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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 재현 기관사 (1923-1950)

간단히만 말하자면, 6·25 전쟁 초기에 군사 작전에 자진 참여하여 열차 운전을 맡았다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순직한 분이다.
그 작전이란, 특공대를 투입하여 당시 옥천 지역에서 실종되었던 미군 사단장인 윌리엄 딘 소장을 구출한 후, 열차에 태워 모셔 오는 것. D-day는 1950년 7월 19일이었는데, 이때 대전은 북한군에게 일찌감치 점령당해 있었다. 서울은 개전 3일 만에 함락됐고, 국군은 대전까지 빼앗기고서 후퇴를 거듭했다. 남한의 수도는 부산으로까지 남하하려던 시국이었다. 그러니 이건 적진을 뚫고 들어가서 목숨을 걸고 수행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작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성경 좀 인용하자면,

다윗은 그때에 요새에 있었고 블레셋 사람들의 수비대는 그때에 베들레헴에 있었더라. 다윗이 애타게 바라며 이르되, 오 누가 베들레헴 성문 옆에 있는 우물의 물을 내게 주어 마시게 할까! 하매
세 용사가 블레셋 사람들의 군대를 뚫고 나가서 베들레헴 성문 옆에 있는 우물의 물을 길어 그것을 가지고 다윗에게로 왔으나 ... (삼하 23:14-16)

정도 되겠다.

그러나 성경 스토리와는 달리 이 미션은 비극으로 끝났다. 딘 소장도 못 찾았고 특공대는 전원 전사했다. 대전에 들어올 때도 북한군으로부터 기관총, 수류탄 등으로 공격을 받았고, 철수하고 나갈 때도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 이때 김 씨는 가슴 관통을 포함해 전신에 8발의 총알을 맞고 절명했으며, 곁에 있던 기관조사 1명만이 겨우 살아남아 다친 몸을 이끌고 천신만고 끝에 열차를 운전하여 대전을 빠져나갔다. 딘 소장은 북한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휴전 협정 후 귀환하게 된다.

사망 당시 김 씨는 아직 서른도 못 된 나이로 본인과 지금 동갑이었다. 생년과 몰년에다가 60만 더하면 딱 본인의 생년과 지금 연도하고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ㅎㄷㄷㄷ;;
그러나 아주 일찍부터 이미 철도 업계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20대 중반의 나이로 기관사가 될 수 있었다. 더구나 이미 결혼하고 씨를 남긴 후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유족과 후손이 있다.

고인의 시신은 동료들에 의해 영동산 아래에 묻혔다가 휴전 후 다시 고향인 논산으로 이장되었다. 고인의 공적이 알려지면서 박 정희 정권 초기이던 1962년 12월, 고인이 순직한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의 선로 인근(서울 기점 171.8km 지점)에 순직 위령비가 세워졌다. 경부선 대전-세천 사이 구간으로, 지금은 대전 동구 삼정동이다. 상행과 하행 선로 사이에, 지하철 용어를 쓰자면 ‘섬식 승강장’의 형태로 위령비가 놓여 있다. 일반인이 위령비에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다.

한동안 경부선 열차를 운전하는 후배 기관사들은 열차로 이 위령비 근처를 지날 때마다 기적을 울리고 거수경례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 1983년 8월, 이분의 업적이 다시 전국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그 해 10월에 고인의 유해는 철도인으로서는 최초로 서울 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의왕에 있는 철도 박물관에 가면, 이분의 사진, 유품, 이분에 대해 보도되었던 신문 기사와 잡지 스크랩, 이분에게 추서된 상과 훈장 등이 죄다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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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위령비가 있는 곳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자. 다음 위성 지도에서 딱 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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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여기를 근성으로 직접 답사를 하신 분이 있어서 그분이 찍은 사진과 위성 지도 사진을 같이 소개한다. 사진과 비교해 보면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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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위령비
노랑 & 파랑: 지하철 차량 기지 건물
초록, 파랑, 분홍: 길 건너편의 병원 내지 요양 시설
정확하지 않은가?

위령비가 세워지던 당시에만 해도 주변은 온통 허허벌판이었으나...;;
거기에 대전 지하철의 동쪽 종점인 판암 차량 기지가 들어서면서 주변 지리가 확 바뀌었다.
지도를 보면, 서쪽부터 국도 4호선과 대전 지하철 차량 기지, 경부선 철도, 그리고 통영-대전 고속도로(경부 고속도로가 아님!)가 나란히 조밀하게 지나는 아주 흥미로운 지형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여기는 어찌 된 일인지 상행 선로와 하행 선로가 노반의 높이가 서로 다르다. 그리고 위령비는 상행(대전, 서울 방면) 선로와 같은 높이에 있다.
철도 당국에서는 해마다 현충일이면 위령비를 청소하고 분향도 하는 모양이다.
한국 전쟁 당시에 순직한 철도 종사자가 김 재현 기관사밖에 없는 건 아니겠지만, 국가적으로 이 정도로 주목을 받고 더구나 하필 위령비가 있는 곳에 지하철 차량 기지까지 건설된 게 참 이례적이다. 어쨌든, 우리나라 철도 덕후라면 잊지 말아야 할 분이다.

참고로, 김 씨가 순직하기 1주일 남짓 전에는 다른 곳에서 전쟁과 관련된 철도 비극(뭐 철도만의 비극은 아닐지도)이 발생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건 놀랍게도 북한군의 소행도 아니다.
이리(현 익산) 역 하면 1977년 11월에 발생한 대형 화약 폭발 사고로 너무나 유명한데, 1950년 7월 11일엔 미군 폭격기가 이리 역을 시작으로 민간인들을 무차별 폭격해서 쑥대밭을 만들었다. 시민들은 미국 국기를 보고는 아군이라 확신하여, 대피도 하지 않고 비행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태극기 흔들고 환영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폭격기는 오히려 그들을 향해 폭탄을 투하하고 조준 사격을 가하고 나중에 확인 사살까지 했다고 한다. 오폭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

물론 본인은 미군 철수 내지 반미 반전 이러는 애들을 굉장히 싫어하며, 북한군의 만행과 미군의 만행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굳게 생각한다. 하지만 왜 저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솔직한 진상 규명은 필요하다. “아 ㅆㅂ, 그땐 그냥 기분도 드럽고 해서 피아 안 가리고 폭격했다”고 미국이 답변한다고 해서 우리가 뭐 인제 와서 응징이라도 할 수 있나? 우리가 미국이 필요하지 미국이 우리가 필요한가? 그저 솔직한 답변이 듣고 싶을 뿐이다.
아무튼, 눈이 안 달린 총알 때문에 전쟁은 정말 많은 비극을 만들어 내는 게 틀림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8 09:54 2010/12/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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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그리고 수학의 정석

최 불암이 학교에서 <수학의 정석> 책을 주워 왔다.
그는 책을 주인에게 찾아 주려고 교내에서 방송을 했다. "수학의 정석 책을 어디어디에서 습득하였으니 잃어버리신 분은 와서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설정상 최 불암은 교사였던 듯)
그런데 하루를 기다렸는데도 찾아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다시 방송을 했다. "책에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주인이 누군지 아니 빨리 찾아가세요."
그래도 찾아가는 사람이 없어서 최 불암은 그 이튿날, 마이크를 대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야, 홍 성대! 너 책 빨리 안 찾아갈 거야?"

.
.

본인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수학의 정석> 실물을 접하기 전에, 초딩 시절 이 개그를 통해서 그 이름도 유명한 홍 성대 씨에 대해서 존함을 듣게 됐다. 삼류만화 패밀리에서는 그가 정석교 교주로 묘사된 바 있다. "싸인과 코싸인과 탄젠트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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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수분해..!!
대충 저런 만화 되시겠다. ㄲㄲ 출처는 작도닷넷의 삼류만화 아카이브.

홍 씨는 서울대 수학과 재학 시절이던 무려 1960년대 중반에 <수학의 정석>을 집필하여, 본인의 지금 나이 때 이미 백만장자가 되었다. 수학 과외를 뛰다가 자기가 직접 책을 지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서울대 수학과라는 것만으로도 비상한 머리의 소유자인 데다, 그 나이에 벌써 떼돈까지 벌었으니 공부 더 계속할 필요가 없었으리라. ㅜ.ㅜ 30도 안 된 나이에 수학 교재를 집필할 생각을 했던 것에 대해, 그때 자기는 정말 여간 똘끼가 충만한 상태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그는 그 당시를 회상한다고 한다.

<수학의 정석>은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 돼 있다.
워낙 크게 성공한지라 이분은 1981년에 전주에 상산 고등학교를 설립하고, 나중엔 모교인 서울대에다가도 건물까지 한 채 지어 기증했다. 정석의 힘.. ㄷㄷㄷ;;

슬하에 딸이 있다. 따님은 서울대 수학과 박사를 마친 후 고등 과학원 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수학과 교수가 되었다. =_=;; 물론 부친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채용된 거라는 게 서울대 측의 설명이다.
서울대 수학과 박사 -> 고등 과학원 -> 교수 하니까 생각나는데, 이건 퍼즐 관련 저술과 온라인 활동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경남대 박 부성 교수도 동일하게 거친 진로이다. 가히 브레인들..;;

아울러, 따님의 사위는 서울대 수학과 석사 출신이니, 이 정도면 그야말로 뼛속까지 수학 덕후 가문. 저런 분들에 비하면, 코레일 기관사 철덕 커플은 아주 평범한 정상인이고 양반일 것이다..
수학자라고 해서 설마 진짜로 "탄젠트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로그"라고 기도를 할-_- 리는 없겠지만, 그들이 어떤 점에서 덕후인지에 대해서는 아래의 유명한 조크에 단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천문학자와 물리학자, 그리고 수학자가 스코틀랜드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이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던 중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는 검은 양 한 마리를 보았다. 그러자 천문학자가 말했다.
"그것 참 신기하군.  스코틀랜드 양들은 죄다 검은색이잖아?"
물리학자가 천문학자의 말을 반박했다.
"그게 아니야.  스코틀랜드산 양들 중에서 일부만이 검은색이라 해야지."
이들의 말이 한심하다는 듯, 수학자는 하늘을 잠시 쳐다본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네들은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린 거야. 스코틀랜드에는 적어도 몸의 한쪽 면 이상의 면적에 검은 털이 나 있는 양이 적어도 한 마리 이상 방목되고 있는 들판이 적어도 하나 이상 존재한다고 해야 말이 되는 거라구!"


그만큼 수학을 하는 사람들은 뭐든지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만 표현하는 엄밀한 용어를 쓰는 걸 좋아한다는 뜻이다. 사고 체계가 그런 쪽으로 철저히 단련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진술을 명제라는 형태로 받아들이고 for all, given, such that, at least 같은 표현과, lemma, definition, theorem 같은 용어를 좋아한다. 저건 굳이 수학 전공이 아니더라도, 이공계 출신이기만 해도 충분히 수긍이 갈 것이다. 미분 귀신, 적분 귀신 개그류와 더불어..;; ㄲㄲㄲ
설마 홍 성대 씨가 자녀 가정 교육도 저런 식으로 시켰을까?? ^^;;

영어는 교육 과정이 유행을 많이 탄다. 단적인 예로 성문 종합 영어는 오늘날에 옛날 정도의 인지도를 유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수학은 정말 왕도가 없고 절대불변 보편적인 진리를 다룬다. 성경과 비교했을 때, 수학은 선악이라든가 영적인 가치가 없는 진리라는 게 다를 뿐이다. 그래서 정석이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랑받는 게 아닐까 한다. 수학에는 다른 과목들이 넘볼 수 없는 '포스'가 있다.

그래서일까? 각종 매체에서 학교의 수학 선생은 인간미가 없고 뭔가 정상이 아닌 무지막지한 이미지-_-로 묘사되어 있다.
한 10년 전 PC통신 시절에 히트 쳤던 박 상욱 씨의 <구타교실>1)이라는 소설을 보면, 인간 백정 구타 기계인 똥행패 선생은 체육 선생이 아니며 하다못해 과학 선생도 아니다. 수학 선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아래의 그림은 이 소설을 만화화한 <구타닷컴>2)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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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행패가 어떤 인간인가? 빠따를 때리며 손에 전해져 오는 감촉만으로도 바지 원단의 재질은 물론 엉덩이의 두께까지 파악해 내는 구타 컴퓨터가 아닌가. ㄲㄲㄲㄲ (소설 중에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주인공의 담임 선생이 왜 수학 선생으로 설정되었겠는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수학과는 달리, 삐딱 나간 제자를 교화하고 헌신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은 내가 아는 한 언제나 음악 선생이다. 도덕 선생도 아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코러스>, <홀랜드 오퍼스>가 좋은 예이며, <구타교실>에서도 그나마 정상인인 여선생은 음악 선생으로 나온다. ^^;; 이렇듯 각 과목에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색깔이 존재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요즘 교사 임용 시험 경쟁률이 살인적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영어는 워낙 잘 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으며, 암기 위주인 과목들도 다들 달달 외우면서 피튀기게 경쟁하다 보니.. 특히  TO가 적은 마이너 과목들은 실수로 한두 개 틀리면 바로 떨어지고, 실력이 아니라 국가 유공자 가산점 빨로 당락이 결정될 정도라고 한다. 직업으로 치면 마치 식당이나 택시 기사처럼, 진입 장벽도 낮고 망하기도 쉬운 그런 직종 같다.

그러나 수학은? TO가 많으나 과목 자체가 워낙 어렵고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까놓고 말하자면 100점 만점에 6, 70점만 넘어도 안정된 합격권이라고 들었다. 정말로 실력으로 진검 승부가 가능한 순수 머리 싸움 과목이다. 그런데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입상자라고 해도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학 미적분을 술술 풀어내는 건 아니니, 이것도 흥미로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둘은 서로 다루는 분야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정올 경시와 공모가 다른 것만큼이나 서로 다를 것이다.

지금 정석 책 다시 꺼내서 공부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것 같다. 홍 성대 같은 분 완전 부럽.. ㅜㅜ 하지만 매체에서 수학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로 묘사되어 있는 음악도, 근간을 이루는 이론을 파고들어 보면 수학적으로 굉장히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는 게 역설이라 하겠다. Looking for you 분석하면서 이런 거 많이 생각해 봤는데... 먼 미래에 기회가 되면 글로 또 다루도록 하겠다. ㅋㅋㅋ

Notes:
1) 본인의 고등학교 시절에 재미를 북돋웠던 PC 통신 소설이 둘 있는데 하나는 앞서 언급한 <구타교실>이고 또 하나는 <환상의 테란>. 후자의 경우는 스타 1.08 패치가 나오면서 일종의 현실화까지 되었다. 그런데, 프로게이머 중에 변 형태라는 선수가 등장할 줄이야! (똥행패의 본명)

2) 교실이 닷컴으로 바뀐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그 당시가 한창 닷컴 기업 vs 굴뚝 기업 운운하면서 개나 소나 닷컴 붙이는 게 유행이던 시절이어서... 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0/12/03 08:52 2010/12/0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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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교통수단은 가벼워야 적은 힘을 들이고도 움직일 수 있고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하는 방식 자체가 매질과의 마찰에 의존한다는 특성상, 교통수단이 너무 가볍기만 하면 엔진의 힘이 매질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바퀴가 헛돈다거나(skid), 브레이크를 걸어도 바퀴는 멈췄는데 차체는 표면을 미끄러져 나아가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가볍고 마찰이 작은 게 진짜 유리하게만 작용하려면 비행기처럼 떠서 공기를 뒤로 밀어내서 달리는 교통수단의 경지에 다다라야 할 것이다. 자기 부상 열차는 레일 위에서 그런 장점을 얻으려는 교통수단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월 폭설 때 제아무리 호화 고급 외제차라도 구동축이 가벼운 FR 차는 빙판에서 나아가질 못하고 그대로 뻗었다.
그렇잖아도 마찰이 작은 철도의 경우, 그 고성능 새마을호 전후동력 동차가 중앙선 같은 곳에 투입되지 못하고 그 힘 좋은 8200호대 전기 기관차가 산악에서 애로사항을 겪은 것은 역설적으로 동력부가 기존 디젤 기관차보다 무척 가벼워서였다.
철도 차량은 그 자체가 자동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질량을 자랑하며 자동차 정도하고는 건널목에서 충돌해 봤자 자동차만 개발살이 나고 자기는 아무 탈도 없을 정도로 무겁다. 열차 안에 안전 벨트가 괜히 없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마찰이 워낙 작아서 바퀴가 헛돌 수가 있는 것이다.

기차는 차체가 워낙 무겁고 안정적이며, 자동차와는 달리 타이어 펑크 걱정이 없다. 승객 체중이 한쪽에 막 실린다고 해서 전복· 탈선된다거나 하는 일도 없다. 완전 천하무적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걱정이 다른 교통수단보다는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비행기는 심지어 이륙 허용 무게와 착륙 허용 무게가 다 정해져 있다.
비행기의 착륙은 랜딩기어와 활주로에 굉장히 큰 열과 충격을 끼치기 때문에, 둘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착륙 가능한 무게는 이륙 가능한 무게보다 더욱 가볍게 설정된다. 비행하면서 연료를 그만큼 써서 비행기를 가볍게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행기는 한번 떠 버린 후에는 내려가기가 더욱 어렵다. 비상 상황이 발생해서 목적지까지 못 가고 회항하더라도, 목적지에 간 것처럼 연료는 다 써 버려야 착륙이 가능하다. 선회 비행을 하면서 시간을 끌든지, 아니면 공중에다 아까운 연료를 버려야 한다(fuel dumping). "기름 섭취는 비행기를 무겁게 할 뿐."
연료는 유체여서 저장 장소의 제약은 덜 받다 보니, 보통 날개 안에다 보관하는 편이다. 전투기들도 그렇고 과거 콩코드 여객기도 그렇고.. 그 대신 날개에 불이 붙으면.. "망했어요.";;;

비행기는 전체 중량뿐만이 아니라 무게 배분도 중요하다.
본인은 2008년에 미국에 가서 그랜드 캐니언 경비행기 관광을 했다. 소형 터보프롭 비행기였는데, 한 줄에 좌석이 3개가 있었다. 주최 측에서는 비행기 탑승 전에 관광객들의 체중을 일일이 측정했다. 어지간한 여성의 두 배에 가깝게 무거운 본인은 역시 예상했던 대로 중앙에 자리가 배정됐고, 내 양 옆으로 젊은 아가씨가 한 명씩 앉았다. 여자에게 둘러싸여서 기분이 좋았기보다는... 중앙이다 보니 경치 감상하고 사진 찍기가 힘들었다. ㅋ

경비행기뿐만이 아니라 747 급의 점보 여객기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비행기는 비록 일일이 승객의 체중을 저렇게 재지는 않더라도, 수하물이라든가 승객의 어지간한 덩치를 감안해서 무게가 균형 있게 배분되도록 좌석이 발권된다.

그래서 원칙대로라면 팔리지 않은 좌석이라도 승객이 마음대로 자리를 바꿔 앉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항공사마다 기준이 다를 수는 있으나, 개당 한 35~40kg을 넘는 수하물은 추가 요금을 아무리 주더라도 보통은 받아 주지 않는다. 그건 비행기보다는, 수하물이 쿵쿵 떨어지기도 하는 컨베이어 시스템의 안전과, 짐을 수작업으로 수송하는 직원들의 허리 건강-_-을 생각해서이다. ^^;;;

비행기는 높이 날아야 공기 저항이 적으니까 좋긴 한데, 비행기가 나는 방식 자체가 공기를 압축시켜 뒤로 뿜는 것이고, 또 연료를 태우기 위해서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기가 아주 없는 곳에서는 날 수 없다는 역설도 또 지니고 있다. 두 변수의 교점이 성층권 정도 되는 지점인가 보다.

끝으로 배는 어떨까?
배는 부력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무거워지면 침몰 위험이 커지지만, 너무 가벼워도 문제이다.
물에 적당히 잠겨 있지 못하고 위로 지나치게 떠 있으면, 무게중심이 불안정해져서 전복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스크루가 돌아가는 물속이 너무 얕거나(수압 불충분) 심지어 수면 위로 스크루의 일부가 드러날 정도가 되면, 동력 효율이 크게 떨어져 배가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화물선의 경우, 짐이 없이 텅 빈 채로 다닐 때는 바닷물이라도 일부 좀 먹여서 배를 적당히 무겁게 유지되게 하는 물탱크 설비가 있다. 잠수함에만 이런 설비가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진짜 짐을 잔뜩 실을 때가 되면 바닷물을 당연히 방출한다.

그런데 이것이 해양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지적이 있다.
왜냐 하면, 빈 화물선은 출발지에서 출발지의 바닷물을 실은 후, 짐을 싣는 도착지에서 출발지의 바닷물을 버리기 때문이다. 그 바닷물엔 소금물뿐만이 아니라 플랑크톤, 작은 미생물 등등 잡다한 것까지 흡입되고 그게 도착지의 바다에 대량 방출된다. 1, 2톤 방출하는 것도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이런 식으로 무역선들이 뒤섞어 놓는 바닷물의 양이 가히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흠좀;;

인간이 지구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직접적으로 들고 다니는 화물뿐만이 아니라, 저런 것도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모양이다. 마치, 원자력 발전소에서 냉각수로 쓰이고 방출되는 더운물이.. 화학적으로 오염된 물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온도만으로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듯이 말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로의 냉각을 위해 가히 억소리 나는 양의 찬물을 필요로 하며,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바닷가에 건설된다. 방사능 폐기물만이 side effect는 아닌 셈.)

* 11월 3일, 학생의 날이라고 배운 이 날이 학생 독립 기념일이라고 이름이 바뀌어 있다.
그러고 보니 광주 학생 운동의 발단이 된 곳--한국 학생과 일본 학생이 싸움이 붙은 곳--이 열차 안이다. 지금은 경전선의 일부 구간이 된 그곳이다.
이제는 더 말이 필요 없다. 역사를 보는 1순위 분야가 철도이다. 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0/11/03 08:57 2010/11/0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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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 2차 세계대전 연합국의 반대편에 서서 끝까지 막장테크를 가며 저항하던 일본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뉴클리어'를 두 방 맞고서 무조건 항복했다. 이로써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당시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의 식민지 점령 하에 있던 민족들이 모두 주권을 되찾았다.
한국은 잘 알다시피 이 날을 광복절이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이 날을 종전 기념일이라고 부른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갑작스러운 항복 때문에 광복군이 참전 못 했고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2차 세계 대전 전승국이 되지 못한 것을 애석해한다.
오히려 교활한 소련이 일본과의 불가침 조약을 어기고 다 이겨 놓은 싸움에 기회를 잘 보고 참전함으로써 전승국이 되었으며, 이것이 우리나라의 미래에도 치명타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김 구 존경하는 진영에서 이 사실을 더욱 애석해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 말도 일리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제의 갑작스러운 패망은 국어학의 관점에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큰 행운도 안겨다 주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첫째, 조선어 학회 사건으로 투옥되어 있던 외솔 최 현배 박사는 1945년 8월 18일에 총살 예정이었다. 주 시경의 제자이며, 연세 대학교(전신인 연희 전문학교 포함)의 교수를 역임하고 해방 후 미군정 때 당장 국어 교과서를 만든 한글학자 말이다.
그분도 나중에야 그 사실을 들었다고 한다. 광복이 딱 사흘만 더 늦어졌다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세가 불리해지고 이판사판 눈이 뒤집혀 있던 일본은 그 당시 9월이라든가 아니 8월 17일에만 해도, 신사 참배 거부나 조선어 학회 사건 등으로 투옥돼 있던 수많은 애국자, 지식인, 독립 운동가, 크리스천 내지 본토 거주 조선인들에 대해 홀로코스트 수준의 학살을 계획하고 있었다.

관동 대지진 때처럼, 아니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어차피 내가 못 먹을 떡이면 남도 못 먹게 다 작살을 내 버리고 가자는 간악한 심보였다. 그게 실현됐다면 진짜 우리나라의 운명은 어찌 됐을까? 그 사이에 광복군이 참전해 봤자 국제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겠나 하는 의문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한글이면 한글, 교회사면 교회사, 그리고 김 삼웅 지은 <일제는 조선을 얼마나 망쳤는가> 같은 여러 분야 문헌을 봐도 동일한 결론이다.

둘째, 조선어 학회 사건 당시에 빼앗겼던 <큰사전>의 작업 원고도 일제가 허겁지겁 도망간 덕분에 서울 역 창고에서 되찾았다. 이때 조선어 학회의 사전 편찬 위원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가 보기엔, 일제의 통치가 장기화됐다면 이 원고는 영원히 못 찾았을 수도 있다. 일제가 불태워 버리든, 아니면 본토로 가져가 버리든 무슨 짓을 해도 했을 것이다. 민족 말살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작업물을 일제가 그냥 뒀을 리가 있나?

우리나라 정부는 1962년, 최 현배 박사에게 건국 훈장 독립장을 수여했으며(아직 살아 계실 때), 국가보훈처는 이번 2010년 10월, 이 달의 독립 운동가로 이분을 선정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 한국어는 나름대로 사용 인구 세계 1x위를 당당히 차지하는 언어이며, 외국에서도 학습자를 찾을 수 있다. 이제 최소한 국력이 약해서 정치상의 이유로 말살당할 수는 없는 탄탄한 지위를 획득했다는 뜻이다. 공대의 특성상 온통 영어 일색이던 학부 시절과는 달리, 이 대학원에서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면서 한국어 교사를 꿈꾸는 중국인, 일본인 유학생들을 본인은 심심찮게 본다.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계속 잘 살아 주고 대외 이미지가 좋아야 한국어로 먹고 살려는 사람들도 어깨 펴고 살 텐데 말이다.
그러나 요즘 현실은 자국인들부터가 못 살겠다고, 먹고 살기 힘들다고 결혼 기피하고 애 안 낳는다. -_-;; 캐안습.

Posted by 사무엘

2010/10/09 08:03 2010/10/0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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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의 일이다. 어머니께서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오셨다가 다시 경주로 돌아가셨다. 우리 부모님은 서울을 왕래할 때 동서울 직행 시외버스의 애용자이다. 우등 수준의 좌석이면서 운임은 우등 고속버스보다 싸고(일반고속보다 약간 비싼 수준), 중부내륙 고속도로까지 개통하니 더욱 빨리도 가고, 가격 대 성능이 여러 모로 아주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일요일 낮에 연락을 해 보니 어머니 왈, 경주로 가는 버스가 모조리 좌석 매진인 바람에 지금으로부터 무려 3시간 가까이 뒤에 있는 저녁 6시 차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신다고 했다.

-- 잘 알다시피 시외버스는 예매 체계가 개떡 같다.

-- 경주와 서울을 왕래하는 버스는 고속버스(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와 시외버스(동서울 터미널)로 이원화해 있다. 둘 다 공히 배차간격이 40분인데 고속버스는 40n분마다 출발하고, 시외버스는 거의 40n+20분꼴로 출발함으로써 경주-서울 버스의 실질적인 배차간격을 둘의 조화평균인 20분으로 좁혀 주고 있다. 현재 어머니께서 계신 곳은 물론 동서울 터미널.

-- 그런데 시외버스의 경우, 실질적인 운행 계통은 동서울-경주-"포항"이다. 그리고 본인이 알기로 이 노선은 경주 승객보다 포항 승객이 훨씬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경주 사람은 시외버스를 이용하기가 고속버스보다 상대적으로 더 힘들며, 주말에 예매를 안 하면, 지금 어머니와 같은 그런 사태가 발생하기가 쉽다.

그래서 본인은 즉각 이렇게 조언을 했다.
그 차를 기다리지 말고, 경주보다 차가 훨씬 더 자주 있는 대구로 일단 간 뒤 거기서 경주 가는 차를 갈아타라고 말이다. 이건 버스든 철도이든 철칙이다. 서울에서 경주 가는 차가 없으면 일단 대구로 가면 된다.

다행히 대구 행 버스는 30분이 채 안 되어 출발하는 다음 차가 있었고, 어머니는 본인의 말대로 해서 6시 차를 기다렸을 때보다 2시간에 가깝게 훨씬 더 일찍 귀가하실 수 있었다. 어머니도 그런 방법이 있을 줄은 미처 생각을 안 했다며 좋아하셨다.

다만, 동서울 터미널에서 대구로 가는 건 시외가 아니라 고속버스 노선만 있는 모양이다. 강남 터미널에는 오로지 고속버스만 있지만, 시외버스 위주인 동서울 터미널에는 대구나 대전 같은 주요 도시로 가는 고속버스 노선도 일부 있다.
그래서 우등의 경우 운임이 시외버스보다 비싸며, 대구에서 대전 포함 서울 방면으로 가는 모든 고속버스들은 서대구 터미널을 경유한다. 뻑뻑한 대구 시내를 동서로 횡단하기 때문에 이 구간을 고속도로로 쌩~ 통과할 때보다 시간 손실이 더 크다는 단점도 있다.

뭐 그래도 서울에서 발이 묶인 채 3시간씩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지 않은가?

열차를 탈 때엔 더 기발한 팁이 있다.
주말에 대전-서울 직행의 좌석이 매진이면, 동일한 열차에 대해서 대전-천안, 천안-대전 이런 식으로 좌석을 분할해서 요청하면 어지간해서는 다 자리가 있다. 중간에 열차 안에서 자리를 옮기기만 하면 된다. 본인은 이 기법을 수 년 동안 여러 번 활용해 왔다. 다만, 대전-천안, 수원-서울 이런 식으로 구입하는 건 불법 무임승차가 되므로 주의하자.

다음은 관련 추가 잡설들.

1. 지금 서울 반포동에 있는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지하철 고속터미널 역 일대)은 과거에 정부에서 강남을 주거 및 부도심 지역으로 집중 개발할 때 의도적으로 지금의 위치에 건설되었다. 그때는 한강 이남이 이북보다야 북한에서 더 멀리 있으니, 심지어 안보상의 이유까지 고려되었다고 한다.
한편, 1980년대 말에 지어진 동서울 터미널은 중부 고속도로의 육성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경부 고속도로의 혼잡 완화도 의도한 것이다.
이 두 곳 말고 상봉이나 남부 같은 다른 터미널은 이용할 일이 지금까지 없었으니 본인에게 정보가 전무하다.

2. 경주에서는 서울 행뿐만이 아니라 대구 행 노선도 고속버스와 시외버스가 경쟁 관계이다.
고속버스(동대구 고속버스 터미널)와 시외버스(동부 정류장.. 뭐 동대구 시외버스 터미널 뻘 된다)로 이원화한 구도이며, 배차간격도 30분대로 비슷하고 운임도 아마 같지 싶다. 고속버스의 경우 일반과 우등이 거의 반반씩 투입되지만, 단거리이고 시외버스와 경쟁하는 노선인 관계로 우등도 일반과 동일한 운임을 징수한다.
본인은 어렸을 때는 동부 정류장을 애용했지만, 나중에는 동대구 역과 연계가 잘 되어 있는 고속버스 매니아로 바뀌었다. 두 터미널은 1.n 킬로미터 남짓 떨어져 있어서 그리 멀지는 않지만, 걸어서 가기는 좀 부담스러운 거리이다.
참고로 경주의 시외버스 터미널과 고속버스 터미널은 비록 단일 통합 건물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이웃집 사이이고 매우 가깝다.

3. 경주와는 달리 포항에는 대구로 가는 고속버스 노선이 없다. 경주를 거쳐 대구로 가는 시외버스만이 존재한다.

4. 대구는 대중교통 인프라에 관한 한 굉장히 특이한 도시라고 예전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동대구 역이 대구 역보다 더 큰 것부터 시작해 고속버스 주제에 중간 정류장인 서대구 터미널이 있는 것도 특이한데, 정작 종점인 동대구에는 통합 고속버스 터미널 건물이 없어서 회사별로 고속버스 터미널들의 전산 코드마저 다른.... 정말 괴팍한 도시이다. (대구-동양, 대구-한진, 대구-중앙 등~~ 이게 뭐냐구!!)
그런 대구가 동대구 역 근처에다가 고속버스 터미널과 동부 정류장(시외버스)까지 통합한 종합 교통 허브를 만들겠다는데 과연 잘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5. 하긴, 밤에 서울에서 경주로 가는 열차 중에는 그 유명한 청량리 밤차도 있고, 또 서울 역에서도 밤 10시~11시대에 출발하여 부전으로 가는 무궁화호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이게 2010년부터는 부전이 아니라 부산으로.. 즉, 경부선 풀코스로 바뀌었다. 동대구 역에 새벽 2시 43분에 도착하고 부산으로 가는데, 동대구를 새벽 3시에 출발하여 부전으로 가는 소형 RDC 무궁화호가 추가로 생겼다. 즉, 서울에서 경주를 가려면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용답-신설동 지선을 타듯이.
대구선과 동해남부선 일대의 수요 부족 때문에, 아쉽지만 이렇게 바뀐 것 같다.

6. 한 2002~03년쯤엔 어머니께서 서울에 아주 급한 볼일이 생겼을 때 나름 울산 공항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고 가신 적도 있었다. 그때 KTX가 있었다면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 운임과,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이동 시간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대구 이남의 KTX 고속신선은 경주와 울산에 근접하게 만들어졌다지만 그래도 포항은 교통면에서 여전히 답이 없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03 18:26 2010/10/0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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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곡선(원뿔 곡선) 이야기

수학에서 함수라는 것은 y=f(x)와 같은 형태로, x에다가 임의의 수를 대입하면 그에 대응하는 y 값이 계산을 통해 딱 하나로 산출되어 나오는 관계를 말한다.

하지만 f(x, y)=0라고 함수를 정의할 수도 있다.
이 식을 만족하는 x, y가 곧 정의역과 치역임이 규정된다.
이런 형태의 함수를 수학 용어로는 음함수(implicit function)라고 일컫는다.
딱 명시적인 함수 형태는 아니지만 함수를 암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뜻인데, ‘음’이라고 하면 negative가 먼저 떠올라서 한국어로는 뜻이 잘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음함수가 표현력이 더욱 풍부하다. 그도 그럴 것이 y=sqrt(1-x^2)라고만 하면 사분원반원 하나밖에 표현을 못 하지만, x^2+y^2=1이라고 하면 원 전체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컴퓨터 상으로 음함수를 처리하는 것도 더욱 까다롭다. x뿐만 아니라 x와 y를 2차원적으로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2차원만으로 모자라서 z축도 동원하여 3차원까지 가면 흠..;;;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런 음함수 중에서 x, y의 계수가 최대 2차까지 갈 수 있는 녀석을 배운다. 일반화하면 아래와 같은 꼴.

a*x^2+ b*x*y+ c*y^2+ d*x+ e*y+ f = 0

2차식인 a, b, c중 적어도 하나가 0이 아니라면 이 음함수는 아래의 형태 중 하나가 된다.

1. x, y가 실수 범위에서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빈 그래프. (x^2+y^2=-1 같은 경우)
2. 두 직선 (x^2-y^2=0 같은 경우. 또한, xy=0 이라고 하면 x축과 y축^^)
3. 타원 (x^2+y^2=1)
4. 쌍곡선 (x^2-y^2=1)

원이나 포물선은 굉장한 레어 케이스에서나 존재 가능하다.
또한, a, b, c 계수의 관계에 따라 곡선의 모양이 어떻게 될지 알려주는 판별식도 있다.

2차 곡선인 이들 원, 타원, 포물선, 그리고 쌍곡선은 모습도 인간 세계에서 수학적인 의미를 두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모래시계처럼 ▶◀ 형태로 놓인 원뿔의 단면을 잘랐을 때 나오는 곡선이라고 해서 원뿔곡선(conic section)이라고도 불린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짤방은.. 초점이 동일한 어느 타원과 쌍곡선의 모습을 자작 프로그램으로 그린 것. 나름 안티 앨리어싱까지 되어 보기에 더욱 아름답다. ㅋ

타원은 “한 초점에서의 거리 + 다른 초점에서의 거리”가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다. 두 초점에다가 실을 묶고 팽팽하게 연필을 그으면 비교적 쉽게 그릴 수 있다.
원은 두 초점의 위치가 일치하는 특수한 경우라 하겠다. 타원 모양으로 된 당구대 안에서 그 타원의 한 초점에서 공을 굴리면, 그 공은 다른 초점을 반드시 지나게 될 것이다.

쌍곡선은 “한 초점에서의 거리 - 다른 초점에서의 거리”의 절대값(=차이)이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다. 절대값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곡선이 둘 존재한다. 초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y=1/x 반비례 그래프가 알고 보니 이 쌍곡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포물선이야 중학교 시절에 제곱근과 2차식이라는 개념 자체를 처음으로 접할 때 배운다. 그런데 포물선은 단순한 2차식을 넘어서 “한 초점과 한 기준선이 주어졌을 때 초점에서의 거리와 준선까지의 수직 최단 거리가 일치하는 점들의 집합”으로 다른 관점에서 정의가 이루어진다. 사실, 타원과 쌍곡선도 한쪽 초점이 한없이 멀어지면 포물선 모양으로 수렴하게 된다.

포물선은 중력이 존재하는 지구상에서 물건을 던지기만 해도 매우 쉽게 볼 수 있다(단, 공기 저항이 없어야). 포물면은 반사하는 모든 빛을 초점으로 한데 모을 수 있다. 다만, 만들기가 구면보다는 어렵다.

2차 곡선은 이렇듯 세상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실용적이다. 거리와의 제곱에 비례해서 감소하는 만유인력과도 관계가 있다. 제곱의 의미는 2차원, 즉 면적이다.
인공위성은 흔히 지구를 향해 한없이 추락하는 물체라고들 한다. 공중에서 충분한 추진력으로 위성을 가속하지 못하면 그 발사체는 지구로 떨어져 버린다. 그러나 속력이 어느 정도 빨라진 순간부터는 이제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원 궤도를 그리게 된다.

더 빨라지면 위태위태 타원 궤도를 그리게 되고, 어느 정도 도를 넘어서면 포물선, 그 이후부터는 쌍곡선 궤도를 그리면서 그 발사체는 지구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된다. 옛날에 이런 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장난감 삼아 짜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

그 반면에 음함수의 식이 3차까지 가면, 모양만 변태적으로 복잡하지 쓸모가 없다. 변수의 값이 어떻냐에 따라서 쌍곡선 같은 그런 곡선이 3쌍둥이가 생기기도 하고, -⌒- 이런 모양이나 아니면, 그런 모양에 U자 모양 곡선이 합쳐진 놈 등... 자연에서 볼 일도 없고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음함수를 처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언급했는데, 실제로 그렇다.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윤곽선 폰트를 래스터라이즈하는 일과 비슷한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식하게 x*y개의 함수값을 일일이 다 구해 보지 않고도 함수값을 구성하는 영역만 매끄러운 경계선을 추출하고 거기에다 안티 앨리어싱까지 하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래아한글이나 포스트스크립트 같은 다른 폰트 시스템은 잘 모르겠지만, 윈도우 운영체제가 사용하는 트루타입 폰트 래스터라이저는 매 도트에 대해서 윤곽선 안에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해서 글자를 찍어 낸다. 그래서 힌팅 정보가 없으면 작은 글씨에서 가는 획이 아예 화면에서 사라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본인은 옛날에 너무나 깔끔하게 잘 출력되는 영문 폰트들을 보고서 트루타입 폰트 래스터라이저가 굉장히 똑똑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 아주 정교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힌팅 정보 덕분이었다. 힌팅은 획의 굵기를 일관성 있게 보정할 뿐만 아니라 윤곽점을 래스터라이저가 글립 존재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위치로 강제로 옮겨서 획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한다.
흠, 글 주제가 수학에서 폰트 얘기로 급반전.. 어쨌든 음함수의 렌더링도 그만치 쉬운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10/10/01 20:23 2010/10/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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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용산구: 서울 시청, 청계천, 명동, 서울 역, 남산과 남산 타워가 떠오르는 곳으로, 가히 서울의 심장부라 할 수 있다. 종로구까지 포함해서 서울 도심은 지하철 1~5호선이 한데 거미줄처럼 만나고 얽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종로구: 역시 역사가 가장 길고 가장 서울스러운 곳이다. 국도 6호선의 일부인 종로 n가, 경복궁, 청와대, 정부 종합 청사, 각종 국가 대사관 등. 그렇지만 평창동, 부암동 등 북쪽으로 도저히 서울 같아 보이지 않은 산기슭 외곽 지대도 행정 구역상으로는 종로구이다. ^^

※ 1 (의정부, 양주, 포천)

노원구, 도봉구: 서울 북부의 베드타운이라는 것밖에 기억이.. -_-

강북구, 성북구: 역시 집이 여기 있는 사람이 아니면 정보 없음. ㄲㄲ 성북구에는 상당한 부촌도 있다고 하던데.

※ 2 (구리, 남양주)

동대문구: 서울 도심과 가깝고 천호대로와 청량리 역 등 교통도 꽤 괜찮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은근히 후져 있고 딱히 명소가 생각나지 않는다. 뭐 이제 전농 지구 같은 곳은 재개발이 된다고 하니까 기대해 본다.

광진구: 한강 근처인 남쪽의 건대입구-강변 구간 말고는 그렇게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곳. 그나마 지하철 7호선 덕분에 교통이 편리해졌다. 워커힐과 구리로 가는 길이 여기에 있다.

중랑구: 광진구보다도 더욱 존재감 없다. 여기도 서울 인증? 강변북로, 지하철 7호선과 6호선, 그리고 중앙선이 이곳을 통과한다.

성동구: 한양대 말고는 별로 기억나는 게 없다.

※ 3 (하남, 광주)

송파구: 서울 올림픽과 관련하여 매우 유명한 곳이고 몽촌 토성과 올림픽 공원도 있는 곳이다. 잠실 역은 이제는 롯데 역으로 불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강동구: 지하철 5호선이 개통하기 전엔 과연 서울이라 불릴 수 있는 곳이었을까 싶다.

※ 4 (성남, 용인)

서초구: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서울에서 존재를 가장 먼저 인식한 곳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의 영원한 친-_-구인 EBS, 한국 교육 개발원(탐구생활 등)이 이곳에 입주해 있어서
둘째, 자동차로 서울로 입성하는 주 관문이 경부 고속도로이고 각종 나들목(양재 IC, 반포 IC 등)이 여기 일대에 있으므로

강남구: 197, 80년대에 서울시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 덕분에 이곳은 사대문 안 서울 도심을 능가하는 금싸라기 부도심 땅으로 변모했다. 한밭에 불과하던 대전이 경부선 철도 덕분에 팔자 폈다면, 서울 강남을 발전시킨 건 단연 지하철 2호선일 것이다.
강남구는 지하철 2, 3, 7, 9호선에 분당선까지 가로/세로 바둑판 형태로 지나며, 역 수가 이미 20개가 넘는다. 테헤란 밸리 같은 업무 지구도 있고 타워팰리스 같은 부촌도 있지만, 3호선 종점 근처의 외곽(일원, 수서 같은)은 그저 아파트만 잔뜩 있는 베드타운이기도 하며, 역세권에서 한참 벗어난 남쪽에는 심지어 그린벨트 마을도 있고 판자촌도 있다. 서울 강남구의 모습은 이처럼 다채롭다. 이 일대에는 대학이 없으며 철도를 이용하기도 난감하다.

※ 5 (안양, 과천, 의왕, 안산, 군포, 수원)

동작구: 국립 현충원, 중앙대, 숭실대.. 끗. 9호선 개통 덕을 좀 봤다. 그러고 보니 노량진도 동작구 소속인데 동작구 같지가 않고 영등포구인 것 같다. 노량진은 1호선이 철도를 담당하고 9호선이 고속버스 터미널과 공항을 양 옆으로 연결하는 덕분에 교통이 굉장히 편하다.

관악구: 서울대, 신림동 고시촌, 난곡동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 그렇게 잘 산다는 느낌은 안 드는 곳이다.

금천구: 인접 구들과는 죄다 산으로 가로막혀 있으니 과연 여기가 서울이 맞나 싶다. 경부선 철도와 비행기(김포 공항에 착륙 예정인)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좀 시끄러울 것 같다.

※ 6 (인천, 부천, 김포, 광명, 시흥)

영등포구: 여의도(메이저 방송국, 63빌딩, 순복음 교회)와, 철도 영등포 역 덕분에 인지도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구시가지여서 좀 도로가 좁고 오거리 육거리에 꼬질꼬질하다는 느낌도 든다.

구로구: 경인선으로 서울과 부천을 연결하는 경계에 있는 곳이다. 구로 역 말고는 그렇게 존재감 없음.

강서구: 김포 공항과 마곡 지구가 있는 곳. 지하철 5호선과 9호선(특히 염창동 일대)이 생명선이다.

양천구: 2호선 까치산 지선과, 부촌인 목동 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는 좁은 곳

※ 7 (파주, 고양)

마포구, 서대문구: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서강대 등 걸출한 2호선 라인 대학들이 입주해 있는 곳이다. 월드컵 경기장도 이 일대. 종로 쪽만큼이나 전통적인 서울 냄새가 난다.

은평구: 서울 서북부의 베드타운. 지하철 6호선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은평 뉴타운 떡밥은 어찌 되었는지?

눈치 챈 분도 있겠지만, 번호는 해당 권역에 대응하는 서울 시내버스의 번호를 의미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10 12:32 2010/09/1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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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지난 2006년 2월, <음란한 성경은 가라>라는 글을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성경 역본 이슈에 대해서 인터넷을 돌아다녀 찾아보고 지인과 메신저로 교제하다가, 불현듯 소재가 떠올라서 서너 시간 끄적여서 완성한 글이었는데...
이 글은 자랑이 아니고 진짜로, KJV 독립 침례 교회 목사님들로부터는 가히 '형제가 지금까지 쓴 글들 중 최고로 뛰어난 명문'이라는 격찬을 아낌없이 받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4년 반만에..
어느 안티 KJV 진영이 그 글을 정면으로 난도질한 꽤 강경한 반박문을 올린 걸 우연히 발견했다.
글 올라온 날짜도 비교적 최근이다.

http://truthnlove.tistory.com/entry/%EC%9D%8C%EB%9E%80%ED%95%9C-%EC%A7%84%EC%A7%9C-%EC%84%B1%EA%B2%BD-%EC%88%AD%EB%B0%B0  (음란한-진짜-성경-숭배)

글쓴이는 김 삼(김 풍도 아니고. -_-)이라는 분인데 처음 본다.
프로필을 보니, 딱 우리나라 정통 신학 코스를 밟은 후 장로교 목사 안수를 받았고 미국에 목회 중이다. 나이도 나보다야 많겠지만, 그래도 글투를 보면 그렇게 나이 지긋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신학 공부 전혀 안 하고 히브리어· 그리스어 나부랭이는 하나도 모르는 풋 사과의 글을 현직 목사가 친히 반박을 해 주다니 감개무량하다. 체급이 서로 게임이 안 되는 수준인데... ㅋㅋㅋㅋㅋㅋ
KJV를 반대하는 대다수 목사들의 사상과 가치관을 글로써 잘 대변해 주었다.

저 사람은 프로필에 신앙 고백이 아예 대놓고 아래와 같이 쓰여 있다. 쉽게 말해서 하나님의 말씀의 온전한 보존을 믿지 않는다. 그러니 <음란한 성경은 가라> 같은 글을 보고 있으면 도저히 배알이 뒤틀려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세상 정세나 이단 교리 판단한 다른 주제의 글은 그럭저럭 건전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성경관에 관한 한은 본인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믿음의 소유자이다.
 
  성경은 최초의 원문 그대로가 곧 성령님의 영감으로 기자들을 활용해 기록하신 절대 완전/정확/무오한 말씀이며..현재의 원문은 여러 사본들이 합해지고 조화되고 종합된 결과로 원본에 거의 가깝다고 믿습니다.
(일부 주장자들의 말과는 달리, 절대/완전하게 보존된 사본은 없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원본만이 오직 완전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사본을 모두 종합/조화시킨 현재의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모자란다"는 뜻은 아닙니다. 완전에 가깝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유한하고 불완전한 인간들의 해석과 번역 탓입니다.)

내가 KJV 숭배자라면 저런 사람은 아무리 봐도 원어 숭배자로밖에 안 보인다. 내가 KJV가 최종 권위인 것만큼이나 저 사람은 세속 학자들의 그리스어 히브리어 사전이 최종 권위이다.
저 사람들의 머릿속엔  "킹 제임스 성경 = 이 송오 & 럭크만 추종자 = 성경 역본의 맹신과 우상화" 밖에 없다. 본인은 이 송오 & 럭크만 추종자가 전혀 아닐 뿐더러, 예수쟁이가 신앙의 근간인 성경의 온전한 보존과 그 실체를 믿는다는데 어떻게 거기에 맹신, 우상화라는 딱지가 붙을 수 있단 말인가!
 
KJV와 외경 사이의 논란, 그리고 초창기 인쇄본의 철자법 얘기는(그리스도 예수안에 발행 흠정역의 부록에도 실려 있는 반박문)
이미 진실을 아는 사람들한텐 면역이 다 돼 있는 주제인데 언제까지 뻔한 레퍼토리를 상대해 줘야 하나 모르겠다.
 
반박문을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본질적인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생략하고 넘긴 KJV 출간 당시의 교회사라든가,
중요하게 다루지 않은 원어 해석 몇몇 개만 갖고 계속 끝도 없이 꼬투리 잡고 있다. 반박하는 게 다 저런 식이다. 그 사람이 추종하는 그리스어 사전대로라면(변개된 성경에 맞춰진) KJV는 당연히 오역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일말의 반카톨릭 성향은 있는지 외경 나쁜 줄은 알아서, KJV가 1611년 초창기에 외경이 같이(본문으로 포함되어 나온 게 전혀 아니었는데도) 들어갔다고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는 게 통탄스럽다.

저 사람은 KJV도 어차피 온갖 카톨릭스러운 컨벤션이 잔뜩 들어있다고 KJV를 폄하하는데, 뭐 그 말이 일부 맞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 문화권 교회의 컨벤션이 원래 그랬으니까...;; The translators to the readers 같은 서문을 읽어봐도 성 어거스틴이 어떻고, 무슨 교부가 어떻고 하는 천주교스러운 문체가 물씬 풍긴다 "카더라".
그러나 저런 사람은 천주교가 KJV의 출간을 결사적으로 막고 방해했으며, 첩자를 보내 gunpowder 사건 같은 걸 꾸며서 제임스 왕과 성경 번역자들을 암살하려 한 KJV의 안티 카톨릭 역사에 대해서는 절대 침묵하고 있다.

KJV에도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몇몇 바리에이션이 생겼고 인쇄 과정에서 오탈자가 있었으며 몇 차례 에디션이 나온 것 정도는 나도 다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 갖고 "KJV의 여러 에디션 중에 어느 게 당신의 최종 권위입니까?" 같은 불순한 말장난 정도에는 다 대비가 돼 있다. 같은 크리스천끼리 그런 찌질한 짓은 좀 그만 하는 게 어떨까 싶다.

글쓴이는 본인의 글의 본질적인 주제인, 현대 역본들의 음란한 표현에 대해서는 정작 한 마디도 반론이나 해명이 없다. 하다못해, NIV처럼 "거시기를 짤라 버린다는 게 맞는 표현이고" KJV의 "끊어지기를 원하노라"는 오역이라고 떳떳하게 지적한 것도 없다. 반박문을 시리즈로 쓸 기세이니 앞으로 다루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반박을 어떻게 할지는 본인 눈에도 훤히 보이고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한 마디로 말해 일일이 상대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영양가가 없다.

본인은 성경의 하나님을 믿는다면 지금 내 방식대로 믿고 아니면 아예 때려치우고 말지,
저 사람처럼은 못 믿겠다.
아직도 성경보다 원어 사전에 더 믿음이 간다면, 김 문수 형제님의 다음 글들을 한번쯤 묵상해 보기 바란다.
http://keepbible.com/bbs/board.html?board_table=free&write_id=3596 <원어 성경의 유혹>
http://keepbible.com/bbs/board.html?board_table=free&write_id=4474 <노새 이야기는 빼 놓고 왜 온천 타령을?> -- KJV와 non-KJV가 대표적으로 다르게 번역된 구절 중 하나이다.
http://keepbible.com/bbs/board.html?board_table=free&write_id=4230 <이삭이 리브가를 애무했다고?> -- 본인의 글 <음란한 성경은 가라>와 비슷한 주제이며, 본인 글을 언급도 하고 있음. ㅎㅎ

Posted by 사무엘

2010/09/01 08:35 2010/09/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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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영성 등급

A.
부모가 모두 한 교회를 안정되게 오래 다닌 타입. 아버지가 아예 목사이거나 어느 직분 하나는 맡고 있다. (단, 교회 일에 몰두하느라 가정 내팽개치는 타입이 절대 아님) 부모가 가정 예배를 꼬박꼬박 챙기고 자녀에게 기도하고 성경 읽는 모습을 늘 보여 준다. 요컨대 가정 전체가 한 교회에 안정되게 출석하고 있고, 가장이 식사 기도 같은 사소한 것까지 포함해서 가정의 영적 건강을 잘 책임지는 중이라면, 그 가정의 영성 등급은 A이다. 집에서도 출석 교회에서와 동일한 분위기로 가족과 함께 거리낌없이 찬송, 기도, 성경 읽기가 가능하고 부모에게서 신앙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나라에 A등급 가정은 정말 드물다.

그런데 이런 가정에서는 부모보다도, 저런 걸 당연하게 보면서 커 온 자녀들이 이 신앙이 값지고 귀한 줄 모르고 오히려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있다. 혹은 교회와 가정에서 부모가 보이는 모순-_-된 모습이라든가 교회 사람들의 위선 때문에 상처를 받고 자녀가 믿음을 잃기도 한다. A라는 환경 여건이 무조건적으로 자녀에게 좋게 작용만 하는 건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B.
개인적인 교회 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 가족 중 일부가 불신자이거나 혹은 교회 출석을 중단할 정도로 신앙이 식음. 어쨌든 가정에서 뭔가 영적인 결정을 내리려 할 때 딴지를 걸 사람이 가족 중에 존재
- 교리 차이 내지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부모가 서로 다른 교회에 다님
- 혹은, 부모가 한 교회에는 다니고 있지만 구원 받았는지도 모르는 단순 church goer이고, 평상시의 언행도 불신자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자녀에게 영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함

이런 정도라면 B등급이다. 이렇게만 돼도 부모의 믿음이 자녀에게로 그대로 전수되기는 굉장히 어려워진다. 자녀가 알아서 자기 신앙에 대해서 공부하고 각성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C.
가족 중에 구원받은 사람이 자녀 한둘밖에 없는 한편으로 나머지 가족 구성원은,
-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는 방관자이거나,
- "그래, 심성 수련을 위해 종교 하나 갖는 거 나쁘지는 않지. 다만, 너무 중독되고 빠지지는 마라."
- "예수쟁이 돼서 뭐 하냐?" (살짝 시니컬)
중의 한 반응이지만...
최소한 적극적으로 교회 가는 걸 막고 박해하지는 않는 경우이다.

아래의 D보다는 여건이 낫지만, 그래도 교회만 빠져나오면 맨날 집에서 불신자와(영적으로 아무 도움을 주지 않는) 부대껴야 하기 때문에 영적으로 지치기 쉽다. 가족 구원을 위한 기도가 절실해진다.

D.
가족 중에 구원받은 사람이 자녀 하나밖에 없고 그 자녀가 그것 때문에 가족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조롱과 박해를 받으며, 교회 출석 중단을 요구받고 있는 상태. 부모 몰래 교회를 가거나, 교회에서의 내 행적을 부모에게 떳떳하게 말도 꺼낼 수 없다. 이런 D급 가정에 소속된 구원받은 사람은 가정 여건 때문에 안정된 교회 출석이나 장시간 교제, 교회 직분 수행이 곤란하다.

나머지 가족은 무신론자 기독 안티일 수도 있고, 천주교나 불교나 심지어 이슬람 같은 타 종교 골수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KJV를 싫어하는 기성교회 소속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게 차라리 깔끔한 무교보다 더 무서운 경우도 있다.
A가 드문 것만큼이나 D만치 독한 가정도 흔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런 D급 가정에서 정말 독실하게 신앙 생활을 처절하게 열심히 하는 형제 자매도 있다. D급 가정을 혼자 힘으로 선한 간증을 남겨서 C를 거쳐 B나 A로 바꿔 놓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영적 전투에서 가히 최고의 승리를 거둔 사례라 하겠다.

참고로, 본인은 B급 가정 출신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28 13:44 2010/08/2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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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소리를 찾아서

오늘날 개인용 컴퓨터를 포함해 소리를 낼 수 있는 소형 개인용 전자 기기에서 두루 통용되는 사운드 단자는 ‘TRS 커넥터’라고 불린다. 제정된 지 꽤 오래 된(누가 처음 고안했는지?) 아날로그 오디오 커넥터 규격이지만, 지금까지도 아주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다.
TRS는 tip, ring, sleeve의 이니셜을 딴 것인데, 마치 끝이 펜촉처럼 생긴 독특한 커넥터의 생김새를 표현한 단어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TRS 커넥터도 크기별로 몇 가지 종류가 존재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건 3.5mm (1/8인치) 규격이다. 하지만 TRS 커넥터가 최초로 개발된 건 1/4인치짜리 크기였다고 한다. 본인이 어렸을 때 집에 있던 전축의 헤드폰 단자도 1/4인치 TRS 커넥터였던 것 같다.

PC99 규격에서는 컴퓨터에 꽂는 사운드의 단자의 용도가 색깔로 바로 분간이 되게 정해져서 한결 편리하다. 과거 카세트 테입 플레이어에서도 녹음 버튼은 언제나 빨간색이었기 때문에 빨간 단자가 마이크 입력 단자이다. 그 반면 이어폰을 꽂고 듣는 단자는 초록색이다.

입력 단자와 출력 단자를 양방향 잭으로 연결하면 한쪽에서 나는 소리를 컴퓨터로 녹음할 수 있고, 심지어 컴퓨터 자신에게서 나는 소리를 그대로 녹음할 수도 있다. 하지만 TRS 커넥터는 아날로그 방식인 관계로, 출력되는 파형을 순수한 원형 그대로 추출할 수는 없으며 컴퓨터 내부의 잡음이 섞이는 것까지도 감안해야 한다.
컴퓨터 자신에게서 나는 소리를 녹음하는 방법이 윈도우 XP 시절에는 무척 간단했는데, 비스타 이후부터는 그 분야의 드라이버 계층이 크게 바뀌면서 절차가 다소 번거로워진 걸로 기억한다.

음반 매체는 카세트 테입, LP, CD 등 다양하게 바뀌어 왔지만 그 소리를 전달하는 단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어떤 발전이 있어 왔으며 TRS보다 더 나은 표준이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모니터가 영상 신호를 받는 방식도 과거의 아날로그 D-sub 방식에서 디지털인 DVI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소리 쪽도 정말 극악에 가까운 결벽증 매니아인 사람이 있다. 고음역과 저음역까지 귀가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겨우 128Kbps짜리 mp3는 너무 저질이어서 못 듣는다. 대역폭이 최소한 300Kbps가 넘어야 하거나, 아예 무손실 압축으로 듣는다.

좋은 소리가 나려면 좋은 음원과 좋은 단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은 출력기가 한데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스피커/이어폰은 흔한 필수품인 만큼 조악한 싸구려는 정말 싸지만, 품질 좋은 명품은 무슨 악기 이상으로 가히 살인적으로 ‘억 소리’ 나게 비싸다. 이런 걸 기를 쓰고 구하려고 하는 매니아가 있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에 나오는 싸이코패스 악당처럼 말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품질이 열악한 테입도 거부하고, 비록 깨끗하지만 양자화와 디지털화를 거쳐 버린 CD도 거부하며, 진짜 아날로그 소리가 원형 그대로 담겨 있는 레코드나 축음기를 구하려 애쓰는 사람도 있다. 귀가 얼마나 예민해야 그런 소리의 차이까지 분별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초음파까지 들리고 들어 봤자 인생만 피곤해지는 소리까지 다 들려서 고민인 경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소리의 세계는 참으로 심오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25 09:13 2010/08/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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