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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국가(national anthem)들

한 나라의 상징으로는 깃발(국기), 꽃(국화) 등과 더불어 노래(국가)가 있다.
난 우리나라의 여러 상징들이 전반적으로 개성 있고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고유 문자인 한글은 두 말할 나위도 없고, 소나무, 태권도, 무궁화 다 좋다. 국기인 태극기도 적당한 상징성과 복잡도로 잘 만들었다.

다만, 그런 것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좋아하는 상징은 국가인 애국가이다. 다소 밋밋한 가사, 그리고 시작 부분의 너무 어색한 박자 때문이다(갖춘마디에다가 못갖춘마디 스타일의 박자를 얹음). 뭐, 덜 좋아한다는 거지, 아주 싫다는 뜻은 아니지만.

1.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2.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3.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4.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후렴)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난 개인적으로 1절과 4절은 모두 외우고 있고, 2절과 3절은 첫 단의 가사만 기억하고 있었다. 군대 훈련소에 있던 동안은 각 절을 매일 돌아가면서라도 훈련병들에게 애국가 가사를 4절까지 다 외우게 했던 것 같다.

그럼, 대한민국 말고 다른 나라들의 국가는 어떨까?
내가 멜로디를 완전히 알고 있는 외국 국가로는 미국, 중국, 영국, 독일, 그리고 북한이 있다.
교회 다니시는 분들은 영국과 독일의 국가 멜로디는 이미 자동으로 숙지하고 계실 것이다. 찬송가에 동일 멜로디의 찬양이 수록돼 있기 때문이다. <피난처 있으니>와 <시온 성과 같은 교회>.
하긴, 우리나라에서도 한때는 <천부여 의지 없어서>(혹은 작별의 노래) 멜로디에다가 애국가 가사를 끼워서 부른 적이 있었다.

중국의 국가는 영락없는 행진곡 군가 스타일이어서 호전적이고 씩씩한 느낌이다.
중국 국가는 '칠라이'(일어나라), '치안찐'(전진) 같은 단어가 반복해서 들린다. "앞으로 용진 또 용진" 이러는 우리나라 <육군가>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가사의 주제는 "자, 노예로 살기 원치 않는 인민들이여, 함께 일어나 적들을 무찌르고 새 세상을 건설하자. 빠샤!" 정도?

노래를 부를 때는 성조를 전혀 표현할 수가 없어진다. 그럼 중국어를 알아듣는 데 어려움이 생기지는 않나 모르겠는데, 하지만 의외로 문맥으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식별이 된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사실 한국어도 완전 말도 안 되는 모호성이 적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소년/소녀, 그년/그녀, 내/네 등).

미국의 국가는 가사가 전투 장면을 묘사하고 있지만 멜로디는 군가풍이 아니며 오히려 3박자 계통이다. 그리고 가사 중에 국기인 성조기에 대한 묘사가 있는 게 특징이다. "그 치열한 전장에서도 우리의 성조기는 당당히 펄럭이고 있었노라."
가사 끝부분에 나오는 "자유의 땅, 용사의 고향"이라는 표현은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미국인들의 자부심을 짐작케 한다.

독일의 국가는 "도이칠란트 도이칠란트, 위버 알레스 위버 알레스 인 데르 벨트"(우리 독일이 세계 킹왕짱)라고 시작하는 첫부분이 인상적이다. 가사의 나머지 부분도 전투적인 요소는 별로 없이 그냥 자기 나라 찬가이다.

영국의 국가 <God Save the Queen>은 군주인 (여)왕에 대한 축복송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찬송가뿐만 아니라 Noteworthy Composer 악보 프로그램에도 예제 데이터로 곡이 통째로 실려 있다.

다음으로, 북한의 국가는 제목이 남한과 동일한 <애국가>이다. 김씨 부자에 대한 우상화가 지금처럼 극심해지기 전에 미리 만들어져서 그런지 노래 자체는 의외로 전투적이거나 위수김동을 전파하는 내용이 없다. 그냥 평범한 조국 찬가 스타일이고, 어찌 보면 남한의 애국가보다 퀄리티가 더 좋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주요 행사 때는 애국가보다 별도의 장군님 찬가를 더 즐겨 부른다고 하니 '역시나'이다. 북한 애국가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국가보안법에 걸릴 수 있으니 더는 하지 않겠다.

이스라엘의 국가는 역시 이스라엘 아니랄까봐, 국가가 웬 단조라는 것 정도만 기억한다. (찬송가 중에 <여호와 하나님>이 이스라엘 민요풍의 단조)

끝으로, 일본의 국가는 <기미가요>인데.. 지극히 일본스럽다. 일본 사람이 자기 내면을 잘 표현하지 않고 말을 모호하게 하는 걸 즐기고, 헌법조차 덴노의 정체성에 대해서 아주 모호한 문장으로 시작하듯...
국가도 마찬가지다. "임의 대(代)는 1000대까지.. 8000대째에 작은 조약돌이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너무나 짧고 의미도 밍숭생숭하기 그지없는 가사이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국가라나? 멜로디의 음계 또한 전통적인 서양 음악 스타일을 떠올렸다가는 놀라게 된다.

모든 일본인들이 이런 기미가요를 국가로서 좋아하는 것 역시 아니라고 한다. 똑같은 군주 찬가여도 대놓고 신을 거론하며 마음껏 복을 비는 영국 국가하고는 스타일이 너무 다르다.
가사 내용에 대해 또 딴지를 걸자면, 돌멩이는 무슨 눈덩이나 흙덩이도 아닌데, 긴 세월이 흐르면 커지기보다는 닳고 쪼개지지 않나 싶기도 하다.

기미가요는 가사 자체는 너무 추상적이다 보니 별로 문제될 게 없으나, 역시 일제 군국주의와 함께 강제로 보급되고 퍼진 이력이 있다 보니, 한국처럼 일제의 피식민지 경험이 있는 국가에서는 좋은 평판을 못 받고 있는 노래이다.

다른 나라들은 그렇다 치고 한중일 CJK만 살펴보더라도, 국가가 삼국이 서로 극과 극으로 다름을 알 수 있다.
세계의 국가들을 군가/전투형, 군주 찬가형, 국가 찬가형 등으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3/09/23 08:25 2013/09/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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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잡설

* 스포츠는 내가 극도로 관심이 없는 분야 중 하나이다만..

1. 잘 알다시피.. 2020년 하계 올림픽의 개최지로 일본 도쿄가 선정되었다.
전쟁 범죄를 전혀 반성하지 않은 나라, 더구나 방사선 유출 사고까지 친 나라가 어째 올림픽을 또 유치해 냈는지에 대해 의아해하는 분이 적지 않다만, 아무튼 이로써 일본은 1964년 이래로 거의 반세기 만에 올림픽을 동일 도시에서 또 하게 됐다.
일본은 1988년 올림픽에서 나고야에서 올림픽을 유치하려 했으나, 잘 알다시피 52:27의 표로 우리나라 서울에 패했던 적이 있다. 이른바 바덴바덴의 기적이다.

2. 그 전까지 역사상 올림픽을 두 번 개최한 동일 도시는 그리스 아테네(1896/2004)와 프랑스 파리(1900/1924)가 있고, 세 번은 런던(1908/1948/2012)뿐이었다.
미국은 올림픽을 네 번이나 개최한 유일한 국가이지만, 전부 다 다른 지역이다(1904/1932/1984/1996).
독일은 두 번 개최하긴 했으나, 나치 독일-베를린(1936), 그리고 서독-뮌헨(1972)이어서 둘의 위상이 서로 미묘하게 다르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도 다른 지역에서 두 번 개최한 나라이다(1956/2000).

3. 사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이 아니었으면 20년 전인 아예 1944년에 올림픽 개최가 예정되었을 선진국이었다. 그로부터 20년 뒤,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의 개최에 맞춰 세계 최초로 상용 최대 속도가 시속 200km를 넘는 신칸센 철도를 개통했었다. 신칸센은 표준궤일 뿐만 아니라 같은 표준궤 철도 중에서도 열차의 폭이 한국이나 유럽의 철도 차량보다 수십cm가량 더 넓게 설계되었다. 그래서 한 줄에 2-2뿐만 아니라 2-3 좌석 배치도 있다. 협궤 철도의 한계에 이골이 난 걸까.

전쟁은 일본의 올림픽 개통뿐만 아니라 지하철의 개통까지도 늦췄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긴자 선이라 불리는 도쿄 지하철을 1927년에 개통했었다.
그러나 그 다음 노선인 마루노우치 선은 그로부터 또 무려 27년이나 지난 1954년에야 개통할 수 있었다.
전쟁 때문에 물자가 부족하니, 신규 철도 건설은 고사하고 이미 있는 철도 선로도 뜯어가야 할 판이었기 때문이다.

4. 2020년 이전에 일단 요 몇 년간은 남아메리카 브라질이 꽤 주목을 받을 것 같다.
2014년 FIFA 월드컵도 브라질, 2016년 올림픽도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림픽의 경우 역사상 최초의 남아메리카 개최이다.
월드컵은 매 경기가 서로 다른 지역의 다양한 경기장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올림픽과는 달리 개최국만 지정하지 도시 이름까지 하나로 콕 지명되지는 않는다.

5. 끝으로, 축구 얘기를 좀 한 후 글을 맺겠다.
지금이야 우리나라는 홈그라운드에서 무려 4강에까지 진출한 적이 있고 얼마 전엔 원정 16강까지도 진출한 축구 강국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축구의 시작은 심히 미약했다는 걸 알 만한 분들은 다 알 것이다.

광복 후 최초 참가였던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1라운드에서 멕시코를 5:3으로 이겼으나, 2라운드에서 우리나라는 스웨덴에게는 무려 12:0으로 패해서 올림픽 역사상 최다 실점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1954년에 첫 참가한 FIFA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그 당시 월드컵은 스위스에서 열렸는데, 헝가리에게 9:0, 터키에게 7:0으로 졌다. 월드컵에서 9점차라는 실점 규모는 역사상 공동 1위이다.

물론 이건 부끄러워할 기록이 전혀 될 수 없다. 해방 직후에, 또 전쟁으로 전국토가 폐허가 된 직후에, 국제 스포츠 경기 참가를 위해 나라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시피하던 시절이었다. 1948년 런던 올림픽 참가의 경우, 선수들은 먼저 부산까지 열차를 타고 간 뒤 일본을 거쳐서 각종 배와 경비행기를 갈아타면서 런던까지 가는 데만 무려 3주가 걸렸었다! 배 타고 갑판 위에서 축구 연습을 했다면 믿으시겠는가?

의류비(단복, 운동복 등)나 숙소 체류 비용조차 제대로 못 내서 완전 추레한 촌티를 팍팍 낸 채, 이들은 도착 직후에 시차 적응도 못 한 채 경기를 뛰어야 했다. 사정없이 쏟아지는 공격에 골키퍼는 상처투성이가 되는 투혼을 발휘하면서 온몸으로 공을 막아 냈다. 오히려 12:0으로, 9:0으로밖에 지지 않은 게 대단하다고 외신들이 골키퍼를 칭찬할 정도였으니... 눈물젖은 빵+헝그리 정신의 결정체가 아닐 수 없다.
스포츠도 나라가 부강하고 잘 살아야 제대로 육성이 가능하다는 걸 느낀다.

Posted by 사무엘

2013/09/15 08:30 2013/09/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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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방 지역에 있는 PC방, 식당, 여관 같은 업소들이 군인들을만을 상대로 굉장한 바가지 요금을 받는 게 공공연한 관행이라니, 굉장히 충격이다.
이건 휴가철 때 해수욕장이나 유원지 민박들이 바가지 요금을 받는 것보다 죄질이 훨씬 더 나쁘다.

첫째는 민간인이 휴가를 떠나는 건 전적으로 당사자의 자발적인 선택과 의지인 반면 군복무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요,
둘째는 간부들은 그나마 위수지역이 넓은 편이고 승용차라도 있지, 병들은 꼼짝없이 그 지역에서 호구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말 그 지역 상인들이 도저히 먹고 살기 힘들다면,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요금을 올리면 된다.
국가에 자기 인생을 희생하여 충성하는 군인에게 할인을 해 줘도 모자랄 판에(철도 같은 일부 공공요금은 실제로 그러함) 바가지라니, 이건 정말 군납비리만큼이나 국방부나 정부 차원에서 나서서 저런 부조리를 단호하게 근절해야 하지 않나 싶다.

수 년 전에 강원도 모 지역 모 부대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바가지가 해도 해도 너무한 지경에 이르자, 사단장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휘하의 모든 병과 간부들에게 그 지역의 상점과 숙박시설을 절대로 이용하지 말고, 휴가와 복귀 시엔 간부들 차를 타고 군부대와 시외버스 터미널 사이를 직통으로 이동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지역 상점들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헌병들은 그 지역을 순찰하면서 다른 군기 위반자가 아니라 상점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군인들을 적발했다.

이 일이 있고 나자 지역 경제가 다 망하게 된 상인들이 항복(?)해서 요금을 여타 지역 수준으로 내렸다나 어쨌다나.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돈과 관련된 사항만이 전부가 아니다.
다른 사례로는, 외박 나갔던 군인들이 위수지역에 있는 불량배 고등학생 패거리한테 심하게 맞고 다쳐서 돌아온 적이 있었다. (군인들은 민간인과 얽히면 법적으로 굉장히 골치아파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냥 피하거나 순순히 당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자 이 꼴을 목격한 대대장이던가 사단장이 격분했다. “어떤 놈이 감히 내 부하들을 이 모양으로 만들었나? 당장 이실직고하지 못해?”라고 다그쳐서 진상을 파악하고, 5분 대기조까지 편성해서 결국 가해자들을 잡아내고 합의 내지 처벌시켰다.

시스템 클럽에 가 보면 지 만원 박사의 회고록에도 월남전 참전 중에 겪은 비슷한 일화가 수록돼 있으니 참고하시라.

“앞으로 C-레이션(미군 전투 식량)이 필요하면 내게 전화하라. 하지만 만일 내 병사에게 손을 또 한번 대면 그 때엔 주먹과 무력으로 다스릴 것이다.” 전쟁터에서 존중돼야 할 전투병들이 옷이나 깨끗히 다려 입고 지내는 헌병 따위에게 뺨을 맞고 다닌다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까불던 헌병들이 그날 전투병들의 맛을 톡톡히 본 것이다. 그후 그 초소를 지나는 내 부대 차량들은 언제나 기분좋게 프리패스됐다.


자, 이런 것들이 바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챙겨 주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방법이다.
저런 지도자 밑에서라면 내 목숨 바쳐서 국가를 위해 싸울 수 있겠다고 병사들의 마음을 사는 방법이다!

훈련할 때, 굴릴 때는 정말 가혹하게 빡세게 굴리더라도 상벌을 확실하고 공정하게 주고, 진짜 위급한 전쟁터에서야말로 진정한 전투력과 전우애가 나오게 하고..
초병은 직속상사의 명령 외에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는다는 걸 윗사람들이 솔선수범해서 실천하고..

나라가 예산이 모자라서 병사들에게 월급을 알바 최저임금 수준만치도 못 준다면, 돈 안 드는 저런 리더십이라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는가?
최소한 “간부, 고참들부터 죽인 뒤에 북한군 쏘겠다” 이러는 병사는 국군내에 없어야 하지 않겠나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9/09 08:23 2013/09/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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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글로 쓴 적이 있듯이 본인은 <놀라운 주의 은혜>(Wonderful Grace of Jesus)라는 찬양곡을 굉장히 좋아한다.

작사· 작곡자인 할도 릴레나스는 본인이 기억하는 위대한 노르웨이 출신 3인 중 하나이다.
5차 이상의 방정식은 대수적으로 풀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닐스 아벨, 세계 최초로 남극점을 정복한 로알 아문센과 더불어서 말이다. (단, 할도 릴레나스는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거기서 귀화해서 살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노르웨이계 미국인이긴 하다.)
곡에 대한 찬사는 그때도 실컷 늘어놓았으니 이 글에서 또 반복하지는 않겠다.

이 곡은 마지막 단에서 “O magnify the precious name of Jesus! Prase His Name!”이라는 가사로 끝나고 “magnify the precious” 마디에서는 임시표 #으로 인해 알토 및 베이스의 음이 반음 올라간다. 후렴 직전의 마지막 단에서 이 곡의 주제라 할 수 있는 “for the wonderful grace of Jesus reaches me” 가사가 나오는 곳과도 비슷한 코드(chord)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래음을 반음 올리지 않았으면 소프라노와 알토 사이의 음정이 단7도와 완전8도였을 텐데 임시표로 인해 음정이 반음 내려감으로써 이들은 모두 감음정으로(감7, 감8) 바뀐다.
비전공자인 관계로 난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증/감음정은 통상적인 완전/장/단음정에 비해 듣는 사람을 긴장시키고 자극을 주는 효과가 더 큰 것 같다. 심지어 Looking for You에도 곡 전반부가 끝날 때 완전 짜릿한 감음정 화음이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기보법과 관련하여 궁금한 게 하나 생겼다.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알토는 '레'에 #이 붙었기 때문에 반음 올린 검은 건반으로 쳐야 한다. 하지만 소프라노의 '레'는 원래의 흰 건반으로 쳐야 한다. 그래야 감음정이 나온다.
내가 알기로 올림표, 내림표, 제자리표 같은 임시표들의 scope은 해당 마디가 끝날 때까지이다. 그리고 옥타브를 불문하고 어떤 곳에서든 해당 음은 모두 임시표를 적용하여 쳐야 한다.

자, 이 임시표의 scope은 소프라노/알토 같은 화음 파트까지 초월하여 적용되는 것일까? 아니면 따로 적용되는 것일까?
위의 그림처럼 알토 파트의 '레'에 #을 붙였다 하더라도, 나는 저렇게만 악보를 그려 놓으면 원칙대로라면 소프라노의 높은 '레'도 #이 적용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 컴퓨터용 악보 편집 프로그램인 Noteworthy Composer는 내 생각대로 악보를 재생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본인의 모 지인은, 임시표의 scope은 파트별로 따로 가는 게 맞으며 그 내용을 음악 교사 지도서에서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럼 도대체 뭐가 맞는 거지?

고민 끝에 동일곡의 다른 악보들을 찾아 봤다.
곡의 퀄리티에 비해서 국내에서는 생각만치 유명하지 않은 게 유감이다만,
이건 워낙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유명한 찬양이기 때문에 구글링만 하면 악보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단, 문제는 대부분이 유료로 판매하는 악보라는 점.
유료 악보 사이트들은 첫 페이지의 내용은 대부분 견본 명목으로 보여주지만, 내가 원하는 부분은 불행히도 곡의 끝부분이다. 그래서 다른 예를 찾는 데 애로사항이 꽃펴 있었다.
오랜 검색 끝에 악보를 딱 하나 어렵게 구했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는 본인이 제기했던 문제를 의식해서인지 소프라노의 높은 '레'(pre-)에 제자리표가 적혀 있다.
그런데 이 방식을 아주 곧이곧대로 삐딱하게 해석하자면, 반대로 그 다음의 알토의 낮은 '레'(-cious)도 제자리표를 적용하여 쳐야 한다. 즉, 이 표기도 논리적으로 완전히 엄밀하지 못하다.

그러니 Noteworthy Composer는 이렇게 임시표를 일일이 지정해 줘야 원곡대로 음이 나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걸 보면, 악보를 읽는 것도 언제나 컴퓨터처럼 절대적인 원리원칙이 있는 게 아니라 가끔은 '유도리', 휴리스틱이 동원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표기가 엄밀하지 않은 두리뭉실한 예가 심지어 수학에도 있다. 6/2(1+2) 내지 48/2(9+3)의 계산값이 무엇이냐 하는 게 아주 큰 논란이 된 적이 있지 않았던가?

Posted by 사무엘

2013/08/17 08:20 2013/08/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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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흔히 육해공 3군으로 나뉘는데, 이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육군: 땅개로 설명 끝이다. 장병들은 병영에서 생활하면서 각종 작업이나 일과 수행을 위해 온갖 장소를 돌아다녀야 한다. 보병+소총수라는 제일 기본 보직이 있으며 이들에겐 행군 능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단, 의사 중에 TOP은 외과 의사이듯이, 육군 중의 TOP 병과는 역시 포병이 아닌가 싶다.
  • 해군: 배가 곧 생활 공간 겸 전장이기도 하다는 게 중요한 특징이다. 해군만의 그 특유의 세일러 복장이 있다. 육군에 행군과 화생방이 있다면 해군엔 전투수영이 있다. 연평해전, 천안함 등의 사건으로 인해, 근래까지 병사들 중에서 북한군의 공격으로 인한 전사자가 제일 많이 나온 곳이다.

그리고,

  • 공군: 여타 군과는 달리 공군은 소수의 전투기 조종사를 지원하고 비행장· 기지 내부를 방어한다는 개념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전투 병과의 비중이 높으며, 병사가 무슨 비행기 타고 영공을 지키다가 전사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육군 같은 행군· 숙영은 없지만 화생방의 비중이 높다.

공군 훈련소에서 수류탄 훈련은 완전 야메로 넘기면서 교관이 “너희들이 이걸 던지는 상황이라면 전쟁은 이미 진 거다.”라고 말하는 건 유명한 일화인 듯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기지 바깥을 몇 겹으로 지키고 있던 육군 병력이 전멸했다는 뜻이므로.

군용기에는 비행기 대 비행기가 싸우는 전투기만 있는 게 아니다. 지상에다 다량의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이 전문인 폭격기도 있고, 정찰기· 조기경보기도 있다. (한편, 전투와 폭격을 겸할 수 있는 공격용 군용기를 전폭기라고 한다)
그리고 또 무시 못 할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다름아닌 수송기이다. 방대한 물량이 생명인 오늘날의 전장에서 군대 유지의 생명은 보급이다. 수송기는 이 보급을 책임지는 물건이기 때문에, 비록 전투기 같은 화려함은 없을지언정 전쟁에서의 숨은 일등공신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배보다 수송량은 부족하지만 속도가 워낙 넘사벽이니..

역사적으로 볼 때 월남전의 상징이 헬리콥터라면, 걸프전 하면 수송기를 떠올려도 좋다. 다량의 수송기 덕분에 그 먼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에 미국(+다국적군)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조종사밖에 못 타는 전폭기만 먼저 도착해 있으면 뭘 하나. 정비 인력, 각종 부품, 무장, 보급이 없는데?

군용 수송기는 웬지 프로펠러기가 많이 눈에 띄는 것 같다. 본인의 직장이 있는 판교도 아무래도 서울 공항과 가까운 곳인지라 종종 수송기가 저공으로 날아다니는 게 눈에 띈다.
굳이 군용기뿐만이 아니라 화물기가 전반적으로 그렇긴 하지만, 얘네들은 민항기에 비해 랜딩기어가 굉장히 낮은 걸 볼 수 있다. 개로 치면 다리가 몹시 짧은 닥스훈트 같은 품종? 기체가 지면에 더욱 가까이 있다. (왼쪽은 보잉 737, 오른쪽은 수송기 C-141)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은 사실 화물을 싣는 모든 교통수단들이 공통으로 갖는 특징이다. 기체의 높이가 낮아야 무거운 화물을 기내에 반입하기가 쉬우니까. 시내버스만 해도 사람이 타기 불편하다고 저상 버스가 있는 지경인데 하물며 화물은 어떠하겠는가? 짐받이에다가 탑승교를 마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영화에서도 종종 보지만, 수송기의 뒷문은 아예 아래로 열어젖혀서 화물을 싣는 입구 램프(ramp)로 종종 쓰인다. 중세 영화 장면에서 성(castle)문을 바닥 쪽으로 열어서 문짝을 그대로 도랑과 성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bridge)로 쓰듯이 말이다.
이렇게 비행기의 기체가 지면과 가깝게 낮아지다 보니, 날개는 기체에서 상당히 윗부분에 달릴 수밖에 없어진다. 그래야 날개 밑에다 엔진이든 프로펠러든 달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수송기의 외형은 일반 민항기와는 살짝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런 날개의 구조는 비행기의 연비 절약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특성은 아니라고 한다.
또한, 군용차만 해도 사륜구동에 차체가 온통 무거운 쇳덩이여서 튼튼하고 힘은 좋다만, 완전 기름 먹는 하마이지 않던가. 군용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장에서 임시로 만들어진 거칠고 험악한 활주로에서도 안 부서지고 뜨고 내릴 수 있게 튼튼하고 다소 무겁게 만들어진다. 그러니 군용 수송기는 민항기보다 경제성이 여러 모로 떨어진다.

앞서 말했듯이 수송기는 전투기보다 '간지'가 덜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종 병과를 전공한 정예 공군 장교가 도저히 전투기를 조종할 수 없게 됐을 때 차순위로 빠지는 게 수송기나 헬리콥터 쪽 보직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보직으로 가는 인원도 있긴 하지만) 그리고 전투기의 조종간을 잡은 경험만이 공군 장성으로 진급할 때나 전역 후 민항사로 재취업할 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경력으로 인정받는다. 수송기 경력은 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송기도 전쟁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니, 그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아야겠다.

※ 덧붙이는 말

1. 수송기 추락 사고

우리나라는 1982년에 도대체 무슨 마가 씌였는지 군 수송기가 두 대나 산에 추락하는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하나는 2월에 제주도 한라산이고, 다른 하나는 6월에 서울 청계산.
사고의 원인(악천후 때문에 방향· 위치 감각 상실), 사고 기체(C-123),
게다가 인명 피해(50여 명의 탑승 장병 전원 사망)까지 완전 판에 박은 듯이 똑같다.

그 이듬해에 민간에서 워낙 큰 사건· 사고가 또 나긴 했지만(KAL기 추락, 그리고 아웅산 폭탄 테러)
5공 시절에 군 내부에서 발생한 저 사고는 완전히 흑역사로 치부되고 비밀로 함구되었으며, 희생자 유족은 제대로 된 보상이나 예우도 못 받았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관련 자료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 저런 거야말로 재조명과 진상 규명이 필요한 이슈가 아닌가 싶다.
과격한 훈련 중에 전투기가 떨어진 것도 아니고, 순전히 날씨 때문에 육지 지형을 파악 못 해서 비행기가 떨어졌다는 게 애석하다. 뭐, 기체의 노후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는 듯하지만 말이다.

2. 조종사가 되기

항공업계는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위험한 전문직군이다 보니, 의료계와 더불어 조직 내부의 군기가 세고 그 대신 종사자의 대우도 매우 좋은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방법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공군 사관학교 + 조종 병과로 가는 것이다. 군기 바짝 든 건장한 공군 출신 조종사는 민항사에서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이건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가 보장돼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어릴 적부터 몸 좋고 공부도 매우 잘해야 하거니와, 돈이 안 드는 대신 인생의 상당량을 국가를 위해 고된 군생활에 바쳐야 한다.

게다가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의 의무 복무 기간은 10년이지만, 공군 조종사만은 그 기간이 15년이다. 양성 비용이 워낙 많다 보니 국가에서 좀 더 오래 뽕(?)을 뽑아야겠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예전에는 군을 거치지 않고 민간 테크만으로 조종사가 되는 방법은 사실상 외국으로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미국은 자동차는 이미 신발이나 다름없는 필수품이고, 진짜 돈 많은 유명인사는 자동차를 넘어 자가용 비행기까지 날리는 천조국이니 말이다.
지금은 상황이 나아져서 국내에도 차츰 항공 관련 학과가 개설된 대학이나 조종사 양성소가 생기고 있다. 그러나 국내든 국외든 그야말로 극심한 돈지랄은 불가피하다. 그 비싼 비행기를 조종하는 법을 배우는 게 돈으로나 노력으로나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조종사 양성 프로그램을 거쳐서 배출된 조종사는 한동안 자기 연봉에서 교육비가 공제된다. 그런 식으로 채무를 청산한다. 청산이 완료되기 전에 조종사가 그 회사를 퇴사한다면 미납 교육비를 모두 뱉어 주고 나가야 한다.

그러고 보니, 대한 항공 조종사 출신인 말씀 보존 학회 대표가 문득 대단하게 보인다. =_=;;; 공사가 아닌 민간 출신이다. 킹 제임스 진영을 이끄는 사람들은 다들 참 똑똑한 사람들이긴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05 08:36 2013/08/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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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왕자는 개발된 지 벌써 25년이 돼 가지만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 불멸의 명작 고전 게임이다.
개발자의 이름을 가히 전세계적으로 알린 물건이다.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주인공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그 옛날에 만들어 냈다는 걸 생각하면 그 천재성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게임 엔진도 충분히 기술적으로 뛰어나지만, 제작자인 Jordan Mechner는 방송· 연출 쪽으로도 조예가 있는 사람이다 보니 게임을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굉장히 웅장하게 만들고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돌아오는 시청각 피드백의 디자인에 세심한 신경을 썼으며, 스토리를 탄탄하게 짜 넣은 것도 인상적이다.

가령, 적이나 주인공이 죽었을 때 매번 짤막한 멜로디가 나오는 게임, 적이 칼에 맞았을 때와 내가 칼에 맞았을 때의 소리가 서로 다른 게임은 지금 생각해 봐도 흔치 않다. (당연히, 내가 칼에 맞았을 때의 소리가 더 불쾌하고 위급하게 들린다. 이런 것까지 다 신경 썼다)
또한, 같은 엔진으로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의 맵만 집어넣은 게 아니라, 중간에 해골이라든가 영혼 탈출, 그리고 공주가 생쥐를 보내서 왕자를 구출하는 것 같은 이벤트도 집어넣어서 사용자가 지루하지 않게 배려했다. 괜히 명작 소리를 듣는 게 아니다.

제작자는 네이티브 뉴요커이며 예일대 출신이라는 건 덤이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20대 중반의 나이로 그가 대학을 졸업한 거의 직후부터 개발을 시작한 것이지만 대학 재학 중에도 프로그래밍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컴공 전공자도 아닌데 말이다.
게다가 오리지널 1편 기준으로 모션 촬영은 제작자의 동생을 뛰고 오르고 이리저리 구르게 하면서 촬영했으며, 음악은 제작자의 아버지가 만들었다 하니 이 정도면 가히 엄친아 집안이 따로 없다. 아버지 Francis Mechner는 심리학 박사 학위 소지자이다.;;

이 게임은 1989년에 최초로 애플 II 용으로 개발되었지만 이듬해에 PC용으로 이식되면서 대박을 터뜨렸으며, 여타 PC나 게임기용으로도 널리 이식되었다. 오늘날에는 3D 형태로 리메이크된 작품이 나오고 심지어 모바일용으로 이식되기도 했다.
어디 그 뿐인가? 게임 mechanic이 간단하다 보니 플래시로도 비스무리한 게임이 있다. 그리고 전세계의 양덕후들이 LEVELS.DAT 파일을 임의로 고친 custom level들까지 즐비하다. 이 정도면 페르시아의 왕자가 비디오 게임계에 끼친 영향은 가히 지존의 경지라 하겠다.

어휴, 말이 길어졌는데.. 이 글에서 소개하려 하는 것은 그 페르시아의 왕자 1 PC 버전에서 MEGAHIT 치트만 안 쓰고 프로그램 상의 모든 버그와 꼼수를 활용한 궁극의 타임어택이다.
어지간한 고퀄이 아니었으면 내가 굳이 내 블로그에다가 소개까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말 프레임 단위로 삽질 없이 시간을 아껴 쓰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ZvlNppHraWs
http://www.youtube.com/watch?v=U8Kw2pA6hb8

레벨 1: 게임 시작 직후에 왕자가 엎드렸을 때 음악과 함께 살짝 랙이 있으니 이것은 Ctrl+A로 곧바로 스킵. (경악) 꿈에도 생각을 못 했다.
그리고 이 레벨의 경우, 정석대로 칼을 먹고 돌아오면 깨는 데 2분이 걸리지만, 잘 알다시피 칼 든 악당을 꾀어낸 뒤 칼을 먹지 않고 깨면 1분대로 시간이 줄어든다.
그러나 저 고수의 플레이 영상은 그마저도 초월했다. 칼을 먹으러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체의 우회가 없이, 칼 든 악당을 그대로 정면돌파하여 통과한다. -_-;; 이로써 1분도 걸리지 않고 깬다. 프로그램의 미묘한 버그를 활용해서 말이다.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니 영상을 직접 보시라.

레벨 2와 3은 그냥 그럭저럭 보면 되고...

레벨 4: 포인트는 시작 후에 오른쪽 방에 있는 악당을 움직이게 하여 닫힌 문을 곧바로 열게 만드는 것이다. 버그 활용임.
출구가 있는 방에는 악당이 있다. 출구를 개방한 뒤에 다시 이쪽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여기 있는 악당은 시간 소요를 감수하고라도 보통은 어쩔 수 없이 싸워서 죽이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이 사람은 그 악당마저도 죽이지 않고 매번 도망쳐서 통과한다.

레벨 5: 역시 악당을 이용한 버그를 활용하여, 왼쪽 방의 닫힌 문을 그대로 워프로 통과한다. (빙빙 돌 필요가 없다!)

레벨 6: 이 레벨에는 일반적인 도움닫기 점프로는 통과할 수 없는 간격으로 가시가 놓여 있다. 그러나 딜레이 없이 빠르게 타넘는 점프 패턴이 있는데, 이것은 본인도 경험상 알고 있었던 것들이다.

레벨 7: 중간에 공간 워프 버그를 하나 활용한다.

레벨 8: 역시 우주괴수는 출구를 개방한 뒤에 철문에 갇혀서 생쥐가 발판을 밟아 주러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최고다.
톱날이빨과 악당을 동시에 마주치는 곳에서는 악당을 죽이는 게 불가피한 듯. 문닫힘 발판을 통과하려면 뛰어야 하는데 도움닫기도 못 하고(바로 다음 방에서 절벽이 있기 때문에), 그러면서 악당의 공격을 당하지도 않아야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레벨 9: 중후반에 톱날이빨을 동작하지 않게 하는 버그는 나도 알고 있었다.

레벨 10과 11은 특이사항 없음.

레벨 12: 그 공간 워프 버그도 유명하며, 나 역시 스스로 발견했었다.

일반적으로 레벨을 깨는 출구는 문이 완전히 열리기 전까지는 왕자가 들어갈 수 없다. ↑ 키를 눌러도 왕자는 말 그대로 펄쩍 뛰기만 한다.
단, 최종 보스인 Jaffar를 죽이고 나서 자동으로 열리는 출구는 예외. 완전히 열리기 전에도 왕자가 쏙 들어가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동영상을 보면 왕자는 여기서도 출구가 완전히 열릴 때까지 약 1초 남짓 기다렸다가 들어간다.
물론 어차피 Jaffar가 죽은 뒤부터는 게임 내부의 타이머가 정지하긴 하지만, 게임 시작 직후의 앉음 딜레이조차 건너뛰려고 Ctrl+A를 누른 타임어택의 취지에 비춰 보면 살짝 옥의티라면 옥의티 같다.

이 게임은 Shift+L을 누르면 레벨 4까지 레벨을 건너뛸 수가 있다. 물론 이 경우 60분이던 시간이 15분으로 1/4토막나기 때문에 게임을 제대로 더 진행할 수는 없다.
그러나 프로 타임어태커는.. 그 상태로 시작해서도 게임 엔딩을 볼 수 있다. 경악. =_=;;:

단, 후편인 왕자 2는 저런 게임 메카닉 상의 버그가 거의 다 사라졌으며, 악당도 움직임이 굉장히 빨라져서 자리 바꾸고 튀는 게 불가능해진 관계로 1과 같은 궁극의 타임어택이 나오지는 못한다. 결정적인 시간 절약 요인 버그 exploit들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02 19:20 2013/08/0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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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 8 사용기

나보다 훨씬 더 전부터 8을 사용해 오신 분들께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정보이겠지만 어쨌든.
Windows 8은 잘 알다시피 데스크톱 PC용 소프트웨어에다 모바일 컨셉을 최대한 융합시킨 형태로 만들어졌다. UI 상으로는 Ctrl+클릭이 아닌 일반 클릭(=일반 터치)만으로 아이템 개별 복수 선택이 가능하게 바탕화면 아이콘들에 체크 박스가 뜨는 변화가 눈에 띈다.
그런데 문제는 Windows는 모바일 컨셉을 아무 단절감 없이 갖다붙이기에는 20여 년의 짬밥을 자랑하는 legacy가 너무 많다는 것. 이를 잘 절충하는 것도 숙제라면 숙제였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Windows와 마소 제품들은 XP 이래로 모든 GUI가 “각진 직선이건 것이 둥근 곡선으로, 무미건조하던 단색이던 것이 그러데이션으로”라는 트렌드를 따르고 있었는데..
8에서는 이 추세를 정면으로 뒤집은 단순한 복고풍 디자인으로 돌아갔다.
이건 전력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 모바일 환경과의 조화를 염두에 둔 설계라고 그런다. 흠..
아이콘도 마찬가지로, Office, Visual Studio도 2012 버전은 아이콘 디자인이 다 초단순 형태로 바뀌었다.

IME들은 아이콘이 아예 흑백 컨셉 배색으로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모든 프로그램들이 IME와 한/영 상태를 공유하는 파격적인 기능이 추가되었으며, IME 아이콘과 상태 아이콘 딱 둘만 갖고 있게 단순화된 것은 TSF의 도입 이전 internat.exe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아울러, 프로그램 제목이 Windows 95/NT4 이래로 왼쪽 정렬이던 것이 가운데 정렬로 바뀐 것은 3.x 시절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사실, 그 전의 1.x부터 3.x까지는 죄다 가운데 정렬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8은 메트로인지 뭔지 Modern UI 엔진을 얹느라 어쨌든 더 무거워졌을 텐데 그래도 비스타/7에 비해 체감상 딱히 무겁다는 느낌은 안 든다. 덩치에 비해 최적화를 잘 한 것 같다.
Modern UI 기반 앱은 전체 화면으로 동작하는 게 마치 예전의 도스용 프로그램들이 화면 해상도와 색상이 훨씬 더 향상된 채로 동작하는 것 같다.

단,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건, 과거 비스타/7의 Aero 컨셉이 완전히 폐기되었느냐는 것이다.
프로그램 창의 굵은 border에 비스타/7처럼 금속/유리 느낌이 드는 반투명 효과를 내는 기능이 없어지고 굵직한 입체 효과 그림자도 없어졌으며, 그저 투박한 solid color만 표시해 주는 걸로 일부러 바꿨는지? 비주얼에 관한 한 이건 좀 진보가 아니라 퇴보인 것 같다. 정발된 제품 말고 preview 버전에서는 반투명 효과가 여전히 있었던 것 같던데.
사실은 예제로 제공되던 테마와 배경 사진들의 수도 Windows 7 시절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또한 Windows 95/NT4부터 이어져 온 전통인 시작 메뉴가 없어지고, PC에 설치돼 있는 프로그램들을 리스트 형태로 한눈에 조회할 수가 없고, 심지어 컴퓨터를 끄는 방법도 직관적으로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무리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했다 해도 너무 이질적이고 과격한 것 같다. 실제로 Windows 8을 구했지만 이런 것 때문에 너무 불편해서 다시 7로 복귀한 사람도 주변에 심심찮게 보인다. 과거에 비스타 쓰다가 XP로 도로 복귀하던 사람들처럼 말이다.

나도 컴퓨터 끄는 명령을 못 찾아서 한동안 그냥 데스크톱 바탕 화면에서 Alt+F4를 누르곤 했다.
마우스로 화면 우측 하단을 가리킨 뒤, Settings를 고르고, Power, Shut down을 순차적으로 고르면 되긴 한데 예전 버전보다 접근하기 불편하긴 하다. 컴퓨터 사용을 끝내려고 하는데 왜 시작(Start) 버튼을 눌러야 하느냐는 전통적인 딴지를 의식한 디자인인 건지?

그리고 내가 쓰던 어떤 Windows 8은 팝업 메뉴가 전통적인 왼쪽 기준이 아니라 오른쪽 기준으로 완전 듣도 보도 못한 생뚱맞은 엉뚱한 방식으로 표시되곤 했다. 이건 R2L이 일상인 아랍 문화권에 대한 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어나 영어밖에 볼 일이 없는 나 같은 사람한테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쓸데없는 기능임. 구글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다음 레지스트리 값을 1이 아닌 0으로 고친 후 계정 로그인을 다시 하면 된다.

HKEY_CURRENT_USER\Software\Microsoft\Windows NT\CurrentVersion\Windows → MenuDropAlignment

전반적으로는..
8은 분명 나쁘지는 않다. 허나 멀티터치가 지원되는 화면에서 Modern UI 앱을 즐겨 쓸 게 아니면, 굳이 7 잘 쓰던 걸 8로 바꿀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끝으로, 바야흐로 201x년대에 등장한 Windows 8에서도 여전히 버프를 못 받고 시간이 완전히 정지해 버린 듯이 보이는 legacy GUI 요소를 둘 보이고 글을 맺겠다.

1. MDI 창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구에 습기가 찬다. 응용 프로그램의 border가 다 딱딱한 사각형으로 바뀐 마당에 MDI 프레임은 여전히 둥근 모서리 그대로이다. Windows Vista 이래로 코드가 하나도 고쳐진 게 없다는 뜻이다.

2. HTML 도움말

사용자 삽입 이미지

10~15년 전에 HTML 도움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나 지금이나, 일단 프로그램 아이콘이 16색 그대로이다. 레지스트리 편집기와 더불어 아이콘이 고정불변인 극히 드문 프로그램에 손꼽힌다. -_-;;

그리고 HTML 도움말의 About 화면을 보면 연도가 2002년에서 멈춰 있음을 알 수 있다. 캐안습.
그래도 마소가 HLP와는 달리 CHM의 지원은 그렇게 섣불리 중단하지 못할 것이다. 운영체제 차원에서 이 정도로 완성도 높은 도움말 엔진을 제공해 줄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마소 역시 다른 모든 프로그램에서는 구닥다리 HTML 도움말을 버리고 다른 방식으로 도움말을 표시하지만, 레지스트리 편집기에서 F1을 누르면, 여전히 CHM 도움말이 HTML 도움말로 표시된다.
일반 사용자들이 즐겨 쓸 걸로 예상하지 않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UI를 대강 만들고 legacy 기술만으로 대충 때운다는 걸 알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3/05/10 08:30 2013/05/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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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 단상

* 마인크래프트를 보면서 떠오르는 것:

  • 이건 “집마다 지은 사람이 있으되 모든 것을 지으신 분은 하나님이시니라.”(히 3:4)를 매우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게임이다.
  • 비록 그래픽 디테일은 진짜 딱 1990년대 중반의 퀘이크+툼 레이더 1~2 수준이지만, BSP처럼 고정불변 맵에 딱 최적화된 자료구조가 아니라 임의의 광활한 지형을 실시간으로 생성하고 중간 로딩도 거의 없이 실시간으로 3D로 표현하는 게 굉장히 신기하다.
  • 블록의 단위 크기가 1m라는 특성상, 마인크래프트가 제공하는 철도는 762mm짜리 협궤와 비슷하다.
  • 철덕의 기상. 코레일과 KTX CI를 새겨 놓은 용자가 있다!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첨부 그림 참고. 단, 마인크래프트 실제 게임은 1인칭 3D 시점이 지원된다. 저런 3인칭 2D 시점이 아님.)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사무엘

2013/04/18 08:20 2013/04/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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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가 되기

어느 분야든 제도권의 교육자가 되기란 무지무지 힘들다.
교육자는 자율과 자기 재량이 보장되지, 방학 있지, 생업 전선에 안 뛰어들어도 되고 경기 영향도 안 받는 안정적인 수입 있지, 사고 안 치고 잘 퇴직하면 연금까지 평생 나오지..
그래서 그만큼 이 바닥은 수요보다 공급이 너무 많고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이다.
제자들에게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하면서 부와 명예를 보장받는 직업이 아무에게나 주어질 수 있을 리가 없다.

1. 초등학교

극소수 사립 학교에 들어가는 걸 제외하면, 사실상 오로지 교육대라는 전용 양성 기관을 거쳐야만 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첫 진입장벽이 높다. 소수정예 합숙 생활, 매우 저렴한 학비, 내부의 폐쇄적인 문화와 텃새 등. 거기서 필터링이 좀 되기 때문에, 교육대생 내부에서의 경쟁은 뒤의 두 분야에 '비해서'는 덜한 편이다.

다만, 언제까지나 '덜하다는' 거지 경쟁이 없다는 건 아님. 교육대 졸업생은 여타 분야와는 달리, 오로지 교사가 못 되면 정말로 사회에서 할 게 없다는 리스크가 더 크다. 어린 초등학생을 지도한다는 특성상, 전공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인성· 전인교육의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는 담임의 비중이 매우 높으며, 영어 같은 일부 특수 과목만 빼고 한 교사가 하루 종일 자기 반의 전과목을 가르친다.)

2. 중등학교(중· 고등학교)

중등학교는 학생의 성적과 진로 지도에 대한 부담이 가장 높은 교육 등급으로, 일단은 사범대 졸업생이 지망한다. 하지만 초등학교와는 달리, 여기는 여타 학과 전공자에게도 길이 열려 있다. 따로 교육 대학원을 나오거나 다른 방법으로 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공립 학교 교사 임용에 도전할 수 있다. 그래서 진입장벽이 낮다는 특성상, 중등학교 교사 임용 시험은 정말 최악의 경쟁률을 자랑한다.

임용에서 도저히 합격을 못 하면 결국 기간제 내지 사립 중등학교, 혹은 진짜 사교육인 학원 강사를 생각하게 된다. 1순위만치 안정적이지는 못해도, 초등학교 교사 지망생보다는 선택의 폭이 넓은 편. 사립은 잘 들어가면 공립 이상으로 좋은 직장이 될 수 있긴 하나, 채용 절차가 공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함정이다.

3. 대학 교수

교사와는 달리 교수는 애들을 잘 가르치고 좋은 성적을 내게 하는 게 일차적인 목적이 아니다. 고등 교육은 학부와 대학원으로 이원화해 있으며, 교수는 평생 논문을 읽고 쓰면서 학문을 업으로 삼는 학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이 바닥은 박사 학위라는 희대의 진입 장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뽑는 숫자도 교사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너무 적기 때문에 레드 오션의 진정한 종결자 분야라 할 수 있다. 지나친 학력 인플레도 한몫 했고 말이다.

책 읽은 양으로만 승부하는 인문계 지망자라면, 학원 강사나 조교로 눈물겨운 고학 생활을 수 년간 하면서 학계에 얼굴도장 찍고 지도교수에게 잘 보여야 한다.

펀드를 받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공계 지망자라면 돈 걱정은 인문계보다 상대적으로 덜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름 폐쇄적이고 군기도 존재하는 랩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하며, 권한은 사장이고 하는 짓은 직속 상사 같은 지도교수에게도 잘 보여야 한다. 박사 과정 내내 논문 출판과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졸업 후 나중에 교수 채용 때도 날고 기는 쟁쟁한 외국 박사들과 피 튀기게 경쟁해야 한다.
단, 이공계는 취업이 잘 되기 때문에, 굳이 교수가 아니어도 교수보다 더 높은 연봉 받는 대기업으로도 잘 빠진다. 비록 안정성은 교수보다 못하겠지만.

학문적 업적보다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더 부각되는 예체능 분야는 사회 경력 n년을 박사 학위와 동급으로 쳐서 석사 출신이 교수가 되기도 한다. 아니면 교육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를 받거나.

이공계나 예체능과는 달리, 인문계는 정말 교수가 못 되면 할 게 없는데 교수 자리가 없어서 열악하게 살고 있는 박사들이 문제이다. 그 학력으로 겨우 학원 아니면 시간 강사, 연구 교수 같은 저임금 계약직이 고작이니, 고학력 실업 문제는 어찌 해결해야 좋을꼬?


Posted by 사무엘

2013/03/30 19:29 2013/03/3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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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 대한 생각

우리나라 내지 이에 준하는 여타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이 국민에게 보장하는 자유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 제2장에서 신체의 자유, 거주와 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등등이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르며, 남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범죄· 이적 행위· 반역을 조장하거나, 다른 자유 이념과 모순을 일으키는 자유는 자유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사회· 도덕 시간에 배운다.

이런 자유들은 당연한 것 같지만 당연한 게 아니다. 선조들이 피흘려 쟁취한 소중하고 고귀한 이념이다(대표적으로 6· 25!). 또한 이것은 충분한 경제력과 심지어 과학 기술이 뒷받침 되어야만 실현 가능하다. 옛날에 먹고 살기가 어렵던 시절에는 사회 보장 제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었으며, 뭐 하나 잘못 사고 쳤다간 집안이 쫄딱 망하고 처자식이나 자기 자신을 노예로 팔아야만 수습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 누가 무슨 짓을 할지 상대방을 믿을 수도 없는 긴급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모든 자유가 보장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나라는 명목상 미국의 사회· 정치 제도를 벤치마킹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시작했으나, 휴전선 너머 북한의 집요한 방해 공작과 비열한 해코지로 인해, 완전히 이상적인 자유를 실현하는 데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완전 폐쇄적인 선군정치 최적화 병영 국가와, 사회 시스템이 다 개방되어 있는 자유로운 국가가, 서로 인구와 경제력이 비슷하고 다른 변수가 없다면 어디에서 어디로 간첩을 침투시키고 유언비어 퍼뜨리고 심리전을 전개하기가 쉬울 것이며, 무력 충돌이 벌어졌을 때 누가 이길 가능성이 더 높을까?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북한과 관련해서는 불가피하게 기본권을 법으로 크게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 21세기에까지 국가 보안법 같은 구시대 악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21세기에까지 우리나라 체제를 부정하고 김씨 부자에게 이로운 짓을 하는 구시대 악인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으며 법에 저촉되어 잡히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독일이 아무리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 해도 나치 및 히틀러와 관련된 매체 표현은 무조건적으로 금지하며, 누가 길거리에서 팔 뻗쳐서 “하일 히틀러!”만 외쳐도 잡아 가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정상적인 독일 국민 중에 그걸 보고 무슨 국민 기본권 침해라고 징징대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자, 여기서 표현이라는 말이 나왔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라는 말이 문자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18조와 21, 22조는 개념적으로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든다고 여겨진다.

본인은 크리스천으로서 표현의 자유라는 게, 사상과 종교의 자유에 동급으로 매우 중요한 자유라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는 크리스천에게 거리 설교 같은 복음 전파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은 남에게 영향을 끼치고 역사하는 신앙이다. 표현의 자유를 배제하고서 사상과 종교의 자유만으로 크리스천 신앙을 다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둘을 서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본인은, 우리나라는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권의 보장이 이미 넘치도록 충분히 아주 잘 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체제에 대해 고맙게 여긴다. 지금까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내가 믿는 프로파간다를 주변에 알리거나 교회에서 거리 설교를 하면서 공권력으로부터 구금· 체포의 위협을 느낀 적이 없다. 심지어 정치인들 비판도 아무 문제 없이 했다.

이 명박 정권 때부터 분야별로 온라인 검열이 강화된다면서 사람들이 굉장히 불안해했다. 그러나 난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난 일단 신앙과 관련된 자유가 침해받지 않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자유감을 느끼며, 그것만 보장해 준다면 심지어 독재 정권이라 해도 별로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가 너무 많아서 그걸 오· 남용 하는 부류들이 더 문제라고 난 생각한다.

북한 관련 표현이야 나라에서 하지 말라면 좀 참고 안 하면 되고, 음란물· 성인물이야 어차피 나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니.. 나라에서 그런 규제를 가하는 사정을 오히려 이해한다. 그런 규제가 무슨 북한 같은 수준의 검열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언론들이 너무 오버를 하고 네티즌들을 막 선동했다.

글쎄, 난 이런 점에서는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식의 어찌 보면 좀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난 그게 성경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는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난 당신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 사상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도 당신의 말할 권리를 위해 끝까지 같이 싸우겠습니다.”


그래서 특히 진보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이 말을 자기 블로그에다가도 많이 걸어 놓고, 많이 떠받드는 것 같다.

그런데, 난 양심적으로 저렇게는 못 하겠다.
나더러 그저 소수이고 박해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병역 거부하는 인간들, 동성애자들, 낙태 합법화, 사형 폐지론자들의 말할 권리를 위해 같이 싸우자고? 못 한다. 물론 그들은 어차피 요즘 대한민국에서 박해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고.

크리스천으로서 그런 사람들을 괴롭히고 왕따 시키고 해코지하는 것에야 물론 동참하지 않는다.
하지만 혼자 죄의 가시밭길을 가다가 혼자 망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
그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으면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의 오류를 지적하면 지적했지,
그들의 표현의 자유의 보장을 위해 싸운다거나 기도해 준다거나(?) 하는 일은 난 할 수 없다. 난 볼테르 같은 대인배가 아니다. 아니, 난 하나님보다 더 대인배여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저렇게 '행동하는 양심'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으로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라는 시도 유명하다.
물론, 정치적 무관심을 풍자하는 건전한 메시지가 핵심이며, 평소에 선을 많이 행해 놔야 내가 위급할 때 나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교훈 정도는 나도 잘 안다.

그러나..
공산주의자, 사회민주당원, 노조, 유대인?
그 무엇이 됐든 아무튼 내가 신념적으로 동조하지 않는 그룹이 먼저 쓸려 나갈 때, 내가 굳이 먼저 그들을 위해 같이 나서야 할 필요는.. 솔직히 난 못 느끼겠다.
그들이 남아 있다고 해서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의 '신앙'을 방어해 주는 데 기여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오히려 크리스천은 그런 상황에서 마 10:17-20 같은 말씀을 더 떠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글쎄, 배가 침몰한다거나 화재가 났다거나 해서 사상이고 종교고 나발이고 없이 다같이 죽게 됐을 때야 인간으로서 서로 도와야 한다. 그거야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사상과 종교 자체만이 사람을 가르는 요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자라면서 이런 내 생각이 앞으로 또 바뀌게 될지는 모르겠다. 크리스천 중에서도 교리에 명백히 어긋나지 않는 범위 하에서 세상사의 참여에 굉장히 호의적이며, 각종 사회 운동이나 심지어 파업· 데모에 대해서도 더 열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사실 집회와 결사의 자유 자체가 헌법에 있기도 하니 말이다. 이에 대한 이견과 논쟁은 이 세상이 어차피 제도적으로 성경대로 손쉽게 살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지 않은 이상, 언제까지나 존재할 것 같다.

끝으로, 자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미국 얘기를 좀 하고 글을 맺겠다.
한쪽에서는, 미국이 점점 법이 바뀌어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고 반기독교 성향으로 가고 있다고 엄청 걱정한다.
거리설교를 했다간 잡혀 가고, 학교에 성경의 개인적인 반입이 금지되고, 교회나 신학교계에서도 이제 동성애를 당당히 반대했다간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게 생겼다고 걱정한다. 특히 흑인 대통령이 부임하면서 그런 추세가 더욱 심해졌다고 그런다.

그러나 크리스천 중에서도 좌성향이 더 강한 다른 한쪽에서는, 저런 것보다는, 여전히 미국의 메이저 교회들이 저지르는 병크와 비리, 그리고 특히 정치 종교 결탁 행위만을 비판하느라 바쁘다. 그런 것들이 나라에서의 크리스천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빌미를 주고 있다고 말이다.

양 극단 중에서 진실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은 모든 면모를 균형 있게 이해하기가 힘든 나라인 한편으로, 대형 교회들의 폐단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별 차이 없다는 걸 느낀다.

Posted by 사무엘

2013/03/25 08:38 2013/03/2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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