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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막장 성경 만화

김 성모 + 개그 만화 일화 + 이 말년 스타일의 성경 만화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1. 사울이 그 창을 던졌으니 이는 그가 말하기를, 내가 창으로 다윗을 쳐서 벽에 박으리라, 하였기 때문이더라. 다윗이 그의 앞에서 두 번 피하였더라. (삼상 18:11)

2. 온 도시가 격동하고 백성이 다 같이 달려들어 바울을 붙잡아 성전 밖으로 끌어내매 문들이 곧 닫히더라. (행 21:30)

전자는 사울 왕이 다윗을 너무 시샘하여 죽이려 하는 장면이며,
후자는 바울이 광분한 동족 유대인들에게 붙들려 가 구타당하는 장면이다.
이때 이런 대사가 하나 들어가면 정말 빵터지지 않을까?

“마침 시간도 인간이 가장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잔인해질 수 있는 저녁 8시. 누굴 끝장내도 정말 아무런 느낌이 없을 것 같아!”

그리고 보너스.

3. 그가 이 말하는 것까지 그들이 듣다가 소리를 높여 이르되, 이런 놈은 이 땅에서 없애 버리라. 그를 살려 두는 것은 마땅하지 아니하다, 하며 (행 22:22)

이건 "네놈을 살려 두긴 쌀이 아까워!" 로 받아쳐 주자. ㅋㅋㅋ

4. 날이 새매 유대인들 가운데 어떤 자들이 함께 단결하고 자신을 속박하여 저주 아래 두고 자기들이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아니하고 마시지도 아니하겠다고 말하더라.  (행 23:12)

이들은 웬지 이런 피켓을 들고서 농성을 할 것 같다.
“바울을 죽입시다 바울은 나의 원수”

5. 다윗이 이 말들을 마음속에 두고 가드 왕 아기스를 심히 두려워하여 그들 앞에서 자기 행동을 바꾸고 그들의 손 안에서 미친 체하며 바깥문의 문짝들에 휘갈겨 쓰고 침을 수염에 흘리매 (삼상 21:12-13)

이건 영락없이 개그 만화 일화에서 바쇼 씨가 독버섯 먹고 발작을 하는 장면이다. (3기 9화) ㅋㅋㅋㅋ 다음 14~15절은 아기스 왕 대신 후류 군으로 바꿔서 읽어보기 바란다.

6. 내가 그대를 높여 심히 큰 존귀에 이르게 하고 그대가 내게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행하리니 그러므로 원하건대 와서 나를 위해 이 백성을 저주하라, 하매 (민 22:17)

민수기 22~23장을 읽어보면, 장소 세팅하고서 발람이 웬지 축시의 참배를 거행하는 것 같다. “한겨울에도 귀마개 쓰고 축시”
마치 개그만화에서 스토리가 잘 풀리지 않고 자꾸 꼬이고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것처럼, 성경에서 발락이 발람에 저주를 요청하지만 저주가 잘 내려지지 않는 것도 똑같다. "죄송합니다. 기분상으로는 분명 저주하는 느낌이었습니다만." ㅋㅋ

7. 엘리사가 이르되, 그러면 가루를 가져오라, 하여 그것을 솥에 던지고 이르되, 퍼다가 사람들에게 주어 그들이 먹게 하라, 하매 솥에서 해를 일으키는 것이 없어지니라. (왕하 4:41)

독초가 들어간 국을 해독하는 방법으로는, “가루를 사용하며 그것을 솥에 던지고...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ㄲㄲㄲㄲ

8. 비록 무화과나무가 꽃을 피우지 못하고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올리브나무에 수고의 열매가 없고 밭이 먹을 것을 내지 아니하며 우리에서 양 떼가 끊어지고 외양간에 소 떼가 없을지라도 (합 3:17)

하박국의 유명한 찬송시는
“비록 코트 안에 마물이 살고 있고, 배구에 걸었던 청춘이 모두 맛이 갔으며 믿을 만한 동료들이 눈이 죽었다 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주를 기뻐하며 내 구원의 하나님을 기뻐하리로다” 정도로 패러디 가능하지 않을까? 성경 원전하고 대조해 보면 분위기가 묘하게 비슷함을 알 수 있다!

9. 또 이르되, 내게로 오라. 내가 네 살을 공중의 날짐승과 들짐승에게 주리라, 하니 (삼상 17:44)

골리앗이 다윗에게 한 이 공갈은 김 성모 식 언어로는 “뼈와 살을 분리해 주겠다” 정도로 번역 가능하겠다.

10. 왕이 이르되, 아히멜렉아, 네가 반드시 죽을 것이요, 너와 네 아버지의 온 집이 그러하리라, 하니라. (삼상 22:16)

사울 왕이 자기 멋대로 제사장들을 누명을 씌워 학살하는 장면인데... 앞부분 문맥을 읽어보면 영락없이 아래의 대사가 떠오르게 된다.
“좋다! 솔직하게 말했으니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될까요?”
“죽을 것이다!”

11. 나발이 다윗의 종들에게 응답하여 이르되, 다윗이 누구냐? 이새의 아들이 누구냐? 요즘 각각 자기 주인에게서 도망치는 종들이 많도다. (삼상 25:10)

뭥미, 듣보잡, 갑툭튀 같은 말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대사가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성경을 찾아보면 ‘이새의 아들’은 다윗을 굉장히 경멸조로 얕잡아 부르는 표현이다.

12. 평안히 가라 (Go in peace)

성경에 여러 번 나오는 표현인데, 본인은 김 성모 만화에서 “안녕히 가라”라고 막장 반말 자막이 떠 있는 동서울 톨게이트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ㅋㅋㅋㅋ

13. 왕이 내게 이르되, 네가 병들지 아니하였거늘 어찌하여 네 얼굴에 슬픈 기색이 있느냐? 이것은 분명히 마음의 슬픔이로다, 하므로 그때에 내가 매우 심히 두려워하며 (느 2:2)

문맥을 모르는 분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이렇다. 그때는 왕 앞에서 신하가 감히 인상 쓰고 있는 건 굉장한 결례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는데, 이방인 왕의 포도즙 시종장이던 느헤미야가 자기 동족과 관련된 슬픈 소식을 듣고서 슬픔에 잠겼고 그 감정을 왕이 간파를 한 것이다.
이 장면을 보면 딱 개그만화일화 대사가 생각나지 않는가?

"포도즙 마실까보냐! 뭣보다 왜 이렇게 유감스러운 표정의 시종장이냐! 이 포도즙 마시는 사람 얼굴이 기분 나뻐!"

14. 성경은 성경이 영감을 받아 기록되었다고 증언하지만, 개그 만화에서는 우사미가 영감을 받아 범인을 잡아낸다. "앗! 사도 바울이 펜을 든 순간, 그의 눈매가 예리해졌다. 이것은 곧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뜻이다!"

15. 내가 너와 여자 사이에 또 네 씨와 여자의 씨 사이에 적개심을 두리니 여자의 씨는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 (창 3:15)

발꿈치를 내어 주고 목을 딴다고라... 김 성모 만화 대사에서 자주 발견되는 패턴이다.
"가랑비는 맞는다.. 하지만, 폭풍은 내 것이야!"
"한 대 맞고 두 대 친다"
"내 옆구리를 주고 네 목을 가져가는 전략일 뿐이야!" / "내가 십자가에 달린 것은 부활할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하나님도 이런 전략을 구사하셨단 말인가. ㄲㄲㄲㄲ (그렇다고 해서 으윽~ '옆구리를 너무 깊이 찔렸어' 같은 건 없다. ㅜ.ㅜ)

16. 내가 너희에게도 전해 준 것은 [주]께 받은 것이니 곧 [주] 예수님께서 배반당하신 바로 그 밤에 빵을 집으사 ... (고전 11:23)

고린도전서 자체가 육신적으로 옥신각신 티격태격하는 고린도 교회에 대한 책망 내용이다. "우리 이런 일로 싸워서는 안 됩니다. 우리 주님께서 죽으시기 전날 하신 말씀을 생각해 보세요."
아주 경건하고 숙연한 분위기인데 예수님을 졸지에 저팔계로 만들고 말았다.. 그런데 어떡해, 분위기와 대사 패턴이 너무 잘 들어맞는데. 이거 고인드립인가? ㄲㄲㄲㄲ

이 외에도 ‘근성’, “세상이 대충 망한 뒤에”, “안 돼! / 돼!”, “리듬과 파워! 그리고 집중력!”(성경에도 은근히 배틀 씬 많다) 등, 여러 대사가 응용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가령, 아브넬의 부하와 요압의 부하들이 배틀 아레나를 하는 장면에서(삼하 2:14) "나의 40단 컴보는 자비심이 없지", "네놈의 공격 패턴 강약약", "풋 사과", "내 공격을 막는 데 애로사항이 꽃필 것이다!" 같은 대사가 나올 수 있으며,
요압이 자기 정적들을 교활하게 죽이는 장면에서는 "발차기의 모든 것을 보여 주마" 하면서 훼이크로 주먹질을 하는 장면이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

저런 만화를 잘 아는 사람들이 성경을 읽는 크리스천인 경우는 거-_-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성경을 이 정도로 아는 크리스천 중에서 저런 만화에 대해 아는 사람은 전혀에 가깝게 없을 것이다. 어? 그럼 난? ㅋㅋㅋㅋㅋ

* 참고로 성경이 말하는 지옥은 영원한 고통의 장소이지, 아버지와 함께 럭키짱 만화책이나 실컷 볼 수 있는 곳은 절대 아니다. ㅠ.ㅠ
한번 가면 영원히 나올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거기는 무슨 군대처럼
고참도 없고 말년 같은 개념도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13 12:20 2010/07/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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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성경을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66권 모두가 하나님의 영감 받은 무오류한 말씀이라고 믿는다.
(그 성경이라는 막연한 존재의 실질적인 구현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본인은 오늘날 실존하는 특정 역본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싸움 나기 엄청 좋으며 이 글의 주제는 그 분야가 아니므로 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특히 그 성경에 기록된 대로 절대자에 의한 세상의 창조를 믿는다.
오늘날 과학에서 말하는 진화론도 워낙 분야가 다양하며 소위 창조론자라는 사람들이 진화론이 뭔지 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서 무작정 무식하게 깐다는 식으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는 것, 본인 역시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인간이 무에서 우연히 창조되었으며, 내 조상의 100대, 200대.. 혹은 n대로 올라가면 유인원과 원숭이, 아메바로까지 거슬러올라간다고 진화론이 가르친다면 본인은 그런 학설은 누가 뭐래도 당연히 거부한다.

이 외에도 본인은,
창세기 1장에 기록된 6일 창조는 문자적인 24시간이었다고 믿는다. 식물이 셋째 날에 먼저 창조되고 나서 그 이튿날에 해와 달이 만들어진 마당에, 그 하루가 수억 년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하나님은 출 20:11 같은 곳에서 인간의 6일과 천지 창조 6일을 명백하게 동일선상에 놓으심으로써, 쓸데없이 원어라든가 영적 해석 나부랭이를 동원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놓았다.

다음으로 본인은 모든 인류의 조상은 아담이며, 인류의 역사는 그로부터 약 6천 년 남짓이라고 믿는다.
고대인은 미개인이 결코 아니었으며 불이라든가 바퀴 같은 건 거의 아담 시절부터 곧바로 만들거나 활용하기 시작했다. 농사도 바로 짓기 시작했다. 인간은 바보가 아니다. 정말 아니다.

여기까지는 창조 교리에 관한 한, 본인의 견해와 우리나라에서 '창조 과학회'라고 불리는 단체의 견해는 서로 정확하게 일치한다. 실제로 본인은 어렸을 때 창조 과학회에서 가르치는 여러 지식에 깊은 영향을 받았으며, 이를 통해 얻은 유익은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많다.

자 그럼, 이제 견해가 어긋나기 시작한 분야를 털어놓도록 하겠다.

본인은 인류의 역사만 6천 년이라고 믿지, 지구와 우주의 나이까지 덩달아 그렇게 짧다고 믿지 않는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성경과 과학이 일치하기 위해서 우주의 나이가 짧아야 할 필요는 없다' 주의.
사실, 성경엔 우주의 나이가 얼마인지 나와 있지 않으며 그건 인간이 알 수 없다. 그 이상은 순전히 과학의 영역이다.

창조 과학회는 '필트다운 인 구라설' 같은 걸 파헤치면서 생물학의 진화론자하고만 싸우면 됐던걸 자기 깜냥으로 지질학, 천문학 우주론 등마저 깡그리 부정하고 그야말로 과학계에서 자기네만의 영역을 개척해야 할 지경이 됐다. 그런데 종교적 신념을 떠나서 창조 과학회에서 내놓는 대안이라는 게 학문적으로 보기에 심하게 허접한가 보다. 그래서 사이비 과학 취급 받으면서 까이고 있다. 마치 과거에 말씀 보존 학회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성 교회들로부터 간증을 잃었듯이 말이다.

과거에는 빛의 속도가 더 빨랐다거나, 달에 쌓인 먼지 두께라거나, 지구 자기장의 반감기라든가... 지구/우주의 나이가 젊다고 내놓는 근거들은 다 과학적으로 반박되어 있다(고 한다). 창조 과학 진영에도 전문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천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사람이 어줍잖은 지식으로 우주론을 논하고 현대 생물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사람이 엔트로피 운운하면서 진화론 까는 모습이 세속 학계에서는 상당히 찌질한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는 듯.

심지어 크리스천들 중에서도 이런 추태 때문에 창조 과학회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며, 특히 연세 대학교 천문학과 이 영욱 교수의 경우(물론 크리스천) 강연과 글을 통해 창조 과학회 안티를 공공연히 자처하고 다니는 걸로 유명하다. 빅뱅(대폭발설)은 이제 의심하고 싶어도 의심할 수 없는 100% 절대무오 확실한 정설이 맞으며, 창조 과학회가 주장하는 성년 우주설이라든가 광속 가변설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오류라고 너무 단호하게 딱 잘라 말을 하는데, 본인은 과학 지식이 없으니 그에 대해 뭐라 코멘트 할 수가 없다.

2008년 가을엔 창조 과학회 주요 간부이던 양 승훈 교수가 "나도 다시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지구와 우주 나이는 많은 것 같아" 하고 커밍아웃을 한 후 창조 과학회를 탈퇴해서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렇게 우주의 나이가 많은 쪽으로 돌아선 사람들은 결국 어디로 가는가 하면, 필연적으로 창세기 1장의 문자적 해석을 포기하는 쪽으로 빠진다. 하나님의 언어와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같을 수가 있냐? 이 day라는 단어가 히브리어 원어로는 year가 될 수도 있고 두리뭉실 궁시렁궁시렁...;;; 나중엔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를 공격하는 쪽으로 간다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진실은 어디 있을까?

이 모순을 속 시원하게 해결하는 것이 바로 간극 이론(gap theory)이다.
창세기 1:1 (천지창조) - 2 (심판의 결과로 땅이 혼돈) 사이에 엄청나게 긴 시간이 흘렀고 그 후 3절 이후부터 6일 창조는 문자적인 24시간이요, 인류의 역사는 6천 년이라는 시나리오이다. 우주의 나이까지 6천 년으로 좁힐 필요도 없고, 무리하게 6일 창조를 늘어뜨릴 필요도 없다!

그런데 간극 이론은 기독교계 내부에서 굉장히 논란이 많은 주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게 무슨 아담 이전의 인간 조상이라든가 귀신론을 주장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오해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으며, 간극 이론은 성경과 과학을 바르게 풀이하는 열쇠이다.

간극 이론의 핵심은 창 1:2의 without form and void를 마치 렘 4:23처럼 매우 부정적인 심상(=심판의 결과)으로 본다는 것이다. 본인은 비행기 사고로 끔살 당한 희생자 시체 중에, 새까맣게 타고 특히 이목구비가 싹 없어진 민얼굴을 사진으로 본 적이 있다. 후덜덜;;; 그게 바로 without form and void인 얼굴이다. 정확하다.

반대로 간극을 믿지 않는 사람은 창 1:1-2를 창세기 1장 전체의 주제 문장으로 보고, 2절은 창조 중간 과정이나 준비 상태로 해석한다. 식사를 준비하기 전의 조용하고 깔끔한 부엌을 without form and void 상태라고 비유하는 글을 봤다. 심지어는 첫째 날이 "하늘과 땅도 창조하고" 빛도 창조한 날이라고 뭉뚱그리기도 하는 듯. 하지만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거 같다. C/C++ 언어에도 등장하는 void는 공허하고 뭔가 비정상적이거나 최소한 관념적으로 텅 빈 심상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간극 이론은 인간 이전의 온 우주가 물로 멸망한 적이 있다고 가르치며, 벧후 3:6을 노아의 홍수로 보지 않는다. 간극 이론은 물과 어둠이 언제 창조되었는지를 알려 주고, 천사라든가 사탄 마귀는 언제 창조되었고 언제 타락했는지에 대해서도 딱 떨어지게 답이 나온다. 6일 창조 중 둘째 날에만 왜 하나님께서 보기 좋았다는 말을 안 하셨는지가 정확하게 설명된다는 것도 아주 큰 매력이다! 본인은 이 논리를 깨달은 뒤부터 간극 이론 매니아가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젊은 우주 진영에서는 노아의 홍수만으로 지구의 모든 지질학적 격변을 다 설명해야 한다. 단적인 예로 그쪽의 주장대로라면 노아의 홍수 이전에는 지구상에 화석 연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니, 인류는 창조 후 약 1600년 동안 석탄과 석유가 없이 살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노아가 방주를 만들 때 사용한 역청(pitch)은 아스팔트 같은 석유 화합물이 아니라 송진이라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간극을 믿으면 굳이 그렇게 단정지을 필요가 없다. 우주와 지구의 나이가 길다는 증거는 아무 무리 없이 받아들이면 되고, 젊은 듯이 보이는 증거에 대해서는 6천여 년 전쯤에 한번 우주 물청소를 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해석하면 된다. 달이나 화성 같은 여타 행성에서 과거에 물이 흐른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뉴스 보도는 간극 주장자에게 아주 유리하게 작용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여러 논쟁거리가 있으나, 이 글에서 더 다루지는 않겠다. 젊은 우주를 믿는 분들은 본인과 같은 믿음에 대해서 "과학과 신앙의 절충"이라는 딱지를 붙이면서 버럭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건 절충이나 타협이 아니다. 제아무리 "선장은 배와 함께 가라앉는다"란 말이 있다고 한들, 선장도 충분히 구조될 수 있는 상황에서 선장이랍시고 굳이 똥고집 부리면서 침몰하는 배에 남아 개죽음 당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객관적으로 싸울 필요가 없는 분야에서까지 바이블 빌리버들이 세속 과학을 상대로 전투종족이 될 필요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간극만치 기독교의 여타 근간 교리(특히 마귀론!)와 예표에 잘 부합하고 현대 과학하고도 충돌 안 하는 멋진 교리는 찾을 수 없는데 왜 이렇게 간극이 오해 받고 이단시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간극 이론은 진화론과의 절충이 아니며, 아담 이외의 인류 조상을 주장하지 않고 문자적인 6일 창조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간극을 반대하더라도 제대로 알기나 하고서 반대했으면 좋겠고, 창조 과학회는 젊은 우주를 주장하더라도 좀더 업데이트된 최신 과학적 데이터로 밀어붙였으면 좋겠다.

평소에 성경을 믿지 않았거나 성경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라면 이 글을 어떻게 받아들이려나 모르겠다. 진화론자 욕하는 내용은 없으니 부담 없이 편하게 읽으셨길 바란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본인 같은 사람(교회 진영)도 있음을 밝히는 바이다. ^^;;

* 2011년 12월 5일 추가
요약하자면, 원창조· 재창조 문제는 without form and void를 아래 그림에서 왼쪽처럼 보느냐, 오른쪽처럼 보느냐 문제와 정확히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잘 알다시피 왼쪽은 짓다가 만 미완성 건물인 반면, 오른쪽은 완공되었다가 파괴된 건물의 잔해이다.
세상에, 이걸 떠올리고는 내 머리에 내가 감탄하고 말았음.. -_-;; 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0/07/09 09:08 2010/07/0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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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
테러리스트에 의해 납치된 여객기가 저공비행 후 세계 무역 센터 건물에 자폭 충돌하는...
미국 건국 이래 초유의 대형 테러 참사가 벌어졌을 때의 일이다.

여객기를 이용한 테러였음을 인지한 미국 정부는, 당시 미국 영공을 날고 있는 모든 여객기들로 하여금 지금으로부터 3시간 이내에 인근의 공항으로 비상 착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대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영공으로까지 확대되었으며, 이때 무려 5천여 대에 달하는 비행기들이 비행을 중단해야 했다고 한다.

이들은 긴급 명령을 받고서 인근 공항으로 허겁지겁 다 내려갔는데... 유독 태극 마크가 선명한 대한 항공 소속의 모 여객기만이 215명의 승객을 태운 채 명령을 씹고 나홀로 계속 날고 있었다. 흠좀무. 도쿄를 출발하여 앵커리지로 가던 보잉 747기였다.

이 때문에 테러를 당한 지역인 미국 동부뿐만 아니라 서부도 비상이 걸렸다. 중무장한 F-15 전투기 두 기가 즉시 출격했다. 초음속으로 날아가서 여객기를 따라잡고 바짝 붙었다. 미국 공군 사령관의 명령 한방이면 그 여객기는 테러리스트에게 장악 당한 걸로 간주되어 격추 당할 수도 있었고, 1983년의 피격 사건의 비극이 소련에 이어 미국에서 재연될 뻔했다.

이건 마치 무장 탈영병의 사살을 군대에서 허락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탈영 자체는 비록 무겁긴 해도 사살할 정도로 죽을죄는 아니다. 그러나 개인 무장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항하는 탈영병을 어쩔 수 없이 사살하는 것이다.

그런 것처럼 테러리스트에게 탈취 당한 비행기는 도심에서 추락하거나 사고를 치면 더욱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조기에 격추하는 것이다. 작년(2009) 성탄절 때 미국 여객기 테러를 시도했던 빈 라덴 배후의 테러리스트도, 다른 때가 아니라 비행기가 딱 미국 시가지 상공에 진입하고 착륙 직전 상태가 됐을 때 폭탄을 터뜨리려 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저런 사람이 버젓이 탑승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니, 911 때 당하고도 미국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보다. 뭐, 이제 관광 비자도 면제되고 좀 편해지나 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그 사람 덕분에 미국 가는 절차가 더욱 복잡하고 까다로워졌지만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그래도 다행히 비행기가 격추 당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먼젓번의 관제 지시는 씹었지만 그래도 전투기의 “위로, 아래로” 같은 명령에는 순응했기 때문이다. 대한 항공 여객기는 영문을 모른 채 전투기의 인도를 받으면서 캐나다의 어느 작은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보잉 747 같은 초대형 여객기를 취급하기엔 좀 버거운 규모. 이미 다른 수많은 여객기들이 착륙하고 난 뒤였기 때문에 이 여객기가 앉을 공항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이때는 이미 대한 항공 여객기가 납치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쫙 퍼진 상태였던지라, 앵커리지는 물론이고 캐나다 공항 인근 주민들이 죄다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여객기는 무사히 착륙했고, 이 비행기를 끝으로 북미 영공은 일시적으로나마 완전 폐쇄 상태가 되었다.

비록 상황은 평화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이 모든 소동과 오해의 원인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우리나라 조종사가 영어가 딸려서 비상 착륙 명령을 못 알아들었던 것이다!

평소에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교신이 아니라 처음 듣는 메시지가 긴급한 속도와 억양으로 흘러나오니 조종사는 어리둥절해했다. 게다가 메시지 도중에 hijack transponder 이런 단어가 나오니까 그걸 누르라는 소리인 줄 알고 ‘피랍’ 신고를 두 번이나 하는 센스. ㅠ.ㅠ

납치라는 단어가 뭔지도 모르고서 “납치됐니?” “납치됐어”라고 회신을 해 준 꼴이다. 그러니 미국으로서는 500% 테러리스트 피랍 인증으로 간주하고 전투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아찔한 순간이었겠는가?

국제선 항공업계는 영어 못 알아들으면 영락없이 고문관 신세가 되는 분야임을 입증하는 계기였다.
그 최강의 엘리트 집단이라는 비행기 조종사라고 해서 다 영어 잘 하는 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이 특히 그런 불명예스러운 면모로 인해 영어권 국가들로부터 주목 대상이며, -_-;; 영어 실력이 어느 수준 이상 안 되면 조종사 뽑지 말라고 압력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같은 나라가 아니라 영어와 언어 구조가 비슷한 나라들끼리도, 같은 영어 표현을 알아듣는 방식이 서로 달라서 더 위험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테네리페 참사는 딱 그것 때문에 발생한 사고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 사건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는 사이트를 링크하며 글을 맺는다.
http://iloverossi.egloos.com/tag/911/page/1

다음은 덧붙이는 아이템들.
1. 고속버스 회사들은 고속도로 통행료를 도로 공사에다 지불한다. 여객 열차를 운영하는 코레일은 선로 사용료를 철도 시설 공단에다 지불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톨게이트만 없을 뿐이지 국제선 항공사들은 영공 통과료를 해당 경유 국가에다 꼬박꼬박 낸다. 이것도 기름값이나 주기료만큼이나 은근히 무시 못 할 비용이다.
한 국가가 걷은 영공 통과료 수입은 아까와 같은 그런 관제 업무에 쓰인다. 우리나라는 최근 천안함 사태 때문에 북한과 사이가 제대로 틀어지고 항공기들의 북한 영공 보이콧 결정이 났을 때, 잠시 북한 영공 통과료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2. 국제선 비행기의 내부는 법적으로 도착 국가의 영토로 간주된다고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가 누구라도 자동으로 미국 시민이 될 수 있다면, 미국 행 비행기 안에서 태어난 아기도 미국 시민이 된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사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03 08:55 2010/07/0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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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의 모습이 남아 있는 방법은?

1. 초상화로만 (컬러^^)
2. 흑백 사진으로만 (19~20세기 초중반)
3. 흑백+컬러 사진 공존 (20세기 중반)
4. 컬러 사진으로만 (20세기 후반~)

역대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만 봐도 1, 2를 거쳐 4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19세기 중· 후반과 20세기 초· 중반을 살았던 우리나라의 이 승만 초대 대통령은 컴퓨터만 빼고 과학 기술의 급변화를 경험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엔 한학만 공부하다가 나중에 영어를 비롯한 신학문을 섭렵했고,
미국으로 유학 갈 때는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넜겠지만 커서는 비행기도 탔다.
조선 땅에서 말을 타 본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차도 몰아 봤다. 그는 정말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의 산 증인이었다.

이 승만의 사진은 흑백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컬러 사진도 있다니 놀랍다.
심지어 그 유명한 1948년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선포식 사진도 컬러 버전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컬러 사진 자체는 무려 구한말 시절 것부터 있긴 한데, 그 당시 컬러 사진은 비싸고 흔치 못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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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날의 대한민국 건국은 정말로 중국이나 소련이 아닌 미국을 끌어들인 이 승만의 공로가 가히 절대적이다.
뭐, 김 구 대통령으로 우리끼리 통일 조국 운운하는 떡밥이 있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우리끼리 그렇게도 쉽게 원하는 대로 나라 세우는 게 가능했다면, 애초에 우리끼리 살던 나라를 외세에 허무하게 뺏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요즘도 '노란 대통령'을 추모하는 리본을 걸어놓고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하는 게 유행인 것 같다. 그 사람에게도 공적과 과오가 공존하며, 그런 유형의 사람이 대통령을 함으로써 국민에게 나름 의미를 남긴 것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 사람보다야 훨씬 더 프로필이 우수하고 훨씬 더 대인배이고 훨씬 더 민족을 사랑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서 더 훌륭한 업적을 이뤄 놓은 초대 대통령이 나는 더 존경스럽고 그립다. 한글, 세벌식, 새마을호뿐만 아니라 이런 것도 내게 이 나라에 대한 일말의 자부심과 애착을 제공하는 근거이다.

대한민국 건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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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0/06/25 07:57 2010/06/2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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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호, 우주 기술 외

1. 나로 호, 좌절 말고 더욱 분발하길

우주 강국의 꿈은 참 멀고도 험한 것 같다.
2009년과 올해의 나로 호 발사는 국민의 염원을 저버리고 두 번 다 실패로 끝났다.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보다 전 2008년에는 드디어 우리나라도 러시아에 의존하여 우주인을 배출은 했으나, 순탄한 과정만으로 된 건 아니었다. (10년 전에는 나름 노벨 상 수상자도 배출했는데, 그마저도 어차피 과학 분야도 아니고 묘하게 존재감 없다.)

우리가 21세기에 와서야 힘겹게 겨우 따라 하고 있는 모든 과정을 미국과 러시아(구소련)는 무려 반세기에 가깝게 전에 먼저 개척했다니, 얼마나 엄청난 기술인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미국도 무려 여섯 번이나 달에 갔다 오는 데 성공하고 우주 개발 경쟁에서 구소련을 확실히 떡실신시킨 뒤부터는, 우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급속도로 식어 갔다. 월남전 때문에 미국 내부의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쓸데없는 데에 돈지랄 하지 말고 당장 민생이나 살피라"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2차 세계 대전 시절까지만 해도 가히 Show me the money 국가였던 미국조차 오죽했으면 아폴로 17호 이후 40년이 넘게 유인 우주선 달 탐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물론, 소련도 비록 유인 우주선만 못 보냈을 뿐이지, 달에 탐사선을 보내고 월석 캐서 돌아오는 것까지는 얼마든지 해냈다.)

성경에 따르면, 출애굽 시절에 무려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을 체험하고도, 백성들이 불평하고 모세를 원망하고 이집트 시절을 도로 그리워하게 되기까지 며칠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당장 좀 배고프고 목 마르고 불편하니까 말이다. 나중엔 매일 '만나'라는 음식을 하늘로부터 기적적으로 받아서 연명하면서도 하나님께 잘도 반역했다.
그런 것처럼, 사람이 달에 직접 갔다 오는 데 성공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도 그게 여러 번 되풀이되는 일상사가 되니까 국민들의 관심은 이내 현실적인 것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래 놓고는 세월이 흐르고 나니, 그때 달에 진짜 갔다 오긴 했는지 음모론이나 펴고 있는 게 인간의 간사한 심리이다.

이렇듯 진짜로 대단한 성공한 과업에 대해서도 조금만 마음에 안 들고 미흡한 게 있으면 대중의 반응이 저렇게 싸늘한데, 하물며 우리나라에서 쏴 올리는 발사체는 아직 실패만 거듭하고 있고, 기껏 배출했다는 우주인은 우주인인지 우주 관광객인지 모를 취급만 받고 있으니 국민들이 "300억짜리 폭죽, 국민 세금으로 우주 관광"(참고로 KTX 광명 역은 3천억짜리 간이역) 하면서 비아냥거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더구나 요즘 사람들은 우주 개발이 처음으로 진행되던 옛날만치 우주에 대한 동경심이 있지도 않으며(이미 우주에 대해서 어지간히 알 건 다 알게 됐으므로..), 오히려 이공계 기피 현상의 영향으로 과학자 자체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도 그때와 큰 차이이다. 일본인 최초의(그리고 아시아 최초라고 하는) 우주인이라는 모리 마모루도 1992년인가 그때 우주로 나가서 한 실험은 우리나라 이 소연 씨가 한 실험과 어차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귀환 후 국민적 이미지는 그 두 사람이 꽤 차이가 나는 것 같다. =_=;;;

이런 시국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밤낮 구분도 없이 가슴을 졸이며 나로 호 발사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부디 이번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다음에는 반드시 성공하기를 대한민국 국민 중 하나로서 기원한다.

2. 기술 보안 이야기 -- 우주인을 중심으로

앞 단락에서는 우주인 얘기와 우주 발사체 얘기를 별 구분 없이 뒤섞어서 전개해 왔는데,
지금부터는 우주인을 주제로 좀더 진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미국은 워낙 땅 넓고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이다 보니 비행기를 자가용으로 갖고 있는 항공 면허 소지자도 있고, 또 IT계의 억만장자 중엔 사비를 들여서 우주에 갔다 오기도 한 우주덕(우주 덕후)도 있다. MS 워드와 엑셀 개발의 초창기 주자인 전설의 프로그래머 찰스 시모니는 잘 알려진 우주 관광객이며, 게임계에서 모르면 간첩인 존 카맥(둠, 퀘이크 개발자)도 우주 개발 산업에 엄청 관심이 많다. 저 사람의 프로그래밍은 지구인의 실력이 아닌 게 분명하니, 이제 자기 별로 돌아가려고 우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농담도 나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우주인 후보를 소집해서 국비로 육성을 해 줬는데...
본인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선발된 우주인 2인 중 남자인 고 산 씨를 굉장히 부러워했다. 잘생기고, 외고 출신으로 서울대 수학과, 영어와 러시아어 같은 여러 외국어에 능통하고, 성격도 적극적이고 좋고, 운동도 잘 하고, 나이도 적당하고... 모든 면에서 부러운 엄친아이고 스펙 면에서 이보다 우주인에 적격인 사람이 국내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내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고 씨가 무슨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예비 우주인으로 강등되고, 실제로 우주에는 이 소연 씨가 갔다 오게 됐다. 이때 고 씨가 무슨 규정을 왜 위반했는지 아는가?

고 씨는 성격이 너무 적극적이었다. 러시아 사람들이 자신들을 단순 우주 관광객으로 취급하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내가 무슨 내 돈 들여서 떠나는 우주 관광객도 아니고 나름 국가 대표로, 국민 세금으로 우주에 가는 건데!
수업을 들을 때도 우주선의 원리에 대해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많이 하고, 조금이라도 더 새로운 정보를 얻어 오기 위해 러시아어도 독학으로 꾸준히 공부했다. 교관이 언짢아하면서,

"우리는 당신들이 우주에서 사고만 안 칠 정도로만 가르치면 임무 다 하는 겁니다. 너무 많은 걸 알면 다치는 수가 있으니 자꾸 꼬치꼬치 캐묻지 마시죠?"
이렇게 대꾸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랬는데 호기심을 참지 못한 고 씨는, 여차여차 하던 끝에 러시아가 극비 사항으로 관리하는 우주선 운영 교본을 대여해서 몰래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그게 보안 요원에게 적발되었다고 한다.
그건 그야말로 러시아인들이 구소련 시절에 피와 땀으로 터득한 노하우가 담긴 우주 개발 교본이었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주인의 생존 요령, 우주선을 띄우는 방법, 뭘 하는 방법... 이런 것들.

고 씨는 추후 인터뷰에서 "내가 조금만 참고 걔네들 지시에만 고분고분 따랐으면 우주에 갔다 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의 행동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과연 대인배이다.

우리나라 기술진이 미국에 나가서 처음으로 반도체 기술에 대해 배울 때도, 또 프랑스로 가서 고속철 기술에 대해 처음으로 배울 때도 이와 굉장히 비슷한 수모를 겪었다. 뭐 좀 슬쩍 들여다보기만 해도 규정 위반했다고 사람 퇴장시키고, 교육 일정을 제멋대로 펑크 내고 말이다. 삼성 반도체, 현대 자동차 이런 것들.. 정말로 피땀 흘려 맨바닥에서 이뤄 낸 우리나라 밥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록 그런 대기업들이 경영하는 짓거리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은 있더라도 말이다.

또 반대로 말하자면, 나라를 좀먹는 기술 유출 같은 사건 같은 것에 절대로 둔감하지 말아야 한다. 예전에야 남산 안기부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지만, 요즘 국가 정보원은 그런 산업 스파이들을 우리가 알게 모르게 굉장히 많이 잡아 냈으며, 지금까지도 세금값 하는 얼마 안 되는 국가 기관 중 하나로서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

그리고 군사 기밀.. 고 산 씨도 FM 좀 몰래 훔쳐보다가 저렇게 불이익을 당했는데, 육군 교전 요령 같은 군사 기밀이 담긴 FM을 대놓고 북으로 빼돌린 투스타 장군이라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아직도 간첩은 있고 잡히고 있다. 옛날처럼 안보를 빌미로 국민들 불안 조장하고 겁 줄 목적으로 보도를 대놓고 안 할 뿐이다.

지금이 그러한데 하물며 건국 초기에는 군대 내부에도 좌익이 드글드글했다. 북한이 침략했을 때 맞서 싸우기는커녕 적과 내통하고 그냥 항복해 버릴 간부들이 즐비했다. 오죽했으면 친일파 출신까지 적극 활용해서 사상 검증과 숙군 작업부터 해야 했을까? 그것부터라도 하고 나서 거의 곧바로 6 25가 터진 건 정말 다행이었다. 또 뒤집어 말하면, 일본군 출신 중에서도 그때 북한군 공산당과 싸우다 전사한 사람 많았다.

마치 산불은 순식간이지만 숲이 다시 자라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는 것처럼 기술이란 것도 마찬가지이다. 예전 글에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 싶은데, 성경에도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기계를 만들었다는 왕이 딱 한 명 등장한다(대하 26:15). 우주 개발 하니 이와 관련하여 여러 착잡한 생각이 드는 게 있어서 몇 자 글로 정리해 보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23 09:19 2010/06/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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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총독부 청사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시기적으로 우리나라의 1990년대 중반에 해당하는 김 영삼 정권 때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고 지금은 당연시되고 있는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었으며, 고속도로 통행료의 징수 방식이 후불제로 바뀌었다. 직할시가 이때부터 광역시로 바뀌기도 했다. 물론 성수 대교와 삼풍 백화점의 붕괴, 그리고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같은 비극적인 대형 참사도 이 정권 때 유독 많았다.

이외에도 1994년엔 서울 600주년을 기념한 타임캡슐 매장 행사가 열렸고 여기에 아래아한글 2.5가 포함되기도 했다. 이에 덧붙여 또 의미 있는 거사가 추진된 게 있다. 바로 반세기 가까이 광화문과 경복궁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조선 총독부 청사가 1995년에 헐린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나저나 세종로는 예나 지금이나 폭이 기겁을 할 정도로 넓고 아름답다. 저 차선 수를 봐라...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길이라 함.)
조선 총독부 청사는 우리나라가 일제에게 주권을 빼앗긴 후 일제가 경복궁 건물의 일부를 헐고 그 부지에다 지은 건물이다. 둥근 돔은 마치 옛날 서울 역의 외관을 떠올리게 하며, 1920년대에는 그게 고급스러운 유행이었던 것 같다. (조선 총독부 청사 1926년, 서울 역 1923년)

하지만 우리로서는 침략자요 민족의 원수들이 사는 곳으로 정말 치욕의 기억이 사린 건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위치조차 경복궁을 딱 가로막는 구도이니 말이다. 그 당시엔 조선 총독부로 들어가 요인 암살과 건물 파괴를 시도한 독립 운동가들의 의거도 물론 있었다. 동양 척식 주식회사(흠,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생각나네)와 더불어 테러 대상 1순위.

그 후 일제는 패망했다. 마음 같았으면 저 얄미운 건물도 당장 부숴 버리고 싶었을 것이고, 실제로 초대 대통령인 이 승만부터가 수 차례 이를 계획하고 지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었다. 우리나라가 당시 얼마나 가난했던가. 근처의 경복궁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저놈만 곱게 폭파할 비용도 기술도 없었고, 당장 우리나라 정부가 사용할 건물도 없는 마당에 그 건물은 한동안 대한민국 정부의 중앙청으로 쓰이게 됐다.

세월이 흘러 인근에 정부 종합 청사 건물이 따로 지어지면서, 조선 총독부 청사는 잠시 국립 중앙 박물관으로 용도가 변경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을 철거해야 하느냐 그냥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여 보존하느냐를 두고 양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특히 한글 학회처럼 민족 성향이 강한 단체에서는 저 흉물을 하루빨리 철거해 달라고 정부를 상대로 끊임없이 청원을 해 왔다.

본인은 뭐 그렇게 풍수지리 같은 건 안 믿는다. 뭐 우리 민족의 정기를 끊으려고 쇠말뚝을 박고 뭘 관통시키고 이런 거... 별로 관심 없다. 하지만 본인은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해, 그때 조선 총독부 건물은 철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첫째, 상술했듯이 경복궁을 가로막는 저 위치가 너무 부자연스럽고 우리나라 문화 유적에 대한 좋은 인상을 못 준다.
둘째, 차라리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서대문 형무소 같은 장소야 당장 피지배자들이 직접적인 고초를 겪었던 곳이고 보존 가치가 있지만, 저기는 어차피 한국 서민이나 독립 운동과는 별 관계가 없는 곳이었으며 역사 교육 효과보다는 생뚱맞음과 민족적 반감만 더 키운다.

게다가, 믿거나 말거나, 서울을 방문한 일본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가 저기였다고 한다.
자기 민족이 한때 남의 민족을 관광-_-했던 본부로 반드시 관광 간다는 것. 어???

그래서였을까?
김 영삼 정권 때 본격적으로 조선 총독부 청사 철거 떡밥--독도 폭파 떡밥도 아니고--이 나돌기 시작했을 때, 일본 정부는 공문까지 보내어 우리에게 아주 정중하게 이렇게 제안했다.
"이건 그래도 옛날에 우리가 지은 건물이니, 우리가 알아서 곱게 해체해서 잔해를 본국으로 가져가 보관하겠다. 모든 과정의 비용은 우리가 일체 부담하겠다"고 말이다.

와.. 이건 무슨 전사자 유골 찾아 가는 것도 아니고...;;; 저 말에 무슨 뉘앙스가 깔렸는지는 빤히 보이지 않는가?
이 말에 빡친 김 영삼 대통령은 그 제안을 일언지하에 씹었으며, 도리어 대통령 특명을 내려서 서둘러 건물을 헐어 버렸다고 한다. 일부는 폭파하고 돔 같은 일부 주요 부품(?)만 독립 기념관으로 가져가서 보존해 놨다. 그때 외인 아파트만 폭파한 게 아니다. ^^ 이것 덕분에 당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크게 올라갔다는 후문.

이 일에 대해서
"그래도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인데 왜 굳이 우리 돈까지 들여서 헐어 버렸냐?"
"그나마 철거도 일본이 알아서 완전 공짜로 해 주겠다고 제안했는데 왜 그렇게 경솔하게 행동했냐?"
뭐 이런 말도 오가곤 했으나, 본인은 별로 영양가 있는 말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때도 그렇잖아도 일본이 독도 망언 엄청 하던 시절이었으며, 이 때문에 사기업도, 공기업도 아니고 무려 정부 기관이었던 철도청조차 열차 내 일본어 안내 방송을 잠시 중단한 적까지 있었다. 과연 대인배이다. ㅋㅋ

참고로, 6 25 때도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은 이 총독부 청사는 무척 튼튼했다고 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말하듯,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도로· 건물· 철도 따위가 오늘날까지도 끄떡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졌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_=;;

성인이 되고 서울에서 좀 살아 보니까, 서울 지리를 아는 게 세상 문물을 접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걸 느낀다.
성북동이 어디 있는지, 서울의 도시 개발 역사가 어땠는지 까맣게 모르는 상태에서 <성북동 비둘기> 같은 시가 감흥이 와 닿을 수가 없으며,
동작동이 어딘지도 모르고서 동작동 국립 묘지 운운하는 반공 웅변 원고 외우는 건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지하철 3호선 경복궁 역을 이용해서 경복궁 구경을 하고 왔는데 그 터에 옛날에는 저런 건물이 있었다는 게 이제야 실감이 간다.

다음은 이 글 내용과 관련하여 덧붙이는 아이템들.

1. 일본이 저런 식으로 우리에게 무언가 슬쩍 제안을 한 사례가 나중에 또 있었다. 바로 1999년, 김 대중 정권이 김 종필 총리를 위시하여 웬 한자 병용 병크를 터뜨렸을 때의 일이다. 그 해 2월 11일에 서울에 온 일본 외무 장관 '고무라 마사히코'는 우리나라의 홍 순영 외무 장관에게 "기왕 한자를 병용할 거면 우리 일본식 한자를 써 주시죠? ㅋㅋ"라고 요청을 했다.
비단 이런 사례뿐만이 아니라, 또 민족 감정 같은 걸 배제하더라도 일본인의 관점에서야 한국이 한글 전용보다는 한자 혼용하기를 훨씬 더 원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한글 학회 같은 진영에서는 이 사실을 굉장히 불쾌하게 여기며 그에 대한 피해 의식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 대로 선생님의 글을 참고하자.

2. 그나저나 왜 자꾸 "일제 36년"이라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뺄셈도 못 하나? 1945-1910은 35이지 36이 아니다. 게다가 8월 29일부터 8월 15일까지니까 엄밀히 말하면 만 35년도 아니고 34년 350몇 일이다!
나라 주권을 외세에게 빼앗겨 지낸 게 뭐가 자랑스럽다고 무슨 사람 나이처럼 1을 덧붙이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15 08:27 2010/06/1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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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하이패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유료 도로이다.
요즘은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는 국도도 4~8차선에 중앙 분리대까지 갖추고 고속도로 뺨칠 정도로 좋은 자동차 전용 도로로 건설된 경우가 있지만, 최대 시속 80km짜리 도로와 100km 이상짜리 도로는 커브의 반경이 다르고 설계 과정에서 뭐가 달라도 차이가 나는 법이다.

유료 도로이다 보니 고속도로에는 요금을 징수하는 톨게이트가 필요하다. 지하철을 탈 때와 내릴 때 각각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카드를 찍듯이, 고속도로도 들어가고 나가는 과정이 있는 폐쇄식 톨게이트 체계가 기본을 이룬다.
하지만 수도권에는 진출입로가 지방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존재하고 고속도로를 매일 이용하는 출퇴근 차량도 엄청 많다. 이런 곳은 그냥 주요 구간에 개방식 톨게이트를 설치하여,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고정된 요금만 징수하고 있다. 즉, 이런 곳은 한번 돈만 내면 끝이며, 뭘 받았다가 반납하고 정산을 할 필요가 없다. 또한 톨게이트를 통과하지 않는 구간만 이용한다면 고속도로를 무료로 드나들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톨게이트는 차량 소통을 매우 심하게 방해한다는 것. 빠르게 잘 달리던 차를 기어이 세워서 돈 계산까지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최 덕규 씨는, 저서 <길이 제대로 돼야 나라가 산다>에서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똥자루 고속도로다!"라고 혹평하면서 이놈의 톨게이트는 어떻게 해서든지 다 없애야 한다고 통렬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고속도로 유지비를 기름값에다 추가하든지 해서 재정은 다른 방법으로 마련하고, 전국 고속도로의 톨게이트 직원들에게 다른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서 죄다 내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톨게이트만은 무조건 없애야 한다고 말이다.

이 불편을 체감상으로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지난 김 영삼 정권 때는 고속도로 통행료 후불제가 시행되었다. 물론 통행료 후불제도 엄밀히 말하면 조삼모사격 조치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고속도로에 진입한 후에도 목적지를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고(미리 목적지에 대한 통행료를 내는 게 아니라, 최종 목적지에서 돈을 내므로) 당장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 오버헤드가 크게 줄어들므로, 선불제보다는 기분상으로 고속도로 이용하는 느낌을 더 낫게 만들었을 것 같다.

그러다가 21세기에는 IT 강국-_- 대한민국답게 거물급 물건이 도입됐으니, 바로 하이패스이다.
차가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면 그 차에 장착된 하이패스 단말기가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자동으로 무선 통신을 하여, 카드에서 통행료가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차를 세우고 번거롭게 현금 챙길 필요 없어서 좋고, 도로 공사 입장에서는 돈 걷는 단순 노동 직원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하이패스 카드 충전 명목으로 목돈을 선금으로 미리 챙길 수 있어서 좋고...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좋다 보니, 도로 공사 측에서는 하이패스를 적극 홍보하고 장려하고 있다. 하이패스 이용 차량은 전용 출구로 톨게이트를 더욱 빠르게 통과시켜 주고 통행료를 약간 할인까지 해 준다. 하지만 하이패스가 필요할 정도로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지방 사람들에게는 단말기 설치비를 회수할 만한 큰 장점이 없으니 고속도로의 모든 진출입로가 하이패스 전용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치, 아무리 손전화가 대중화하더라도 공중전화가 아주 없어질 수는 없으며, 시내버스 안에 현금통이 아예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서울 시내버스는 옛날에 현금 승차는 아니고 토큰이라는 게 따로 있었는데, 2004년의 요금 개편 후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구나.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따금씩 문제가 되고 있는 건 하이패스 단말기의 오작동이다. 하이패스 전용 출구는 차단기가 쓱 내려와 있다가 하이패스 단말기와 거래가 정상적으로 처리되는 순간 차단기가 올라간다. 톨게이트를 들어설 때 차를 완전히 세울 필요는 없지만 시속 30km 정도로 서행하라고 도로 공사는 권장하나... 실제로 차들은 시속 최하 50~60km로 쌩 통과한다. 그래도 문제는 거의 없다.

그러나... 만에 하나 인식이 안 되면?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계속 달리던 차는 차단기와 충돌하게 된다. 이거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차단기를 들이받아 박살내고 차는 범퍼만 약간 긁히고서 통과라도 무사히 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앞에 차단기라는 장애물이 쓱 내려오니 대부분의 운전자는 이때 본능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옆으로 꺾게 된다.
건물과 부딪치고, 뒤따라오던 차들이 연쇄 추돌을 일으키고..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몇 차례 있기도 했던지라,
도로 공사는 하이패스 출구의 차단기를 딱딱한 금속 재질에서 고무 재질로 교체하기도 했다. 차단기와 충돌해도 차에 아무 손상이 가지 않으며 차단기 역시 휘어지기 때문에 파손이 발생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일종의 훼이크 과속 단속 카메라 내지, 훼이크 경찰차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장애물을 피하려는 핸들+브레이크 급조작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로 이 점을 악용하여, 톨게이트 차단기를 씹고 통행료를 안 내고 달아나는 운전자가 생겼다고 한다.

멍청한 친구 같으니.. 자기 차 번호가 버젓이 노출돼 있는데, 당연히 걸릴 수밖에 없는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상습적으로... 보험 사기나 자동차 속도 위반 같은 거 요즘 얼마나 잘 잡아 내냐 말이다.
마치 공항에서 출입국 금지자 단속을 하듯이,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번호판을 단 차가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경보음이 울리고, 직원들이 곧바로 출동해서 차량 진입을 저지한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하이패스가 동작하지 않아서 차를 근처에 세워서 수동 정산을 끝낸 후, 고속도로를 횡단하여 자기 차로 가던 한 운전자가 다른 차에 치여 숨진 일이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판결은 도로 공사 쪽에 상당히 불리한 쪽으로 내려졌고, 그쪽에서 사망자 유족에게 상당한 액수의 보상을 해야 했다고 한다.
근본적으로는 하이패스가 오작동이 없어야 할 텐데 말이다. 오작동률이 0.몇 % 미만이라지만, 하루에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차들이 대체 몇 대인가.

고속도로 통행료도 T머니(교통 카드) 결제가 되게 하면 어떨까? 아, 이미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자가용을 몰고 다닐 정도인 사람이라면 경제력도 뒷받침되고 응당 신용카드 같은 것도 있을 테니, 굳이 교통 카드 따위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 혼자서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이따금씩 하이패스 없이 자가용으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선불식 교통 카드 한 장만으로 고속도로 통행료 결제까지 된다면 편리하지 않겠나 싶다.

아무쪼록, 자동차 운전자의 세계도 대중교통 이용자의 세계만큼이나 이런 저런 사연이 많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14 08:59 2010/06/1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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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예전에 쓴 적이 있는 <일제 강점기의 드라마틱한 크리스천 커플>이라는 글을 이 블로그뿐만 아니라 몇몇 크리스천 커뮤니티에다가도 올렸다.
이런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는 두 위인 커플의 일대기와 연애 생활에 대해서 그냥 재미로 읽으라고 글을 올렸고, 정치색 같은 건 전혀 표방하지 않았다.

그러나, 글을 올린 곳에서 모두.. 이 승만에 대해서 내가 묘사한 표현이 심기가 불편하다는 댓글이 꼭 하나씩은 올라왔다.
그 댓글을 읽어보면 이 승만에 대한 진정어린 혐오와 증오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혐오와 증오심의 근거는 본인이 보기에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들...

4· 19에 대한 기억이 워낙 짙어서 독재자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그 밑으로 해방 직후와 심지어 일제 강점기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방과 험담은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모르겠다.
“전후 상황과 문맥 다 무시하고 오로지 이 승만 개새끼 만들기”이다.

이 승만이 대통령 해 먹으면서 그렇게까지 죽을 죄를 지었나? 정말 김 일성이나 이 완용 욕도 저렇게 할까 싶을 정도이다.
평생을 기독교 정신으로 술· 담배 안 하고 검소하게 살았고 교리적으로 배도하지 않았으며, 딸 같은 서양 여자와 결혼한 게 특이점일 뿐이지 그래도 섹스 스캔들 전혀 없으며, 고위 관리들 회식 때 기생 끌어들이지 말고 대신 각자 자기 아내를 데리고 오게 하고..

그 정도로 행실상의 선한 간증이 있는 사람이 뭔가 잘못을 저지른 게 있다면, 일단 좌우 정황부터 좀 살펴야 하지 않는가? 왜 저 사람에게만 유달리 평가의 잣대가 그리도 가혹한가?
부정 선거, 부산 정치 파동, 보도 연맹 등을 줄줄 외우는 사람들이 평화선, 반공 포로 석방, 원자력 협정 같은 건 얼마나 알까?

지식이 편파적인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개독안티들도 얼마나 지식이 뛰어나고 논리정연한가? 그 문맥 안에서만 말이다. 걔네들 글대로 논리에 이끌려 가기만 하면 정말로 야훼는 완전 미친 변태 같은 무능한 신이고, 바이블 같은 ㅂㅅ 같은 책이 어떻게 수천 년간 존재해 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게 된다. 단지 그들이 전제로 깔고 있는 설정들이 전혀 사실이 아니어서 문제일 뿐이지.

이 승만에 대한 주된 오해와 나의 반박을 열거한다.

1. 독립 운동가 시절부터 싸가지 없고 고집불통 안하무인이어서 파벌이나 만들었다
이 말만 들으면 언뜻 그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대신 실력으로 용서된다” 수준이다.
집안에서만 싸가지가 없었던 게 아니라, 미국 정치인들에게도 싸가지 없고(?) 콧대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 승만은 너무 똑똑하고 세계를 보는 눈이 다르고 다른 독립 운동가들과는 레벨이 넘사벽으로 달랐다. 이 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이 특이한 것만큼이나 특이한 사람이었다.

2. 무력 독립 운동 노선을 반대했다
신념과 관점의 차이일 뿐이며 정황상 그는 반대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애초에 우리나라가 무력으로는 일본을 이길 수 없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해명은 본인의 이전 글 <안 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참고하라.

3. 남북 분단의 원흉이다
정말 말이 안 된다. 대다수 사람들이 UN이 뭔지 공산주의가 뭔지도 잘 모르던 시절에, 스탈린과 기회주의자 김 일성의 흉계를 간파하고 미국을 설득해서 남쪽에만이라도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세운 외교력을 두고두고 칭송해도 시원찮을 판에, 어떻게 헐뜯어도 저렇게 치졸하고 민망하게 헐뜯을 수 있을까?
이 승만을 분단의 원흉이라고 헐뜯는 건 우리나라가 북한 김 일성 손아귀에 들어가지 못해서 안달 난 것과 같다. 정말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고 선과 악 관념이 날조된 것이다(사 5:20).

4. 친미 (나쁜 의미의)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이 승만만치.. 그 보잘것없는 허약한 국력으로도 외교 능수능란하게 잘 해 내고, 미국 정치인들을 쩔쩔매게 만들고 미국으로부터 최대의 국익을 얻어낸 정치인은 없었다. 일본하고만 짝짜꿍이 잘 맞던 미국을 한국의 친구로 바꾼 게 이 승만이다. 그 옛날에 중국이나 소련이 아닌 미국을 바라본 것이다. 이게 욕 얻어먹을 짓이란 말인가?
아니, 그보다도 그는 독립 운동가 시절부터 미국에서 40여 년을 지내면서도 미국 시민권을 일부러 거부하고 무국적자로 버텼다. 이게 친미인가? “대한민국은 곧 독립할 거고 나는 대통령이 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 시민권 같은 건 없어도 됩니다”가 그의 지론. 나라가 쌩쌩 잘 돌아가고 있을 때 이런 말을 하면 대통령병 권력욕이지만, 나라가 없던 시절에 이런 말을 한 건 지극한 애국심이다.

5. 친일 (나쁜 의미의)
이건 본인도 처음엔 궁금했다. 일제로부터 지명수배를 받은 독립 운동가 출신이며 평생 일본을 그렇게도 싫어하고 지냈다는 사람이, 왜 반민특위를 해체하고 친일파 출신 관료들에게 기회를 줬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나이가 들고 세상 물정을 좀 알고 나니까, 안타깝지만 그 당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걸 적극 공감하기 시작했다. 나치에게 겨우 3, 4년 남짓 점령당했다는 프랑스도 아니고 무려 한 세대에 가깝게 일제의 손아귀에 있던 나라가 그럼 일본 경찰· 군인 출신 인재를 활용 안 하고 어떻게 당장 치안과 국방을 유지하겠는가? 더구나 국군 수뇌부에조차도 ‘빨갱이’들이 있어서 적과 내통하는지, 사상이 어떤지 알 수가 없었고 이북에서는 수시로 폭동을 일으키고 건국을 음해하고 방해하던 마당에 말이다.

우리나라의 건국 초기에 친일파 청산을 가장 방해하고 그들이 설 빌미를 제공한 장본인은 다름아닌 북한이라는 게 본인의 지론이다. 박 정희도, 안 두희(김 구 암살범)도 다 6 25 덕분에 면죄부가 주어지고 복직할 수 있었는데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리요?

6. 6· 25 때 혼자 도망치고는 다리 폭파나 했다
그런 적 없다. 이 승만은 “국민을 버리고 서울을 떠날 수 없다”고 쌩고집을 부렸고, 그걸 영부인과 측근들이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피난길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서울 시내에 국군이 이기고 있다는 거짓 방송이 왜 며칠째 울려 퍼졌는지, 결정적으로 한강 다리를 누가 폭파하라고 시켰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휴전선 인근의 늘 있던 교전이어서 전쟁을 대수롭지않게 여겼던 것일 수도 있고, 다리 폭파의 경우 손발이 안 맞은 작전 실수였을 수도 있으며, 정말로 군부를 장악했던 불순세력이 자기네가 싼 똥을 남한 정부에다 전가시킨 것일 수도 있다.
단 하나, 이 승만이 “용용 난 먼저 피난 가지롱. 너희는 엿 먹어라” 하면서 다리 폭파한 건 절대 아니다!

쉽게 말해서 이 승만의 업적과 잘못 내지 한계는 컴퓨터 식으로 말하자면 윈도우 95 정도에다 비유할 수 있다. 윈도우 95는 도스와 16비트 윈도우에 머물러 있던 평범한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무려 32비트 선점형 멀티태스킹 OS를 선사함으로써 생활을 완전히 바꿔 놨다(민주주의 주권 국가)! 하지만 도스에서 잘 살고 있던 사람들의 반발이 만만찮았으며, 윈95 역시 내부에는 상당수 16비트 코드를 답습할 수밖에 없었다. 호환성을 맞추다 보니 태생적으로 안정적일 수가 없었다. 불안정하다고 까이고, 또 확장완성형 때문에 한글 파괴라고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아주 그럴싸한 비유이다.
그러나... 그러나 우리나라 IT가 윈도우 95 없이 세계 무대에서 나란히 설 수 있었을까? 그 당시에 윈도우 NT 돌릴 수 있는 컴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그 후, 나라의 기틀이 잡히고 외교력보다는 이제 진짜 국내 민생을 살피는 지도력이 더 필요해지면서, 너무 늙어 버린 이 승만의 통찰력은 한계를 보인다. 인의 장막에 휩싸여 여당의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못하고, 부하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부정 선거에까지 연루되어 독재자로 낙인 찍힌 불운한 말년을 맞이한다.

그는 그래도 “나는 이럴 생각이 없었는데 내 부하놈들에게 속았다”, “고의적인 실수이다, 오해이다” 궁시렁궁시렁.. 요즘 정치인들처럼 입만 열면 거짓말로, 찌질한 변명과 험담으로 일관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 말 없이 “국민이 원하면 하야한다” 한 마디로 모든 책임을 지고 권좌에서 물러났다. 남들이 욕하건 말건 역사의 평가에 모든 걸 맡기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매한 품위와 명예를 지킨 것이다.

솔까말 본인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사나 정치 놀이(?)-_-에 발을 들여놓기 전부터도 이 승만에 대해서는 “독립 운동가 출신의 초대 대통령이다. 잘은 모르지만 그 사람은 아주 똑똑하고 고집 세고.. 훌륭한 분이긴 한데 욕심 부리다 좀 추하게 끝났지.. 그 나이 먹도록 그렇게까지 오래 권력 맛을 보고 싶어서 징징댔던 걸까? 그래도 나중에라도 정신이 들어서 스스로 물러난 덕에 더 험한 꼴은 안 봤다” 정도만 알고 있었고 그 정도만으도 그럭저럭 상당히 정확한 진술이라고 생각한다.

이 승만은 후대의 전· 현직 '장로 대통령'보다 신앙면에서도 앞섰고 인물의 그릇 크기와 프로필도 월등히 앞선 분이다. 심지어 미국의 초대 대통령조차도 사실은 크리스천이 아니고 그냥 이신론자일 뿐이라는 설이 지배적인데, 이 승만은 확실하게 구원 받은 크리스천이다. 최소한 "우리 가족은 종교가 제각기 다 다르지만 싸우지 않고 잘 지냅니다" 이러던 에큐메니컬 전직 대통령보다야 100배는 더 낫다! 그런데 세상적인 불신자도 아니고, 크리스천이 어떻게 이 승만을 그렇게까지 싫어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국 건국 초기에 살았던 법학자인 사이먼 그린리프 박사(Simon Greenleaf; 1783-1853)는 성경은 훼이크이고, 예수의 부활도 다 허구라고 여겼다. 그런데 자신의 법학 지식을 동원하여 문헌 조사를 해 보니 세상에 예수의 부활만치 정확하게 잘 기록된 사건도 없고 이 정도면 법적으로도 아무 하자가 없는 완벽한 증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결국 자신도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것처럼 처음엔 멋도 모르고 이 승만 욕만 하다가 공부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어 그를 존경하게 되고, 그 사람의 스케일과 인품에 감명 받은 지식인이 적지 않다. 알고 나니 '까'에서 '빠'로 돌아선 것. 그의 업적은 비가시적이고 하다못해 박 정희의 경제 개발보다도 더욱 수준이 너무 높아서 그게 업적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 승만보다 훨씬 더 형편없는 통치자 밑에서 탄식하고 신음하기 전에(우린 이미 이걸 경험 중이다!), 위인과 영웅의 업적부터 바로 알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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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0/05/31 08:35 2010/05/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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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이야기

집에서 컵라면을 먹기 위해 물을 끓일 때 평소에는 늘 전기 커피포트를 이용하다가 얼마 전엔 부득이하게 냄비+가스레인지라는 재래식 방법을 쓰게 되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뭐냐면, 화력을 최고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물이 끓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다. 하긴, 물은 잘 알다시피 비열이 꽤 큰 물질이며 끓이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도시 가스 정도만 해도 불꽃의 온도가 상당히 높다. 그을음과 배기가스도 (거의) 없어서 가정용으로 적합한 연료이며, 주부의 가사 노동을 크게 덜어 주고(깨끗하니까) 시간 아껴 주고(화력이 강해서) 산림 보존(설명이 필요 없음)에도 기여한 고마운 물질이기도 하다. 장작불 때서 목욕할 물을 데우거나 밥 지어 보시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를 이용하는 커피포트는 꽤 많은 물도 더욱 신속하게 펄펄 끓여 준다. 이때 얼마나 빡세게 열을 가할지가 상상이 된다. 그래도 주변은 완전히 플라스틱이고, 매우 안전해서 만지다 손을 델 염려도 거의 없다. (표면이 달궈진 냄비는 그렇지 않다.) 게다가 물이 다 끓으면 알아서 꺼진다.

이렇게 편리할 수가 없다. 다재다능한 전기 에너지를 가장 무식하게 활용하는 게 고작 저항을 이용한 전열기라 하지만, 전열기 역시 유용하다. 밖에 나갈 때야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필요하겠지만, 집에서 혼자 고기 구워 먹을 때 안성맞춤인 전기냄비도 있다. 게다가 전자레인지는 주변 온도를 높여서 가열하는 게 아니라 음식 내부의 물 분자를 진동시켜서 열을 가하는 최첨단 장비이다.

전자기력은 물질이라면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힘인 만유인력과 더불어, 이 자연의 거시 세계에서 비교적 쉽게 관찰도 가능한 신비로운 힘의 원천이다. 우리보다 수천 년 전에 산 사람들도 마찰 전기라든가 자석 같은 걸 보고 굉장히 신기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이 에너지의 성질을 그럭저럭 파악하고 제대로 활용하게 된 것은 불과 200년 남짓?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패러데이, 맥스웰 같은 걸출한 과학자가 나와서 교류 전기와 발전기를 만들어 내고 전자기파를 발견하고, 거기에다 니콜라 테슬라 같은 전자 공학 덕후가 결정타를 날린 덕분에 인간은 전기 에너지를 대량 생산해 내고 이걸로 열과 빛과 동력(전동기)을 무한대에 가깝게 만들어 냈으며, 정보를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주고받고, 그걸로 인간의 지적 활동까지 분담하면서(컴퓨터) 오늘날의 찬란한 전기 문명 시대를 만들어 냈다.

본인은 시계에 대해서도 꽤 최근에야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요즘 아날로그시계를 보면 십중팔구 얼굴에 Quartz(석영)라는 단어가 꼭 적혀 있다. 이것은 이 시계가 기계식이 아니라 말 그대로 쿼츠 시계임을 뜻한다. 과거에는 시계는 태엽과 용수철, 지레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동작하는 초정밀 기계였는데, 쿼츠 시계는 무려 20세기 중후반이 돼서야 컴퓨터나 형광등보다도 더 늦게 발명됐다.

쿼츠 시계는 동작 방식이 기계식 시계와는 완전히 다르다. 전기 신호를 받고 규칙적으로 진동하는 석영의 진동을 반도체가 인식하여 동작하는데, 문제는 쿼츠 시계는 싸고, 더 간단하고, 만들기 쉽고, 게다가 기계식 시계보다 압도적으로 훨씬 더 오차가 적어 정확하고... 세상에 이렇게 단점이 없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대안이 나오기란 정말 흔치 않은데 쿼츠 시계는 기계식 시계를 완전히 떡실신시키고 시계의 표준이 되었다. 이 역시 전기 덕분이다. 전자식 시계는 단순히 기계의 동력을 전기로 바꾸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다.

철도와 전기가 찰떡궁합이라는 것은 이제 더 설명하지 않겠다. ^^;;

이렇게 우리 생활을 이롭게 한 전기이나, 잘못 사용하면 매우 위험해진다는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전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전기로 인한 화재(누전· 합선)가 잦아졌으며 감전 사고도 빼 놓을 수 없다. 정전기는 물기만 있으면 싹 없어지지만, 젖은 손으로 전기 플러그를 만지면 감전의 위험이 있다. 이 둘의 차이가 뭔지 아는 분이라면 용자. =_=;;

정전기의 전압은 순간적으로 수천, 수만 V가 되기도 하지만, 실제로 인체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전압(V)이 아니라 전류(A)이다. 정전기는 전류는 거의 없다시피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치명적이지는 않으나, 사람에 따라서는 정전기에도 굉장히 민감한 경우가 있다. 이 점을 이용, 전기가 사람을 고문하고 사형 집행하는 수단으로도 쓰였다.

사람의 신경도 일종의 전기 신호를 따라 반응하는데 외부에서 그런 무자비한 전류가 들어오면 모세혈관이 터지고 사람 신경이 다 망가질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이상으로 강하게 감전되면 사람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감전을 일으키는 물체로부터 신체를 스스로 움직여 떨어질 수조차도 없어진다고 한다.

뭐, 전압마저 엄청 높으면, 그냥 퍽 불꽃과 함께 타 버리지만 말이다. 고압선 위에 참새가 앉아도 왜 감전되지 않는지도 어렸을 때 주된 과학 FAQ였는데, 답변의 요지는 물론 기억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설명은 잘 못 하겠다. =_=;;

니콜라 테슬라가 선보인 마술(?) 중 하나였다는 무선 송전이 앞으로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다면 정말 현대 전자 공학의 총아로 칭송 받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5/28 08:17 2010/05/2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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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 이야기

1. 최고의 자리와 최악의 자리

28인승 우등 고속버스를 기준으로 3번 자리는 혼자 고속버스를 이용할 때 그야말로 최고의 명당 자리이다.
맨 앞자리이니 앞 승객의 좌석 기울임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앞에 공간 많고, 전방의 경치가 훤히 보이고, 운전석 계기판까지 보이고, 빨리 내릴 수 있고... 요모조모 따져 봐도 가히 명당이 아닐 수 없다. 시내버스에도 경로석이 괜히 앞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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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반대로 최악의 폭탄 자리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맨 뒷자리의 중앙이다. 번호로 치면 26~27 정도 되려나?
좌석의 폭부터가 앞의 자리들보다 약간 좁은 데다가 빨리 내릴 수 없고, 엔진이 바로 아래에 있기 때문에 엔진 소리와 진동도 가장 크게 전해지는 위치이다. 안전 벨트를 하지 않은 채로 차가 급정거라도 하면 앞의 뻥 뚫린 복도로 튕겨나갈 것 같아 불안하다. 워낙 안 좋은 자리이다 보니, 일각에서는 고속버스의 저 자리는 마치 KTX 역방향 좌석처럼 할인을 해 줘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기도 했다.

2. 비행기와 비교하면?

이런 맥락에서 고속버스의 명당 자리는 비행기로 치면 비상구 옆 자리와 비슷하다. 비행기는 세상에서 가장 빡센(resource-critical) 교통수단이다 보니, 이코노미 좌석은 그 어떤 교통수단의 일반석보다도 자리가 좁으며 한 치 공간이 아쉽다. 그런데 비상구 근처 좌석은 앞에 공간이 넉넉하다. 그래서 비행기를 좀 타 본 사람이면 탑승권을 발권할 때 이 좌석을 달라고 직원에게 얘기한다.

다만, 이 좌석엔 아무나 탈 수 없다. 비상구 옆은 사고가 났을 때 비행기를 탈출하기가 굉장히 좋은 위치인 만큼, 여기에 앉은 승객은 비상시에 혼자 도망가지 말고 승무원들과 함께 다른 승객들의 구조와 탈출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이건 전세계 항공업계에 법으로 규정된 의무 사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좌석은 그 의무를 이해하고 거기에 동의하는 신체 건장한 성인에게만 발권된다. 그 좌석에는 각종 안전 수칙을 적어 놓은 팜플렛에도 "이 의무 사항을 이해하고 수행할 능력이 안 되거나 단순히 동의하지 않는 분이라면 즉시 승무원에게 요청해서 좌석을 다른 곳으로 교환하십시오"라고 적혀 있다. 오로지 비행기이니까 그런 제도가 있는 것이다.

3. 구동축

요즘이야 버스들은 열이면 열 다 RR(엔진과 구동축이 모두 뒷바퀴 쪽)이지만, 아주 옛날 구닥다리 버스 중에는 마치 트럭처럼 FR 차종도 있었다.
운전대 아래에 엔진이 있다 보니 그런 버스는 타 보면 운전대 쪽이 약간 높았다. 그 대신 맨 뒷좌석이 불룩 위로 돌출된 게 없었다.

버스를 RR로 만듦으로써 딱히 얻게 되는 장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핸들이 가벼워지고 앞부분의 승차감이 좋아지는 걸 노리는 건지?
한편으로 승용차는 과거엔 FR 위주였고 그 유명한 현대 자동차의 포니 역시 FR이었던 반면, 기술이 좀더 발달하면서 FF로 다 바뀌었다. 작고 가벼운 승용차 정도면 무거운 엔진에다 구동축까지 바로 두는 게 여러 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차가 커질수록 FR이 유리해지긴 하지만, FR 차들이 지난 1월 폭설 때 구동축 무게의 부족으로 인해 눈길에서 죄다 떡실신한 적도 있었다. 명품 외제차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끝으로, 트럭이야 그렇잖아도 뒷부분에 무거운 짐을 가득 싣는 걸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니까 엔진이 뒤에 달릴 일은 절대 없을 것이고 언제까지나 FR 체계가 유지될 것이다.

4. 휴게소 환승

고속버스들도 이제 오로지 지정 좌석의 point-to-point 수송 방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휴게소 환승을 실시하고 있다. 시도는 나쁘지 않은데, 문제는 고속버스는 그렇게 후속 버스 접속 운행을 하기에는 정시성이 보장 안 된다는 것. 철도야 세상에서 제일 정확하고 잘 통제된 교통수단이며, 비행기도 딱히 결정적인 사고나 나쁜 날씨 크리만 안 터지면 그럭저럭 정시성이 보장되는 편이다. 그러나 도로 교통은 답이 없다. 고속버스는 승차권에 평균 소요 시간만 적혀 있을 뿐, 도착 예정 시각이란 게 찍혀 있지 않다!

그러니 휴게소 환승의 시범 시행도 잘 안 막히는 마이너한 노선에 그것도 주말이 아닌 주중부터 해 온 것이다. 게다가 고속버스는 철도와는 달리 여러 버스 회사들마다 시스템 통합 또한 아직 요원한 실정.
그래서 아직 한번에 선행-후행 버스 표를 통합으로는 못 사고, 휴게소에서 또 후속 버스 차표를 사야 한다고 함. 즉, 시스템적으로 완전히 다른 버스를 두 번 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단지 각 지역에 있던 버스 터미널이 고속도로 내부의 휴게소로 옮겨졌다는 변화가 존재할 뿐이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항공이 발달하기에는 땅이 너무 좁고, 그렇다고 철도 인프라가 훌륭한 것도 아니고 거기에다 고속도로만 죽어라고 엄청 지어내다 보니, 시외나 고속 같은 장거리 도로 대중 교통수단이 매우 발달해 있는 나라이다. 항공사나 공항들은 국내는 너무 좁고 일찌감치 적극적으로 국제선 위주로 배수진을 치고 영업을 하다 보니 인천 공항 같은 실적 좋은 훌륭한 공항도 태어날 수 있었다.

5. 주행 속도

달리는 고속버스 안에서 운전석 계기판을 보면, 요즘 기사 아저씨는 정말로 규정 속도를 지켜서 운전한다. 이따금씩 정말로 느린 차를 추월할 때나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면 시속 100.. 많게 잡아도 110은 절대로 안 넘긴다. 주변에서 승용차들이 우리 버스를 다 쌩쌩 추월해 가더라도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운전사는 규정대로만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엔진 회전수와 속도가 다 기록으로 남고 있는 마당에 사고라도 나서 과속이 들통나면 운전사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옛날에 대학 시절에 고속버스를 이용한 일이 있었다. 대전-대구 사이에 경부 고속도로와 경부선이 나란히 달리는 곳을 버스가 달리고 있었는데, 마침 옆의 철길로 새마을호가 지나갔다. 그리고 열차는 딱 시속 100으로 달리고 있던 우리 버스를 아슬아슬하게 추월해 갔다. 조향이 필요하지 않은 궤도 교통수단은 같은 여건이라면 단순 도로 교통수단보다 땅도 덜 차지하고 속도도 더 낼 수 있는 법이다.

그나저나 타코미터를 보고 있으면 디젤 차량은 휘발유 차량보다 엔진 회전수가 정말 낮다는 걸 알 수 있다. 단위 회전수당 토크라고 해야 하나? 힘이 더 큰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0/05/25 09:02 2010/05/2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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