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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는 남산, 북악산, 청계산, 관악산, 아차산, 용마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인왕산, 안산(무악) 등의 산이 존재한다.
그리고 강은 한강이라는 거대한 횡축 간선을 필두로 해서 청계천, 중랑천, 안양천, 탄천, 불광천, 홍제천, 양재천, 성내천, 성북천, 도림천, 정릉천, 우이천 등 다양한 개천이 존재한다.

한강은 강폭만 1km가 넘는 거대한 강이며, 강에 놓여 있는 하중도라든가 교량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지리덕들의 지적 욕구를 자극한다. 한강 다음으로 서울에서 가장 크고 긴 강은 동부에서 종축으로 흘러서 한강으로 흘러드는 중랑천이다.
이렇게 산과 강 다음으로 본인은 문득 '호수'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서울과 거기 주변엔 호수는 얼마나 있을까?

호수는 강도 바다도 아닌 고인물이다. 너무 작으면 연못, 너무 얕으면 늪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왕창 커서 파도가 치고 건너편의 육지가 보이지 않는 체급도 있다. 이 정도면 사실상 '바다/sea' 같은 취급을 받는다.
산 정상의 호수는 화산 분화구가 변해서 만들어지는 게 많다. 우리나라의 백두산과 한라산만 해도 그렇다. 그 높은 지대에 출렁출렁 물이 고인 호수가 있다는 건 분명 보통일이 아니어 보인다.

산 말고 평지에서는 인간의 토목 기술을 동원해서 땅 파고 물 부어서 호수를 일부러 만들 수도 있다. 시골에서는 농업 용수를 조달하기 위한 저수지가 이런 인공 호수의 범주에 든다. 그 반면, 서울에 있는 호수는 농업과 무관한 토목 공사의 산물들이다.

(1) 건국대 일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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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대학교의 명물로, 인서울에서는 손꼽히게 크고 넓은 호수라고 한다. 습지를 개조해서 만든 인공 호수인데, 나름 여기에서 발원해서 나가는 성수천이라는 개천도 있다고 한다(현재는 전구간 복개됨).
서울 지하철 2호선이 남서쪽(신대방, 구로디지털..)이 도림천을 따라 가느라 지상이라면, 북동쪽(건대입구, 강변..)은 이 성수천을 따라 가느라 지상이다.

(2) 석촌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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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원래 한강의 본류 중 하나인 '송파강'이 흐르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강의 물줄기를 바꾸면서 여기는 강이 없어졌고, 물이 흐르던 일부 구역이 웅덩이로 남아서 이 호수가 형성된 것이다. 이거 무슨 철길의 이설 및 선형 개량 공사로 인해 폐선된 흔적을 보는 것 같다. 경부선 서동탄 역 일대처럼 말이다.
롯데월드 매직 아일랜드가 이 호수 위의 섬에 지어져 있다.

(3) 서서울 호수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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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과거에 한강물을 정수해서 만든 수돗물을 인천 쪽으로 쭉 흘러내려 보내기 위해 고지대에 만들었던 '배수지'(配水池)였다. 전기로 치면 고압 변전소인 셈인데, 그게 2009년부터 호수 공원으로 자연스럽게 조성된 것이다. 정수 시설이었다가 공원으로 변한 '선유도'와 비슷한 변화이다.

얘는 현재 서울에서 '호수 공원'이라는 명칭이 유일하게 붙은 공원이다. 서울은 한강 공원이 인지도가 훨씬 더 높지, 호수 공원은 아무래도 생소할 수밖에 없다. 위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이 호수는 김포 공항 근처의 이착륙 비행기의 항로 상에 있는 것도 특징이다. ㄲㄲ

순수한 인서울은 이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 다음으로..

(4) 일산 호수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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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는 아무 접점이 없던 농경지에다 일부러 작정하고 인공 호수를 만들고, 신도시와 연계해서 '호수 공원'이라는 걸 꾸민 국내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1996년). 실제로 크기가 굉장히 크고 주변 산책로가 잘 꾸며져서 일산의 명물 역할을 하고 있다.

(5) 삼육대 제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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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상 서울을 아주 약간 미묘하게 벗어났다. 얘는 불암산 기슭 삼육대의 부지 내부에 있는 자그마한 호수인데, 크기보다는 주변 자연 경치가 대단히 아름답다. 그래서 인근 주민, 등산객, 삼육대 재학생 등 여러 사람들의 산책로와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얘는 어찌해서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공이 아닌 천연 호수라고 한다.

다음으로, 얘들은 서울 밖에서 저수지였던 곳이 호수 공원으로 꾸며진 사례이다.

  • 의왕 왕송: 의왕 역 근처에 있는 그 호수이다.
  • 군포 반월: 근처에 KTX 고속선 철길이 지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 수원 광교, 용인 기흥, 화성 동탄: 경부 고속도로 부근에 은근히 저수지가 여럿 있다.

얘들은 모두 행정구역상 '성남시'에 있으며, 호수 공원보다는 저수지라는 명칭이 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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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저수지는 분당 율동 공원이라고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머지 셋은 개발되지 않은 전원적인 곳에 있어서 자연의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 분당 저수지
  • 대왕 저수지
  • 운중 저수지
  • 서현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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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 저수지)

뭐, 부천과 안산에도 호수 공원이 있다고는 하는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호수는 물 덕분에 도심의 열섬을 억제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한다.
서울에 연못보다 더 큰 호수가 저것들 말고 더 있는지 궁금해진다. 하긴, 대전 카이스트의 오리 연못은 말 그대로 연못일 뿐, 호수라고는 불릴 수 없을 것이다.

본인은 경주 출신이다 보니 태어나서 제일 먼저 실물을 본 호수는 아무래도 '보문호'였던 것 같다. 몇 년간 가뭄이 심했을 때는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바짝 마르기도 했다.
'수심이 깊으므로 위험. 수영을 금함'이라는 표지판이 완전히 무색할 정도였다. 마치 막혀서 차들이 엉금엉금 서행하는 와중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10 08:35 2022/11/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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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상 정지 / 탈출 / 자폭

교통수단에는 위급한 상황에서 (1) 자기 차체/기체/선체 따위를 강제로 세우고 정지시키고, (2) 탑승자를 붙잡고 감싸거나 (3) 반대로 강제로 내보내서 보호하는 안전 기능이 존재한다.

자동차는 (2)에 속하는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있다. (3)은 버스 한정으로 유리창을 부수는 망치가 해당되는 듯하다.
오토바이는 어느 쪽으로든 그런 안전장치를 장착할 여건이 도저히 안 되기 때문에 탑승자가 헬멧을 써야 한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다음으로 철도 차량은 (2)나 (3)의 범주에 드는 안전 장치가 없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안전벨트는 무의미하고, 유리창도 자동차 같은 정도의 강화 유리를 쓰지 않는다.
얘들은 승객이 아니라 차량이 '독 안에 든 쥐' 수준으로 매우 정교한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1)이 크게 발달해 있다. 선로와 차량이 연계해서 조금이라도 조건에 어긋나면 바로 감속하고 차량을 강제로 세운다. 심지어 기관사가 일정 간격으로 생존 인증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차량이 비상 정지한다.

사실, (2)/(3)보다는 (1)이 더 발달된 교통수단이 원론적으로 더 안전한 교통수단이기도 할 것이다. (2)/(3)은 사고가 난 뒤의 대처이지만, (1)은 사고가 애초에 나지 않게 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공중에 뜬 비행기나 우주 발사체 정도가 되면 (1)이 아예 가능하지 않다. 비행기의 GPWS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pull up!" 경보만 하염없이 내보낼 뿐, 철도의 ATS/ATC/ATO처럼 기체를 안전하게 세운다거나 착륙시키지는 못한다.

비행기 중에서 경비행기와 전투기는 (3)형에 속하는 비상 탈출용 낙하산을 갖추고 있다. 전투기의 경우 더 빠르게 기체로부터 이탈하라고 사출 좌석까지 있다.
유인 우주발사체에는 비슷한 개념으로 비상 탈출용 로켓이 있다. 선박으로 치면 구명보트나 튜브에 대응한다.

이렇게 교통수단별 안전/탈출 시스템을 살펴봤는데, 문득 드는 생각은..
운전 중인 자동차가 갑자기 통제가 안 되고 폭주할 때 어떡하느냐 하는 것이다.

시동도 못 끄고, 어디 옆에 쫘악 긁거나 들이받을 데도 없고 도저히 세울 방법이 없는데, 앞이 낭떠러지이거나 사람들이 가득 있으면..
자동차에 대해서 (1)에 해당하는 강제 정지 조치는 핸들을 옆으로 확 돌려서 차를 전복시키는 것이지 싶다. 실제 상황에서 이런 것까지 차분하게 판단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더 큰 사고를 막으려면 그렇게라도 해서 굴러가는 차 바퀴를 지면에서 떼어 놓고 차를 어떻게든 세워야 된다.

차가 어디 부딪히지 않고 혼자 뒤집히는 것만으로는 탑승자가 사망· 중상 급으로 다치지 않는다. 벨트를 단단히 매고 에어백과 튼튼한 A필러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말이다.
다만, 벨트를 안 한 채로 차가 뒤집혀서 탑승자가 머리를 아래로 향한 채로 바닥에 떨어지거나 심지어 원심력 때문에 차 밖으로 튕겨나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렇게 되면 사람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러니 차 탈 때 안전벨트는 꼭 매야 한다.

우주 로켓은 통제력을 상실하고 아무 방향으로 폭주할 때를 대비해서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 말라는 취지로 자폭 모드라는 게 있다. 1986년 챌린저 호 폭발 사고 때도 고체 연료 부스터가 제멋대로 날아가기 시작하자 지상 기지에서 원격으로 명령을 내려서 그걸 자폭시켰었다.
육상 교통수단이라면 어떻게든 강제 정지만 시키면 되겠지만, 쟤들은 비행선도 아니고 공중에 혼자 둥실둥실 떠 있을 수 없다. 그러니 격추나 자폭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2. 주행 방해· 위험 행위

대중교통의 운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수십~수백 명에 달하는 탑승객의 시간을 빼앗고 안전을 위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중범죄로 강하게 처벌된다.

먼저 자동차는? 열차나 비행기 등의 타 교통수단과 달리 차체가 아주 작기 때문에 운전석이 객실과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운전사가 악성 진상이나 취객이 저지르는 범죄에 노출되기도 쉬운 편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지금으로부터 10~15년 쯤 전, 지하철역들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때와 비슷한 시기에 시내버스의 운전석이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로 둘러지기 시작했다. 즉, 이것도 처음부터 당연히 존재해 온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승강장 투신 자살이 여러 건 터진 뒤에야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었듯, 지상에서는 버스 운전사 폭행 사건이 몇 건 터진 뒤에야 이런 칸막이가 생겼다. 물론 버스 운전석 칸막이는 스크린도어보다는 훨씬 더 저렴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아마 일본?), 버스보다 더 작은 택시도 운전석이 칸막이로 둘러진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굳이 차내가 아니라 밖에서는 도로에다가 압정이나 쇳조각 같은 자그마한 장애물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타이어 펑크를 유발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무한궤도 차량이 다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비슷한 원리로, 철길 레일 위에다가 짱돌을 올려놓는 것도 굉장히 위험한 짓에 심각한 범죄로 간주된다. 열차는 비록 타이어 펑크는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그런 장애물을 부수지 못하고 타고 올라가다간 탈선 사고가 날 수 있다. 철도에서는 이게 제일 큰 위험이다.

정말 자그마한 과속방지턱 하나만으로도 자동차의 통과 가능 속도가 얼마나 낮춰지는가? 이게 바퀴의 약점이며, 철도 차량은 그런 약점의 파급 효과가 더욱 크다.

비행기야 내부 보안이 철도역이나 버스 터미널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이 삼엄하기 때문에 민간인이 지상에서 비행기에 호락호락 접근해서 해코지를 할 수는 없다. 조종실에 잠입하는 것도 과거에 테러 몇 건을 겪고 나서는 보안이 강화되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 대신, 지상의 민간인이 저공 비행 중인 비행기에다가 의외로 쉽게 테러를 저지르는 방법이 있다. 바로.. 비행기를 향해 레이저 포인터 불빛을 쏘는 것이다.
이건 테란 메딕의 기술인 옵티컬 플레어의 실사판이며, 밤에 자동차 운전자끼리 구사하는 하이빔 테러보다 더 치명적이다. 비행기 조종사의 시야를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심하면 영구적인 안구 손상까지 야기하기 때문이다. 레이저를 겨우 선글라스로 차폐할 수 있지는 않을 테고.. 비행기에다 기계적인 대미지를 전혀 주지 않으면서 안전을 치명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그럼 반대로 생각하면.. 전시에 적국 군용기의 야간 작전 수행을 이런 식으로 방해할 수도 있겠는데? 하지만 그러면 조종사는 레이저 불빛이 발사된 쪽으로 폭격을 하면 될 테니 실용성은 별로 없겠다.;;;
도로에 압정과 유리 조각, 철길에 짱돌, 공중으로 레이저.. 흥미롭다.

3. 철도 차량의 관절대차

우리나라에 KTX, 고속철도라는 게 등장한 지 좀 있으면 무려 20주년이 된다.
외국물 먹은 KTX 차량은 지금까지 국내의 기존 철도 차량에는 존재하지 않던 흥미로운 특성이 있었는데.. 하나는 바로 ‘관절대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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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특히 트럭 업계에서는 바퀴가 장착되는 부위를 차축 내지 축(axle)이라고 부르는 반면, 철도 차량에서는 상응하는 동일 부위를 ‘대차’(bogie)라고 부른다.
그리고 자동차 차축이야 말 그대로 차량의 좌우에 달리는 바퀴 한 쌍을 끼우는 작대기 하나만을 가리키지만, 철도 대차는 그 작대기를 앞뒤로 2개, 즉 한 쌍 단위로 묶어서 바퀴를 총 4개 끼우는 형태인 게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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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랜딩기어도 트럭의 복륜이라기보다는 약간 철도 대차처럼 생긴 구석이 있어 보인다;; 둘 다 굉장히 단단하고 무겁다는 공통점도 있다.)

자동차가 앞바퀴 뒷바퀴가 있는 것처럼 철도 차량도 평범하게 차량의 앞과 뒤에 대차를 하나씩 장착하는 게 보통인데..
관절대차는 대차 하나가 앞차의 뒷부분과 뒷차의 앞부분을 담당하게 한 것이다. 굉장히 신기한 형태이다.

이렇게 하면 같은 개수의 차량을 굴리는 데 필요한 대차의 수가 일단 절반에 가깝게 줄어든다.
그리고 튼튼한 대차가 앞뒤의 차량을 동시에 굳게 붙들고 있기 때문에 차량이 옆으로 뒤집히고 탈선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차량의 주행 안정성이 더 나아진다는 것이다.

과거에 국내에서는 광명 역 탈선 사고(2011), 강릉선 탈선 사고(2018) 같은 꽤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허나, 그 정도 충격량에도 불구하고 관절대차 덕분에 차량이 뒤집히거나 더 심하게 부서지지 않았으며, 인명 피해도 더 적을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안전에 관한 한 관절대차는 확실히 메리트가 있었다.

그렇다고 관절대차가 장점밖에 없는 만능인 것 역시 아니다. (1) 그 특성상 당연히 객차를 분리하는 유동적인 편성이 불가능한데.. 뭐, 이건 기관차-객차가 아닌 동차에서 원래부터 크게 희생하는 특성이긴 하다.

그리고 대차의 수가 줄어드는 만큼, (2) 차량 하나의 길이와 무게 한계에 제약이 더 커진다. 그런데 이 역시 고속 주행을 위해서는 어차피 공기 저항을 극복해야 하고 차량의 피지컬을 크게 최적화해야 하니 그리 큰 단점이 아니다.

고속철도 차량의 관점에서 관절대차의 진짜 큰 단점은 (3) 동력분산식 구조와 같이 연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뭐,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서로 어울리는 형태가 아니다. 동력차와 무동력차가 한데 연결되었을 수도 있는데 바퀴는 양 차량에 걸쳐 있으면 설계가 좀 난감할 것이다.;;

일본의 바로 다음으로 고속철 차량을 의욕적으로 개발했던 프랑스는 관절대차를 최초로 도입했다. 쟤들은 동력집중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관절대차가 단점보다 장점이 확실히 더 크다고 본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KTX와 KTX-산천에서 관절대차가 채택되어 있으며, 김포와 부산 김해, 그리고 서울 우이라는 경전철 차량도 의외로 관절대차 기반이다.

그 반면, ITX-청춘/새마을, 그리고 심지어 KTX-이음은 동력분산식이어서 그런지 관절대차를 채택하지 않았다.
일본의 신칸센이야 골수 동력분산식이기 때문에 역시 관절대차와 인연이 없으며, 독일의 ICE도 마찬가지이다.

1985년 8월에 발생했던 일본 최악의 항공 사고인 JAL123기 추락 말이다.
이거 사고 원인은 뒤쪽 벌크헤드의 수리를 부실하게 했기 때문으로 밝혀져 있다. 아래의 그림에서 원래 위처럼 수리돼야 하는 게 아래처럼 얼렁뚱땅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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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강판이 한데 이어져 있지 않으니.. 결국 리벳 한 줄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고 외력에 훨씬 더 취약해지게 된다.
수 년 동안 반복된 비행으로 인해 압력을 너무 많이 받은 부위가 결국 피로파괴를 일으켰고, 유압 상실과 조종 불가로 인해 여객기의 추락과 끔찍한 인명 피해를 야기한 것이다.

그런데 철도에서 관절대차가 개념상 하는 일이 바로 저 파란 보강판이 양 옆의 철판을 붙드는 것과 정확하게 동일하다~!! 철판 둘은 앞뒤 차량에 대응하고.. 절묘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04 08:35 2022/11/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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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속도

자동차는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는 게 법적으로 특별한 '고속'으로 간주된다. 고속도로는 신호 대기가 없고 보행자와 느린 차량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아서 좋은 대신, 모든 탑승자에게 안전벨트 착용도 의무이다. 그리고 입석이나 10% 남짓 정원 초과가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1차로를 추월용으로 비워 두는 지정차로도 내가 알기로 고속도로에서만 엄격하게 적용된다.

허나, 철도에서는 시속 200 이상으로 꾸준히 달리는 열차와 선로 시스템을 고속철도라고 규정한다. 철도는 소음· 진동이나 급가속· 급선회 없이 주행의 품질이 워낙 좋기 때문에 자동차 도로보다 요구 사항이 더 높다. 그리고 고속철은 시속 200~300으로 달리더라도 안전벨트 따위 없고 정원 초과 입석 승객도 얼마든지 받는다.

자동차가 100이 경계이고 철도가 100의 두 배의 200이 경계라면.. 비행기는 100의 뒤에다 0을 하나 더 찍은 1000대의 속도가 초음속이라는 중요한 경계를 형성한다. 초음속으로 날아야 다른 평범한 비행기보다 더 빠른 '고속기'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바닥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속 900~1000대의 아음속 여객기가 대세이다. 초음속기는 경제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객기의 주류가 되어 있지 못하다.

자동차의 경우, 1920년대에 독일과 오스트리아 같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 평면교차 신호대기가 없는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라는 것을 처음으로 구상하고 만들었다. (아우토반..!!)
철도에서 비슷하게 건널목을 없애고 터널과 교량으로 굴곡 선형을 없애서 고속선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구상하고 실현한 나라는.. 잘 알다시피 1960년대의 일본이다. (신칸센)

고속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깔끔한 선로와 고성능 동력원뿐만 아니라 차량의 공기 저항 최소화, 선로와 차륜을 극도로 정밀하게 유지 보수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에 덧붙여서 신호· 통신 시스템도 첨단화돼야 한다.
바깥 경치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이제는 기관사가 신호기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 현재 이 차량에 적용되는 신호가 차내의 계기판에 나타나게 해야 한다.

일본 신칸센은 그 당시에 그런 것도 다 자체 개발했다고 한다. 중앙 집중 제어 장치(CTC)도 당연지사..
그 시절에 한쪽에서는 원시적인 단선에서 증기 기관차가 통표를 싹 낚아채면서 다녔는데.. 그에 비해 신칸센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과학 기술의 산물인지를 알 수 있다. 아무튼...

자동차는 완전 통제 무인 운전이 보급되지 않는 한, 현행 교통법규가 지금보다 더 증속을 허용할 가능성이 전무하다. 즉, 인간의 조종 능력의 한계 때문에 더 빨라지는 게 불가능하다.
비행기는.. 뭔가 획기적인 고효율 제트 엔진이 개발되지 않는 한 가성비가 안 맞아서 증속을 못 한다.
그나마 가까운 미래에 지금보다 속도가 유의미하게 더 빨라질 가능성이 제일 높은 교통수단은 철도 같은 육상의 궤도 교통수단이라 하겠다. 물론 새로 지어지는 것 한정으로 말이다.

일본의 신칸센 다음으로 곧장 등장한 고속철도는 잘 알다시피 프랑스 TGV이다. 얘는 1970년대 초 맨 처음엔 잠시 가스 터빈 엔진 기반으로 개발된 적도 있었다는 게 매우 흥미롭다. (헬리콥터나 탱크처럼!) 전철로 먼저 개발됐던 신칸센과의 차별화 시도를 일부러 했던 것이다. 뭐, 전철 설비도 처음 만드는 비용이 정말 엄청 비싸기도 하니까..
하지만 계산기를 두들겨 보니 가스 터빈은 연료비가 너무 많이 들고 환경 문제도 있다는 게 고려되어 신칸센과 동일한 전기 모터 기반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2. 바퀴와 무한궤도

동물에게 달린 다리와 기계에 달린 바퀴는 하는 일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동작하는 원리는 서로 놀라울 정도로 상극이다.
혈관과 신경이 연결된 생체 조직에서 배배 꼬이지 않고 끝없이 굴러갈 수 있는 바퀴라는 부위는 존재 불가능하다. 반대로 다리를 기계로 구현하는 것은 다족이건 사족· 이족이건 공학적으로 극도로 어렵고 까다롭다. 이건 굉장히 흥미로운 차이점인 것 같다.

바퀴는 관성 버프를 받아서 평평한 길에서는 아주 빠르고 편하게 잘 굴러갈 수 있는 대신, 지형에 따른 효율의 편차가 굉장히 커진다.
경사를 오를 때 사람은 좀 가파르더라도 이동 거리가 짧은 계단이 유리한 반면, 바퀴 달린 교통수단은 긴 경사면/빗면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퀴는 계단을 오르내리기란 거의 불가능이며, 과속방지턱 하나만 있어도 주행 가능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 비포장 도로에서는 어지간한 급커브처럼 시속 40 이상도 내기 힘들어진다.

다리 달린 동물이야 아스팔트 도로, 사막의 모래밭, 자갈밭도 모두 별 차이 없이 동일한 속도로 주행 가능하다.
인간이 21세기 최첨단 과학 기술을 동원한다 해도, 숲 속에서 산짐승보다 더 빠르고 날렵하게 달리는 건 불가능하다. 모래 사막· 자갈 사막에서 낙타의 수송력을 능가할 수도 없다. 아예 헬리콥터를 띄워서 기름을 퍼부으며 위험하게 떠 다니지 않는 한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리 움직이는 걸로 육지를 시속 200~300으로 달리는 건.. 생체로든 기계로든 심각한 무리수일 것이다. =_=;; 두 방식의 장단점은 절대적이기보다는 좀 상대적인 구석이 있다.
(또한, 다리뿐만 아니라 새나 곤충의 날개도 말이다. 동물들은 날개를 퍼덕일지언정, 프로펠러나 로터나 팬 같은 걸 돌리는 게 없다는 걸 생각해 보자. 쟤들은 비행 원리도 고정익과 회전익 중 하나로 정확하게 딱 떨어지는 형태가 아니다. 하늘에 뜨기 위해서 활주로가 필요한 새가 있는가?? =_= 이런 것도 참 오묘하다.)

생물과의 비교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바퀴와 다리는 특성이 이렇게 다른 게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같은 바퀴 중에도 자동차의 고무 바퀴와 철도 차량의 철바퀴는 특성이 굉장히 다르며, 심지어 이들의 중간인 무한궤도라는 것도 있다.
철도는 바퀴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특화된 방식이다. 그 반면 무한궤도는 바퀴의 단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특화된 방식이다~!

철도는 바퀴와 노면의 마찰을 줄여서 일반적인 자동차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차량을 견인할 수 있다. 조향이 필요하지 않으니 안정된 고속 주행이 가능하고, 매끈한 궤도 위만 달리니 승차감도 아주 좋다.
그러나 이런 쇠바퀴로 울퉁불퉁한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는 없으며, 철도는 마찰이 작다는 특성상 오르막 등판능력도 매우 취약하다.

한편, 무한궤도는 일부 건설기계나 군용 무기(탱크..!!)에서 쓰이는데, 차축이 많이 달렸고 바퀴가 구를 궤도를 자기가 내장하고 있는 형태이다. 일반 자동차보다 접지압이 훨씬 더 높기 때문에 모래밭 수렁을 포함한 온갖 험지를 더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으며 등판능력이 더 높다. 고무 타이어 기반이 아니니 압정이나 유리 조각을 잘못 밟아서 타이어가 터질 일도, 타이어 옆을 칼로 긁는 테러를 당할 일도 없다.

또한 얘는 그 특성상, 비포장 도로를 달릴 때 바퀴에 밟혔던 돌멩이가 튀어오르는 게 없다. 비행기가 선회하듯이 좌우의 구동 속도를 달리해서 매우 작은 회전 반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빙판길에서는..?? 무한궤도는 고무 타이어에 장착하는 체인의 넘사벽급 상위 호환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무한궤도는 단단한 쇳덩어리인 만큼 엄청나게 무겁고 연비가 안 좋으며.. 고속 주행과도 상극이다. 고무 타이어만으로도 충분한 잘 닦인 길에서는 너무 단단한 무한궤도가 오히려 도로 포장을 손상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도로에서는 무한궤도 차량을 그냥 일반 트럭에다 실어서 나르거나, 고무 같은 걸로 무한궤도를 감싸서 자력 주행한다고 한다.

3. 보조 전원/엔진(APU)

승용차 같은 작은 차량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우리 주변의 여러 교통수단들은 주행· 비행을 위한 주 엔진뿐만 아니라 보조 엔진이 추가로 장착된 경우가 많다. 개발툴로 치면 실제 코드 생성용 컴파일러 vs IDE의 빠른 문법 체크용 컴파일러처럼 말이다.;;

크레인, 레미콘 같은 중장비· 건설기계는 이동 말고 자기 기계를 가동하기 위해서 별도의 보조 엔진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리고 꼭 그런 부류가 아니더라도 버스처럼 사람을 많이 태우는 교통수단의 경우, 접객 공간에 전기를 공급하는 게 엔진 힘만으로는 다 감당하기 곤란할 수 있다.

특히 쌍팔년도 이전, 기술이 부족하던 시절엔 40인승 대형 버스에 탑재되는 6~7000cc 급 디젤 엔진의 최대 출력이 200마력이 채 안 되고, 요즘으로 치면 겨우 중형 승용차급인 150~160마력 남짓이기도 했다.
그런데 버스 내부의 넓은 공간을 식히기 위한 에어컨을 가동한다면..?? 부족한 엔진 출력을 끌어다 쓴 발전기나 압축기만으로는 답이 없었다. 에어컨 내지 발전기만을 위한 전용 엔진을 가동해야 했다.

또한 얘는 자동차의 본 엔진 시동과 무관하게 켜고 끌 수 있다. 관광버스는 운전사가 시동을 끈 채로 차에서 장시간 대기할 일이 많으니, 이런 게 설령 주 운전사의 복리후생을 위해서 필요한 구석이 있었다. 주 엔진의 출력이 충분하다 할지라도 말이다.

비행기는 엔진의 무서운 괴력으로 하늘을 날았다가 사뿐히 내려앉지만, 정작 공항 계류장에 있는 동안은 너무 시끄럽고 연료 소모와 후폭풍이 심한 주 엔진을 함부로 가동하지 못한다. 터미널 건물에서 뒤로 돌아서 활주로로 가는 동안 견인차의 도움을 받을 정도이다.
그래서 이렇게 주 엔진이 꺼져 있는 동안 객실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 공항 시설의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지만, 자체 보조 엔진을 가동해서 전력을 생산하기도 한다.

비행이 시작되면 보조 엔진은 시동이 꺼지며, 주 엔진이 발전기까지 같이 돌리게 된다. 그러나 비행 중에 주 엔진이 꺼지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보조 엔진이 다시 동작한다. 추락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라도 기내에 전기가 공급되고 조종에 필수적인 장비가 동작하고, 조종실과 지상의 통신이 되게는 해 준다.

보조 엔진은 벌크헤드나 블랙박스와 마찬가지로 비행기의 맨 뒤 꽁무니에 장착되는 편이다. 얘마저 맛이 가면 동체나 날개의 하체에 비상용 풍력 발전기(램 에어 터빈 RAT)가 비행풍을 맞으면서 돌아가서 최소한의 전기를 생산하는 발악을 한다. 비행의 입장에서는 공기 저항을 늘리는 물건이지만.. 전력을 생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훨씬 더 중요하니 말이다.

끝으로, 철도 차량은 기관차-객차의 경우, 별도의 발전차가 앞이나 뒤에 편성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엔진 차원에서 객실 전원 공급 장치(HEP Head End Power)라는 파트가 같이 있다면.. 전원 공급이 자체적으로 가능했다. 무슨 10량 이상의 엄청 긴 열차만 아니면 됐다.

디젤이더라도 새마을호 디젤 동차나 7000호대 봉고 기관차는 HEP가 장착돼 있었다. 반대로 전기이더라도 초창기 8000호대 기관차는 HEP가 없었기 때문에 여객열차는 발전차를 또 편성해야 했다.
7000호대 디젤 기관차의 HEP는 엔진 소음을 심하게 키우고 문제가 많아서 결국 쓰지 않게 됐다는 건 잘 알려진 일화이다.

이렇게, 보조 동력에 의지하지 않은 채 엔진의 동력이나 자체 배터리만으로 차내에서 전기를 많이 끌어다 쓰는 건 아무래도 무리이다.
특히 자동차용 납 배터리는 시동을 걸 때 전기를 잠깐 짧고 굵게 썼다가 다시 곧장 충전하는 것에 최적화돼 있다.
시동을 끈 채로 많이 방전시켰다가 오랫동안 재충전을 안 하고 방치해 버리면 영원히 충전을 다시 못 하게 되고 배터리가 망가져 버린다. 명색이 이차 전지라지만 반쪽짜리 이차 전지일 뿐인 것 같다.

소싯적에 전자기기에서 쓰이던 니켈카드뮴 배터리는 메모리 효과 때문에 완충 완방이 권장되었다지만.. 이런 납 배터리 내지 리튬이온 배터리는 그렇지 않다. 그냥 조금 쓰고 바로 바로 충전해 주는 게 낫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01 08:35 2022/11/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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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세트 테이프

카세트 테이프는 플로피 디스크(디스켓)과 더불어 20세기 중후반을 풍미했던 정보 저장 매체이자 특별히 음반 매체였다.
얘의 발명자는 '루 오텐스'라는 엔지니어인데(1926-2021), 이 사람이 바로 작년 3월에 세상을 떠났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록에 따르면 얘는 1963년에 처음으로 출시됐다고 한다.
1970년대에 비디오 테이프의 표준 규격이 정해지던 시절에 VHS와 베타맥스가 경합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전 1960년대엔 오디오 테이프도 표준화 과정에서 여러 회사들 간의 경합과 진통이 있었다.
여기서 필립스의 이 카세트 테이프가 최종 승자가 되면서 세계를 석권하게 된 것이다.

카세트 테이프라는 게 발명되기 전에 인류가 보유한 소리 저장 수단은 방송국 장비 급인 거대한 릴 테이프.. 아니면 SP/LP 같은 레코드밖에 없었다. 1945년, 일본 천황의 항복 옥음방송도 원판이 SP 레코드에 녹음되고 재생됐다는 건 유명한 일화이다.
그러다가 카세트 테이프가 발명된 덕분에 인류는 1시간 가까이 적당한 분량이 들어가는 음반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가 있게 됐다. 그 뒤 1980년대 초에 워크맨이란 게 발명되면서, 밖에서 걸어다니며 음악을 듣는 것까지도 가능해졌다.

얘는 저렴할 뿐만 아니라 비교적 쉽게 녹음도 됐다. 라디오 방송의 녹음이라든가 마이크 꽂아서 외부 소리의 녹음, 아니면 테이프끼리의 복제까지.. 실용성도 뛰어났으니 세계를 석권할 수밖에 없었다.

루 오텐스 아재는 평생을 필립스 네덜란드 본사에서 재직했으며, 20여 년 뒤의 후속품인 CD를 개발하는 데도 참여했다. 이 CD도 나름 발명된 지 아직 50년이 채 지나지 않은 물건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대체제가 이미 DVD에 이어 블루레이까지 나와 있으니 원..
게다가 지금은 음원 기술이 몽땅 디지털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휴대용 기억장치 자체가 인터넷 아니면 USB 메모리에 밀려 입지가 크게 줄어든 것도 참 격세지감이다.

테이프가 CD는 물론이고 더 과거의 레코드와도 다른 독특한 특성이 무엇이냐 하면.. 현재의 재생 지점이 기기 차원에서 물리적으로 나타나 있다는 점일 것이다. ㄲㄲㄲㄲ
전에 한번 얘기한 적이 있었나..? 카세트 테이프는 테이프가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쏠릴수록 좌우 reel이라고 해야 하나 회전부의 주행 속도가 서로 달라진다. 이를 통해 나름 무단변속기의 원리를 얼추 짐작할 수 있다.;;

21세기에 태어난 애들은 디스켓과 더불어 카세트테이프가 뭔지 알까...??
더 옛날 8비트 컴터 시절엔 저 카세트테이프가 파일을 읽고 저장하는 용도로도 쓰였다는데.. 그건 나조차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난 레코드가 현물 기계를 통해 돌아가고 재생되는 모습도 본 적이 전혀 없다. -_-;;

2. 추가 음향 기술

카세트 테이프는 수십 년 동안 시종일관 같은 방식으로만 만들어진 게 아니고 개량형 바리에이션이 좀 있었다. 이는 전신인 LP 레코드도 마찬가지였다.

(1) 크롬/메탈: 음원을 기록하는 테이프의 자성체가 평범한 산화철이 아니라 산화크롬 기반이었다. 이게 고음부까지 더 깨끗하게 잘 기록돼서 음악 감상용으로 화질이 더 좋았던가 보다. '메탈'은 크롬보다 더 고급형인 듯..
단, 이런 신소재로 제대로 뽕을 뽑으려면 재생기도 고급 테이프를 제대로 지원해야 했다. 여러 모로 자동차용 고급 휘발유의 테이프 버전에 대응하는 셈이다.

(2) 스테레오: 이미지 파일에 레이어가 있다면 사운드에는 여러 채널이란 게 있다. 사람은 눈 2개의 영상을 합성해서 공간과 거리감을 느끼는데, 이와 비슷하게 좌우의 스피커 2개로부터도 공간을 인지하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알 수 있다.

시청자로 하여금 공간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 전용 고글을 쓰고 거리 착시를 느끼게 왜곡된 영상을 보는 일명 3D 영화라는 게 요즘도 잘나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것처럼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으로도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서라운드 입체음향'이라는 게 존재한다. 이건 거대한 음향 설비를 갖추거나, 전용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써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카세트 테이프는 말할 것도 없고 LP조차도 1960년대에 스테레오 녹음이 지원됐다고 한다. 재생기의 입장에서 스테레오는 좌우에 서로 다른 소리를 동시에 재생하는 것이니, 결국 동일 길이 동일 음질 기준으로 기억 공간이 두 배로 필요하다. 아날로그 시절에 그 공간을 어디서 어떻게 확보했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3) 돌비: 옛날에 카세트 테이프나 테이프 재생기의 주변에서는 '돌비' 어쩌구저쩌구 하는 상표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얘는 레이 돌비(1933-2013)라는 음향 공학자 겸 사업가가 1965년에 설립한 '돌비 연구소'에서 유래되었다.
그는 회사를 차려서 1970년대에 카세트 테이프의 재생 노이즈를 제거해 주는 전자 회로를 개발했다. 테이프는 그냥 공음부만 재생해도 치이이익~ hissing noise가 들리는 물건이었으니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즉, 일반 소비자용 상품이 아니라 전세계의 테이프 재생기 제조사를 상대로 B2B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런 회로도 크기와 성능, 가격대별로 여러 모델이있었는데.. 1990년대에 최고급 메탈 테이프에다가 최신 돌비 모드를 적용해서 녹음된 음악을 해당 돌비 모드를 적용해서 재생하면.. 노이즈 한 점 없이 CD 뺨치는 깨끗한 소리를 감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테이프로도 말이다.

이런 게 쌍팔년도 시절에 테이프라는 아날로그 기술만으로 어떻게든 음질을 더 향상시키려는 몸부림이었던 셈이다.
돌비 연구소는 지금도 건재하고 있으며, 카세트 테이프 말고도 영화관용 영화의 4채널 서라운드 음향 저장 포맷을 진작에 선점한 덕분에 이게 마르지 않는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그나저나 전자레인지에서 물이 갑자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걸 가리키는 돌비(突沸) 현상은 Dolby하고는 무관한 어원이구나~! 저것도 뭔가 파동과 관계 있는 물리 현상이다 보니 왠지 Dolby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ㄲㄲㄲ

3. 영상 기술과의 관계 등, 나머지 여담

(1) 19세기 초창기에 축음기는 사진이나 영사기와는 별개의 영역으로 발명되고 발전했다. 둘이 합쳐져서 유성 영화라는 게 생기고 텔레비전 방송까지 시작된 건 아무래도 20세기 초부터이다. 전화가 발명된 것도 19세기 말쯤..?

(2) 영상 쪽은 디지털화된 이래로 화질 관련 정보량이 4K니 8K니 하면서 계속 올라가고 더 복잡한 코덱이 개발되고 기술이 바뀌어 왔다. 더구나 요즘의 HD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 이거 뭐 전자기파의 물리적 특성이 30년 전과 지금이 서로 달라지기라도 했나 싶을 정도로, 어떻게 이렇게 화질이 좋아질 수 있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그 반면, 음성은 이제 인간이 차이점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음질이 충분히 좋아져서 그런지, 먼 옛날에 제정됐던 CD 규격 이후로 딱히 음질이 더 올라가지 않은 것 같다. 라디오 방송은 심지어 신호 송수신 방식도 TV와 달리 여전히 아날로그이다.
뭐, 라디오는 전쟁· 재난 시국에서도 아주 단순한 전자 장비만으로도 누구나 간편하게 수신하라고 일부러 안 바꾸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3) 이렇게 정보 통신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한 2020년대 이 와중에도.. 전화 통화 음질은 여전히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상대방의 전화 연결을 기다리는 컬러링 소리만 해도.. 여느 mp3 음원하고는 억만 광년 떨어진 음질이지 않은가?
전화로는 대체로 음성만 오가다 보니, 디지털 기반인 인터넷 전화에서도 저음질 음성의 압축에만 왕창 최적화된 AMR-WB 같은 부류의 전용 코덱이 쓰인다고 한다. 전화로 음악이나 다른 일반적인 자연음은 짤리거나 왕창 왜곡되고 열화되어 들리게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2/10/06 08:35 2022/10/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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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프레임

내가 기독교 신앙, 특히 이단과 관련해서 굉장히 답답하게 생각하는 사고방식의 예를 좀 들면 다음과 같다.

(1) 창세기의 간극 얘기를 들으면 뭔 듣도 보도 못한 김 기동이니 귀신이니 아담 이전 인류(?) 이런 거 떠올리지 말고, “왜 둘째 날에는 ‘보기 좋았더라’가 없을까? 그러게, 물과 땅은 언제 창조됐고 루시퍼는 언제 타락했을까? 예레미야서에도 without form and void가 나오는구나!”를 좀 생각해 보자.

(2) 구원의 영원한 보장 얘기가 나오면 뭔 구원파 생각 좀 하지 말고, 바울 서신서가 실제로 뭘 말하며, 모순되는 듯한 히브리서 야고보서가 뭘 말하는 것이겠는지 생각하는 시늉이라도 해 보라.

(3) 왕국 얘기가 나오면 여호와의 증인 왕국회관 따위 생각하지 말고, 성경 용어가 kingdom이고 예수님이 왕 중 왕이며 통치 형태가 왕국이라는 걸 좀 생각하자.

(4) 휴거 얘기가 나오면 다미선교회니 뭐니부터 생각하지 말고, 살전 4:16-17을 제발 좀 먼저 떠올려 보자~!

하.. 이런 분들은 정말 오로지 이단 소리 안 듣는 것에만 목숨을 거는 것 같다. 그게 뭐 그리 대수라고? ㅡ,.ㅡ;;; 세상으로부터의 편견이 그렇게도 두렵나?
이런 사고방식이니까 요한계시록을 읽는 게 통째로 금기시되고, 교회들이 대문 앞에다가 “신천지 출입금지”라고 써 붙이는 것 같다.

이단들이 “우리도 성경 믿어요, 성경 공부해요~!” 이러면 이분들은 아예 성경 읽고 공부하는 걸 그만두지 싶다. =_=;;
거리설교를 이상하게 보고, 구원 확인 질문을 불쾌히 여기는 것도 이런 사고방식과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아니, 예수 믿어서 은혜로 구원이 없으면 그건 기독교라고 부를 수 없잖아..!!!

그리고.. 신천지 추수꾼이 교회에 쳐들어와서 집기를 부수고 폭력을 쓰고 난동을 부리면서 예배를 방해한다면야 그러면 경찰에 신고하고 세상 공권력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저건 좀..;; 성경의 비유를 이상하게 갖다붙여서 이단 교리 펴는 것까지도 경찰에다 신고해서 강제로 찍어누르고 금지시킬 생각인가?? ㅡ,.ㅡ;;
무슨 무한리필 부페 식당 입구에 “운동부 회식 금지”라고 써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좀 민망하다.;;

그래서 본인은 제안한다.
“나는 저 이단들과 같지 않음을 감사하나이다” 이렇게 쪼잔하게 지내지 말고,
이렇게 단순하고 상식적으로 건전하게 성경대로 믿는 게 이단이면 난 그냥 이단 소리 듣고 말겠다” 같은 대인배 마인드를 가져 보면 어떨까? 자기가 믿는 것, 자기가 가는 신앙 노선에 대한 확신을 좀 가져 보시라.

“나는 그들이 이단이라 하는 그 길을 따라 내 조상들의 하나님께 그렇게 경배하고 율법과 대언자들의 글에 기록된 모든 것을 믿나이다.” (행 24:14) 말씀을 좌우명으로 삼고, 가슴 펴고 통 크게 살아 보시라~!!

난 자동차, 철도, 컴퓨터, 호박, 멧돼지, 군사, 역사 등 이것저것 온갖 잡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긴 한데..
저런 미주알고주알 진짜 이단(?)들 교리는 거의 모른다. 정답만 알면 되지 오답을 일부러 공부할 필요는 전혀 없으니까..
정답의 일부가 오답이랑 비슷해 보이는 건 정답의 잘못/탓이 전혀 아니다.;; 그리고 비슷해 보여도 실상은 전혀 같지 않은데 같은 줄로 착각하는 건 당사자의 잘못일 뿐이다.;;

※ 보너스: 후대 드립

내 경험상,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교리나 학설을 반박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그 theory의 내용 본질을 저격하는 게 아니라 출처· 기원· 계보를 따지고 트집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 요일 5:7 삼위일체 요한의 콤마는 원래 성경 본문에 없었고 후대에 추가된 것이다.
  • 젊은 지구 창조론은 웬 안식교에서 만들어낸 산물이다.
  • 반대로 간극 이론은 토머스 캘머와 넬슨 다비 같은 19세기 최근 사람들이 세대주의에 입각해서 진화론에 대항하려고 따로 만들어 낸 것이다.
  • 또 간극 얘기인데, replenish는 처음에 ‘다시’라는 뜻이 절대 절대 없었다. 후대에 진화론에 대항하려고 이런 의미가 재조명되고 추가됐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것도 교리를 직접 파고드는 게 아니라 진영논리 이단 프레임에 입각한 좀 비합리 비논리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안식교가 주장하건 몰몬 교가 주장하건, 성경이 6일이라고 말한 것을 6일이라고 그대로 믿고, 1천 년이라고 말한 것을 1천 년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올바르고 잘하는 것이지 않는가?

더구나 그렇게 기원· 출처를 따진 것이 정확하게 맞는 팩트조차도 아닌 경우가 왕왕 있다.
요한의 콤마는 피터 럭크만 박사의 반박 자료에 따르면, 이미 고대 로마 제국 교부 시절부터 멀쩡하게 있어서 삼위일체 교리를 방어하는 데 잘만 쓰였다.

간극 역시 19세기보다야 훨씬 전부터 사람들이 간파했다. 사탄 마귀의 타락과 이전 세상의 멸망이라는 개념 자체를 깨우치기 위해서 무슨 대단한 지성이나 과학 발견이 필요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토머스 캘머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의 출간보다 수십 년 이상 먼저 간극을 주장했었다.

replenish는.. 더 말을 하지 않겠다. 멀쩡히 중세부터 쓰였던 단어이고 더 강조해서 반복해서 채우고, 소모되어서 없어진 것을 다시 보충한다는 뜻이다. 애초부터 단순 fill과 동일한 단어가 아니었는데 이것도 무슨 재창조 교리를 옹호하기 위해서 의미가 왜곡된 거라는 소설은 어쩌다가 튀어나왔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10/04 08:35 2022/10/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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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함수'에 속하는 '초월함수'들 중에 지수함수인 e^x는 미분을 하던 적분을 하던.. 도함수나 부정적분이 전부 자기 자신과 동일한 굉장히 특이한 기본 함수이다.
지수는 저렇고, 삼각함수/쌍곡선함수는 그냥 답정너 정의에 가깝게 미분-적분 순환고리를 그냥 외운다.
그럼 e^x의 역함수인 ln x는 부정적분이 과연 어찌 될까?

ln x는 도함수가 1/x라는 간단한 형태로 정의되는 덕분에, '부분적분'으로 부정적분을 구하는 아주 교과서적인 예로 다뤄진다.
부분적분은 곱의 미분법으로부터 유도되어 두 함수 F, G의 곱에 대해

F(x)G(x) = ∫ F'(x)G(x) dx + ∫ F(x)G'(x) dx

가 된다는 원리이다. 보통은 저것보다는 순서를 바꿔서

∫ F'(x)G(x) dx = F(x)G(x) - ∫ F(x)G'(x) dx

요런 형태로 더 소개되는 편이다.
ln x의 경우, 위의 부분적분에서 F는 그냥 x로, G는 ln x를 집어넣으면 바로 풀린다. 그러면 F'(x)는 1이라는 상수가 되고 G'(x)는 1/x가 되므로

∫ ln x dx = x*ln x - ∫ x/x dx = x*ln x - x = x(ln x - 1)

이렇게 답이 구해진다. x*(ln x)' 가 x/x로 바뀌어서 1로 상쇄되는 것이 백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 ln x의 0..1 정적분의 값은 얼마일까? 다시 말해 위의 그래프에서 선이 y축의 0 아래로 뚝 떨어지는 구간의 면적은 얼마일까?
저 역도함수에다가 0과 1을 대입해서 차를 구하면 -1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더 직관적으로 아는 방법도 있다.
저 구간은 ln x의 역함수인 exp(x)에서 x의 음수 구간 면적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니 exp(x)를 0부터 -∞까지 적분해 봐도 동일한 값을 더 쉽게 구할 수 있다. exp는 그냥 자기 함수에다 값을 대입하는 것만으로 적분값을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더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ln x의 부정적분인 x(ln x - 1)의 의미는 바로..
저 X축의 x, 그리고 Y축의 ln x라는 직사각형에서.. 맞은편의 역함수 exp(ln x) 구간의 면적을 뺀 나머지 면적이라는 것이다. -x의 의미는 바로 -exp(ln x)라는 것..!!

부분적분에서 곱을 구성하는 두 함수 중의 하나가 그냥 x 자체인 덕분에, 기하학적으로 이런 의미까지 지니게 된 셈이다.
앞서 부분적분 식에서는 x가 x*(1/x)를 적분해서 얻어졌었는데.. 여기서는 exp와 ln이 상쇄되어 얻어졌다는 게 흥미롭다.

이런 부분적분은 삼각함수 등 다른 초월함수들의 '역함수'의 부정적분을 구할 때도 요긴하게 쓰인다.
부분적분의 특성상 원함수의 도함수도 알아야 하는데, 그건 역함수의 미분법을 동원해서 구하면 된다.

다음으로, ln x를 넘어서 (ln x)^2의 정적분을 구하려면?
부분적분 패턴에서 F'(x)와 G(x)를 모두 ln x로 잡으면 된다. 그러면 F(x)는 x*(ln x -1)에 대응하고, 최종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복잡한 식이 도출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를 일반화해서 (ln x)^n의 부정적분은

x*(ln x)^n - a*x*(ln x)^(n-1) + b*x*(ln x)^(n-2) ... +- z*x*(ln x) +- z*x + C (적분상수)

이런 꼴이 된다. 모든 항에 x는 기본으로 붙어 있고 그 다음에 (ln x)의 n승에 대한 항이 형성되어 항의 수는 총 n+1개..
부호는 -와 +가 번갈아가며 바뀐다.
맨 앞의 제일 고차항인 (ln x)^n의 계수는 언제나 1이지만, 그 다음 항인 a...z로 갈수록 n과 n-1, n-2... 가 차례로 곱해져서 n=2일 때는 2 2.. n=3일 때는 3 6 6, n=4일 때는 4 12 24 24... 이렇게 계수가 정해진다.

그러므로 0에서 1까지의 정적분 값은 n의 홀짝 여부에 따라 부호가 교대로 바뀌는(홀-음수, 짝-양수) n!이 된다.
원함수에다가 미리 -를 씌운 (-ln x)^n라고 해 주면 0..1 정적분은 간단하게 n!로 떨어진다. n이 홀수승일 때는 (ln x)^3의 값이 음수이던 것이 - 부호를 만나서 양수로 바뀌고, 짝수승일 때는 거듭제곱이 음수를 양수로 바꾸기 때문에 팩토리얼이 언제나 양수로 나오는 것이 보장된다.

로그의 거듭제곱의 적분이 팩토리얼과 관련이 있다니.. 신기한 노릇이다. 이 덕분에 지수뿐만 아니라 팩토리얼조차도 정의역이 단순히 자연수에 국한되지 않고, 지수함수와 적분와 동급인 실수 영역에 연속적인 형태로 정의될 수 있게 됐다.

(-ln x)^n의 0..1 정적분은 치환적분 기법을 동원해서 다음과 같은 형태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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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로그를 쓰면 구간이 0~1인데, 지수를 쓰면 구간이 0~무한대로 바뀐다는 차이가 있다. ㄲㄲㄲ
요 함수가 일명 '감마'(Γ) 함수라고 불린다. 단, 감마 함수는 모종의 이유로 인해 팩토리얼과 완전히 같지는 않아서 Γ(n+1)의 값이 n!에 대응한다.

x^x은 0일 때와 1일 때의 함수값이 동일하고, 그 사이엔 함수값이 살짝 작아졌다가 1 이후부터 폭발적으로 커진다.
감마 함수도 양의 실수 구간에서는 이와 비슷한 성질이 있어서 1과 2일 때의 함수값이 동일하다. 그 사이에는 함수값이 약간 작아졌다가 2 이후부터 폭발적으로 커진다.

단, x^x는 미분을 통해 그 최소값을 해석적으로 정확히 구할 수 있는 반면, 감마 함수는 대략 x≒1.46163에서의 최소값 0.88560...을 수치해석으로 구할 뿐이다. 이 수의 정확한 특성은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감마 함수는 소수점이 .5 인 수.. 다시 말해 자연수에다가 1/2이 첨가된 수에 대해서는 π(원주율)의 제곱근의 배수인 그 무언가를 되돌린다. 이런 것도 여느 지수함수나 그쪽 바리에이션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면모이다.

특히 Γ(1/2)의 값은 딱 정확하게 sqrt(pi)인데, 이것은 정규분포 함수의 원형인 e^(-x^2)의 전구간 적분 면적과 동일한 값이다.
1/2일 때 감마 함수 적분식은 적분변수 x를 sqrt(t)로 치환하면 딱 정확하게 e^(-x^2)의 전구간 적분과 동일한 식이 나오기 때문이다. ㅎㄷㄷㄷ..

물론 e^(-x^2)은 부정적분이 초등함수의 형태로 표현되지 않는 괴상한 물건이며, 가우스 적분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론을 동원해야 전체 면적만을 구할 수 있다. 이 과정이 뱅그르르 회전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갑자기 원주율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이 글의 범위를 한참 넘어서기 때문에 더 자세한 얘기를 생략하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로그의 n승을 정적분 했더니 n팩토리얼이 튀어나왔다. 반대로 팩토리얼 값에 로그를 씌운 것도 로그와 관련이 있다. log N!은 수가 증가하는 정도가 N log N과 얼추 비슷하다.
왜 그런가 하면 N!은 1*2*3...*N이니 log N!은 log 1+log 2+log 3+ ...log N과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log N에 대한 적분에다 근사시킬 수 있으며, 그 부정적분에는 N log N이 포함되어 있다.

컴퓨터 알고리즘 중에서 정렬이라는 건 n개의 원소들을 나열하는 순열 최대 n!개의 가짓수 중에서 오름차순/내림차순 순서를 만족하는 것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그런데 비교 연산을 한 번 할 때마다 그 가짓수를 이분 검색 하듯이 최대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러니 가짓수도 팩토리얼로 폭발적이고, 매 단계마다 가짓수를 줄이는 규모도 지수로 폭발적인데.. 결국 비교 연산을 수행하는 정렬 알고리즘의 이론적인 시간 복잡도는 팩토리얼의 로그급인 n log n으로 귀착되는 것이다.

팩토리얼 내지 팩토리얼의 로그를 근사하는 공식을 더 엄밀하게 파고들면 n log n에다가 다른 자잘한 항들도 여럿 붙는다. 이런 건 감마 함수를 변형해서 만들어지는데, '스털링의 근사 공식'이라고 한다.
애초에 x^n * e^(-x)도 e^(n ln x - x)로 바뀌니, n log n이라는 결론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상이다. 로그에 이렇게 심오한 의미가 많이 담겨 있는 줄 몰랐다.;; 얘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로그의 밑 얘기만 하고 글을 맺도록 하겠다.

이공계에서 쓰이는 로그의 밑은 사실상 딱 세 종류.. 2, e, 아니면 10이라고 보면 되겠다.
2는 컴퓨터과학 전산학에서 특별히 아주 좋아하는 숫자이고, e는 지금까지 봐 왔듯이 천상 수학 미적분 해석학 전용이다. 10은 10진법과 관계가 있다 보니 데시벨이나 pH (산/염기 지수) 같은 로그 기반의 현실 과학 단위에서 쓰인다. 단, 복소해석학으로 가서 로그를 복소수 범위로 확장하면.. 0과 1만 빼고 -1이나 i조차 로그의 밑이 될 수 있으니 참 ㅎㄷㄷ하다.

현실에서 엄청 큰 측정값을 표기할 일이 있으면, 어지간해서는 메가· 기가· 테라· 페타 같은 접두사를 동원해서 자릿수를 줄이는 걸로 퉁칠 것이다. 아예 로그를 동원해서 자릿수를 후려친다는 건 정말 그 분야에서 얻을 수 있는 측정값의 스케일이 0의 개수 자릿수 차원에서 극단적으로 널뛰기 한다는 걸 뜻한다.

원래는 log 다음에 아래첨자로 밑을 일일이 써 주는 게 정석이다. 그러나 쓰이는 밑이 분야별로 저렇게 뻔히 답정너이니.. 그런 번거로운 표기는 잘 쓰이지 않는다. 밑이 e인 로그는 자연로그라고 해서 그냥 ln이라고 쓰는 정도?
밑을 생략한 log 표기는 밑이 무엇이건 중요하지 않고, 수가 증가하는 게 log 스케일이라는 것만이 중요할 때 쓰인다. 앞서 언급했던 시간 복잡도 표기처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10/01 08:35 2022/10/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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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황제 네로

로마 제국의 네로 황제는 세계사에 불멸의 이름을 남긴 폭군이었으며, 특히 마가 씌인 듯한 잔인한 기독교 박해로 인해 교회사의 관점에서는 더욱 악평을 받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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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장발 노안인 인상에 걸맞지 않게, 나이가 아주 젊었다.
겨우 30 초반의 나이에 부하들의 신임을 잃고 폐위당한 뒤, 자결로 생을 마감했다.
참고로 조선에서 손꼽히는 폭군이었던 연산군도 겨우 20대 때 흥청망청 놀면서 나라를 말아먹은 뒤, 30이 될까말까인 나이에 죽었다.

네로에게 흔히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로마 대화재 배후설이다.
부하들을 시켜 시내를 일부러 불질러 놓고는 불 구경 하면서 띵까띵까 악기 연주하고 시를 지었다..???
(꼴도 보기 싫던 낡고 흉측한 건물들이 다 사라지니 속이 다 시원하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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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건 아무래도 9 11 테러 자작극설 음모론이라든가, "할배가 일부러 다리를 폭파하고 먼저 튀었다", "빵이 없다고? 그럼 과자/고기를 쳐먹으면 되지"(마리 앙투아네트) 급의 악성 루머로 여겨진다. 정황상 네로가 그 정도까지 악마 싸이코패스는 아니었다.

그는 불 구경은커녕, 외지로 휴가를 가 있었다. 그 와중에 화재 소식을 듣고는 기겁하여 전차를 몰고 수십 km를 달려서 현장에 헐레벌떡 돌아왔다.
황제가 직접 발로 뛰며 화재 진압을 지휘하고, 자기 사재를 털어서 구호 물자를 마련하고, 심지어 궁궐의 일부를 개방해서 이재민들 임시 거처도 마련했다.
재난에 정말 최선을 다해 대처했다는 건 제아무리 네로를 싫어하고 혹평하는 역사가라도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한다.

하지만 네로가 선정을 베푼 건 거기까지가 끝이었던 것 같다.
화재 발원지에다가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다른 건물을 올리려 해서 "이거 너무 노골적인데? 혹시 저 건물 올리려고 일부러 불지른 거 아냐?" 의혹을 본격적으로 살 짓을 하긴 했다. 그리고 무리한 토목 공사 때문에 나라 경제를 말아먹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 평판이 깎이고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것 같자, 그는 그제서야 예수쟁이들에게 방화범 누명을 씌워서 화풀이를 시작했다. 이건 명백한 팩트이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사람들의 집단이란 게 등장한 지 30년 남짓밖에 안 됐던 시절인데.. 이때 이들의 대외 이미지는 막 나쁜놈 사회악이라기보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람들' 아싸 정도였다.

남들 다 믿는 걸 로마 잡신들을 섬기지 않고, 국가 공권력 자체는 인정하는 것 같지만 황제를 신성시하지 않고 웬 듣보잡 예수라는 교주가 부활했다며 설치고 다닌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얘기를 나눠보면 천성은 착하고 성품도 훌륭해 보이고.. 쟤들이 도대체 무슨 믿는 구석이 있는지,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신비로운 부류였다.

그랬는데 민심이 흉흉할 때 과거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이나 '중세 유럽 페스트 창궐 후의 종교 재판'처럼 누구 아싸 한 놈 희생양 삼아 조져야겠다는 여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그리고 이때는 크리스천들이 걸려들었다. "이게 다 저 예수 믿는 이상한 놈들 때문이다. / 저놈들은 이번 화재 피해를 별로 입지 않았다 / 사실 쟤들이 방화범이다 / 쟤들은 로마 제국의 반역자다" 이런 식으로..

네로는 이 사람들을 그냥 곱게 죽인 게 아니라 동물 가죽을 뒤집어씌우고 나서 맹수들에게 던져넣기, 십자가형, 길거리 인간 횃불(= 화형-_-) 급으로 정말 가학적이고 잔혹하게 죽였다.
어떤 방식이건, 이런 잔인한 양민 학살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 이어지자 다른 비기독교인들조차 "쟤들이 아무리 나쁜놈들이라지만 이건 너무했다, 선 넘었다"라고 이의 제기를 할 정도가 됐다고 한다.

게다가 이때는 거짓으로 신자 행세를 하다가 조직을 밀고하는 가짜 끄나풀 간첩 배신자까지 들끓었다. 그러니 이때는 어중이떠중이 다 교회로 전도 초청 따위는 꿈도 꿀 수 없고, 진짜 신자 형제를 가려내는 일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사람 마음속을 알 수가 없으니 신뢰할 만한 이웃 교회 지도자의 추천과 보증이 아주 중요한 변별 요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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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이 바로 이때 네로를 대면한 뒤, 참수형을 당해 순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AD 67년경. 신약 성경 데모데후서는 이런 배경에서 기록되었다.

(죄수를 사형에 처하라는 어명까지 악기를 띵띵 연주하면서 내리는 개싸이코패스 네로의 기백.ㄲㄲㄲㄲㄲㄲㄲ
저 아저씨가 현대인이었으면 락 같은 데에 심취해서 아마 일본 환타 CF에 나오는 DJ 선생이나 가죽점퍼(록커) 선생처럼 코스프레를 했지 싶다. ㅋㅋㅋㅋㅋㅋㅋ)

바울은 사도행전에 나오는 바와 같이 어째 로마 시민이었다.
로마 시민은 (1) 범죄 혐의가 있더라도 채찍질 같은 고문을 동반한 심문을 받지 않으며, (2) 반역죄가 아닌 한 사형을 당하지도 않을 정도로 엄청난 특권층이었다.
그리고 로마 시민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억울한 일을 당하면 로마로 가서 지역구가 아닌 전국구 재판을 청구할 권리까지 있었는가 보다. 바울이 사도행전에서 로마 행을 고집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소원대로 로마에 가서 사도행전 28장 이후의 연대기부터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복음을 널리 전했다. 최신 학문 유행 문화의 원산지였고 지금으로 치면 뉴욕이나 도쿄와도 같은 대도시였던 로마에서 복음을 전한 것이다. 그리고 로마 정부로부터도 예수 믿고 전하는 것에 대해서 처음엔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로마 대화재 사건을 계기로 다시 체포되었으며, 이때는 결국 반역죄로 사형을 당하게 됐다. 네로가 바울을 어떻게든 죽여 없애 버리려고 안달이 났기 때문이다. (3) 하지만 그는 로마 시민이었기 때문에 이때도 십자가형 같은 잔인한 형벌을 받지 않고 곱게(?) 참수만 당했다.

참고로, 네로 시절엔 아직 콜로세움 경기장은 없었다. 그건 AD 80년 이후에나 등장했기 때문이다. 네로 때의 순교랑, 원형 경기장에서 양민들이 맨손 무방비로 굶주린 사자 떼와 맞닥뜨리는 장면을 동시에 떠올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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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교회의 입장에서 네로에 의한 박해는 정말 엄청나고 혹독한 환란이었다. 베드로전서 역시 제일 가깝게는 이런 시국을 염두에 두고 기록되었다. 그 시절 사람들은 저 네로놈이 적그리스도이고, 이 순간만 잘 넘기면 예수님이 다시 오실 거라고 생각했다.

뭐, 예수님이 곧장 다시 오시지는 않았고 로마 제국에 의한 기독교 박해는 그 뒤로도 수백 년 동안 잊을 만하면 간헐적으로 또 계속되었다.
이게 횟수를 따져 보니 총 열 번이었다. (☞ 관련 링크) 계 2:10에서 말하는 '열흘 동안 환난을 당하리라'가 이 로마 제국의 박해를 의미한다고 분석하는 해석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네로의 깽판 자체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이 황제 역시 AD 68년에 쿠데타로 인해 황제 자리에서 쫓겨난 채 자살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세상 역사에서 네로는 처음엔 통치를 잘 하다가 말년에 궁예처럼 흑화해서 광기어린 실책을 저지른 폭군이다. 히틀러처럼 그냥 예술만 했으면 좋았을 걸 괜히 정치를 하다가 돌아 버린 사람 정도?
뭐, 폭군으로서는 평범한(?) 범주에 들지, 무슨 공산주의나 파시즘이 가미됐던 20세기 최악의 싸이코패스들.. 히틀러, 김 일성, 폴 포트, 이디 아민 정도까지는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니 죽은 뒤의 장례도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고 지워 버리는 정도는 아니라, 평범한 왕보다만 약간 덜 예우하는 수준으로 그쳤다고 한다.

물론 아무리 실드를 친다 해도 폭군은 폭군이며, 로마 제국에서 기독교 박해의 첫 포문을 열었던 악역이 네로인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기독교인들만 왜 그리 잔인하게 죽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09/26 08:35 2022/09/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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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자동차 주차와 관련해서 다음 사항들은 오해와 분쟁이 벌어지지 않게 적절한 법과 관행이 마련되고 정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1.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장기 주차

한적하고 공간 넉넉한 임시 주차장 휴게소 같은 데서는 도입을 검토할 법도 하지 않을까? 장기 주차가 등록된 차량은 그 기간 동안 고속도로 내부에서 24시간 이상 체류 가능하다.

동일한 목적지로 가는 개별 운전자들이 여기에다 자기 차를 세워 놓고, 대표의 다른 차로 합류하는 거다. 즉, 이건 고속버스 환승이나 대중교통 환승의 자가용 버전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수요가 장기 주차 시스템을 유지 보수할 만치 많지 않다면 굳이 이런 걸 만들 필요가 없겠지만 말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와 휴게소들은 대부분 중간 회차 같은 기동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졌다는 것도 생각할 점이다. ㅡ,.ㅡ;;

2. 주차장에서 아직 오지 않은 차를 위해 일행이 자리를 미리 찜해 놓기

일단, 관리자가 없는 무료 주차장 내지, 아파트 입주민처럼 주차장의 아무 자리나 동등하게 이용할 권한이 있는 사람끼리는 저런 관행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냥 먼저 차 끌고 자리 댄 놈이 임자여야 한다.
이건 지정 좌석이 없는 시내버스나 지하철 같은 곳에서 지금 없는 사람의 자리를 맡아 놓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동일 것이다. 혹은, 한 명만 줄 서서 기다리다가 중간에 갑자기 자기 일행을 잔뜩 끼어들이는 소극적인 새치기에다가도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주차한 순간부터 시간에 비례해서 요금이 부과되는 유료 주차장이고 자리가 부족하다면? 먼저 온 일행이 차 번호를 말하고 주차 공간을 선점하는 시스템 정도는 도입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 경우, 실제 차가 아직 안 들어와서 일행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도 주차 시간에 포함되어 요금이 좀 더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일행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거나, 올 거라는 차가 일정 시한까지 오지 않으면 그 자리는 그냥 다른 차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노쇼에 대해서는 보증금을 낸 것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의 페널티를 받게 된다.

이것도 이런 복잡한 시스템을 굳이 개발해야 할 정도로 발생하는 빈도가 높지 않다면.. 이 역시 내 상상 잉여 뇌피셜만으로 끝날 수 있다. 어떤 경우건 ‘주차 자리 선점 금지’만으로 깔끔하게 끝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ㄲㄲ

3. 장애인, 여성 주차 등

지하철 안에는 객차의 양 끝에 노약자석이 있으며, 시내버스 안에는 앞쪽에 역시 노약자석 내지 휠체어석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건물 주차장에는 건물과 가까운 쪽에 장애인 주차칸이라는 게 법적 의무 차원에서 반드시 만들어져 있다.
장애인의 인권을 배려하려는 차원에서인지.. 장애인 주차 위반은 여느 평범한(?) 불법 주차보다 과태료가 굉장히 세다.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의 위반에 맞먹는다.

원래는 부정 주차보다 불법 주차가 죄질이 더 나쁘고 과태료가 더 비싼 것이 인지상정이다. 전자는 단순히 "차를 댈 수 있는 곳이지만 그게 니 차는 아님" 수준인 반면, 후자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아무도 주차해서는 안 됨. 버스 정류장이나 횡단보도, 교차로, 소화전 근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주차 위반에 대한 처벌은 부정을 넘어 불법으로 보는 수준이다. 그만치 강경하다.

뭐, 그에 대해서 나 역시 큰 이의는 없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인권의 척도가 진정한 선진국의 척도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각종 관공서나 마트에서 장애인 자리는 10여 군데가 텅~~ 비어서 썰렁한데 다른 사람들은 주차 자리를 못 찾아서 뺑뺑이 치는 걸 보노라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상시 무조건 비워야 하는 자리는 일부만 놔 두고, 나머지는 약간 유도리를 둔다. 진짜로 몸 불편한 장애인 탑승 차량이 들어온 경우, "나중에라도 전화 오면 군소리 없이 15분 안으로 달려와서 차 빼는 조건으로 주차. 불응 시 주차료 가중 부과" 이렇게라도 하면 안 될까? 물론 장애인 탑승 차량도 자리 좀 확보해 달라고 마트에다가 미리 연락을 하고 말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개인적으로는 여성 전용칸은 법적 강제력도 없고 도대체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요즘은 지하철에도 임산부 배려석이라고 앉을지 말지 고민되는 굉장히 어정쩡한 좌석이 몇 곳 표시돼 있는데, 그와 똑같은 모양새이다.

이것도 굳이 시행을 할 거면 평소에 무조건 비워둘 정도까지는 아니고, 실제 해당자가 왔을 때만 비켜 주는 형태가 됐으면 좋겠다.
진짜로 평소에 늘 비워져 있는 건 고속도로의 1차로(추월 차로)여야 하는데, 이건 또 안 비워져 있다. -_- 이러니 대한민국의 교통 문화가 노답인 것이다. 뭐, 쌍팔년도 시절에 비해서야 많이 나아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끝으로, 경차 전용 주차칸도 말이다. 자그마한 경차 전용 주차칸은 그거 혜택을 입는 사람이 평소에 얼마나 되며, 그거 갖고 경차 구매 동기를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난 좀 회의적이다.;; 없는 자투리 공간의 틈새를 경차 전용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멀쩡한 구간을 일부러 좁혀서 경차 전용으로 만드는 짓은 자제했으면 좋겠다..;;

아무튼.. 통신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했으니 주차와 관련된 시스템도 이런 식으로 좀 더 스마트해졌으면 좋겠다. 횡단보도는 보행자 작동식, 교차로는 감흥 신호를 더 늘리고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9/24 08:35 2022/09/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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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성경 이야기들 -- 下

7. 부분적인 순종

  • 아브라함: 혼자만 나온 게 아니라 사고뭉치 룻도 같이 데리고 와서 쓸데없이 전쟁에도 연루되고 두고두고 고생했다.
  • 출 3~4에서 모세: 혼자서는 도저히 일을 못 하겠다고 뒤로 빼서 결국 형 아론까지 붙긴 했지만.. 그게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 베드로는 영혼 없이 "네에~ (참 잘도 잡히겠네요.) 그래도 일단 님하 말대로 그물을 하나 던져는 보겠습니다": 그 뒤 그물이 찢어지고 배가 뒤집힐 뻔함.
  • 아말렉을 몽땅 다 진멸하지 않고 살진 짐승을 '선의로' 살려서 데리고 온 사울: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아울러, 출5에서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파라오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풀어 주라는 명령을 전하기는 했지만 너무 쫄아서 선포와 경고가 아니라 애원, 타협, 협상하는 말투가 돼 버렸다.

말 안 들으면 니들이 재앙 당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재앙 당한다.. 노예가 줄어들면 너희들도 좋을 거 없지 않느냐는 식으로 물 잔뜩 탔다.
그러니 파라오의 반응은? 더욱 기고만장해서 꿈쩍도 안 하고 "이것들 너무 편하게 해 줬더니  안 되겠어? 앞으로는 일을 더 시키겠다"로 맞받아친 것이다.

부분적인 순종, 불완전한 순종은 대놓고 불순종보다는 낫다. 그러나 그 역시 100점짜리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다는 걸 성경은 거듭 가르쳐 주는 듯하다. 꼭 사울처럼 마음 상태가 처음부터 글러먹은 게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건 크리스천이 복음을 전할 때도 염두에 둬야 할 원칙인 것 같다.
죄, 심판, 복음 얘기를 제대로 안 하면서 "예수 믿어서 나쁠 거 없다, 손해볼 것 없다~ 너한테도 좋다" 이런 걸 너무 강조하는 건.. 듣는 사람의 기분도 못 잡으면서 잃어버려진 혼을 제대로 구하지도 못할 것이다.
이건 그냥 종교 영업 행위나 다를 바 없게 될 것이다.

8. 게으르다, 목이 뻣뻣하다

출애굽기에서
파라오는 이스라엘 백성들 보고 '게으르다' (idle)라고 평했고, (5:17 노예 시절)
하나님은 '목이 뻣뻣하다~~~~' (stiffnecked) 라고 평하시었다. (32:9 금송아지 사건)

파라오야.. 좀 편하게 대해 줬더니 노예 주제에 뱃대지 불러서 헬렐레 빠져 가지고 힘들다고 징징댄다고.. 먹고 살 만하니까 그 다음으로 신이나 찾아 댕기고 종교 활동이나 쳐 한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하나님은.. 10대 재앙과 홍해 기적까지 베풀면서 가련한 이 군상들을 비참한 노예 신세에서 구출해 줬는데..
광야 생활이 쪼~금 힘든 거 갖고 금세 불평 불만 터뜨리고, 심지어 도로 이집트로 돌아갈 생각을 한다고 정말 마음이 완악하고 바른 믿음이 없다고 그걸 질타하셨다.

지극히 세속적인 관점 vs 지극히 영적인 관점.
같은 인간 집단을 보는 관점이 서로 극과 극으로 정말 다르다. =_=;;

9. 에스더기: 왕권의 상징

세상에서 보안을 상징하는 물건은 열쇠요,(허가되지 않은 사람이 물건이나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게) 권위를 상징하는 물건은 도장(이 명령이나 메시지가 진짜 당사자 본인의 것)인 것 같다. 유언 같은 건 주작되지 않고 진짜 당사자가 살아 생전에 정신이 멀쩡할 때 자의로 남긴 게 맞음을 입증하는 체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재산 상속이나 어느 조직의 후계자와 관련된 분쟁이 어찌나 많은지!!)

인감은 도장을 지문처럼 활용할 수 있게 등록해 놓은 체계이다.
동양은 모르겠다만, 서양에서는 왕이 끼는 반지가 옥새를 겸하게 만들어져 있었던 것 같다. 성경에서도 에 3:12.. 성경 전체에서 가장 긴 절이라고 일컬어지는 구절이 이에 대해서 언급한다.

에스더기는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것과 '주, 하나님, 여호와' 같은 단어가 본문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이색적인데, 유난히 왕의 권위와 관련된 언급이 많은 것 같다. 전 8:4 "왕의 말씀이 있는 곳에 권능이 있나니...", 더 나아가 마 8:9(권위 아래에 있는 사람)의 제일 실질적인 사례가 이 책인 것이다. 하필 그 권능을 이용해서 license to kill the Jews가 전파됐으니 문제지..

왕이 내린 명령이 옥새로 날인되고, 그게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파발들을 통해 방방곡곡으로 전파된다. 한번 내린 어명은 워낙 최고존엄급 절대 권위가 있기 때문에 왕 자신이라도 쉽게 식언· 번복할 수 없다. 그 대신 그걸 다른 명령을 추가로 내려서 대체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에스더 같은 이질적인 책이 어째 성경에 포함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현대의 암호학은 수학 이론과 컴퓨터의 계산빨을 이용해서 디지털 세계에서 보안과 권위/권한이라는 분야를 모두 담당하는 도구인 셈이다.

10. 혼전 임신에 대한 화형 응징

옛날에 신라의 김 유신은 여동생 문희를 혼전임신 죄목으로 불태워 죽이려 했고, 이거 보고는 김 춘추가 그녀와 일종의 shotgun marriage를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건 창세기 38장에서 야곱의 아들 유다가 며느리 다말을 혼외임신 죄목으로 불태워 죽이려 한 것과(창 38:24-25)... 심상이 아주아주 아주 비슷하게 느껴진다. =_=

물론 서로 완전히 같은 상황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본인이 김 유신 장군 묘를 종종 구경하면서 동시에 교회도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낸 덕분에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ㅋㅋㅋㅋ

한반도는 역사를 통틀어서 화형이란 게 없다시피했다.
신라가 존재하던 시절에 내가 동북아시아 역사에서 화형이라는 단어를 본 건 박 제상이 일본에서 고문 당하다가 화형 당해 순국했다는 얘기밖에 없다. (왜놈들이야말로 그때부터 왕창 잔혹.. -_-)

성경도 마찬가지다. 목을 조르거나 짜르거나 그냥 몸통에다가 칼을 쑤셔넣어서 죽이는 건 자주 나오지만, 홀랑 불태우는 거.. 특히 초자연적인 불 말고 저런 식의 화형은 등장이 역시 거의 없다. 그런데 대놓고 let her be burned는 이례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것도 둘 다 아녀자를.. 부정한 임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이러니..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는 마리아도 예수님을 초자연적으로 수태했던 당시에 처신을 잘못했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었겠다. 나름 약혼남이 자기 아이가 아닌 아기를 속도위반 임신으로 잘 덮어 준 셈이다.

11. 빤스런(..)

그리고 성경에는 나름 빤스런이라는 것도 나온다.
아니, 빤스 정도가 아니라 몸에 걸치고 있던 걸 홀랑 버리고(붙잡히니까) 발가벗은 채로 줄행랑을 쳤다고 나온다. 도마뱀이 자기 꼬리 끊고 도망치듯이 말이다.

  • 막 14:51-52 예수님이 배반당하고 붙잡히시던 당시에, 성경에 이런 민망한 장면이 왜 기록됐을까, 이 청년은 누구일까 참 궁금해진다.
  • 행 19:15-16 그 유명한 "내가 예수도 알고 바울에 대해서도 들어서 아는데, 닌 도대체 누구냐?" 역관광 장면이다.;;
  • 그리고 암 2:16도 이런 빤스런 장면을 언급한 예언이다.

12. 양비론

"진실로 헤롯과 본디오 빌라도가 이방인들과 이스라엘 백성과 더불어 함께 모여 주께서 기름 부으신 주의 거룩한 아이 예수님을 대적하며" (행 4:27)

본인은 오래 전부터 다른 주제는 몰라도 인간이 구원받아야 하는 죄인이라는 것, 우리 모두가 예수님을 십자가에 달려 죽게 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에는 좌우 구분이 없고 정말 피장파장이라는 말을 해 왔다. 서민이건 기득권 정치· 종교 지도자건, 심지어 외세건 똑같이 말이다. 진정한 양비론이다.

빌라도는 그냥 세속적이고 보신주의적인 정치인이었을 뿐, 사도신경에까지 거론될 정도로 독보적인 악역은 아니었다.
진리가 무엇인지 죄와 심판은 무엇인지 같은 건 관심 없고, 그저 유대인의 왕을 참칭하는 내란 수괴 정치범만 아니라면 누가 무슨 짓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국내 교회들이 한때는 "예배 때 사도신경 암송 안 하는 교회는 이단" 이러는 편이었지 싶은데.. 그래도 세월이 흘러서 요즘은 사도신경을 절대시하는 비중이 예전에 비해 줄어든 듯하다.

여담으로, 기독교라고 불리는 여러 교파들 중엔 가톨릭이나 개신교 말고 어디어디 지역 '정교회'라는 게 있다. 여기는 하나님 예수님 이러기는 하지만 교리 바리에이션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다.
세계 지리에서 중부·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종교는 상당수가 가톨릭도 이슬람도 아닌 기독교라고 분류돼 있다. 그러나 그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개신교 같은 기독교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 중 에티오피아 정교회는 분명 사도행전 8장에 뿌리를 둔 역사적인 교회이지만.. 에녹서 같은 위경도 같이 정경으로 인정하고, 특히 빌라도와 그의 아내까지.. 부부를 반쯤 선한 인물, 성인으로 취급한다. 예수님을 처형하는 것을 꺼렸을 뿐만 아니라(롯???) 훗날 회개하고 크리스천이 됐고 순교까지 했다고 말이다.;; 역사적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09/21 08:35 2022/09/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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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성경 이야기들 -- 上

1. 창세기와 계시록의 2 6 7 패턴

창세기 1장의 6일 창조를 보면, 둘째 날에만 유일하게 '보기 좋았다'라는 말이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여섯째 날은 그냥 보기 좋은 게 아니라 '매우 보기 좋았다'라고 끝난다.
마지막 일곱째 날은 하나님도 쉬시고 아무 코멘트 없이, 그 날을 복 주셨다고만 나온다.

이와 비슷한 패턴이 요한계시록 2~3장의 일곱 교회 얘기에서도 발견되는 것 같다.
각 교회별로 격려와 질타(책망)가 하나씩 있는 구조인데, 2타인 서머나 교회와 6타 필라델피아 교회는 책망이 없다.
2타는 책망이 없이 격려와 행동강령 당부만 있지만, 6타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인 칭찬과 긍정적인 약속이 추가로 들어있다.
그러다가 다음 마지막 7타 라오디케아는 제일 부정적인 책망만 가득하고 심지어 약 처방이 있다.

창세기 1장의 6일이 문자적인 6일이듯, 계시록 20장의 1천 년도 문자적인 1천 년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2. 나무나라 비유

똑똑하면서 선량하고 인성 인품 좋은 사람, 자기 관심분야에서 바쁘고 할 일 많은 사람들은 굳이 권력에 연연하지 않는다. 정치판에 들어오라는 손짓에 어지간해서는 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능력은 쥐뿔 없으면서 찌질하고 열등감 쩔었고 남 앞에 나서길 좋아하고 명예욕 권력욕 많은 저질 인간은..
그런 기회가 오면 넙죽넙죽 나서는 편이다. 심지어 자기보다 더 큰 사람, 더 훌륭한 사람을 모함하고 음해하면서까지 나선다.
그래서 큰 권력을 쥐게 되면 피바람을 일으키고 나라를 다 말아먹는다.

자, 그럼 이 시점에서 사사기 9:8-15에 나오는 나무나라 비유를 읽어 보시라.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어쩜 이렇게 딱 정확하게 저격하고 풍자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근래 모습과도 싱크로율이 아주 높다.

이게 인간 사회 정치의 역설 비극인 듯하다. 진짜 정치를 해야 하는 사람이 정치판에서 버티지를 못하는...
내가 개인 블로그를 10년 넘게 운영하면서 정치 쪽 글도 쓰고 성경 얘기도 많이 했는데, 저 구절을 언급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지 싶다.;;

3. 복음서의 엄청난 표현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직접 하신 말씀 중에는.. 선뜻 실감이 가지 않고 믿어지지 않는 엄청난 일이 지금 당장 이뤄질 거라는 식으로 과장 막말(?)처럼 보이는 워딩이 생각보다 많다.
정말 액면 그대로 사실일까? 지금이 아니면 정확하게 어느 문맥에서 성립한다는 걸까? 이러니 제자들이 예수님 말씀을 제대로 못 알아들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1) 나(예수님)와 복음을 위하여 집· 토지(부동산!!)나 가족 인척 관계(형제 자매 부모 아내 자녀)까지 희생하고 버린 자는.. "지금 이 시대"에 그 재산과 인맥을 백 배나 받되 핍박과 함께 받고, 오는 세상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으리라. (막 10:29-30)
==>> 나중에, 죽은 뒤에 보상 받는다는 말이야 종교적으로 그리 어려운 약속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받는다고 했다. 이게 뭘 의미할까..??

(2) 죽음을 맛보기 전에 사람의 아들이 자기 왕권을 가지고 오는 것을 볼 자들도.. (마 16:28, 막 9:1, 눅 9:27)
==>>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바로 영접해서 지금처럼 초림과 재림의 구분이 생기지 않았다면 저 때 진짜로 저 일이 이뤄졌지 싶다.

(3) 이 세대가 가기 전에 다 이루리라. (마 24:34)
==>> 참고로 앞의 마 23:36 "진실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모든 것이 이 세대에게 돌아가리라."라는 심판 선포는 뜬구름 잡는 먼 미래가 아니라 현재, contemporary한 문맥이다. generation 세대를 쓸데없이 길게 늘어뜨리는 말장난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다음은 시기보다는 그냥 규모의 엄청남을 뜻한다.

(4) ... 만일 그것들을 낱낱이 기록한다면 심지어 이 세상이라도 기록된 책들을 담지 못할 줄로 나는 생각하노라. (요 21:25)
==>> 이 지구가 얼마나 넓은데.. 예수님이 하나님이고, 단순 공생애 사역이 아니라 창조주로서 지질학 천문학 역사까지 몽땅 다 망라해야 이 말이 문자적으로 성립할 것 같다.

(5) 너희에게 만일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 있으면 산을 들어서 저리로 옮길 것이요.. (마 17:20)
==>> 믿음이 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의 이론적인 상한이 이 정도라는 뜻이 아닐까 한다.

(6) 들의 백합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깊이 생각해 보라. ... 솔로몬도 이것들 중 하나와 같이 차려입지 못하였느니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질 들풀도 하나님께서 이렇게 입히시거든... (마 6:28-30)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금과 은으로 떡칠을 했던 솔로몬의 부귀영화가 야생 들풀 짜끄레기보다도 못했다니..?? 이 말은 정말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곱씹어야 할 것 같다.

자연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하나님이 각 개체들 차원에서 다 알고 모니터링 컨트롤을 하고 계신다는 뜻이다. 그러니 성경에는 신이 인간의 세포 분열(= 머리카락 수)을 모조리 파악하고(마 10:30), 일개 어류가 동전을 삼킨 것까지 안다는 묘사가 존재하는 것이다(마 17:27).

4. 인칭과 인용 방식

성경에서 다니엘서 4장은 1인칭과 3인칭이 뒤섞인 굉장히 독특한 시점으로 서술되었다.
처음엔 느부갓네살 왕이 내리는 조서 내용 그 자체인 듯이 시작하다가, 그 다음에는 느부갓네살 기준인 "내가 이러쿵저러쿵 하던 중에 이런 꿈을 꿨거든? 그러니 다니엘아, 해석 좀 해 보삼~~"이라고 텍스트 전체가 1인칭 시점으로 문장이 전개된다.
그 뒤, 다니엘의 답변부터가 "다니엘이 말하기를..." 이런 식의 평범한 3인칭 시점이다.

내가 알기로 다니엘서는 성경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원문의 언어도 100% 히브리어가 아니다. 중간에 아람 어인지 뭔지가 껴서 바뀐다. 12개의 챕터 중 전반부는 재미있는 기적 스토리, 후반부는 어려운 예언으로 구획 구분이 잘 된 편인데.. 그래도 바빌론 포로기라는 격변의 시기에 기록돼서 그런지 집필 논조가 일관돼 있지 않다.
사실, 스토리가 다루고 있는 시간 간극도 꽤 큰 편이다. 맨 처음에 우상에게 바쳐진 고기를 안 먹은 건 다니엘의 유년기 시절이지만, 마지막에 사자굴에 쳐넣어졌다가 나온 건.. 그야말로 늙어 죽기 직전의 말년이다.

다음으로, 사도행전 1:4는 간접 인용과 직접 인용이 뒤섞인 구절이다.
언뜻 보기에는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라"라는 당부는 간접이고, "그 약속에 대해서는 니들도 내게서(예수님) 이미 들어서 잘 알지?"라는 확인은 직접인 것 같다. (KJV, NASV)
하지만 인용 방식이 바뀌는 게 뭔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어지간한 성경 역본들은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라"까지 몽땅 직접 인용에다 포함시키곤 한다. (개역, NIV 등)

성경 중에는 직접 인용에 대해 따옴표가 쳐져 있거나, 심지어 예수님 말씀의 직접 인용을 빨간색 글자로 표시한 책이 있다. 하지만 이런 간단한 편집조차도 하려면 결국 답이 100%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고 모호한 행 1:4 같은 구절에서 막히게 된다.

5. 영적 존재에 대해서

수백 년 전 옛날의 신자들은 꼭 천당 지옥이 아니더라도 성경이 묘사하는 영적 세계, 영적 존재에 대한 동경, 환상이 오늘날의 신자보다 훨~씬 더 강했던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첫째, 그 재료 귀하고 인건비 많이 들던 시절에 성경책 하나에도 뭔 삽화와 무늬가 그렇게 많이 들어갔는지..?? 1611년 KJV 원판 책만 봐도 그렇다. 천사 그림, 스랍, 그룹(세라핌 케루빔) 그림 따위 말이다. 그러니 안 그래도 비싼 책이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ㄲㄲㄲㄲ

둘째, 그 사고방식이 옛날 찬송가 가사에도 투영돼 있다.
20세기에 나온 CCM이나 캐롤 가사 중에 천사가 주어로 나오는 “천사 찬송하기를 / 천사 화답하도다” 이런 걸 보신 분이 있는가? 전혀 없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And can it be라는 찰스 웨슬리의 구원 찬송도 여러 절 중에 2절, “세라핌조차 감격에 못 이겨 주의 깊은 사랑을 노래하도다” 이런 초월적인 내용이 있다.. 이건 영 실감이 안 가서 요즘 찬양집에서는 생략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어로 번역도 절대 되지 않았다. 저 가사는 무려 1738년작이었다.

6. 성경의 논리 전개 방식

  • "... 이런 사람은 불신자만도 못한 인간" (딤전 5:8)
  • "(니들이 인간 취급도 안 하는) 세리조차도 그 정도는 할 줄 안다" (마 5:46,47)
  • "그건 마귀들도 믿는 사항이다" (약 2:19)

성경엔 이런 식으로 대적이나 불신자의 존재를 의식한 영적 하한 '마지노 선'을 설정한 논리 전개가 종종 나온다.
"병시나 산소, 문과 출신인 나도 알고 있음"처럼 말이다. 흥미로운 일이다.

  • 선행으로 구원을 얻는 게 아닌 것만큼이나 악행으로 구원을 잃지도 않는다
  • 마음 생각만으로 죄를 지을 수 있는 것만큼이나(탐욕 등) 마음 생각만으로 구원받을 수도 있다
  • 예수님은 보이는 병을 고치는 것과 동급으로 보이지 않는 죄를 사할 수도 있다 (마 9:5,6)
  • 평생 나쁜짓 하다가 죽기 직전에 회개하고 구원받는 사람이 있는 것과 동급으로, 반대편 극단에는 평생 가난하고 호구 같이 불쌍하게 살았는데, 복음은 거부하고 지옥 가는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운 사람도 있을 수 있... 아니, 적지 않다.

이렇듯, 성경은 비유 내지 비례식을 동원한 논리 전개도 많이 나온다. 신앙 생활 원리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도 죽어라고 말 안 듣던 네놈들이 하물며 내가 죽은 뒤엔 얼마나 더 깽판 칠까..? (신 31:27)
  • 죄인인 너희도 자식 새끼 잘 챙겨줄 줄은 아는데 하물며 하늘의 아버지는 너희를 얼마나 더 잘 챙겨 주시겠는가? (마 7:11, 눅 11:13)
  • 동적 바인딩으로 생성된 이방인 교회가 이 정도로 잘됐으면 하물며 정적 바인딩인 유대인들이 회복되면 얼마나 더 잘되겠는가? (롬 11:12,24)

특히 "A:B인데 하물며 C:D는 어떻겠는가?" 요런 패턴 말이다. 로마서에 많이 나온다.

Posted by 사무엘

2022/09/18 08:35 2022/09/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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