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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의 실상

다음은 오랫동안 게이로 살다가 수 년 전에 전향했다는 어떤 사람이 털어놓은 양심선언이다.

식성, 항문성교, 변실금, 곤지름, 찜방...
와.. ㅠ.ㅠ 정말 상상 이상으로 더럽고 혐오스럽고 충격적이고 끔찍하다..!
내 블로그를 구독하는 분들과도 한번쯤은 공유할 필요를 느껴서 부득이하게 이런 유쾌하지 못한 링크를 소개하게 되었다.

참고로 저건 종교적인 편견이나 훈계 같은 거 없다. 그냥 그 바닥의 실상만을 있는 그대로 까발려 놓은 것이니 누구라도 부담 없이 보시면 된다.
마치 알베르토 리베라의 게이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동성애라고 해서 사람이 무슨 자웅동체처럼 행동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다.
그들 사이에서도 남자 역할과 여자 역할이 있다. 그런데 동성끼리 이성 흉내를 내려다 보니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추잡한 짓을 하게 된다.

게다가 이들은 평생 한 배우자(?)하고만 그러는 게 아니다. 게이바에서 서로 식성이 맞고 죽이 맞는 사람끼리 원나잇 스탠드를 하는데, 평생 수십~수백 명의 파트너를 만나서 그 짓을 한다.

“... 여기에 중독되면 그때부터는 동성애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 그 쾌감은 일반 남성들은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으으.. 오싹... ㅠ.ㅠ
지금까지는 나도 그냥 장난조로 “ㅉㅉㅉ 세상에 많고 많은 예쁜 여자들을 놔 두고 같은 남자가 좋냐?” “짝! / 찰지구나” 이러면서 낄낄대기만 하고 넘어가는 편이었는데, 생각보다 심각하고 무서운 짓인 것 같다.

병맛 웹툰 작가 엉덩국은 <성 정체성을 깨달은 아이>라는 만화를 올려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는데, 한편으로 게이에 대한 이미지를 왜곡했다는 질타를 받아서 다음과 같은 해명 만화도 올렸다.

“게이라고 해서 아무 남자나 좋아하고 밝히는 건 아니라는 거군요”라는 명제는 '식성'을 감안했을 때 확실히 '참'인 듯하다.
그러나 그 작가도 앞의 저 링크에 소개된 웹툰을 좀 일독을 했으면 싶다.

아무튼,
동성애의 커밍아웃이 아니라 음지에 가려져 있던 동성애자 바닥에 대한 과감한 커밍아웃이 하나 떡 올라오니, 이미지 수습을 위한 반박도 응당 올라왔다.
“모든 게이가 다 그러는 거 아니다, 저거는 게이 중에서도 아주 예외적이고 진짜 음란한 극소수 변태들의 예일 뿐이다.” 같은 식.
그러나 친절하게도 그에 대한 재반박까지 올라와 있다.

또한 동성애에 대해서 아무리 변명과 합리화를 늘어놓는다 한들, 다음과 같은 정말 근본적인 결말까지 반박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동성애는 정말 마약 이상으로 사람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넣는 마귀의 속임수임이 틀림없다.

“나이 든 동성애자들은 동성애 세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습니다.
젊음의 때가 가고 30대가 넘어 식성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하면 동성애자들은 그 후로 절대 고독과 외로움 속에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나이 든 동성애자는 서로 얘기 안 해도 누가 에이즈에 걸렸는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젊은 동성애자나 일반인에게 이런 것들을 말해 주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나는 당신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것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도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당신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으로 동성애자 운동을 성소수자(?)라고 지지하는 대인배 진보주의자들이 많다. 한번 동성애 세계가 어떤지 제대로 알기는 한 뒤에 같이 싸우든가 말든가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형 제도 논쟁을 할 때 “니 가족이나 애인을 죽인 흉악 범죄자한테도 사형 반대하겠냐?” 이렇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좀 '거시기하게' 논리를 들이대는 사람이 있다. 게다가 일부 박애주의자 중에는 진짜로 “응, 그래도 반대할 거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 동성애는 어떨까? “니 아들이 나중에 남자를 데려와 놓고는 '아버지, 저는 이 남자가 좋습니다' 이래도 괜찮겠냐? 니 집 주변에 게이바가 잔뜩 있어도 애들을 안심하고 키우겠냐?” 이런 질문에 선뜻 “응!”이라고 기꺼이 대답할 사람은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아무리 멋있는 걸로 치장한다 해도 죄는 결국 죄일 수밖에 없다.

흔히 이성애자 중에서도 바람 피우고 간음 저지르는 인간들도 죄 짓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는 식으로 퉁치려 드는 사람이 있다. 그런 식의 문란한 정도로 치자면 동성애자가 훨씬 더하다. 그리고 이성애자는 최소한 부끄러운 줄은 알고 몰래 그런다. 요즘 게이들처럼 퍼레이드를 하고 난장판을 벌이지는 않았다. 오죽했으면 옛날에 에어장도 도망쳐서 에어컨 실외기에 매달려 있다가 장렬히 최후를 맞이하지 않았는가?
성경에서도 다윗이 저지른 죄는 밧세바와의 간음이다. 차라리 그 정도면 양반이지, 요나단과 그 짓-_-을 한 것이었다면 얼마나 끔찍했을까? -_-;;

사실 우리나라나 미국 같은 자유 진영 국가에서는 지금도 저렇게 게이로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다.
그런데도 저 사람들이 저렇게 합법화에 뭐에 난리를 치는 이유는 단순히 '금지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이다.

그 정도까지 간다면 나는 이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자기가 본성에 어긋나는 흉한 짓을 해서 병에 걸려 놓고는 그걸 전부 국민 세금으로 치료받는다면, 그건 음주운전 하다가 교통사고 낸 걸 아무 처벌도 없이 단순 실수 교통사고와 똑같이 보험으로 보상해 주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인가? 결국 그렇게 해서 증가한 보험료 부담은 고스란히 다른 모든 선량한 운전자들에게 돌아온다.

멀쩡한 국어사전의 '결혼' 뜻풀이도 뜯어고칠려고 하는 거 같던데 그것도 “난 절대 반댈세.” -_-;;;; '남자'와 '여자'이던 것을 '배우자'와 '파트너' 이 따위로 바꾸는 것 말이다.
이 세상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는 세력들은 그런 인권 좋아하는 진보적인 성향을 아주 교묘하게 잘 이용해 먹을 줄 안다. 종북· 용공 사상 쪽도 그렇고 말이다. 내가 그래서 그런 성향을 매우 싫어하는 것이다.

이렇듯, 동성애는 해롭지 않고 중립적이며 '취존'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는 그런 성향이 절대로 아니다. 이성애의 범주 안에 들기는 하는 죄악하고는 '레베루'가 다르다. 이 글이 나의 종교색이 전혀 가미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굳이 성경 같은 걸 배제하고 보더라도 동성애는 망국병이고 절대로 합법화되어서는 안 된다.
게이 커밍아웃을 일베충-_- 커밍아웃보다 더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게 할 수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 정상인 분위기는 아니다. 그래서 내가 구태여 이런 글까지 올리게 됐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그러고 보니 성경 역본도 NIV는 고린도전서에서 게이들을 전부 까는 내용을.. homosexual offender이라고 바꿔 놓기도 했다. 게이 중에서도 offender라는 일부만이 잘못된다는 뉘앙스가 들어가게 한 것이다. 변명과 합리화는 늘 이런 식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본인이 옛날에 쓴 <음란한 성경은 가라> 글을 참고하시라.

Posted by 사무엘

2014/09/25 08:35 2014/09/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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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고등학생이 스마트폰 앱을 뚝딱 만들고 안드로이드나 애플 사의 앱스토어에다 등록하는 소프트웨어 유통망까지 확립된 시대이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에는 개인이 만든 소위 '공개 소프트웨어'라는 것들이 PC 통신을 통해 배포되곤 했다. 게임, 업무 등 분야도 엄청 많았으며, 이거 하나로 스타 개발자로 유명세 타는 사람 역시 응당 있었다.

개발자들 중엔 대학생이 많았다. 도움말이나 리드미 파일을 보면, PC 통신 ID뿐만 아니라 개발자 자신의 소속 학교, 학과, 학번(연도만)까지 밝히곤 했다. 그들은 지금은 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더 어린 중· 고등학생이 그 정도 퀄리티의 도스용 프로그램을 만들기엔 리소스도 부족하고 컴퓨터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으며 기계값이 아직 너무 비쌌다. 하물며 Windows용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더 좋은 컴퓨터에 더 비싼 개발 환경이 필요했을 테고.

국내 개발자들은 당연히 자기 프로그램의 UI를 한국어로 만들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프로그램들은 아무리 간단하고 작은 규모라 해도, 한글 바이오스에 의존하는 텍스트 모드보다는 그래픽 모드에서 '자체 한글' 기반으로 동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때 자연스럽게 필요해지는 것은 그래픽 모드에서 한글을 찍어 주고 때로는 입력까지 처리해 주는 일명 '한글 라이브러리'이다.

옛날에 도스 시절에 자체 한글을 구현한 라이브러리를 만들어서 PC통신으로 뿌리고 잡지에 강좌를 올리고 책도 쓰며 유명세 타던 프로그래머들은 굉장히 날고 기는 수재들이었다.
아예 게임을 만드는 급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VGA 그래픽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여러 래스터 그래픽 알고리즘을 최적화된 어셈블리어 코드로 직접 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한글 입력 오토마타를 깔끔하게 짜는 것도 아무나 선뜻 할 수 있는 난이도는 아니었다(특히 두벌식은 더 어려움).

그래서 공개 소프트웨어 리드미의 '감사의 글'(acknowledgements)을 보면, “본 프로그램은 이런 한글 라이브러리를 사용하였으며, 우수한 미들웨어를 무료로 공개해 주신 누구누구에게 감사합니다” 같은 문구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열악한 환경의 특성상, 그 시절에 한글 라이브러리는 사실상 그래픽 라이브러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마우스에 간단한 대화상자까지 제공하는 통합 GUI 라이브러리로 발전하곤 했다.

아래아한글의 개발사로 유명한 한글과컴퓨터 사에서는 아무래도 저런 기술의 본좌이었을 테니, 1991년엔가 <컴퓨터 속의 한글>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싸제 한글 라이브러리를 개발한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이 책을 참고하여 터를 닦은 뒤, 자기만의 살을 붙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API를 설계해서 물건을 만들었다.

회사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는 PC 통신 시절에 '터보이빨'이라는 닉으로 유명하던 임 인건 씨가 있다. 이분은 그 이름도 유명한 '한라프로'라는 걸출한 물건을 개발하여 상업용으로 판매도 했으며, 아마 서울대 기계공학과 재학 시절에 터보 C 정복이라고 책도 하나 썼다. 본인 역시 아래아한글 1.x로 편집· 조판되어 있던 이 고전을 읽으면서 C언어 기초를 닦았었다.

어디 그 뿐이랴? 지금까지도 인터넷 검색을 하면 굴러다니는 '프로그래머 십계명'이라는 글도 저분 작품이다.
이 정도면 저분은 거의 프로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같은데... 프로필을 보면 알 수 있듯 저분은 프로그래밍이 본업이 아니다. 훗날 저분은 같은 학교에서 박사까지 마친 뒤, 업계에서 고급 엔지니어 경력을 쌓다가 지금은 '성진 C&C'라고 금속, 재료 쪽 중소기업의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또 '한라프로'와 더불어 한글 라이브러리의 양대 산맥이던 물건으로는 '허르미'가 있는데, 이걸 개발한 분은 한 우진 씨이다. 국내의 유명 철덕인 한 우진 씨(미래철도 DB)와는 동명이인임.

저분 역시 물건만 만들어 공개하고 끝이 아니라, 한글을 구현하는 기술 디테일을 친절하게 저술까지 해서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카이스트 전산학과에서 학, 석, 박을 마치면서 멀티미디어 데이터 압축 알고리즘 쪽 전문가가 되었다. 졸업 후엔 삼성 전자에서 몇 년 근무하다가 나중에는 가천 대학교 교수로 부임했다.

다들 왜 저렇게 똑똑한 거야..;;; ㅜㅜ
후대에 등장한 많은 한글 출력 라이브러리들은 한컴 사의 책이든, 위의 두 제품의 영향을 어떤 형태로든 받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 만들어진 것들은 시대의 흐름답게 슈퍼 VGA를 지원하고 32비트 환경(Watcom C/C++ 내지 DJGPP)을 지원하는 식의 발전이 이뤄지기도 했다.

저런 선구자들에 비해, 본인은 도스 시절이 다 끝난 뒤에야 한글 관련 솔루션의 개발에 입문했다. 하드웨어 제어나 그래픽 알고리즘, GUI 따위를 자체 구현할 필요는 전혀 없고 내 입력기는 그렇다고 자동 완성, 상용구, 속기 같은 NLP/lexicon 기반요소가 등장하는 것도 전혀 아닌데 도대체 이 바닥에서 무슨 일을 한 걸까?

그런 것들이 없는 대신에 내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한글을 자모 단위로 조작하는 기본 동작에만 초인적인 집중과 최적화를 했으며, 온갖 똘끼 넘치는 아이디어들을 구현하게 됐다.

아울러, 내 프로그램은 다른 건 몰라도 자체 편집기에서 도스 시절의 비트맵 글꼴을 출력하는 루틴만은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 옛날 추억과 한글 프로그래밍 정신 계승(?), 그리고 기술적으로는 한글 조합 자모나 옛한글 표현 같은 여러가지 이유 때문이다.
이건 한글을 가장 가볍고 단순하게, 마치 컴퓨터 속의 기계식 타자기처럼 원시적으로 출력해 주는 시스템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본인은 지금은 타자기 시절이나 도스 시절과는 다른 차원의 한글 프로그래밍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심지어 한국어를 개입시키지 않더라도 한글 자체에 대한 엔지니어링이 연구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을 다 마치고, 가까운 미래에 박사까지 다 마치고 20년쯤 뒤 먼 미래엔 뭘 하고 있을까? 한글 가지고 더 창의적으로 먹고 살 거리가 없으면 진짜로 철도로 업종 전환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ㅎㅎ

Posted by 사무엘

2014/09/09 08:30 2014/09/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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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수록된 사례에는 심각한 사건도 있고 그저 '웃프기만' 한 사건도 있다. 이 글은 어떤 경우든 고인드립의 의도는 없음을 밝힌다.

1. 에어장

2003년 12월, 개독안티들로 하여금 한국 교회를 모독할 빌미를 만천하에 제공한 흑역사다. “이 행동으로 인하여 '당신'(thou)이 {주}의 원수들에게 신성 모독의 큰 기회를 주었으니” (삼하 12:14) 처럼 말이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아래의 2도 벌어진지라 둘이 함께 엮이곤 한다. 사람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졌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2는 백주대낮에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데서 떨어졌고 당사자가 생존한 반면, 1은 밤에 당사자가 에어컨 실외기를 붙잡고 있다가 떨어져서 사망했다는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둘은 서로 완전히 다른 사건이다.

2.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한 40대 남성이 하던 사업이 어려워지자 멘붕에 빠지면서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다. 그는 부인을 흉기로 찌르고는 자기 집 베란다에서 자살 소동을 벌였다. 경찰과 119 구조대가 출동해서 그를 말렸지만 그는 막무가내 횡설수설이었다. 윗층에서는 기자가 마이크를 아래로 들이대면서 그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원하시는 게 뭐예요?” “원하는 거 없습니다.” “그럼 왜 그러시는데요?” 그 뒤, “억울해서요..”와 함께.. 희대의 명대사가 등장한다.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가정이 황폐화되는 현실 속에..! (살 수가 없습니다)”

정신이상자의 단순 헛소리치고는, 병신 같지만 왠지 임팩트 있고 엄청 멋있는 대사가 아닐 수 없었다. 운율도 잘 맞고 패러디되기도 딱 좋다.
문을 부수고 집으로 쳐들어온 경찰이 그를 끌어내려 했지만 그는 옷이 찢어지면서 속옷 바람으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밑에 안전 매트가 설치되어 있어서 그는 경상만 입고 목숨을 건졌다. 이 사건 이후로 이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여담이지만 2003년 11~12월에는 투신 자살 사건이 유난히 많았다. 속도위반으로 20대 때 덥석 결혼했다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끝에 애들을 아파트 난간에서 먼저 떨어뜨려 죽이고 자기도 떨어져 죽은 애엄마, 심지어 한강 다리에서 애들을 떨어뜨려 죽인 다른 막장 엄마도 있었고 수능 성적을 비관한 자살도 많았다.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진다는 통탄이 나올 법도 했다.

3. 프란츠 라이헬트

이 사람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재봉사 겸 발명가이다. 그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사람을 안전하게 착지시켜 주는 물건, 다시 말해 낙하산을 생각하고 있었다. 재봉사가 생각할 수 있는 적절한 분야의 발명 같다.

그는 낙하산을 사람이 입는 '낙하옷'이라는 형태로 만들었다. 마치 이불을 뒤집어쓴 것 같은 두툼한 옷을 걸치고 높은 데서 뛰어내리면, 공기 저항을 높여 주는 커다란 천이 탁 펼쳐지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자신이 직접 시연해 보이려고 1912년 2월 4일, 여러 구경꾼들과 카메라 기자들을 초청한 뒤 에펠 탑 2층 60여 m 높이에서 뛰어내렸는데...

낙하옷은 펼쳐지지 않았다. ㅠ.ㅠ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땅바닥에 부딪혔으며 현장에서 즉사했다..;; 한국식 나이로 향년 겨우 34세의 나이로.
마치 에어백 발명한 걸 테스트하겠다고 발명자가 직접 자동차 충돌 실험을 했는데 에어백이 안 터지고 사람은 중상 아니면 사망을 당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의 추락 장면을 담은 무성 흑백 동영상만이 오늘날까지 전해질 뿐이다.

사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이에 낙하산이나 비행기 발명의 선구자 중에서 이런 식의 사고로 비명에 간 사람들이 좀 더 있다. 글라이더의 연구자인 오토 릴리엔탈도 그렇고. 인간이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는 이런 부류의 희생이 따르곤 했다.

4. 성 재기 남성연대 대표

운영하는 시민 단체에 재정 후원을 호소하고는 사진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비굴하게 돈만 그냥 낼름 받아 먹지 않겠다. 빌린 돈은 반드시 갚겠다. 이건 우리의 절박한 심정을 알리는 충격 퍼포먼스일 뿐이다. 죽겠다는 것 절대 아니다. 난 수영 잘한다. 당당히 살아서 나올 거고 저녁에 같이 삼겹살 파티나 하자” 이런 입장;;;

그는 어마어마한 높이에서 물 표면에 떨어질 때 신체에 전해지는 충격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그건 수영 실력으로 극복 가능한 게 아니란 말이다.
그는 물에 떨어지자마자 추락 충격과 수온으로 인해 의식을 잃었으며, 한참을 하류로 떠내려간 뒤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타박상 입고 의식을 잃은 것만으로는 죽지는 않을 텐데 그 뒤부터는 물 속에서 자기 몸을 조절을 못 하니 어차피 익사하는 것이다.
(옛날 툼 레이더 게임에서는 라라가 아무리 높은 데서 떨어져도 땅바닥이 아닌 물에만 떨어지면 멀쩡하게 괜찮은데, 이건 굉장한 물리 고증 오류라 생각된다. -_-)

남성연대가 하는 일을 보니 최소한 해롭지는 않고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나, 대표가 저렇게 허망하게 가 버리다니 안타깝다. 표 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성 씨의 투신 예고 소식에 “예고를 한 이상 우리가 대비는 해야지요. 생명은 소중합니다. 그에게는 돈이 아니라 정신과 상담과 심리 치료가 필요합니다”라고 아주 신사적으로 교묘하게 엿먹이는 주장을 SNS에다 올렸고, 이에 성 씨 역시 “네놈은 입닥쳐라”라고 강하게 응수했다.

저 사람을 수색하느라 수 년 전에 실종됐던 다른 사람의 시신을 두 구 덤으로 발견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시신의 어느 유족이 성 재기 씨에게 개인적으로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인터넷 게시판에다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기도 했다. 성 씨는 좀 무모하긴 했어도 죽는 순간까지도 남 좋은 일 했지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5. 우리나라의 모 전직 대통령

투신 자살로 생을 마감한 매우 이례적인 전직 대통령. 누군지 말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정치 성향에 따라서는 이 사람의 죽음을 거의 에어장의 죽음과 거의 동급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중력절=_= 운운까지 하면서 희화화· 능멸하기도 하는데, 그건 차라리 날카로운 팩트를 들이대면서 어떤 사상이나 행적을 비판하고 까는 것도 아니고 난 그런 비매너에 동조하지 않는다. (그 대신 나 역시 내가 존경하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능멸을 매우 싫어하며, 내 사이버 공간에서 그런 게 내 눈에 띄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자신이 존중받고 싶으면 너 역시 남을 존중하라.)

다만, 부정선거 하야만큼이나, 그리고 부하 총에 맞아 죽은 것만큼이나... 저 사람의 투신 자살도 무슨 동정의 여지가 있다거나 명예로운 최후는 절대로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것들 말고도 추락사와 관련해서 웃픈 사례들은 다윈 상 역대 수상자들을 찾아보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대전에서 배출된 한국인 최초의 다윈 상 수상자도 그렇고, 번지 점프를 했는데 끈 길이가 패드 높이보다 더 길어서 추락사한 사람도 있다. -_-;;
이런 일련의 사례들을 보면서 인생은 참 덧없으며 저렇게 죽거나 살 수도 있다는 걸, 생업에 정신없이 매달리는 중에도 잠시나마 생각해 봐야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4/08/30 08:33 2014/08/3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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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게임 황금도끼에 대해서 아주 오래 전에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또 내용을 첨언할 게 생겼다.
그 글은 이 블로그가 생기기도 전, 제로보드 시절에 썼던 글이니 시기로는 2009년이나 그 이전의 정말 옛날 글이다.

황금도끼는 오락실용 원판이 나온 이후로 다양한 플랫폼으로 이식되었다.
그 중 Mega Drive/Genesis 판(게임기용?)은 레벨을 좀 더 추가하고 Duel이라는 결투 모드를 넣는 등 게임 시스템에 변화를 좀 넣었는데, PC(도스)용 버전은 바로 이 버전에서 파생되어 나왔다. 원판이 1989년에 나왔고 PC용이 그 이듬해에 나왔다는 것은 페르시아의 왕자와 일치하는 내력이다.

Mega Drive/Genesis에서 추가되고 PC용에서도 도입된 결투 모드는 스토리(아케이드)를 따라 진행되는 정식 게임이 아니라, 주인공이 고정된 arena에서 정해진 적들과 PvP를 벌이는 일종의 대전 게임이다. 첫 레벨에서는 그냥 잡몹 한두 마리만 나오지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보스급 몬스터가 등장하면서 진행이 어려워진다.

결투 모드에서는 아케이드 때와는 달리 몹도 체력이 화면에 나온다. 정확히는 화면에 존재하는 모든 몹들의 체력의 합임. 덕분에 적을 얼마나 더 두들겨 패야 이번 레벨을 끝낼 수 있는지를 얼추 알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MMORPG나 전략 시뮬, 아니면 아예 1:1 대전 액션 게임 같은 장르 말고 통상적인 액션/아케이드형 게임에서 내가 싸우고 있는 몹의 체력을 알 수 있는 게임은 별로 없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적과 싸우는 것은 1:1 대전 컨셉을 표방했기 때문에 친절하게 적의 HP가 화면에 나오는 것일 테고, 황금도끼도 아케이드가 아닌 결투 모드에서는 그런 컨셉을 추구하여 적의 HP를 표시해 주는 것 같다.

단, PC용의 경우, 해골 두 마리가 등장하는 레벨 9 이상부터는 주인공과 몹들의 HP가 화면에 안 나오기 시작한다. 화면에 아무 정보도 표시되지 않으며, 이 덕분에 부하가 좀 줄어들어서 게임의 진행이 약간 빨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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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a Drive/Genesis 판에서는 레벨이 올라갈수록 날이 점점 어두워져서 밤이 되는 효과가 있으나, PC용은 그런 것도 없다. 아무튼...
그렇게 레벨 13까지 가면 빨간 기사와 빨간 뚱보에 잡몹 둘까지.. 총 4마리나 되는 몬스터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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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이 레벨을 깬 다음이다. 무슨 파일이 없는지 다음 디스크를 넣으라는 메시지와 함께 게임 진행이 중단된다.
이건 뭐 취소할 수도 없고 프로그램을 종료할 수도 없다. 황금도끼를 돌리고 있는 도스 에뮬레이터를 강제 종료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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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혹시 프로그램 배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국내외 여러 곳에서 서로 다른 황금도끼 파일을 구해 봤지만, 파일 구성은 변한 게 없으며 레벨 13 이후에 저렇게 진행이 중단되는 건 여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를 뒤져 보면, 황금도끼 PC판에서 레벨 13 이후에도 결투를 진행하는 플레이 동영상이 존재한다. 세상에! (☞ 링크 클릭. 2분 58초부터)
레벨 14는 아케이드 레벨 6의 보스인 Death Adder 주니어와 부하 해골 두 마리이며, 레벨 15는 아케이드 마지막 레벨의 최종 보스인 그 시커먼 Death Adder와 부하 해골 두 마리이다. 그리고 이게 결투의 마지막이다.

이 사람은 어떻게 해서 레벨 14와 15까지 잠금해제를 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뜻밖에도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황금도끼 배포본에 일부 파일이 누락됐거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레벨 14~15의 리소스도 다 준비돼 있는데 프로그램 자체에 버그가 있어서 그걸 제대로 인식을 못 한 거라고 한다.
외국의 어느 리버스 엔지니어링/해커 팀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기계어 코드를 일일이 분석하면서 디버깅한 끝에 그 버그가 무엇인지를 알아냈다. 이 문서를 참고하시라.

황금도끼 PC판은 gold.exe라는 실행 파일이 lzexe라는 과거의 16비트 도스용 실행 파일 압축기로 압축되어 있다.
그런데 저 글을 쓴 해커는 unlzexe가 있는 줄 모르고, 실행 파일 내부에 들어있는 압축 해독 루틴과 압축된 데이터를 읽고 따라가면서 그냥 근성으로 실행 파일의 로직을 추적했다고 한다.;; 8086 어셈블리와 도스 인터럽트 API에 통달한 사람이라면 최소한 80년대 이전생의 old timer일 텐데, unlzexe를 모르는 것도 신기하다만... 아무튼 괴수.

물론, 그 lzexe를 만든 사람도 괴물인 건 두 말할 나위가 없고 말이다. (ioccc 입상자이며, lzexe는 그가 겨우 고등학생일 때 만든 작품이다.. 쩝~)

자, 저 문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문제의 원인은 레벨 14로 갈 때 프로그램이 잘못된 파일 이름을 요청한다고 한다. 파일 이름에 아스키 코드 4번 제어 문자가 들어있다고 하니 이는 명백한 오류이다.

역추적을 해 보면 드디어 레벨별로 소환할 몬스터 정보가 담긴 테이블에까지 도달하는데..
레벨 14와 15를 보면 비정상적인 값이 들어있다. 메모리의 내용을 강제로 일관성 있게 수정해 주니 놀랍게도 모든 결투 레벨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이런 걸 찾아내다니 저 해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정말 안 되던 걸 되게 만든 사람이다.
SI가 가리키는 값을 보면 남자 여자 소형 잡몹은 따로 처리해 주는 게 없고, 0xA는 그 chicken leg 탈것이고 0xB+0x10은 붉은 용, 0xB+0x11은 푸른 용이다. 0x6은 대머리 보스, 0x3은 해골, 0x8은 칼 든 기사 보스, 그리고 0x7은 Death Adder의 스프라이트에 대응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저 메모리 테이블은 다행히 황금도끼의 실질적인 실행 파일에 해당하는 axe.dat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unlzexe로 얘의 압축을 푼 뒤, 메모리를 패치하듯이 잘못된 값이 들어있는 부분(오프셋이 대략 0xFFxx대에 있음)을 고치면.. 레벨 14~15가 모두 잠금해제된 황금도끼를 즐길 수 있다~!

옛날에 게임 위저드 32를 이용해서 주인공의 HP를 강제로 늘리거나 심지어 값이 바뀌지 않는 무적 상태를 만들어 놓고 게임을 즐긴 적도 있다. HP 한 칸이 내부 HP 4에 대응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메모리 주소를 찾을 수 있었다.
지금도 그런 해킹 프로그램이 있다면 저 테이블을 메모리에서 찾아내서 결투 모드 버그 정도는 런타임 때 고칠 수 있을 듯하다.

디버깅을 할 줄 알면 이런 것도 다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4/08/27 08:38 2014/08/2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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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챠 이야기

요 근래부터 이 블로그에도 국내외 광고 스팸 댓글이 급증하고 있어서 대책이 좀 필요한 것 같다.
옛날에는 외국 발 스팸 트랙백이 아주 가끔 걸리는 듯했는데 요즘은 트랙백은 없고 그냥 닥치고 쓰레기 댓글뿐이다.
일단 영어만 들어있는 텍스트는 무조건 차단하고, 요주의 키워드와 IP는 블랙리스트로 등록해 추가로 차단하고 있는데도 가끔은 그런 필터를 통과한 놈들이 게시되곤 한다. 그런 건 내가 보이는 족족 수동으로 제거하는 중이다.

옛날에 제로보드 시절엔 비로그인 사용자가 댓글/답변을 올릴 때 캡챠를 입력하게 하는 플러그인 내지 소스 추가 패키지가 있어서 본인 역시 제로보드 게시판을 운영할 땐 그걸 유용하게 썼었다. PHP 코드만 돌아가는 게 아니라 리눅스용 실행 파일이 서버에서 실행되어 캡챠 이미지(PNG)를 실시간으로 생성해 냈다.
TextCube용으로도 그런 플러그인이 없을 리는 없겠지. 조만간 도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캡챠란 무엇인지 모르시는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사용자가 서버로 보내는 게시물 내지 회원가입 신청이 봇/매크로/오토 같은 컴퓨터가 생성한 게 아니라 진짜 사람이 하는 게 맞음을 입증하기 위해, 사람만이 판독할 수 있게 비비 꼬아 놓은 랜덤하고 이상한 글자· 그림이 의미하는 값을 입력받는 인증 장치를 말한다.
gotcha!와 비슷한 어감 때문에 좀 얍삽하다는 심상이 느껴지는데, CAPTCHA는 나름 영단어 이니셜이다.

기계가 인식할 수 없는 이미지를 기계가 생성해 낼 수 있을까?
패턴인식 기술의 발달로 인해 어지간히 허술한 캡챠를 기계가 인식하여 뚫는 기술도 발달하고, 그에 맞서.. 진짜 사람조차 인식 못 할 정도로 난해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기계만 엿먹이기에 충분할 정도로 어려운 캡챠를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만만찮은 수준이다.

(첨언하자면, 오늘날은 무질서로부터 질서를 도로 찾아서 복구하는 기술이 매우 경이로운 수준이다.
물리적으로 어지간히 손상을 준 하드디스크로부터도 최대한 데이터를 복구해 낸다거나, 심각하게 BLUR된 이미지로부터도 놀라울 수준으로 원래 이미지를 복원한다거나. 캡챠를 뚫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을 듯하다.)

도스 시절에 '맥스'라는 유사 채팅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혹시 기억하는 분 계시는지?
얼굴이 안 보이는 공간에서 어떤 사람이 상대방과 채팅을 했는데, 대화 상대가 패턴이 뻔한 '봇'이 아니라 진짜 사람이 맞는지를 같은 사람이 분간할 수 없었다면 그 대화를 생성한 AI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간주된다.
그런데 캡챠는 역으로 컴퓨터가 이 입력이 진짜 사람이 맞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므로, 일종의 '역방향 튜링 테스트'에 가까운 셈이다.

스팸 게시물을 막기 위해 도박, 성 등 여러 불건전한 분야의 금지어들을 지정해 놓은 게시판이 많다.
그런데 게시물에 금지어가 우연히 포함되었다고 해서 아무 설명도 없이 없이 글의 등록을 거부하면..
진짜 사람이 그런 거부를 당했을 때 그 사람을 굉장히 화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반대로 'xxx는 금지어입니다'라고 매번 친절하게 알려 주면.. 스패머들은 그 피드백 결과를 바탕으로 금지어만 교묘하게 피해가는 스팸 게시물을 만들어 뿌리게 된다. 이 역시 딜레마다.

따라서 둘을 절충하는 방법으로는...
일단은 캡챠 같은 거 없이 깔끔하게 글을 접수한 뒤,
본문이 금지어가 포함돼 있거나 특정 패턴을 만족하여 광고글로 의심되면... 그때는 금지어 같은 광고글 의심 판정 근거를 노출하는 대신, 가만히 캡챠만 좀 입력해 보라고 friendly하게 추가 요청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싶다. 한 마디로 말해 선패턴 후캡챠 전략인 것이다.

그게 익명 사용자에게 당장 깔끔한 첫인상을 주며,
사용자가 댓글을 올리지 않고 그냥 글을 읽기만 하는데도 복잡한 이미지 프로세싱이 필요한 캡챠를 매번 생성하는 것보다 서버 부담도 줄이는 일거양득 방법일 것이다.

특정 패턴이란 굳이 단어가 아니어도 되고 NLP 기술이 아니어도 된다. 지나치게 URL 링크가 많은 글, 특수문자가 한글과 너무 지저분하게 뒤죽박죽 섞여 있는 글만 찾아도 된다. 이 정도만 돼도 스패머가 제아무리 금지어 필터를 피하려고 잔머리를 굴린들 광고글 따위는 모조리 걸러낼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이런 광고 댓글 스패머는 국제 민폐요 인터넷 트래픽을 좀먹는 공해덩어리 떨거지들이다.
하지만 겨우 얘네들 때문에 게시판을 회원만 글을 올릴 수 있게 바꾼다거나, 심지어 누가 올려 놓은 글은 관리자가 일일이 사전 검열(?)한 뒤에야 공개 게시한다거나 하는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불태우는 수준의 극단적인 짓일 것이다. 아무쪼록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허물기도 하고 강화하기도 하는 기술의 발달이 절실하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겠지만, 캡챠로부터 유래된 재미있는 발상이 있다.
포털 사이트 같은 델 가입할 때, OCR 프로그램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어떤 책 스캔 이미지 조각에 든 문자열을 캡챠하고 같이 입력하게 한다. 그래서 캡챠를 맞게 입력한 여러 사람들이 동일한 이미지 조각에 대해 일치하는 문자열을 입력했다면, 그 이미지에 담긴 텍스트는 그게 맞다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캡챠 타이핑과 동시에 real-world 캡챠도 같이 타이핑하여 전세계 네티즌들이 힘을 합쳐 문헌의 전산화(?)에 기여하게 하는 것이다. 일명 '리캡챠 프로젝트'라고 한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세계 유수의 사이트들이 리캡챠 엔진을 활용 중이라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4/08/16 08:22 2014/08/1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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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개념들 Q&A

어찌 보면 이런 것들을 인제야 깨우친 본인의 무식-_-을 인증하는 아이템들인지도 모르겠는데, 뭐 그냥 재미로 나열해 보았다. 서로 제각기 다른 분야들이다.

1. 스플래시 데미지 + 타격 데미지?

공격이라는 게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게임에는.. 그냥 목표물에만 총알의 운동량을 박아 넣는다는 설정인 일반 데미지가 있고, 그에 덧붙여 발사체가 폭발 후 파편을 터뜨려서 주변에 추가적인 데미지까지 입히는 스플래시 데미지가 있다.

난 폭탄을 직통으로 맞은 놈은 데미지가 100, 그리고 폭심지로부터 멀어질수록 데미지는 1/n 내지 1/n^2 등등으로 감소.. 이런 모델만 생각하곤 했다. 스타로 치면 리버나 시즈 탱크, 혹은 핵의 스플래시 데미지 계산 방식처럼 말이다.
그러나 둠 내지 퀘이크 같은 FPS 게임은 로켓 런처의 경우, 로켓을 맞은 것 자체에 대한 타격 데미지를 스플래시 데미지와는 별개로 계산한다. 로켓을 직통으로 맞으면 맞은 데미지 100에다가 파편 스플래시 데미지 100을 추가로 받아서 200을 먹으며, 주변에 있던 놈들은 폭심지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100 이하의 데미지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보스급 대형 몬스터들은 스플래시 데미지를 받지 않아서 로켓 공격을 사실상 절반씩밖에 먹지 않았다. 반대로 플레이어에게도 스플래시 데미지를 받지 않게 하는 파워업 아이템이 꼭 있곤 했다. (퀘이크 3 Arena의 Battle Suit처럼.)

제자리에 가만히 있던 수류탄의 폭발을 직통으로 당한 것이라면 스플래시만 있는 게 맞다. 그러나 로켓 런처의 경우 총알보다는 느리지만 그래도 총알보다 더 크고 무거운 로켓을 맞은 것이니 이놈 자체의 운동량부터 타격 데미지로 치는 것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더 합리적이긴 해 보인다. 지금까지 이런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로켓 점프는 스플래시 데미지만으로 점프를 하는 것이다. 게임에서는 구현 가능하지 않지만 로켓을 바닥이 아니라 내 배에다 대고 쐈다면 그건 타격 데미지와 스플래시를 이중으로 받는 것일 테고.

2. 자동차 직진과 후진 평행주차의 차이

평행주차는 주차 중에서도 꽤 어려운 스킬이지만, 정식 주차장이 아닌 길가에다 적당히 차를 세울 때는 반드시 할 줄 알아야 하는 스킬이다.
평행주차는 주차 지점을 지나친 뒤 후진으로 진입했다가 마지막에 핸들을 확 꺾어서 집어넣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본인은 왜 하필 후진인지를 뭔가 수학적인 증명 수준으로 이해를 잘 못 했다. 후진으로 가능한 것은 전진으로도 똑같이 가능하지 않은가? 평행주차는 왜 전진이 후진보다 어려우며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한 걸까?

그래서 머리에다 종이를 펴고 그림을 그려 보고서야 원리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핸들을 완전히 90도로 꺾을 수 있다면 후진 방식은 차 뒷부분부터 주차 지점에 박아 넣은 뒤, 앞부분은 앞바퀴의 회전을 통해 추가 공간 없이도 쏙 집어넣을 수 있다.

그러나 전진 방식은 핸들을 많이 꺾는다고 해서 차를 집어넣는 게 가능치 않으며, 회전 후에 차가 완전히 평행한 방향을 복원할 때까지 추가적인 주행 공간이 필요하다. 구조적으로 더 어려울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발상을 반대로 바꿔서 생각해도 된다. 평행 주차되어 있던 곳에서 차가 “빠져나갈 때는” 전진이 아주 유리한 반면 후진은 완전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전진과 후진으로 모두 수월하게 방향을 틀 수 있고 평행 주차가 가능하려면 앞바퀴와 뒷바퀴가 모두 조향 가능해야 한다. 비좁은 실내에서 작업하는 걸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지게차 정도나 이런 조건을 만족한다.

3. 스포츠 사격과 군대 사격

군대 미필자나 여성분들은 잘 모르실 수도 있으니 설명하자면..
군대 사격이 거리가 더 멀고 큰 표적을 쏜다. 스포츠 사격 종목은 수십m대이지 무슨 250m씩이나 되는 거리를 쏘지는 않는다.
스포츠 사격은 가까운 대신 정밀도도 상상을 초월한다. 양궁만 해도 과녁이 얼마나 작은데, 격발이 더 쉬운 총으로는 그야말로 정말 코딱지만 한 표적을 명중시켜야 국제 스포츠로서 밸런스가 유지될 정도다.

그리고 스포츠 사격에서 사용되는 총기는 권총이든 라이플이든 정밀도 향상에 왕창 최적화돼 있다. 반동을 최소화하려고 총이 굉장히 무거우며--군대 돌격소총의 2배 이상--, 방아쇠도 아주 아주 살짝만 건드려 줘도 바로 격발된다. 스포츠용 총이 무슨 행군시의 무게를 고려한다거나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 총의 살상력 내지 대인저지력은 아무래도 군인용 총만치 강하지는 않다.

영점 잡는 건 두 부류의 총으로 각각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러 정황상 군대에서의 저격수 내지 특등사수가 스포츠 사격 메달리스트하고는 완벽하게 호환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르니까 말이다. 스포츠 사격에 무슨 조준경을 쓰고 탄환 궤도 오차 보정을 해서 수백~1km 밖의 목표물을 맞히는 게 있지는 않다.

4. 스웨덴과 덴마크

북유럽에 서로 가깝다면 가까이 있는 나라이며 3글자짜리 이름에 '덴'자가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난 두 나라가 정말 지독하게 헷갈리고 분간하기 어려웠다. 사실, 폴란드와 핀란드의 차이도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고. -_-

일단 스웨덴은 노르웨이와 접해 있는 큼직한 왕국이며, 스톡홀름 증후군의 본산지이다.
그리고 철덕들에게 친숙한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인버터를 제작한 ABB 사가 스웨덴 국적이기도 하다. (더 정확히는 스웨덴의 Asea와 스위스의 Brown Boveri가 합병하여 ABB라고..)
자동차 제조사 VOLVO가 스웨덴에서 출발한 기업이며, 또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이 스웨덴 출신임.

다음으로 덴마크는 그 밑에 있는 아주 작은 나라이다. 수도는 코펜하겐 되시겠다. 본토는 아주 작지만 그린란드가 덴마크령이다.
덴마크 하면 유명한 사람은 동화 작가인 안데르센이다. 그리고 프로그래밍 언어 분야에서 전세계를 평정한 괴수 컴퓨터 과학자가 두 명이나 미국이 아닌 덴마크 사람인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일이다.

한 명은 C++ 언어를 고안한 Bjarne Stroustrup (1950~)으로,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한 명은 Anders Hejlsberg (1960~)로, 왕년에 볼랜드에서 터보 파스칼과 델파이를 개발했다가,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한 뒤에는 C# 언어를 설계하고 관리하고 있는 브레인이다.

5. 오르막과 단순 하중의 차이

자전거를 타는데 단순히 뒤에 짐을 많이 싣는 것하고, 짐은 없지만 오르막을 오르는 것 둘 중 “어느 게 더 힘들까? 이걸 정량적으로 수식으로 나타내는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자동차로 치면 어느 게 연료가 더 많이 드느냐 하는 것이다.

당장 바퀴와 지면 사이의 마찰계수부터 시작해서 생각해야 할 개념이 많을 것이나, 그래도 중· 고등학교 수준의 고전역학 지식으로도 어느 정도 답이 나올 것이다.
뒤에 백수십 kg 정도 되는 수레를 끌고 가든, 1~2도 정도의 오르막을 오르든 똑같이 힘이 더 많이 필요하고 출발이 더 어려워지는 건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단순히 하중만 많이 실린 것은 일단 가속을 한 후에는 어느 정도 관성의 덕을 볼 수도 있으며 크게 힘든 게 없다.

그에 반해 오르막은..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 줘야 한다. 안 그러면 서 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자전거가 뒤로 밀려난다. 단순히 무거운 하중이 걸린 차원이 아니라, 누군가가 약하게나마 뒤쪽으로 페달을 역으로 꾸준히 밟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주행하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짐보다는 오르막이 확실히 더 큰 장애물이 될 듯하다.

이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사진을 찍을 때 대상 물체를 크게 찍기 위해 줌을 당기는 것하고, 그냥 대상에게 가까이 가는 것하고 차이가 무엇인지도 생각한 적이 있었다.
피사체가 단순히 2차원적인 형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둘은 동일하게 피사체를 확대하는 효과를 낸다.
그러나 당연한 말이지만, zoom을 당기는 것은 주변 배경의 원근감을 동일하게 내 주지는 않는다. 그런 차이가 있다. 이것도 오르막과 하중의 차이와 비슷한 맥락인 걸까? ㅎㅎ

6. 럭비와 미식축구의 차이?

스포츠에 완전 문외한이고 관심이 없는 본인으로서는, 둘 다 얼굴에 무슨 펜싱 선수 같은 보호구를 쓰고 손과 발을 모두 동원해서 갈색의 타원형 공을 향해 미친 듯이 쫓아다니는 구기 종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둘은 규칙이나 체계가 많이 다르다고 한다. 얘는 더 자세한 설명은 패스.. 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4/08/04 08:20 2014/08/0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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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PC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잔고장의 양대 산맥은 (1) 액정 화면 접촉불량과 (2) 키캡 빠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본인이 개인용 노트북 PC를 사용한 지가 15년이 넘었고 지금 쓰는 맥북은 제 5대 컴퓨터인데,
예전에 쓰던 노트북들은 쓴 지 1년 남짓 되면 저런 잔고장이 어김없이 발생하곤 했다.
물론, 언제나 새 노트북만 쓴 게 아니라 중고나 준중고를 쓴 것도 있기 때문에, 품질이 원래부터 안 좋아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다.

(1)은 화면을 편 각도에 따라서 붉은 세로줄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거나, 화면이 아예 꺼진다거나 하는 등 굉장히 성가신 증상이다. 이것 때문에 서비스센터 들러서 수리 받느라 신경 쓰이고 시간· 돈이 낭비되는 것도 과거엔 상당한 수준이었다.

(2)도 노트북 키보드가 데스크톱 PC 키보드보다 약해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인 듯.
자주 누르는 편인 화살표, 엔터, space, shift 같은 게 잘 빠졌으며 가끔은 문자 키가 빠지기도 했다. 키캡이 없어도 해당 키를 누르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빠른 타자와 원활한 컴퓨터 사용에는 애로사항이 꽃핀다.
빠진 키캡 한두 곳만 수리가 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키캡이 대여섯 개쯤 빠질 때까지 컴을 더 쓰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키보드 기판을 교체하곤 했던 것 같다. 돈 몇만 원 정도는 깨진다.

그런데.. 지금 쓰는 맥북은.. 쓴 지 2년이 넘었지만. 위의 잔고장이 지금까지 전혀 발생한 적이 없다. 엔터 키가 약~간 달랑달랑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키캡이 완전히 빠진 건 없다. 잡느님의 손길이 담긴 품질 덕분인 걸까? 놀랍다.
맥북은 한번 병원 치료를 받으면 일반 놋붉에 비해 수리비가 작살나게 깨진다는 게 겁나긴 했었지만, 아직까지 A/S를 받을 일 자체가 전혀 없었다.
(참고로 난.. 흔들리는 교통수단 안에서도 쓰고 몇 번 떨어뜨린 적도 있고, 노트북 PC를 시도 때도 없이 험악하게 혹시시키며 쓰는 편이다.)

따라서 애플케어를 구입 안 한 게 현재로서는 결과적으로 이익이었다.
난 비록 맥북으로도 95% 이상의 시간은 맥OS가 아닌 Windows만 쓰며 지내지만 맥북의 이런 품질은 만족스러우며 인정할 만하다.

다만, 세월 때문인지 배터리 용량은 예전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 2시간 남짓이면 간당간당하다. 배터리는 아직 구경도 못 해 봤다.
그리고 얼마 전엔 맥북을 쓴 지 2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능 고장을 경험했다. 본체나 LCD 쪽은 아니고, 전원 어댑터가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저기서 전선의 피복이 슬슬 벗겨지면서 속의 금속선들이 드러나 보이기 시작했다. 벗겨진 부분에다가는 테이프를 감았으며, 노출 부위 때문에 감전이나 화재 사고가 날까 두려워서 잘 때나 부재 중일 때는 전원 플러그를 빼 두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나중엔 컴퓨터 본체와 연결하는 목덜미 부분이 너무 너덜너덜해진 나머지 거의 두 동강 나다시피하면서 결국 단선됐다. 전원을 연결해도 본체에 전원 공급이 되지 않기 시작했다. 컴퓨터 본체는 이제 2시간짜리 시한부 인생으로 전락했다.

어댑터 전선에 피복이 벗겨지면서 고장이 이런 식으로 발생하는 노트북 컴은 맥북이 처음이다. 그런데 다른 맥북/아이폰 사용자에게 물어 보니, 애플 제품은 그런 식으로 전원 어댑터 내지 충전기가 망가지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일이라고 한다.

어댑터 자체는 이상이 없고 전선만 망가진 건데 어째 물건을 재활용할 수는 없나 궁금하다. 물론, 콘센트 쪽 전선이 아니라 컴퓨터에다 꽂는 쪽의 전선이다 보니 어댑터와 분리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은 어댑터를 새로 구입해서 상황을 마무리 지었지만, 약 3~4일 동안 내 컴을 못 쓰면서 좀 불편하게 시간을 보냈다. 다음부터는 좀 불편하더라도 컴퓨터 본체와 어댑터 선이 언제나 같은 높이와 평행한 각도가 유지되게 해 놓고 써야겠다. 목덜미 부근엔 수축 튜브를 감아 주고, 전선을 둘둘 감아서 가방에 넣는 것도 굉장히 조심해서 해야 할 것 같다.

* 다음은 여담.

1. 맥 OS가 의외로 굉장히 유용한 경우가 있는 걸 본인이 얘기한 적이 있나 모르겠다. 바로 학교 안에서이다.
Windows의 경우 컴퓨터의 속도를 한 반쯤 깎아내리는 엄청난 백신, 보안 솔루션 등을 강제로 설치해야만 교내 무선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반면, 맥 OS는 그런 것 전혀 없이도 바로 인터넷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주 편리하고 좋다.

2. Windows 진영에서는 Metro라는 이름을 안 쓰는 게 마음에 안 들던데, 애플 진영에서는 매킨토시로도 모자라서 Mac이라는 이름까지 왜 빼 버렸나 궁금하다.. 자기 정체성을 가장 잘 분명하게 보여 주는 명칭을 빼 버리고 그냥 OS X...;;;

3. 그러고 보니, 플래시가 깔려 있지 않은 맥 OS의 사파리 브라우저에서 유튜브 동영상이 나오고 있어서 깜짝 놀라서 살펴봤더니.. 말로만 듣던 HTML5 기반 동영상이다. 우와~ 물론 비스타+IE9 구닥다리에서 실행해 보니 여전히 플래시다. 브라우저에 따라 기술을 알아서 판별하는 듯하다.

솔직히 플래시든 뭐든 인터넷으로부터 패킷을 받아서 하드웨어 가속으로 동영상을 틀어 준다는 기본 원리는 똑같다. 단지, 동영상을 해독하고 재생하는 기계어 코드가 예전에는 플래시 ActiveX라는 일종의 private한 영역에 있었던 반면, 이제는 그게 통일된 규격으로 웹브라우저에 있다는 차이만이 존재할 뿐이다. 웹 표준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담는 그릇의 규격에 대한 논쟁인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4/07/08 08:29 2014/07/0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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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구. 나 완전 고전 게임 덕후 인증이다. ㅎㅎ

1.
옛날의 액션/아케이드 게임 중에는 주인공을 죽게 하는 각종 트랩들이 적(몬스터)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다. 동일하게 적용되는 게 더 공정하고 현실 고증에 더 충실한 시스템이겠지만, 그 경우 적의 AI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야 게임성이 성립할 테니 개발자에게는 더 큰 난관이 된다. 안 그러면 적을 정당하게 싸워서 죽이는 게 아니라 AI 헛점을 이용해서 트랩으로 죽이는 꼼수가 너무 횡행하여 게임 밸런스가 무너질 것이다.

이런 한계로 인해 id에서 개발한 둠, 퀘이크 등의 몬스터는 용암이나 화학 용액 같은 데에 들어가도 체력을 잃지 않으며 물에 들어가도 익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잘 알다시피 자기끼리 팀킬을 벌이는 몬스터 내전(monster infighting)이 있을 뿐이다. 둠에서는 몬스터들이 정말 무식한지라 내전이 정말 잘 벌어졌지만, 퀘이크에서는 몬스터와 주인공 사이에 다른 몬스터가 일직선으로 있을 때는 공격을 안 하게 일말의 AI 개선이 이뤄졌다.

위험한 데이브에서는 몬스터는 트랩 같은 건 쌈싸먹으며 잘만 날아다니고..
과거의 툼 레이더 게임들은 주인공이 혼자 트랩 퍼즐을 풀어야 하는 구역과 몬스터와 싸우는 구역을 완전히 철저하게 분리하여 논란의 여지를 차단한 사례에 가깝다.
Rick Dangerous 2는 이 점에서 독특하다. 몬스터도 미사일, 전깃줄 같은 트랩에 걸리면 얄짤없이 죽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죽이는 게 전기총(50점), 폭약(100점) 같은 주인공의 일반적인 공격으로 죽이는 것보다 점수도 더 높게 준다(150점).

자, 서론이 너무 길어졌는데.. 페르시아의 왕자는 잘 알다시피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스프라이트를 만들었을 정도로 극도의 현실성을 추구한 게임이다. 악당도 딱히 초현실적인 괴물이 아니라 그저 검을 든 똑같은 인간이며, 이들을 상대로도 가시와 톱날 같은 트랩은 똑같이 동작한다. 악당 역시 트랩에 걸리면 피투성이가 되어 끔살당한다.

악당을 죽이는 방법으로는 (1) 칼 공격으로 HP를 다 깎아서 죽이는 가장 평범한 방법 외에도,
(2) 2층 이상의 높이에서 추락사시키기. 주인공은 이 경우 HP 하나만 잃지만, 악당은 의외로 즉사한다. 그 대신 악당은 1층 높이에서 떨어졌을 때 주인공처럼 무릎을 굽혀 엎드리지 않으며 바로 자세를 잡는다. 일당일단? 그리고 악당이 지금보다 아래 화면으로 떨어진 경우, 시체가 남지 않는다.
(3) 가시 꼬챙이가 있는 곳으로 떨어뜨리기. 한 층 높이에서만 떨어져도 주인공이든 악당이든 다 죽는다.
(4) 허리 자르는 쇠톱날..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악당을 죽이고 나면 '빰 빠밤 빰' 하면서 승전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칼로 찌르든, 떨어뜨리든 어떻게 죽이든지 말이다.
그런데... 페르시아의 왕자에서 악당을 (3)번, 즉 가시에다 밀어넣어 죽인 뒤에 승전 멜로디를 들은 적이 있으신 분 손..??
난 한 번도 없다.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곤 했는데, 갑자기 문득 이상한 점이 느껴진다.

페르시아의 왕자 레벨에서 악당을 (3)번처럼 죽이는 건 레벨 2, 4, 8, 9(두 번), 11에서 총 6군데가 가능하다. 특히 마지막 레벨 11의 경우, 아예 왼쪽과 오른쪽에 모두 가시 트랩과 절벽이 존재하니 악당을 재미있게 요리하는 맛이 더욱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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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을 정상적인 (1)번 방식으로 죽였을 때는 승전 멜로디가 무조건 나온다. (2)나 (4) 같은 트랩으로 죽였을 때는 아주 가끔 음악이 안 나오기도 했던 것 같다.
그 반면 (3)은... 지금까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다.
어떤 방식으로 죽든 악당의 HP가 0이 되어 전투가 끝나고 주인공이 칼을 집어넣을 때 승전 멜로디를 연주하면 될 텐데.. 로직을 상황별로 다 따로 처리했나? 그리고 저기서만 if문이 하나 실수로 빠진 건지? 진실은 그 당시 코딩을 했던 프로그래머만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자, 이제부터는 가시 말고 톱날 얘기가 줄곧 나올 것이다.
페르시아의 왕자의 일부 던전에는.. 톱날을 통과해 들어간 뒤에 곧바로 칼을 뽑고 악당과 싸워야 하는 곳이 있다. 레벨 4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적과 싸우기 시작했을 때는 게임 진행이 조금 느려지고, 심지어 톱날의 톱질 주기도 약간 길어지는 것 같다.

이것은 시스템 성능 같은 다른 외부적인 문제일 뿐, 게임 메카닉 자체가 느려지는 건 아니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참 좋은 게, ESC를 눌러서 게임을 일시 정지시키고 나서 계속 ESC를 누르면 게임을 한 프레임 단위로 천천히 진행시킬 수가 있다.
이걸로 측정을 해 보면, 톱날의 톱질 주기는 언제나 15프레임으로 동일하다. 전투 중일 때든, 평시든 말이다.

그리고 심지어 톱날이 여러 개 연달아 동작할 때도 동일하다.
각각의 톱날이 한 번씩 연달아 톱질한 뒤에 첫 톱날의 다음 주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주기가 좀 길 것처럼 느껴지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원작 게임에서야 톱날이 한 층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게 레벨 3의 대형 물약이 있는 방이다. 3개짜리가 최다이다.
유튜브 같은 데서 톱날이 5개가 넘게 있는 이상한 방을 가 보면, 모든 톱날들이 15프레임 안에 한 번씩 순회를 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런 데서는 뒤쪽의 톱날이 미처 톱질을 하기 전에 15프레임을 다 채운 앞쪽 톱날이 또 톱질을 시작한다.
게임 메카닉이 이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3.
또한, 톱날은 주인공이 톱날과 같은 층에 진입한 경우 곧장 동작한다.
그런데 주인공이 그 층에서 다른 이유로 인해 죽어 버리면, 톱날은 일반적인 경우 동작을 멈춘다. 가령, 그 층에 있는 악당과의 전투에서 져서 죽거나, 칼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 악당의 칼빵을 맞아 죽은 경우 말이다. 톱날이 있는 층에 주인공이 추락사를 했다면 톱날은 역시 더 동작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이든 악당이든 누군가가 그 톱날 자체에 찍혀 죽었다면 톱날은 계속 동작한다. 다시 말해 누군가를 한번 죽인 적이 있는 톱날은 그 층에서 주인공이 추락사하든 악당의 칼에 맞아 죽든, 주인공이 그 층에 어떤 형태로든 있다면 계속 동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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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치트까지 써 가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테스트를 해 보니 대략 그러하다. 알고리즘 차원에서 이런 미묘한 차이도 존재한다는 게 흥미롭지 않은가?

4.
그리고.. 주인공이 톱날이 존재하는 층에 있긴 한데, 추락하느라 잠시 지나는 형태라면 톱날은 어떻게 동작할까?
톱날은 이때도 반응한다. 레벨 9에서는 심지어는 주인공이 아니라 악당이 떨어지는데도 톱날이 한번 동작하니, 참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아래 그림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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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 주인공이라 해도 이렇게 지나갈 때는 톱날이 동작하지 않는다. megahit 치트를 써서 천천히 떨어지게 하는 낙하산 효과를 줬는데도 톱날이 동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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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보면, 톱날의 동작 여부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한 로직이 들어간 건지도 모른다. 심지어 던전의 지형별로 톱날의 동작 여부를 제어하는 메타데이터가 수작업으로 들어간 건 아닌지?

5.
아까도 잠깐 얘기했던 레벨 3으로 돌아간다. 여기는 알다시피 최대 HP를 늘려 주는 대형 물약이 있지만, 그 길목을 저렇게 톱날이 무려 3개가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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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왕자에서 레벨 3은 중간 waypoint가 존재하는 유일한 레벨이기도 하다. 죽으면 얄짤없이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타임어택 절벽 관문은 통과한 뒤의 시점부터 시작한다는 뜻. 페르시아의 왕자 2야 각 레벨이 워낙 방대해진 관계로 waypoint가 존재하는 레벨이 더 생긴 편이지만, 1에서는 레벨 3이 유일했다.

레벨 12에도 그림자 인간과 합체하고 나서 Jafar를 만나기 직전 위치에 일종의 waypoint가 있긴 하지만, 이건 내부적으로는 완전 별도인 레벨 13으로 간주된다. 그렇기 때문에 레벨 3의 waypoint와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
관문을 통과하기 전에 대형 물약을 먹었다면, 그렇게 해서 늘어난 HP도 다음에 waypoint에서 게임을 다시 시작할 때 반영된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버그 내지 exploit가 있다.
waypoint에서 게임을 다시 시작하면, 레벨 3의 모든 요소들이 원래대로 되돌아간다. 딱 하나, 그 타임어택 절벽 관문의 한쪽에서 우리가 도움닫기를 위해 밟아 떨어뜨려 없애던 발판만 계속 없는 채로 남아 있다.

그것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원상복귀. 심지어 타임어택 절벽을 넘기 전에 먹었던 대형 물약도 다시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 관문을 열고 해골도 처지한 뒤, 다시 그 방으로 돌아와서 대형 물약을 먹으면.. 이론적으로 레벨 3에서 대형 물약을 두 번 먹어서 HP를 2개나 확장하는 게 가능해진다.

레벨 3 시작 → 대형 물약 → 타임어택 관문 통과 → 그 뒤 Ctrl+A 눌러서 waypoint 지점부터 게임 재시작. 예전에 대형 물약 먹은 게 반영됨 → 되돌아와서 대형 물약 또 먹음 → 클리어

물론 실제로 이렇게 하는 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노가다이기 때문에 현실성은 별로 없지만..
이건 아마 조던 메크너(오리지널 게임 설계자, Apple II용 개발자)와 랜스 그루디(도스용 게임 포팅 개발자)조차 그 당시 예상을 못 했던 꼼수일 것이다.
차라리 waypoint 이후에 도달하는 위치에다 대형 물약을 놔 뒀다면 이런 exploit가 틈탈 여지가 없었을 텐데.

자, 이런 글을 보니 나도 도스박스 깔아서 페르시아의 왕자를 실행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드시지는 않는가?

Posted by 사무엘

2014/06/29 08:21 2014/06/2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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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테이큰> 관련 소감

OCN인지 뭔지 영화만 하루 종일 상영해 주는 케이블 TV 채널을 보면.. 한때는 계속 유명 액션 영화만 틀어 주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본인은 원빈이 너무 멋있게 나온 <아저씨>, 또 B급 영화 오마주로 가득하면서 웬 인간 흉기 금발 백인 누님이 일본도 들고 싸우는 <킬 빌>을 TV를 통해 우연히 봤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하나 더 본 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테이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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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소감은..
역시 흥행하는 영화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싶었다. 리암 니슨 아저씨 너무 멋있다.
특히 딸 유괴범을 전기고문하면서 딸이 있는 곳을 알아내는 장면은 너무 통쾌한 권선징악 장면인지라 몇 번이고 다시 반복해서 봤다. 다같이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저 때 Wake up! I need you to be focused!로 시작하는 대사가 나온다.
다만,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자막 파일은 그 문맥에서 대충 의미만 통하지 영어 원문의 정확한 의도를 다 전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 뜻은 대략 이렇다.

“(기절한 마르코를 의자에다 묶어 놓은 뒤) 어이, 일어나! 너를 심문을 좀 해야 하니 정신 바싹 차리고 있어라. 어금니 꽉 깨물어라, 자 간다~ (쇠꼬챙이를 양 허벅지에다 푹~ 박아 넣은 뒤) 자, 기절할 정도로 졸라 아프겠지만 고문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여전히 정신 괜찮지?”

이런 뉘앙스를 제한된 화면에다 문장으로 일일이 다 표현할 수가 없으니 Are you focused yet?을 “이제 정신이 좀 드나?”로 보통 번역하는 편이지만.. 원래 의미는 “아직 괜찮지?”에 더 가까운 게 아닌가 한다.

마르코는 처음에는 브라이언의 얼굴에다 침까지 뱉으면서 의기양양하게 반항하지만.. 전기로 10초간 지져지는 고문을 두 번 당하고 나니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우리의 멘탈갑 브라이언은 표정 하나 안 변하고 태연~하게 이런 이 근안스러운 말을 해 댄다.

“이런 일은 말야, 원래는 외주를 주곤 했어. 그런데 문제는 외주 준 나라들이 대체로 못사는 개도국이어서 전력 공급이 불안했단 말이야..?? 스위치를 켰는데 전기가 안 들어와. 그러니 고문기술자들은 빡쳐서 사람 손톱을 뽑거나 생살에다 산성 용액을 부어 버리곤 했지. 일이 여러 모로 능률이 떨어지곤 했는데.. 여긴 전류가 아주 원활해서 좋아.”
“난 지금 바쁜 처지야. 마르코, 너 순순히 대답 안 하면 전기세 밀려서 단전될 때까지 스위치가 켜져 있을 거다.”

나중에 정보를 얻을 만치 다 얻은 브라이언이 다시 스위치를 켜러 가자 마르코는 완전 겁에 질려서 브라이언에게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애원한다. “I don't know!! PLEASE..!! not that.. please ㅠ.ㅠ” 이 부분 연기를 처절하게 잘했다.
그래 봤자 브라이언은 “I believe you. But it's not gonna save you.”와 함께 스위치를 켜 놓고 나가 버린다. 마르코의 자백은 자기 수명을 불과 몇 분 남짓밖에 더 연장시키지 못했다.
허나, 부모가 수십 년간 피땀 흘리고 갖은 애정을 쏟아 키운 딸애를 창녀촌에다 팔아 버리고 돈은 자기가 챙긴 사악한 악당이라면.. 정말 저 정도 고문은 인과응보가 아닌가 싶다.

테이큰은 여타 액션 영화와는 달리 주인공이 친구의 마누라(악역이 아닌 여성!)까지 팔을 쏴 버리는 장면이 나오며,
또 최종 보스와 대면한 뒤에도 일말의 타협 없이 주인공이 그냥 곧바로 악당의 미간을 날려서 사건을 종결짓는다. 사건 전개가 참 자극적이고 짜릿하다.
사실, 브라이언이 친구를 다그칠 때도 “너 자꾸 고집 부리면서 협조 안 해 주면 니 애들은 고아가 될 거다. 아까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팔을 쐈지만 다음엔 급소를 쏠 거야?”라는 요지로 자막이 나왔는데, 이것도 정확하게는 단순히 급소가 아니라 '미간'이다. 영어 대사엔 eyes라는 단어가 들렸던 걸로 기억한다.

위의 장면들을 다 제치고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이 남긴 제일 간지 넘치는 대사는, 역시 딸이 납치당한 직후 전화로 납치범에게 남긴 경고일 것이다. 딸이 외국에서 납치 당했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이 타이밍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납치범들을 상대로 나지막한 말투로 협박한다. 아아..;;

I don't know who you are. I don't know what you want. If you're looking for a ransom, I can tell you I don't have money (....)
If you let my daughter go now, that'll be the end of it. (...)
But if you don't, I will look for you.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 good luck.

30초가 넘는 분량의 대사인데.. 난 다 외워 버렸다.

역시 사람은 자기 마음이 가는 곳에 역량이 발휘된다.
매주 교회에서 짤막한 성경 구절을 외운 건 길어야 그 날 저녁까지밖에 안 가고 세부적인 단어와 표현은 하루 이틀 정도 뒤면 까맣게 잊어버리는데.. 저건 그냥 머리에 확...

take는 성경에도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동사인데, 저 영화를 보고 나니 take의 뜻조차도 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갑자기 똘끼를 발휘하여, 저 사건과 대사가 만약 흠정역 성경에 기록되었다면 어떨까 상상을 해 봤다. ㅋㅋㅋㅋ

... 그녀의 아버지가 이르되, 나는 네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며 네 혼이 무엇을 원하는지(thy soul desireth) 알지 못하노라. 만약 네가 대속물(ransom)을 원한다면, 너는 확실히 알지니(of a surety) 내게는 돈이 없느니라. (...) 만약 네가 내 딸을 가게 하면 잘하는 것이려니와 만약 가게 하지 아니하면 내가 너를 쫓고 너를 찾아내어 너를 반드시 죽이리라, 하니라.
잠시 후에 그녀를 취한(took/taken) 자가 대답하여 이르되, 잘해 보라, 하니라.


그러고 나서 나중에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지라 “너 나 기억 안 나? 우리 이틀 전에 서로 전화 통화 했었지? 내가 너 찾아낼 거라고 예고했잖아.” 이 말을 들었을 때 마르코는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랐을까?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_=;;;;

테이큰은 잔인한 폭력뿐만 아니라 창녀촌 배경도 있어서 그런지 국내에서는 생각보다 수위가 높은 19금 등급을 받고 개봉했다.
아무리 자기 딸을 구하려 한다지만 브라이언은 남의 나라에 들어가서 거의 30명 이상의 사람을 죽였다. 모 건설 현장을 완전히 작살을 냈으며 남의 자동차를 최소한 3대를 탈취하고, 고위 공직자의 부인을 총으로 쏴서 다치게 했다.

이 정도면.. 선한 의도라고 해도 브라이언은 법적으로 프랑스를 절대로 곱게 빠져나갈 수 없는 신세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딴 시시콜콜한 디테일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하긴, <킬 빌>에서도 키도 누님이 시퍼런 핫토리 한조 일본도를 비행기 기내에 버젓이 반입한 채 일본 본토로 날아가는 걸 보고, 본인은 피식 웃었다. 영화는 영화일 뿐.

<아저씨>에서는 그래도 최소한 차 태식이 체포되는 걸로 끝난다. 아무리 나쁜 조폭들을 죽인 거라지만, 일반인이 혼자서 다른 사람을 그렇게 많이 학살했다면, 현직 변호사의 자문에 따르면 아무리 명분을 참작하고 봐 준다 해도 무기징역감이라고 한다.;;;
하지만 태식의 경우 원래 특수부대 요원이었고, 아직 능력이 출중해 보이니 도로 국가를 위해 현업 복직하는 것을 조건으로 검찰에서 기소조차 하지 않고 학살극을 유야무야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조폭들이 죽은 건 자기들이 팀킬 벌인 거라고 적당히 위장하고 말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폭력 액션 영화에 너무 심취하는 건 사람의 정신 건강에 그다지 좋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가 흉악 범죄자에게 권선징악을 속 시원하게 집행을 안 하고 되도 않은 인권 핑계로 직무유기를 저지르니,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영화에서 대리만족을 얻게 된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괜히 종교색 표방하면서 교묘하게 성경이나 하나님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매체보다는, 차라리 종교색 따윈 싹 잊고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게 '덜' 해로운 건지도 모르고 말이다. 성경 용어로 설명하자면 전자는 마귀적(반성경적)이며 후자는 육신적(비성경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4/06/26 19:29 2014/06/2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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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조선은 500년 만에 망해 버렸으니 허접한 게 아니라, 오히려 500년이나 버틴 대단한 왕조이다”라는 요지로 조선 시대의 역사에 대해서 서울대 중문과 허 성도 교수가 했다는 강연을 보신 분이 있는가 모르겠다. 본인 역시 오래 전에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조선이 그저 말기에 막장으로 치달아서 망할 만하니까 망했고 먹힐 만하니까 일제에게 먹혔다고만 생각하기에 앞서,
조선 역시 리즈 시절에는 기강과 체계가 굉장히 잘 갖춰진 좋은 나라였다는 걸 알 수 있다. 환단고기 식의 황당한 얘기가 아니라 그럴싸하게 들린다.

다른 제도는 몰라도 특히 조선왕조 실록은 훈민정음에 버금가는 위대한 문화 자산으로 생각해도 될 것 같다.
뭔가... "성경에 과학적으로 아주 정확한 진술이 있다.." 그런 예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

본인에게는 그분의 성함이 낯설지 않게 들린다.
저 강연을 한 허 성도 교수는 '한국사 사료 연구소'에 재직하였으며,
유니코드가 정식 제정되기 전에 아래아한글이 제공하던 '제2수준 확장 한자'를 제정하고 글자를 직접 그리기까지 했던 분 중 하나이다. 아래아한글의 도움말 credits에도 이름이 당당히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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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모로 우리나라 문화와 관련해서 공적이 뚜렷한 분임이 틀림없다.흔히 한글 전용론자들이 이렇게 말한다.
“한문 고전을 통해 전통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소수의 전문가를 양성해서 고전을 번역을 해야지, 그걸 빌미로 전국민에게 어려운 한자· 한문을 원어 그대로 가르치기에는 국가적인 손실과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허 교수는 그 주장이 가리키는 '소수의 전문가'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대단한 분이다.
그리고 그분은 바로 올해에 갓 정년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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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4/03/16 08:16 2014/03/1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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