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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해서 한두 번 들은 게 아닌지라,
지금까지 뉴스에서 그냥 흘려들으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만 해 왔는데
이번 사건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특히 회사는 줄곧 사용자 잘못이라고 일관하면서 차량 결함에 대해서는 쉬쉬했는데,
2009년 8월에 미국에서 차를 세우질 못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운전자가 911에 도움을 요청하는 육성 녹음 방송이 공개되면서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니!

(그 말만 남긴 후 쾅...
한번 밟은 액셀러레이터 페달이 떼어지질 않았다. 차는 시속 190에 가까운 속도로 돌진하다 다른 차량과 충돌한 후 전복, 화염에 휩싸였다. 일가족 4명 몰살.)

작년 5월의 한티 역 택시 역주행 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끔찍한 사고이다.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articleId=44116&bbsId=S103
이것도 오르막을 시속 100~140으로 돌진하다가 차는 두 동강 나고, 운전자와 승객 2명이 모두 숨진 괴이한 사고이다. 택시 기사가 그 전의 접촉 사고 때문에 발을 액셀러레이터에다 얹은 채 의식을 잃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다른 기계 결함 때문인지...
의혹이 무진장 많이 나돌았으며 방송에서는 액셀과 브레이크를 둘 다 밟으면 차가 설 수 있는지 실험까지 하면서 연구를 많이 하긴 했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진실은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여튼...
알고 보니 미국에서 지금까지 급발진 사고가 제일 많이 보고된 차가 도요타 차였고,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가 속속 폭로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결함의 정확한 원인이 아직도 딱 부러지게 파악이 못 된 상태라고 한다.

일본 굴지의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의 위신이 무너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규모 리콜에 동종 모델 차량 판매 금지.
덕분에 미국이나 한국의 자동차 경쟁사들은 반사 이익을 챙기는 중이다. "도요타 고객이 우리 회사 차로 이전할 경우 특별 할인" 같은 마케팅까지 구사하고 있으니 정말로 "난 라이벌은 일찌감치 밟아 주는 주의"(개그만화 4기 1화)임이 틀림없다.

일본 항공의 자존심이던 JAL도 저 지경 됐고, 그렇게도 품질 하나로 승부해 온 일본이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게 뜻밖이다.

차가 사람 말을 안 듣고 급발진을 시작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까?
정상적인 제동 방법만으로 차를 세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러지 못할 경우 시동을 끈다거나 P 위치, 주차 브레이크처럼 타이어나 자동차 부품을 손상시키면서라도 어떻게든 세워야 할 것이다. 자동차보다야 사람 목숨이 더 소중하니 말이다.

다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차를 세울 경우.. 특히 시동을 끌 경우 차는 핸들도 잠기고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 차가 감속하더라도 앞으로 가면서 서는 게 아니라 빙글빙글 돌고 심하면 전복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04 11:57 2010/02/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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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도로 trivia

1. 외곽으로 갈수록 점차 좁아지는 길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길이 점차 좁아진다는 것은 고속도로와 철도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임이 틀림없다.
철도 경부선만 해도 서울 시내 구간은 무려 3복선이다. 하지만 구로 이남부터는 2복선으로 줄고 천안 이남부터는 그냥 복선이다. 경부선을 빠져나가 대구선, 경북선 같은 지선으로 들어서면 아예 단선이 된다.

경부 고속도로에서도 이와 같은 양상을 볼 수 있다. 최근에 본 기억으로(2009년 가을) 판교 인근은 정말 드라마틱하게 변하고 있었다. 나들목을 새로 만드는 듯했는데, 이쪽 구간의 어마어마한 차선 수에 기겁을 했다. 최하 10차선은 된 것 같았다. 경부 고속도로는 이미 대부분의 구간이 8차선이어서 굉장히 넓은 축에 드는데, 그런 구간마저 좁게 느껴질 정도였다. 분당 정자동의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다시 예전의 8차선으로 복귀.

여기는 장거리 이동자뿐만 아니라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매일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경기도 동남쪽은 철도가 없이 아파트만 잔뜩 지어진 지역이어서 교통이 매우 열악하다. 지금 용인-서울 고속도로라든가 중부 고속도로, 그리고 외곽 순환 고속도로 같은 급의 철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12차선으로 시작한 고속도로도 수도권을 벗어나면 8차선으로 감소하고 나중에는 경부 고속도로의 원래 형태인 4차선으로 되돌아간다. 호남 고속도로만 해도 아직도 대부분의 구간이 4차선이고, 논산-삼례 구간은 이제야 차선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수도권과 지방의 길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결과는, 도로와 철도가 서로 살짝 다르다.
잘 알다시피 철도는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엄청나게 낙후해 있다. 경부선과 호남선 일부 구간만 빼면, 시속 7, 80대로 뚝 떨어진다. 그 대신 이런 지역의 고속도로는 교통량이 별로 없다 보니 차들이 시속 140 이상으로 과속한다. 화물차라든가, 무조건 FM대로 규정 속도를 준수해야 하는 고속버스는 예외이고 승용차들이 그렇다는 뜻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철도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자가용 없이는 못 사는 양상이 짙어진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귀결이다.

그 반면, 경부선 대전 이북으로 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여기는 그렇지 않아도 지형도 평지인 데다, 철도는 호남/전라/장항선이 전부 집결하는 구간이다 보니 마치 서울 지하철 2호선만큼이나 집중적으로 개량 투자를 받아 왔다. 그래서 고속도로가 정체가 시작되는 천안-평택-수원 구간은 오히려 철도가 최고의 선형을 자랑하며, 열차가 물 만난 고기처럼 달리기 시작해 시속 140까지 달린다. 인구가 밀집할수록 철도의 경쟁력은 올라가는 셈이다.

2. 수원

본인은 지금까지 태어나서 수원에는 거의 갈 일이 없었을 뿐더러 가더라도 무조건 철도만 이용했다.
수원은 철도가 발달해 있고 위치상으로도 수도권 편입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수원으로는 고속/시외버스 노선이 있을 리가 없고 빨간 광역 버스만 존재한다. 버스 노선은 이미 철도가 들어서 있는 서쪽 대신, 철도가 없는 동쪽 위주로 발달해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수원의 버스 터미널들은 대체로 경부선 철길 쪽에 있다. 경부 고속도로 수원 IC는 행정 구역상으로는 수원이 아닌 용인에 있다. 그럼 대전-수원을 드나드는 고속버스는 어느 도로를 이용해서 이동하는지? 철도에 비해서 경쟁력이 있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대부분의 지방 도시들은 고속도로 진입로가 외곽에 있다 보니 주변에 산과 들밖에 안 보이는 반면, 수원 IC는 고속도로로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주변에 온통 건물뿐이다. 여기는 나름대로 폐쇄식으로 요금을 징수하기 때문에 톨게이트까지 있는데도 주변 경치가 그러하니까 무척 이색적으로 보였다.

3. 인천

본인은 수원뿐만 아니라 인천도 자동차로 방문한 경험은 전혀에 가까울 정도로 없었다. 하지만 작년에는 인천 송도 신도시에서 열린 무슨 행사에 참석할 일이 있어서 난생 처음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가 봤다. 분당-인천 사이니까 외곽 순환 고속도로와 제2 경인 고속도로 경로가 딱이었다. 청계 TG와 남인천 TG를 거치면서 통행료는 1500원 정도 빠져나갔다. (여기는 수도권이기 때문에 과금 방식이 폐쇄식이 아님)

성남에서 인천으로 가는 버스는 승차권에 좌석 번호가 배당돼 있지 않고(지정석이 아닌 자유석), 심지어 승차권을 끊을 필요조차 없이 시내버스 타듯 교통 카드 결제도 가능했다. 그만큼 단거리에 수요가 많은 노선이라는 뜻인데, 왜 배차 간격은 30분씩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저런 버스가 약간만 격이 더 낮아지고 싸지면 영락없이 빨간 좌석 광역버스가 되겠다.

버스는 우등-_-은 당연히 전혀 아니고 45인승이었는데, 벌써부터 서서 가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승객이 많았다. 그런 데다가 인천으로 바로 가지 않고 모란 역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승객을 더 태우고 갔는데, 버스는 완전히 콩나물시루 상태가 되었다. 야탑에서 모란을 경유해 가는 건 외곽 순환 고속도로로 치면 인천 방면이 아니라 서울, 남양주 방면으로 거쳤다 가는 것이기 때문에 동선이 좋지 않다. 노선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4. 분당-수서

서울 동남부를 통과하여 성남 방면으로 가는 자동차 도로로는 외곽 순환 고속도로뿐만이 아니라 분당-수서 고속화 도로라는 아주 걸출한 도로가 있다. 올림픽 대로(강남) 내지 청담 대교(강북)와 합류하여 길 한번 정말 잘 뚫려 있다. 본인이 경험한 이 도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서울 시내에서는 높은 고가로 달리다가 어느 새부터인가.. 한 야탑, 미금 정도를 지난 뒤부터는 평지로 내려가고, 그 이남부터는 지하도가 굉장히 자주 나오면서 기존 도로들과 입체 교차를 한다. 도로 형태가 무척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처음에는 외곽 순환 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다가 정자쯤 와서부터는 경부 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린다. (지도를 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것임)
- 달리면서 저 너머로 모란(8호선), 수서(3호선) 차량 기지 구경도 할 수 있다. 전동차 차량 기지를 구경할 수 있는 고속도로로는 인천 공항 고속도로(130)의 88IC 인근(5호선 방화), 그리고 외곽 순환 고속도로(100)의 강일 IC 인근(5호선 고덕)이 더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30 09:35 2010/01/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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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회복>

※ 요약
 
1월 17일 오전 예배 때 우리 교회 목사님으로부터 소개 받은 독립영화 <회복>(김종철 감독)을 그 날 저녁에 청년부 명의로 단체 관람을 했다. (뭐 그래 봤자 본인 포함해 총 5인이었지만..)
 
정말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 내용이었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런 기독교 컨텐츠가 외국물 번역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으며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일제 강점기 교회 수난사라든가 북한/조선족 지하 교회 이야기처럼 민족주의 정서(?)가 전혀 없이도 이렇게 감명 깊은 영상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이스라엘의 문자적 회복을 믿고 예수님의 전천년 재림을 사모하는 바이블 빌리버라면 누구라도 볼 가치가 있음을 본인의 이름을 걸고 추천하는 바이다.
 
이 정도의 감격은, 본인이 KJV 초창기에 읽은 바 있는 <에큐메니즘의 이상과 우상>(구영재 저) 이래로 처음인 것 같다. 이것도 번역서가 아닌 국내 저서라는 게 믿기 어려운 수준인 책인데, 그 책이 다루는 분야는 유럽의 종교 역사 내지 국제 정세인 반면, 저 영화는 이스라엘이라는 점이 차이이다.
 
※ 첫인상
 
목사님께서 처음에 이 영화에 대해 언급하셨을 때 본인은,
뭐 또 할리우드에서 쉰들러리스트라든가 아니면 비슷한 급의 시사/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왔나.. 유대인 관련 음모론은 다루나.. 그 정도로 짐작만 했을 뿐, 정보가 없었다.
 
제목이 '회복'이라고 하기에, 주찬양 선교단 극렬 매니아인 본인의 머리에 바로 뜨는 인덱싱 결과는, 그저 10집 앨범 <회복>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게 아니고, 이 <회복>은 놀랍게도 국내에서 제작된 독립영화이다. 감독은 수십 회의 이스라엘 방문 경력을 지닌 이스라엘 전문가였다.
관람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크리스천들이고 교회에서 추천을 받아서 보거나 아니면 아예 단체 관람을 하는 경우였다.
할리우드 영화를 볼 때면 영화 상영 전에 거의 10~15분은 온갖 광고들이 나오는데 역시 독립 영화이다 보니 그런 게 전혀 없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본인은 예전엔 영화관의 내부 모습이 철도역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항과 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상영 도중에 일부 사람들이 나가거나 들어가지는 않는다는 것(정차역). 들어갈 때 사람이 표를 검사한다는 것, 처음에 비상시 대처 요령이 방송된다는 것 등이 공항 내지 비행기 여행과 매우 비슷하다. ^^ 역시 경험이 안목을 키우는 것 같다.
 
※ 영화 내용
 
예수님을 믿는 어느 유대인 가정이 괴한으로부터 폭탄 테러를 당하는 얘기를 소개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런 짓은 90% 이상 이스라엘을 싫어하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치부하기 쉬운데 놀랍게도 그렇지 않았다.
폭발 현장을 분석한 결과 이것은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이스라엘 군대를 전역한 사람의 소행으로 판명된 것이다.
 
잘 알다시피 이스라엘은 사방이 적국으로 둘러싸여 있다. 여자까지 군대로 징집해야 할 정도로 국방이 위태롭다.
그런데 서로 그렇게도 사이가 나쁜 이스라엘과 인근 팔레스타인 국가들은 그래도 일말의 공통분모를 공유하는 게 있다. 바로 예수님을 안 믿으며, 기독교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유대인의 진정한 우군인 크리스천들에 대해서 온갖 나쁜 감정을 갖고 있고 오히려 적군과 그런 사이라니!
마치 빌라도와 헤롯이 전에는 원수였다가 예수님으로 인해 친구가 되었듯이(눅 23:12), 이들 사이의 불의한 동맹은 적그리스도에게 낚여서 그를 메시야로 받아들일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대다수의 불신자들이 천주교와 기독교를 분간할 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천주교니 개신교 나부랭이 따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그저 구교 신교 할 것 없이 자신들을 예수님을 죽인 민족이라고 정죄하고 괴롭히고, 십자가 내밀면서 못살게 군 코쟁이 원수일 뿐이다. 까놓고 말해 그들은 히틀러도 기독교의 교리대로 유대인들을 학살했다고 믿는다. 그러니 기독교 얼마나 싫어하겠는가?
 
이스라엘 내부에서 정통 유대교는 국교로 강제된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다 그렇게 메시야를 기다리면서 정통 율법주의자인 것은 아니다. 그들 중 일부가 그렇다는 거지, 이스라엘 내부에도 무신론자, 불가지론자, 자유주의자 등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서 예수를 믿는다고 해서 나라 법에 의해서 박해 내지 벌을 받는 건 아니다. 단지 왕따가 되고 그런 유대교 신봉자들로부터 사회적 배척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배척하는 짓이 너무 오버이다 싶으면 이스라엘 경찰이 출동해서 제지도 하긴 하지만.. 그들도 이런 일에서는 좀 손 떼고 싶어한다.
 
배척을 어느 정도 받는가 하면, 마을 사람들이 예수 믿는 사람 얼굴을 사진 찍어 간 후 전단지를 마을에다 뿌린다. 이 사람은 요주의 인물이고 '당신들을 설득하여 거의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는' 불순분자이니 조심하라는 내용으로 말이다. 그리고 크리스천의 집 앞에서 농성도 하고, "2천 년 전에 죽은 사람을 숭배하는 우상 숭배자", "당신네 종교 때문에 히틀러는 지금도 외롭지 않을 거다" 같은 폭언 악담도 한다.
심지어는 교회 앞에서 죽치고 앉아 농성을 하거나 예배 진행을 못 하게 난동을 부리고, 예배당을 드나드는 사람에게 위압감을 주려고 1인 시위, 침묵 시위 별 걸 다 하더라. 그 중에 엄청 과격한 사람들은 아까처럼 폭탄 배달까지..
 
사람이 인간의 육신을 자극하는 종교 하나에 심취하면 저렇게 된다는 걸 느꼈다.
새까만 정장과 모자에 긴 턱수염을 한 랍비 아저씨가 평소에는 그래도 일말의 멋이 있어 보였는데.. 저러는 모습을 보니까 싸이코처럼 보였다. -_-;;
유대교 회당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는데, 거기는 오히려 천주교 성당과 분위기가 비슷해 보였다. 기도문 암송하고, 남녀 할 것 없이 머리에 면사포 뒤집어쓰고..
 
그들은 진짜로 예수님에 대해서는 그냥 2천 년 전에 죽은 사람 내지, 기존 유대교 체계에 반발하여 새로운 종교를 만든 이단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자기네 나름대로 메시야의 조건을 규정해 놓고 있는데, 지금까지 몇몇 랍비는 그 조건 중의 일부만을 충족한 경우가 있으나 완전한 메시야는 아직 안 왔다는 식이다.
신약 성경도 내용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지 않았다. 유대인에게 예수님을 전하는 도구는 구약 성경뿐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독교와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유대교 환경에서, 그것도 2, 30년 전만 해도 전국에서 정말 몇백 명에 불과하던 "메시야닉 쥬" -- 예수님을 영접한 유대인 -- 가 지금은 1만 4천여 명 수준으로 불어났다고 한다. 로마서 11장 내용이 진짜 자기네 이야기라는 것을 아는 유대인의 인터뷰를 보게 될 줄이야! 이런 사람들의 영향으로 대환란 때 14만 4천 명의 유대인 환란 성도가 준비되지 않을까 싶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전도지 나눠 주고, 도로변에 현수막을 펼치면서 정말 과감하게 복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방해도 많이 받았다. 예수님의 승천 후, 복음은 지금까지 세계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온 거라 한다.
유럽은 이제 교회에 노인들밖에 안 남았고 오히려 아시아에서 역선교를 해 온다. 동방의 예루살렘이라던 한국도 100년 전의 평양 대부흥은 이제 안드로메다로 갔고, 크리스천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러는 중에 정작 예수님을 배척했던 이스라엘이 꿈틀꿈틀 각성 중이다. 정말 이제 이방인 경륜은 끝이 얼마 안 남았다!
 
유대인의 실족과 실패만으로도 이방인들에게 얼마나 큰 유익을 끼쳤는데, 하물며 이들이 나서서 예수님을 알아보고 그분으로부터 받은 복을 세상으로 나눈다면 세상은 얼마나 더 밝아지고 그들은 일등 선민 노릇을 하게 될까? (롬 11:12)
메시야닉 쥬들은.. 자기 동족이 지금까지 이방인들로부터 당한 설움을 이제 자기들한테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들을 미워하지 않으며 동족을 위해 기도한다. 그들은 자기를 박해하는 게 신명기 13장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는 신명기 13장이 아니라 신명기 18:15가 적용된다는 걸 증명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역시 유대인들은 지금도 표적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민족인가 보다. 예수님을 좀 보여달라고 했더니 꿈에서 나타났다고 한다. 체험으로 표적을 보고 곧장 예수님을 영접했다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영화 중에 줄을 잇는다. 영화 앞부분에서 폭탄 테러를 당한 그 사람도 정말 기적적으로 치유를 받았다.
물론 이들이 다 바르게 믿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영화에서 언급되지는 않지만, 예수 믿고 구원은 받았는데 아직 교리적으로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여전히 사도행전 15장처럼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예수님을 배출하였으나 수천 년을 예수님 없이 지내 온 이스라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새로운 흐름!
모세오경을 골수로 암기하면서 자란 그들이 스스로 홍해가 갈라진 기적이나 여리고 성이 무너진 기적보다 더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유대인의 덕을 본 이방인 중 하나로서, 본인에게 큰 도전과 유익이 되는 다큐멘터리가 아닐 수 없었다.
 
국민 대다수가 영어 무진장 잘 한다는 건 엄청 부러웠다. 예수님이 어떻게 하나님이냐 하는 말싸움까지 유창한 영어로... =_=;;
영화 중에는 예루살렘의 구원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내용이 계속 반복되는데, 원래 오리지널 구절은 이렇다.

예루살렘의 화평을 위하여 기도하라. 너를 사랑하는 자는 형통하리로다. (시 122:6)

이상 이것으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20 09:44 2010/01/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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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에서 컬러로

※ 정지 사진

사진술이란, 화학 물질을 잘 이용하여 빛의 강약을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어떤 영상을 보존하려는 기법이다.
최초의 흑백 사진이라 흔히 알려져 있는 것은 1825년 프랑스의 조제프 니세포어 니엡스라는 사람이 남겼는데, 노출 시간이 무려 8시간에 달해서 태양이 한 나절 동안 만들어 낸 그림자가 모두 사진에 담길 정도였다.
19세기 중반에 유럽에서는 이미 흑백 사진 기술은 사실상 안정화가 되었다.

그러나 흑백으로 만족하지 않고 천재 물리학자인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빛이 RGB 세 축으로 분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낸 후 1861년, 최초의 컬러 사진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물론 지금처럼 쉽게 한 방으로 찰칵 찍은 게 아니라, 색깔 축별로 사진을 세 장 찍어서 정교하게 합성하여 만든 것이므로 방법이 쉽지는 않다. 그 전에는 흑백 사진에다가 수작업으로 색을 입히는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2차 세계 대전은 물론이고 1차 세계 대전과 1900년대 초를 찍은 컬러 사진도 "존재"는 한다. 단지 실용화가 안 됐을 뿐이지. 컬러 사진 기술 자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일찍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6· 25 사진조차도 컬러를 보기가 쉽지 않으나, 서양인이 구한말 1900년대 초에 서울 모습을 찍은 컬러 사진도 극소수 전해 내려오는 게 있다. 컬러 사진은 1920년대에 코닥 사에서 컬러 필름을 대량 생산하면서부터 보편화되었다.

※ 영화

기술적 토대는 19세기 말에 마련되어서 정말 초라한 흑백 무성 영화로 시작했다. 찰리 채플린 같은...=_=
그때 영화는 진짜 말 그대로 환등기 같은 걸로 틀어 주는 움직이는 그림일 뿐이었으며, 음악을 따로 곁들이거나 내레이터가 중간 중간 라이브로 설명을 해 줬다.

여기에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 기술이 결합하여 동영상에 소리까지 첨가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이다. 단순히 움직이기만 하던 그림이 말하는 그림으로까지 발전했다.
그 후 한동안 흑백 영화 전성기가 이어지다가 컬러 영화는 2차 세계 대전을 전후하여 1940~50년대부터 차츰차츰 등장하기 시작했다. 십계(1956), 벤허(1959)가 그 초창기의 컬러 영화이며, 심지어 우리나라 6· 25 직후의 참상도 누가 컬러로 찍어 놓은 희귀 영상 기록이 남아 있다.

※ 텔레비전

비록 화질이 영화보다는 못하지만, 동영상과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서 장거리로 송수신하는 방식이니, 기술적 난이도는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그 원리는 1920~30년대에 완성되고 실용화됐다. 발명자의 이름을 따서 음극선관(CRT)의 이름을 브라운관이라고도 일컫는다.

미국에서 1931년에 시험 방송이 시작되고 영국에서 1937년, 세계 최초의 TV 방송국인 BBC가 개국했다. 한국에서는 1956년이 돼서야 TV 방송이 첫 시작했다(물론 다 흑백). 즉, 일제 강점기 때엔 우리나라에 TV가 없었고, 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이 지고 있다는 방송은 다 라디오를 통해서나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컬러 TV는 은근히 등장이 늦었다. 기술 개발이 성공한 건 1950년대이지만, 미국에서도 가격 장벽이 낮아지고 본격적으로 보급된 건 60년대가 돼서였다. 그래도 달 착륙 동영상을 흑백이 아닌 천연색으로 볼 수 있게 된 건 정말 천만 다행이다. 70년대 중후반부터 흑백은 이미 골동품 내지 휴대용 초소형 TV용으로나 전락했다.

우리나라는 잘 알다시피 5공 시절인 1980년대 초반이 돼서야 컬러 TV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서 3S 정책이라는 비아냥거림은 있다. 그런데 그럼 박 정희 때는 컬러 TV가 전혀 없었고 땡전 뉴스부터 천연색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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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수천 년을 살아 오면서 뭔가 기록을 남기는 방법이란 글 아니면 기껏해야 그림밖에 없었다. 사진처럼 기가 막히게 초상화나 풍경화를 잘 그리는 화가가 장땡이었다. 아니면, 사람 얼굴 윤곽은 데스마스크 같은 걸로 남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던 것이 사진술이 개발되어 사진을 남기고 심지어 동영상을 만들고 이를 전파로 만들어 송출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 전과 그 후의 인류의 삶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발명이 아닐 수가 없었다.
1900년대 초에는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덕분에, 사람의 실물 사진도 모자라서 살아 있는 사람의 뼛속 사진까지 이미 찍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발달한 사진술은 얼마 안 있어 금성과 달 같은 우주의 모습까지 담아 오는 데 성공한다.

사진을 한번 팟 찍으면 내 영혼이 빠져나가는 줄 알고 혼비백산했을 당대 사람들이 이해가 될 만도 하다.
사람을 해부하지 않고 자기 손의 뼈 사진을 봤을 때 그 심정이 어땠을까?
당대의 화가들은 사진술의 발명으로 인해 자기 정체성을 심각하게 재고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도 지금도, 도시 건물 같은 거.. 완전 실사 뺨치게 그리는 걸 업으로 즐기는 화가도 있다)

우리는 지금 불과 200여 년 전 사람들조차 상상도 할 수 없던 대단한 문명의 이기를 당연하게 사용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스팸 메일 없는 이메일을 상상할 수 없듯,
사진술의 대중화와 동시에 인류는 이제 음란물과의 전쟁을 치르기 시작하게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39 2010/01/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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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종 교통수단 분석 2

이번에는 각 교통수단을 둘둘씩 묶어서 비교한 것이다. ^^;;

※ 도로-철도 VS 비행기-배

- 전자는 육상 교통수단인 반면 후자는 그렇지 않다는 가장 간단한 차이가 존재한다. 후자는 전자보다 날씨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으며, 날씨가 심하게 안 좋을 경우 심지어 결항까지 한다.
- 전자는 탑승자의 신변 확인이 없이 걍 돈 내서 승차권만 갖고 있으면 누구나 탈 수 있다. 하지만 후자는 탑승권에 임자가 따로 있으며, 하다못해 피서차 고기잡이 뱃놀이를 가더라도 승선자 명단과 연락처는 미리 확보해 놔야 한다. 후자는 사고가 날 경우 동체 내지 탑승자가 아예 실종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 도로-비행기 VS 철도-배

- 후자가 전자보다 대체로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대량 수송에 더욱 친화적이다.
- 후자는 전자에 비해 가감속 성능이 떨어지며, 높낮이 변화에 무척 취약하다는 특징이 존재한다. 철도는 작은 마찰계수의 특성상 등판능력이 매우 떨어지며, 배는 고도 자체가 해수면에 완전 붙박이 고정. ㅋㅋㅋㅋ
- 전자는 언제나 우리 승강장과 수직으로 세워져 있는 동체의 앞부분 단일 입구를 통해 탑승한다. 하지만 후자의 철도는 언제나 승강장과 평행인 옆면으로 탑승하며 터미널형 탑승 형태는 매우 드물다. 배는 수직형과 평행형이 모두 쓰이는 듯하나, 매우 큰 배는 철도처럼 평행형이다. (타이타닉 같은 옛날 영화들에서 배 타는 장면 참고)

※ 도로-배 VS 철도-비행기

- 전자는 평면 위에서 조향이 가능한 깔끔한 2차원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후자의 철도는 앞뒤로만 달릴 수 있는 1차원 교통수단이고, 비행기는 완전한 3차원 교통수단이다.
- 후자는 기술 개발을 통해 전자보다 속도를 월등히 더 끌어올릴 여지가 충분히 있다. (고속철, 초음속기 등^^)
- 후자는 전자보다 다니는 길에 훨씬 더 민감하다. 자동차는 그래도 비포장 도로에서도 달릴 수 있고 배 역시 쇄빙선 같은 것도 있긴 한 반면, 철도는 매일 정교하게 선로 보수를 해야 하는 교통수단이며, 비행기 역시 활주로에 조금이라도 이물질이 있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배의 경우, 잠수함은 여객용으로 통용되는 교통수단이 아니므로 고려에 넣지 않았고 언제나 해수면을 떠 다니는 교통수단만 생각한 것임.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37 2010/01/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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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공항

※ 김포

인천 공항이 개항하기 전엔 서울에 자리잡은 우리나라 최대/최고의 공항이었다. 지금은 이 위치가 서울 강서구이지만 이 공항이 처음 생기던 시절엔 여기가 서울 시내로 편입되기 전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는 여의도에 비행장이 있던 것이 제법 외곽이던 이곳으로 이전했다.

나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문인데 부지가 비좁고 더구나 인근의 주거지 때문에 밤엔 비행기를 띄울 수 없는 문제까지 생긴 관계로, 관문 역할은 훗날 인천 영종도에 훨씬 더 큰 규모로 따로 만든 인천 공항에다 넘겨주게 되었다. 그 후 이 공항은 국내선 위주로 역할이 축소되었는데, 이제는 국내선만 취급하기에는 공항 용량이 많이 남는 관계로 중국과 일본 일부 국제선이 다시 취항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김포와 인천 공항의 관계는 일본으로 치면 도쿄 하네다와 나리타 공항의 관계와 거의 일치한다. 개인적으로 중국과 일본을 포함하여, 서울에서 2~3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단거리 노선은 그냥 김포에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인천 공항 올인 육성을 위해서 이는 실현되기 곤란한 사항이다.

한때는 지하철 5호선만이 연결해 줬지만 지금은 9호선과 공항 철도까지 개통하여 나름 3개 철도 노선으로 접근 가능한 곳이 됐다. 본인은 1999년에 나름 대회 참가차 미국 갈 때 김포 공항 국제선을 이용해 봤다.

※ 인천

1990년대에 경부 고속철과 더불어 2대 맘모스급 국책 사업으로 추진된 끝에, 섬을 삽 떠서 메워 만든 초대형 허브 공항이다. 주거지하고는 멀찍이 떨어져 있고, 공간도 무진장 넓고, 비행기는 24시간 뜨고 내릴 수 있고... 건설 당시엔 세종 공항으로 하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인천 시 정치인 쪽의 입김 행사로 인해 반영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인천 이외의 우리나라의 국제 공항들은 거의가 아시아를 벗어나지 못하고 일본· 중국 소수 노선에 국한된 반면, 이 공항은 명실상부히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공항으로서 전세계 수많은 항공사가 취항하여 쉴 새 없이 비행기가 왕래 중이다.
2001년에 개항하여 시설도 깔끔하고 으리으리하고 좋으며, 경영도 잘 해서 흑자 많이 내고, 외국에도 가격 대 성능이 뛰어난(공항 이용료도 저렴) 좋은 공항으로 정평이 나서 어떤 면에서는 일본 공항의 실적도 따라잡고 추월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좋은 공항을 왜 또 매각하고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나오나 모르겠다.

※ 성남

용도가 공군 비행장에 가깝고 민간인 여객 공항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공항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민간인용 지도에는 표기도 안 돼 있음. 가끔 에어쇼 할 때나 개방한다). 성남에 있지만 이름은 서울 공항이다. 서울에 있는 김포 공항처럼.. 이름과 실제 위치가 별로 매치가 안 되는 또 다른 예이다. ^^

그래도 서울 중심부와 가까우면서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 공항이 차지하는 전략적 의의는 꽤 된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용하고, 부시 대통령이 방한할 때 에어 포스 원 비행기도 이 공항으로 왕래했다.

※ 김해, 제주

서울에 있지 않은 국내 공항 중에 나름 저명도가 있고 자체 국제선도 취항하면서 흑자도 내고 있는 곳이다. 즉, 서울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 대도시인 부산, 그리고 어차피 고립된 섬이어서 이렇다할 교통수단이 비행기밖에 없는 제주도이다 보니 수지도 맞고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승산도 있는 것이다. (대구-부산은 아직 고속 신선도 없음) 특히 제주 공항은 그 특성상 국내선의 비중이 높고 비행기가 엄청 많이 드나드는 바쁜 공항으로, 세계적으로 순위도 꽤 높다고 한다.

참고로 서울 김포 공항도 강서구에 있고, 부산 김해 공항도 강서구에 있다.

여담이지만, 제주 국제 공항은 이례적으로 X자 모양으로 활주로가 두 방향으로 건설되어 있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한쪽 방향으로 이륙이 곤란한 경우 다른 편 방향으로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단, 양 활주로의 길이가 같지는 않아서 다른 편 방향으로 이륙은 작은 비행기만 할 수 있다.

※ 청주

김포가 북쪽 끝이고 김해/제주는 남쪽 끝인 반면, 청주 공항은 국토의 중앙에 있어서 위치가 어중간하다. 그래서 국내선은 제주도로 국한돼 있고, 일부 국제선을 취항해 있으나 수지가 맞지 않아서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한다. 철도 충북선에 청주공항 역이 있다.
한때는, 인천 공항을 새로 만드는 대신에 남한의 정중앙에 있는 이 청주 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육성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 대구, 포항, 울산

영남 지방에 있는 공항들이다. 대구는 일부 단거리 국제선이 있지만 포항과 울산은 국제 공항은 아니며 국내선만 취급한다. 국제 공항치고는 그렇게 외곽에 있지 않아 접근하기 쉬운 편이다.
국내선은 제주 아니면 서울 행으로 국한되어 있는데 대구는 KTX에 밀려서 김포 공항 노선은 사라졌고(1시간 40분만에 서울 중심 접근 가능!), 그 대신 인천 공항으로 바로 가는 노선만 있다. 포항은 제주도도 없이 서울 김포 행만 제공한다.

대구와는 달리 포항과 울산은 나라에서 육성한 대규모 공업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위치상으로 경부 고속도로나 경부선 철도로의 접근성이 열악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자 이런 식으로 공항이 존재해 왔다. 포항은 몰라도 울산은 KTX가 2차 개통하면 또 항공 교통이 어떤 양상으로 바뀔지 모르겠다.

서울에서 경주로 갈 때도 울산 공항을 이용하면 된다. 언제 한번 비행기 좀 타고 집에 가 보고 싶다.

※ 강원도, 호남

이런 지역에 있는 공항들에 대해서는 딱히 내가 아는 바가 없다. 서울에서 강원도로 가는 국내선은 과거에 육상 교통이 캐불편하던 시절에는 승산이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영동 고속도로가 굉장히 빠르게 잘 뚫려서(경부축의 KTX) 비행기의 장점이 크게 줄어들었을 뿐더러 강원도 쪽은 대도시도 없고 수요가 너무 부족하다. 양양 공항은 정말 악명 높던 사례이다.

광주 공항은 김포 공항으로 가는 노선이 있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여기도 KTX가 고속으로 달리지 못하고 육상 교통에 비해 항공이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33 2010/01/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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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L123 (1985년 8월 12일)

단일 항공기 추락 사고로는 최다 사망자가 나온 최악의 항공 사고로 손꼽힌다. 승무원 포함 탑승객 524명 중 520명 사망. 맨 뒤에 타고 있던 여성 4명만 생존. =_=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아니 그때 지금 같은 초대형 에어버스급 항공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500명이 넘게 사람이 몰살이냐? 비행기가 무슨 지상의 민간인을 덮치기라도 했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비행기는 산중턱에 추락했으며 희생자는 모두 비행기 탑승객 맞다.

여기에는 일본 특유의 짠돌이 근성이 한몫 기여했다.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전철만 봐도, 승객을 짐짝 취급하는 정도가 한국보다 더하다. 안 그래도 작은 협궤 전동차에 승객들이 터져나가다 보니 출퇴근 시간엔 승강장 길이보다 더 긴 열차, 한 량에 문이 우리나라처럼 4개가 아니라 6개인 열차, 아예 좌석이 없이 모든 승객이 서서 가는 열차처럼 별 게 다 다닌다.

사고기는 물론 보잉 747 대형 항공기이다. 원래 정원은 300명인데, 당시 경제 호황에다 명절 특수 덕분에 수요가 넘치는지라, 퍼스트/비즈니스를 없애고 모든 좌석을 이코노미로 개조하여 정원을 500명이 넘게 늘리고, 그 큰 비행기를 국내선에다 투입했다. 그렇다, 이 비행기는 도쿄에서 출발하여 오사카로 약 4, 50분 남짓한 시간만에 날아갈 예정이던 단거리 국내선이었다.

사고기에 크리가 터진 것은, 이륙 12분 후 거의 순항 고도에 진입했을 즈음에, 꼬리날개 부분이 바깥과 기내의 기압차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음과 함께 파괴되고부터였다. 이건 비행기에서 마치 배의 조향타, 사람 귀의 반고리관과 같은 부위인지라 비행기가 중심을 잡고 상하좌우 조향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조작은 사람의 힘만으로는 하기 어렵기 때문에 마치 자동차의 파워 스티어링처럼 유압 동력의 도움을 받아 행하는데, 이 오일도 다 유출되고 비행기는 한 마디로 엔진만 작동할 뿐 전혀 조종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고 만다. 객실과 외부가 뚫려 버려서 산소 마스크가 내려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승객은 산소 부족으로 인해 의식을 잃기도 했다고 한다.

사고기는 좌우로 들썩들썩거리면서 일반적인 착륙 속도의 수 배가 넘는 속도로 급강하하다가, 내려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또 양력을 얻어서 붕 뜨고, 또 급강하를 지상과 완전히 충돌할 때까지 계속 반복했다. 삼각 함수처럼 진동했다는 소리인데, 뜨고 내리는 그 고도 진동의 폭은 가히 수 km는 됐다고 한다. 이렇듯 이 비행기는 바로 땅으로 자유 낙하를 한 게 아니다. 꼬리날개가 날아가 버린 후, 이 짓을 완전히 추락할 때까지 거의 3, 40분간 지속하면서 서서히 실속(stall) 상태에 빠졌고 평균 고도는 낮아져 갔다. 그러니 들썩거리는 비행기 안에서 승객들은 극도의 어지러움과 공포에 떨어야 했으며, 일부는 여권에다 유서를 쓰기도 했다. 물론 엄청난 진동 때문에 글씨는 완전 꼬불꼬불 제멋대로였다.

사고기의 조종사에 대해는, 그런 패닉 상태에서 비행기를 최선을 다해 그 시간 동안만이라도 조종한 게 대단했다는 평도 있고, 기장이 이미 산소 부족으로 인해 잠시 맛이 가서 정상적인 대처를 못 했다는 평도 있다. 어쨌든 한번 실속 상태에 빠진 비행기는 모두의 기대를 저버린 채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머리 부분이 '/' 모양으로 아래를 향하면서 산에 거의 수직으로 충돌함으로써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추락 직전 드디어 GPWS (대지 접근 경보 장치)에서는 수 차례 "왱왱 pull up!" 죽음의 경고음이 흘러나왔다.

사고기는 저녁 6시에 출발했고 사고가 났을 때는 이내 해가 떨어진 밤이 되었다. 사고 소식을 들은 일본 정부에서는 즉시 수색/구조 헬리콥터를 출동시켰다. 그러나 현장을 확인한 헬리콥터는 생존자가 있을 리가 없다고 속단하고, 날씨도 안 좋은 깜깜한 밤에 빽빽한 산의 중턱에 헬리콥터를 착륙시키기란 힘들다는 귀차니즘에 입각하여 단념하고 그냥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구조 대원들도 산기슭에서 하룻밤을 그냥 묵고 만다. 최후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 직후엔 사실 4명 말고도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위급 환자가 여럿 더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밤을 지새우면서 추위와 구조 작업 지연으로 인해 결국 죽고 말았다. 온몸이 쑤시고 꼼짝달싹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헬기 불빛을 향해 손을 흔들었건만..! 일본 정부의 큰 판단 실수였다.

다음날 아침 드러난 사고 현장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흙더미에 파묻힌 채 나뒹구는 사람 손발, 이목구비 형체가 싹 사라진 민얼굴을 한 사람 모양의 숯검댕까지만 말하겠다.
(뜬금 없는 이야기이다만, 성경 창세기 1:2에서 땅이 형체가 없고 비었다는 말은, 멀쩡하던 사람 얼굴이 저 지경이 됐다는 것과 정확히 같은 맥락이다. 이전 세상에 대한 심판과 파멸 뉘앙스이지, 중간 과정을 나타내는 게 절대로 아니다)

대놓고 엔진이 고장났거나 기내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비행기가 뒷부분이 그렇게 망가져서 저렇게 서서히 추락하는 것은, 항공 역사상 무척 괴이하고 드문 사례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을 수사한 경찰과 항공 기술자들은 처음엔 무척 의아해했다. 그런데 진짜 원인은 사고기의 과거 내력에 있었다. 이 비행기는 7년 전 1978년엔 다 도착해서 착륙하던 중에 기수를 너무 높게 들어서 \ 뒷부분이 활주로에 긁히는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승객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타서 비행기는 무거운 상태였고, 질량이 큰 항공기에게 조금이라도 더 큰 공기 저항을 주어 착륙 시 신속하게 속도를 줄이게 하려면 기수를 좀 높게 치켜세우면서 착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게 화근이었다.

비행기는 운항 종료 후 즉시 수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매우 critical한 부품인 뒷부분 벌크헤드의 정비는 일본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 사에 의뢰를 해야 했다.
그런데 최소한 두 줄로 땜질을 해야 하는 곳을 보잉 사에서는 한 줄만으로 대충 때웠다고 한다. 이것이 나중에 금속 피로도의 증가로 인한 파손으로 이어졌고 결국 비행기의 추락을 야기하고 520명의 승객의 목숨을 앗아갔다.

오랜 기간에 걸친 재판 끝에 사고 원인이 보잉 사의 수리 잘못으로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보잉 사는 상당한 거액의 보상금을 일본 측에 지불해야 했다고 한다. 전해지는 일화에 따르면 보잉 747를 처음으로 설계했던 기술자는 자기 회사 직원의 정비 불량 때문에 내가 설계한 비행기가 추락해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죽은 것에 통한을 감추지 못했고, 별로 책임이 크지도 않은 일본 항공 측의 한 비행기 정비사는 숫제 자살까지 했다고 한다. 무슨 큰일이 터지면 혼자 책임 다 뒤집어쓰고 희생양으로 자살하는 관행이 통용되고 있는 일본다운 스타일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또 일방적으로 보잉 사만 나쁜놈으로 만들기에는, 그 부실한 벌크헤드가 왜 무려 7년이란 시간 동안은 별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전세계 항공업계는 아무리 대형 항공기라 해도 정원을 초과해서 승객을 태우지는 않게 됐다. 비록 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정원 초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꺼번에 너무 많이 태우고 가다가 사고라도 한번 났다가는 정말 너무 참혹한 올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500명 이상급의 초대형 항공기가 다시 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 테네리페 참사 (1977년 3월 27일)

잘 알다시피 비행기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3차원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두 비행기가 공중에서나 활주로에서나 서로 충돌할 일이 과연 있을까?
비행기는 단위 거리당 사망자 수로만 보면 자동차보다 월등히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더구나 요즘 같은 관제 시스템 하에서 추락도 아니라 비행기끼리 어이없게 충돌하기란, 그야말로 철길에서 열차가 정면 충돌할 확률 내지 가다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도 더 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페인 령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 섬의 로스 로데오 공항의 그 날은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항공 사고가 자연 재해나 인재 등 단일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반면, 이 사고는 하필 정말 "재수 옴붙었다고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최악에 최악의 가능성만 골라서 벌어지는 바람에 사상 최악의 최다 사망자 항공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활주로에서 전속력으로 이륙 중이던 네덜란드 소속 여객기와, 이륙하려고 택싱 중이던 팬암 소속 여객기, 이렇게 보잉 747 두 대가 정면 충돌하여 두 비행기에서 총 무려 583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참고로 아까 JAL123기 사망자 520명, 삼풍 백화점 참사 사망자 501명)

정말 지지리도 운이 없었다. 로스 로데오 공항은 비좁고 한산한 '삼류(?)' 지방 공항이며 사실 보잉 747 급의 대형 항공기를 제대로 취급하기가 버거운 형편이었다. 사고를 당한 네덜란드 KLM기와 미국 팬암 기는 원래 거기에 갈 예정도 아니었으며, 착륙하려던 라스팔마스 공항에 테러 위협 경보가 들어오는 바람에 임시로 저 공항에 가게 된 것이다.

하필 그 시각, 날씨도 엄청 흐려지고 짙은 안개가 앞을 가려서 관제탑에서 활주로 전체 모습을 식별할 수가 없어졌다.
거기에다 비행기 조종사와 관제탑 사이에 같은 영어를 쓰고도 서로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들었다. (전에 김 재주 님께서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에서 동사 table 의미 차이에 대해 지적한 것처럼)
KLM 기 기장의 멘트는 "이륙할 예정이다(의도한 뜻) / 이륙 준비 끝났다 (관제탑이 알아들은 의미)"로 의미가 서로 엇갈렸다.

이에 대한 관제탑의 회신은 "좋다. (2초간 쉬고) 이륙 허가를 곧 내리겠으니 기다리고 있어라"였는데, 뒷부분 멘트는 팬암 기 기장이 보낸 "안 돼. 우리가 아직 활주로에서 택싱 중이다!"와 겹쳐서 KLM 기로 제대로 전송이 되지 않았다.
"우린 이륙 준비 끝났다 / 좋다. 이륙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좀 기다리고 있어 봐라" 가
"우린 이륙할 예정이다 / 좋다, 할 테면 해라" 로
의미가 순식간에 와전되고 만 것이다!

안개 때문에 KLM 기와 팬암 기, 관제탑 모두 상대편 비행기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며, 일요일이라 관제탑엔 직원도 평소보다 적었고 지상 관제 레이더는 동작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리고 팬암 기는 지시받은 진입 지점을 안개 때문에 놓쳤지만, 돌아가기엔 귀차니즘에 입각하여 무시했다. 설마 별 일 있겠냐 하는 생각.

이륙 직전, 마지막으로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KLM의 부기장은 마지막으로 기장에게 "아직 팬암 기가 활주로에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반문했으나, 자신의 직속 상사이며 비행 시간 2만 시간이 넘는 KLM 최정예 조종사 기장의 "괜찮다" 한 마디에 그 의견은 묵살된다. 사실 KLM, 팬암 기 모두 기장은 베테랑급 고급 인재들이었다. 이로써 두 비행기가 충돌을 피할 마지막 기회마저 지나가고 말았다. 이 정도면 정말 재수 더럽게 없던 날이지 않은가?

결국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상대방 비행기를 저 앞에서 발견해 버린 두 비행기의 조종사 입에서는 정말 "씨바! X됐다!" 소리가 나오고도 남았을 것이다.. 실제로 팬암 기의 조종실 음성 기록에는 "OMG! 저 개XX가 우리 쪽으로 돌진 중이야!"가 남아 있다..

택싱 중이던 팬암 기는 정면 충돌을 피하고 대피하려고 필사적으로 핸들(?)을 왼쪽 출구로 꺾었다. KLM 기는 이미 V1 (이륙을 중단할 수 없고 무조건 하늘로 떠야만 하는) 속도를 넘어서고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 버린지라, 필사적으로 하늘로 떠서 팬암 기를 타넘으려고 꼬리 부분을 손상시키면서까지 무리해서 기수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KLM은 20미터 남짓 떴다가, 팬암 기의 윗부분을 박살내 버린 후 150여 미터를 타넘고 날아가다 추락했다. 그리고 두 비행기 모두 유출된 연료로 인한 맹렬한 화염에 휩싸였다.

하필 KLM은 이륙 직전에 급유를 마치고 연료도 5만 리터가 넘는 '만땅' 상태였다. 그것 때문에 무거워서 급하게 뜨기가 어려워진 것도 있었다. 그러나 불운의 KLM 항공기는 그 연료로 미처 날지도 못하고 오히려 그 연료 덕분에 홀랑 전소하고 말았으며 탑승객도 미처 탈출할 틈도 없이 전원 사망했다. 그 반면 팬암 기는 KLM 기가 비껴 간 중앙을 제외하고 맨 앞과 맨 뒤쪽에서 60여 명의 생존자가 나왔으며, 기장, 부기장 같은 승무원들도 살아남았다.

이 어이없으면서도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AND로 작용하여 발생한 사고로 인해, 항공 규정은 크게 바뀌었으며, 무엇보다도 관제 중에는 의미가 명확한 표준 용어만 사용하게 되었다. 요즘은 특히 조종사들에 대해 요구하는 영어 실력도 크게 강화되고 있다. 작은 오해가 자칫 이런 식의 큰 항공 사고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 민간 항공 기구(ICAO)는 2004년 9월, 한국 같은 비영어권 국가들에 대해, 영어 실력을 갖추지 못한 항공 종사자들을 현업에서 배제해줄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물론 여기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따지고 보면, 당시 스페인 공항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고 싶었던 가상의 테러범들은 자신의 목표를 이런 사고로 인해 간접적으로 더욱 초과 달성한 것 같기도 하다. 자기를 피하려고 대형 여객기를 그 좁고 날씨 열악한 공항에다 몰아넣게 하고, 결국 저런 사고까지 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참고로 두 항공기가 공중에서 거의 충돌할 뻔한 적이 놀랍게도 없지는 않다. 비행기라고 해도 날아다니는 항로는 정해져 있으며 여러 항공기가 한 항로를 공유한다면 사고의 위험은 언제나 존재하게 되는 법이다. 더구나 요즘은 수십 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여객기들이 공중을 누비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항공업계에서는 두 비행기가 불과 약 150미터 이내로만 근접해도 near-miss라 하여, 실제로 부딪치지 않았더라도 사고라고 간주한다. 전동차만 해도 추돌을 방지하려면 앞 차와 최소 200미터 이상 간격을 유지하면서 달리게 되어 있는데 그 빠른 항공기가 1초에 얼마나 멀리 나갈 수 있는지를 감안한다면, 저 정도만 해도 정말 큰 사고라고 간주할 수 있다.

순항 중인 항공기의 충돌이 우려되는 경우 관제탑에서는 한쪽 비행기는 고도를 높이고, 다른 쪽 비행기는 고도를 낮추어서 서로 비껴 가라고 명령한다(혹은 좌우 방향 틀기). 그런데 거의 충돌할 뻔한 상황이란, 의사 소통이 제대로 안 되어 두 비행기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심지어 둘 다 동일하게 고도를 높이거나 낮추었을 때이다.

※ 결론

1. 비행기는 순항 중에는 좀체 사고가 나지 않는다. 사고는 대부분이 이륙, 착륙 과정에서 발생한다. 나는 옛날에는 착륙이 이륙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젖먹던-_- 힘까지 내어 달려서 공중에 떠야만 하는 이륙도 만만찮게 위험하고 크리티컬한 순간이다. 개인적으로 이륙할 때의 그 비행기 엔진 소리와 떨림이 좋다. ^^;;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난 6월 초에 발생한 에어 프랑스 비행기 사고는 멀쩡히 바다 위에서 순항 중이다가 갑자기 불의의 사고로 추락했다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2. 생명체는 아무리 심하게 다치더라도 최소한 뱃속의 음식물(연료??=_=)이 폭발하거나 각종 장기들이 누전, 합선되어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게 존경스럽다. 전체 시스템의 한 고리가 끊어지는 순간에 와장창 조직 전체가 와해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조직을 이루는 각 구성요소도 재귀적으로 별개의 미시적 시스템을 이루고 있고,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대한 살려고 발버둥친다. 테란 건물과 저그 건물의 차이이며, 사람의 작품과 하나님의 작품의 구조적인 차이가 이런 게 아닐까 한다. ^^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03 2010/01/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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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 기타 이것저것

20세기에 인간이 이뤄낸 위대한 과학 성과 중 하나는 원자력에 대한 지식이다.
학생들이 무려 고등학교나 대학 학부 수준에서 배우는 물리 교재에 chapter가 하나 추가될 정도로, 종전의 고전 역학과는 차원이 다른 지식이 추가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은 예전에는 미처 상상도 할 수 없던 어마어마한 동력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원자력 발전은 태양에 전혀 근간을 두지 않고 에너지를 얻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20세기 이후에 시작된 찬란한 전기 문명은, 교류 전기의 실용화와 더불어 원자력 발전도 큰 일조를 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은 이내 핵무기라는 것을 만들었고, 국제 사회 정세를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바꿔 놓기도 했다. 예전에는 마음에 안 들면 애들처럼 서로 주먹으로나 툭탁거리고 싸우던 것이, 이제는 총을 손에 쥔 거나 마찬가지가 됐다는 소리이다.
 
현재까지 인류 역사상 자국민이 사는 도시에 핵무기를 맞아 본 나라는, 잘 알다시피 전세계에서 일본이 유일하다. 그것도 두 번이나 맞았다. 2차 세계대전의 말기에 유럽에 독일, 이탈리아는 다 항복하고 히틀러마저 제거됐는데 아직 일본만 유일하게 개기고 있어서 저랬다. '무시무시한 폭탄'을 맞고서야 정신을 차린 일본은 왕이 직접 서면으로 연합국에 항복하고, 자기 식민지들에 대한 권리도 일체 포기한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이 정말 극적으로 끝나고, 우리나라도 일제로부터 해방된다.

아마 우리나라가 이렇게 당했으면 미국하고는 완전 철천지원수가 됐을 것이다. 방사선 피폭은 대물림까지 된다. 그 데미지의 레벨이 6 25 때 무슨 노근리 학살 같은 거하고 비교가 되나?
 
잘 알다시피 원폭은 1945년 8월 6일에 히로시마 상공에 먼저 떨어졌다. 의역 좀 하면 '귀여운 꼬마애'뻘 되는 길이 약 3미터, 무게 약 4톤쯤 되는 Little Boy 폭탄이 어지간한 여객기 고도와 비슷한 9.5km 상공에서 전투기로부터 투하되었다. 타이머를 걸었는지 뭐 어떻게 activate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폭탄은 한참을 추락하다가 약 550m 상공에서 그대로 펑 터졌다.
수류탄도 그렇고 폭발물은 약간 공중에서 터져야 사방팔방으로 가장 큰 파괴력이 나오는 법. 이 원폭도 일종의 공중 폭발을 일으켰다.
 
곧바로 눈을 보호하기 위해 가글을 착용한 당시의 전투기 승무원들은 정말 경악할 만한 광경을 목격하게 됐을 것이다.
이것은 보어, 페르미, 천재 컴퓨터 과학자인 폰 노이만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당대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일본 본토 지형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폭탄을 어디에서 투하하고 터뜨려야 가장 큰 피해가 나오는지까지 계산하여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그 첫 실험 대상으로 일본이 선택된 것이다.
 
눈을 상하게 할 정도의 엄청난 섬광이 비쳤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마어마한 불기둥과 무시무시한 후폭풍. 하늘이 어두워지고 그저 도미노처럼 힘없이 주저앉는 건물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순간.
아마 핵실험 촬영 같은 것도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zoom 무지막지하게 당겨서, 과장 좀 보태면 천체 활동 관측하듯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히로시마 시는 순식간에 폐허가 되었다. 죽은 사람 시체 사진을 보니까 거의 유대인 홀로코스트 내지 관동 대지진 학살 사진 수준이었다.
물론 그 며칠 전에 미국에서는 원폭 투하를 예고하고 어서 대피하라는 경고 전단지를 살포하긴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고방식이 "설마? 뭐 좀 위력이 큰 폭탄 떨어져 봤자, 늘 하던 대로 방공호로 대피하면 되겠지" 수준이었으며, 결국 원폭에 고스란히 당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예화는 기독교에서 복음 전할 때 자주 인용, 등장하기도 한다.)
 
나는 일본에 대해 완전 몸서리치게 증오하거나 딱히 피해 의식이 있지는 않다. 원폭 맞아서 도시 전체가 저렇게 개떡이 되고 만 것은, "꼬시다 쌤통이다 메롱"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정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봐도 정말 일본이 자기네가 심은 대로 거둔 것이다.
 
우리한테 한 짓이 얼마인데! 특히 잊어서는 안 되는 그들의 죄악 중 하나는, 관동 대지진 때 민심이 흉흉해지니까 조선인들을 폭도로 몰아서 수천, 수만 명을 다 학살하고, 그걸 일본 경찰과 정부 당국은 일부러 묵인까지 해 준 사실이다. 독립 운동 항일 투쟁을 하던 사람도 아니고 멀쩡한 민간인을! 사태가 수습된 뒤에도 이 학살극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을 진 쪽은 일본에 아무도 없었다.
 
외모가 비슷하니까 일부러 한국인이 발음하기 힘든 일본어 단어를 발음까지 시켜서 사람을 죽였으며, 그러다 심지어 몇몇 자국인도 오인 살해 당했다고 한다. 성경에서 사사기 12장 5~6절을 읽어볼 것. 오히려 조선인을 단원으로 고용하고 있는 야쿠자 같은 조직에서 조직원의 목숨이 위태로우니 애써 숨겨 줬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 저런 죄값쯤은 좀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원폭 피해자 중에서도 조선인이 일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자기가 저지른 죄에 대한 언급이나 진정한 반성과 사죄는 싹 회피하고, 오로지 핵폭탄을 맞아 자기네가 불쌍한 피해자인 것만 부각시키면서 동정을 호소하고 있으니, 경계해야 할 점이 아닐 수 없다. "다시는 이런 실수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일본 문화 특유의 뱅뱅 돌려 말하는 모호한 표현인데..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실수라고 생각하는 걸까?
 
'귀여운 꼬마애'를 실은 전투기를 조종한 사람은 폴 티베츠라는 베테랑 공군 조종사이다. 당시 3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대령이던 그는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는 데 일조한 영웅으로 미국 내에서 추앙 받았으며, 나중에 원스타 준장으로까지 진급한 후 전역했다. 그리고 천수를 누리며 굉장히 오래 살다 2007년에 작고했다.
그는 2002년이던가 미디어를 통해, 당시의 원폭 투하는 그저 명령에만 따른 것일 뿐 딱히 개인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회고했다.
 
사흘 뒤 나가사키 상공에 투하된 원폭은 원판보다 더 뚱뚱하고 위력도 좀더 강해진 것이었다. 하지만 평지인 히로시마와는 달리 나가사키는 지형의 기복이 큰 편이어서 히로시마 만한 데미지는 나지 않았다.
 
핵무기까지 가미된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세계 지성인들의 세계관, 인간관은 정말 큰 변화를 겪게 되었음이 틀림없다. 아마 성선설에 대한 믿음이 크게 흔들리게 됐을 것이고, 이런 과학 기술로 이런 규모의 전쟁이 앞으로 더 터졌다간 진짜 지구가 멸망할 거라는 경각심을 갖게 됐을 것이다. 그러니 국가 위의 다른 중재 조직이라도 만들어서 세계 열강이 또다시 이런 끔찍한 전쟁에 도미노처럼 휘말리는 것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유명무실하던 국제 연맹도 없애고 국제 연합이라는 조직이 새로 생겼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세상에 전쟁이 없어지지는 않고 있다. 사악한 자에겐 결코 평화가 없다고 말하는 주님의 이사야서 말씀을 기억하자.
 
어쩌면 6 25 전쟁이 장기화되었다면, 냉전이고 나발이고 없이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 10년이 채 안 지나서 한반도에서 거의 세계 대전급의 피터지는 싸움이 또 벌어졌을지도 모르며, 최악의 경우 핵무기가 또 동원되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맥아더 장군을 욕하고 비판하는 진영이 이런 점을 주로 들추곤 한다. 하지만 이런 진영은 그 불행의 근본 원인 제공자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언급이 없고, 저런 식의 주장을 하는 의도가 매우 불순한지라 본인은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불순하다.)
 
사실 6 25도 1951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38선 인근에서의 지겨운 엎치락뒷치락 소모전 위주였기 때문에, 미국도 필요 이상으로 소련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도 않았으며 어지간해서는 승산 없는 이 전쟁에서 적당히 손 떼고 싶었을 것이다. 이승만, 맥아더 같은 짝짜꿍이 맞는 꼴통(?)들만이 오로지 북진 통일을 고집했던 것이다.
 
그 후 세월이 흘러 박정희 정권은 70년대 말에 우리나라도 전투기와 핵무기를 제외한 모든 무기를 국산화했다고 선언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국방 과학 연구소 연구원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한 덕분이었다.
 
그는 더 나아가, 우리가 북한과 일본, 미국을 상대로 당당히 큰소리 치려면 우리도 핵무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정희가 부하의 총에 맞아 비명에 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휘소 박사 같은 사람이 그렇게 허무하게 가지 않았다면 한국의 역사가 또 바뀔 수 있었을까? 얘기를 더 하자면 정치성 논쟁이 되므로 이 자리에서는 생략하겠다. (그런데 정작 이휘소 당사자는 오히려 유신 독재와 핵무기 개발을 강력 반대했던 걸로 유명하다. 김진명 씨의 소설에 나오는 설정은 허구이다 ^^)
 
아무쪼록 이 바닥으로 글을 쓰면서 또 느낀 것은, 역시 아는 것이 힘이고 냉혹한 세상에서는 힘이 최고라는 것. 어차피 강자와 약자가 둘 다 시편 20:7 말씀을 모르거나 안 믿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무기를 만드는 자는 지배자가 되고 방패를 만들지 않는 자는 노예가 된다는 진리"는 돌도끼로 전쟁을 할 때부터 미사일로 전쟁을 할 때까지 인류문명이 만들어 놓은 진리이다. 과거에 우리나라가 힘이 없어서 일제에 주권을 빼앗기지 않았던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일본에 대한 증오심과 적개심이 부족해서 양국의 국력 차이가 그 정도이고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게 절대 아니다. 일본에 있는 동급의 저질 찌질이들하고 같이 댓글 논쟁, 사이트 DDOS 공격이나 주고받으면서 그게 애국인 줄로 착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일본으로부터 받아낼 건 비용 대 효율 최대로 받아내고, 말 없이, 모방을 통해 창조를 해 내고, 실력을 쌓고 기술을 개발하고 국부를 창출하는 것이 일본을 가장 수준 높게 이기는 것이다. 일본을 그런 방법으로 이기려고 애썼던 옛날 지도자의 공도 과와 더불어 객관적으로 인정과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나 싶다.
 
덧.
이 글의 전반적인 논조로부터 느껴졌겠지만, 본인은 원자력 발전 찬성이고, 핵무기 개발도 그렇게 반대 안 한다. 남이 만들면 우리도 해야 된다 주의에 가깝다. -_-;; 그깟 인본주의적인 반핵 반전 운동 한다고 해서 세계 평화가 유지될 거라고 믿지 않는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01 2010/01/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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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추억

1. 공항 가는 길: 드넓은 공항 고속도로와 늘 텅 비어 다니는 공항 철도. 주변 갯벌과 영종 대교의 경치가 무척 인상적이다. 서울에 살면서 짐이 별로 없이 혼자 비행기 탈 때야 싸고 쾌적한 공항 철도가 짱이지만, 공항 철도 수혜권의 밖에 있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게 문제.

2. 으리으리한 인천 공항 여객 터미널: 리무진으로 공항에 갔다면 3층인 출발층에 코앞에서 내리겠지만, 자가용을 갖고 갔다면 지하 주차장, 그리고 철도를 이용했다면 역시 지하에서 내리므로 터미널까지 한참을 걷고 올라가야 한다.
돈 뽑기, 환전이나 휴대전화 로밍 같은 시설은 널렸으니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만능 콘센트 같은 것도 면세점에 가면 다 있다. 하지만 환전은 인터넷으로 미리 해 가야 싸다. 시계 같은 건 군부대 앞에 있는 사제품을 사는 것보다야 미리 챙겨 가는 게 더 나은 것과 같은 이치.

3. 출국 수속: 맨 윗층(3층)인 출국층으로 올라가, 내가 타는 비행기가 소속되어 있는 항공사의 부스로 간다. 짐이 많으면 카트 하나 끌고 긴 줄을 따라 기다린 후, 자기 차례가 되면 출국 수속을 받는다. 미리 프린트해 놓은 E티켓과 여권을 제시하면 되는데, 항공사에 따라서는 아예 E티켓은 보지도 않고 여권만 주면 되는 경우도 있더라.

이 시점에서 항공권이 발권된다. 직원이 어디 앉고 싶냐고 보통 묻는다. 나는 늘 창가 쪽 좌석을 달라고 했고 그럼 그렇게 티켓이 나왔다. 신체 건강한 성인이라면 비상구 쪽 좌석을 달라고 해도 된다. 발을 길게 뻗을 수 있어 무척 편한 자리인 반면, 여기 앉은 승객은 사고가 났을 때 승무원과 같이 다른 승객들 구조를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이건 항공업계에 법으로 규정된 사항이며, 이 때문에 비상구 좌석은 그렇게 할 능력이 있고 그 의무에 동의하는 승객에게만 발권된다.

4. 소지품: 고속버스의 내부에 짐칸과 객실 내 선반이 따로 있듯이, 비행기를 탈 때도 승객은 큰 짐은 따로 부칠 수 있으며, 작은 짐은 그냥 기내에 갖고 들어갈 수 있다. 부치는 짐은 출국 수속을 할 때 무게를 재고 간단히 보안 검사를 한 후, 항공사 측으로 인계하게 된다. 옷가지나 세면도구, 책처럼 당장은 없어도 되면서 싸고 부피가 비교적 크고, 잃어버려도 그렇게 큰 손해가 아닌 짐은 응당 부치면 된다.

부치는 짐은 수송하는 과정에서 컨베이어 벨트 위에 쿵쿵 떨어지기도 하고 직원들이 막 던지기도 한다. 수송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면 정말 '식겁'을 할 거라던데.. 그러므로 충격에 약한 물품은 부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승객들끼리 짐이 뒤바뀌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가방 손잡이 같은 데에다 나만 식별할 수 있는 색깔의 손수건을 묶거나 표식을 미리 해 두는 게 좋다. 무게도 미리 재어서 테스트해 보는 것 역시 상식.

비행기에는 기내에 휴대 반입이 가능한 짐이 있고, 기내 반입이 안 되어 부쳐야만 하는 짐이 있으며, 아예 부치지도 못하는 짐도 있다. 참고로 기내에는 손톱깎이나 커터 같은 작은 쇠붙이도 갖고 들어갈 수 없으며 이런 건 부쳐야 한다. 비행기에 실을 수 없는 물품에 대해서는 소지를 그냥 포기하고 불우이웃 시설에 기증(?)하라는 물품 포기함도 공항 내부에 있다. ^^;;
이런 것과는 반대로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 같은 고가의 전자 기기들은 부치지 말고 기내에서 개인이 직접 휴대해야 한다.

5. paid 구역으로: 이제 탑승권을 받았으므로 paid 구역으로 들어간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다. 철도처럼 자동 개집표기 같은 건 없고, 입구를 지키고 있는 직원에게 여권과 탑승권을 제시하면 바로 들어갈 수 있다. 곧바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보안 검색대이다. 가방, 주머니 속의 소지품, 웃옷 다 꺼내서 바구니에 얹고, 본인도 신발 벗고 검색대를 통과하면 된다.

6. 출국 심사: 검색대를 통과한 후 출국 심사를 받는다. 출국 금지된 블랙리스트 등재 인물이 아닌지만 파악하는 과정이므로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해당 사항 없다. -_-
여권과 비행기 탑승권을 제시하면 직원이 여권에다가 우리 공항을 이용하여 출국했다는 도장을 찍어 준다.

7. 대기: 출국 심사까지 마쳤으니 남은 것은, 면세점 쇼핑을 즐기다가 내가 타는 탑승구를 찾아가 비행기에 타는 것뿐이다. 타는곳이 확장 탑승동에 있다면 아직 갈 길이 한참 머니 지하로 가서 셔틀 전철을 타야 한다. 이 구역 내부는 무선 인터넷도 무료로 잘 돌아가고 있으니, 노트북을 갖고 있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면 인터넷을 즐겨도 좋다. 비행기 안에서는 인터넷이 안 되므로 어차피 배터리 다 쓸 거면 지금 쓰는 게 낫다.

8. 탑승: 각 게이트별로 아담한 대기실(?)이 있고 승객들이 앉아서 게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게이트가 열리면 비행기로 탑승이 시작되는데, 보통 1등석 승객과 노약자 장애인부터 가장 먼저 들어가고 일반실 승객도 좌석 번호에 따른 구역별로 승무원의 통제에 따라 탑승하게 된다. 1등석 승객과 다른 승객들은 들어가는 길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실 승객은 2등석까지는 잠시 구경할 수 있어도 1등석을 구경할 일은 잘 없다.
좁은 통로를 지나서 드디어 비행기 내부에 들어간다. 일반실은 좌석이 굉장히 작아서 KTX 일반실 내지 일반과 비슷하다. 버스처럼 안전 벨트가 있고, 다른 교통수단에는 없던 담요가 있다. 그리고 식수가 비치되어 있다.

9. 출발: 비행기를 타는 건 굉장히 큰 일이다. 보통 승객들도 예상 시각보다 훨씬 더 일찍 맞춰서 공항에 알아서 오고 대비를 한다. 작은 공항의 경우 타기로 예정된 승객들만 다 타면 예정 시각보다 먼저 비행기가 출발해 버리는 경우도 있는 있다. 하지만 비행기가 엄청 많이 드나들고 활주로를 조직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인천 같은 큰 공항은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비행기가 활주로까지 이동하는 것은 꼭 버스가 출발하는 것과 별 차이 없는 느낌이다. 이 동안 우리 항공사를 이용해 줘서 고맙다는 안내 방송과 함께 비상시 대처 요령 같은 게 비디오로 흘러나올 것이다. 그리고 곧 이륙을 할 것이므로 안전 벨트 채우고 전자 기기를 다 꺼 달라는 당부가 나온다. 비행기 내부에서는 이착륙 중엔 안전을 위해 일체의 전자 기기 사용이 금지되며, 순항 중일 때에나 통신 기능이 없는 기기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기내에서 비행기의 이착륙 중에 창밖 풍경을 찍은 동영상은(유튜브에도 있다) 마치 예비군 훈련장 내부 사진(역시 블로그에 나돈다)만큼이나 규정을 어기고 몰래 찍은 것이다.

10. 이륙: 이륙이 시작되면 비행기의 엔진 소리 옥타브가 급증하고 바람 가르는 소리가 거칠게 나기 시작한다. 짜릿하다. 비행기는 정말 이 맛에 탄다. 그리고 갑자기 지구의 중력 가속도의 값이 바뀐 듯한 느낌과 함께 비행기는 공중으로 뜨고 경사감이 느껴진다. 바깥 건물과 도로들이 장난감처럼 작아져 보이기 시작하며 구름마저도 아래로 보이게 된다.

본인의 경험상 인천 공항에서 갓 출발한 비행기가 이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거의 15~20분 정도로 일정했다. 택싱 내지 대기 시간이 그만치 걸린다는 뜻이다.

11. 순항: 이제 비행기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만 남았다. 거리에 따라서 기내식이 한두 번 나올 것이고, 일부 노선의 경우 면세품을 파는 카트도 돌 것이다. 기내식은 식사도 있고 음료수+과자 간식도 있다.
아 그리고, 입국 신고서도 여행 중에 배부된다. 당신이 불법 체류자가 아닌 정당한 여행객인지(님의 신분은? 입국 후 어디 체류할 예정?), 생물학적으로 위험한 물품을 반입하고 있는지, 세관에 신고해야 할 귀중품이 있는지 등을 아주 형식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 대부분 해당 사항이 없는 질문들에 답변하여 입국 심사 때 제출하면 된다.

비행기에도 승객이 바깥 경치 좀 구경하라고 창문이 있다. 하지만 비행기 창문은 모든 교통수단들 중 가장 작으며 그 이유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착륙 중일 때는 승무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창문을 다 열어 달라고 하며, 반대로 긴 시간 순항 모드일 때는 자는 승객도 있고 하니 창문을 닫아 놓고 기내를 전반적으로 깜깜하게 해 놓는다. 따라서 객실 조명에 관한 한 비행기는 고속버스와 비슷한 셈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비행기 창문을 연다는 말은 블라인드로 가려졌던 유리창을 보이게 한다는 뜻하는 말이지, 바깥 공기와 객실 공기 사이를 개방한다는 뜻은 절대 아님. ㅋㅋㅋ)

지금 모든 대중교통들이 그렇듯이 비행기 내부에서도 흡연은 엄격히 금지이다. 특히 화장실 안에서 몰래 피우는 건 금기 1순위이다. 담배 연기가 화재로 오인이라도 됐다간 망신 톡톡히 당한다. 아예 담배 자체를 기내 반입 금지 물품으로 분류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라이터는 말할 것도 없고!
몇십 년 전만 해도 간접 흡연 때문에 폐암 걸린 스튜어디스가 소송 제기까지 했었는데 세상 참 많이 변했다.

※ 글을 맺으며

비행기 몇 번 타 보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생생한 기억이 남아 있어서 몇 자 정리해 보았다. 착륙 쪽은 쓰자니 너무 힘들어서.. 여기까지만. -_-

그 집채만한 배가 바다에 어떻게 떠 다니는지는 솔직히 이해가 된다. 배만 중력이 있는 게 아니라 유체에도 중력이 있으며, 근본적으로 물도 그렇게 호락호락 가벼운 물질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집채만한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로 뜰 수 있는지는 나는 아직까진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 그냥 무슨무슨 법칙과 수학 공식으로 설명을 하더라도 내 마음으로 "실감"이 가지는 않는다. 더구나 그냥 뜨는 것도 모자라 전투기 에어쇼 같은 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

오늘날의 고정익 비행기는 정말 잘 통제된 아슬아슬한 조건 하에서만 뜰 수 있다. 새처럼 자기만 혼자 곱게 뜨는 게 아니라 주변에 온갖 side effect를 남기기 때문에 정말 깔끔하게 잘 정돈된 활주로도 필요하며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조류 충돌 같은 건 상상도 하기 싫은 악몽이다. 엔진이 풀로 돌아가고 있는 팬으로 불순물이 빨려 들어갔다간 작살 난다. 그래서 화산이 폭발해도 화산재와 먼지가 무서우니 그쪽은 피해서 비행해야 하고, 심지어 비행기 위에 쌓인 눈도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눈 때문에 무거워서가 아니라, 눈이 쌓임으로써 비행기 날개의 표면 외형을 왜곡하여 날개가 만들어내는 양력 효율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비행기 활주로는 무거운 비행기의 착륙 충격을 견딜 수 있게 일반 도로보다 훨씬 더 튼튼하고 특수하게 건설된다. 비행기 타이어도 자동차 타이어보다 훨씬 더 비싸고 고급 재질로 만들어지며 교환 주기가 짧다. 타이어 내부에는 화재의 요인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산소가 전혀 없이 비활성 기체인 질소만으로 100% 주입한다. 물론 지구 대기도 이미 80%가 질소이긴 하지만.
비행기 타이어가 터지면 터진 부분만 땜질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 한번 착륙을 수행한 비행기는 타이어가 굉장히 열과 무리를 많이 받아 있기 때문에, 몇 시간씩 식히고 쉬게 해 줘야 한다.

V1 속도를 넘어서면 이륙을 중단할 수 없이 무조건 떠야 하며, 연료 소비를 감안하여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의 허용 무게도 다 정해져 있다. 그래서 이륙했다가 곧장 다시 착륙하면 아직 연료 때문에 비행기가 많이 무거운 상태인지라 활주로와 비행기에 심한 무리를 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행기는 긴급 환자 발생 같은 비상 사태로 인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조기 착륙할 경우, 선회 비행을 하면서 아깝지만 연료를 버려야 한다. 어떻게든 정상 운항 후 착륙할 때와 같은 무게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정말 복잡하지 않은가?
이래서 사람이 만든 날개는 역시 신이 만든 날개보다는 불완전한 건지도 모르겠다.
사냥꾼의 총에 맞아 추락한 새가 땅에 떨어지면서 폭발과 화재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게 대단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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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0/01/11 09:57 2010/01/1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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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

새로운 의약품이 개발되었을 때는 임상 실험을 차마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맨 처음에 동물을 상대로 실시한다. 사실 의학 내지 생명 공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실험용 흰쥐를 비롯해 적지 않은 동물들이 희생된다. 그래서 그런 연구소의 뒤뜰에는 동물 위령탑이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쪽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또 인간에게 예상되는 위험을 대신 체험해 주는 존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더미(dummy)이다. 더미란 사람과 유사한 체구, 체중, 표면 재질을 갖추고 있는 마네킹 비슷한 인체 모형이다. 여기에다 온갖 센서들을 장착한 후 개발 중인 신차의 좌석에 곱게 앉혀 놓고 차를 충돌시킴으로써, 탑승자가 신체 부위별로 어떤 데미지를 받았는지, 생명에 지장은 없는지, 차 디자인이 안전 면에서 문제가 없는지를 연구진들은 꼼꼼히 분석하게 된다. 보통 시속 60km로 주행하다가 콘크리트 벽에 정면충돌하는 테스트가 가장 일반적인 형태 같다.

더미는 덩치는 옷 가게에 진열돼 있는 마네킹과 비슷하다. 그러나 용도는 그런 마네킹과는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코스프레를 하는 일이 없으며 사람의 체중까지 흉내내어야 하기 때문에 마네킹보다 더욱 무겁다(지게차로 운반한다고 한다). 또한 대량 생산하는 물건이 아닌 데다 최첨단 센서 장비가 동원되다 보니 가격도 굉장히, 엄청 비싸서 한 개 가격이 억대에 육박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더미 하나의 가격이 거의 버스 한 대 가격이라는 뜻.

더미는 성인 남자, 임산부, 노인, 어린이, 아기 등 다양한 체구별 에디션(?)이 존재하며 이 한 세트가 일종의 더미 일가족을 구성한다. 실제로 자동차 회사의 연구소는 이런 더미 한 세트를 보유하고서 한 모델이 개발될 때까지 수십에서 무려 백수십 회에 이르는 충돌 테스트를 하게 된다. 한번 테스트용으로 사용한 더미는 강한 충격으로 인해 파손된 부품만 그때그때 교체하고서 거듭 재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나(가격의 압박), 심하게 손상된 더미는 어쩔 수 없이 폐기하고 새걸 구입하기도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 충돌 테스트를 할 때 차를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궁금하지 않은가? 밖에서 차를 원격 무인 조종이라도 하는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차는 가만히 서 있으면서 바닥의 무빙워크 같은 궤도가 위의 차를 날라서 벽에다 부딪히게 만든다고 한다. 궤도가 힘이 엄청 좋아야 할 것 같다.
쉽게 말해 실험 대상차는 시동을 걸지 않으며 바퀴가 굴러가지도 않는다는 뜻인데, 내가 옛날에 무슨 충돌 실험 동영상을 본 기억으로는 바퀴도 굴러갔던 것 같아서 좀 의아스럽다.

어쨌거나 교통사고란 정말 있어서는 안 될 비극이다. 그냥 순식간에, 너무나 허무하게 사랑하는 가족, 사회 구성원, 유능한 인재를 죽거나 불구 병신으로 만들며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이놈의 음주운전 사고는 단순 과실치사가 아니라 고의성을 가미하여 살인 내지 살인 미수죄로 다스려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09:54 2010/01/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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