 온도에 노출되자마자 곧장 동상이나 화상을 입지는 않는다.
이런 게 다 대기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지구에서의 경험만으로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달과 수성은 자전 주기가 지구보다 수십 배 더 느리다는 것 역시 감안할 점이다. 지구와 같은 낮과 밤 시간 만에 온도가 저렇게 바뀌는 게 아니다.
그래도 고온은 고온이니 인공위성이나 우주 발사체들은 통구이처럼 동체를 뱅글뱅글 돌려서 모든 면이 태양을 바라보는 쪽과 태양을 등진 쪽을 고르게 노출시켜서 온도 대미지를 상쇄한다.

또한, 온도 자체 말고도.. 물을 포함한 액체들은 주변 기압이 낮을수록 정신줄을 놓기(...) 쉬워지고 더 쉽게 기화하며, 다른 물질을 많이 녹이는 능력이 약해진다. 쉽게 말해, 끓는점이 낮아진다.
심해에서 갑자기 올라올 때 혈액 속에 질소 거품이 뽀글뽀글 일고 잠수병이 발생하듯.. 우주 공간에서는 피에 들어있던 산소가 빠져나가 버리고, 체액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고 한다. 비유적인 의미에서 피끓는 청춘이 아니라 진짜 문자 그대로 피가 끓어 버리고 거품이 일고 제대로 흐르질 않으니, 이것도 건강에 절대 좋은 현상은 아닐 것이다.

이 지구라는 행성은 자기 표면에 '대기'라는 이름으로 적지 않은 양의 기체들을 자기 중력으로 붙들고 있다. 이 지구상에서는 이런 대기가 없는 공간을 자연적으로 만들기가 극도로 어렵다.
지표면의 대기압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물을 10m가 넘게 높게 퍼올리거나, 물보다 훨씬 더 무거운 수은을 76cm 이상 끌어올리거나.. 그래야 진공을 만들 수 있을까말까다.

지표면에서의 진공이라면 깃털과 동전이 동일한 속도로 툭 떨어질 것이고 흙먼지조차 무슨 철가루가 떨어지듯이 일체의 공기 저항 없이 후두둑 떨어질 것이다. 이런 걸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볼 일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중세까지는 대기압이라는 개념을 몰라서 "자연은 본능적으로 진공 상태를 싫어한다" 같은 해석 내지 낭설까지 통용될 정도였다.
또한, 생명체가 이런 대기가 없다시피한 곳에 들어가면 어찌 되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무려 20세기가 되도록 인류에게 딱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20세기 중반에 전범국들이 벌였던 극악무도한 생체실험 중에는 또라이 같은 무기 위력 실험이나 약물 실험, 장기자랑 실험뿐만 아니라, 진공에서 사람이 맨몸으로 얼마나 버티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옛날에 흑태양 731인가 그 마루타 영화-_-에서는.. 펌프로 공기를 빼는 진공 실험을 당한 피실험자가 신체가 부풀고 내장이 항문으로 튀어나온;;; 채로 죽었다. 뭐 이건 "우주에서는 몸이 터진다"를 염두에 둔 영화적인 과장이지 싶다.

훗날 미국과 소련이 우주 개발을 할 때도 사람이 훈련을 잘 받으면 저기압을 후유증이나 장애 없이 얼마까지 감당 가능하겠는지 데이터를 얻는 게 아주 중요했다.
이때는 함부로 대하고 죽여도 아무 상관 없는 적국 양민이나 포로-_-가 아니라 우주인으로 선발된 자국의 최정예 파일럿이 마루타 역할을 하니..=_= 실험이 최대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진행됐다.

끝으로, "진공에 노출되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숨을 꾹 참으면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있다.
이야.. 이건 "엘리베이터가 추락해서 땅에 닿는 타이밍에 맞춰서 점프를 하면 좀 덜 다칠 수 있을까?"와 거의 같은 격의 그럴싸한 질문인걸..?? =_=;; 하지만 답을 말하면 이는 가능하지 않다.

우주에서 질식하는 건 물이나 다른 유독가스가 폐에 들어가서 질식하는 게 아니다. 그냥 흡입할 유체 자체가 전혀 없는 상태이고.. 체내에 이미 있던 기체까지 밖으로 빠져나가 버린다.
평범한 이물질 유체에 둘러싸였을 때는 최대한 숨 참고 버티는 게 답이겠지만, 진공에서는 이게 통하지 않는다. 숨을 참으면 체내에 갇혀 있는 기체가 압력 때문에 폐를 부풀려서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우주의 진공이 사람 몸 전체를 빵 터뜨리지는 않지만, 이런 식으로 자잘한 팽창을 야기하고 장기나 혈관을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에서는 숨을 꾹 참으며 버티는 게 불가능하다. 물에 빠져서 발버둥치는 것보다도 더 신속하게 산소가 부족해지고 의식을 잃고 질식사하게 된다. 참 흥미로운 사실이다.;;

2. 고압

지금까지 길게 얘기했던 바와 같이,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건 1기압에서 0기압, 즉 고압에서 저압으로 가는 것과 같다. 그런데 지구 안에서는 깊은 물 속 아래로 들어가는 게 1기압에서 더 높은 압력으로 가는 것에 대응한다.
미터의 단위가 수압을 의식해서 제정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물의 밀도를 감안했을 때 수심 10m마다 얼추 1기압꼴로 수압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심 10m가 대기압 1 + 수압 1을 합한 2기압으로 느껴진다.

맨몸으로 우주의 진공에 노출됐다고 해서 몸이 풍선처럼 펑 터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처신을 잘못하면 일부 신체 부위가 부풀고 고막, 폐나 모세혈관이 터지는 정도의 부작용이 생길 수는 있다.
그것처럼 수심 10m 정도 잠수하다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해서 사람이나 물고기가 터지지 않는다. 그러나 뻥 터지지만 않을 뿐, 체내는 잠수병 앓으면서 곪을 수 있으니 천천히 주의해서 올라와야 한다.

우주에서는 주변이 온통 진공이기도 하고 중량을 극도로 최소화해야 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사람 몸을 망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공기를 최대한 적게 넣어 준다. 그래서 지구처럼 1기압에 20% 산소 대신, 0.3기압에 100% 산소 같은 공기 편성도 사용한다. 물론 이건 일반인이 아니라 저압을 버티는 훈련을 받은 전문 우주 비행사만이 감당할 수 있는 극한의 공기 비율이다.

스쿠버다이버의 산소통에는 질소가 80%를 차지하는 일반 공기를 그대로 넣는 편이다. 스쿠버다이버는 우주인이 아니니, 이게 제일 저렴하고 무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흡을 통해 체내에 들어온 질소가 수중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평소에는 아무 작용도 하지 않고 그냥 자기 무게로 대기압에만 기여하고 있다가 얌전히 빠져나가는데.. 물 속처럼 수압이 높을 때는 이놈이 혈액 속에 녹아 버린다.

그 상태로 있다가 주변의 압력이 갑자기 줄어들면 질소는 혈액 속에 녹아 있을 수가 없어져서 뽀글뽀글 빠져나오는데.. 이게 혈관에서 질소 기포를 형성하고 혈관을 막는다. 탄산음료를 갑자기 땄을 때 거품이 확 올라오는 현상이 사람 혈관 안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인체는 피가 제대로 안 돌아서 온갖 통증과 이상을 유발하며, 심지어 심근경색· 뇌경색이 야기되어 죽을 수도 있다.

이거 뭔가 자동차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 브레이크액에 비정상적인 기포가 발생해서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는 베이퍼 락(vapor lock) 현상이 있다. 브레이크액의 기포도 혈액의 기포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 질소가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대체로 비활성이지만, 자동차 연소실 같은 고온· 고압 환경에서는 산화해서 질소산화물 같은 공해 물질 배기가스를 생성한다.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고압 환경에서 혈액 속에 녹듯이..)

도대체 수압이란 게 뭐길래..;; 결국 물 속은 산소만 있다고 해서 잠수부가 xyz 축 아무렇게나 임의의 속도로 마음대로 이동 가능한 3차원 공간이 아니다.
그렇다고 산소만 100% 넣는 건 당연히 공기 성분으로나 압력으로나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질소 대신 헬륨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럼 극단적으로 사람이 수압을 느끼지 않게 아예 강화복이나 금속 갑옷 수준으로 무장시키면..?? 그러면 너무 무겁고 갑갑해서 수중 활동을 못 할 것이고 차라리 별도의 잠수정에다 로봇 팔을 사용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잠수병에 안 걸리면서 안전하게 잠수하는 방법은 단 하나.. 깊은 곳에 오래 들어가 있었을수록 수면으로 올라올 때는 엄청 천천히.. 혈중 알코올.. 아니, 혈중 질소를 조금씩 자연스럽게 빼내면서 올라오는 것밖에 없다.
술을 인위로 강제로 빨리 깨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혈중 질소를 인위로 빠르게 빼내는 것 역시 인간의 현재 과학 기술로는 여전히 불가능한 모양이다.

통계를 찾아보면 상승 속도는 분당 9m, 초당 15cm가 권장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절대적인 건 아니다.
고심도에서 30분 이상 오래 머물렀다면 일정 간격으로 감압 챔버에 들어가서 5분 이상 더 쉬어야 하고.. 100m쯤 깊이에서 수 시간 잠수했다면 반나절이나 하루 가까이 가다 쉬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래야 잠수병 없이 안전하게 수면으로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이런 안전 매뉴얼은 인류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에 근거하여 만들어졌으며, 잠수하는 사람들이 귀가 따갑도록 교육받는다. 이 사람들은 물에 빠져 익사하는 게 아니라 잠수병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도 밖에 나갔다가 지구의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게 어려운 문제이다.
또 수성 같은 내행성으로 가려면 감속 스윙바이가 엄청나게 필요하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도 불구하고 수 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 태양으로 끌려가지 않고 근처의 훨씬 가벼운 수성을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처럼 사람은 지구의 바닷속을 잠수했다가도 나오려면 겨우 수십 m 남짓의 직선 거리도 곧이곧대로 상승하지 못하고 삽질을 해야 하나 보다.

누가 부주의해서 사람이 잠수병에 걸려 버렸다면 고압 산소 챔버에 집어넣어서 산소를 강제 주입하고 질소를 빼내는 식으로 치료하는 게 기본이다. 100% 산소를 1기압보다 더 높게 주입한다니(2~6기압).. 일산화탄소(연탄 가스) 중독을 치료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원래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100% 산소는 사람에게 '산소 중독'을 일으키며 건강에 해롭다. 산소가 너무 많으면 질소가 고압의 혈액 속에 녹는 것처럼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지 않은 채 혈액에 녹아서 신체로 전달되는데, 이 때문에 정작 산소와 결합해 있는 헤모글로빈은 환원될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러면 이 헤모글로빈이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일도 못 하고 체내에 독이 쌓이는 것이다.
산소 중독은 다른 이물질 기체와 같은 질식사를 유발하지는 않겠지만, 인두통, 기침, 호흡 곤란, 폐 손상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참고로 인체가 숨을 참았을 때 답답함을 느끼는 기준도 산소 부족이 아니라 이산화탄소의 과다이다..!

잠수병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잠수부의 산소통에 100% 산소만을 주입하지 않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대신, 산소보다 더 해로운 기체를 빼내야 할 때만 불가피하게 고압 산소 처방을 한다.
베테랑 잠수부의 경우, 수중 대기 시간을 줄이고 더 빨리 귀환하려고 일반 공기보다 질소를 줄이고 산소는 더 늘려서 세팅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잠수병 대신 산소 중독의 위험이 더 커진다고 하니, 거 참 답이 없는 문제이다. =_=;;.

* 문득 드는 생각: 물 같은 액체에는 기체가 녹을 수도 있고 고체가 녹아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고체는 용매인 액체의 온도가 높을수록 더 잘 녹는 반면, 기체는 반대로 온도가 낮아야 잘 녹는다~! 굉장히 흥미로운 차이점인 것 갈다.

Posted by 사무엘

2022/12/01 08:36 2022/12/01 08:36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96

가연성 물질은 발화점을 넘은 온도에서 불이 활활 붙을 때 열과 빛이 나온다.
하지만 불이 붙지 않는 물질이라도 수백 도 이상의 온도로 달궈지거나 녹으면... 얼음이 녹듯이 곱게 녹지 않는다. 어느 물질이건 언제나 시뻘건 빛을 동반하는 상태가 되며 녹는다. 용암이나 쇳물을 생각해 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쇠는 상온에서 은백색의 고체이지만, 쇳물은 수은 같은 평범한 회색(?) 액체가 절대로 아니다.
이건 알고 보면 굉장히 신기한 면모이다. 이 빛은 분자· 원자 차원에서 무슨 에너지를 바탕으로 나오는 걸까?
다시 말하지만, 이건 연소 같은 화학 반응을 겪고 있는 상태가 아니다. 단순히 열을 잔뜩 받은 것만으로 어떻게 빛이 나올 수 있을까?

옛날에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 (1992) 영화를 보면 쇳물이 철철 흐르는 용광로가 나온다. 이건 진짜 쇳물이 아니고 소품이다. 물 같은 평범한 액체 안에다가 누런 조명을 켜서 쇳물처럼 보이게 했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에서는 색감에 대한 왜곡이 굉장히 많다. 가령, 현실의 건물 지하 주차장들은 영화 '아저씨'에서 묘사된 것처럼 그렇게 시퍼런 톤으로 어두컴컴하지 않다.)

그러고 보니 백열등은 대놓고 이 원리를 이용해서 빛을 내는 물건이다. 가느다란 필라멘트를 녹지 않을 만큼만 달궈서 빛을 내니 말이다.
물론 이건 오늘날의 전자공학 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효율이 매우 매우 안 좋은 원시적인 광원일 뿐이다. 이는 백열등과 얼추 비슷한 시기에 발명된 또 다른 과학 기술 산물이던 증기 기관도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너무 비효율적이어서 도태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래도 증기 기관만으로도 그 시절엔 마차로는 상상할 수 없는 교통· 물류 혁명과 산업 혁명이 일어났다. 그와 마찬가지로 백열등도 연료를 직접 태우는 등잔불· 호롱불· 촛불· 횃불 따위로 범접할 수 없는 새로운 빛을 인류에게 선사하긴 했다.
그 단순무식하고 비효율적인 백열등조차도 처음 발명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필라멘트를 만들 만한 재료(텅스텐)를 그 시절 여건에서 찾는 게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불꽃 기반의 광원들은 켜고 끄기 어렵고 질식과 화재의 위험이 크고 불필요한 열이 너무 많이 발생하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닌 데다.. 결정적으로 여전히 별로 밝지 않고 너무 어두웠다. 밤에 시골에서 촛불· 호롱불 켜서 책 읽고 공부해 보신 분이라면 이 말에 적극 공감 가능할 것이다.

그에 비해 지금 세대는 자그마한 스마트폰만으로 과학 완구 꼬마전구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맹렬한 LED 불빛을 간단히 만들어서 어둠을 비추니.. 참으로 놀라운 과학 기술의 혜택을 입고 있는 중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01년부터 지금까지 120년 가까이 켜져 있다고 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열등 '센티니얼 전구'. 다만, 현물 보존을 위해 현재는 전류를 아주 약하게 흘려보내고 있기 때문에 불빛이 더 어둡다. 저 시절엔 전구의 껍데기 유리를 다 사람이 불어서 모양을 내고 만들었다.)

아무튼.. 형광등이나 LED등만치 밝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백열등처럼 고온만으로 불꽃이 아닌 빛을 가능케 하는 과학 원리는.. 바로 '흑체 복사'이다.
어떤 물체의 온도가 높다는 건 미시세계에서 그 물체를 구성하는 입자가 많이, 맹렬히 움직이고 있음을 뜻한다. 그 움직임 덕분에 빛이 만들어져 나오며, 그게 심해지면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적외선과 자외선, 심지어 방사선의 범주에 드는 X선이나 감마 선까지 나온다.

흑체가 방출하는 에너지의 양은 절대온도의 무려 4제곱에 비례한다. 이른바 슈테판-볼츠만의 법칙.
본인은 학교에서 배웠던 각종 과학 과목들을 통틀어서 제곱이나 3제곱이 아닌 4제곱이 등장하는 과학 법칙이나 공식을 이것 말고는 본 기억이 없다.
평면이나 공간의 특성상 2승, 3승까지는 나올 수 있지만 4승은.. 생소하지 않은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흑체란 모든 전자기 복사를 흡수해서 에너지량 계산을 제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가상의 물질이다. 화학에서 다루는 이상기체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럼 백체는 반대로 모든 전자기 복사를 반사하는 물체일 텐데.. 이런 건 딱히 다루지 않는 듯하다.)

물질마다 어느 온도에 도달했을 때 나타내는 색깔은 언제나 일정하다. 그렇기 때문에 색깔만으로 온도를 추정하는 게 가능하며, 색깔 온도계라는 게 존재할 수 있다.
측정 센서조차 녹거나 타 버릴 정도의 높은 온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이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매우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심지어 별의 색깔도 이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건 스피드건이 굉장히 얼렁뚱땅 허술하게 동작하는 것 같은데 주변의 자동차나 야구공의 속도를 꽤 정확하게 측정해 내는 것, 그리고 요즘 체온계가 신체의 영 엉뚱한 부위만 대충 접촉하는데도 체온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사실은 꼭 엄청난 고온이 아니어도 된다. 사람 체온만으로도, 무슨 쇳물 같은 누런 가시광선보다 급이 낮은 적외선 정도는 나온다. 깜깜한 밤에 사람을 식별할 때, 아니면 그냥 열기를 탐색할 때 쓰이는 적외선 카메라가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해서 동작한다.

이 정도 온도 차이에 4제곱은 정말 폭발적인 에너지 크기 차이를 만들 텐데.. 전자기파의 파장이라는 것도 지수/로그 스케일을 찍는 동네이기 때문에 그런 차이에 대응 가능한가 보다. 사실, 가시광선은 대역폭이 주변의 적외선(IR)이나 자외선(UV)보다 훨씬 짧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색깔이란 건 그냥 눈에 띄는 느낌만 다른 요소일 뿐이지, 같은 온도와 같은 재질이어도 "검은 옷이 흰 옷보다 왜 덥게 느껴지는 걸까?" 이걸 이해를 오랫동안 완전히 못 했다.
저렇게 온도에 따라 다른 '빛깔'이 나오는 건 이해하겠는데, 역으로 '색깔' 자체도 열 흡수율을 결정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표면에 눈이나 심지어 비닐하우스 같은 인공 구조물 때문에 흰색이 많으면 그게 태양 복사 에너지를 반사해서 기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온도계를 보관하는 백엽상의 주변은 반드시 하얗게 칠하며.. 비행기도 열 흡수를 하지 말라고 흰 도색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쪽 관련 과학 법칙은 열역학도 광학도 전자기학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분야인 걸까..?
이게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양자역학이라는 걸 태동시킨 전신이라고 한다. 얘는 물질 자체를 존재하게 하는 원자 차원의 힘을 규명하고, 이를 이용해서 질량과 에너지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발상의 전환을 선사했다.

※ 관련 여담

(1) 유리는 투명한 데다, 성냥을 갖다대면 불이 붙을 정도로 뜨겁게 달궈져도 겉으로는 하나도 티가 안 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실험실 안전 수칙에서 다뤄지곤 한다. (단골로 다뤄지는..)
물론 성냥의 발화점이 그리 높은 건 아니며, 유리도 더 뜨거워져서 흐물흐물 녹기 직전일 때는 벌겋게 변하기는 한다.

(2) 인류에게 열과 빛이라는 건 바늘과 실처럼 같이 따라다니는 형태인 게 익숙하다. 자연에서 보는 불꽃이나 달궈진 물체의 모습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빛이 필요한 곳에서는 발열이 거의 없이 밝은 빛만 만들어 내는 기술도 잔뜩 개발했다. 전기 에너지를 원하는 곳에만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연에서는 반딧불이도 발열이 없이 생물학적으로 신비로운 빛을 내는 곤충이라고 한다.

(3) 불꽃 반응은 불태우는 금속 원소에 따라 서로 다른 불꽃 색깔이 나타나는 걸 말하는데, 이건 온도 자체와는 좀 다른 분야의 현상이다.;;

(4) 그러고 보니 빛을 받았다가 깜깜해진 뒤에도 잠깐이나마 빛이 나는 무려 '야광/축광',
방사능 원소인지가 어쩌구 하는 형광,
거울이 아니면서 어둠 속에서 빛을 좀 반사에서 더 밝게 빛나는 그 무언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원리를 다시 공부해 보고 싶은데.. 내가 시간과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 도로의 차선도 평범한 페인트가 아니라 이런 안료가 들어가서 밤에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받았을 때 더 밝게 비치게 돼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달 표면도 말이다.
하늘은 새까만 암흑인데 지표면은 아주 하얗게 빛나고 물체 그림자도 선명하게 비쳐 보이는 거..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표면 전체가 이렇게 빛나고 있으니까 지구의 하늘에서는 달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지구는 대기가 있어서 낮에 하늘이 파란 것이고..

(5) 빛 내지 전자기파는 진행 과정에서 질량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다 보니 꼬불꼬불한 케이블 안에서도 광속으로 진행하고, 심지어 관찰자의 상대속도 관점에서도 불변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한편으로 진공이 아닌 유체 안에서는 그래도 속도가 미세하게 줄어들고 이로 인해 굴절도 발생한다.
그게 얼마나 줄어들고 차이가 발생하는지, 얘는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물리학이 깊게 들어가면 난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이런 걸 컴퓨터도 없던 19세기에 처음 발견하고 공식을 만들어 낸 물리학자들은 참..

수백 년 전에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는 걸 물증 아닌 심증으로 인지하고, 나중에 실험으로 입증한 과학자들도 정말 괴수였을 것이다. 이걸 알아낸 것은 지구 구형이나 지동설만큼이나 엄청난 과학 발견이었다.
마이컬슨-몰리의 실험이 뭐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6) 끝으로..
이 글에서 주로 거론된 용광로는 시뻘겋거나 누렇지만, 원자로는 시퍼런 편이다~!! 흥미로운 차이점이지 않은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체렌코프 효과라고 불리는 방사선 관련 현상 때문에 시퍼런 빛이 나와서 그렇다. 이건 흑체복사보다 더 이해하기 어렵고 20세기가 돼서야 발견된 현상이다. 이걸 발견하고 규명한 과학자들은 죄다 노벨 상을 받았다.

방사능은 원자력이라는 너무 근원적이고 강한 힘에서 유래됐다 보니.. 인간이 주변에서 흔히 보는 물리· 화학적 조작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이게 더욱 대단하고 무서운 면모이다.
방사능 폐기물은 아무리 깨부수고 전기 충격을 가하고 물· 불에 쳐넣어도 방사능이 없어지지 않는다. 찬송가 가사를 빌리자면 말 그대로 "물불이 두렵잖고 창검이 겁없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28 08:35 2022/11/28 08:35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95

대만과 우크라이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나라들과 통치 형태는 상당수가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정립되었다. 그래서 21세기도 20세기의 연장이라고 여겨질 정도이다.
역사상 유래가 없었던 넓은 전장에다 전례가 없던 끔찍한 전쟁 범죄, 그리고 핵무기까지 경험한 뒤에야 "이래서는 정말 안 되겠다"라는 관념이 생기고 제국주의 군국주의라는 게 종식됐다.

유엔이라는 단체가 생겨나고 세계 인권 선언이라는 게 생기고.. 각종 식민지들이 모조리 해방되어 독립했다.
패전국인 일본의 식민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울나라..), 승전국인 영국도 인도 같은 자기 식민지를 그냥 해방시켜 줬다. 이건 좀 의아하지 않은가?
영국이 자애롭고 관대한 대인배여서가 아니다. 이렇게 제국주의 군국주의 트렌드가 다 끝장나고 사람 몸값도 왕창 오른 시국에서는(인권..) 식민지가 뽕 뽑는 것보다 관리 비용이 더 들어서 가성비가 안 맞았기 때문이다.

이 타이밍을 계기로 세계 상당수의 나라들이 왕정을 버리고 공화정으로 체제가 바뀌었다. 그리고 세계 인권 선언의 이념을 반영한 현대적인 헌법을 본격적으로 채택했다(신분제나 노예제 부정, 인종 차별 철폐, 개인의 기본권과 자유 보장). 그러니 1945~1950년대는 격변과 혁명 급으로 세계 질서가 확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있기 전.. 그로부터 30~40년쯤 전에는 동북아시아에서도 아주 큰 격변이 벌어졌다.

  • 1910년, 조선? 한국?은 주권을 빼앗기고 멸망해서 일본 제국의 멀티로 편입돼 들어갔다. 이건 일본 내부에서도 대대적으로 선전 보도됐고, 세계적으로도 크게 보도됐다. 신흥 열강 일본이 러일 전쟁에서 이긴 것에 이어 식민지를 하나 통째로 접수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국 우편 연합 등 나름 그 시절의 국제 기구에도 여럿 가입돼 있던 멀쩡한 회원국 하나가 이를 계기로 싹 없어졌다.

  • 그리고.. 이웃 중국에서는 청나라가 멸망하고 1912년엔 중화민국이라는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이 세워졌다.
  • 1917년, 쓰러져 가던 러시아 제국이 멸망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엔 쏘비에트라는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가 세워졌다.

비슷한 시기에 각 나라들이 어째 서로 극과 극의 길을 가게 됐는지가 신기할 따름이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났을 때는 그 제국주의의 본좌 영국도 자기 식민지들을 다 해방시켜 준 반면,
1차 세계 대전이 끝났을 때는 조선은 전혀 해방되지 못했다는 걸 생각해 보자. 민족 자결주의 따위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수십 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서 국제적으로 승인 받고 청과 러를 몰아내면서 어떻게 만든 식민지인데.. 아직 인프라 시설 투자도 덜 했고 제대로 뽕을 뽑은 것도 없는데, 당연히 전혀 풀어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훗날 1940년대에 와서는 한국은 일제로부터 해방되기는 했지만 이념 대립으로 인해 남북이 분단됐다.
그러나 남북 분단 정도면 감지덕지지, 중국은 대륙 전체가 적화됐다(중공). 원래 있던 중화민국은 타이완 섬으로 쫓겨나고(대만), 중공의 텃세에 밀려서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고 있다. 이제 대다수 사람들이 '중국 = 중공'이라고 생각하지, 대만을 떠올리지는 않으니 말이다.
우리 남한도 만약 6· 25 전쟁에서 졌으면 제주도 하나만 달랑 남아서 대만과 비슷한 처지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본인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하루는 우연히 대만의 국가를 들어 봤다. (☞ 링크)
그러고 보니 "일어나라(찌라이~)"라고 시작하는 대륙 중공의 국가는 진작부터 접해 봤지만, 대만의 국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민주의는 우리가 따를 길 ...
밤낮으로 게으르지 말고, (삼민)주의를 따르라
맹세코 근면 용감하고, 반드시 정직하고 충실하라.
한 마음 한 뜻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하라."

뭐야 이거.. 대만 국가는 왜 이렇게 고퀄이었던 거냐..?? 쓸데없이 고퀄... 아, '쓸데없이'는 아니지.
나 솔직히 삼민주의가 뭔지 몰라서 "삼대기율 팔항주의"를 말하는 건가.. 맨 처음엔 그걸 생각했었다. 엄청난 실수를 참회한다.
지나치게 일어나 싸워라 투쟁하라 반쯤 군가 같은 국가들보다 더 수준 높고, 너무 밍숭맹숭한 울나라 국가보다도 훨씬 낫다.

다음은 유튜브에 달린 댓글들이며 나도 100% 공감한다.
  • 정말 성스럽고 거룩한 느낌이 물씬 난다. 자유를 염원하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국가라 자신한다. 삼민주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이어나가자. 그리고 대륙에 민주주의를 꽃 피울때 진정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 평화와 정직함이 대만국가에서 느껴집니다
  • 이 노래가 천안문 광장에서 울려 퍼지길..
  • 전 국민 노예 만들면서 노예가 되기 싫으면 일어나라고 하는 '그 나라' 국가보다 더더욱 품격있는 국가였네요~~*
  • 저기가 진짜 중국이다. 가짜 중공은 중국이 아님
  • 중화민국(대만) 국가가 아주 듣기 좋으네요. 곡은 애잔하면서 장중하고 그리고 비장함까지 느껴집니다. 가사 내용은 더 없이 평화를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 마음이 따뜻해진다

"일본을 공격한다"가 아니라.. 누구 유언 말마따나 대륙을 공격이라도 해야겠구만..
우리로서는 러시아 대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듯이, 중공 대신 대만을 지지해야 하지 않나 싶다.
아 참, 중간에 잠깐 스타카토가 나오는 연출(?) 기법은.. 카이스트 교가 이후로 개인적으로 처음 본다. (... 과학도의 긍지와 포부를 안고...)

대만에는 저런 '국가'에 이어 국기에 대한 노래도 있다. (☞ 링크)
국기가는 국가보다는 템포가 더 빠르고 경쾌한데, 들어 보면 무슨 "시온 성과 같은 교회" 느낌이 나는 찬송가 풍이다. 애초에 "시온 성과 같은 교회"도 독일 국가 멜로디이기도 하고..
뭔가 대만 국기가에다가 가사를 그럴싸하게 붙여서 찬송가로 불러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대만은 원래 중국 대륙을 차지하고 있다가 중공한테 패배하고 밀려난 나라이다. 중공은 대만까지 다 '단일 중국'으로 집어넣고 싶어서 안달이고, 반대로 대만도 "저거 원래 다 우리 땅인데.. 중공을 몰아내야 하는데.. (현실은 시궁창)" 이러고 있다.

한편, 올해 전쟁 때문에 시끄러웠던 우크라이나는.. 2차 세계 대전을 계기로 독립한 나라가 아니라, 냉전..;; 지난 1991년에 소련의 붕괴와 함께 독립해 나온 신생국이다. 내가 자세한 내력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소련 시절에 강제 합병됐다가 다시 독립한 형태일 것이다.

대만과 우크라이나는 서로 출신과 배경은 다르지만 "중공 vs 대만", 그리고 "러시아 vs 우크라이나"에서 뭔가 동질감이 느껴진다. 전자는 땅 넓고 거대하지만 비민주 독재 국가이고, 후자는 그 정반대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국내의 어느 케이블도 아닌 지상파 TV 방송국 말이다.
도대체 연출이나 편성 책임자가 머리에 총이라도 맞았는지 작년에는 도쿄 올림픽 때는 우크라이나를 소개하면서 체르노빌 원전 모습을 내보냈다.
그리고 올해 초에 전쟁이 났을 때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서 개그맨 출신 주제에 지도력이 의심스럽다고 비하 보도를 내보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와.. 이것들이 약소국을 대놓고 무시하나?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직싸게 규탄과 항의를 받고 국내 시청자들로부터도 욕을 바가지로 쳐먹은 뒤에 겨우 사과하고 문제의 영상을 내렸다. 이 정도면 방송 통신 위원회인지 어디서 징계를 먹여야 한다.
외국에서 울나라 소개하면서 삼풍 백화점 붕괴 현장이나 세월호 침몰 장면, 광주 사태 내전 벌어진 길거리 모습을 내보냈다고 생각해 보아라.

그 같은 방송국에서는 대통령 영부인을 천하의 요망한 개썅년으로 음해할 의도로,
비슷하게 닮은 대역을 써서 이상한 주작 영상을 만들고는 그게 영부인의 실제 행적인 것처럼 내보내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게 들통나서는 또 망신 당했다. 이것도 엄청난 중징계감이지 않은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 이렇게 돼도 싸다~ 쌤통이다)

쟤들은 이념이나 정치색도 썩었지만, 저런 꼬라지를 보면 쟤들이 강자가 아닌 약자를 얼마나 깔보고 개취급하고 무시하고 갑질해 댈지.. 그런 것까지 쫙 느껴진다.
"아~~ 그 지잡대 야간대학원 다니면서 딴 석사학위 나부랭이쯤은 걍 반납하고 말죠~~ 그럼 됐죠?" 이랬던 그 태도와 똑같단 말이다.

내가 그래서 저것들은 정말 인간 취급을 하고 싶지 않다.
난 이런 거 잘 안 잊어버려.. 역사를 잊은 민족한테 미래는 없다며? 나는 미래가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거든?
아무쪼록 그렇게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좋으면 마오가 아니라 장 제스가 있었던 대만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도 한때 국제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은 약소 신생 독립국이었던 시절이 있었으니, 그런 처지의 나라를 먼저 도와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23 08:35 2022/11/23 08:35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93

김 종삼이라는 시인이 1971년에 발표했다는 <민간인>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본인은 먼 옛날 학창 시절 문학 시간에 아주 어렴풋이 이런 시를 접했던 기억이 있다.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 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시의 제목부터가 군인이 아닌 사람이라는 뜻에서 '민간인'이라고 지었던 것 같은데..
얘는 읽어 보면 정말 섬뜩하고 비극적인 내용임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헤밍웨이가 즉석에서 지었다는 6단어짜리 비극 소설이 곧바로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다.;;; 분위기가 완전 비슷하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아기용 중고 신발 판매. 사용된 적 없음)


원래의 시에서 언급하는 시기인 1947년 봄은 아직 남한 단독 총선거를 하기 전이고, 북한이 자체적인 애국가와 인공기를 제정하기도 전인 완전 초창기였다. 하지만 남북 분단은 갈수록 굳어지고 남북 왕래가 어려워지던 중이었다.

그 와중에 황해도 해주는 서쪽이 아니라 남쪽이 바다로 뻥 뚫려 있었다. 그러니 배 타고 전방의 바다를 향해 조금만 나아가면 38선 이남으로 갈 수 있었다.

빨갱이 치하에서 살 수는 없겠다 싶어서 이 지역 주민들 약간명이 모여서 탈북을 시도했다. 감시를 피해 보트 타고 해상으로 몰래 야반도주 중이었는데..
갑자기 아기 울음 소리 때문에 자기들의 존재가 노출되고 들킬 위험에 처했다. 그러자 아기의 부모는 눈물을 머금고 아기를 바다에 던져 버리게 됐다.

이게 바로 시가 묘사하는 상황이다. 시인은 어쩌다 보니 그 쪽배에 동승해서 이 사건이 벌어지는 걸 목격했던 모양이다.
사건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이건 1947년 이후로 1970년대가 될 때까지 20년이 넘게 잊혀지지 않는 엄청난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

인간이 너무 굶주려서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자기가 죽을 지경이 되면... 인륜이고 천륜이고 인간성이고 다 없어져서 거의 동물로 퇴화해 버린다. 그래서 자기 친자식이라도 잡아먹거나 노예로 팔아 버릴 수 있다. 이런 건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례이다.

그런데 목숨 걸고 어디를 탈출해서 몰래 피난 가고 도망치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아기 울음 소리를 억제하지 못해서 걔를 불가피하게 버리게 되는 비극은.. ㅠㅠㅠㅠ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저렇게 도망치다가 들키게 생긴 상황에서는 부모가 자기 한 몸만 희생함으로써 어차피 자녀라도 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게다가 어영부영 하다가는 자기 가족뿐만 아니라 남까지 다 죽이게 되니까.. 도저히 답이 없다.

게다가 이런 사례가 역사적으로 드문 것도 아니다.
위의 '민간인' 스토리의 해상이 아닌 육로 버전도 존재한다고 한다. 38선을 넘어서 일가족이 야밤에 월남을 시도했는데, 공산군 초소 부근에서 아기가 우는 바람에 엄마는 얘 입을 강제로 틀어막았다. 허나, 위기를 모면하고 확인해 보니 아기는 그 사이에 질식사한 상태였다고..

1907년 평양 대각성--은사주의 논란은 일단 논외로..-- 당시엔 길 선주 장로부터 시작해서 자기 죄를 자백하는 회개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는데.. 그때에도 한 여인이 10여 년 전, 청일 전쟁으로 인한 피난 중에 자신의 아이를 죽게 했다며 참회했다고 한다. 위급한 상황에서 아기가 너무 우는 바람에 근처의 나무에다 걔를 부딪쳐서 죽게 했다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고 독소 전쟁 당시의 온갖 끔찍 잔혹한 회고가 가득한 회고록이 있다. 여기서도 어느 애엄마가 적군에게 들킬 위험에 처하자 결국 울음 소리를 없애기 위해 자기 아기를 우물에 던졌다는 얘기가 나온댄다. 우물 속에서 울음 소리가 완전히 멎어 버리자 주변 사람들은 죄책감과 절망, 멘붕에 빠져서 침묵하고 만다.

성경에도 대환란 중의 피난 상황에서 "임산부와 산모에게 화 있으리로다" (마 23:19)가 괜히 기록된 게 아니었겠다 싶다.
아 하긴, 출애굽기에서 모세의 부모가 생후 겨우 3개월이던 모세를 더는 몰래 키우지 못하고 버리기로 결심한 주 이유도 울음 소리 때문이었을 것이다(출 2:2-3). 그래도 그 울음 덕분에 이집트 사람의 동정심을 사서 살아남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울러, 울음 소리 때문에 아기를 죽인 것보다는 덜 비극적인지 모르겠지만 6 25 사변 초기에 이런 믿지 못할 일화도 있었다고 한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멀쩡한 남자들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곧바로 모병관 일행에게 붙들려서 군대로 납치에 가깝게 끌려가는 지경이었는데.. 어떤 4살배기 딸의 아버지는 징집을 피하려고 잘 짱박혀 숨어 있었다.

그런데 징집관이 그 아이에게 먹을것도 주면서 꼬드겨서 “네 아버지 혹시 어디 계신지 아니?” 이렇게 물었는데 애가 순진하게 아버지가 숨은 곳을 발설해 버렸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징집되어 끌려갔고, 전장에서 전사했다. 그 아이는 아버지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됐는지를 그로부터 수십 년 뒤에야 알게 됐다고 한다.

옛날에 어디에서 들은 얘기인데 지금은 출처를 검색해도 잘 안 나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한테 죄를 물을 수 없고, 나라가 위기에 처했는데 장병을 징집하는 업무를 수행했던 모병관을 비난할 수도 없다.
이런 것도 전쟁이 야기한 너무 슬픈 비극이다. 오로지 자기 권력욕을 위해 동족상잔을 추진한 이북 수뇌부들이 개XX일 뿐일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18 08:35 2022/11/18 08:35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91

1. 1980년대 우리나라 역사

우리나라는 먼 옛날 박 정희 때는 한창 고속도로 건설하고 자동차 만들고 제철소 짓고 중화학 공업을 육성했다. 나라의 주 경제 구조가 농경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통째로 바뀌었다.
그 뒤 1980년대 전 두환 때는 최신 산업 트렌드가 정보 통신, 컴퓨터 쪽으로 바뀌었다. 삼성 전자에서 공돌이들을 갈아넣어서 처음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고, 8비트 컴퓨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80년대 말에는 벽돌만 한 크기의 엄청 비싼 휴대전화도 처음으로 만들었다.

저런 기업뿐만이 아니다.

  • 1980년대 중반에 ETRI에서는 전화기 전전자 교환기(TDX)를 100% 자체 개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 그리고 KIST 시스템 공학 연구소에서는 올림픽 경기 정보 시스템(GIONS)를 100% 자체 개발해서 실전에서 단 한 건의 장애 없이 잘 운영해 냈다.

개인적으로 이 두 일화도 경부 고속도로나 현대 포니, 포항 제철 "우향우 정신" 같은 아이템과 대등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얘들은 한번에 완성품이 짠 튀어나온 게 아니라, 수 년 동안 점진적인 발전.. 즉 진화를 거쳤다.
TDX는 첫 실용 모델인 TDX-1이 나온 게 1984년이고 상용화는 1986년이다.
GIONS도 1983년의 인천 체전, 전국 체전, 1986년 아시안 게임을 거치면서 검증과 보완을 거친 끝에 1988년의 올림픽 때 끝을 본 것이었다.

국내 체육대회는 시스템이 실패해도 세계적으로 망신 당할 일은 없기 때문에 위험 부담만 덜할 뿐이지... 자잘하게 관리해 줘야 하는 요소들, 경기 종목 수, 시스템의 복잡성은 올림픽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베타테스트 명목으로 적합한 아이템이었다. 단지, 이런 것들을 비현실적으로 짧은 시한 동안 다 발로 뛰며 조사하고 코딩 구현을 해야 했던 연구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공밀레로 갈려 들어갔다.;;

물론 둘 다 40여 년 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 철 지난 완전 구닥다리 레거시 기술일 뿐이다.
경부 고속도로의 옥천 당재 터널이 그 당시에는 부족한 자본과 기술, 열악한 여건에서 그렇게도 고생하면서 처절하게 만들어졌지만, 30여 년 뒤에는 도로가 통째로 다른 고가로 이설되고 그 길과 터널이 쓰이지 않게 된 것처럼 말이다.

휴대전화가 어떻고 LTE/5G 기술이 어떻고 하는 와중에 겨우 유선 전화기의 회선 연결을 자동화해 주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하지만 쌍팔년도 이전 옛날에는 전화기 하나조차도 기계값과 회선값이 너무 비싸서 집집마다 집집마다 장만하기 곤란한 첨단 문명의 이기였다.

시외 전화를 거는 것만으로도 지금으로 치면 무슨 국제 전화를 거는 것처럼 보통일이 아니었다. 통화료가 폭증하기 시작했으며, 지역번호 체계도 완전 꼬여서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전자식 교환기가 도입되기 전에 백색 전화 청색 전화는 뭐, 나도 겪어 본 적 없는 옛날 일이고..

전전자 교환기가 저렇게 개발된 덕분에 1980년대 이후부터 유선 전화 인프라가 우리가 아는 그 체계로 정착될 수 있었다. 1천만 회선 돌파니 2천만 회선 돌파가 손쉽게 가능해졌다.
이거도 주어진 예산과 기한 안에 국산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우향우 해서 바다에 뛰어내려 다같이 자폭하겠..."까지는 아니어도, 어떤 인사상의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팀원들 모가지를 걸고서 예산 따내고 만들어진 것이었다. -_-;;

그리고 GIONS도 말이다. 지금 관점에서야 뭐 흔하디흔한 SI 구축일 뿐이니 스펙대로 DB 설계하고 서버 돌리고 웹사이트 만들면 끝일 것이다. 기술이 필요한 부분도 스프링이니 아파치, 톰캣 등..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나 프레임워크를 끌어다 쓰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저 때가 1980년대였다는 거다. IBM 메인프레임에다가 코볼 언어로 코딩을 하던 시절이고, 이공계 출신 중에도 컴퓨터라는 물건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이던 때였다. 컴퓨터 관련 기술은 하드웨어건 소프트웨어건 지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폐쇄적이었고 비싸고 구하기 어려웠었다.

그런 여건 하에서 저런 대규모 SI를 국내 기술로 해내서 국제 대회 기록을 성공적으로 집계하고 보도 자료를 내보내서 첨단 IT 올림픽을 선보인 것이니.. 정말 칭송받아야 마땅한 일인 것이다.

2.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

우리나라는 휴대전화라는 게 전국민에게 저렴하게 보급된 건 거의 1990년대 후반부터이다. 인터넷 전용선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기지국이 전국에 쫙 깔린 덕분이다. 그러고 나서 아이폰을 필두로 해서 스마트폰이란 게 대중화된 건 그로부터 10년쯤 뒤인 2000년대 후반부터이다.

그 전에도 벽돌만 한 크기의 휴대전화라는 게 없지는 않았다. 특히 자동차에 카폰이라는 것도 있었는데.. 얘는 원리가 무전기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어서 회선 수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기기 가격과 개통 비용이 살인적으로 비쌌다.
주파수 공용(TRS) 기술이 도입되면서 그나마 회선 문제는 좀 해결된 듯하지만,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카폰은 부자만을 위한 엄청난 사치품인 건 변함없었다. 하긴, 1990년대 초엔 우등 고속버스의 앞자리에 이동식 공중전화도 있었으니 이 또한 정말 최고급 서비스였다.

이때 모토롤라가 무전기 내지 자동차용 카폰 제조사로 유명했다. 노키아 내지 블랙베리는 휴대전화보다는 더 나중의 피처폰/초창기 스마트폰을 만들었던 회사였고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으로 평정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많이 몰락했다. 코닥 사가 디지털 카메라를 먼저 개발까지 해 놓고는 21세기 들어서 몰락하고, LG 전자가 피처폰만 공략하다가 삼성과는 완전 정반대 처지로 전락한 것처럼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게 1983년, 모토롤라에서 내놓은 거의 세계 최초의 실용적인 휴대전화인 '다이나텍'이다.
40년 전에는 이것만으로도 정말 세계 최첨단.. 돈 많고 어디서나 바쁘게 전화 통화를 해야 하는 정부 요원 대기업 중역들이나 쓰는 물건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저건 쿵 퓨리에서 히틀러가 빼앗았던 물건이기도 했다. ㅋㅋㅋㅋㅋㅋ 전화기에다가 총질을 하자 전화를 받고 있던 사람이 사살 당하는 그 장면.. =_=;;;

3. 지상파? 공중파?

케이블/인터넷으로만 볼 수 있는 방송 말고, 평범한 전파 수신만으로 쉽게 청취· 시청 가능한 KBS, MBC 같은 방송을 흔히 '지상파'라고도 부르는데.. 반대로 '공중파'라고도 부르는 것 같다. 어떻게 서로 정반대 용어를 한 개념에다 사용할 수 있을까??

찾아보니 '지상파'가 맞다고 한다. 하긴, 나도 '지상'이 있는데 저 '공중'은 설마 空中(in the air)일 리는 없고 公衆(public)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sky wave를 가리키는 空中파도 있긴 하지만 그건 별개 분야의 기술 용어이다. KBS MBC 따위를 가리킬 때는 지상파 방송국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한 워딩이다.

종이 신문이 엄청 많이 몰락한 것처럼 통상적인 지상파 방송도 많이 몰락하고 사람들의 눈에서 차지하는 파이의 크기가 작아졌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게 많이 잡아먹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상파 방송이 완전히 망해 없어지거나 권위가 무너진 것은 아닐 것이다. 유튜브/아프리카 개인 방송 나부랭이가 아니라 KBS/MBC/SBS 텔레비전에 어떤 형태로든 출연하는 건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4. 회선 vs 패킷

데이터 통신에서 아주 기초 원론적인 방법론 구분으로는 “회선(circuit) 교환 방식”과 “패킷(packet) 교환 방식”이란 게 있다.
둘의 차이를 통신이 아닌 교통에다가 얼추 비유하면 이렇다.

회선은 에스컬레이터, 스키장의 곤돌라,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처럼.. 중앙 기계실에서 거대한 와이어를 당겨 주고, 승객이나 객차는 그 와이어에 올라타서 이동하는 방식이다. 객차에는 딱히 동력이 없다.
패킷은 그렇지 않고 사람들 태운 자그마한 자동차들이 각자 목적지까지 스스로 굴러가는 방식과 같다.

전자는 처음 구축하는 인프라 비용이 많이 들고, 후자는 구현하고 운영하는 기술적인 난이도가 더 높다.
그러나 결국 후자가 더 장거리 대량 수송에 더 적합하고, 트래픽이 가변적일 때에도 더 유동적으로 대처 가능하다.

전자 정보 통신 쪽 배경이 없는 일반인이라도 두 방식의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있는 분야는 바로 과금 체계이다.
25년쯤 전 옛날에 모뎀으로 PC 통신 내지 인터넷에 접속할 때, 그리고 전화를 걸어서 각종 부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모든 요금이 시간 단위로 매겨졌다. 파일 다운로드를 하건, 가만히 놀고만 있건 무조건 분당 몇백 원꼴.. 이건 회선 방식이요,

지금 4G 데이터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는 요금은 모두 데이터 용량 단위로 부과된다. 몇 기가바이트당 얼마.. 요건 패킷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다.

옛날에 모뎀으로 인터넷에 연결하던 시절엔 그럼 자기 컴퓨터는 IP 주소를 받는 게 있는지? 전화선으로 패킷 기반 네트워크를 구현하기 위해서 중간 계층에서 무슨 일이 이뤄지는지..?? 갑자기 문득 궁금해진다. 인제 와서는 별로 알 필요도 없는 구닥다리 기술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5. 와이파이와 https

버스나 지하철, 공원에서 공공 와이파이에 접속하고 나면, 보통은 맨 처음에 와이파이 제공자에서 만들어 놓은 시작 페이지만 뜬다. 여기서 로그인을 하든지 ‘와이파이 사용’ 같은 걸 클릭해서 최소한의 인증을 거쳐야만(광고 시청..)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인증을 통과하기 전에는 다른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다. 아마 DNS 계층 차원에서 요청이 몽땅 씹히고, 시작 페이지로만 강제 포워딩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http 말고 암호화가 돼 있는 https 방식 사이트는 이런 식으로 강제 포워딩이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증을 통과하기 전에도 https 사이트들은 들어갈 수 있는데..
요즘은 https가 아닌 사이트를 찾기가 더 어렵다. 그러니 저런 단순한 강제 포워딩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https에서는 강제 포워딩을 구현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거나 불가능한 건지..??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요즘은 공공 와이파이도 접속한 뒤에 잡다한 인증 없이 바로 인터넷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자주 겪지는 않았지만 오로지 https 사이트만 되고, http는 아예 금지하고 막아 버린 경우도 있었다.
와이파이 쪽도 연결 방식과 각종 보안 기술이 많이 바뀌어 온 것 같다. 그런데 와이파이 AP 자체에도 암호가 걸린 보안 접속이 있고, 와이파이 첫 화면에도 보안 연결 기능이 있는데 이런 건 https와는 별개인 타 계층에서의 보안인 건지? 잘 모르겠다.

코넷(kornet)이 모뎀으로 인터넷 연결하던 시절의 사업자/상표 명칭이었다면, 네스팟(nespot)은 와이파이라는 게 처음으로 보급되던 시절의 명칭인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15 08:36 2022/11/15 08:36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90

« Previous : 1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 61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2664179
Today:
1354
Yesterday:
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