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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성장 단계

생산 설비가 따로 필요하지 않은 IT 기업을 기준으로,

1. 완전 소규모 회사 내지 신생 벤처는 건물의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즉, 주소가 xx호로 끝남. 건물은 오피스텔이나 대학교 안의 창업 센터 같은 곳이 보통임.
규모가 너무 작고, 이런 회사는 생기거나 망하는 일도 잦은 편이기 때문에 아직 병역 특례 같은 건 없다.

2. 그러다 약간 규모가 커진 중소기업은 일반 상업용 건물의 층을 하나 차지한다. 주소가 무슨 빌딩 x층으로 끝남. 전형적인 병역 특례 기업 정도의 규모가 된다.

3. 회사가 더 커져서 제법 인지도 있는 중견기업이 되면, 위치 좋고 임대료 비싼 유명 대형 건물의 여러 층을 차지하게 된다. 주소는 x~y층으로 끝남. 한컴이나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액토즈소프트가 대표적인 예.
이쯤 되면 석사 이상의 전문 연구 요원 병특을 뽑을 법도 한 여건이 될 것이다.

Notes:
- 2와 3 사이는 간극이 큰 편이기 때문에, 두 단계의 중간 정도의 위상에 해당하는 회사도 많다.
- 모기업의 본사가 다국적 공룡 대기업이라 해도, 그 기업의 지역 지사는 그냥 중소· 중견기업의 위상이다.

4. 나중에 전국구 이상 수준으로 사업이 잘 풀리면 회사가 빌딩을 사게 되고... 자신만의 사옥을 갖게 된다. 넥슨이나 NHN, 그리고 최근에 이 단계로 레벨업을 한 안철수연구소처럼!

드디어 건물 이름이나 번지만으로 끝나는 주소 득템이다. 이쯤 되면 회사에서 딱히 홍보를 안 해도 입사 지원자들이 줄을 서고 경쟁률이 올라간다. 병특 인력 따위도 전혀 필요하지 않다.
넓은 부지를 확보하느라 도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날 수는 있겠지만, 아무려면 어때, 이쯤 되면 통근 버스를 굴릴 여건도 될 텐데.

5. 그리고, 세계구 수준의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급이 되면, 회사의 최종 완전체는 단지(complex), 캠퍼스(campus)가 된다. 신입 사원을 채용하는 절차도 며칠에 걸쳐 가며 완전 복잡해지고 전문화한다. ㅋ
동이나 우편번호를 독자적으로 할당받는 규모가 될지도..;; 통근 버스 정도가 아니라 캠퍼스 내부의 셔틀버스가 필요해질 수도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08 19:33 2011/12/0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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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마 다리 붕괴 사고

중· 고등학교의 물리 시간에 '타코마의 다리 붕괴 사고'에 대해 들어 본 분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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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homa는 윈도우 운영체제의 유명한 글꼴 이름이고, 여기서 지명은 미국 서북부의 워싱턴 주에 있는 Tacoma 시이다.

1940년 7월 1일에 바닷가 해협에 개통된 이 다리는 불과 4개월 만인 11월 7일, 강풍에 다리 전체가 널뛰기 하듯 들썩들썩 흔들리더니 와르르 무너져내려서 사람들에게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비록 다리가 기둥이 적고 무척 가벼운 구조로 건설되어 바람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당초 설계 기준보다는 훨씬 더 약한 풍속(초속 19m가량)에 다리가 아주 개발살이 났기 때문에 건축 공학계의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2차선, 편도는 겨우 1차선밖에 안 되는 좁은 다리였으니 오늘날 서울의 한강에 놓인 8차선급의 크고 아름다운 '대교'들을 생각해서는 곤란하겠다. 사실은 1980년 이전에는 한강 다리들도 넓어 봤자 4차선급밖에 안 됐다가 나중에 다시 확장된 게 태반이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된 구조물이 저렇게 물렁물렁 출렁거릴 수 있는지 신기하기 그지없다.
이 붕괴 사고는 3년 전의 힌덴부르크 호 폭발 사고(1937. 5. 6.)와 더불어, 그 과정이 현장에서 생방송으로 녹화되어 기록이 전해지는 얼마 안 되는 사고이다. 그것도, 오늘날처럼 스마트폰으로 아무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시절과는 넘사벽급으로 다른 20세기 초중반에 말이다.

※ 여기서 잠깐, 힌덴부르크 호 폭발 (또 교통수단 얘기 작렬)

- 그렇잖아도 힌덴부르크 호를 촬영하러 언론사가 일부러 취재를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그랬는데 다 와 가지고 비행선이 화염에 휩싸이면서 폭발· 추락하자 리포터 양반이 “오 끔찍합니다.. 세계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라고 절규를 남겼다.
- 대서양을 건너는 교통수단의 사고로는 비록 승객수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타이타닉 호와 비교될 만하다. 대형 국제 여객선과 비행선 모두, 오늘날은 실용적인 항공기에게 자리를 내 주고 자취를 감춘 상태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한 이 비행선은 미국 뉴저지 주의 레이크허스트 해군 비행장까지 가는 데 꼬박 사흘이 걸렸다. 한편, 영국의 사우샘프턴을 출발한 타이타닉은 출발 후(4. 10.) 닷새(4. 15.) 만에 침몰했고, 이는 목적지인 뉴욕까지 직선 거리로 75~80% 정도 도달한 지점이었다.

비록 비행선이 선박보다 더 빠른 것은 자명하나, 비행선은 여전히 승객의 수면을 챙겨야 할 정도로 속도가 대단히 느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느린 배보다 2~3배밖에 빠르지 않았다는 뜻이니 말이다. 진짜 자동차 속도이다. (이 비행 시간을 훗날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는 무려 4시간대 이내로 단축시키기도 했고.)

※ 타코마 다리 붕괴

- 후세에 길이 남을 이 특종 명장면은 다리 정면과 아래 등, 여러 각도와 장면에서 찍은 게 전해진다. 출렁거리는 모습은 모 대학의 연구팀에서, 무너지는 모습은 어느 민간인이 제각기 촬영했다고 한다.
- 중간에 다리를 못 건너고 버려진 승용차는 정말 지못미. 그래도 운전자가 차를 버리고 탈출한 건 당연히 잘한 행동임.
- 어째 컬러 동영상이 전해진다. 1940년에 정지 사진도 아니고 컬러 동영상 기술이 있었나? 아니면 흑백 동영상을 나중에 컬러로 복원했는지?

타코마 다리의 붕괴는 그래도 무슨 부비트랩처럼 갑자기 무너진 게 아니어서 사람들이 일찌감치 대피했고, 그래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리고 붕괴 원인이 성수 대교와는 달리 부실 공사 같은 것 때문은 아니었다. 그 당시 건축학계가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던 변수 때문이었는데...

잘 알다시피 바람이 다리를 직접적으로 때리는 세기가 문제였던 게 아니라, 바람으로 인해 주변에 발생한 공기 진동이 문제였다. 어떤 물체에는 고유 진동수라는 게 있는데, 이와 같거나 최소한 겹쳐지는 배수급의 진동을 지닌 외력이 거기에다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같은 힘으로도 더욱 큰 진동이 내부적으로 발생한다. 그리고 그 불안정한 상태가 갈수록 심해지면 그 물체는 파괴됨.

일상적으로도 자연에는 수많은 파동이 존재한다. 우리가 자연에서 듣는 음파만 해도 무수히 많은 파동이 겹쳐진 복잡한 파동이지만, 서로 간섭을 일으켜서 많이 상쇄도 된다. 그 무수히 많은 파동들이 우연히 다 겹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로 돌변할 가능성은, 데이터 운이 억발로 없어서 퀵 정렬이 하필 매 루프마다 최악의 pivot만 골라서 시간 복잡도 O(n^2), 공간 복잡도 O(n)이 될 가능성만큼이나 낮다. (내가 생각해도 참 적절한 비유인 것 같다. ㄲㄲ)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매체에서 자주 과장되어 묘사되는 장면이긴 하다만, 여성이 굉장히 높은 옥타브로 괴성을 질렀더니 유리창이나 유리컵이 박살 나는 걸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겠다.
엇, 그러고 보니, 함성에 무너져 내린 여리고 성도 생각나는구나(수 6:20)? 허나 그건 과학 현상이라기보단 초자연적인 기적에 더 가깝겠다.

자동차의 소음기는 반대로 그런 음파 에너지를 counter-음파로 상쇄하여 엔진 소음을 줄여 주는 물건이다. 이게 없으면 자동차도 무슨 오토바이처럼 터덜 털털털 부우웅~ 하는 짙은 소리가 그대로 들리게 된다.

1831년, 영국 맨체스터 근교의 브로스턴 다리는 많은 군인들이 오와열을 맞춰서 행군하자 그 직후 무너졌다. 군인들의 발을 맞춘 박자가 다리의 고유 진동수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 서울 강변의 테크노마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진동 소동이 벌어졌을 때도 혹시 이것과 비슷한 현상이 아니냐며 타코마 다리 사고가 언론의 주목을 잠시 받기도 했다.

그리고 끝으로...
1990년대 도스 시절 게임을 즐긴 친구라면, 타코마 다리와 관련하여 역시나 이 장면이 생각나지 않는지? ㄲㄲㄲㄲ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페르시아의 왕자 2는 최종 보스인 Jafar만이 있을 뿐, 딱히 레벨별 보스가 존재하지는 않는 게임이다. 그냥 퍼즐을 풀어서 레벨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끝인데..
날으는 양탄자를 타고 동굴 world를 빠져나가기 직전의 막바지 단계에 이런 이벤트가 있다. 방법을 모르면 통과하기 굉장히 어렵고 짜증 난다.

여기서 핵심은, 저 죽지 않는 해골 악당과 적당히 칼싸움을 하고 있다가 다리가 와르르 무너질 때, 해골만 해치우고 자기는 다시 올라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왕자는 설정상 자기 칼을 떨어뜨린다. -_-;; Jordan Mechner의 게임답게 이 게임은 영화 같은 기믹이 풍부하다.

일종의 bug exploit을 이용해서 해골을 해치우지 않고 다리를 무너뜨리지 않고, 따라서 칼을 잃지도 않고 건너편의 돌문을 통과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러기는 굉장히 어렵다.
해골과 싸우지 않고 왼쪽의 돌문으로 달려가면, 해골도 오른쪽으로 가서 발판을 눌러 돌문을 닫아 버리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은 로직상으로는, 해골과 싸우지 않고 왕자가 관문 근처로 가면, 그 해골이 발판에 도착하기도 전에 문이 강제로 쿵 닫히게 돼 있다. 그런데 이런 로직조차도 헛점이 있긴 했다. ^^
나중에 궁궐 world에서 나오는 허리 자르는 칼을 포복하지 않고 점프로 통과하는 게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 역시 bug exploit)

Posted by 사무엘

2011/12/01 08:27 2011/12/0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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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슈퍼스타K> 라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인기였다. 작년의 시즌 2에 이어 올해의 시즌 3이 지난 주에 끝났다. 결과는 울랄라 세션의 압승.

본인은 평소에 연예· 오락 쪽은 완전히 담을 쌓고 신경을 끄고 지내는데 이런 걸 어떻게 아냐 하면, 누나가 그걸 매주 즐겨 봐서이다. ‘울랄라 세션’의 팬이다. ㅋ 저 사람들은 나이가 좀 많은 것만 빼면, 장르를 불문하고 폭발하는 가창력에 댄스까지 정말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이긴 하다. 애초에 심사위원들도 이 팀은 아마추어급이 아니고 수준이 다른 팀과 너무 차이가 난다고 인정했을 정도이니까.

그런데 TOP 3에까지 오른 팀 중엔 남녀 듀오인 ‘투개월’이라는 팀이 있다. 미국 교포인지라 뉴욕 지역 예선을 통과했다. 팀원이 모두 겨우 10대 고등학생 나이인데, 잘생기고 예쁘고 노래도 잘 부른다(男 도 대윤, 女 김 예림).

특히 김 예림은 뭐랄까 낮으면서 몽환적인 목소리가 포인트인데, 심사위원 중 한 분인 윤 종신은 김 예림에 대해 ‘뉴욕 예선 참가자들 중 가장 독특한 목소리의 소유자’라고 평한 바 있다. 나도 그게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서 울랄라세션보다는 투개월에 더 호감이 가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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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 예림의 목소리가 곁들어진 남녀 듀엣을 여러 번 듣고 있다 보니, 나의 잠재의식 속에서 오랫동안 파묻혀 있던 먼 과거의 어떤 기억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 이거 뭔가 익숙한 분위기의 노랫소리라는 느낌이 든 것이다.

한참동안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내가 동질감을 느낀 원본의 검색 결과는 바로 주찬양 선교단이었다.

9집 <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자여>의 5번 트랙 <와서 우릴 도우라>.
이 앨범은 전반적인 주제가 선교· 헌신이며, 저 트랙은 행 16:9의 표현을 근거로 당대로서는 좀 파격적인 리듬과 멜로디의 곡이었다(1993년 4월에 발매된 앨범임).

‘와서 우릴 도우라’ 코러스가 몇 차례 반복된 후 남녀 듀엣이 나오는데, 그때 곁들어지는 여자 가수의 목소리도 저것처럼 낮고 중후한 편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가수의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어지간 한 거 다 외우고 있는데..;;

자, 더 말이 필요 없으니 직접 듣고 비교해 보시라.

(1) 투개월의 <Brown city> 中


(2) <와서 우릴 도우라> 中

물론 두 곡 자체는 분위기가 서로 사뭇 다르긴 하지만, 두 가수의 목소리에서 좀 동질감을 느낄 만한 공통분모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지?
참고로, 주찬양 선교단의 싱어와 슈스케의 김 예림의 현재 실제 나이 차이는 아마 거의 모녀지간-_- 수준일지도 모른다.

내가 학교에 가서 슈스케 얘기를 꺼내자 주변 친구들은 “오, 너도 그걸 봤구나” 하면서 신기해하는 반응이었다. 평소에 내가 TV를 전혀 안 보고 지낸다는 걸 아니까.;;

본인은 고등학교 시절엔 주찬양 선교단만 듣다시피하면서 앨범 내용을 머리에 다 집어넣고 지냈다. 오히려 주변의 어른들이 “어, 이건 우리 세대 때 즐겨 듣던 음반인데 네가 더 잘 알고 있네” 이러실 정도였다.

우리 누나는 예전엔 H.O.T.를 좋아했고 다음으로 Back Street Boys를 좋아했고, 특정 농구 선수나 외국의 영화배우를 좋아했다가 그게 사그라지는 등, 연예인 아이돌을 좋아하는 평범하고 전형적인 타입이었다.

그 반면, 나는 그런 데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내 할 일밖에 안 했다.
그러나 뭔가 하나를 일단 좋아하기 시작하면 아무도 못 말리며, 그게 평생 지속되고 그 분야의 완전히 끝장을 보고 작살을 내 버리곤 했다.

어렸을 때 ‘빠돌이, 빠순이’ 기질을 적당히 발산하던 사람은 나이가 들고 철이 들면서 그게 없어지고 다시 평범한(?) 사회인으로 돌아가는 반면, 나는 그렇지 않다.

새마을호에서 흘러나왔던 Looking for you 음악을 듣는 감흥은 2004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함이 없고 나를 철도에 미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철도에 관한 한은 첫사랑이 전혀 식지 않았으며(계 2:4) 시종일관 동일하다. 이 기질이 평생, 아니 하늘나라에서까지 지속될 걸로 예상된다.

어쩌면 나 같은 부류가 정말 무서운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철도 음악보다 먼저 접한 건 그래도 주찬양 선교단이었으니, 이건 불행(?) 중 다행인 걸까? ㅋ

Posted by 사무엘

2011/11/17 08:41 2011/11/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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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고향집에 있는 부모님께서 사용하시는 PC는 내가 쓰는 PC보다야 훨씬 더 구닥다리 기종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펜티엄 3에 램은 192MB인 윈도우 2000/ME급 사양이었다. 완전 골동품..;;

그런데 컴퓨터에 이상이 생겨서 서비스를 받고 났더니, 도대체 누구에게서 서비스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컴퓨터에 윈도우 XP가 깔려 있었다.;;
잘 알다시피 XP는 못해도 램이 256MB 정도는 돼야 쓸 수 있는 덩치이지 않은가. 부팅에서부터 간단한 인터넷 확인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본인의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했다.

결국 본인은 내가 대학 학부 시절에 쓰던 펜티엄 4 + 램 512MB짜리 컴으로 PC를 교체해 드렸다. 부모님이야 진짜로 간단한 인터넷 접속 + 워드 작업밖에 안 하시기 때문에 기계가 물리적인 고장만 안 난다면 이 컴을 앞으로 10년-_-은 더 쓰실 법도 해 보였다. 한때 내가 개인 작업용으로도 쓰던 컴이었으니, 인계 당시 최적화는 잘 되어 있었고 윈도우 XP의 체감 속도는 씽씽 날아다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언제부터인가 고향에 가서 확인해 보니, 악성 코드가 덕지덕지 달라붙어서 컴의 성능을 다 깎아먹고 있었다.
부팅 직후에 시작 메뉴를 열어서 웹브라우저를 띄울 때 운영체제가 굼뜨는 모습이 꼭 옛날의 램 192MB짜리 컴을 쓰던 것과 비슷했다. 램이 그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은 컴에서 말이다.;;

시스템 정보 → '로드된 모듈'을 보면 정체 불명의 이상한 dll이 explorer.exe 내지 iexplore.exe에 달라붙어 있었고, 파일을 지우고 레지스트리를 아무리 정리해도 이런 파일은 재부팅 후에 잡초처럼 계속 생겨나곤 했다.
USB 포트로 메모리 스틱이나 외장 하드를 이 컴에다가 꽂았다가 빼서 확인해 보면, 역시나 루트 디렉터리에 이상한 exe와 autorun.inf가 생겨 있었다.

나는 이런 부류의 악성 코드들이 운영체제에 어떤 방식으로 기생하는지, 어떻게 전염되는지 기술적 디테일을 전혀 알지 못한다.
내 컴퓨터에 지금까지 그런 것들이 침입한 적이 없으며, 내가 스스로 대처한 경험이 없다. 난 내 컴에 백신도 전혀 안 깔고 지낸다.

저런 악성코드를 완전히 뿌리뽑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본인은 집 컴의 C:를 그냥 밀어 버리고 운영체제를 다시 설치했다. 사실, 컴퓨터의 상태가 굉장히 안 좋기도 했다.
마침 내가 대학 시절에 만들어 놨던 윈도우 XP sp0(-_-) 원본 씨디가 있어서 그걸 썼다.
XP sp2 통합 씨디 이미지를 갖고 있긴 하지만, 또 씨디 굽기가 귀찮아서..;;
허나 그것이 본인에겐 고난의 시작이었다..;;

운영체제 자체의 설치는 40분 남짓한 시간 만에 별 탈 없이 됐다.
그래픽 카드는 nVidia GeForce의 완전 구닥다리 초창기 모델이어서 그런지, 별도의 드라이버를 설치할 필요조차 없이 운영체제가 알아서 잡아 줬다.
원래 그래픽 카드가 잡혀 있지 않으면 그냥 800*600 슈퍼 VGA의 제일 기본 VBE 모드만 가능하다. 그것보다는 약간 나아진 셈이다.

그리고, XP 이전 2000 이하의 OS는 그래픽 카드 드라이버를 설정 안 하거나 안전 모드로 부팅한다거나 하면, 아예 640*480 16컬러 VGA밖에 지원되지 않았으니 그 시절은 참 어지간히도 암울했었다. 단, 덧붙이자면, 9x 계열과는 달리 2000은 원시적인 16컬러 VGA에서도 화면이 바뀌는 곳에서 마우스 포인터가 깜빡거리는 현상이 없던지라, 얘는 하드웨어 제어를 어떻게 하는지 본인은 개인적으로 궁금증이 들곤 했다. 이것이 NT 커널의 위력인가..?

악성 코드 없이 광속으로 반응하는 청정 OS를 써 보는 기쁨도 잠시. 새 OS는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20세기의 유물로 전락한 전화 걸기 대화상자가 뜨는 걸 보고 경악했다.
어라? 네트워크가 전혀 설정되어 있지 않았고, 장치 관리자에 가 보니 이더넷 컨트롤러의 드라이버가 정체 불명이라고 찍혀 있었다.

본인의 컴퓨터 하드웨어 지식은 “요즘은 랜 카드나 사운드 카드는 다 마더보드 내장인데 OS가 알아서 다 잡아 주지 않나?”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두 가지 카드는 다음과 같았다.

1. 2001년에 나온 구닥다리 SP0이어서 못 잡는 것이 아닐까? SP2를 따로 설치하면 아마 자동으로 잡힐 것이다. (잘 알다시피 윈도우 XP SP3은 SP1 이상을 요구하며, SP0에서 바로 설치 못 함)
2. 아니면, 이 컴퓨터의 랜 카드의 메이커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Realtek 브랜드의 드라이버 아무거나 설치해 주면 될 것이다.

사실, 최신 운영체제는 무엇보다도 최신 하드웨어의 지원 능력면에서 구버전보다 우월하다. 이 점에서는 심지어 과거의 윈도우 ME도 98 SE보다 훨씬 더 낫다. 98만 해도 드라이버를 따로 설치 안 하면 USB 메모리조차 인식을 못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50여 MB에 달하는 SP2 설치 파일을 다른 곳에서 애써 복사해 오고, 내가 아는 랜 카드 드라이버를 몇 개 구해서 설치해 봤다. 하지만 두 시도 모두 실-_-패로 끝났다. 특히 SP2는 이 운영체제가 어둠의 경로-_-로 설치된 거라는 걸 알기라도 했는지 제품 시리얼 번호를 갖고 트집을 걸면서 더 진행을 거부하였다.

이런 와중에 새 OS는 설치된 지 불과 몇십 분 만에 또 악성 코드에 감염됨으로써 나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인터넷이 아예 안 되는 컴퓨터가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가...????

범인은 아까 그 프로그램들을 복사· 설치하기 위해 꽂은 어머니의 USB 메모리였다. 그 메모리는 이미 예전 컴퓨터로부터 악성 코드가 묻을 대로 묻어 있었을 것이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USB 메모리의 autorun을 실행하지 않게 하는 윈도우 보안 패치는 생각보다 한참 뒤에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 컴퓨터의 OS는 업데이트 하나 없는 XP sp0으로, 온갖 보안 결함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호구이지 않던가. 이런 우라질레이션..;; -_-;;

도대체 CD롬도 아니고, 디스켓이나 다름없는 USB 메모리를 꽂기만 하면 자동으로 autorun이 돌아가게 해 놓은 친구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기능을 넣었는지 모르겠다.. 키보드 입력을 버퍼 크기 제한도 없이 받아들이는 C언어의 gets 함수만큼이나 보안 면에서 멍청하고 위험한 디자인이 아닌가?

그런 주제에 윈도우 XP의 설치 프로그램은 설치 도중에 자기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에 대해서 '가장 강력하고 보안이 뛰어나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으니 그 어이없음에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뭐, 10년 전에 그랬다는 소리니까 봐 주자.;; 9x 계열이 갖고 있던 자유도와 유닉스 계열의 엄격함과 탄탄함(robustness)은 동시에 충족될 수 없는 이율배반적인 이념이니까 말이다.

이미 시스템 정보에는 악성 코드 DLL이 올라가 있었고, 레지스트리에서는 역시 정체 불명의 실행 파일이 시작 프로그램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탐색기에서 드라이브를 열 때의 동작 방식도 이상하게 바뀌었다.
악성 코드를 없애려고 운영체제를 재설치했는데 일이 꼬여서 이렇게 되었고 랜 카드도 전혀 잡히지 않았으니, 본인은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SP2가 적용된 윈도우 XP 원본 씨디를 또 만들었다. 귀찮아서 안 하려 한 짓을 결국은 하게 됐다. 그리고 그걸로 XP SP0을 밀고 윈도우를 또 새로 설치했다. 그래서 악성 코드는 노아의 홍수와 같은 심판으로 또 없애 버렸지만, SP2로도 랜 카드는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참다못해, 이놈의 랜 카드의 정체가 뭔지 파악하기 위해 컴퓨터의 케이스를 개방해야 했다. 랜 카드는 ASUS 마더보드 내장형이었는데, 모델명별로 자기만의 랜 카드 드라이버가 따로 있는 모양이었다.
장치 관리자에서 드라이버를 이걸로 업데이트하자 드디어 네트워크 설정이 잡히고 인터넷이 되기 시작했다. 휴우...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었다.

인터넷이 되니 이제 큰 불은 껐다. 다른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기 위해 가상 CD 구동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그리고 구닥다리 IE6을 당장 IE8로 교체했다. 세상에 컴퓨터 역사상 굴지의 IT 기업들이 앞장서서 “고객님, 제발 이 버전 쓰지 말고 업그레이드 하세요!”라고 하소연을 하고, 너무 오래 살아남아서 죽지 못해 사는 좀비처럼 된 소프트웨어가 IE6 말고 또 있을까?

비주얼 C++ 6도 너무 오래 살아 있는 소프트웨어이긴 하지만, 일단 이건 불특정 다수가 쓰는 프로그램은 아니고. 그런데 요즘은 어느샌가 IE 7마저도 이제 지원 안 할 거니까 업글하라고 눈칫밥을 주는 웹사이트가 하나 둘씩 생기고 있다.

IE 7이나 8을 XP에서 첫 설치하려면 무슨 IME의 동작과 관련된 운영체제 패치부터 먼저 설치해야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IE는 잘 알다시피 문자 입력과 관련된 괴이한 현상이 심심찮게 존재하는데, 역시 서로 민감한 부위를 건드리긴 하는가 보다.
플래시 메모리에 묻어 있는 악성 코드도 못 걸러내는 주제에, 웹브라우저가 자동 다운로드 기능을 차단하는 건 본인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불편했고 헛다리 짚는 듯한 느낌이었다. 필요한 팝업창을 차단해서 불편한 것보다 더 불편했다.

이런 식으로 컴퓨터를 대강 세팅했다. 고향에서 맨날 밥만 얻어먹고 가는 게 아니라 이번엔 고향집 컴퓨터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아버지 차에다가 내 돈으로 기름도 몰래 채워 넣는 등, 이쁜 짓(?)도 좀 하고 왔다. ^^;;
허나, 내년 설날에 고향에 가 보면 또 컴퓨터에 악성 코드가 덕지덕지 묻어 있을 것 같다. -_-;;; 혹시 부모님 직장의 컴들은 이미 다 오염돼 있지는 않나 모르겠다. 여쭤 보니 운영체제도 비스타/7이 아니라 XP라던데.. 더욱 걱정된다.

글을 맺으며..;;

1. 이번 일을 계기로, 보안 패치 없는 윈도우 XP는 정말 쓰레기라는 걸 체험했으며, 컴퓨터 환경에 따라서는 랜 카드도 저렇게 잡아 줘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2. 옛날에 윈도우 9x는 설치 GUI가 아예 윈도우 3.x 엔진 기반이었다. 그리고 9x만의 특징인데, 오래 쓰다 보면 가끔 메뉴의 ▶ 모양이라든가 윈도우의 버튼들이 숫자· 문자로 바뀌는 기괴한 버그가 나타나곤 했다. 아무리 옛날에 PC 환경이 열악했다고 해도, 그런 허접하고 불안한 운영체제를 어떻게 몇 년간 썼는지 놀랍기 그지없다.

3. 악성 코드는 정말 구제역 같은 느낌이 든다. 컴퓨터 보안 쪽으로 더 알고 싶다.

4. 윈도우 비스타가 깔린 본인의 컴은 데스크톱과 노트북 모두 3~4년째 OS의 재설치 없이 악성 코드 청정 지대이며, 이상 무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10/11 19:25 2011/10/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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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노래 해설

1.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 긴 역사 오랜 전통 지녀 온 겨레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 / 새 세상 밝혀 주는 해가 돋았네
한글은 우리의 자랑 문화의 터전 /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2. 볼수록 아름다운 스물 넉 자는 그 속에 모든 이치 갖추어 있고
누구나 쉬 배우며 쓰기 편하니 세계의 글자 중에 으뜸이도다
한글은 우리의 자랑 민주의 근본 /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3. 한 겨레 한 맘으로 한데 뭉치어 힘차게 일어나는 건설의 일꾼
바른 길 환한 길로 달려 나가자 / 희망이 앞에 있다 한글 나라에
한글은 우리 자랑 생활의 무기 /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이 노래는 제목이 그냥 <한글 노래>이다.
즉, 한글날과 관계가 있다기보다는 한글 자체에 대한 찬가라는 점에서, 제헌절 노래나 삼일절 노래, 6· 25 노래 등과는 위상이 좀 다르다.

한글 노래는 언제 봐도, 눈물이 나올 정도로 참 감동적이다.
지난 2004년엔 본인, 가사를 손으로 필사한 적도 있다.

잘 알다시피, 이 노랫말을 지은 분은 외솔 최 현배 박사이다. 많고 많은 국어학자 중에 그분 정도로 한글을 진정 사랑한 분만이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수준의 역동적인 가사를 쓸 수 있었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1절은 한글 창제의 감격을 묘사했다.
외솔의 동지이자 조선어 학회 사건 당시의 fellowprisoner (롬 16:7, 골 4:10, 몬 23)이었던 석인 정 태진 선생이 1949년 <한글날을 맞이하여>라고 발표한 논설을 보면 비슷한 표현을 볼 수 있다.

“과연 그 날이야말로 우리 배달민족이 길고 긴 어두움에서 새로운 빛을 보던 날이었고, 그 날이야말로 과연 우리 민족이 오래오래 죽음의 길을 걷던 발길을 돌려서 영원의 삶의 길로 나아오던 바로 그 날이었던 것입니다.”

영생의 길.. 가히 종교적인 수준의 찬사인걸? (단, 너무 기쁨에 겨웠는지, 글 중엔 한글과 우리말을 그렇게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은 표현도 좀 나오며, 6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기엔 다소 구태의연한 권면도 없지는 않음)
내 신앙관과 짬뽕을 하자면, 그야말로 성경에 나오는 의의 태양(말 4:2) 같은 심상이다.
주찬양 선교단 7집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의 2번 트랙 <빛>을 BGM으로 깔면 적절할 것 같다.

2절은 한글의 우수성이 묘사되어 있다.
외솔의 저서 <한글갈>에 있는 문장을 보면, 노래 가사는 저서의 요약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한글은 그 짜임이 가장 과학스럽고 그 자형이 정연하고 아름다우며, 그 글자 수가 약소하고도 그 소리가 풍부하며, 그 학습이 쉽고도 그 응용이 광대하여 글자로서의 모든 이상적인 조건을 거의 다 갖추었다 할 만하니, 이 글자를 지어낸 세종대왕 한 사람 당대의 밝은 슬기가 능히 천고만인의 슬기를 초월하였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글자를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찬탄을 금치 못하게 하니 이는 고금이 다름없고 안팎이 한가지이다.”

한글을 ‘민주의 근본’이라고 칭한 것도 단어를 아무렇게나 선택한 게 아니다. 외솔의 평소 지론이 담겼다.
배우기 쉽고 편리한 글자로 문맹을 퇴치하고 국민들을 똑똑하게 만들어야만 민주주의도 실현된다는 그분의 철학은, 유고작인 <한글만 쓰기의 주장>을 읽어 보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3절로 가자.
전통적인 기독교 찬송가를 보면, 앞부분은 예수님이나 크리스천의 삶에 대해서 노래하다가도 마지막 절은 재림, 천국, 내세 같은 거시적인 주제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코레일의 사가 Oh Glory Korail도 보아라. 마지막 절은 한국 철도가 대륙을 넘어 세계로 뻗어간다고 스케일이 확 커지지 않던가. ㄲㄲㄲ

그런 맥락에서 한글 노래의 마지막 3절은, 한글을 통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김 동길 전 연세대 교수가 1980년대에 한글 문화권에 대해서 글을 썼듯이 말이다.

물론 21세기가 된 지금, 현실은 시궁창이다. 굉장히 시궁창이다.
외국어는 범람하고 국어 문법은 갈수록 잡-_-탕이 돼 간다.
그리고 미래가 안 보이는 경제 불황과 영적 배도와 타락, 그리고 막장으로 치닫는 사회 시스템 앞에서는... 한글이고 나발이고 답이 없다. -_-
나도 솔직히 육신적인 심정으로는 한글 문화권 나부랭이 따위를 바라느니(교리적으로 다분히 후천년주의적이기도 하다ㅋㅋㅋ), 차라리 하늘나라를 바라고 말겠다.

허나, 그래도 한국보다 더 못 사는 나라들로부터 이민자는 꾸준히 유입되고 있고,
생업을 위해서든 한류 열풍 때문이든, 오늘날은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도 비록 진짜 메이저급 언어의 학습자에 비할 바는 못 되더라도 은근히 ‘많다’.
신토불이니,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다” 식의 구태의연한 드립을 동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에 끼인 우리나라가 우리만의 개성을 내세워서 세계에 얼굴을 내밀려면 미우나 고우나 한글을 들고 나가야 한다.

그리고 한글이 ‘생활의 무기’란다. 최 현배 박사는 공 병우 한글 세벌식 타자기의 가치를 알았고, 문자를 다루는 기술을 기계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던 사람이다. 그랬기 때문에 ‘무기’라는 단어를 썼다. 자, 이 정도로 풀이하니 한글 노래의 가사가 정말 외솔스럽다는 게 와 닿으시는지?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주 시경 선생은 그 옛날에 불모지이던 국어학의 기초를 닦고 한글 맞춤법의 근간을 마련해 놓았다.
최 현배 박사를 비롯한 조선어 학회의 학자들은 언어학의 결정체인 국어사전을 만들었다.
공 병우 박사는 기계와 사람의 편의성을 기가 막히게 조화시킨(=C언어스러운?ㅋㅋ) 전대미문의 한글 타자기를 발명했다.
그리고 아래아한글을 만들어 낸 프로그래머들은 음..;;
아놔 다들 너무 천재들이다..;;

그 다음으로 본인은 지금까지 해 놓은 일이 그 ‘한글탑’ 위에다가 벽돌 한 장 정도 올려놓은 수준은 되려나..? ㅋㅋ
(연세 대학교 캠퍼스 안엔 연세 한글탑이 있다.)

9월 18일 철도의 날과 10월 9일 한글날은 딱 3주 간격이며, 둘은 같은 요일이다.
고로 올해는 철도의 날과 한글날이 모두 일요일이다.
이 사실을 발견하고는 본인, 무릎을 쳤다.
철도와 성경이 만나듯, 철도와 한글 쪽도 이렇게 만날 필요가 있다. ㅋㅋㅋㅋ

예전의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김 진우 교수님은 이번 학기에 연세대 국문과 학부에서 <언어학의 이해>를 강의하고 계시는데, 한글날 근처의 주엔 이례적으로 여타 단원을 건너뛰고 ‘문자의 발달사’ 단원을 강의하신다. 당연히 한글을 기리기 위해서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10/09 08:33 2011/10/0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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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성능이 향상되고 그에 맞춰 인터넷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 예전에는 로컬 환경이 아니면 불가능하던 일이 웹에서 곧장 가능해져 왔다. 웹에서 바로 사용하더라도 ActiveX를 깔아야 해서 플랫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았고 어차피 로컬에서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던 기능도, 이제는 그조차도 필요 없어진 것이다.

본인은 웹 프로그래밍은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오늘날 존재하는 기술 계층을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등급으로 나눈다.

Level 3: 웹 표준만으로 다 커버되는 기능을 일컫는다. 기기와 CPU를 불문하고 표준을 준수하는 모든 웹브라우저에서 쓸 수 있는 기능이므로 가장 보편적이고 깨끗하다. 비록, Level 1,2만치 빠른 성능이나 세세한 컴퓨터 조작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구조적인 한계는 있으나 그 한계는 놀라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위지윅 웹 에디터조차 이 계층으로 내려왔으니까.

Level 2: 플래시 정도의 별도 컴포넌트는 써야 하는 기능이다. 플래시는 워낙 너무 유명해서 사실상 표준으로 정형화해 있긴 하다만, 이 계층의 미들웨어도 일종의 노다지 시장인지라, 잘 알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의 Silverlight가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동영상은 flv 덕분에 현재 Level 2가 대세로 정착하였으나, HTML5의 등장 덕분에 Level 3로 내려가는 게 점쳐지고 있다. 그래도 옛날에는 동영상조차도 Level 1이었다.
리눅스나 아이폰에서는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플래시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등, 몇몇 잡음과 애로사항이 존재하기도 한다.

Level 1: 여전히 어떤 형태로든 운영체제 내지 특정 컴퓨터 아키텍처에 종속적인 네이티브 코드의 도움을 브라우저 외부로부터 받아야 하는 기능이다. 시스템 훅킹을 써야 하는 키보드 해킹 방지 툴이라든가, 레지스트리를 검사하는 프로그램 업데이트 관리자 등. 사용자의 컴퓨터가 이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는 사양인지 체크하는 기능을 웹으로 구현하려고 해도 ActiveX가 필요할 것이다. 이 레벨의 입지는 앞으로 줄어들 것이고 그래야만 정상이지만, 그러나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웹 환경의 발전 덕분에, 단순 정보 열람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이 로컬에서 제일 먼저 퇴출되었고 웹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다 탈바꿈했다. 대표적인 예가 사전. 오늘날은 아래아한글 번들의 한컴사전만이 로컬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난 지금도 아주 잘 쓰고 있는데. -_-) 이거 전신이 과거 도스용 아래아한글의 덧실행 프로그램이었으니, 참 격세지감이다.
아울러 HTML5로는, 이젠 어지간한 프레젠테이션도 심지어 플래시조차 동원하지 않고 Level 3 계층만으로 다 가능하다고 하더라.

인터넷 지도는 그런 식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분야가 아닌가 싶다.
본인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아래아한글 97 CD에 번들로 내장되어 있던 MFC 기반 허접 지도 프로그램을 구경하였으며, 2001년경엔 ActiveX 기반의 한미르 지도를 인터넷에서 처음으로 접했다. 그리고 2003년 말에 콩나물을 처음으로 접했다(현재는 다음 지도에 합병).

그랬는데 인터넷 지도 기술이 이 정도로 기가 막히게 발달하게 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콩나물도 처음에는 ActiveX가 필요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그런 건 없어졌고..

이제는 단순 지도 그림 열람은 플래시조차 없어도 되는 L3이 되었다. 지도도 모자라서 전국의 항공 사진까지 제공된다. 다음 지도는 한술 더 떠서 로드뷰라는 엽기적인 기능까지 제공하는데, 그런 기능은 한 등급 올라가서 플래시를 사용하는 L2 계층에서 구현되어 있다.
(참고로 옛날에 철도청 홈페이지에는 새마을부터 통일호까지 열차 내부를 딱 그런 시점으로 열람하는 기능을 제공했는데, 그건 아마 자바 애플릿 아니면 ActiveX 기반 구현이었다.)

한편, 구글 지도는 역시 미국에서 만든 서비스답게 도로의 이름이 우선적으로 잘 나와 있는 게 무척 인상적이다.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국내 지도는 도로 이름보다는 교차로의 이름의 기재에 더 충실한데, 이는 서로 vertex냐 edge냐 하는 차이 같다.

구글 지도가 제공하는 진짜 안드로메다급의 충격적인 기능은 잘 알다시피 Google Earth 되시겠다. 물론, 처음부터 구글이 만든 건 아니고 다른 회사 제품을 인수한 것이긴 하다만, 사람이 거주하는 세계 거의 전역의 위성 사진을 진짜 지구본 뱅그르르 돌리는 느낌으로 열람할 수 있다. 가히 신의 눈 수준. 말세에 인간이 정말 이런 기술까지 경험하는 게 경악스럽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지만, 구글 지도의 위성 사진은 국내 지도가 보안상 표기하지 않고 있는 청와대, 군용 시설, 발전소 등도 남김없이 까발린다. 산으로 뒤덮여 있는 녹사평 역 주변을 구글 지도로 들여다보다가 까무러칠 뻔 했다. (담장 너머로 펼쳐진 미군 부대는 완전 소도시 수준이었다..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플래시 버전의 Google Earth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구글 지도에서 이 earth 기능을 웹에서 정식으로 사용하려면 별도의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즉, L1 등급. 그 정도로 복잡하고 방대한 기능은 아직 L3이나 L2만으로는 감당이 안 될 법도 하다.

인터넷 지도를 보니까 기술의 발전이 놀라운 한편으로 웹 프로그래밍의 기술 등급이 떠올라서 글을 끄적여 봤다.
로드뷰까지 등장한 마당에 전국 철길에 대한 레일로드뷰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보지만, 철도는 보안 시설이다 보니 안 될 거야 아마..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11/09/07 19:17 2011/09/0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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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그 특성상 마술, 마법 같은 문화를 굉장히 싫어한다. “마술사를 죽입시다 마술사는 나의 원수”... 를 떠올리게 하는데, 성경, 특히 구약 율법에 깔린 사고방식은 진짜로 그 정도로 단호하고 과격하다. 물론 본인은, 그런 행위의 저변에 역사적으로 얼마나 사악한 짓이 실제로 저질러져 왔는지를 알기 때문에, 성경 말씀이 과격하고 잔인하고 반인권적이라는 식의 드립은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다.

오늘날에 활동하는 마술사들이야 악령 소환이나 초능력처럼 영적으로 사악한 방법을 쓰지는 않으며, 전적으로 과학 기술과 테크닉만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술사인 제임스 랜디(James Randi; 1928-)는 마술 전문가로서 오히려 영적인 것에 대해서는 강경한 회의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사상적으로는 사두개인?). 그는 과거에 유리 겔러의 초능력이 가짜라는 걸 폭로하면서 그에게 큰 망신을 안긴 바 있다. 그리고 냉전 시절에(대략 1960년대) 미국 CIA가 소련에 대항한답시고 초능력자 요원을 몰래 양성하려고 했을 때, 자기 제자들을 마술 테크닉만으로 초능력자로 위장시켜 간부들을 낚기도 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허술한 시설로 어떻게 진짜 초능력자를 키워 내겠냐고 질타하자 CIA는 이 계획을 슬그머니 백지화하고 말았다. 이건 유명한 일화이다.

사실, 랜디 정도면 마술 실력을 좋은 곳에다 쓴 참으로 정직하고 훌륭한 애국자이다. 그는 있지도 않은(?) 초능력 따위로 사기를 쳐서 혹세무민하고 돈벌이를 하는 치들을 극도로 혐오하였고, 그런 사람이 내 손에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을러댔다. 그리고 실제로 적지 않은 사이비 초능력자들이 그에게서 박살이 났다.
개그 만화 일화 종말편에 나오는 진짜 초능력자 마술사가 현실에서 있을 리가.. ㄲㄲㄲ

그가 CIA를 상대로 그런 일을 벌인 것도, 내 조국의 정보 기관이 한낱 사기꾼들에게 놀아나는 걸 눈 뜨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교계에도 사기꾼 은사주의자들 잡아내는 랜디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좀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랜디 같은 사람이 모세의 이집트의 대재앙이라든가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보고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폐하, 이런 기적 따위는 다 마술만으로 가능한 일입니다”라는 똥고집으로 설마 얀네와 얌브레(딤후 3:8)의 후손처럼 되었을까?

뭐, 저런 부류 말고도 Pen & Teller라는 미국의 2인조 배우는 더 부담없고 가볍게, 잘 알려져 있는 마술에 대해서 테크닉을 공개까지 하면서 관객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하는가 보다. 신체 절단 마술에 대해서 관련 동영상이 있다.

다만, 제아무리 초자연적인 배후가 없다 하더라도 마술사라는 건 근본적으로 사람을 속임으로써 즐거움을 선사하는 직업이고, 그 분장이나 세트의 분위기는 옛날의 뭔가 신비롭고 음흉한 컨셉을 어떤 형태로든 답습하게 된다는 점에서, 크리스천이 양심적으로 아무 걸리는 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교회 주일학교에서 애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려고 교사가 마술을 공연하는 건 대체 뭐지? 김 재욱 형제님의 글 클릭.

한때 미국의(또는 영미권 전체) 기독교계에서는 세상의 타락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로 이런 퀴즈를 내곤 했다.
the Land of ?z
Z로 끝나는 두 글자 지명 중 첫 글자로 바로 떠오르는 글자는 무엇일까요?

TV나 인터넷 따위가 없고 성경만을 열심히 읽던 옛날 사람들은 의인 욥의 고향인 우스(Uz)를 바로 떠올리는 반면,
오늘날의 사람들은 오즈(Oz)의 마법사를 곧바로 떠올린다고 하더라.
똑같은 원순모음인데 ㅜ가 ㅗ로 바뀌었구나! 나도 기발함에 무릎을 쳤다.
http://av1611.net/87 클릭

마치 성경에서 정숙하고 훌륭한 여인의 이름으로 소개된 '사라'(벧전 3:6)가 <즐거운 사라>에서는 완전히 음탕한 여자로 와전된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대학 시절에 저 퀴즈를 처음 접했을 때는 본인도 Uz가 생각 안 났다.
오히려 어렸을 때 본 TV 만화영화 주제가 가사 중의 '오즈는 오즈는 어떤 나라일까요'가 먼저 생각났다. 그래, 본인도 일종의 피해자였다. ^^;;

그리고 여담이다만, 항공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즈 하면 아시아나 항공도 떠오르지 싶다.
IATA가 규정하는 항공사 식별 코드가 OZ이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이름의 발음과는 아무 관계 없는 명칭을 쓰고 있는데, 이는 AA는 아메리칸 항공에 이미 선점 당해 있고, 1986년에 도산한 미국의 오작(Ozark) 항공이 자기네 코드명을 반납하면서 이를 1988년에 창립된 아시아나 항공이 그냥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의 색동날개라는 컨셉부터가 좀 어린이 같고 오즈스럽지 않은지? -_-)

소문에 따르면, 아시아나 항공으로서는 어차피 AA를 못 쓰는데 OZ는 '오즈의 마법사'가 떠올라서 참신한(?) 느낌이 든다고 경영진이 이를 선뜻 선택했다고 한다. 실제로 아시아나 항공은 대한 항공보다 적은 수의 비행기로 운항을 굉장히 빡세게 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항공덕들은 마법사의 비행기 운영이라고 칭송 내지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아시아나 항공이 사탄적이라거나, 크리스천이 이용하지 말아야 할 항공사라는 식의 드립을 치는 건 절대 아니니 오해 없기 바란다.

그리고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도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이름으로 마법사가 버젓이 존재한다. sorcerer이나 magician이 아니라 wizard.
윈도우 운영체제를 쓴다면 '설치 마법사'라는 말을 많이 접해 보셨을 것이다.
몇 단계에 걸친 질문에 사용자가 대답하면서 '다음 / 마침'을 클릭해 주면 나머지 일은 컴퓨터가 마술 부리듯 짠~ 해치워 준다는 의미에서 마법사라는 말이 붙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은 뭔가를 설치하는 기능에만 '마법사'가 남아 있는 듯하지만, 이거 원조는 1994년에 개발된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6.0의 새 문서 마법사이다.
그리고 프로그램 개발 도구인 비주얼 C++에도 프로젝트를 새로 만들 때 AppWizard는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다.

검은 모자와 흰 장갑을 쓴 마술사가 금가루를 뿌리면서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는 그런 서양 문화를 배경으로 생성된 말임이 분명하나,
하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하는 일을 그 정도로 신비로운 마술처럼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

Posted by 사무엘

2011/09/01 08:48 2011/09/0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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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을 지원하지 않는 단순한 텍스트 에디터를 워드 프로세서로 발전시키려면 무슨 작업이 필요할까?
뭐니뭐니해도 글자마다 서식을 달리 지정할 수 있어야 한다. (서체, 속성, 크기, 색깔 등등)
그런데 그걸 구현하는 과정에서 개념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있다. 바로, 장치 독립적인(device-independent) 레이아웃을 구현하는 것이다.

장치 독립이란, 표시 화면의 해상도(=확대 배율)와 관계없이 글자들의 비율과 위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걸 말한다. 쉽게 말해 위지윅(WYSIWYG)이다. 요즘 워드 프로세서에서는 필수인 이 기능을 지원하기란 장치 종속 레이아웃보다 훨씬 더 어렵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장치 종속 레이아웃과 장치 독립 레이아웃의 예는 다음과 같다.

장치 종속적 레이아웃: 웹브라우저 화면. MS 엑셀. MS 워드의 웹/개요 모드, Draft/normal view. 워드패드
장치 독립적 레이아웃: MS 워드의 인쇄 모드(print layout) view. 아래아한글, Acrobat PDF, 그리고 모든 프로그램들의 '인쇄 미리보기 (print preview)'

차이를 아시겠는가?

WWW
iiiiiiiiiiiii

가변폭 글꼴로 두 줄에 W와 i를 비슷한 폭이 되는 개수로 찍은 뒤(당연히 i의 개수가 훨씬 더 많아짐),
화면 배율을 아주 작게 줄였다가 아주 크게 확대해 보라.
W와 i의 폭의 편차가 크면 장치 종속적인 레이아웃이고,
대체로 전반적인 배율은 잘 유지되지만 그 대신 작은 크기에서 i들끼리의 픽셀 간격이 들쭉날쭉하다면(저해상도에서 보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건 장치 독립적인 레이아웃이다.

엑셀을 실무에서 오래 써 본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엑셀은 심지어 Page layout view에서도 위지윅이 전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화면에서 보는 글자의 폭과 인쇄해서 보는 글자의 폭의 차이를 유의해야 한다.
화면으로 보기 좋게 글자수나 폭을 맞춰 놓은 것은 인쇄를 하거나 심지어 확대 배율만 바꿔 봐도 모조리 어긋나 버리기 때문이다.
편집 화면이 아니라 오로지 '화면 인쇄'만이 장치 독립성이 보장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엑셀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수월하게 다루기 위해서, 성능상의 이유로 위지윅 편의는 희생한 셈이다.

요즘 워드 2007은 처음 시작했을 때 인쇄 모드 view로 시작하지만, 옛날, 한 97~2000 버전까지만 해도 print layout이 아니라 normal view가 기본 모드였다. 아래아한글은 비슷한 개념으로 '쪽윤곽' 옵션이란 게 있어서 둘의 차이는 화면에 용지의 여백이 나타나 보이는지의 여부가 고작이지만, 워드의 normal view는 print layout view보다 훨씬 더 이질감이 컸다. 그림이나 표 같은 틀이 제 위치에 표시되지 않고 다단(column)이나 세로쓰기 같은 건 아예 무시되었으니까...;; 그리고 근본적으로 normal view는 앞서 말했듯이 위지윅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view가 기본 mode였던 이유는 두말 할 나위도 없이.. normal view가 문서를 훨씬 덜 정교하게 대충 렌더링하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훨씬 더 빠르기 때문이었다.
normal에서 신나게 긴 글을 편집하고 있다가 print layout으로 처음으로 모드를 바꾸면, 워드는 “페이지를 정돈하고 있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뜸을 들이곤 했다.

장치 독립적인 레이아웃에서는 여백이나 글자 크기 따위를 나타낼 때 픽셀이 아니라 어느 매체에서도 동일한 절대적인 단위가 쓰인다. 그래서 아래아한글이라든가 PDF 같은 문서 파일 포맷 스펙을 보면 그런 개념을 찾을 수 있으며, 아래아한글의 경우는 1/n 인치가 최소 단위였지 싶다.

운영체제 API는, 해상도가 서로 넘사벽급으로 다룬 모니터와 프린터를 모두 동일 코드만으로 수월하게 다루기 위해서 다양한 추상적인 좌표계와 확대 배율을 지원하며, WM_PAINT뿐만이 아니라 WM_PRINT 같은 (잘 알려지지 않은) 메시지도 제공하고 있다.
MFC가 OnPaint말고 OnDraw라는 화면· 프린터 통합 메소드를 제공하는 것 역시 다 이유가 있어서인 것이다
.
흠, 그러고 보니 나도 포스트스크립트나 '텍' 같은 전자 조판 언어를 공부하고 싶긴 한데, 접할 기회가 없구나.;;

Posted by 사무엘

2011/08/19 09:03 2011/08/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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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대학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4년제 종합 대학 위주로 생각나는 대로 써 보면 이렇다.
먼저, 인서울부터. () 안에 있는 학교는 그 권역의 여타 학교에 비해서는 좀 떨어져 있는 것이다.

서대문-마포구 (일명 신촌):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추계예술대)

동대문구: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서울시립대)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 육사, 서울여대, (삼육대) ... 서울 과학 기술대가 부지가 이렇게 넓은 줄은 몰랐다. 그렇잖아도 육사도 넓은데.

동작구: 중앙대, 숭실대 twin

광진구: 건국대, 세종대 twin. 건국대도 서울 시내 소재이고 지하철역과 꽤 가까운 것치고는 부지가 상당히 넓다.

성북구: 고려대, 성신여대
종로-성북구: 성균관대(문과), 가톨릭대(멀티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학교이긴 한데..-_-), 한성대

그리고, 아래의 두 대학은 딱히 이웃이 없고, 해당 지역에서 유일하여 독보적이다.

관악구: 서울대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음)
성동구: 한양대 (음, 왕십리 대학교라는 애칭까지-_-)

아래의 대학들은 서울의 해당 권역에 있지만 서로 그리 가까운 이웃은 아니다.

중부: 동국대 / 숙명여대
북부: 상명대 / 국민대

한편, 구로구에는 성공회대를 비롯해 당장 전철 차창 밖으로 한영 신학대, 유한 대학, 동양 미래 대학 등 전문대 포함하여 여러 작은 학교들이 있지만, 딱히 이웃집 사이는 아니다.

소감:

1. 서울 중심부와의 접근성 대비 캠퍼스가 엄청 넓은 학교로 치자면 역시 연세대가 짱인 것 같다. 그 정도 인지도와 규모이면서 서울 역/서울 시청/광화문에서도 그 정도로 충분히 가까운 학교는 과연? ㄲㄲ
2. 서울 강남은 개발 역사가 짧다 보니, 강북에 비해서는 대학 수가 정말 적다는 걸 느꼈다.
3. 서울대와 카이스트 말고 교수 아파트가 있는 대학이 있나?

4. 서울대는 학교에서(특히 정문도 아니고 공대 강의동에서!) 전철역까지 도보로 가는 건 대략 바보짓..;;
연세대는 그렇게 호락호락 가까운 거리가 아니어서 셔틀버스가 다닐 정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문과대나 상경대에서도 한 20분 남짓 걸으면 그래도 가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고려대는 학교 근처를, 그것도 캠퍼스 중앙을 관통하는 지하철역이 두 개나 있으니 해피하고..;;
한양대나 숭실대 정도면 지하철과 가장 가까운 학교이다. 한양대는 지하철 역명을 두 개나 먹고 있기도 함(한양대, 한대앞)ㄲㄲ

5. 덧붙이자면, 서울대는 공대가 정문과 먼 제일 구석에 있지만, 연세대는 공대가 정문과 가장 가까이 있다는 차이도 존재함.

서울 밖으로 나가면,

대전: 단연 카이스트와 충남대. 둘 다 부지가 꽤 크고 아름대운 학교인데, 나름 이웃집 사이이다. ㄲㄲ

부산: 부경대와 경성대. 아예 인근의 지하철 역 이름이 저렇게 정해졌을 정도이다. 부산에도 나름 대학교 많다.

인천의 인천대와 인하대는 그리 가까운 위치는 아니지만, 전국에서 인천 공항과 가장 가까이 있는 대학인 건 확실하다. 인천대교와의 접근성이 서로 거의 호각임. 직선 거리는 송도에 있는 인천대가 약간 더 가깝지만, 다리와 연결되는 고속도로 진출입로하고는 인하대가 더 가까이 있다.

끝으로, 인서울 대학 중에 내가 지금까지 방문한 적이 있는 곳을 좀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대: 정보 올림피아드 참가(1999), 창조론 오픈 포럼 참석(2008) 이렇게 딱 두 번. 대학 학부 시절에는 한 번도 간 적 없다. 그리고 정말 공교롭게도 서울대를 방문한 해는 다 내가 미국에 갔다 온 적이 있는 해이기도 했다.
고려대: 한글/한국어 정보 처리 학술대회(2003), 그리고 친구 만나러 몇 번.
연세대: 정작 이 학교는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까지 방문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건국대: 한글 학회 창립 100주년 기념식 참석(2008). 새천년관이라는 강당이었다.
경희대: 지인 만나러 몇 차례. 본캠과 국제(수원) 캠퍼스에 모두 가 봤다. 수원캠의 경우, 2002년에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가 개최된 곳이기도 하다.
한양대: 지인 만나러 몇 차례. 본캠과 에리카(안산) 캠퍼스에 모두 가 봤다.

중앙대, 숭실대: 정보 올림피아드 공모 부문 면접 심사 때문에 엄청 옛날에 가 봤고(1997, 1998) 21세기에는 방문 경험 없음.
성균관대: 역시 엄청 옛날, ISEF 참가자 교육(1999) 때문에 자연계 캠퍼스는 간 적 있음.

인서울이 아닌 대학 중에서 본인이 그럭저럭 자주 가 본 편인 학교는, 역시 지리적으로나 고등학교 동문들의 특성상, 포항 공대 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8/09 08:49 2011/08/0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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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크리스천

※ 이 승만

크리스천답게 술· 담배 안 하고 사생활 깨끗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관료들 회식 때, 기생 대신에 각자 자기 부인을 데려 오게 한 사람이다. 여대생· 여배우 끼고 술판을 벌이던 박 정희와는 완전히 다른 타입.

그에게는 프란체스카 이전에 엄청 옛날에 조혼했다가 헤어진 조선인 전처가 있었고 나중엔 임 영신 같은 사람과 스캔들 루머가 나돌기도 했으나, 루머는 루머일 뿐이다. 이 승만은 자기는 이미 유부남이라고 오히려 임 영신을 찼으며, 불륜을 원천적으로 저지르지 않았다. 전처와의 흑역사는, 마치 성경 시대에 일부다처가 용인되었던 것만큼이나 당시 정황상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이는 같은 크리스천이고 똑같이 천재 엄친아이던 여 운형과는 좋은 대조를 이뤘다. 여 운형은 왕년에 여자들 끼고 바람 잔뜩 피웠던 호색한.. ㄲㄲㄲㄲ
김 구도, 여 운형도, 이 승만도 다 명색이 기독교 신자인 민족 지도자였지만, 이들이 정치적으로 간 노선은 잘 알다시피 스타크래프트 세 종족 내지 윈도우/맥/리눅스만큼이나 서로 달랐다.

※ 차 지철

알고 보니 상당히 특이한 사람이다. 박 정희 전대통령의 경호실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면서 박통의 다른 부하들로부터조차도 미움을 살 정도였고, 결국 10. 26. 사태 때 박통과 함께 김 재규의 총에 맞아 죽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만... 이 양반도 의외로 상당히 독실한 '신자'였다고 한다.

'각하'에게는 예쁜 연예인들 데려 와서 시중 들게 했어도 자기 자신은 부인 말고는 다른 여자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늙은 어머니에게 극진한 효자였으며, 의외로 비리와도 담을 싼 타입. 은행 대출 청탁을 받자, 의뢰인과 함께 기도실에 들어가 기도만 한 후 청탁은 들은 체도 안 했다는 흠좀무스러운 일화가 전해진다. 꿍쳐놓은 재산이 없이 청렴했다는 건 사후에 그의 유족들에 의해 잘 입증되어 있고... 지나쳤던 권력욕만 빼면 사후 평판이 싹 달라졌을 사람이다.

※ 조지 W. 부시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사생활에 관한 한 클린턴과 180도 다른 타입인 건 두말 할 나위도 없고, 모 목사님의 증언에 따르면, 재임 중에 백악관으로 인턴 온 어느 학생에게 “학생은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개인적으로 영접했나요? 만약 그렇다면 백악관 직원들이 참석하는 기도 모임에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요?” 같은 말까지 했다고. 개인적으로 만날 때야 부시만치 다정하고 공손하고 정중한 사람이 별로 없었댄다. -_-;;

내가 몇 차례 글로 썼듯이 저 사람은 약간 띨띨하고 어렸을 때 좀 놀기도 했다가, 교회 다니면서 신앙의 힘으로 '교화'되고 나서 그나마 저렇게 바뀌고 나중에 미국 대통령까지 한, 유능보다는 '그냥 착한 사람' 타입이다.

※ 스티브 유

담배 끊은 걸로 금연 홍보 대사도 하고, 여타 연예인들과는 달리 사생활 깨끗하고, 교회 다니는 거 공언도 하고 다니고... 거기에다 노래와 춤은 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가히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연예인이었는데...

그 후 이미지 완전히 말아먹고 한국에 못 들어오는 미국인이 되어 버린 건, 누가 봐도 자업자득이고 욕 얻어먹어도 싸다. 동정표를 줄 수가 없다. 워낙 이미지가 좋아서 병무청에서도 그를 믿고 병역 미필자로서 미국에 선뜻 보내 줬는데 거기서 정면으로 배신을 때린 거니까. 어차피 4급이어서 현역 가지도 않았을 사람이 왜 그런 식으로 병역을 회피했는지 모르겠다. 한국의 남자들이 군대에 대해서 얼마나 민감하고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지를 잘못 짚었다. -_-

.
.

뭐, 예수 믿는다는 사람 중에도 일반 불신자와 똑같이 행동하고, 특히 불륜 저지르고 가정 말아먹은 사람이 많다. 이것 때문에 파면-_-당한 목사 내지 CCM 작곡가 겸 가수도 부지기수이고..
하지만 위에서 열거한 네 사람은, 대외적으로 자기 종사 분야에서는 욕 얻어먹을 짓을 좀 했고 잘못을 저지른 것도 있지만, 의외로 개인과 가정의 측면에서는 예수쟁이로서의 간증을 꽤 잘 지켜서 두 분야가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사례이다. 뭐, 사생활만 깨끗하다고 해서 대외적으로 무능하거나 욕 먹을 짓을 한 게 용서되지는 않겠지만. -_- 그래도 세상에는 한 잣대만으로는 제대로 평가하기 곤란한 사람이 많다.

Posted by 사무엘

2011/07/19 08:45 2011/07/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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